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40

날개 펴는 두산건설, 10년 만에 상반기 매출 1조원 넘어…비결은?

산업 일반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두산건설이 경영권 매각 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두산건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143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5% 증가한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6억원, 당기순이익은 333억원으로 집계됐다.두산건설의 실적 개선이 주목받는 건 그만큼 과거 성적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진 이후 2011년부터 약 10년 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두산그룹이 유상증자‧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기대만큼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두산건설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100% 자회사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결국 두산중공업까지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의 운영자금을 지원받게 되면서 자구안의 일환으로 두산건설을 매각해야 했다. 2021년 11월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경영권을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로 넘기며 두산건설을 계열사에서 제외했다. 더제니스홀딩스는 국내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최대 주주인 투자목적회사다. 2023년 기준 더제니스홀딩스는 두산건설의 지분 52.23%, 두산중공업이 43.36%를 보유하고 있다.최대 주주가 바뀐 이후에도 두산건설의 상황은 한동안 나아지지 않았다. 2021년 1조3986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1조1905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833억원에서 301억원으로 감소했다. 2022년 당기순손실은 2104억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1조7174억원, 영업이익이 6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손실 규모가 77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6개월 동안(2024년1~6월) 매출액 1조1438억원, 영업이익 545억원을 올린 것이다.건설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이 마케팅을 통해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 ‘위브(We’ve)’를 효과적으로 알린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실제 두산건설은 지난해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을 창단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속 선수들을 통해 기업과 브랜드 가치를 홍보하고 소비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올해 들어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계양,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 완판에도 성공했다.두산건설 관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양질의 사업 수주를 통해 성공적인 분양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며 “선순환 구조와 투명경영을 통해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내실 있는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민간 건축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부분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액 기준 국내 사업이 98.3%를 차지했다. 이 중 건축이 86.8%(1조4915억원), 토목은 11.5%(1978억원) 수준이었다. 사실상 국내 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밝히는 등 주택 정책 변화가 건설사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건설산업이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국내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며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2024.08.28 17:00

3분 소요
[속보]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이재명 불구속 기소

정책이슈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22일 재판에 넘겼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측근들을 통해 성남시나 성남도개공의 내부 비밀을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그들이 7086억원을 챙기게 한 혐의도 있다.2013년 11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얻게 한 혐의를 받는다.이 대표는 성남FC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네이버의 뇌물을 기부금으로 포장하도록 한 혐의도 포함됐다.

2023.03.22 11:18

1분 소요
박정원의 두산그룹, 실적 개선으로 부활 신호탄…'재도약' 가능할까

산업 일반

두산그룹이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두산그룹이 지난해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에 성공하면서 부채 상환과 채권단 관리 체제 조기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일시적 반등인지,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성공한 것인지를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산중공업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890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645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기준 1366억원의 영업손실과 8384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매출액은 9조6361억원에서 11조8076억원으로 2조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두산밥캣의 영업이익은 3938억원에서 595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474억원에서 3858억원으로 50% 넘게 뛰었다. 두산중공업은 (주)두산이 39.52%, 두산밥캣은 두산중공업이 51.05%의 지분을 보유한 두산그룹의 핵심 회사들이다. 지난 18일에는 두산중공업이 1조14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 실탄 마련에도 성공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나머지 6500억원가량은 기타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두산그룹은 한 치 앞을 낙관하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수년간 이어진 두산건설의 부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 등 핵심 회사들이 휘청이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두산그룹은 사옥으로 사용하던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매각하고 알짜 계열사 중 하나인 두산솔루스도 6900억원에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지분을 매각해 1조1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통한 현금 확보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3조원의 금융지원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 채권단 지원금 문제 해소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이제는 사업 확장까지 염두에 둔 공격적인 경영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이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텍스나’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감축을 위해 한껏 웅크렸던 두산이 반도체 사업 확장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두산은 22일 공시를 통해 “(테스나 인수와 관련해)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안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업 확장을 고려하는 것을 보면 채권단 관리 졸업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계열사의 실적 개선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채권단 지원금 해결 이외에도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우려할 점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두산중공업의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만 3조7851억원에 달했다.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1년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부진이나 경영 사정 등에 따라 경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잇따른 유상증자로 주가가 출렁이면서 개인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것도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12월, 채무 상환을 위해 1조 212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를 진행했고 이달에도 5000억원의 채무 상환 등을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를 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먼저 시세보다 저렴하게 두산중공업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상증자 시점에 주가는 큰 폭으로 내렸다 오르기를 반복했다. 재생에너지·수소·원자력 사업 등 기존 먹거리와 미래 캐시카우가 될 산업을 탄탄하게 키워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에 대해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주요 신사업은 가스터빈·수소·신재생·차세대 원전 등이 있는데 2026년까지 연평균 약 5조3000억원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영향에 성장 가능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2.22 19:00

