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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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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표상' 제주 거상 김만덕 [김준태 조선의 부자들⑱]

전문가 칼럼

1796년(정조 20년) 11월 25일, 실록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제주의 기녀 만덕(萬德)이 재물을 풀어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해 살렸다고 목사가 장계로 보고하였다. 상을 내리려고 하자 만덕이 사양하면서 금강산을 유람하길 원하니 허락하고, 인근의 고을이 양식을 지급하게 하였다.” 제주도에 사는 만덕이라는 사람이 재산을 내놓아 백성 구호에 이바지한 공을 기려 금강산 여행을 보내주었다는 것이다(당시 제주도민은 나라의 허락이 없으면 육지로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조정의 허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 실록 기록은 너무 간략하다. 만덕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 소식이 조정에까지 알려진 계기가 무엇인지, 더는 나와 있지 않다. 대신 정조가 직접 쓴 일기인 에 관련 내용이 있다. 같은 해 6월 6일 자에 실린 제주 목사의 장계다. “노기(老妓) 만덕이 스스로 백미 60섬을 바쳤습니다. 만덕은 사리상 진실로 구할 것이 없는데도 재물을 가볍게 여길 줄 아니, 비천한 무리가 그리하기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서 노기란 은퇴한 늙은 기녀를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기녀를 천한 신분으로 여겼는데, 그런 기녀 출신이 무려 백미 60섬을 구휼미로 자진 헌납하니(만덕은 추가로 500섬을 구휼미로 내놓았다고 한다. 560섬이면 동등비교는 어렵겠지만 3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목사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전현직 관리를 제외하면 가장 큰 기부액이었다. 자신들만이 윤리 도덕을 이해하고 공공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양반사대부의 시각에서 “아니, 비천한 자가 어찌 이런 기특한 생각을?”이라 여겼다고 보면 된다. ━ 굶주리고 궁핍한 백성 살린 ‘대가없는 기부’ 아무튼 장계를 받아 본 정조는 “노기 만덕은 무엇을 원하기에 이렇게 면 100포에 가까운 백미를 마련하여 굶주리고 궁핍한 사람들을 도와준 것인가? 면천해 주든지 별도로 보상해 주든지 간에 그가 원하는 대로 시행해 준 뒤에 진행 상황을 장계로 보고하라”라고 지시했다. 훌륭한 일을 하였으니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만덕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 제주 목사가 후속 조치를 보고한 7월 28일자 의 기록이다. “신이 삼가 전하의 뜻을 받들어 만덕에게 알리니, 만덕이 고하길 ‘저는 늙고 자식도 없으니 면천을 원치 않습니다. 다만 죽기 전 소원이 있다면 한양과 금강산 구경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하였으므로, 그가 바라는 바에 따라 육지에 다녀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정조는 감탄했다. 많은 재산을 기부했기에 무언가 바라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지 금강산 구경을 한번 하고 싶을 뿐이라니. 정조는 “만덕이 비록 천인(賤人)이기는 하나 의로운 기상은 옛날의 정의로운 협객에 못지않다. 지금은 겨울이니 봄이 올 때까지 양식을 주어 내의원 차비대령 행수(行首, 우두머리) 의녀로 머물게 하고 각별하게 돌보아 주라. 그리고 금강산을 구경하고 돌아가는 연로에 있는 수령들에게 분부하여 양식과 경비를 넉넉히 지급하게 하라”(일성록 11월 25일)고 하교했다. 만덕에게 내의원의 수석 의녀라는 명예직을 하사한 것은 궁궐에 들어와 왕을 알현할 수 있도록 하고(실제로 알현한 것은 중전과 세자빈이다) 한양 체류 경비를 지급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금강산 여행 비용까지 넉넉히 지원해주었으니, 그야말로 최상으로 예우한 것이다. 이는 조선 역사상 전례 없던 일로 당시 지식인들로부터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조가 초계문신을 대상으로 ‘만덕’에 대해 서술하라는 시험문제를 냈고, 이가환, 박제가, 정약용이 만덕을 추켜세우는 글을 지었으며, 재상이었던 채제공이 만덕의 일생을 기록한 전기 을 집필했을 정도다. ━ 전 재산 사회환원으로 ‘부자의 사회적 책임’ 모범 그런데 안타깝게도 만덕에 관한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조금씩 전해지는 흔적을 모아 연결해보면, 그는 양인(良人)으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 부모를 모두 잃고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제주 관아의 기녀가 되었다고 한다. 기녀 시절에 근검절약하여 돈을 모았는데, 심노숭이 남긴 글을 보면 “품성이 음흉하고 인색하여 남자가 돈이 많으면 따랐다가 돈이 떨어지면 떠나되 옷가지마저 빼앗아서 그녀가 지닌 바지저고리가 수백 벌이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심노숭은 만덕을 싫어한 사람이니 그의 말을 모두 믿을 것은 없겠지만, 만덕이 돈을 악착같이 모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 만덕은 기녀를 그만두고 장사에 눈을 돌렸다. 