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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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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만난 은행장들, “가상자산 ‘1거래소-1은행’ 제한 풀어달라”

은행

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정치권에 가상자산 관련 ‘1거래소-1은행’ 체계를 개편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등 국내 주요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국내 5대 은행장이 참석했으며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대표해 전북은행과 토스뱅크의 행장도 동석했다.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은 최근 악화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고 은행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청년 고용 정책자금 확대 ▲자본비율 규제 완화 ▲금융사고 공시 유연화 ▲가상자산 1은행·1거래소 규제 개편 등을 제안했다.은행장들은 가상자산과 관련해 현재 거래소가 한 개 은행과 예치금 제휴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선해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제휴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통해 리스크는 분산되고 소비자 선택권은 확대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BIS(국제결제은행) 자본비율 규제와 관련해 산업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대출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하향 조정해 달라고 제안했다.자본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손실 위험이 큰 기업 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높게 설정돼 기업 대출을 늘릴수록 자본비율 지표가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또 은행들은 금융사고 공시와 관련해 사고 ‘손실 추정치’와 ‘실제 손실액’에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합산해 공시하게 되어 있다며 이를 분리해 이원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이 외에도 올해 1500억원 규모로 운영되는 ‘청년고용 연계자금’이 전체 소상공인의 약 4%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언급하며 예산 확대를 요청했다.강민국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간사는 “향후 정무위에서 논의해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으로 정책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은 정책으로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25.04.09 15:35

2분 소요
금감원, 美 상호관세 대응 ‘총력’…매주 원장 주재 회의

정책이슈

금융감독원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매주 원장 주재 회의를 진행한다. 금융감독원은 8일 F4(Finance 4) 회의 직후 ‘미국 상호관세 대응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매주 금감원장 주재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고, 총괄반, 시장점검반, 산업분석1반, 산업분석2반, 권역별대응반 등 총 5개 반을 구성해 관련 실무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이날 회의에서 이복현 원장은 “미국 상호관세 발표 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대, 즉각적인 중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무역갈등 확산 가능성 등 글로벌·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폭 확대되고 있다”며 “원내 비상대응 체계 가동을 통해 산업별 피해분석, 금융시장 안정, 금융권 건전성 관리 등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또한 이 원장은 “특히 다수 국가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차등관세로 우리 산업에 대한 영향과 파급경로가 매우 복잡한 만큼 수출품의 생산이동 경로를 최대한 파악해 피해 수준을 정밀 분석하고, 직접적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은 물론 상대적 대응능력이 미약한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영향도 살펴 금융위를 중심으로 관계기관과 필요한 대응방안을 적시 강구해달라”고 말했다.이어 이 원장은 “아울러 예상보다 강도 높은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부정적 시장 파급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시장안정 조치를 적시에 시행할 수 있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그는 “상호관세 부과 이후 금융권의 기업자금 취급 동향과 기업대출 건전성 추이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하고, 주가 급락으로 ELS·레버리지 상품 등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투자손실 확대 우려가 커질 수 있어, 고위험 상품판매 현황 점검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임직원 모두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달라”며 “불확실한 시장 여건하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강화에 만전을 기하되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원칙의 허용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규제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그는 “미국 상호관세 영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증가하고 실물경제 자금공급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건전성·소비자보호 원칙 허용 범위 내에서 금융권과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통해 합리적 규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금감원은 은행 부문에서 관세부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 관련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한다. 보험 부문에선 자본규제 합리화, 보험부채 평가기준 정비와 같이 보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시행의 효과와 수용도를 높이고, 보험업계가 제도개선에 따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실행 방안을 세밀하게 검토한다.이 원장은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거래소, 일부 증권사에서 전산장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본시장 거래 안정성에 대한 불안·불신이 증폭될 수 있다”며 “전자금융거래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업해 보다 면밀한 점검과 기민한 비상대응에 힘써달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사고발생 시 관련 법·절차에 따른 투자자 피해보상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2025.04.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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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쏠린 빚만 ‘연간 100조원’ 이상...11년 만에 2.3배 ‘눈덩이’