3분 소요
두산의 아픈손가락 '두산건설' 사모펀드에 매각된다

건설

두산그룹의 아픈손가락인 두산건설이 투자목적회사인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에 매각된다. 더제니스홀딩스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쿠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최대 주주다. 두산중공업은 19일 지분매각을 통해 두산건설의 경영권을 더제니스홀딩스에 넘기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더제니스홀딩스는 두산건설이 실시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약 2500억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더제니스홀딩스는 두산건설 발행주식 총수의 54%를 확보하는 최다출자자로서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두산건설은 경영권을 넘김으로써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더제니스홀딩스가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두산건설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두산중공업은 기대하고 있다. 가치를 끌어올린 후 이익을 실현하게 되면 자신들이 가진 지분 이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매각 거래를 마무리한 뒤 두산건설을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로 두산그룹이 채권단과 맺은 재무약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계속해서 두산건설의 매각을 요구했다. 두산건설 매각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고, 채권단의 추가 지원 가능성의 차단하기 위해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당장 현금이 유입되지는 않지만, 향후 보다 더 나은 가치로 지분 매각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딜의 구조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2021.11.19 17:40

1분 소요
두산건설, 큐캐피탈 컨소시엄에 팔린다…매각가 4000억원 안팎

건설

두산그룹이 건설 자회사인 두산건설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한다. 이를 통해 두산그룹은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연내 졸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 99.99%를 큐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가는 3000억원 후반에서 4000억원 초중반으로 알려졌다. 큐캐피탈 컨소시엄에는 앵커 투자자인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중심으로 신영증권 PE부문, 유진자산운용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큐캐피탈 파트너스는 국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경영권을 주로 인수하는 운용사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제너시스비비큐(BBQ), 노랑통닭부터 영풍제지, 큐로경기CC, 가공목재 수입 유통업체 케이원 등을 인수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가 건설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최근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두산건설도 실적 개선세를 보여 인수에 나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큐캐피탈파트너스의 투자 성과를 살펴보면 BBQ를 투자한 지 약 2년 만에 내부수익률(IRR) 20%가 넘는 높은 투자회수(엑시트) 성적을 거뒀다. 2019년 1200억원을 투자해 제너시스 비비큐 구주 일부와 제너시스가 발행한 전환사채(EB)를 사들였다. 지난해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코스톤아시아와 함께 7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노랑통닭은 현재 밸류업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큐캐피탈파트너스가 2015년 65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영풍제지도 아직 엑시트 이전이다. 지난 2018년 경영난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큐로경기씨씨도 1510억원에 인수해 올해로 인수 4년 차를 맞고 있다. 큐로경기씨씨는 설비 증설과 대중제 전환 등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작업과 함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골프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지난 2019년 490억원에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가공목재 수입 및 유통회사 케이원, 케이원임산, 케이원목재 세 곳도 인수 2년 차로 엑시트 전 단계다. 코로나19로 수입 목재 공급량은 줄었지만 집꾸미기 열풍에 국내 가구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450억원에 인수한 서울제약도 엑시트 전이다. 이번 두산건설 매각이 이뤄지면 두산그룹은 연내 재무약정 졸업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8월부터 두산그룹에 향후 유동성 위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두산건설 등 우량 자산을 매각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두산건설 매각계획서를 검토한 뒤 연내 조기 졸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산은 등 채권단과 3년 만기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았다. 자구계획안을 통해 자산을 줄줄이 매각하고 남은 채무 잔액은 약 5000억원이다. 두산그룹이 연내 3조원의 자금 상환을 마무리하면 1년 6개월 만에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졸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2021.11.14 13:03

2분 소요
[10년째 미분양,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줄이려 임대 줬는데 ‘독’이 돼 돌아와