처음 시작한 사업은 객주(客主)였는데, 육지와 제주를 오가며 돈을 버는 상인들을 보고 물류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본래 제주는 물류, 유통과 운송이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우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육지로부터 물자를 공급받지 못하면 독자적으로 생존하기가 힘들다. 특히 땅이 척박하여 쌀 등 곡식이 상시 부족했다. 반면에 최상 등급의 말을 키우는 곳으로, 자연히 최고품질의 양태(涼臺)와 총모(驄帽), 즉 갓을 만드는 두 핵심 재료의 독점적 공급지이기도 했다. 감귤과 같은 특산품, 양질의 해곽(海藿)도 생산했다. 그러니 제주로 들여오는 것이든, 제주 밖으로 나가는 것이든 물류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이윤을 얻을 기회도 많았다. 만덕은 이 점에 주목한 것이다. 만덕은 육지 상인과 연계하여 안전하고 신속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소규모 생산자를 규합하여 제주 특산물의 우월적 공급자의 위치를 확보했다. 그리고 양쪽 물가의 차이를 이용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다. 육지에서 온 장사꾼이 만덕으로 인해 패가망신한 이가 많았다는 기록도 있는데, 상대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공격적인 사업방식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만덕은 그를 시기한 다른 상인들의 허위 신고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한데 만덕이 이 단계에서 머물렀다면 그가 얼마나 많은 재물을 축적했든 간에 사업이 위태로워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사업방식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데다가 기녀 출신이라며 깔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힘을 합쳐 공격했다면 만덕이라도 당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덕이 대규모 재산을 희사하여 백성 구휼에 나선 것은, 물론 순수하고 선한 의도였겠지만, 바로 이러한 공격을 막아주는 효과도 가져왔다. 왕과 재상이 직접 만덕을 칭찬하고, 만덕에게 도움받은 백성들이 그의 덕을 칭송하니, 이후론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만덕은 1812년 눈을 감으면서 양아들의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제주도의 가난한 백성들에게 기부하였는데,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의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에서 한국의 전통철학과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경세론과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을 다수 썼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김준태 칼럼니스트

2022.04.09 18:00

5분 소요
“분양가 높아졌으면 개발회사도 그 수준 맞추어야”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

부동산 일반

“서울의 경제 규모가 해외 주요 도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고분양가로 가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분양가 수준에 걸맞게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최근 부동산 개발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한 체이슨호텔의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는 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자신만의 호텔 서비스 데이터와 도시 계획학 지식이 앞서가는 부동산 상품 개발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정제된 언어로 설명했다. 그리고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신세대 디벨로퍼(developer)로서 자신만의 개발 컨설팅 철학을 밝혔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그는 시행사업과 인연이 된 이후 문화예술경영 석사를 딴 뒤 현재 홍익대학교 도시계획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뿔테 안경에 검은 니트 차림을 한 청년의 모습은 언뜻 보면 일찍 출세한 교수나 대학 강사를 떠올리게 했다. ━ 갈대밭을 랜드마크로…선구안이 낳은 성공 경험 지금의 ‘체이슨’이란 이름값을 만든 프로젝트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2017년 개점한 체이슨호텔 더스마일과 체이슨호텔 더리드였다. 체이슨그룹이 2015년 기획 당시부터 호실 분양, 완공 후 운영까지 맡았던 두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정 대표의 기획력과 선구안이 돋보인 작품이다. 정 대표는 전공지식과 호텔·레저산업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을 바탕으로 저렴한 부지를 선점했다. 통상 제주도 호텔은 바닷가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넘어 그는 서귀포혁신도시라는 도심 속 입지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온종일 숙소에 있기보다 한라산·성산 일출봉·천지연폭포 등 대표 관광지를 방문한 뒤 교통이 좋고 깔끔한 침구가 잘 갖춰진 숙소에서 머물고자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 대표는 도로계획 상 버스정류장이 들어설 위치를 알아보고 체이슨호텔 더리드 부지를 매입했다. 