은행

부동산으로의 과도한 신용 쏠림이 국내 경제성장을 제한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 신용 증가세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은 연간 100조원 이상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 가까운 수준까지 확대된 상황이다.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부동산 신용집중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신용은 지난해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 정도(49.7%)를 차지했다. 부동산 신용은 금융기관이 부동산 부문에 공급한 신용액으로 2014년 이후 연평균 100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2013년 말 대비 2.3배 확대됐다.유형별로 보면 가계부문이 주담대(정책모기지 포함), 전세대출 등을 중심으로 확대됐고 기업부문도 부동산업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었다. 업권별로는 은행의 부동산 신용 증가세가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비은행도 2018년 이후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됐다.이는 가계·기업의 부동산 투자에 집중된 자금 수요와 금융기관의 이자수익 중심 영업구조 등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가계는 부동산 위주의 자산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레버리지를 동반한 주택투자를 이어갔다. 국내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평균(52.9%)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기업의 경우 부동산업황이 장기간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관련 기업 수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부동산·건설업 업종 특성상 초기 투자자금에 대한 외부자금 의존도가 커 대규모 대출수요도 발생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 시 실물경기 위축 심화아울러 부동산 대출에 대한 낮은 자본부담 등 규제측면의 유인체계도 작용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은행의 경우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상 안정적 부동산담보 중심의 대출자산 확대를 주된 영업 전략으로 활용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일반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의 약 5분의3 수준에 불과하다.이에 자본관리 측면에서 은행들은 제한된 대출여력을 부동산담보대출에 우선 배분하는 것이 유리한 구조다. 실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내 신용대출 비중은 2007년 말 47.8%에서 2024년 말 19.3%로 급감했다.비은행권 중에서는 상호금융기관이 가계대출 규제강화, 수익원 확보 필요성 등으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 취급을 확대했다. 보험사는 보험시장 성장세 둔화, 저금리에 따른 운용수익률 하락에 대응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취급을 늘렸다.한은은 이같이 부동산 부문에 자급 공금이 심화될 경우 ▲성장 기여도 약화 ▲금융시스템 안정성 저하 ▲금융산업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우선 한은이 우리나라 민간신용과 경제성장간 관계를 실증분석한 결과 부동산 중심의 민간신용 확대가 지속될수록 민간신용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업은 여타 업종에 비해 자본생산성이 낮아 신용이 집중될수록 생산성이 높은 여타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둔화되어 전체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저하됐다.이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부동산가격 급락 및 이에 따른 급격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와 실물경기의 위축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채권 회수율 하락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악화로 신용공급을 축소시켜 이에 따라 민간소비 및 투자가 제약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금융기관들이 부동산 신용의 지속적인 확대에 안주해 영업 다변화 및 금융혁신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은은 금융기관 신용의 부동산 부문에 대한 쏠림을 완화하고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원활한 자금공급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윤옥자 한은 금융시장연구팀장은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대출수요가 크지만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생산성에 기여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5.04.03 15:25

3분 소요
케이뱅크, CSS 고도화…

은행

케이뱅크는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 ‘케이뱅크 CSS 3.0’(이하 CSS 3.0)을 도입했다고 3일 밝혔다.CSS 3.0은 최근 금융 트렌드로 자리 잡은 대출비교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의 특성을 반영하고, 100% 비대면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포용금융 실천을 위한 중저신용자 특화 모형까지 적용해 대출 접근성을 높였다.먼저 대출비교플랫폼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은행권 최초로 대출비교플랫폼 유입 고객 데이터를 CSS에 반영했다. 대출비교플랫폼은 접근성이 높아 다중채무자와 개인사업자, 씬파일러(thin filer) 등 다양한 특성의 고객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이에 케이뱅크는 이들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욱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도록 CSS를 개발했다. 특히 경기 변동에 민감한 다중채무자와 개인사업자, 금융 이력 부족으로 평가가 어려운 씬파일러에 대한 신용평가 정확도를 높였다.또한 케이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100% 비대면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에 최적화된 전용 CSS를 도입해 상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기존에는 가계 아파트담보대출과 동일한 CSS를 활용했으나, 지난 반년간의 운영 데이터와 시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 특성에 맞춘 평가모델을 새롭게 구축했다.중저신용자(KCB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의 대출 기회를 확대하고 신용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특화 모형도 도입했다.기존 금융 정보와 함께 통신 이용 패턴, 부동산 시세 등 대안 정보를 활용해 총 49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신용평가의 정밀도를 높였다.케이뱅크 관계자는 “2017년 출범 당시 100% 비대면 금융 혁신에 초점을 맞춘 CSS를 시작으로 지난 2022년 중저신용자 포용을 강화한 모형에 이어 새로운 CSS 3.0을 도입했다”며 “앞으로도 포용금융을 확대하고 건전성과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CSS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04.03 12:16

