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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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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정책 브리핑] 근거 부족해도 백신 부작용에 1000만원

산업 일반

━ 중증 이상 반응 시 치료비 지원…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에 속도를 낸다. 정부는 17일부터 백신 접종 후 중증 이상 반응이 나타난 환자에 대해 백신 접종과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해도 최대 10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발생했으나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해 보상에서 제외된 중증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오는 17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원대상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이에 준하는 질병이 발생했지만, 인과성 인정을 위한 근거자료가 불충분한 피해 보상 제외됐던 환자다. 다만 ‘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 혹은 ‘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 범위는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중증 질환 치료에 사용된 진료비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기존 기저질환으로 인한 치료비나 간병비•장제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부산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 지원 1000만원에 추가로 이상 반응 치료비 1000만원 더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시는 14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백신 부작용 지원 대상자 치료비를 최대 1000만원 추가 지원하고, 기업의 유급 백신 휴가제 도입을 독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모든 금융에 LTV 70% 적용…LH 직원 땅투기 방지책 시행 토지·오피스텔·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70%) 규제가 17일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내용 중 하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재발을 막기 위해 나온 조치다. 14일 금융위원회는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에만 적용했던 비주담대 LTV 70% 규제를 17일부터 전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할 것을 행정지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는 “연내 감독규정을 변경해 법적 근거도 명확히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비주택 담보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호금융에 대해서만 행정지도로 LTV 70% 규제를 적용해 왔다. 상호금융 외 시중은행 등 금융권은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등을 고려해 통상 LTV 60∼80%를 적용해 온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17일 비주담대 LTV 강화가 실질적으로 당장 대출 한도 영향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겠지만, 은행 자율에 맡겨두던 비주담대를 당국이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정책 방향 전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토지거래허가지역 내 신규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해선 LTV 40% 규제를 오는 7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농업인이 농지원부, 농업경영체 확인서 등을 통해 이를 인증하면 LTV 40% 적용 예외 대상으로 인정해준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1.05.17 06:00

2분 소요
13만가구 들어설 2차 신규 택지 후보지서 투기 정황

부동산 일반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정부의 2‧4부동산 공급 대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5만 가구를 공급할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가운데 약 13만 가구가 들어설 입지 발표까지 미룬 채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4월 29일 밝혔다. 지난 2월 4일 정부는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라며 공공 주도형 도심 재개발‧재건축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전국 대도시에 약 83만 가구의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겠다던 계획이었다. 이 계획에는 도시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을 통해 약 32만 가구를 공급하고 25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신규 공공택지도 확보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전국 15~20곳에 약 25만 가구의 택지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이 구축될 수 있도록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신규택지 선정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 논란이 불거지며 터졌다. 2월 24일 신규 택지라고 발표한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임직원들과 공무원‧공직자 등이 투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LH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흔들리면서 부동산 공급 대책을 주도했어야 할 변창흠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마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2차 후보지 발표 과정에서도 투기 논란이 생긴 것이다. 국토부는 14만90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신규택지 후보지 중 울산 선바위와 대전 상서 등 1만8000가구 입지만 지난 4월 29일 발표했다. 13만1000가구가 들어설 땅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후보지 발표를 미루면서 투기 의심 정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택지기획단장은 29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A지구 같은 경우 특정 연도 상반기에 토지거래량이 56건이었고, 지분거래 비율이 18% 정도였는데 하반기 거래량이 453건으로 늘었고 지분거래율 비율은 87%에 이르는 정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특이 거래동향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많았다"며 "경찰수사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의 심층조사를 통해서 판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와의 통화에서 “투기 의심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2018~2020년에도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진행된 곳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신도시 개발 앞두고도 투기 예방에 소홀…논란 자초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안일한 대처가 투기 논란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도시 지정과 개발 등의 정책을 펴면서 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행대로 움직여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도심에 새로운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방지책을 함께 마련했다. 2월 4일 이후 개발 후보지 주택을 매매하면 이후 후보지를 개발해도 분양권을 받지 못하게 했다. 해당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량이 10~20% 이상 늘거나 가격이 큰 폭(10~20%)으로 뛰면 개발 지역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조사 기간은 올해 2월을 기준으로 1년 내외다. 하지만 신규 택지 선정과 관련해선 이런 대책이 적용되지 않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기존 투기 억제 방지책이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광명‧시흥 지구 투기 논란이 커진 뒤에야 2차 후보지의 최근 5년간 거래 내역을 조사했고 투기 의심 정황을 밝혀냈지만,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 후보지에서 제외하는데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2‧4대책 당시 발표했던 투기 억제 대책은 도심 공공개발에 대한 내용이었다. 신규 택지개발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택지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된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4.30 16:06

