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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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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돔, 유럽법인 설립 통해 유럽 기후테크 시장 본격 진출

산업 일반

탄소배출 데이터 관리 전문 기업 글래스돔이 독일 뮌헨에 유럽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글래스돔은 제조업체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물론, 이를 모니터링 및 리포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글로벌 환경규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기후테크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유럽은 전 세계 탄소 규제 정책의 중심지로 꼽히는 지역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에서 배출량 관리 요구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관련 규제를 통해 전기차 및 충전식 산업용 배터리의 탄소 발자국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취합하도록 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부터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부품 단위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글로벌 인증을 획득해야 하는 상황이다.글래스돔이 제공하는 제품탄소발자국(PCF) 솔루션은 다양한 기계와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국제 표준 ‘ISO 14067’ 검증을 획득해 기업들이 글로벌 인증 절차를 보다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 강점이다.현재 글래스돔의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제3자 인증 서비스는 ▲롯데인프라셀 ▲조일알미늄 ▲SKIET ▲LG전자 VS사업본부 ▲신성오토텍 ▲MEMC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도입해 활용 중이다.아울러,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지멘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서 제품 탄소발자국을 산출하고,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카테나-X’(Catena-X)와의 상호운용성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는 “유럽법인 설립은 현지 자동차, 배터리, 전기전자 제조업체들이 강화되는 EU 탄소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한국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유럽 제조업체들에게도 탄소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5.03.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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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발자국은 ‘기업의 경쟁력’...탄소 문맹 韓, 구원투수로 나선다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시간이 없다. ‘탄소 규제’를 위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정작 국내 기업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의 53%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조차 곤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탄소 문맹’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ESG 수출규제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지목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EU)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대해 EU 배출권거래제(EU-ETS)와 동등한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2023년 10월부터 6개 품목(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 중인데, 오는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CBAM은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업계는 향후 ▲석유․화학 ▲플라스틱 등 대상 품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대응 수준이다. ESG 수출규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과 대응 수준은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주요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 및 대응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ESG 수출규제 인식 수준’은 ▲대기업 55점 ▲중견기업 42점 ▲중소기업 40점으로 나타났다. ‘대응 수준’도 ▲대기업 43점 ▲중견기업 36점 ▲중소기업 31점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대응 노력도 부족한 셈이다.탈탄소를 향한 글로벌 규제는 계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다. 정작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제품 공급망에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정확한 ‘탄소 발자국’(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의 총량) 수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글래스돔코리아(대표 함진기)는 우리나라의 ‘탄소발자국 구원투수’로 통한다. 세계 최초 LRQA 인증 획득초기 글래스돔은 제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를 주된 과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글래스돔의 기술력은 괄목할만하다. 글래스돔은 국제 공인 인증기관 로이드인증원(LRQA)으로부터 제품 탄소발자국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67’ 검증을 획득했다. 이는 세계 최초다.LRQA는 국제 공인 인증기관이자 EU에서 인정한 EU-ETS 검증기관이다. LRQA는 EU지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제품탄소발자국 보고서의 검증을 수행한다. 또 국제 표준 준수 여부를 따져 검증 보고서를 발행한다.‘ISO 14067 검증’은 LCA(전 과정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40’과 ‘ISO 14044’를 기반으로 정의된 제품탄소발자국 계산법과 보고방식에 따라 기업을 평가한다. 해당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ISO 14067 검증’이 주어질 만큼 국제적인 검증이다.업계에 따르면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 글로벌 인증 비용은 1회 당 수천만원 가량이 든다. 또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ISO의 기준으로 계산이 됐는지, 해당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도출이 됐는지 등 세부적인 평가를 거친다. 이는 기업들의 지불 비용으로 환산된다.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는 결국 제 3자 검증을 받아야한다. 제 3자 검증은 주로 글로벌 인증기관이 수행하는데, 해당 기관들이 보증하는 인증용 보고서가 있어야 믿을 수 있는 수치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탄소 발자국에 대한 글로벌 인증 기관의 인증이 없으면 결국 무용 지물이다. 글래스돔은 LRQA에게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자체를 인증받았다. 이를 통해 심사원들은 글래스돔의 솔루션이 적용된 기업들의 데이터 60~70%가량을 온라인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즉, 나머지 30~40% 정도만 확인하면 일련의 인증 과정이 끝나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솔루션의 가장 큰 특징은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다. 일반적인 탄소발자국 데이터 수집 솔루션의 경우 각 설비 및 계측기에 ‘유선 배선 공사’를 실시한 뒤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반해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은 별도의 유선 배송 공사가 필요 없다. 또 클라우드 기반 응용 프로그램(SaaS) 기반으로 개발된 솔루션은 ISO 국제 표준에 맞춰 제조 공정 과정의 탄소배출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리포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글래스돔의 설명이다.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을 측정을 위한 비용절감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게도 중요하다. 탄소 측정을 위해 수개의 계측기를 설치하는 행위는 비용적인 문제에서 불리하다”며 “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계측기의 경우 별도의 유선 배선 공사 없이 데이터 정보가 전달돼 저비용으로 빠르고 탄소 배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소요 비용을 최적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의 생산라인에 한번 계측기를 설치할 경우, 라인이 바뀌거나 사용되는 원재료가 더 들어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외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탄소발자국은 곧 ‘기업의 경쟁력’문제는 기업의 대응 역량이다. 대기업의 경우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탄소배출량 관리를 추진 중이다. 다만, ‘n차 협력업체’ 밑으로 내려갈수록 데이터 확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탄소 관리체계 관련 인력과 시스템이 미비해 원청업체의 요구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함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협력사들에 탄소배출량 관리와 관련된 지시사항을 내린다”며 “만약 협력사들이 지시 사항과 관련된 실행 계획이 없으면 사업에 아예 넣어주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국내 대기업 제조사의 경우 탄소 발자국 데이터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데이터도 정확히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협력사들의 데이터 계산이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산 양식에 맞춰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글로벌 공식 인증 기관의 기준이 아닌, 대기업의 편의에 맞춘 계산 방식으로 탄소발자국을 집계할 경우 데이터의 정확도를 누구도 보증할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탄소발자국의 핵심은 ‘데이터의 정확도’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탄소 발자국 관리 능력이 업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제품의 원가 및 품질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이 납품하는 탄소발자국 수치 데이터의 정확도도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 협력사를 선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탈탄소의 종착역은 ‘DPP’글래스돔은 글로벌 탈탄소 움직임의 종착역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DPP)를 지목했다. DPP는 제품의 원산지와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EU는 오는 2026년부터 DPP를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함 대표는 “디지털 제품 여권에는 제품 하나를 생산할 때 원재료부터 최종 조립 단계까지 총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했는지 수치가 포함돼야 한다. 이밖에 재활용 비율 및 원산지 이력 정보도 제공하는데, 내년 하반기 가장 먼저 시작될 EU 배터리법을 시작으로 나머지 규제의 방향성도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탈탄소 규제에 발맞추기 위해 우선 관련 지원 사업들이 많이 나와야한다”며 “비용적인 문제를 포함해 탈탄소 규제 관련된 정보를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있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탈탄소 규제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도록 세미나 및 홍보 자료를 꾸준히 배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첨언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탈탄소 규제와 관련된 정보를 모르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다수”라고 우려했다.