2분 소요
홈플러스 사태, MBK가 간과한 것들...법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한 까닭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인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듯이, 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며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경영의 본질이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M&A 전략은 종종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며, 특히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이하 LBO) 방식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 LBO 방식은 인수 자금을 차입하여 기업을 인수한 후, 인수된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여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 채권자,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최근 홈플러스 사례는 이러한 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주요 점포를 매각하는 전략을 사용했고 기업의 재무 상태는 악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협력업체,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었다. MBK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투자금 회수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본고에서는 PEF의 일반적인 투자방식과 MBK의 홈플러스 인수구조를 살펴보고 LBO 방식의 법적 문제를 포함하여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살펴본 뒤 향후 사모펀드의 책임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인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투자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PEF일반적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즉, PEF는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여 기업을 인수하고 일정 기간 운영한 후 매각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PEF가 기업을 인수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LBO이다. LBO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기업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PEF가 최소한의 자기자본을 투입하면서도 대규모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다.PEF는 기업 인수 후 다양한 전략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수익을 실현한다. 인수한 기업의 비용 구조를 재검토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프로세스 개선, 기술 도입 등을 활용한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중단하기도 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재배치하며, 부채 구조를 최적화하여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재무구조 개선을 실행한다. 또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업종의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신규 시장에 진출하여 매출기반을 확대기 위한 신규 투자나 M&A를 실행하기도 한다.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은 투자 대상 기업의 특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중 LBO를 활용한 인수 후 대상 기업과의 합병, 그리고 인수를 위한 채무변제를 위해 기업 자산을 매각하는 전략은 일부 사모펀드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PEF는 단기 자본수익 극대화를 위해 차입 인수를 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전략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근로자, 채권자,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MBK의 홈플러스 인수구조PEF의 인수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① 인수를 위해 별도의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② SPC가 차입을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 ③ SPC가 차입한 자금으로 대상 기업을 인수, ④ SPC와 대상 기업을 합병하여 대상기업이 인수금융(차입금)을 부담하도록 설계, ⑤ 기업의 부동산 및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여 인수금융을 상환, ⑥ 경영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 단행 및 기업 가치 상승 후 엑시트. 이러한 방식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MBK는 2015년 총 7.2조 원의 거래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 중 MBK가 직접 투입한 자금은 약 3조 원 수준이었으며, 나머지는 차입 및 기존 부채 승계 방식으로 조달되었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구조는 전형적인 SPC를 활용한 복잡한 LBO 구조였다. MBK는 한국리테일투자 등 3개의 사모펀드를 활용하여 자금을 조성했다. 또한 홈플러스의 자회사였던 홈플러스베이커리를 '홈플러스홀딩스'로 변경하고 이를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설정하고 홈플러스홀딩스가 홈플러스스토어즈(구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 이후 홈플러스스토어즈가 홈플러스 본사를 인수하는 '역인수' 구조를 설계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홈플러스가 SPC(홈플러스홀딩스)의 부채를 떠안는 구조가 완성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사모펀드의 직접적인 책임은 가능한 한 줄이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차입을 받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MBK의 홈플러스 인수 후 기업가치 변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매출과 수익성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인수 전인 2014 회계연도에 약 8조 5682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3 회계연도에 약 6조 9315억 원으로 감소했고, 또한 2021 회계연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총액도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투자 및 전략 부재, 핵심 자산 매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부연하면,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과 이자, 우선주 상환액 등으로 약 6701억 원을 지급했다. 인수 당시 MBK는 약 2조 7000억 원의 인수금융을 활용했으며, 이후 알짜 점포 매각 등을 통해 재무 구조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차입금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으며, 현금 창출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부동산을 매각하여 차입금을 상환하는 전략을 폄에 따라 홈플러스 자산은 2018년 12.6조 원에서 2022년 9.8조 원으로 4년 만에 3조 원이 감소했다. 