실제로 해당 호텔 앞엔 현재 공항리무진과 시내버스가 서는 버스정류장이 자리하고 있다. 분양 당시인 2015년 11월에는 제주도 신공항 계획이 발표되며 체이슨호텔 더 스마일과 함께 단숨에 ‘완판(완전판매)’됐다. 정 대표는 “토지를 매입할 당시 호텔 부지는 풀밭에 불과했지만 정말 미래가치를 보고 개발에 들어간 것”이라며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면 먼저 들어가야 할 곳이 보인다”고 말했다. ━ 호텔에서 ‘파워하우스’까지, 체이슨의 야심은? 호텔 준공 이후 운영에서도 처음 기획했던 방식이 적중했다. 키오스크(KIOSK)를 이용한 무인 체크인과 룸서비스·밀 박스 형태의 조식 서비스 등 체이슨호텔에서 시도한 방식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언텍트(untact) 시대를 예견한 선구안이다. 정 대표는 당시 한반도를 스쳐 지나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허투루 보지 않았다. 그는 “하얏트나 메리어트도 질병에 대한 매뉴얼이 없던 상태에서 근로 인원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채택해 전염병 예방이나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효과를 봤다”며 “기계가 체크인하는 동안 직원이 고객의 짐을 들어드리고 위생을 더 철저히 하는 등 적은 직원으로 5성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 운용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체이슨 호텔 각 지점은 호텔스닷컴·부킹닷컴 등 OTA(온라인 숙박예약 플랫폼)에서 10점 만점에 9점대 평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세호 대표의 비전은 더 멀리 있었다. 지금까지 체이슨은 호텔개발·운영사업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까다로운 방문객들에 대한 접객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체이슨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평창 아이원 리조트 위탁운영 및 온양관광호텔의 리브랜딩 등 MRO(유지·보수·운영)사업도 시작했다. 서울 회기역 앞 체이슨엠 호텔은 라이센스 납품 형태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정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PM(Project Management) 컨설팅을 통한 ‘파워하우스(power house)’ 개발을 기획하고 있다. 파워하우스란 단지 비싸고 선도적인 상품이란 차원을 넘어 제한된 소비층에만 공급되며 그만큼 고품질을 보장하는 형태의 브랜드를 뜻한다. 유럽에서 브랜드 분류를 할 때 흔히 하이앤드보다 파워하우스를 더 위급으로 본다. 그 첫 작업은 유명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설계한 고급빌라가 될 예정이다. 이 고급빌라는 층별로 다른 일조량에 맞춘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런 특화 설계를 통해 체이슨이 기획하는 주거상품은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된다. 호텔사업을 통해 축적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노하우·데이터도 한몫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비트코인이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과 앞선 정보를 통해 고소득을 올리는 스마트컨슈머(Smart Consumer)가 늘고 있다”면서 “그들은 ‘내가 이 정도 금액을 주고 사면 이 정도의 가치를 살 수 있다’는 부분이 납득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개발사 스스로 접객에 대한 빅데이터가 자체적으로 수립이 돼 있어야만 호텔식 주거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 논리적인 상품 개발이 가능한데 우리는 체이슨호텔을 포트폴리오로 실제 호텔 서비스에 성공한 바 있다고 내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제주도민을 많이 고용했다는 측면에서 인정을 받아 호텔 운영사가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수상을 했다”면서 “우리 본사는 서울이지만 제주도에서 사업을 하면 제주도에 돈이 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크로아상 역시 콘레드 출신 현지 파티쉐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독점 발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이슨그룹은 앞으로 기획하는 주거상품에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11.05 17:24

4분 소요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 ‘국제자유도시’ 이름값 하겠다