2024.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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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돔, ‘글로벌배터리연합 디지털 배터리 여권 프로젝트’ 주관사 선정

산업 일반

탄소배출 데이터관리 솔루션 기업인 글래스돔코리아는 글로벌배터리연합(GBA: Global Battery Alliance)의 승인을 받아 ‘디지털 배터리 여권 프로젝트’ 주관사로 선정되었다고 21일 밝혔다. 글래스돔코리아는 삼성SDI탄소배출 데이터관리 솔루션 기업인 글래스돔코리아(대표 함진기)는 글로벌배터리연합(GBA: Global Battery Alliance)의 승인을 받아 ‘디지털 배터리 여권 프로젝트’ 주관사로 선정되었다고 21일 밝혔다. 글래스돔코리아는 삼성SDI,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에코프로, 롯데인프라셀 등 총 13개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EU 디지털 배터리 여권(Digital Battery Passport)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배터리연합(GBA)은 2017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배터리 생산업체·원자재 채굴 기업·에너지 기업· 정부기관 등이 협력하여 설립되었다. 2050년까지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배터리 여권’ 개념을 제안했다. 디지털 배터리 여권은 EU 내 유통되는 2kWh 이상의 전기차 및 산업용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 정보와 지속 가능성 정보를 추적 및 관리하여 디지털 여권 형태로 제공하는 제도로 2027년 2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 및 협력사는 배터리 제품 탄소발자국·재활용 원료 비율·원산지 이력 등의 핵심 데이터를 취합·관리해야 한다. 글래스돔은 리얼 데이터에 기반하여 제품의 탄소발자국 생애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제품탄소발자국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환경규제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제조 공정 과정의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모니터링·리포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또한, 글래스돔은 올해 3월 로이드인증원(LRQA)으로부터 제품탄소발자국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14067을 획득했다. 기업이 글래스돔의 제품탄소발자국 솔루션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측정∙보고하면, ISO 14067 국제 표준을 준수한 결과를 얻게 되어 검증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글래스돔 주관 컨소시엄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배터리 제조 전 주기(Life Cycle)에 걸쳐 리얼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한 제품 탄소발자국을 도출할 예정이며, 제조사 및 협력사 간 데이터 보안에 입각한 데이터 전송 호환 체계도 선보일 예정이다.컨소시엄은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에코프로(양극재)·SK넥실리스(동박)·롯데인프라셀과 조일알미늄(알미늄박)·인지컨트롤스·SK테스·피엠그로우·호주배터리연구센터(Future Battery Industries Cooperative Research Centre)·한국배터리산업협회·SK C&C 총 13개사로 구성됐다.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는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촉진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는 제품의 탄소발자국, 재활용 비율 등을 포함한 환경영향 정보를 공개하고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한 법적조치가 가파르게 강화되고 있다”며 “글래스돔은 상용화된 탄소규제 대응 솔루션을 고객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국내 대기업 제조사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협력사들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05.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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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폰에 '온라인 쓰레기'가?…기업들 '디지털 탄소' 줄이기 나서

IT 일반

# 취업준비생 노희성씨(25)는 얼마 전 자신의 메일함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년도 더 지난 첨부파일들이 메일함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과학실험을 위해 첨부한 보고서, 대입을 위해 수십번 수정한 자기소개서 등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흔적들이 그대로 메일함에서 발견했다. 일시적인 저장창구로 활용됐을 뿐인 메일함에서 불필요한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확산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만큼 흡수를 늘려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그 중심이다. 그동안 탄소중립 캠페인은 폐플라스틱, 비닐 등 ‘오프라인’에 한정된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데이터가 오가는 온라인에서도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를 지표로 나타낸 것이 바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탄소 배출량,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사람의 디지털 기기 활동 흔적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징화한 개념이다. 디지털 탄소가 발생하는 과정은 이메일, 전화 통화,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일상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 한 개의 이메일을 전송하는데 4g, 전화 통화 1분에 3.6g, 동영상을 10분 시청하는데 1g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정리 안 된 메일함 서버 유지를 위해 연간 17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33억 kWh의 전기가 낭비되는 현황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전체 탄소발자국에서 디지털 탄소발자국 비중은 약 1%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18년에는 수치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2040년에는 1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일상에서 ‘디지털 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탄소 배출이 이뤄진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대중에게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포탈에서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공익을 위해 디지털 탄소발자국 공론화에 힘써야 한다. 담배의 해로움을 명시토록 한 광고와 비슷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러 기관, 기업에서 디지털 탄소 감축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야놀자’는 메일함을 정리한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선물을 지급하는 ‘디지털 탄소 감축 캠페인’을 진행했다. 제주관광공사 역시 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 지우기의 날'을 지정해, 불필요한 메일과 파일을 삭제하도록 유도했다.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도 친환경챌린지를 진행해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문 교수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메일을 통해 탄소 배출 완화에 접근하는 방식은 바람직하다”며 “시민단체 등 다양한 종류의 단체가 주축이 돼 캠페인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2022.10.12 16:54

