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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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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AI 시대 개막”...B2B 신사업으로 수익 창출 나선다

산업 일반

기업용 AI(인공지능)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2년 챗GPT가 등장한 이후, 직장인들이 AI 활용이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일반 사무직들이 업무용 AI 기술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 ‘직장에서의 AI 사용’에 따르면 근로자 5334명 중 80%가 AI가 업무 성과를 높였다고 답했다. 이 같은 흐름에 업무를 돕는 AI 기술이 새로운 B2B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업무용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부 직원용 서비스로 운영하다, 이를 외부 기업에게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업무 특화 개발로 돈 버는 AI 가장 최근 업무용 AI 기술 사업성에 포부를 밝힌 기업은 SKT. 유영상 SKT 대표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앞두고 스페인 현지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수익 창출 전략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돈버는 AI를 시작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서 시작해 AI B2B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가 말한 SKT의 대표적인 AI B2B 기술로는 올해 출시 예정인 ‘에이닷 비즈’가 꼽힌다. 에이닷 비즈는 SKT의 AI 기술 에이닷의 업무 특화 기술로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 등 업무 전반에서 사용하는 ‘에이닷 비즈’와 법무, 세무, 인사 등 특화 영역에서 기능을 제공하는 ‘에이닷 비즈 프로’ 등 두 가지로 제공된다. SKT는 에이닷 비즈를 올해 그룹 내 계열사 직원용으로 사용하다 외부 판매 서비스로 확산할 계획이다.KT 역시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KT는 이번 MWC에서 KT 광화문빌딩 WEST 사옥을 모티브로 해 전시 부스 안에 사무 공간을 마련해 관련 업무용 AI 기술을 보였다. 먼저 KT는 통신시장 경쟁분석 에이전트 기술을 선보였는데, 이 기술은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내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해 각 도메인 영역에 맞는 맞춤형 분석 결과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사용자의 질문을 받은 후 적절한 답변을 생성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직접 분석하며 유용한 정보를 발굴한다. 사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이메일 발송이나 일일 보고서 작성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GPU 할당 에이전트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실시간 GPU 자원 현황과 사용자의 수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GPU 자원을 할당하고 스케줄링한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프로젝트 우선순위와 GPU 활용률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롯데와 삼성도 업무용 AI 기술을 개발하고, 외부 판매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기술인 ‘아이멤버’는 롯데그룹 내 직원들만 사용하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대외 서비스가 가능한 SaaS(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바뀌며 타 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아이멤버에 회의록 자동 생성 기능, 보고서 자동 생성 기능을 추가하는 등 업무 특화 AI 기술을 발전시켜 대외 사업 확장을 목표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앞으로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이멤버의 지속적인 고도화 및 개선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삼성SDS도 지난해부터 기업용 생성 AI 기술인 ‘패브릭스’를 앞세워 AI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는 패브릭스를 활용하면 해외 신제품 출시를 위한 보고서 초안을 5분 안에 작성하는 등 업무에 필요한 서류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삼성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패브릭스 운영과 동시에, 업무 자동화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3개 이상의 언어를 동시에 인식해 통·번역을 지원하는 기능을 자랑한다. 한국어·영어·중국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10개 언어 음성을 인식해 실시간 통역을 제공하고, 러시아어·헝가리어·아랍어 등 15개 언어에 대해선 번역 서비스를 지원해 해외 사업자와 회의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확장하는 AI 에이전트 시장AI 기술의 원천으로 통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업무용 AI 기술 출시에 나서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웹 브라우저에서 업무를 대신하는 ‘오퍼레이터’를 올해초에 공개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앤스로픽이 키보드 입력부터 클릭, 마우스 커서 이동과 같은 컴퓨터 조작을 대신 해주는 AI 기술 ‘컴퓨터 유즈’를 내놨다. 이처럼 업무를 돕는 개인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AI 기술, AI 에이전트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세계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51억 달러에서, 연평균 47.3% 성장해 2030년엔 618억 달러까지 확대할 것으로 바라봤다.