분양

임대차3법, 조정대상지역, 취득세 인상에 발 묶여… 할인 분양 올 스톱 두산건설 좌초의 도화선이자 미분양 무덤의 대표작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또 다시 암초에 걸렸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올해 대규모 할인분양으로 반짝 호조를 보이며 미분양 540여 채를 팔고, 대형 평형 60여 채를 남겼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도를 높이자 분양행진이 멈췄다.지금 분양 중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8년 된 헌 집이다. 두산건설과 대한토지신탁이 자금부담을 덜려고 전·월세로 들인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 미분양 물건이다. 세입자의 임대기간 만료시기에 따라 매매·대출·입주·수리 등 분양조건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주택정책이 수차례 바뀐 데다, 가 계약을 해도 훗날 정책이 또 바뀌면 매매조건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인기를 끌던 할인분양이 멈췄다. 매물 예약 선착순 분양 조건으로 받았던 가계약금도 환불할 예정이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발표했지만 세부규정이 없어 분양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해 할인행사를 접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 규제 강화로 누적 미분양 처리에 제동 걸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맞닥트린 고비는 세 가지다. 우선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3법이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으로 이뤄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이 중 세입자가 현행 2년에서 4년(2+2)으로 임대차계약을 연장하도록 보장해준 계약갱신청구권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에 제동을 걸었다. 미분양을 해소하려고 들인 세입자의 거주기간이 늘게 돼 처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세입자 중엔 보증금반환 보증, 관리비·금융이자·가전 무상지원 등 두산건설이 제시했던 임대혜택을 받고 입주한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 2년 전 입주한 이들의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는 2년 뒤인 2022년 여름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수요자 입장에선 부동산경기를 지켜보며 좀 더 저울질 할 여유가 생겼지만, 두산건설은 가계약까지 끌어들였던 미분양 처리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두 번째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있는 고양지역이 6·17부동산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것이다. 삼송·지축 등 신규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한 고양 전역이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는데 7개월 만에 다시 묶였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담보대출금이 절반으로 깎이고, 6개월 안에 이주해야 한다. 다주택자는 대출도 안 된다.세 번째는 취득세 중과 대상을 4주택에서 2주택까지 확대한 7·10대책이다. 기존엔 3주택 이하 취득세는 주택가액에 따라 1~3%를, 4주택 이상은 4%를 적용했다. 하지만 7·10대책으로 주택가액과 상관없이 2주택자는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인상됐다. 이를 적용하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취득세는 2주택자는 약 7000만원, 3주택자는 약 1억원으로 증가한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엔 악조건이 될 수 있다.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그 동안 주변 시세에 비해 집값이 낮고 전세가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3000만~5000만원으로 뛰어드는 갭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시중엔 대규모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분위기였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초저금리 상황과 매수자 대출금을 활용해 미분양을 해소하려 했지만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가계약으로 붙잡았던 가수요까지 놓치게 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고양시 일산서구 경의중앙선 탄현역 초역세권에 있는 총 27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다. 아파트 분양시기를 2006년에 예정했으나 3년이나 지연됐다.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자금 횡령과 정관계 로비 파문으로 부도처리 되고, 두 번째 시행사는 옛 시행사와 소송전을 벌이는 등의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 제니스 시세 8년째 하락세, 상가도 20% 문 닫아 우여곡절 끝에 착공과 함께 2009년 12월에 첫 공개 분양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순위 청약결과 2693가구 모집 평균경쟁률이 0.1대 1이었다. 2순위 청약도 (이하 전용면적) 94, 119, 120, 145B㎡에는 접수자가 없었다.두산건설 측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 등을 미분양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당시 수요자 입장에선 고분양가 논란이 컸다. 59~170㎡ 분양가가 3억1300만~13억6200만원으로 평당(3.3㎡) 1724만~2632만원 수준이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을 넘기 시작한 것이 2016년부터다. 지금은 8월 기준 3.3㎡당 약 2676만 수준이다.두산건설이 공사대금 손실을 끌어안고 2013년에 단지를 완공했지만 미분양 꼬리표가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다. 두산건설은 이를 떨어내려고 온갖 마케팅을 동원했다. 처음엔 초고층·초호화 시설을 뽐내며 ‘일산에 살지 않는다, 제니스에 산다’는 광고로 부유층을 유혹했다. 이와 함께 주변 개발 호재들을 언급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자랑했지만 분양성적은 바닥을 기었다.이후 두산건설은 매매보장·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금 안심대출 등의 혜택을 내걸었다. 공용관리비·대출이자·가전도 무상으로 지원했다. 전세로 먼저 살아보고 구매는 나중에 하라는 것이다. 당시 호응이 좋아 계약인파가 몰렸다. 두산건설은 이 덕에 누적손실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었다.그러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집값은 8년 동안 제자리를 맴돌거나 뒷걸음질이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보면 94㎡는 7층이 2013년 3분기에 5억9558만원이었으나 2020년 3분기에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43층도 같은 기간 6억7276만원에서 6억1500만원으로 하락했다. 대형인 170㎡도 같은 기간 4층이 10억0724만원에서 8억6240만원으로, 37층이 12억5214만원에서 9억7200만원으로 하락 거래됐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145㎡와 170㎡를 각각 28% 30% 할인가에 팔고 있는 이유다.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창릉 등 3기 신도시, 디지털미디어시티 인근 덕은지구, 장항동 등지의 개발사업들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수요를 빼앗아갈 것”이라며 “단지 내 상가도 경기 침체와 코로나 사태로 20% 정도가 문을 닫은 데다 두산건설의 매각까지 추진돼 미분양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10.10 14:21