2분 소요
MaaS 생태계 성장 위해 지자체와 민간 협력 고민해야 [인사이트&뷰]

IT 일반

필자는 미국에서 유학생활과 회사생활을 했었다. 우스갯소리로 우유 하나 사러갈 때도 차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이동에 있어 자동차는 필수였다. 운전면허가 없는 경우에는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번갈아가며 라이드(동승)를 부탁해야 했고, 서로의 일정과 목적지를 맞추는 게 무척 불편했다. 콜택시도 있었지만 배차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하루 100km 이상 왕복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에서 비용이 큰 부담이었다. 그렇기에 미국 생활에 있어 자동차의 소유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루는 회사 회식을 하고 모두 주차장으로 이동하는데 한 동료가 식당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택시를 기다린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승용차에 돈을 내고 탑승하는 모습을 봤다. 우버(Uber)의 등장이었다. 앱을 통해 호출도 간편하게 할 수 있고, 요금도 택시 대비 30~50% 저렴해서 장거리 이동에도 부담이 없었다.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짚어낸 우버는 2010년 출시 이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소유의 시대를 넘어 온디맨드 형태의 공유의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이후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전통적 이동수단인 대중교통, 택시, 기차뿐만 아니라 공유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이동을 위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해진 교통수단은 오히려 사용자에게 최적 경로 선택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게 됐다. 경유지마다 교통수단별 앱들을 각각 실행하여 경로 검색, 가격 비교, 결제를 해야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관리의 폭도 넓어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핀란드의 윔(Whim)이 등장했다. 헬싱키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모빌리티 스타트업 마스글로벌(MaaS Global)이 “The Netflix of Transportation”을 표방하며 출시한 서비스다. 윔은 분산되어 운영되는 이동 수단을 통합하고, 실시간 도로상황, 날씨, 비용까지 고려된 맞춤형 길 찾기와 월 구독형 무제한 교통비 결제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윔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소유와 공유의 시대를 지나 통합의 시대로 진화한 것이다. 윔이 주도하고 있는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는 흔히 MaaS(Mobility as a Service)라 불린다. MaaS의 개념이 생소하다면 AI 이동 비서로 이해해도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가야한다면 대중교통부터 시작해서 비행기, KTX, 고속버스, 선박 등 이동을 위한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경유지마다 여러 앱을 번갈아가며 사용해야 되고 결제도 각각 진행해야 한다. 분산되어 있다보니 환승 할인이나 마일리지 교환 등의 금전적인 혜택은 생각할 수도 없다. ━ 태동 단계 국내 MaaS 시장...최적화된 인프라 활용해야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AI 이동 비서 MaaS이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통합한 MaaS는 제주도라는 목적지만 입력한다면 사용자에게 가장 빠르고 저렴한 이동 경로를 실시간 추천한다. 예약 및 결제도 앱 하나로 가능하다. 또한 월 구독형 무제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제공하고, 해외 이동 시 모빌리티 로밍 서비스도 가능하다. 마치 비서처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목적지까지 끊김없고 편리한 이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MaaS Alliance에 따르면 MaaS의 고도화 단계는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레벨1 정보의 통합, 레벨2 검색·예약·결제의 통합, 레벨3 구독 기반의 서비스 통합, 레벨4 정책의 통합이다. 상용화를 넘어 대규모 투자유치로 사업을 확장 중인 핀란드 윔, 스웨던 유비고, 독일 킥시트 등 글로벌 MaaS 기업은 대부분 레벨3에 포진되어 있다. 단일 플랫폼 내에서 이동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고 있고, 국가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 MaaS 시장은 아직 태동 단계이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쏘카 등 국내 IT 대기업과 필자가 설립한 회사를 포함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이제 막 레벨2를 벗어나 레벨3로 진입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고, 동종업계를 넘어 이종간 합종연횡으로 시너지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MaaS를 향한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시프트는 계속 진행 중이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 늦은 출발이지만 대한민국처럼 MaaS에 최적화된 나라도 없다고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 결제 및 환승 시스템,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와 퍼스널 모빌리티, 초고속 통신망,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 촘촘한 도로 등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러한 장점을 살려 MaaS와 관련된 다양한 R&D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 등이 대표적이고, 대구, 대전과 같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인 MaaS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T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도 일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제는 윔의 성공모델을 내재화하여 국내 MaaS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역할을 명확히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의 스탠스가 중요하다. 윔이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핀란드 정부와 헬싱키시의 적극적인 혁신 의지 덕분이었다. 윔과 같은 MaaS 기업의 성장을 위해 국가적 11가지 디지털 혁신과제에 MaaS를 포함하고, 법률 제정, 예산 편성, 민관 협의체 구성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인프라 위에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어 MaaS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으로 사업을 이끌었다. 한편, 국내의 경우 아직 지자체와 민간 기업의 역할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윔과 같은 상생관계보다는 상호간 부속 관계 또는 경쟁 관계로 귀결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의 경우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생존이 달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정부의 장기적인 MaaS 전략과 지원 정책을 도출할 때이다. 지자체 역시 민간 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협력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MaaS 인프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 MaaS 생태계 발전을 위한 각자의 역할이 명료해진다면 세계 최초로 MaaS 레벨4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친환경 마스(Maas) 플랫폼 ‘네이버스(NEIBUS)’로 주목을 받고 있는 청년 창업가다. 버스, 지하철, 공유 자전거, 전동 킥보드, EV 등 도심속 친환경 이동 수단을 통합해 최적 길 찾기 및 결제는 물론 탄소발자국 모니터링과 친환경 이동에 대한 리워드 토큰까지 제공하는 대한민국 넘버원 친환경 마스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다. 심성보 네이앤컴퍼니 대표