그런데 이후 홈플러스는 매각한 점포를 다시 임차하는 방식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리스 비용이 증가하였다. 2015년 리스료는 2.303억 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4,604억 원으로 증가해 점포 매각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인수금융 채무상환을 위한 자산매각은 단기적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가 된다. 해외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을 살펴보면, 차입매수를 활용한 인수는 일반적인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의 파산을 들 수 있다. 2005년 KKR, 베인캐피탈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토이저러스를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하였으나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차입매수 후 기업의 부채 부담이 과도해질 경우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수 후 기업 자산을 매각하여 채무를 상환하는 방식은 단기적인 재무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다.국내에서는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와 지원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한 사례도 있다. 예컨대 KKR과 어피니티의 OB맥주 투자는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탁월한 수익 창출과 기업 가치 증진을 동시에 달성한 성공적인 사례이다. 2014년 초 AB인베브는 KKR과 어피니티로부터 OB맥주 지분 100%를 58억 달러에 재인수하였는데 이는 KKR과 어피니티가 2009년 18억 달러에 OB맥주를 인수한 금액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KKR과 어피너티는 약 40억 달러, 한화 약 4조 2,500억 원의 매각 차익을 거두었으며 이는 사모펀드 투자가 어떻게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KKR과 어피너티는 OB맥주 인수 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노후 시설을 교체하여 제품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OB맥주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켰다. 이러한 노력은 OB맥주가 경쟁사인 하이트를 제치고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사모펀드의 투자 전략은 기업의 상황과 시장 환경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특히 차입매수를 활용한 인수 후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우는 전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과 재무 건전성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와 지원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은 긍정적인 투자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합병형 LBO의 배임 이슈 LBO는 그 특성상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많아 법률적으로 많은 쟁점이 발생한다. 특히 LBO 과정에서 피인수회사의 자산이 담보로 제공되거나 합병 후 피인수회사의 자산이 인수자의 채무 변제에 사용되는 경우 회사와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 간의 이익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가 문제된다.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핵심은 '신임관계 위반'이며, 이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판례는 '재산상 손해'를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하며,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담보제공형 LBO의 경우 피인수회사가 '반대급부'를 제공받지 못한 점을 근거로 배임죄를 인정하기도 한다. 합병형 LBO 사례로는 과거 동양그룹이 한일합섬을 인수합병한 사건이 있다. 동양그룹은 SPC인 동양메이저산업을 설립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자금을 대출받아 한일합섬의 주식을 취득한 후, 동양메이저산업과 한일합섬을 차례로 흡수합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일합섬의 현금성 자산이 동양메이저로 이전되었고, 이로 인해 한일합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배임죄 성립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차입매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행위가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인수합병이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서는 합병형 LBO도 담보제공형 LBO와 마찬가지로 피인수회사의 자산이 부당하게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는 피인수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고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그런데 배임죄의 책임 여부는 형사법의 관점에서 배임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통과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면서 설령 배임의 범의가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희석되어 겉으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그런데 회사법적 관점에서, 합병형 LBO로 인수금융 채무를 피인수기업의 채무가 되게 하고 해당 채무 변제를 위해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행위는 채권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사해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결국 대상 기업 인수를 위한 채무를 대상기업의 자산으로 변제하게 하는 것은 대상기업의 가치를 저해시켜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MBK의 홈플러스 사례는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PEF의 투자 방식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차입매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대규모 차입매수를 통한 인수 후 자산 매각이 과도할 경우 채권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또 EU에서는 LBO를 통해 기업이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게 될 경우 이를 제한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를 반영하여 사모펀드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인수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PEF는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책임 있는 투자자로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 송태원 변호사는 경제법 전문가로 현재 법무법인(유한) 해광 파트너 변호사이다. 2007년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여 삼성증권, DB금융투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에서 사내변호사로 자본시장 분쟁, 기업지배구조 이슈를 전담하였다. 또한 기업 법무에 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에서 기업법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2025.03.31 09:00