산업 일반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의 모습을 빠르게 갖추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복합리조트인 신화역사공원의 첫 삽을 뜨는 등 5개 핵심사업의 투자를 매듭지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최초 기획자이기도 한 김한욱 이사장은 2013년 6월 취임 이후 내부 경쟁력 강화, 해외기업 투자유치 등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1997년 말 당시 김한욱 제주도청 기획관리실장은 제주도의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다 ‘1997년 홍콩 반환에 이어 1999년 마카오도 중국에 귀속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는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한 결과를 하나의 보고서로 작성했다. ‘동북아에 홍콩과 마카오를 대신할 국제자유 도시가 필요할 것이다. 제주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와 같은 중국의 1국가 2체제를 예상치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주도의 위상을 제대로 짚은 보고서였다. 이듬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지방 업무보고차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이를 보고했고, 곧 청와대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그렇게 탄생했다.김한욱(67) JDC 이사장은 제주도 국제도시 개발의 제안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 제주도 행정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13년 자신이 산파역을 맡았던 JDC에 이사장으로 취임해 제주도를 관광과 휴양, 교육, 의료, 첨단지식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을 증가시키고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경영 성과는 물론이고 조직의 경쟁력도 강화시켰다는 평가다.3월 중순, 서울 여의도 JDC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구상한 것을 실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어서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제주만의 독특한 여건을 기반으로 잘 사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JDC의 임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정확한 수치를 들며 논리적으로 말했다. 오랜 관료생활 탓이기도 하겠지만 업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2월 신화역사공원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오래 끌었던 사업이라 감회가 남다를 텐데요.2013년 6월 취임 당시 6개 주요사업 중 3개 사업에서 민자 유치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사업 규모가 큰 신화역사공원은 10년 동안 16차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도 이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어요. 호텔에서 밥 먹으며 진행하는 리셉션 투자설명회를 접고 투자할만한 대상을 직접 찾아가 일대일로 컨설팅을 했습니다. 그 결과 홍콩의 란딩과 싱가포르의 겐팅사가 사업에 참여해 합작법인 람정제주개발을 세웠습니다. 오랜 숙원사업을 이뤘으니 뿌듯할 수밖에요. 신화역사공원은 어떻게 조성됩니까.신화역사공원 내 3개 지구인 리조트월드제주에는 잉카·이집트·페르시아·중세유럽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와 한·중·일·터키·스페인의 건축물과 음식 등 문화를 선보이는 테마스트리트, 컨벤션·숙박시설을 갖춘 MICE산업 지구가 들어섭니다. 나머지 1개 지구는 중국 자본에서 따로 떼어 놓았습니다. JDC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제주의 독특한 신화와 역사, 전통이 담긴 문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현재 조선시대 4대 사고처럼 제주도에 국가기록원의 분원을 유치하려 노력 중이고, 국립국악원에도 공연사업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 영어교육도시 중국 상류층에 인기 JDC의 핵심프로젝트는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항공우주박물관, 첨단과학기술단지 등이다. 여기에 여래동휴양형주거단지, 제주곶자왈도립공원 등 2개의 관리사업과 서귀포관광미항, 오션마리나시티, 국제문화복합단지,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등을 전략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어교육도시는 목표한 7개 학교 중 3개 학교가 이미 개교했고, 항공우주박물관도 지난해 오픈했다. 헬스케어타운은 중국의 녹지그룹이 상반기 내에 의료시설 사업계획을 확정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고,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투자한 여래동휴양형 주거단지는 이미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김 이사장은 “JDC 본사 입구엔 미국, 캐나다, 영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며 “제주가 교육, 관광, 의료의 글로벌도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그만큼 투자매력이 있는지요국제도시로서의 제주도 이점은 크게 4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지정학적인 이점, 둘째 공항·항만·관광시설 등 기본 인프라 구축, 셋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없는 천혜의 관광자원, 넷째 독특한 섬 전통문화 등이죠. 지난해 3월 27일엔 역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서 가장 큰 투자 규모인 3억달러(약 3300억원)가 제주도 내 은행에 입금됐어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지만 제주도의 지리적 이점을 그들도 본 것이죠. 최근 영어교육도시가 중국 상류층에게 인기라고 들었습니다.