3분 소요
[그린벨트의 정치학] 박정희 | 직접 챙기고 재임 중 단 1㎡도 풀지 않아 vs 박근혜 | 규제 풀고 해제 권한까지 지자체에 넘겨

재테크

정치적 이용 목적에 따라 묶고 풀고…김대중 정부 이후 해제 봇물 1971년 6월 12일. 당시 건설부 국토이용관리관(국장)이 박정희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박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하니 이미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와 있었다. 박 대통령은 국토이용관리관을 바라보며 뜬금없는 지시를 내렸다. “그린벨트란 것 있지. 그것 한번 해봐.” 이 말과 함께 박 대통령은 집무실에 준비돼 있던 도면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그리기 시작했다. 서울시 경계로부터 약 20㎞ 폭의 원형벨트. 이곳에서는 건축을 억제해 보존하라는 지시였다. 당시 서울 인구가 600만 명을 넘어서고, 한 해 30만 명씩 서울로 몰려와 땅투기와 난개발을 일삼고 있던 때였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그저 ‘뭔가 하기는 해야 하는데’하며 주춤할 때 박 대통령이 ‘무분별한 외곽 확산을 그린벨트로 막고, 밖에 위성도시 개발’이라는 수도권 개발 마스터플랜을 세운 것이다.명령을 받은 국토이용관리관은 서울시와 합동작업팀을 구성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영국 런던시의 외곽 녹지대를 상상하며 보름여 동안 밤샘 작업 끝에 그린벨트 초안을 만들었다. 초안을 본 박 대통령은 한술 더 떴다. 여기저기 추가할 곳을 지시했다. 지금의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과 경기도 고양시 삼송리도 그린벨트에 넣으라는 추가 지시가 떨어졌다. 군사적인 목적에서였다. 그린벨트는 그렇게 순식간에 쳤다. 현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5만분의 1 지도에 그려진 그린벨트는 박 대통령의 지시 한 달여 만에 현실화했다. 그해 7월 30일, 건설부 고시 447호에는 서울 세종로에서 반경 15㎞의 원형을 따라 폭 2~10㎞에 영구 차단 녹지를 지정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대한민국 부동산 지도에 한 획을 그은 그린벨트가 쳐진 순간이다. ━ 국민적 공감대 없이 지정 그로부터 1977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5379㎢가 그린벨트로 묶였다. 전 국토의 5.4%나 되는 엄청난 땅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억제와 녹지 쉼터 제공, 군사적 목적 등이었다.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의 그린벨트 도입 목적이 녹지 보존이 아닌 다른 데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지리학자인 임동근 교수는 2015년 펴낸 저서 에서 그린벨트가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한 영동 체비지(替費地) 매각이 신통치 않자 투기 붐이 일던 서울 외곽을 그린벨트로 묶어 민간 자본을 체비지 쪽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그린벨트는 이후 많은 논란을 낳았다. 전체 면적의 80%인 4303㎢가 사유지였기 때문이다.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그린벨트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 주변을 둘러싸는 반영구적 녹지대다. 그런데 그린벨트라고 해서 꼭 숲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녹지의 개념에는 임야(林野)는 물론 농경지 등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당시 벼락처럼 쳐진 그린벨트에는 임야는 물론 사유지인 과수원이나 전답(田畓)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동의없이 벼락처럼 쳐진 그린벨트에 민심이 호의적일 리 없었다. 땅값이 10분의 1 토막 났다는 땅 주인들의 하소연이 연이어 터졌다. 아들 장가보내려 집 터를 샀다는 한 서울시민은 날벼락을 맞았다고 흥분했다. 땅값이 급락하고, 각종 개발 행위 제한이 걸리면서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박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재임 중 단 1㎡의 그린벨트도 풀지 않았다. 이후 들어선 군사정권도 그린벨트를 손대지 않았다. 그러다 1998년 12월 24일, 헌법재판소가 축산업자인 배모씨 등 3명이 그린벨트 내 개발행위 제한을 규정한 도시계획법 21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그린벨트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배씨 등은 1989년 그린벨트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인천시로부터 축사 철거 요구를 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 헌재 결정 이후 급속도로 해제 헌재는 그린벨트 제도 자체는 합헌이나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종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등에까지 피해보상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그린벨트 제도는 도시기능의 적정화 및 환경보존, 국가 안보상 필요에 따른 것으로 공공이익에 부합하므로 합헌”이라며 “특히 그린벨트로 지정되더라도 토지를 종전 용도대로 이용할 수 있으면 지가 하락 등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이는 토지 소유자가 마땅히 감수해야 할 사회적 제약”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종래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토지의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까지 아무런 보상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인 만큼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헌재의 결정은 개인의 희생이 공익보다 크다면 그런 규제를 해서는 안 되고, 공익이 더 크다면 개인 희생을 보상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재산권이 공공의 이익과 충돌했을 때 어디까지 개인 재산권이 인정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다. 더불어 토지가 갖고 있는 공공성을 명확히 한 결정이었다.