2025.03.07 10:00

4분 소요
지속가능한 공급망,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 [스페셜리스트뷰]

산업 일반

2005년 나온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산간오지인 동막골에 들어간 북한 인민군 장교가 촌장에게 부락민들을 잘 통솔하는 비결을 묻자 촌장은 그저 “뭘 마이 멕여야지”라고 답한다. 결국 세상 모든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고, 이것은 일자리로 귀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걸 생생하게 전해주는 대목이다.필자는 기업에 재직 중이던 당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붕괴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 등 사건을 계기로 극단적 재난상황에서도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여러해에 걸쳐 한 적 있다. 당시 그룹내 많은 경영진과 외부의 전문기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핵심 계열사의 공급망과 운영체계를 다루는 것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라'는 모토 하에 일어날 수도 있는 모든 위기를 상정하고, 사안별로 최적의 대비와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었다.얼마 전 공급망 분야 세계적 석학인 요시 셰피 MIT 교수의 책 '매직컨베이어벨트'를 전문가 2명과 같이 번역해서 출간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책의 주요 부분 위주로 AI시대 지속가능한 공급망과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관점을 서술해 보고자 한다.흔히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이므로, 위험이 아니라 기회를 보는 긍정적 사고를 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실제 비즈니스에 있어 위기라는 건 늘 있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하면 성장하고 번영하는 것이고, 좌절하면 소멸되는 것이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 이라는 또다른 위기AI 열풍이 느껴진다. 챗GPT로 촉발된 AI혁명은 이제 일상과 기업 운영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고, AI로 인한 일자리 소멸 전망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의 90%가 6년 뒤 AI로 대체 가능하다거나, 의사나 변호사 등 많은 일자리가 5년내 1400만개 사라진다고 하는데, 진행 중인 AI 기반 혁명은 이전의 산업 혁명들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전문직 종사자와 광범위한 직업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능했던’ 기능을 매우 빠르게 수행한다. 변화 속도를 주목해야 한다. 이전의 산업 혁명에서는 농부가 기계로 대체되는 경우 공장과 공급 생태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기 때문에 개인은 은퇴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거나 직업을 전환할 시간이 있었고, 기업들도 변화에 적응할 여유가 있었다.하지만 AI 기반 자동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많은 기업과 조직이 이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왔기 때문에 전환은 매우 빠르다. 그렇다고해서 AI기술 주도 혁신이 바로 일자리 파괴와 대량 해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기술 혁명은 소프트웨어 및 웹 개발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등 많은 직업을 만들어냈다.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예측가능하므로 기업과 정부는 근로자 경력 재설계와 교육, 훈련을 통해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둘째 일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기존 일자리의 연장선상에서 확대될 것이다. 누구나 PC를 활용해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관련 교육,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에 IT관련 직업은 소멸되지 않았다.결국 새로운 생성형 AI 도구는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전문가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 바로잡아주는 AI트레이너와 분석을 돕는 전문가가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 발전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가령 1970년대에 비해 오늘날의 항공여객 승객은 크게 늘었다. 항공업계를 뒷받침하는 기술발전이나 여건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 여객기 조종석 승무원이 과거 5명에서 2명으로 줄면서, 승객당 인건비가 줄자 여행 수요가 늘었고, 규모의 혁신이 일어났다. 더 많은 조종사, 객실 승무원, 수하물 취급자 및 공항 직원을 필요로 하게 되어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다시 항공 여행의 증가로 이어졌다.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2005년 저비용항공사(LCC)설립 후 국적항공사의 조종사 수는 2022년 기준 6,382명으로 2010년 3,750명에 비해 70% 이상 증가했다.중요한 것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AI기술 혁신으로 인한 비약적 발전이 고용에 항상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를 위한 충분한 교육훈련과 준비가 필요하다.90년대 후반까지 주말에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들을 했던가? 신문 광고를 살펴서 주말에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어느 극장에 몇시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알아내고, 당일 몇 시간 앞서 도심의 극장에 나가서 현장 예매를 하고, 상영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국내에 아이폰이 상륙한 것은 2009년인데, 지금은 어린아이들까지 과거 노트북을 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며, 버스를 타거나 일기예보와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하드웨어는 물론 애플리케이션 등 연계기술이 발전된 덕분이다. 현재 기술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제 수많은 일터에서는 다가올 변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획하고 개발해야 할 때다.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하는 방법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여러 방식과 형태로 탈숙련화를 가속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광범위하게 일자리와 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계별로 살펴보자.첫 번째, 탈숙련화(De-Skilling)이다. 