8분 소요
영어 조기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부동산 교육[김현아의 시티라이프]

부동산 일반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의 그의 저서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1988)를 통해 유치원에서 배운 기본적인 삶의 원칙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와 금융 그리고 부동산을 둘러싼 현실이다. 최근 방영된 한 드라마에서는 강남 조기교육 열풍과 조부모까지 나서 손자녀의 학원 라이딩을 돕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영어라는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을 보며 진짜 어른이 됐을 때 필요한 금융과 경제 교육은 언제 시작되는지 궁금해졌다. 2026년부터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금융과 경제생활’이라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의무교육이 아닌 선택과목일 뿐이다. 이미 금융교육을 의무화한 나라들이 있다. 예컨대 캐나다(2004)‧싱가포르(2012)‧영국(2014)‧미국(2018)‧일본(2022)과 비교하면 한국은 많이 늦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교육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잡은 부동산 리터러시(Real Estate Literacy)이다.금융교육을 넘어선 부동산 리터러시의 필요성부동산 리터러시는 단순한 금융교육의 일부가 아니라, 개인의 주거 안정성과 자산 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교육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단순히 예산관리와 저축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주택금융 신용관리, 임대차 계약 이해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는 금융소비자청(FCAC)이 주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융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 ▲보험 ▲신용 ▲부채 관리 등 부동산과 밀접한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이민자나 저소득층, 노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금융교육도 제공한다. 매년 11월을 ‘금융교육의 달’로 지정하여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금융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적극적인 행보다.미국도 부동산 리터러시 교육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는 1970년대부터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을 대상으로 재정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런 노력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더욱 체계화됐다, 2010년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Act)에 따라 HUD 내에 주택상담실(Office of Housing Counseling, OHC)이 공식 설치됐다. 이 조직은 주택 상담 서비스를 공식화하고 전국의 HUD 승인 상담 기관을 통해 주택 구매자와 임차인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 ▲신용 관리 ▲계약 이해 ▲주거 유지 방안 등을 교육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주택 상담사를 양성해 교육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빼놓지 않고 있다. 상담사들은 ▲주택 구매 과정 ▲재정 관리 ▲임대차 계약 등과 관련된 교육을 수행하며 주택 소유와 임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03년 금융교육위원회(Financial Literacy and Education Commission, FLEC)라는 조직이 구성됐는데 국토안보부‧교육부‧주택도시개발부(HUD) 등 20여 개의 연방 기관이 협력해 국민의 금융 이해를 높이는 데 필요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임차인을 위한 렌터 리터러시의 중요성부동산 리터러시는 단순히 집을 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임차인(렌터)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의 HUD는 ‘세입자 교육 가이드’를 배포하며 임차인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가이드는 임대차 계약서 이해, 주택 유지 보수, 임대인과의 소통 방법 등을 포함하며, 임차인이 주거 불안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특히 미국은 주택을 임차하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임대 계약이 거부되거나 계약 조건이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거 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임차인의 신용 관리 및 계약 이해 능력을 높이는 교육은 필수적이다. 실제로 몇몇 주에서는 임차인 교육을 이수하면 임대 계약이 보다 원활해지는 경우도 있다. 영국도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재무 교육에서 교육을 받은 가구가 자금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저축을 늘리는 행동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한국에서 부동산 리터러시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전세사기’ 피해를 들 수 있다. 2023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은 수많은 청년 세입자들에게 재정적으로 큰 피해를 안겼다. 문제는 단순히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것만이 아니다. 전세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아직도 전세사기는 들어봤어도 정확히 전세제도가 무엇인지 위험요소는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HUG는 피해 예방을 위해 홈페이지에 ‘안심전세포털’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전세사기의 유형과 대처 방안을 안내하고 있지만, 정보 제공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부동산 리터러시의 강화이다.최근 정책평가연구원이 출시한 ‘나라살림 게임’이 흥미롭다. 사용자가 기획재정부 장관이 돼 예산 편성과 정책의 영향을 직접 체험하는 이 게임은, 재정 건전성 문제를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게 돕는다. 만약 이처럼 게임을 활용한 부동산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교육의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영어보다 중요한 교육, 지금부터 시작해야우리는 영어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삶의 기반을 다지는 경제와 금융, 부동산 교육은 소홀히 하고 있다. 오늘날처럼 주거비용과 금융 부담이 큰 사회에서, 부동산 리터러시 교육은 생존을 위한 필수 능력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청년층과 임차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노년층의 부동산 리터러시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다음 편에서는 노년층이 겪는 부동산 리터러시의 문제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다음 편에 계속)