이후 들어선 정권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경제적 목적에 따라 그린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헌재 결정으로 규제 완화 명분이 생기면서 그린벨트를 정치·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그린벨트 완화를 공약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린벨트는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헌재의 결정대로 보상을 강화하거나 규제 완화를 넘어 아예 해제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우선적으로 녹지보전 등 본래 목적에서 동떨어진 7개 중소도시권의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다. 7개 대도시권 그린벨트도 부분 조정했다. 헌재의 결정은 물론 그린벨트가 너무 많고 규제가 너무 과하다는 국민적 여론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진주·제주·춘천·여수·통영·청주·전주권 등 7개 중소도시권역의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다. 나머지 수도권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마창진권(당시 마산·창원·진해) 등 7개 도시권은 부분 해제로 선정돼 전체 구역면적의 15%가량이 풀렸다.그린벨트가 대거 풀리면서 해제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다. 그동안 비가 새는 집을 고치지도 못하는 등 생활에 불편이 많았기 때문이다. 집과 땅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된 것도 성과였다. 주변 땅값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었던 땅값도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7개 환경·사회단체가 참여한 ‘그린벨트 살리기 국민행동’은 청와대 등 그린벨트 해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5개 기관과 집단을 ‘그린벨트 파괴 오적(五賊)’으로 선정하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후 들어선 정부에서도 그린벨트는 계속 줄어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주택 건설 등의 목적으로 654㎢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중소도시권 그린벨트 458㎢와 주민 불편이 제기됐던 집단취락지구 1800여 곳 119㎢ 등이 그린벨트에서 빠졌다.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 국책사업과 지방자치단체 현안 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88㎢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그 결과 서울 서초구 우면동, 강남구 세곡동, 경기도 하남시 등지의 대규모 그린벨트가 현재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서울 강남권과 인접한 경기도 하남시에는 망월·풍산동 등 일대 567만8689㎡ 규모의 신도시가 들어서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11㎢의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였던 ‘규제 개혁’과 행복주택·뉴스테와 같은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서였다. 그린벨트를 쳤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그린벨트 해제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물론 그린벨트 관리주체까지 바꿨다.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은 그린벨트 관리 규정이 건설부 장관 소관임에도 그린벨트 관련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등 청와대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했지만,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5월 ‘규제 개혁’이라는 취지로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권을 지자체에 부여한 것이다. ━ 아버지는 치고, 딸은 풀고 이에 따라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앙정부의 승인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도시 확산 방지 및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1970년대 초 최초로 그린벨트를 지정한 이후 반세기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린벨트 제도를 재평가하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서 최대 227㎢ 면적의 그린벨트를 추가 해제하는 도시계획(2020년 광역도시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환경평가에서 3~5등급을 받아 자연경관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된 그린벨트를 추가로 해제하려고 했던 것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9월 7일 당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시도를 비판하며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이명박·박근혜표 건설정책’”이라고 꼬집었던 것도 그래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어쩌면 그린벨트는 애초부터 정치적 목적에 의해 설정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태생이 그렇다 보니 그린벨트 해제 찬반을 떠나 정권마다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그린벨트는 언제부터 있었나 - 1938년 영국이 처음으로 법제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그린벨트를 처음 도입했지만, 그린벨트라는 개념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법제화 실례로는 1938년 영국이, 개념적으론 구약성서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영국은 그린벨트 제도를 최초로 창안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가장 성공적으로 그린벨트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도 영국의 그린벨트를 차용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1956년 ‘수도권 정비법’을 제정하면서 그린벨트를 도입했다. 다만 일본은 그린벨트가 아니라 ‘근교지대’라고 부른다. 일본의 수도권정비법 제2조 4항에서는 ‘근교지대라 함은 기존시가지의 질서 있는 발전을 기하기 위해 녹지지대를 설정할 필요가 있는 기존 시가지의 근교 지역으로 정하는 구역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영국의 그린벨트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린벨트의 형태뿐 아니라 개발행위 제한의 대상이나 내용도 한국과 비슷하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8.09.30 16:04