4분 소요
“알짜도 판다” 경영 정상화 속도 내는 두산

산업 일반

두산솔루스 매각 MOU 더해 두산건설까지 매각 추진 3조원 빚을 진 두산그룹이 자산 매각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그룹은 ‘알짜 자회사’로 불리는 두산솔루스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팔기로 정했다. ㈜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스카이레이크와 체결했다”고 밝혔다.두산그룹은 또 그룹 재무구조 악화 도화선이 됐던 두산건설 매각도 추진하고 나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대우산업개발에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했다. 두산그룹은 앞서 두산중공업의 클럽모우CC를 매각하는데도 성공했다.- 배동주 기자

2020.07.12 08:38

1분 소요
[현금 쥔 건설업계, 기업 쇼핑에 나서다] 건설 경기 확신 못해 M&A로 사업 재편·다각화

건설

리조트·유통·폐기물처리 등 진출… 호반·중흥·IS동서 등 중견건설사 약진 2015년 건설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동부건설·경남기업·남광토건 등 8개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해서다. 이 외에도 6개 건설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은 2008년 시작된 건설경기 침체로 악성 미분양이 쌓이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도급순위 10위권이던 쌍용건설은 두바이투자청(ICD)에, 30위권이던 동양건설산업은 EG건설에 각각 매각됐다. LIG건설도 현승디앤씨에 팔렸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건설사들은 사업을 분할 매각해 긴급자금을 수혈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불과 5년이 지난 2020년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3년간 주택 경기 호황에 막대한 현금을 쥔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쇼핑에 나서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 건설사들은 불황기에 절치부심한 듯 신규 사업 진출에 지갑을 열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M&A에 가장 활발한 것은 중견 건설사다. 대형 건설사 인수 시도를 비롯해, 부동산·유통 등 연관 산업들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호반건설주택을 합병해 2019년 도급순위 10위권에 진입한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그간 ‘무차입 경영’ 등 보수적 경영 기조를 이어왔으나, 지난해부터 레저·미디어·유통·벤처투자 등 어떤 건설사보다도 공격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 호반건설, 교통정리 끝나면 IPO 나설 듯 호반건설은 2018년 리솜리조트를 2500억원에 인수해 호반호텔앤리조트를 계열사로 출범했고, 지난해 SG덕평CC·서서울CC 등을 사들이며 레저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이 밖에도 제주 중문 퍼시픽랜드와 스카이밸리CC·하와이 와이켈레CC 등을 보유하고 있다.호반베르디움의 경우 지난해 사명을 호반프라퍼티로 변경하고 유통업계에 뛰어들었다.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를 사들여 농산물 유통 사업에도 진출했다. 호반프라퍼티는 금 유통 전문기업 ‘삼성금거래소’도 사들였다. 2011년 광주방송(KBC) 인수에 이어 지난해 포스코가 소유한 서울신문 지분 19.4%를 사들여 3대 주주가 됐다. 포스코 소유의 한국경제 지분 0.15%도 매입했다. 지난해엔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플랜에이치벤처스’도 설립했다. 2015년 우방이엔씨, 2016년 울트라건설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이 본격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호반건설은 2018년 자신보다 10배나 큰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2019년 말에는 M&A 전문가 최승남 대표를 선임해 건설산업보다는 신규사업 확대에 무게추가 기울었음을 드러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 2조4836억원(연결기준)로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217억원에 달했다. 유동자산도 2조8960억원에 달해 기업 인수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호반건설의 이런 행보는 경영권 승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 대헌씨는 호반건설, 차남 민성씨는 호반산업, 장녀 윤혜씨는 호반프라퍼티의 최대 주주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계열사 일감 처리 등 교통정리가 끝나는 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전망이다.반도건설은 최근 경영권 분쟁에 빠진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며 항공업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건설은 KCGI·조현아와 손잡고 3자 연합을 구축해 한진칼 지분 45.23%를 확보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지분 41.30%를 크게 앞선다. 