저숙련 노동자가 고숙련 노동자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두 번째, 더 적은 근로자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확장(Scaling) 현상을 가져온다. 산업용 기계의 도입은 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양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된다.마지막으로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특정 직업이 완전히 없어지는, 일자리 제거(Elimination) 현상이다. 승강기 운전원, 전화 교환원, 전보 배달원, 버스 안내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역사 속 사라진 직업이다.사실 잃어버린 일자리들은 잘 알려진 것이지만, AI기술로 새롭게 창출될 미래 직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하다. 이러한 관점은 앞으로 기업, 협회, 학계 그리고 정부 등 기술과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기술적 논의와 대비를 위해 해야 할 정책적 함의 도출에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시스테믹 솔루션 영향력 막대AI기술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단일 포인트 솔루션(Single-point solution)이다.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면 인식을 예를 들면, 인공지능 기능으로 휴대폰 잠금을 해제한다.이들 기술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지는 않으며 보안을 강화하고 잠긴 휴대폰 화면을 여는 절차를 가속화할 뿐이다.두번째 유형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솔루션(Business-process solution)인데, 이 기술은 특정 작업 수행을 위해 설계되며 해당 업무와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은행 대출 평가나 보험금 청구 업무라면 AI기반 솔루션은 단순 업무를 해결하고, 복잡한 문제는 숙련된 작업자나 관리자가 처리한다. 세 번째 유형은 시스테믹 솔루션(Systemic solution)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변경하는 AI기술이 포함된다. 구글의 광고 타겟팅 시스템은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준다. 한 번 구축해 조정되면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지 않으며, 자체적으로 의사 결정도 내린다.주목해야 하는 인공지능의 혁신적 잠재력은 대부분 시스테믹 솔루션 영역에 있지만, 새로운 기업의 출현이나 서비스와 일자리 개발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결국 오늘날 AI 기술의 대부분은 비용 절감(주로 노동력)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프로세스 솔루션이다. 이는 근로자들에게 두려움을 야기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알려지지 않은 발전을 이끌 것이며, 일부는 인간에 유익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술 발전으로 제거된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우려, 또는 특정 업무 개선을 위한 무분별한 솔루션 도입보다는 앞에서 소개한 AI기술의 적용 유형과 방식을 고려해 기술 도입이 기업 내 임직원, 조직, 기업 문화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타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프로세스 개선은 인간의 몫많은 전문가들이 자동화, 특히 AI와 로봇공학을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지만, 로봇과 인간은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협업의 경우 로봇이 경쟁자이기보다 협력자에 더 가까운 부분 자동화(partial automation)로 실현되고 있다. 인간 노동자는 기술과 판단을 요하는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대표적인 협동 로봇의 형태는 공장 코봇(cobots)과 물류 코봇이다. 물류센터와 공장에서 공장 코봇은 더 숙련된 영역을 처리하는 인간 작업자와 협력해 단조롭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을 돕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의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서는 AI가 탑재된 코봇이 무거운 짐을 옮기고, 인간 작업자는 로봇의 움직임을 지시하거나 더 섬세한 작업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로봇들은 휴대용 태블릿을 사용해 쉽게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으므로 벤츠는 다양한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다. 궁극적인 코봇의 실현은 사람과 기계를 결합한, 착용 가능한 외골격 로봇(exoskeleton)일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이 더 많다. 결국 로봇은 반복적인 표준 작업을 처리하고, 사람은 예외 처리와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대부분의 인간 학습은 사례 연구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공식적인 견습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생성형 AI 시스템은 관찰을 통해 사람들이 하는 방식을 기계의 속도로 빠르게 학습하고, 대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일단 생성형 AI 시스템이 훈련되면 그 응용은 다양하다. 특정 전문가 계층 사이에서 일자리 제거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복잡한 맥락적(contextual) 요소를 판단하여 기계나 장비 사용의 장점을 평가하고, 필요시 기계를 바꾸도록 지시하거나, 고장을 수리하고 교체하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은 사람과 기술 간의 협업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VUCA 시대의 퓨처 트렌드AI의 도입으로 인해 비즈니스와 공급망의 VUCA 특성(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대이다. 미래는 다음 3가지 트렌드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특히 직업의 미래 관점에서 근로자에게 두가지 상반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첫 째,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는 VUCA 수준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세계 인구는 이미 상당한 지리적, 인구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셋째, 끝없이 발전하는 정보 기술은 이러한 세상에서 유용한 데이터, 의사 결정, 제어 및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이러한 트렌드의 상호 작용은 다음 두 가지 영향을 근로자에게 미칠 것이다. 첫 째, 기술이 새로운 유형의 작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기존 인력 중 일부를 대체할 것이다. 