7분 소요
촛불에 멈춰 선 ‘불도저’

산업 일반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들(왼쪽)과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린다. 구세주형 리더로 박수 받던 때가 불과 엊그제였다. 정치학자 넬슨(Nelson)에 따르면 구세주형(Savior model) 대통령은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처럼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좋은 지도자인데 반해 지금 이 대통령은 이와는 한 참 멀어 보인다. 세계도 깜짝 놀랄 만한 유례 없는 최장기 가두 촛불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구호들과 피켓을 보면, 이 대통령을 겨냥한 험악한 문구를 차마 지면에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더 비참한 지도자는 잠깐 방심하다가 머리털을 깎여 힘을 못쓰게 된 삼손형(Samson model)이다. 이 대통령은 하루빨리 이 위험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6·10 항쟁 21주년 기념일인 지난 6월 1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외신기자 30여 명은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외부 전문가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연사의 답변이 시원치 않은 듯 세 가지 질문을 거듭 물었다. “촛불시위의 진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촛불시위의 끝은 어디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반전의 기회를 잡을 건가?” 심지어 “이 대통령이 임기 5년을 제대로 채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위의 질문들을 하나로 정리하면 결국 ‘이명박 리더십의 추락 요인은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이명박 정부는 확실히 위기에 놓여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비슷한 시기 김영삼 전 대통령의 90%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80%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70%대와 현격한 30%대로 뚝 떨어졌고 급기야 6월 중순에는 10%대까지 폭락했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가 갈수록 낮아지는 미끄럼틀 현상을 감안한다고 해도 그 낙폭이 지나치게 커보인다. 2007년 대선 당시 일부 언론이 대선 주자들을 동물에 비유하면서 이 대통령을 ‘뚝심 좋고 생산력 왕성한 멧돼지’로 묘사한 적이 있는데, 현재 상황은 “제 힘만 믿고 밀어붙이다가 덫에 걸린” 신세가 되어버린 듯하다. 위기는 전방위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네티즌을 중심으로 하는 정권퇴진운동 조짐이다. 인터넷상에는 ‘아고라당’ ‘촛불당’이 만들어져 네티즌의 정치세력화를 이루며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나섰다. 게다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공기업 민영화, 교육 개혁, 대운하 건설 등 이명박 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해서도 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도 험악하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44.5%(전년 동월 대비)에 달하는 수입물가 상승률,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발목을 잡는다. 여권 내 파워게임도 간단치 않다. 이 대통령이 최근 “묻지마식 인신공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는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지금 정치권에는 묻지마식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전쟁터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 자중지란이라고 한다면 최근 정두언 의원(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한나라당 쇄신파동은 이명박 정권의 중심부를 뒤흔들고 있다. 당면한 위기는 이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의 리더십이라는 뜻이다. 지금 이 대통령은 자신이 지닌 리더십의 장점은 부각되지 않은 채 단점만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CEO형 리더십의 장점인 추진력과 성과중심주의는 온데간데없고, 성급함과 결과지상주의로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MB 리더십의 장점인 뜨거운 열정은 과욕으로, 변화지향성은 변화무쌍함으로, 성과주의는 절차 무시로 변질되면서 ‘MB=단기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마이웨이형 지도자’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과거 현대 신화나 청계천 신화와 같은 성공을 일궈내면서 얻은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정을 야심만만하게 밀어붙였다가 벽에 부닥쳤을 개연성이 높다. 차제에 이 대통령은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CEO 출신 국가지도자가 드물었고, 또 성공 사례도 적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2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대통령 43명 가운데 정통 기업가 출신은 1920년대 말 31대 대통령 후버 등 손에 꼽을 정도이고, OECD 국가 중에서 지난 30년 동안 기업가 출신 대통령이나 총리를 배출한 나라는 이탈리아, 태국, 페루 등 5∼6개 국가에 불과하다. 역설적이지만 CEO 출신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CEO 마인드를 국가 경영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위기요인은 정치사회적인 페러다임의 변화다. 국민은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자아의식이 강해졌고 경제제일주의적 성향이 짙어졌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면서 국민의 개성과 자존심이 과거보다 훨씬 고양돼 국가적 현안, 특히 자신의 건강이나 민생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거침없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 새 대통령에게 예전처럼 달콤한 허니문 기간을 주거나 관망 기간을 거치지 않고, 필요하면 곧바로 자기 의사를 분출해낸다. 한마디로 대통령 해먹기 어려워졌다. 경제제일주의 즉, 국민의 경제발전 희구심리가 매우 강해진 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과거에는 민주화와 정치개혁이 화두였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발전과 민생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민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가차없이 회초리를 든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 탓도 있지만 정치사회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비판에 직면한 것 같다.