반도건설의 최초 지분율은 10%에 못 미쳤으나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단독으로 19.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도건설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전제로 연합에 참여했으나, 경영공시에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 참여’로 신고해 여지를 남겼다.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항공산업 불황으로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의 인수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그간 꾸준히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업에 진출했고, 지난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와 리조트회사 오크밸리도 인수했다.중흥건설도 적극적 M&A 행보로 주목 받고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3년 안에 4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을 인수, 재계 20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호남지역 건설사인 중흥건설은 지방건설사라는 인식 때문에 그간 대규모 정비사업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두산건설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중흥토건·중흥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00억원, 유동자산은 3조3000억원으로 평택·서산 도시개발 사업으로 2조7000억원 정도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건설사들은 또 폐기물 처리 업체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견건설업체 아이에스(IS)동서는 올 상반기 M&A 최대어로 꼽히던 폐기물업체 코엔텍 인수에 성공했다. 코엔텍은 폐기물 매립과 소각, 열 판매 등을 하는 폐기물처리업체다. 하루 평균 매립처리량 344톤, 소각처리량은 488톤으로 SKC·SK에너지·롯데케미칼·현대자동차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 711억원, 영업이익 284억원을 나타냈다.폐기물처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일부 수익성을 보장받는 사업이다.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건설사들로써는 진출 유인이 많다. 특히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폐기물 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수전에 태영건설·호반건설 등 건설사를 중심으로 10개 회사가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태영건설도 자회사 TSK코퍼레이션을 통해 폐기물 처리업체 프리텍 등을 인수했다. 베트남 최대 환경기업 ‘비와세(BIWASE)’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동남아와 중국 진출을 모색 중이다. ━ 저성장기엔 전통 건설사 불리, 관리회사 부상할 듯 GS건설이 플랜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영국 철골 건축 기업 엘리먼츠 등을 인수하며 모듈러 주택 시장에 나서는 등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GS건설은 모든 부채를 일시에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보유한 순현금이 많다.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한 시행사 대표는 “앞으로 건설 경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풍부한 자금력으로 바탕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제가 고도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신규 건축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건설 경기는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대형 건설사가 잇달아 도산하고, 147년 역사의 타이세이건설의 사세도 쪼그라들었다. 이에 반해 리모델링과 사업개발, 금융 등에 초점을 맞춘 미쓰이부동산이 일본을 대표하는 건설회사로 떠올랐다.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고층 건물의 경우 새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의 수익률이 높으며, 1인가구 증가, 인구감소 등의 인구 환경적 변화로 대규모 건설 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그간 국내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에 몰입해 연구개발(R&D) 등 혁신 투자가 부족했다. 이런 경쟁력 부족을 M&A 등을 통해 보완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6.20 16:19