2025.03.29 09:00

4분 소요
트럼프 노믹스 2.0, 의도된 경기둔화인가…속내는? [특파원리포트]

전문가 칼럼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둔화를 의도하는 것은 아닐까?” 월가의 한 트레이더가 최근 기자와 만나 던진 질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협상을 위한 전략일 것이라는 월가의 예상은 빗나갔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월가의 트레이더는 일관성 없는 정책에 고개를 저으며 “이것은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측근조차 그의 경제정책을 정확히 모를 것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은 오직 트럼프만이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고용 둔화와 소비 위축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반 생산성 향상과 기업 실적 호조로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견고하게 버텼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다. 광범위한 관세 부과, 이민 정책 변화, 재정 지출 축소 등이 경제 전반을 흔들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순항하던 美경제에 ‘경고등’…의도적 경기둔화 의심 증폭 미국 경기 둔화를 가리키는 신호도 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거의 3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시간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5~10년간 연평균 물가 상승률을 3.9%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 월(3.5%)보다 0.4%포인트 오른 것이다.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실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고금리로 억눌렀던 물가 상승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소비는 위축될 수 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7.9로 전월(64.7)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비가 둔화하면 경기 위축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순항하던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수장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재집권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보호주의 강화를 강조하며 “약간의 혼란이 있겠지만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단기적인 고통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미국 경제는 과도기(transition)에 있으며,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 침체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배경은 이렇다. 취임 초기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이를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이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경기를 부양하면, 이를 현 정부의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월가 투자은행 스티펄의 브라이언 가드너 수석 정책 담당 전략가는 “경기 침체가 늦게 올수록 현 정부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로 침체가 조기에 발생하면 유권자들은 전임 행정부를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경기 둔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시나리오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금리인하+유가하락=경제성장?…불확실성이 변수경제는 생물과 같다. 경기 침체가 오면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세수가 줄어든다. 이미 급증한 재정 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또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저성장 늪’에 빠질 위험도 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수십 년 동안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0년이 지난 최근에야 성장 궤도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 침체 유도는 정치적·경제적 부담이 크고, 실행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다.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직접적으로 압박한다면 시장에 주는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힌트를 내놨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준의 기준금리인 단기금리가 아니라 10년물 국채금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 규제의 광범위한 완화도 시사하며 일례로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즉 대형은행들의 미 국채 매입을 권고하면서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모기지금리, 대출 금리 등에 영향을 주는 만큼, 베센트 장관 입장에서는 10년물 금리 통제가 훨씬 효율적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카드는 유가 하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시추 규제를 완화해 미국 내 원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금리 인하와 유가 하락이 맞물리면,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금리 인하와 유가 하락은 기업에는 분명 득이 될 것이다.그러나 기업에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처럼 일관성 없는 정책을 계속 내놓는다면, 그가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는 4월2일 각국에 관세·비관세장벽·환율·부가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때쯤이면 그의 관세 정책이 보다 명확해지고 불확실성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뿐만 아니라 자금시장은 그의 ‘상호관세’ 발표가 더욱 큰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불안정한 그의 관세정책이 글로벌 시장의 경계심을 더욱 고조시킬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불확실성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데일리 김상윤 뉴욕특파원 yoon@edaily.co.kr

2025.03.22 09:00

4분 소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유동성 충분한 수준…M&A 규제 더 완화해야”