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청와대 참모진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는 집권 초부터 노무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못지않게 무능, 정무기능 취약, 홍보역량 부족 등의 질타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단순히 대통령의 참모조직이 아니라 국정의 컨트롤 타워라는 점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고장 난 셈이다. 청와대의 무능론은 언론이나 야당보다 오히려 여권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대통령의 부족한 리더십을 보완하고, 정치사회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할 국정운영의 컨트롤 타워에 ‘빨간 불’이 켜졌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위기에 처한 이 대통령이 요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최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영국의 브라운 총리, 일본의 후쿠다 총리 등 서방국가 지도자들의 지지율 하락 현상이다. 지지율이 뚝 떨어진 부시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덤벼보라고 해”(bring them on), “죽이든 살리든”(dead or alive)과 같은 격한 표현을 구사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자신이 과도하게 호전적 지도자로 비친 데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집권 초기 개혁성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사생활 논란과 좌충우돌하는 정책으로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며 야당과 국민으로부터 사면초가에 몰린 후쿠다 총리는 지난 6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참의원에서 문책 결의안이 가결됐는데도 버티고 있지만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들 서방지도자의 공통점은 ‘독선적인 스타일’과 ‘민심과의 괴리감’ ‘가벼운 언행’이다. 반면에 사회주의체제인 러시아의 푸틴 총리나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진중한 행보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는다. 결론적으로 국가지도자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혼자 밀어붙이거나 튀는 언행을 할 경우 국민은 고개를 돌린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경찰은 6월 10일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을 막고자 컨테이너 박스를 세종로에 쌓았다. 정치컨설턴트로 유명한 딕 모리스는 집권 초기 국민은 가볍고 개방적인 ‘친구 같은 대통령’보다는 듬직하고 진중한 ‘아버지 같은 대통령’이나 ‘맏형 같은 대통령’의 이미지가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이 자유분방하고 투박한 지도자보다는 절제되고 세련된 지도자를 원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심리학자 라스웰의 유형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우리 국민은 자기 현시욕이 강하고 휘황찬란한 선동가형 지도자보다는 자기절제가 뛰어나고 담백한 행정가형 지도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행정가형 지도자는 ‘정치’보다는 ‘경제’나 ‘민생’에 비중을 두는,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정책관리자형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절실한 덕목은 겸허함이랄 수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겸손이어야 한다. ‘행동하는 겸손’은 다소 추상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뿔난 민심을 하루빨리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대통령이 진정으로 반성한 것 같은가?”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으면 위기를 극복하겠지만, “아직 멀었다”고 대답한다면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겸허함과 함께 둘째로 필요한 것은 포용력의 발휘다. 이 대통령은 국정쇄신 과정에서 ‘고소영 참모’나 ‘강부자 내각’과 같은 편향인사 시비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탕평인사를 단행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이회창 등 정치권 지도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소통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530만 표라는 큰 표차로 당선되었던 ‘메이저 대통령’(major president)인 동시에 63%라는 저조한 투표율로 당선된 ‘마이너 대통령’(minor president)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셋째로 안정적인 지도자의 면모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BBK, 땅투기 의혹 등 불안요인들이 많았지만 경제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임기 100일이 지나도록 경제지도자로서의 활약상은 보이지 않고 인사 실패, 대운하 공방, 쇠고기 파동 등 불안요소들만 잇따라 터져나오니 국민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이 대통령이 ‘안정적인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은 언행의 절제력이다. 이 대통령은 호방하고 활발한 외향형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서 거침없고 직설적인 경향이 강해 불필요한 구설에 오를 소지가 많다. 특히 국가지도자의 말투는 사소한 것 같지만 국민정서에 직접적이고도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메시지 기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대통령처럼 뜨거운 열정과 넘치는 의욕으로 강력한 정책드라이브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노변정담이나 정례 기자간담회와 같은 지속적이고 성실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한 손에는 추진력의 무기를, 다른 한 손에는 겸허함의 미덕을 들고 성공한 지도자가 된 것이다. 이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CEO는 단순히 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의 약칭이 아니라 Communication(소통)+Economy(경제)+Open mind(포용력)의 합성어라고 생각할 때 국정의 해법이 보일 것이다.