2022.08.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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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심장’ 울산을 가다] 굴뚝 산업 넘어 ‘친환경 발전 생태계’로 전환

산업 일반

석유·화학 세계적 부진 속 체질 개선 필요 커져… 수소·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 재도약 추진 울산은 한국 제조업의 성지다. 한국의 석유·화학·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분야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으며,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했다. 수출 최전선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태화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 듯 울산의 영광도 영원하지는 못하다.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열풍과 소재 재활용 여파에 울산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이 주춤하고, 자동차·조선 산업도 2000년대 호황을 끝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변화의 때가 도래한 셈이다.이에 울산광역시는 정부의 뉴딜정책에 발맞춰 ‘9개 성장다리’라는 정책을 세우고 산업 체질개선, 스마트시티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 등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가꾸고 디지털 경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 글로벌 경제 변화 한가운데 선 울산 경제 울산은 장면 내각 시절이던 1962년 정부가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해 토지수용과 기간산업 건설에 나서며 한국 최대의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울산광역시 남구에는 울산석유화학공단, 울주군에는 온산석유화학공단, 북구에는 자동차산업단지, 동구에는 조선소 등이 위치하는 등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업도시로 탈바꿈했다.SK이노베이션·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현대제철·에스오일·삼성SDI·효성·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이수화학 등 내로라하는 국내 석유·화학·철강·자동차·조선 대기업들이 밀집해있다. 화학 기업만도 200여 개 달한다. 바스프·에보닉·윌로펌프·솔베이·NOV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도 울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큰 부가가치를 만드는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지역내총생산(GRDP)는 2019년 74조9297억원(시장가격 명목 기준)으로 광역시 중에서 부산·인천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1인 당 GRDP로는 6535만원(2018년 기준)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며,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8번째로 높은 덴마크(5만9822달러)와 비슷하다.대부분 공장이 24시간 운영되고 근로자들이 교대 근무하기 때문에 밤이 없는 도시로도 유명하며 지역 내 네트워크도 공고하다. 2차 산업이 부흥한 영향으로 지난 20년 새 도매·소매·운송·건설·정보통신 등 3차 산업도 크게 성장했고, 종사자 수도 불어나며 균형 있는 성장을 일구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시 인구는 광역시로 승격된 1997년 100만9652명에서 2020년 11월 113만7345명으로 12.64% 늘었다. GRDP는 1998년 26조6630억원에서 21년 새 281% 증가했다.그러나 영원히 좋은 것은 없다. 울산 경제는 2017년 GRDP 75조75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정체되는 양상이다. 울산의 핵심 산업인 석유·화학·조선·자동차 산업의 세계적 부진으로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딜로이트의 석유 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1년 석유 수요는 크게 반등할 전망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동력원이 전기로 전환하는 가운데, 석유 수요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사용 기류 속에 유가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의 석유·가스 회사들은 2020년 정규직 직원의 14%를 해고한 상태다. 이는 증시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9년 12월 상장한 세계 최대 석유 회사 아람코의 주가는 지난해 9월 21일 36.95리얄로 고점을 기록한 뒤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2020년 1월 6일 주당 27.15유로였던 로얄더치쉘 주가는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뒤 반등하지 못하며 12월 24일 14.48유로를 기록하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로놈(BP) 역시 같은 기간 504.1페니에서 263페니로 떨어져 부진한 상태다.석유로부터 파생되는 화학 산업 역시 비슷하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가운데 소재 재활용과 대체품 수요가 커지고 있고, 완제품 생산업체들의 제품 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화학제품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순환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탄소발자국(생산·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에 기반을 두고 제품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며 “화학회사는 탈 탄소 기술을 가속하고, 기존 자산을 재검토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획기적인 녹색 기술을 상업적 규모로 도입하기 위해 고급 재활용에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2020년 18% 감소한 자동차 산업은 2021년 15% 증가할 전망이나, 생산라인 효율화와 전기차 판매량 증가 등의 구조적 변화를 맞았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주력 수출 시장이던 중국이 자국 회사들을 육성하며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의 산업 담당 안나 니콜라스 이사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광범위한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미·중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 제3 국가들은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제조업 생태계 전환’으로 울산 경제에 활력 글로벌 산업 환경이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생존 대책이 필요해졌다. 실제 울산 경제는 석유·화학 분야에 앞서 구조조정이 시작된 조선업의 업황 부진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울산의 경제활동별 부가가치를 보면 ‘기계 운송장비 및 기타 제품 제조업’은 1998년 16조7598억원(기초가격 명목 기준)에서 꾸준히 오르다가 2012년 70조1544억원을 정점으로 하락, 2018년 56조121억원으로 떨어졌다.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한국 경제 전체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4.92%를 고점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2019년에는 3.89%로 1%포인트 가량 쪼그라들었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구 역시 2015년 117만3534명을 기록한 뒤로 매년 1만명씩 감소하고 있다.