5분 소요
[두산, 중앙대 운영 포기 ‘만지작’] “12년새 상황 변했다” 연 100억원 지원도 막막

산업 일반

학교법인 운영할 기업 찾아 나서... 대학 내부 “경쟁력 오히려 강화될 것” 평가도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려 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2008년 학교법인 중앙대 운영에 나섰지만, 12년이 흐른 현재 그룹 상황이 전과 같지 않아서다. 소비재 중심에서 ‘중후장대형’ 사업 구조로 개편한 2008년 재계 서열 10위권까지 올라섰던 두산그룹은 지난해 재계 15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두산건설 실적 부진에 두산중공업 재무 구조마저 악화하고 있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당장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도 없다”며 “사회공헌도 기업이 살아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두산그룹은 이미 학교법인 중앙대 운영을 맡을 기업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사립대학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중앙대가 학교법인 이사회에 참여할 기업을 찾아다니고 있다”면서 “대학사회에선 두산그룹의 ‘중앙대 매각설’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방효원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 역시 “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2007년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두산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등을 찾아가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회 참여를 권유한 지 13년 만에 또다시 중앙대의 기업 찾기가 시작된 셈이다. ━ 두산, 중앙대 포기시 연 200억원 현금 확보 전망 두산그룹 재무 위기가 중앙대 운영 포기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두산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작한 두산건설 실적 부진이 지난해 두산중공업 재무 위기로 옮겨붙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중앙대 운영을 맡자마자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올해 만기를 앞둔 두산중공업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조차 없는 두산그룹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중앙대 운영 포기 타진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채권단이 1조원 자금을 지원하며 “현금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자구안에 포함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에서 손을 뗄 경우 우선 연간 약 2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이 학교법인 중앙대에 지난 2008년 이후 2018년까지 10년간 연평균 205억원 상당 기부금을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총 2046억원 규모다. 중앙대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적게는 약 100억원, 많게는 약 400억원씩 기부금을 출연했다. 지난 2015년부터 최근 3년간은 약 100억원씩 기부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두산 외 4개 계열사가 100억원을 냈다”고 말했다.두산그룹은 중앙대 운영권 이전으로 기부금 보전 외에 추가 수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거래는 흔히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 이사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는데, 두산그룹은 이사진 교체의 대가로 그동안 중앙대에 납입한 기부금 2300억원 상당의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5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할 당시도 두산그룹은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장을 맡았던 김희수 전 이사장의 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김 전 이사장이 중앙대에 출연한 기부금 1116억원에 이자(7.5%)를 더한 금액이 1200억원이었다. 두산그룹 기부금에 이자를 더할 경우 약 2300억원이 된다.그러나 실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대 운영권을 갖겠다는 기업이 나와야 거래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중앙대 운영에 나서도 거래 대금 2300억원을 고스란히 두산그룹이 챙길 수도 없다. 두산그룹이 학교법인 중앙대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법인 운영권만을 갖고 있어서다. 결국 새로 운영을 맡는 기업은 두산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두산연강재단에 2300억원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산연강재단은 운용 수익의 70%를 사회공헌에 써야 하는 공익 재단이다. 이 경우 두산그룹이 활용할 수 있는 돈은 2300억원의 이자 중 70%를 제한 약 11억원(연간)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중앙대 운영 포기로 얻을 실익보다는 100억원, 11억원의 현금이라도 최대한 새지 않게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2008년 중앙대 인수 이후 늘어난 건물과 올라간 땅값은 두산그룹의 효익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제2항에서 ‘학교교육에 사용되는 학교법인 재산은 매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서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은 근본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다”라면서 “두산그룹의 중앙대 매각설은 사실 매각이 아니라 운영 포기 혹은 운영 양도가 맞다”고 말했다.한편 중앙대 내부에선 두산그룹의 중앙대 운영 포기 타진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이 학교 경쟁력 강화보다 그룹 위기 개선의 방편으로 중앙대를 활용했다는 평가에서다. 실제 두산그룹은 2008년 두산건설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위기에 빠지자 중앙대 일감을 두산건설에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교육부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대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대형 공사 8건, 총 2457억원 규모를 수의계약으로 두산건설에 몰아줬다. 두산그룹이 같은 기간 낸 기여금보다 400억원 넘게 많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두산이 중앙대에 해준 것보다 중앙대에서 챙겨간 게 훨씬 많다”면서 “학교법인 운영 포기 타진 배경엔 일감 확보 등이 어려워진 탓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토로했다. ━ “두산 없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 목소리도 두산그룹은 중앙대와 수의계약으로 두산건설 일감을 챙기고도 대학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법인은 대학 캠퍼스와 부속병원 내 식당·매점·문구점·서점 등을 임대해 주고받는 보증금 및 임대료를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 수입으로 처리했고, 교직원을 고용한 ‘사업주’로서 내야 할 돈인 법정부담금은 교비회계로 처리했다. 2018년 기준 중앙대학교법인이 법정부담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82억4900만원 수준으로 전체의 67.5%에 머물렀다. 나머지 32.5%는 학생들로부터 받는 등록금 수입 등으로 이뤄진 교비회계로 충당했다는 뜻이다.실제 학교법인 중앙대의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기업이 학교 법인을 운영하지 않는 서울 내 주요 사립대보다는 높았지만, 성균관대에 비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앙대와 함께 기업(삼성그룹)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대학인 성균관대는 2018년 학교법인이 100% 법정부담금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 한 교수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운영하면서 대학 경쟁력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렇지도 않다”면서 “건설 지원으로 중앙대의 부채는 치솟았고 학생들의 등록금이 빚을 갚는 데 쓰였다. 두산이 없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홍보팀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운영 포기 타진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0.04.25 09:21