둘째, 자동화의 광범위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를 뒷받침하는 비즈니스와 공급망의 모든 활동을 설계, 관리, 실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인력수요는 있을 것이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23년 일자리 미래 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에 따르면 AI 및 머신러닝 전문가, 로봇 공학 엔지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등 일자리는 크게 늘고 단순하고 일상적인 관리나 물리적 작업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직업 범주에 남아 있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일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가장 숙련된 직원이 될 것이다. 즉, 기계적 아웃풋이 어느 시점에 의미가 없는지, 기계가 고장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유경험자들이다.미래를 위한 인재 공급망 노동시장이 AI로 자동화되면서 숙련 인재 확보가 고용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단순 업무가 줄어들면서, 저숙련 신규 인력의 고용 기회가 줄어들 위험이 크다. 만약 회사에 신입채용이 없다면, AI나 통신 시스템이 실패할 경우 예외를 처리하고 기계의 잘못된 결정에 개입해 바로잡고, 공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숙련 직원을 개발할 방법이 없다. 기술 변화와 관련된 난제 중 하나는 기술이 새로운 업무 기법을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지만, 실직자들은 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0.68이라는 사상 초유의 합계출산율이 예상되는 대한민국의 2024년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앞에 두고 기업은 기술 격차(Skill Gap,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력과 직원의 역량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하며, 이는 기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강조된다.앞으로 기술은 기업과 고용의 미래 모두에서 절대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근로자들이 동일한 직위로 같은 직장에 계속 근무하더라도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은 전체 업무 환경과 개별 작업 모두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제때 확인하고, 업무에 적용되는 기술을 이해할 것을 요구받을 것이다.또한 일부 프로세스 결함이나 발생가능한 오류를 발견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잠재적인 이상 징후가 수정해야 할 사항인지, 적응해야 할 변화인지, 아니면 그냥 무시해야 할 문제인지 판단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물론 컴퓨터와 AI가 공급망과 산업현장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 문제 조치 노하우나 경험치가 쌓이지 않는 경우 자동화는 공급망의 복잡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점점 더 복잡해지는 공급망에서 관리자는 시스템 평가 및 분석 같은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IoT, 로봇, 자율주행차, 수학적 모델, AI 등 고급 공급망 도구를 인력과 통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또한 업무량 패턴을 예측하고, 작업자의 생산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모든 작업부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기술 자원 수준을 예측하고 가용성 및 리드타임과 같은 예상 서비스 요구 사항을 유지할 수 있다.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고급 AI,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광범위한 적용은 공급망 관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7월 19일 협정 세계시(UTC) 새벽 4시경(한국 시간 오후 1시경)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상에서 실행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발 전산망 마비 및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이 사건은 기업들이 개별 구매하여 설치한 서드파티 소프트웨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였고, 전 세계가 정보기술(IT) 먹통 사태를 겪었다. 미국, 독일 공항에서 비행기가 묶였고 영국, 호주 증권거래소와 방송사 등에선 컴퓨터 화면이 멈춰 서는 ‘블루 스크린 현상’이 발생했다. 850만대의 MS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서버와 PC에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보안 솔루션 업데이트가 배포되면서 발생한 장애로 IT로 이어진 ‘초연결 세계’의 잠재적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이러한 장애는 수많은 기업을 순식간에 마비시키고 공급망을 혼란에 빠트린다.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동일한 클라우드 기능, 소프트웨어 시스템 또는 데이터 흐름에 의존하게 되면 모든 기업이 동시에 장애에 취약해져 시스템적으로 광범위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디지털 시스템의 또 다른 취약점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다는 것인데, 한 회사의 시스템에서 공통적인 취약 부분을 활용해 다른 회사의 시스템을 다운시킬 수 있다. 2017년 6월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사 머스크(Maersk)의 경우 76개 항구와 800척의 선박에서 회사의 컴퓨터 시스템 전체가 중단됐다.사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전쟁 공격으로 해커들이 유포한 악성코드가 전 세계 컴퓨터를 무차별 공격했던 것이었다.피해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로 퍼졌고, 시스템과 서비스 중단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담당자들은 피해를 복구할 때까지 최대한 수작업으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앞에서 말한 사태들의 첫번째 교훈은 시스템 작동 방식에 대한 숙련인력들의 지식에 따라 복구, 정상화 시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지식은 아쉽게도 모두 자동화되기 어렵고 물리적 문서와 고도로 숙련된 현장 작업자의 기억과 경험에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두번째 교훈은 인간이 관여하는 시스템은 한 번에 중단되거나 고장 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복잡하게 연결된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갑자기 셧다운이 발생된다. “실수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정말로 일을 망치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오류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도 프로그램된 작업을 고집스럽게 완수하는 컴퓨터의 특성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더라도 컴퓨터의 경직성(rigidity)은 결국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다.