2008.06.24 10:59

7분 소요
[산업자원부와 공동기획 ‘최고의 부품기업 현장 리서치’] “음악 나오는 머플러 개발해요”

산업 일반

▶세종공업 기술연구소에서 머플러 소음 측정을 하고 있다. 생산 현장을 리서치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기획실 정연국 부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부품전문업체가 한국적이냐, 세계적이냐를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품회사를 이끌고 있는 경영진의 시각과 사고방식이 한국적이라면 이미 현대·기아차와 공생해야 할 업체로 자격 미달이라는 의미였고, 최소한 세계적인 감각과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함께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정 부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부품 협력회사가 세계적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도요타자동차를 경쟁 대상의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만 도요타는 덴소(Denso)사와 같은 세계적인 부품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도요타의 경쟁력입니다. 그건 뭘 얘기하느냐, 우리는 아직도 도요타에 비해 부품 협력회사의 품질 경쟁력이 열세에 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앞으로 부품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화하는 데 역점을 둬서 세계적인 부품전문회사를 반드시 두겠다는 겁니다. 그런 업체로서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이 5스타 인증을 받은 업체고, 그중에 한일이화나 세종공업이나 한라공조, 성우하이텍, 한국 보그워너 같은 13개 업체를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세계적인 부품회사를 만들자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여타 완성차 메이커들의 인식이 변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그는 단호히 ‘현대·기아차만큼은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협력업체에 현대·기아차 의존율을 떨어뜨리라고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다른 자동차에 공급하면 우리하고는 이혼할 각오를 하라’고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키우고 육성하고 기술개발시켜줬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우리한테만 종속하게 해서는 한계가 있을 거다, 그러니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을 해라, 수출도 해라, 그렇게 해서 부품회사 스스로 규모를 키우라고 독려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상당한 능력이 있는 부품회사들은 직접 수출을 하고 있고,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요.” 실제로 정 부사장은 170개 업체가 GM대우차의 부품을 같이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렇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협력회사의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고, 경영이 안정되니 품질개발도 더 적극적이고 기술 개발에도 투자여력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머플러 없는 시대 준비해야 세종공업은 1976년 창업 이후 30년이 넘도록 줄곧 소음기와 정화기, 그리고 차체품을 중심으로 고집스럽게 한 우물을 파오면서 세계적인 머플러 전문생산업체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도가 높아지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고민이 쌓이기 시작했다. 물론 세종공업의 기술력이나 머플러 경쟁력은 변화가 없고 품질본부를 맡고 있는 이석길 이사의 설명처럼 이미 ‘소리의 품질’ 연구에 들어갔다고 할 만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10년을 주기로 본다면, 소음의 효과는 20% 이상 향상됐다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소음이 없어졌다는 얘기지요. 엔진은 갈수록 출력이 세게 나옵니다. 신규 엔진이 개발되면 소음 출력은 더 높죠. 소음은 거의 줄어들지 않거든요. 출력과 소음은 비례하니까요. 근데 출력이 높으면서도 소음은 더 낮아지게 했다는 것이 바로 머플러의 발전이고 세종공업의 기술력이라고 보면 된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거기서 멈출 수 없다 해가지고 음악이 있는 머플러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머플러에서 소음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나오게 개발을 한다는 겁니까? “고민을 시작한 거지요. 예를 들어 스포츠카는 그들만이 좋아하는 소리가 있어야 되고 점잖은 고급 세단은 또 거기에 어울리는 음색이 있단 말입니다. 아이디어를 너무 공개하면 안 되니까 연구에 착수했다는 말씀만 드립니다만 국내외 어느 부품 전문회사에서도 아직 접근을 못하고 있지요.” 