5분 소요
[124년 두산, 흔들리는 가족 경영] 사업조정·지배구조개편, 두산가(家) 4세들 운명 좌우

산업 일반

얽히고설킨 가족 경영, 순탄해 보이는 승계 속 불안요소 잠재 두산그룹은 2016년 박정원 회장이 취임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승직 창업자가 1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이 2세, 고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그 형제들이 3세 경영인이다. 그리고 2016년 박정원 회장이 취임했다. 그는 4세 경영자로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회장직 승계에서 보듯 두산그룹은 ‘장자 상속’과 ‘형제 승계’ 방식으로 운영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승계 방식과 비슷한 구조다. 장자를 중심으로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수장에 오른 뒤, 한 세대가 끝나면 그다음 세대로 바통을 넘기는 식이다. 고 박용곤 명예회장, 고 박용오 전 회장,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형제 사이로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두산가(家) 3세인 이들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34년간 순서대로 두산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 엇비슷한 지분, 존속가능 기업은 누구 몫? 순탄한 형제 상속이 이뤄지며 두산그룹은 형제간 화합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주목한다. 2005년, 3세 형제들의 갈등이 극에 달해 검찰 조사까지 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형제의 난’이다. 자리에서 물러난 박용오 회장이 형제들의 비자금 조성을 폭로했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검찰조사를 받았고, 박용오 회장과 그의 자녀들은 경영에서 배제됐다. 박용오 회장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갈등이 격화되면 결국 손해’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3세들의 형제 상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분석이다.문제는 이런 갈등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4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두산은 다시 ‘형제 상속’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매끄러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회장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후보가 늘었다는 점은 가장 큰 불안 요소다. 두산그룹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는 4세들은 10명에 달한다. 3세들은 친형제 사이였지만, 4세들은 사촌지간이다. 박용곤 회장의 자녀 가운데서는 박정원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겸 두산중공업 회장, 박혜원 오리콤 총괄부회장이 있다.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 아들인 박진원 네오플럭스 부회장, 박석원 ㈜두산 부사장이 활동 중이고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과 차남 박형원 두산밥캣 부사장, 삼남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도 있다. 박용만 회장의 아들 박서원 ㈜두산 전무 겸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모두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의사결정자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두산의 3, 4세들은 지주회사 격인 ㈜두산의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그런데 이들이 보유한 두산 지분이 엇비슷하다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권을 놓고 싸움이 벌어지면 파벌이 생길 수 있다. 한진그룹에서 경영권 다툼을 벌인 조현아, 조원태 남매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두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두산 지분율을 보면 이런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박정원 회장(7.41%)과 그의 형제들이 보유한 두산 지분율 합은 14.81%다.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3.48%)과 그의 아들들이 보유한 지분은 10.1%,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3.44%)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10.12%.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4.26%)을 비롯한 그 가족의 지분율은 9.85% 수준이다. 4형제 일가가 가진 지분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두산그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업 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이 예고된다. 존속 가능한 기업과 정리 또는 합병될 기업이 결정된다. 여기서 두산 4세들의 역할과 향후 거취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 준비된 두산의 총수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에서 ‘준비된 회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장손이면서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총수직에 오르기까지 30년 넘도록 경영수업을 받았다. 두산산업, 동양맥주, 두산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다.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취임해 상사 BG(사업부)를 맡으면서 ‘승부사’라는 호평도 받았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성 위주로 정리해 이듬해 매출을 30%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정하고 국내 업체인 퓨어셀파워와 미국 연료전지 원천기술 업체인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사업을 키우기도 했다.2009년 두산건설 회장직에 오르며 두산가의 4세 가운데 처음 회장이 됐다. 두산의 등기임원으로 활동하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경영을 총괄했고 이후 박용만 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해 오너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 구단주로 활동하며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그러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알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9년 두산건설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총지휘했지만, 두산건설은 2013년 미분양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두산건설은 적자에 허덕이다 상장폐지의 쓴맛을 봤다. 2016년 두산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실적 부진 개선, 미래먹거리 사업 개발이란 과제를 안았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박정원 회장에겐 또다시 위기 극복의 과제가 맡겨졌다. 