지난해 NLCS(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학교의 첫 졸업생 중 외국대학 진학 희망자 52명 전원이 미국 예일, 스탠포드,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100대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현재 외국인 학생이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국인 학생이 많은 것은 그래도 긍정적입니다. 특히 상하이 등 중국인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아요. 교육환경이 좋고, 치안이 완벽하며, 기숙사 급식에 ‘짝퉁’이 없어 안심된다는 반응입니다. 또 시간대가 비슷해 아이들과 통화하기 좋고, 노비자 지역이라 오전에 와서 아이들 얼굴 보고 저녁에 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주도가 영어를 중심으로 한 교육허브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죠. 하지만 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제주지역에 한해 영리법인을 허용했지만 해외 민간자본의 투자가 더딥니다. JDC가 학교 기반시설을 만들고 운영비도 일부 지원하느라 많은 빚을 졌어요. 보통 사립학교가 개교 후 정상화(학생 정원 80% 충원)에 이르기까지는 4~5년이 걸립니다. 최근 학생 수가 늘고 있어 내년이면 정상화할 것으로 봅니다. ━ 내핍경영으로 2년만에 경영평가 최고등급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였던 JDC는 최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이사장 취임 이후 진행된 비상경영의 결과다. 2014년엔 전년 대비 매출이 1477억원, 영업이익 524억원, 당기순이익 412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37.1%포인트 감소해 33.3%로 낮아지는 등 경영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김 이사장 취임 전 2860억원이던 금융부채는 2013년에 500억원, 2014년에 1560억원을 각각 상환해 800억원이 남았다. 이외에도 JDC는 정부 공기업 경영평가 최고등급 달성과 청렴도·고객만족도 우수기관, 부패방지시책평가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취임 2년 동안 이룬 성과가 눈에 띕니다.2013년 6월 7일 취임해 보니 ‘이런 기관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경영상태가 참담했습니다. 경영평가 최하등급을 맞아 직원들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부채는 많은데 이를 상환할 전략은 부재했거든요. 게다가 매년 200억~300억원을 꾸어다가 운영비로 쓰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민자 유치는 답보상태를 넘어 포기상태였고요. 3년 임기동안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극약처방을 꺼냈습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후 200억 차입 결정을 반려하고 내핍 경영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6개월 만에 323억원을 절약했습니다. 당시 ‘생존’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썼어요. 직원들이 협조해 준 덕에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수행비서가 없다고 들었습니다.내핍경영의 일환입니다. 2013년 여름은 정말 더웠습니다. 하지만 전 직원이 사무실에서 에어컨 한 번 틀지 않고 지냈습니다. 대신 전기요금이 싼 심야시간대 얼음을 얼렸다가 한낮에 이를 선풍기 앞에 놓고 찬바람을 쐬었습니다. 그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준 직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수행비서를 없앴고, 출장시 공기업 이사장에게 배정된 항공기 비즈니스 석을 반납했습니다. 또 교통비 외엔 출장비도 받지 않았습니다. 전 직원의 노력으로 이제 JDC가 정상궤도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감사원에서 항공우주박물관의 방만 경영을 지적했는데요.항공우주박물관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지난해 4월 24일 개장을 앞두고 전국의 중고등학교, 각 시도교육청의 수학여행 담당 장학관, 그리고 여행사들을 방문해 열심히 마케팅을 했습니다. 그런데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겁니다. 그 뒤로 수학여행객이 있을 리가 없었죠. 올해도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1500억원이라는 투자비용이 너무 컸고, 중앙부처의 지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본사 직원 27명을 파견했는데 이것이 방만 경영으로 지적됐습니다. 항공우주박물관은 청소년을 위한 교육박물관 성격으로 가야 합니다. 정부의 결정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주도민에겐 개발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합니다. 민·관·산·학의 공동 노력은 무엇입니까.고용주인 기업, 고용인, 지역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개발이 되어야 합니다. 신화역사공원의 경우 직접고용이 7000명,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9600명이 예상됩니다. 이중 80% 이상을 현지주민으로 고용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투자기업이 자국이나 서울에서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이는 주택과 교통 문제를 야기해 오히려 기업에겐 부담이 됩니다. 