국내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기업으로, 국내 최대 완성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수소전지 자동차로 변신에 나서듯 울산도 정책과 산업 인프라의 변신을 꾀해야 할 때다.울산은 민선 7기 송철호 시장이 당선된 2018년부터 제조업 생태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산업 변화에 대비해 ‘9개 성장다리(9 BRIDGES)’라는 산업 체질 개선 및 인프라 구축 목표를 세웠다. 최초 7개 성장다리로 시작했으나 울산경제자유구역, 반구대 암각화 보전 등 과제를 추가했다.울산광역시의 최역점 사업은 에너지 분야의 생태계 전환이다. 울산은 현재 석유·화학 산업을 지탱하는 한편, 수소경제의 산업 생태계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고,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수소는 석유 등 화석 연료의 화합물 형태로 포함돼 있어 세계적 석유·화학단지를 가진 울산이 추진하기 좋은 분야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절반에 달하는 82만 톤 가량을 울산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울산은 이미 대규모 석유·화학설비가 가동하고 있어 부생 수소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수소 배관망·수소 전기차 및 충전소 보급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추진하기에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이미 울산에서 만들어진 수소의 80% 이상은 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돼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활용되고 있고, 나머지 10~15% 정도는 정제해 반도체 공장 및 소비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은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하는 부생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구축과 수소·연료전지 연구, 수소 품질 시험 사업화가 가능한 친환경 전지 융합 실증화 단지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국제표준화기구(ISO)의 수소 품질 기준에 맞출 수 있는 분석 장비와 수소의 품질을 분석하고 표준화하는 한편, 수소 생산 유통업체에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부생 수소를 실증화 단지에 공급하는 수소 배관 등 인프라는 2017년에 구축을 마쳤다. ━ 정부 그린뉴딜과 보조, 글로벌 수소 패권 겨냥 이런 인프라 사업을 기반에 두고 수소를 사용한 교통수단 확충 및 수소를 통한 전기 생산 등 ‘수소 에너지 사회’를 지향한다. 실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 상용 모델 투싼ix 수소차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울산광역시는 2016년 12월 환경부, 현대자동차, 울산지역 택시회사 등이 함께 국내 최초로 울산 지역에서 수소 연료 전지 택시 시범 운행을 하기도 했다.정부도 2020년 그린뉴딜 정책의 하나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밝혀 정책의 합을 맞추는 모습이다. 울산광역시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과 더불어 수소를 지역 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울산광역시는 더불어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도 도입해 2025년까지 동해정 인근에 1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 기술개발·제작생산·운영보수·인력양성 등 부유식 해상풍력의 모든 주기를 아우르는 연관시설 집적화로 비용을 감소시키고 기술을 한 단계 높일 방침이다. 쉘처럼 부유식 해상풍력과 그린수소를 연계하는 구상을 통해 에너지 미래 역사를 쓰는 청사진도 염두에 두고 있다.울산광역시는 6G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면 430만 가구에 필요한 전력 공급이 가능해지고, 10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에 현대중공업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설비 기업을 안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또 울산을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에너지 주도권을 둘러싼 주요국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에너지 거점 전략은 외교·안보적으로도 유의미하다.울산광역시는 2030년까지 울산항 68만4000㎡ 부지에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을 구축해 에너지 허브로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연계해 ‘동북아 에너지거래 시장(RUS-SAN 마켓)’도 개설한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LNG를 추가해 2020년 3월 북항 항만공사를 시작으로, 2024년 4월 상업운영을 목표로 잡고 있다.세계적으로 탈원전 조류 속에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원전 해체산업에서도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국산화 기술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경제자유구역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정보통신기술·바이오 등 혁신기업 유치에도 나선다. 수소그린모빌리티·게놈서비스산업·강소연구개발·이산화탄소자원화 등과 관련해 규제자유특별구역을 만들고,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도 설치한다. ━ 인프라 증설 및 문화관광 경쟁력 강화도 울산광역시는 한국 제조업의 심장에서 스마트시티로서 도약하기 위해 도시환경 개선과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먼저 도로 및 철도망을 증설한다.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해 울산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트램·울산권광역철도를 놓아 사통팔달 물류망을 뚫는다는 계획이다.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2025년 시민 모두를 위한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문을 열고, 지역 의과대학 정원 증원, 게놈바이오메디컬 산업도 육성한다. 자연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아 태화강을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는 한편 40㎞ 길이의 대나무 숲도 조성한다.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먹는 물 확보도 추진한다.과거 굴뚝 산업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문화관광도시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울산광역시는 이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1년 3조3820억원의 예산을 끌어들이며 2년 연속 3조원대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했다.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 등 울산의 4대 주력 산업에 수소 경제 생태계와 원유·LNG 등 에너지 산업을 추가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에너지·제조 산업 변화에 맞춰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1.01.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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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음악이 친환경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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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음반과 CD 사용했을 때가 디지털 포맷보다 탄소발자국 훨씬 작아 레코드 가게에서 LP 음반을 고르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음악 애호가가 많다. 