인구 고령화,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장기적인 추세는 눈에 명백히 보인다. 변화가 가져올 충격과 영향에 대해 기업들은 예상은 하면서도 단기적 재무압박을 명분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다른 한편 장기적 변화의 또 하나의 속성은 긍정적인 잠재적 기회도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선견지명이 있는 어떤 기업은 적응할 기회를 갖게 되고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취약한 회사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인구 변화 리스크에 있어서 핵심 요소는 이주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일 것이다. 기후 변화, 지정학적 불안과 전쟁, 그리고 빈곤층에서 벗어나기 위한 갈망으로 인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더 삶의 질이 높은 안전한 국가로의 이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주의 긍정적인 측면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수요, 추가 노동력이 유입되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부정적 측면은 이민자들이 이주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일자리 경쟁자로 인식되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정부 지출패턴에도 변화가 필요 또 하나의 인구 변화 관련 주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최근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령 사회는 인구 감소와 맞물려 근로 연령층과 은퇴 시민 사이에 불균형 문제를 야기하며, 정부 지출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미래의 일자리와 관련된 주요 문제이다. 근로자 고령화의 영향은 기업에게 중요하다. 대규모 인력의 은퇴가 임박하면 조직이 알고 있는 업무 지식, 즉 ‘제도적 기억(institutional memory)’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퇴사전 보유 지식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인수인계가 모든 조직에서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기업은 문서화된 매뉴얼에만 의존하는 대신 첨단 AI로 구현되는 여러 대안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 직원으로부터 학습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해당 정보를 새로운 세대에 효율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몰입형 지식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명백한 장기적 추세인 인구변화 외에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파괴적 혁신’도 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존 제품을 꾸준하게 개선하는 ‘점진적 혁신’을 선택했던 노키아와 기존 휴대폰 시장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한 애플의 사례는 매우 유명하다. 짧은 시간내 소멸되는 태풍과 달리 비즈니스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은 고객 수요와 시장구조에 영구적 변화를 만들어낸다.이렇게 장기 변화 추세, 장기 리스크, 전략적 대응과 관련해 기업이 예측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시나리오 기법 훈련을 해보기를 권고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양한 ‘만약의(what if)’ 미래 모습들과 그 다양한 현실들이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진의 시각을 넓히고 다양한 미래 변화에 대비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최초의 도로교통법이라는 영국의 적기조례는 1896년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30여년 간 작동하며 영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만든 결정적 계기로 평가 받는다. 보행자나 마차의 안전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차량의 무게,속도,주행방식 등을 규제한 법률인데, 실제로는 마차 관련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동차는 도심 최고 시속 2mph (3.2 km/h)의 속도로 주행하도록 하고,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여러 대의 마차를 운반하는 도로 차량 앞에서 걷는 것을 요구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최근 보여준 챗GPT 등의 엄청난 퍼포먼스 때문에 AI 시대에 대한 과잉의 두려움이 있다. AI 시대를 어느 개인이나 한 국가의 노력으로 피할 수도 없고, 새 일자리 창출효과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AI 시대 관련 국가가 할 일은 2050 탄소중립 대응과 얼개가 같다. 전체 사회의 공정한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 기업이나 산업단위로 해야 할 일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조금 더 앞서 나가야 한다.기업은 내부 자원과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인적자원 교육훈련에 앞서 나가야 한다. 눈앞의 현실과 자기 실력에 대한 과잉 과소평가 모두 금물이다. 개인은 필요한 쪽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AI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종합적인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 국가적,사회적으로 그러한 준비를 하겠지만, 무엇보다 학습하는 인간, 발전하는 인간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잡고 가야 한다내가 근무하던 조직은 운좋게도 90년대 PI(생산성혁신)에 한 발 앞서 투자하고 체질을 개선한 덕분에, 디지털 전환 시기에 선진 국가의 경쟁기업들을 앞서 나갔고, 장기 호황의 발판을 만들어 냈다. 1등을 지향하는 치열한 내부 경쟁 문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전체 조직이 위기의식을 갖고,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도록 만들고, 과감하게 투자를 한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는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된 미래가 올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이제 준비의 시간이다. 김효석 환경부 국립환경인재개발원장은_환경과 안전을 주제로 글로벌 제조기업의 공장과 본사, 지주사를 차례로 거친 이후 공직에 입문했다. 우리나라 환경공무원들의 직무교육과 환경기술인력들의 전문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앞서 전자업종에서 오래 일하며 사업지속성체계(BCM) 구축을 오래 맡았고, 그룹 연수원을 통해 EHS전문인력을 양성했다.