문제는 양질의 인력인데, 사실 그동안 제주도가 관광사업을 해오면서 핵심인력을 육성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2013년말 버자야그룹, 람정제주개발, 녹지그룹, 이랜드그룹, 대동공업 등 투자기업의 대표들과 제주도 소재 4개 대학의 총장이 합의해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기업이 시기별로 필요한 인력을 미리 공지하고, 이를 대학에서 받아 그에 맞는 인재 훈련을 시키는 구조입니다. ━ 보존을 기반으로 개발하겠다 최근 제주도에 들어오는 외자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난개발, 리조트시설 등 중복투자 문제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나는 보존주의자에 가깝다. 제주도는 보존을 기반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일화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을 마치고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였다. 하루는 모기업의 회장이 찾아와 제주도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현지 책임자를 소개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어디에 지을 계획이냐고 묻자 그 회장은 제주도 곶자왈 인근의 조감도를 보여주었다. 김 이사장은 ‘죄송하지만 추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1년 강수량 중 56%가 하천으로 흐르거나 증발하고 44%만이 지하수로 흡수 된다. 그 중 물이 가장 잘 흡수되는 곳이 곶자왈이다. 골프장을 지을 경우 그 결과는 뻔했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나 제주도 행정부지사로 부임하니 그 골프장이 건설되어 운영 중이었다. 다음날 아침 실국장회의를 하면서 그의 입에서 큰소리가 나왔다. 이후 도청에서는 김 부지사를 ‘환경보존론자’라고 불렀다. 환경보존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것 같습니다.개발과 보존 사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존해야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발해야 합니다. 시대와 지역의 조건,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1970년대 후반까지 환경이라는 말이 어색했던 우리나라도 이후 환경청이 환경처가 됐다가 환경부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행정부지사로 일하면서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보고 제주도에 경관, 지하수 보존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9급 공무원에서 1급 행정부지사까지 역임했습니다. 비결은.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공직생활하면서 두 가지 원칙은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하나는 공부하자입니다. 소관업무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자신과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다른 하나는 머리맡엔 항상 메모지를 둔다는 것입니다. 자다가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보고서 10장보다 나은 때가 많습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때 조금만 더 노력할 걸’이라는 후회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습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그는 “10년 후의 제주는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비중 있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값을 하는 제주도가 될 수 있도록 JDC가 앞장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3.30 15:38

7분 소요
요금 싸 안전성만 확보되면 ‘대박’

산업 일반

"7년간 100%나 오른 항공요금을 ‘확’ 내려, 제주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몫을 하겠습니다.” 6월 5일 국내 제3의 정기 운송사업 민항으로, 서울∼제주 취항을 처음 한 제주항공의 주상길 사장. 그는 취항의 의미를 제주 경제의 활성화에 두었다. 사실 제주도와 항공사업은 불가분의 관계다. 항공 교통은 제주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주 교통 수단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등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 및 지속적인 항공요금 인상으로 말미암아 제주도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관광객의 감소까지 빚어졌다. 지역 경제 침체가 가중되자 제주도가 직접 출자해 지역 항공사(제주항공)를 설립한 것이다. 제주도와 애경그룹은 2005년 1월 합자투자법인인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현재 자본금 350억원이며, 지분 비율은 애경그룹이 72.5%, 제주도·도민 27.5% 선이다. 2005년 8월 정부의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았다. 