그러나 세종공업의 근본적인 고민은 생각보다 깊었다. 음악이 있는 머플러는 새로운 제품 개발이 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머플러가 세종의 주력 제품일 수 있겠느냐 했을 때는 대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대차에서 30년 동안 승용차 생산본부장과 울산 공장장(부사장)까지 지낸 한상준 사장도 고민이 깊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머플러가 전망이 계속 좋을 거냐, 의문이 좀 있어요. 자동차가 성장하는 거에 비해 전자부품이라든지 이런 거는 계속 포션이 늘어나는데 머플러는 그렇지 못해요. 자동차 생산량하고 거의 같이 가요. 그런데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되면 머플러가 필요 없게 되는 시점이 온다 이거죠. 이게 핵심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어떻게 지속성장을 할거냐, 이런 고민이 있는 거죠. 1000여 명 식구가 열정을 쏟고는 있지만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장기적으로 보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여간 고민이 많은 게 아니지요.” 바이오센서까지 깊숙이 연구 -거기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운데요? 전기자동차든 수소차든 보편화한다면 거기에 필요한 새로운 부품이 만들어져야 할 것 아닙니까. 세종공업의 연구진과 기술력이 얼마든지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세종을 높이 평가해줘서 고마운데요, 이미 세종의 주력 제품하고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와 관련한 부품회사가 있는 거지요. 물론 우리도 대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현대·기아차의 62%를 납품할 수 있겠느냐, 매출이 지난 30년처럼 향후 30년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앉아서 죽지는 않아요. R&D 기술은 외국회사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제조기술은 테네코나 프레시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으니까 우리의 영역을 좀 더 넓힌다면 돌파구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테네코사(Tenneco’s Monroe Auto Equipment)는 자동차의 운행 중에 비, 눈, 모래는 물론 염화칼슘 등에 쇽업쇼바(Shock Absorbers)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부식 방지를 위한 최상의 공정을 연구해 유명해진 회사다. 그런 회사에 제조기술이 뒤떨어지지 않는 정도라면 미래가 어둡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R&D를 늘리는 것 외에 해외사업 본부를 키우고 있거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얘기 나가면 진짜 골치 아파요. 물론 해외사업 본부도 키우고 있고, 현대차와 정부 자금을 받아서 수소차 시대에 대비해 바이오센서까지 깊숙하게 연구 중이고, 물 처리 분야도 어느 정도까지 연구에 들어갔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거죠. 물론 자동차가 어느 날 갑자기 일시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신차들은 계속 머플러 달고 나와요. 그렇잖아요? 거기다가 우리는 세계 시장만 생각하고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3위 안에 들어야 한다고 해서 후진국 시장은 눈에 잘 안 보이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후진국에서는 머플러 붙은 차를 탄단 말입니다. 다만 머플러가 완전히 제로가 되리라는 예상을 하고 목표는 지속성장을 전제로 나가야 되겠다는 거지요.” 세종의 기술력이나 생산능력으로 얼마든지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반문했을 때 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 자동차 부품을 더 합시다 하기엔 힘들죠. 세종의 능력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고 이미 영역 결정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빼앗아 올 수도 없고 빼앗길 놈도 없다 이겁니다.” 그러면서 세종공업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지난 30년 동안 회장님(박세종)이 만들어 놓은 세종의 얼굴이 있더라고요. 그게 한눈 안 팔고 외곬으로 해왔다는 겁디다. 보통은 세종 정도가 되면 땅투기를 하거나 현금 장사를 해요. 어음 없이 현금 받고 파는 그런 사업으로 눈을 돌리지요. 근데 머플러만 후벼 팠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게 성장했고, 기술력도 상당 수준 올린 겁니다. 아마 세계 최고가 될 때까지는 머플러가 주력 제품에서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2008.01.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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