과거 두산인프라코어의 혁신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룹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던 박 회장이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 그룹 서열 2위 두산중공업 위기에 ‘책임론’ 부상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중공업 회장은 그룹 내 서열 2위로 평가 받는다. 차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다는 뜻이다. 부회장이란 직책은 물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두산그룹이 오랜 기간 형제 상속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의미한 평가는 아니다.박 부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가스터빈 사업을 확대하는 부분에서 좋은 평가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세계 5번째 가스터빈 독자모델 보유국이 됐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그의 안목에 가산점이 됐다.그러나 두산그룹 위기의 핵심이 두산중공업에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2001년 두산중공업 기획조정실장 부사장, 2007년 두산중공업 사장, 2008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6부터는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두산중공업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책임자 중 한 사람이란 뜻이다. 그는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사업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확실한 캐시카우를 찾지 못했다. 적자행진을 거듭하던 두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가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까지 악화하는 실책을 저질렀다.지난 4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참여연대·민주노총·전국금속노조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중공업 경영진이 합리적 근거 없이 두산건설을 지원했다며 배임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현재 두산중공업이 안고 있는 부채만 약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조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경영정상화가 안 되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 형제상속 후보 위기 속 두산메카텍 역할 주목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은 두산가(家) 4세 가운데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다음으로 두산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19년 12월 기준 박진원 부회장이 보유한 두산 지분은 3.64%다. 두산 3세 경영진들이 순서대로 회장직을 역임했던 것을 고려하면 다음 차례가 박진원 부회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메카텍이 흔들리는 두산그룹의 지원카드로 쓰이는 상황도 박지원 부회장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두산메카텍은 정유, 가스, 석유화학 플랜트의 화공장치를 제작하는 업체다. 두산 계열사 가운데 수익을 내는 알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이 흔들릴 때마다 재무구조가 나빠진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활용됐다. 두산중공업 자회사였던 두산메카텍은 두산건설과 ㈜두산에 흡수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현물출자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두산메카텍 흡수를 계기로 두산중공업이 살아날 수 있다면 박진원 부회장의 입지도 탄탄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이 단기적으로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추후 두산메카텍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산메카텍의 지난해 매출을 약 3118억원, 영업이익 184억원 가량으로 추산한다. 기업 실사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두산메카텍의 기업가치를 계산하면 2000억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두산 살리기에서 두산메카텍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 ‘두산 분석’으로 박사 학위 두산건설 상폐 책임 못 벗어나 박태원 부회장은 주로 두산건설에서 경력을 쌓은 건설통이다. 2006년 두산산업개발 상무, 2008년 두산건설 전무, 2014년 두산건설 사장을 역임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선 경력보다 가문의 후광을 업은 초고속 승진이라는 평도 있었다. 두산건설의 부실이 두산그룹의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점에서 박 부회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가 가라앉는 등 시장 상황이 나쁘기는 했지만, 박 부회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할인분양과 장기 미착공 사업장에서 발생한 금융비용 적채로 회사의 부실이 커졌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2009년 두산건설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주상복합 아파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사업 실패는 뼈아프게 다가왔다. 2700가구 대단지 미분양 사태에 두산건설이 흔들렸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두산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두산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었다. 두산건설은 2011년 이후 한 번도 당기순익을 내지 못했다. 10년의 적자를 본 끝에 지난해 상장 폐지됐다.박 부회장은 경영보다 다른 분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두산 사례 연구’로 프랑스의 케지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 재벌가 일원이 집안에서 경영하는 기업의 사례를 논문으로 써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속된 성공 신화로 근거 없는 자만심이 가득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며 두산이 어려워진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그가 보유한 두산 지분율은 2.70%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0.04.11 11:38

7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