애경그룹은 2006년 4월 말 캐나다 봄바르디아사에서 터보프롭 기종인 Q400, 74인승 신형 항공기 1호기를 들여왔다. 5월 말에 AOC를 받아 6월 5일 서울∼제주간 첫 취항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올해 10월까지 총 5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취항 지역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서울∼제주 구간에서 서울∼부산, 부산∼제주, 서울∼양양 등 4개 노선으로 확대할 방침이다(도표 참조). 요금은 기존 항공요금의 70∼80%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의 취항은 본격적인 저가항공시대의 개막을 뜻한다. 30년 전에 시작된 세계 저가항공사 열기가 미국, 유럽, 아시아를 거쳐 지금 대한민국에까지 전파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청주∼제주를 운항 중인 저가 항공사인 한성항공이 있지만 이 항공사는 부정기 항공사다. 정기 항공사인 저가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기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의 역작이기도 하다. 애경은 창립 50주년(2004년)을 기점으로 그룹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채 부회장은 이 같은 대변신에 필요한 그룹 신사업을 직접 만기친람식으로 챙기고 있다. 항공사업은 그가 매일 보고받는 사안 중 하나다. 애경은 수원 애경역사의 상장 추진 같은 변신으로도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경은 연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존 생활용품, 화학, 유통 외에 항공사업에 진출하면서 그룹 이미지와 브랜드의 업그레이드를 겨냥하고 있다. 생필품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항공사업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항공사업과 관련, 채 부회장은 “안전성을 확보하고, 요금이 저렴하다면 사업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애경이 항공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기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뜨거운 경쟁은 불가피하다. 애경이 서비스, 요금, 항공운항의 안전성 등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밀리면 애경의 항공사업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 애경은 우선 요금은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또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주중 운임(월∼목), 주말 운임(금∼일), 성수기(설날, 하계 바캉스, 추석, 연말연시) 운임 등 3단계로 구분해 운영할 방침이다.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 구매, 환불, 취소, 교환 등을 할 수 있게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 이용자 편의를 꾀했다. 기존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잡지, 신문 등 돈이 드는 서비스는 최소화했다. 제주항공은 기내에서 제주 특산물 판매, 골프채 대여 같은 유료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호텔, 음식점, 전세버스, 골프장 같은 대형 단체손님이 있으면,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요금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이 대당 170억원인 항공기를 직접 구매해 항공기를 100% 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저렴한 요금 정책에 한몫하고 있다. 리스 구매에 따른 엄청난 이자부담이 없어서다. 실제 자가 보유냐, 임차 보유냐에 따라 항공사가 부담하는 이자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삼성증권 송은빈 연구원은 “자기 보유 항공기가 전체 운영 항공기의 70%를 차지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일본항공 같은 경우 매출액 대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이자비용’은 평균 12% 수준”이라고 말한다. “반면 금융 리스 항공비 비중이 70% 정도인 캐세이퍼시픽은 이 비율이 15%나 된다”고 밝힌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안전 운항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항공기 제작사인 캐나다 봄바르디아사에서 조종, 정비, 운항관리 등 각 부문의 전문가를 파견해 부문별로 2년간 기술 지원하는 체제를 이미 구축했다. 주상길 사장은 들여온 항공기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이 항공기는 일본항공(JAL), 전일본항공(ANA), 영국의 플라이비 등 15개 항공사에서 112대를 운항하고 있는데, 항공기 운항 시점부터 사고가 전혀 없는 기종이란 설명이다. Q는 ‘The Quiet Ones’를 의미하듯, 터보프롭 항공기 중에서 안전성이 가장 뛰어나고, 소음과 진동이 적은 항공기로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터프프롭 기종 Q400은 승객 좌석 수가 74석이고, 좌석 간격은 31인치, 운항 고도는 1만8000피트, 엔진 제작사는 P&WC다. 김포∼제주간 운항시간은 55∼63분이다. 전체 국내선 항공 수요는 2000년 이전에는 매년 6∼7%씩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연 1∼2%씩 감소하고 있다. 고속도로 확장, 고속철도 개통 영향 등이다. 그러나 특이하게 제주, 여수, 울산, 포항 등 관광지나 기업도시로 가는 노선은 연 10%씩 항공 수요가 늘고 있다. 