그들은 용돈을 모아뒀다가 토요일이 되면 레코드 가게에 들러 새로 나온 LP 음반을 샀다. 음반을 플라스틱 봉투에 넣어 곧장 집으로 달려가서는 바로 턴테이블에 꽂고 바늘을 내려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그렇게 했다.이런 완전히 한물간 관습이 지난 4월 13일 ‘국제 레코드 가게의 날’에 되살아났다. 그날만큼은 음악 애호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특별 한정판 LP 음반을 사려고 가게에 길게 줄을 섰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이 연례행사는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는 레코드 가게와 음반업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업계의 몸부림이다. 우리 대다수가 온라인으로 음악을 스트리밍해서 듣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들이 홀로 설 곳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하지만 요즘의 음악 팬보다 이전 세대가 ‘녹음된’ 음악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게 사실일까? 우리는 음악의 ‘황금기’라는 신화에 굴복해 음악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다고 생각한 시절에 향수를 갖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무조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통계를 분석하면 혹시 다른 분석이 가능할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실제로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문제다.우리는 녹음된 음악의 소비와 생산에 관한 기존 자료에서 각 시대에 따라 인기를 누렸던 포맷의 경제적·환경적 비용을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가 녹음된 음악을 소유하는 사치를 위해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이 크게 달라졌다.원통형인 축음기 실린더는 1907년 가장 많이 생산됐다. 당시 그 실린더 하나의 가격이 요즘 돈으로 약 13.88달러였다. 그라모폰(셸락) 디스크는 전성기였던 1947년 1장에 10.89달러였다. 비닐 앨범(LP 레코드)은 섹스 피스톨스의 ‘Never Mind The Bollocks’ 앨범이 나왔던 1977년 전성기를 맞았다. 그때 1장 가격이 요즘 돈으로 28.55달러였다. 카세트테이프는 1988년 1개에 16.66달러였고, CD는 2000년 1장에 21.59달러, 디지털 앨범 다운로드는 2013년 1건에 11.11달러였다.녹음된 음악의 상대적 가치가 이처럼 낮아지는 현상은 그 가격이 주급(일주일 치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더 확실히 드러난다. 1977년 소비자는 LP 레코드 1장에 평균 주급의 약 4.83%를 기꺼이 지불했다. 그에 비해 2013년 정점을 이룬 디지털 앨범의 가격은 주급의 약 1.22%였다.물론 스트리밍 서비스의 도래로 녹음된 음악 소비의 사업모델이 달라졌다. 소비자가 소유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던 상품 산업이 지금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악 체험에 일시적으로 접근하는 권리를 사는 서비스 산업이 됐다. 소비자는 미국인의 현재 평균 주급에서 1%도 채 안 되는 9.99달러에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유튜브, 판도라, 아마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 발매된 녹음 음악 거의 전부를 광고 없이 무한정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음악에 갈수록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해도 환경 비용을 따져보면 그림이 아주 달라 보인다. 직관적으로 우리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제품이 적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어든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1977년 음악 산업은 미국에서 플라스틱 5800만㎏을 사용했다. 1988년 카세트테이프가 전성기였을 때 음악 산업이 사용한 플라스틱은 5600만㎏으로 약간 줄었다. CD가 전성기였던 2000년엔 그 양이 6100만㎏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다가 획기적인 계기가 왔다. 다운로딩과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면서 미국 음악 산업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이 크게 줄어 2016년 800만㎏을 기록했다.그러나 이런 수치가 디지털화된 음악은 물질적 실체가 없으므로 더 친환경적이라는 개념을 확인해준다고 생각한다면 온라인 음악 듣기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클라우드에 음악을 저장하고 처리하려면 대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그런 시설은 엄청난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한다.플라스틱 생산에 드는 전력과 디지털 오디오 파일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을 온실가스로 환산하면 그림이 명확해진다. 미국의 녹음된 음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1977년 1억4000만㎏, 1988년 1억3600만㎏, 2000년 1억5700만㎏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이르자 2억~3억5000만㎏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만 따져서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그게 전부가 아니다.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정확히 비교하려면 시대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한 기기의 제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포함해야 한다. 또 LP판이나 CD, 또 플레이어 기기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소모하는 연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녹음 스튜디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있고, 녹음 과정에 사용되는 악기의 제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있다. 그렇다면 라이브 공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과거와 지금의 양을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따지면 거의 끝이 없다.시대 간의 비교가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요점은 변함이 없다. 녹음된 음악을 듣기 위해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이 지금처럼 낮았던 적은 없지만, 그 체험에 숨겨진 환경 영향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이 연구의 의도는 삶의 최대 즐거움 중 하나인 음악 듣기를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문화를 소비할 때 당연히 해야 하는 선택에 관해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에게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있는가? 스트리밍 플랫폼이 소비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라는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올바른 사업 모델인가?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악을 원격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음악을 듣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가? 쉬운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할애해 음악과 관련된 비용을 따져보면서 시대에 따라 그 비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다. ━ 음악과 관련된 비용(미국 음악산업 기준) - 매트 브레넌, 카일 디바인※

