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가구 들어설 2차 신규 택지 후보지서 투기 정황
국토부, 안일한 투기 대책으로 주택 공급 계획도 ‘휘청’
일부 지역 거래 200~400% 급증…광명‧시흥 투기 재연?
후보지 발표 연기, 개발 대상지에서 제외할까 말까 곤혹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정부의 2‧4부동산 공급 대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5만 가구를 공급할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가운데 약 13만 가구가 들어설 입지 발표까지 미룬 채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4월 29일 밝혔다.
지난 2월 4일 정부는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라며 공공 주도형 도심 재개발‧재건축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전국 대도시에 약 83만 가구의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겠다던 계획이었다. 이 계획에는 도시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을 통해 약 32만 가구를 공급하고 25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신규 공공택지도 확보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전국 15~20곳에 약 25만 가구의 택지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이 구축될 수 있도록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신규택지 선정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 논란이 불거지며 터졌다. 2월 24일 신규 택지라고 발표한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임직원들과 공무원‧공직자 등이 투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LH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흔들리면서 부동산 공급 대책을 주도했어야 할 변창흠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마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2차 후보지 발표 과정에서도 투기 논란이 생긴 것이다. 국토부는 14만90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신규택지 후보지 중 울산 선바위와 대전 상서 등 1만8000가구 입지만 지난 4월 29일 발표했다. 13만1000가구가 들어설 땅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후보지 발표를 미루면서 투기 의심 정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택지기획단장은 29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A지구 같은 경우 특정 연도 상반기에 토지거래량이 56건이었고, 지분거래 비율이 18% 정도였는데 하반기 거래량이 453건으로 늘었고 지분거래율 비율은 87%에 이르는 정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특이 거래동향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많았다"며 "경찰수사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의 심층조사를 통해서 판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투기 의심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2018~2020년에도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진행된 곳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신도시 개발 앞두고도 투기 예방에 소홀…논란 자초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안일한 대처가 투기 논란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도시 지정과 개발 등의 정책을 펴면서 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행대로 움직여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도심에 새로운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방지책을 함께 마련했다. 2월 4일 이후 개발 후보지 주택을 매매하면 이후 후보지를 개발해도 분양권을 받지 못하게 했다. 해당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량이 10~20% 이상 늘거나 가격이 큰 폭(10~20%)으로 뛰면 개발 지역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조사 기간은 올해 2월을 기준으로 1년 내외다.
하지만 신규 택지 선정과 관련해선 이런 대책이 적용되지 않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기존 투기 억제 방지책이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광명‧시흥 지구 투기 논란이 커진 뒤에야 2차 후보지의 최근 5년간 거래 내역을 조사했고 투기 의심 정황을 밝혀냈지만,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 후보지에서 제외하는데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2‧4대책 당시 발표했던 투기 억제 대책은 도심 공공개발에 대한 내용이었다. 신규 택지개발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택지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된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월 4일 정부는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라며 공공 주도형 도심 재개발‧재건축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전국 대도시에 약 83만 가구의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겠다던 계획이었다. 이 계획에는 도시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을 통해 약 32만 가구를 공급하고 25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신규 공공택지도 확보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전국 15~20곳에 약 25만 가구의 택지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이 구축될 수 있도록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신규택지 선정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 논란이 불거지며 터졌다. 2월 24일 신규 택지라고 발표한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임직원들과 공무원‧공직자 등이 투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LH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흔들리면서 부동산 공급 대책을 주도했어야 할 변창흠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마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2차 후보지 발표 과정에서도 투기 논란이 생긴 것이다. 국토부는 14만90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신규택지 후보지 중 울산 선바위와 대전 상서 등 1만8000가구 입지만 지난 4월 29일 발표했다. 13만1000가구가 들어설 땅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후보지 발표를 미루면서 투기 의심 정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택지기획단장은 29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A지구 같은 경우 특정 연도 상반기에 토지거래량이 56건이었고, 지분거래 비율이 18% 정도였는데 하반기 거래량이 453건으로 늘었고 지분거래율 비율은 87%에 이르는 정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특이 거래동향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많았다"며 "경찰수사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의 심층조사를 통해서 판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투기 의심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2018~2020년에도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진행된 곳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신도시 개발 앞두고도 투기 예방에 소홀…논란 자초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안일한 대처가 투기 논란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도시 지정과 개발 등의 정책을 펴면서 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행대로 움직여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도심에 새로운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방지책을 함께 마련했다. 2월 4일 이후 개발 후보지 주택을 매매하면 이후 후보지를 개발해도 분양권을 받지 못하게 했다. 해당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량이 10~20% 이상 늘거나 가격이 큰 폭(10~20%)으로 뛰면 개발 지역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조사 기간은 올해 2월을 기준으로 1년 내외다.
하지만 신규 택지 선정과 관련해선 이런 대책이 적용되지 않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기존 투기 억제 방지책이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광명‧시흥 지구 투기 논란이 커진 뒤에야 2차 후보지의 최근 5년간 거래 내역을 조사했고 투기 의심 정황을 밝혀냈지만,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 후보지에서 제외하는데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2‧4대책 당시 발표했던 투기 억제 대책은 도심 공공개발에 대한 내용이었다. 신규 택지개발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택지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된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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