주 사장은 “제주항공은 연간 100만 명의 고객을 실어 나르며, 국내선 항공 수요의 약 5%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유명한 저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의 효과(요금 65% 하락, 국내선 항공 수요 40∼50% 증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항공으로 인해 예상 밖의 사우스웨스트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자사의 예상 승객 수가 올해 35만 명에서 계속 늘어 2009년 15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매출도 2006년 185억원에서 2009년 869억원으로 늘 것으로, 또 2009년에 순이익 25억원을 처음 달성할 것으로 각각 계획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에 대한 10대 궁금증 서울~부산 간 요금, KTX 특실보다 저렴 1. 사용하는 항공기 터보프롭 Q400 기종을 보면 프로펠러가 있다. 프로펠러로 비행기가 뜨는가? 그렇지 않다. 기존 항공사의 터보팬 기종이나, 제주항공의 터보프롭 기종이나 똑같이 제트 엔진을 사용한다. 다만 이 제트 엔진에 터보팬을 장착하느냐, 프로펠러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기종이 갈릴 뿐이다. 터보팬 기종은 전체 출력의 70%를 제트 엔진에서, 30%를 터보팬에서 얻는다. 터보프롭은 전체 출력의 30%를 제트 엔진에서, 70%를 프로펠러에서 얻는다. 터보프롭도 그냥 제트기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2. 터보프롭 항공기는 중소형 공항에서도 이착륙을 쉽게 한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이착륙을 위해 필요한 활주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다. 또 터보프롭은 연료 소모가 터보팬의 33%밖에 되지 않아 연료 효율성이 높다. 기체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원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그런데 이 기종은 단거리 운항에 맞기에, 2시간이 넘는 운항거리인 경우에는 경제성이 거꾸로 떨어진다. 3. 기존 양대 항공사와 비교하면, 터보프롭 항공기의 서울∼제주 간 운항시간이 2∼3분 더 걸리는 이유는? 실제 운항속도는 터보팬이 조금 더 빠르다. 하지만 터보프롭은 이착륙 거리가 짧고, 이착륙 시간도 짧아서, 블록타임(이착륙에 걸린 전체 시간)은 거의 차이가 없다. 4. 저가 항공사이기에 승무원들이 외국의 저가 항공사처럼 기내 청소 등도 같이 하는가? 또 기내 음료도 유료인가? 그렇지 않다. 별도의 지상 근무요원들이 청소한다. 그리고 기내 음료 서비스를 모든 승객에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승객이 요청하면 개별적으로 무료로 갖다준다. 5. 항공권 구입은 외국 저가 항공사처럼 인터넷에서만 할 수 있나? 기존 양대 항공사와 똑같다. 인터넷 예매도 가능하고, 전화 예매, 공항 현장 매입도 가능하다. 6. 저가 항공사의 경쟁 상대는 기존 항공사인가? 고속철도인가? 아니다. 기존 항공사 등의 이용자와는 다른 새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요금이 비싸 항공여행을 못했던 20∼30대층, 가족 단위의 여행층, 효도관광·골퍼 같은 단체 여행층, 친구들이 같이 가는 그룹 여행층, 출장 비즈니스맨, 항공료에 민감한 중저소득층 등이 바로 그들이다. 7.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자(한성항공)와 정기 항공운송사업자의 차이점은? 정기 항공은 정해진 노선을 정기 운항하는 노선 면허가 필요하다. 부정기 항공은 노선 면허가 불필요하다. 노선 인가 후 비정기로 운항해도 된다. 정기 항공을 하려면 납입자본금 200억원 이상, 항공기 5대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정기 항공은 납입자본금 50억원 이상, 항공기 1대 이상만 있으면 누구든 사업을 할 수 있다. 8. 서울∼양양노선은 기존 항공사들이 적자로 운항을 중단한 노선 아닌가? 새로 들어간 이유는? 운항 중단 당시 편당 탑승 인원은 약 80명이다. 그런데 제주항공 항공기의 편당 좌석 수는 74석이다. 수익성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양양은 주변에 주문진, 강릉, 속초 같은 관광지가 있어 관광용 승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9. 서울∼김해노선의 요금이 KTX 특실보다 싸다고 하던데. 서울∼김해(부산)노선은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노선이다. 기존 항공사 요금보다 싼 고속철도 요금도 한몫했다. 하지만 저가 항공 요금을 적용하면, 고속철도 요금과의 차이는 1만2000원에 불과하다. 특히 고속철도 특실 요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5620원이 싸다. 싼 요금 때문에 다시 저가 항공 수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10. 타사 요금의 70% 수준을 표방한 근거는? 요금이 더 내려가지 않나? 단거리 노선에 적합한 터보프롭 기종을 도입, 원가 경쟁력을 높였고, 연료 비용, 지상 조업 비용 등 직접 운항 원가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항공기 구입을 리스가 아닌, 직접 구매해 높은 리스료 부담을 없앤 것도 한 요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요금이 싸다. 하지만 유가 부담 등으로 더 이상 아래로 내릴 계획은 없다. 제주항공이 표방하는 요금 수준은 외국의 초저가(기존 항공사의 25% 수준)가 아닌, 중저가(기존 70% 수준)인 셈이다.

2006.06.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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