2019.05.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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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 “부러지지 말고 휘어져라”

산업 일반

지오매직의 CEO 핑푸, 고아였을 때 겪었던 고난이 회사 경영과 삶에 끼친 영향을 털어놓는다핑푸는 상하이에서 자영업을 하는 가정에서 마냥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여덟 살이 됐을 때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이 시작되면서 가족들이 한 명씩 ‘반동’으로 몰려 “산으로 올라가거나 시골로 내려갔다”고 그녀는 말했다. 공산당 노동개조농장으로 끌려갔다는 뜻이다. 어느 날 그녀에게도 홍위병이 찾아왔다. 그들은 핑푸에게 지금까지 숙모와 삼촌에게 입양됐었다며 강제로 기차에 태워 고향 난징으로 보냈다. 핑푸는 네 살 난 친동생과 함께 엄격한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했다. 갑자기 고아가 된 자매는 ‘검은 피’로 분류돼 새로 등장한 공산당 엘리트의 박해를 받았다.최근 나온 핑푸의 회고록 ‘부러지지 말고 휘어져라(Bend, Not Break)’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로 시작된다. 문화혁명의 어두운 시절부터 돈 한 푼 없이 영어 세 마디(thank you, hello, help)만 알고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한 일, 그 다음 컴퓨터 프로그래밍계에서 두각을 나타내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업가 중 한 명이 된 인생 궤적을 돌이킨 책이다. 현재 핑푸는 지오매직(Geomagic,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활용되는 3D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의 설립자 겸 CEO다. 오바마 대통령의 혁신·기업가정신 국가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핑푸를 만나 인내심과 결코 부러지지 않는 유연한 정신, 어떤 어려움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회고록에서 문화혁명 당시 상하이에서 성장하다가 여덟 살 때 홍위병에 의해 부모와 헤어져 난징에서 어린 동생과 살아간 대목을 읽으면서 그 어린 나이에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어린이는 적응력이 뛰어나다. 우리는 어릴땐 자신이 무엇을 못하는지도 모른다. 닥치는대로 해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어렸기 때문이었다. 요리는 늘 할 줄 알았다. 어릴 때 엄마 따라 부엌에서 많이 지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그냥 하면 됐다.문화혁명 당시 공개처형이나 집단 성폭행 등 참상을 돌이켜 볼 때 과거 청산과 화해 작업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나?중국 내부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초 개방 바람이 불면서 문화혁명 참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문학운동이 일어났다. 베트남전 후 일어난 문학운동과 아주 비슷하다. 그로 인해 전쟁과 평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중국은 외부에는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체면을 중시하고 ‘집안의 흠은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개념 때문이다. 중국 안과 밖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홍위병을 두고 ‘파리대왕’(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의 사고 방식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들 중 일부가 현재 중국에서 권력을 잡지 않았는가? 그들의 과거 행적을 혁명 열기에 휩쓸린 젊은 시절의 실수로 봐줄 수 있나?홍위병 출신 중 다수는 현재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러나 나는 최근 세대교체가 된 지도부에 희망을 건다. 물론 다수는 ‘태자당’으로 불린다. 부모가 권력자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처럼 문화혁명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도 상당수 있다. 그들도 나처럼 그 10여 년 동안 부모에게서 강제로 떨어져 모진 조건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해심이 깊으리라 생각한다.회고록에서 매우 감동적인 대목 중 하나는 그처럼 끔찍한 시절에 사람들이 베푼 작은 선행이었다. 당신이 기차에서 추위에 떨 때 자기 스웨터를 벗어 준 홍위병, 당신이 굶주린다고 생각해서 문밖에 몰래 음식을 놓아둔 사람 등. 그런 친절한 행동이 당시엔 큰 의미가 있었을 텐데.그래서 나도 늘 동정과 이해를 실천하려고 한다. 그 끔찍하고 어둡던 시절에는 그런 작은 친절이 주변을 밝혀주는 등불이었다. 우리 인간은 관대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에겐 대단한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생명선과 같았다. 요즘 내가 경제적으로든 여러 면에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늘 옛일을 생각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려고 노력한다.회고록에 나오는 세한삼우(歲寒三友)에 관해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상하이 아버지는 앞으로 끔찍한 일이 닥친다고 예측했다. 중국이 혼돈으로 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세한삼우(겨울철의 세 친구라는 뜻)를 잘 기억해 두라고 했다. 엄동설한을 꿋꿋이 버텨내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가리킨다. 힘든 시절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용기, 유연성, 인내를 상징한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나가 그 나무들을 보여 줬다. 그 이후로 세한삼우는 내가 믿고 의지하는 철학이 됐다.홍위병이 일기를 태웠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한 결과가 이 책으로 나왔다고 생각하나?책 끝부분에서 현재의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보잘것없었던 나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난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일기가 내 친구였다. 그들이 내 일기를 태우자 그 충격으로 피부에 발진이 돋았다. 오랫동안 글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책도 2006년부터 쓰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핑계거리도 있었다. 내 딸이 너무 어렸다. 딸이 18세가 되기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충분한 이유가 되지만 잠재의식에서는 변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6년 동안 무엇인가 생각날 때마다 기록했다. 딸을 위해서였다. 출판할 생각은 없었다. 책을 내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아직 중국에선 출간되지 않았나?펭귄 출판사 중국지사는 내 책이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중국 지도부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는 더 진보적이기를 기대한다. 기회가 온다면 그들이 중국을 더욱 개방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1년 정도 지나 새 지도부가 자리 잡힌 다음 중국에서 책을 내도 괜찮지 않나 싶다.이제는 중국에 갈 수 있나? 중국의 강제낙태 실상을 파헤친 대학 논문 때문에 추방됐었는데 그동안 당국의 정책이 완화됐나?미국 시민이 된 뒤에야 중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미국에 살면서 자신이 너무 중국적이라고 느꼈는데 중국에 가면 너무 미국적이라고 생각된다고 책에 썼다. 이중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운가?기업가와 지역사회 지도자가 되면서 사람들에게 중국의 진정한 면모를 알려야 할 책임을 느꼈다. 그러나 중국에 있을 때는 중국을 연구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었다. 공산당 자료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자료와 책으로 진지한 연구가 가능하다. 공부를 하다 보니 문화혁명 시절은 진정한 중국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은 수천 년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가졌다. 유대인대학살이 독일을 정의하지 않는 것처럼 문화혁명이 중국을 규정하진 않는다.어렸을 때 얻은 교훈이 나중에 CEO가 됐을 때 처신에 큰 도움이 된 듯한데.여덟 살 이전에 배웠던 것들이 내 인생관을 형성했다. 사업에 사회의식 적용하기는 공산주의에서 얻은 교훈이 바탕이 된 것 같다. 공산주의는 사회주의 개념이다. 자본주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2000년대 들어 사회의식 운동이 부흥했다. 많은 사업가가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 후세대, 지구, 인류 전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공산당이나 사회당, 또는 녹색당을 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에 자부심이 아주 강하다.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지만 결점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의식을 가진 자본주의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도 충분히 좋은 면이 있고 자유시장은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사람들이 자본주의에서 거부감을 갖는 요소는 불평등과 이기주의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좋은 개념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혼합한다. 