상호금융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업황의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우려가 커지자 “유동성이 충분한 수준으로 유사시에도 대응 가능한 규모”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을 수용한 정책으로 평가하면서도 시장이 더 개방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오 회장은 21일 서울 마포 저축은행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지난해 하반기 경영실적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오 회장은 업권 실적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과 관련해 “은행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제일 불편한 상황이 생기는 건 뱅크런”이라며 “연체율 때문에 건전성이 나쁜 부실 저축은행으로 인식되고 뱅크런 문제가 생길까 봐 조심스러운데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실제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97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5559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1784억원 감소했다. 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8.52%로 전년(6.55%)보다 1.97%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53%로 전년 말(5.01%) 대비 0.48%포인트 하락했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은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8.02%에서 12.81%로 4.79%포인트 급등했다. 부실채권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66%로 전년 말에 비해 2.91%포인트 상승했다.저축은행의 연체율 악화는 경기회복 지연,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축은행중앙회는 적자 폭 축소에 대해 수신금리 하향 안정화에 따른 이자비용 축소와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말 대비 손실규모가 소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오 회장은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와 관련해 “79개 저축은행 중 30개 저축은행 정도가 개인 오너거나 가족 지분 회사인데, 지금의 상속세 구조하에서는 계속 영위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이같이 밝혔다.금융당국은 전날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저축은행 M&A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구조조정 저축은행 대상은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를 받거나, 검사 결과 재무상태가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해당할 것이 명백한 경우지만, 최근 2년간 분기별 경영실태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부실 PF 대출을 정리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3·4차 PF 정상화펀드’를 조성하고,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올해 하반기 중 저축은행업권의 규제체계를 강화하는 ‘저축은행 발전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오 회장은 “매각 범위를 넓혀주는 등 M&A 규제를 풀어줘 어느 정도 만족한다. 당국 입장에서는 저축은행 대형화, 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해 걱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회가 되면 완전 자율화 요청을 (당국에) 계속 드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중견기업 등에서 저축은행을 사고 싶은 곳이 많고 팔고 싶은 저축은행도 많다”며 “30여개의 저축은행이 개인 오너나 가족 지분 회사인데 지금의 상속세나 증여 등 구조에서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각을 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이어 “당국에서도 많이 수용해줬지만, 매각 시장은 더 확실하게 열어주는 게 능력이 있는 자본으로 교체할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건전성도 높일 방법이기 때문에 좀 더 확대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2025.03.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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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들 “토허제 해제,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

부동산 일반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서 금통위원 다수는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해 우려했다. 18일 한은이 공개한 '2025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타격과 국내 정국 불안에 따른 주요 결정 지연 등으로 인한 내수 부진 장기화에도 최근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한 금통위원은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도호가가 급등했고, 수도권 여타지역에서도 주택가격 선행지표들 간에 엇갈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주택시장이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과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정책대출 증가나 금융여건 완화 등이 주택시장을 추가 자극해 가계대출 등 금융불균형 상황을 다시 악화시킬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이 주택 실수요자와 유동성이 필요한 가계의 자금조달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또 다른 위원은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의 둔화 흐름을 지속했으며 앞으로도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 등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 대한 토허제 해제가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갖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춰잡고, 기준금리를 종전(3.0%)에서 0.25%포인트 낮춘 2.75%로 결정했다. 만장일치다. 2%대 기준금리는 2020년 10월(2.5→3.0%)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2025.03.1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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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리스크’ 부담 덜어낸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시동

증권 일반

대주주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삼성증권이 오랜 숙원 과제인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내부 회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적인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일 수 있다.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기업대출 채권, 부동산금융 등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회사만 운영할 수 있다. 국내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초대형IB 중 삼성증권만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단기금융업 심사에서는 재무요건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도 통과해야 한다.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나선 것은 약 8년만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이미 2017년 발행어음의 인가 기준인 4조원을 충족했다. 하지만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어 삼성증권은 2018년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발생하며 영업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2년간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2020년 9월 검찰이 이 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분식 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대주주 리스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다. 4년 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신규 사업 인허가 및 승인과 관련한 심사제도를 개편하면서, 검찰 기소로 인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1·2심 모두 무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심사를 재개하도록 했다. 대주주 리스크 해소…자기자본 확충 사활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시장 진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최근 2024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IMA사업 진출 계획을 드러냈다. 삼성증권은 “IMA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상향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2027년까지 자기자본 8조원 달성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IMA는 은행 예금처럼 증권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수신한 금액을 투자해 이익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가능하다. 현재 이를 충족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단 2곳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6조9306억원으로 IMA 진출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약 1조원가량 부족한 상태다. 삼성증권이 자본 확충을 위해 우선 발행어음 라이센스 인가에 속도를 내야 하는 배경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MA까지 가려고 하면 사실상 자기자본이 한 1조원정도 더 있어야 된다”며 “IMA는 굉장히 장기적인 프로젝트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초대형 IB 쪽에서 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해 차근차근 스텝을 밟고 있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2025.03.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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