사회의식을 가진 자본주의 운동이 나의 믿음이다.세계가 평평하지 않고 3차원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철학이 매우 독특하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지도자들이 일자리 창출을 자문하면 뭐라고 조언하나?미국에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려면 첨단 제조업에 역점을 둬야 한다. 국가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다. 혁신과 일자리가 거기서 나온다. 물론 지금은 정보기술 시대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모든 것을 비트(정보량의 최소단위)로 바꾸려 했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로 옮겼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 산업을 주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e-음식을 먹지 않고, e-침대에서 자지 않으며, e-자동차를 몰지 않는다. 따라서 유형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을 포기할 수 없다. 지금 와서 원자재 분야나 저비용 노동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순 없다. 제조를 가능케 해주는 첨단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일자리를 만들 수있다. 전통 제조업에 인터넷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다.또 현지 생산도 의미가 크다. 탄소발자국이 더 작고,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엇이든 멀리서 설계된 뒤 현지에서 찍어 만들어질 수 있다. 내가 관여하는 모던 메탈이라는 회사는 3D 프린팅(디지털 설계 모델과 3차원 프린터를 사용해 원하는 대로 바로 찍어내는 맞춤형 생산 방식)으로 가죽과 육류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도살장도 필요 없고 가축을 기를 필요도 없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30억 인구에게 고단백질 식품을 실제 육류로 제공하는 일은 지속 불가능하다. 그들을 위해 소를 더 많이 사육하면 오염이 8배나 늘어난다. 그래서 이런 기술이 필요하다.그런 분야에서 일하면 신나겠다.어렸을 때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다. 그 훈련은 받지 못했지만 결국 난 NASA를 위해 우주비행사를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내가 꿈도 못 꿨던 일이다. 중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도 없이 완전히 억압 받았지만 지금 나는 자유의 여신상 보존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공장에서 라디오나 만들었지만 지금 나는 제2의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곳에서 일한다. 내가 공장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지오매직이라는 회사를 세울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은 산맥이다’는 격언이 바로 나의 이야기다. 인생에는 봉우리가 많다. 각 봉우리마다 전망이 다르다. 그런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싶다면 또 다른 봉우리에 오르기 전에 내려갈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난징으로 간 여덟 살짜리 소녀에게 ‘내가 너의 미래’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까? 당신 말을 믿을까? 아마 믿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난 늘 꿈을 꿨다. 어렸을 땐 꿈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래서 내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그 아이에게 꿈을 계속 꾸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중 일부는 실현된다.여성에게 높은 직위보다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진전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고 했는데.미국에 와서 많은 훈련을 받았다. 훈련 프로그램이 있을 때마다 등록했다. 그들은 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소수민족과 여성의 고용차별 철폐 정책), 유리천장(glass ceiling, 여성이나 소수민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 사내 서열(corporate ladder)을 이야기했다. ‘유리천장’이나 ‘사내 서열’은 위로 올라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너무 제한적이다.어디서 무엇을 하든 올라가기는 아주 어렵다. 고소공포증도 있다. 또 ‘위로’ 올라가면 갈 수 있는 데가 별로 없다. 그러나 ‘앞으로’전진하면 세상에 못할 게 없다. 기회가 무한하다.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자꾸 나아가도 문제가 없다. ‘위로’보다 ‘앞으로’ 가면 갈 수 있는 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여성에게 ‘위로’보다 ‘앞으로’ 가라고 조언한다. 생각에 따라 삶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일을 두고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는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경험과 느끼고 싶은 기분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당신은 CEO로서 나약함을 보여준 뒤 그것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여성에게 그와 정반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강조한다.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나약함을 드러내보여야 한다는 교훈을 어렸을 때 얻었다. 그러면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 물론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그런 꼼수를 써선 안 된다. 나약하다는 것이 반드시 약점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에 온 후 브레네 브라운 박사의 TED 강의를 들었다. 그녀는 나약함이 사랑, 유대감, 창의성의 발원지라고 말했다. 나약함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는다면 실패가 인정되지 않는다.사업을 시작했을 때 젊은 어머니였다는 사실이 도움이 됐는가?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는 아기를 두고, 좌절하고, 어쩔 줄 모르다가 그 아이가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을 보면서 리더십, 나약성, 배려 등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여성은 어머니가 되면 달라진다. 거기에다 회사 운영까지 더하면 모든 것의 차원이 달라진다. 직원들이 당신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CEO가 되면 매일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잘된 결정인지 모를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자들은 대개 상당히 자신감을 보인다. 그래도 속으로는 불안하다. 단지 드러내 보이지 않을 뿐이다.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개최한 여성 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멜트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천하를 얻은 느낌이다. 자신감 넘치고 세계를 정복할 듯하다. 저녁에 귀가해서 침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서야 나의 나약함이 드러나도록 놔둔다. 내가 모든 걸 다 아는 게 아니라고 인정하고 눈물을 보이도록 자신을 허용한다.” 그의 말은 아주 진실되게 들렸다. 그래서 질의응답 시간에 내가 물었다. “회장님,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당신 밑에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출근했을 때 그렇게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출근해서 천하를 얻은 느낌도 없고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느끼지도 않습니다.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느끼고 그런 생각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래도 괜찮은가요?” 이멜트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나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출근할 때 자신감이 충만하고 무엇을 할지 아는 것 같은데요.”무슨 이야기일까?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채용하거나 아니면 원래 사람들은 지도자를 모방하게 돼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난 온정과 이해를 실천하려고 애쓴다. 나의 약함을 드러내 보여준다. 직원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내가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도 그들의 도움을 환영하고 나도 그들을 도와준다. 그런 일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다른 회사들은 달리 생각할지 모른다. 옳고 그름의 차원은 아니다.

2013.02.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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