2024.11.09 07:00

14분 소요
이주 사회의 미래, 수용에서 포용으로….bbb 코리아 컨퍼런스 개최

산업 일반

(사)bbb 코리아(회장 이희수)는 오는 9월 25일, ‘이주 사회의 미래, 수용에서 포용으로 - 문화간 커뮤니케이션과 세계시민’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이주 시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이주민과 정주민 간의 문화적 소통의 중요성을 조명할 예정이다.한국 사회는 인구의 5%가 외국인인 새로운 이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24년 고용허가제(EPS) 근로자 규모는 16만 5천명에 달한다. 이주 노동자 외에도, 유학생, 결혼 이주, 장기 거주 등 이주민의 유입 경로는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동화’와 ‘적응 강요’ 방식에서 벗어나, 이주민과 정주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bbb 코리아는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문화적 소통의 역할과 가능성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컨퍼런스는 이주민과 정주민 간의 ‘문화적 소통’ 경험과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국 사회가 단순한 ‘노동력 수용’을 넘어, 진정한 포용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시각과 움직임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1부에서는 ‘문화간 커뮤니케이션과 세계시민’을 주제로, 이주와 문화적 소통에 대한 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조명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이주민의 실제 목소리를 반영한 사례 발표를 통해, 이주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화적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사단법인 bbb 코리아가 주최하는 이번 컨퍼런스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마루 180에서 개최되며,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아산나눔재단(장소 후원), 행정안전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후원한다.본 행사는 한국어,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태국어, 러시아어 통역이 제공되며, 참가를 희망하는 이들은 bbb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컨퍼런스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2024.09.06 09:00

2분 소요
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완승이고 국민의힘의 참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패배다.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 그대로 나왔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약 36% 정도 되는데 여기에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을 곱하면 국민의힘이 확보한 의석수와 거의 일치한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기에 정부의 심판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상시기’라는 점이다. 비상시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였다. 만약에 한동훈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바로 임명하지 않고 총선이 끝나고 난 이후에 인사 결정을 했더라면 총선 결과가 달랐을까.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논란의 발단이 된 그 회식을 가지 않았다면 총선 결과는 어땠을까. 문제의 875원 대파를 윤 대통령이 마트에서 손에 쥐고 들지 않았다면… “국정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 위해 최선 다할 것”윤 대통령이 총선 다음 날인 4월 1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전한 총선 패배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는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였다. 4·10 총선 당일부터 공개 일정 없이 숙고를 거듭했던 윤 대통령은 이 56자 입장문을 밝힌 뒤 침묵했다. 국정 쇄신의 하나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및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이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불통 리더십’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감안해 윤 대통령이 발표할 국정쇄신안에는 소통 강화 방안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지난 1월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한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입장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오는 목소리의 핵심이다.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 질책을 정말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결정적으로 두드러졌던 문제는 소통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의대 정원 확대 이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끝까지 부담을 주었던 이슈가 ‘의정 갈등’이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은 선거 후반부 집권 여당이 반등하는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특히 최소 2000명까지 정원을 늘리겠다는 보건 당국의 방향과 대통령의 의지가 잘못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지대로 의대 정원수를 2000명으로 늘리고자 했다면 미리 의료계와 소통하는 노력을 파격적으로 전개했다면, 의대 정원 갈등은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수 있었다. 대화 없는 의대 정원 확대…총선 결과 판가름 선거 이후 각 언론사가 내놓았던 판세 예측과 최종 결과를 보면 한 위원장이 왜 3월 초부터 4월 초 한 달 동안 유세 메시지가 변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4월 들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메시지는 절박하고 격해지기 시작했다. 총선 하루 전 마지막 유세에선 “저는 억울하다”, “피눈물이 난다”, “정말 딱 한 표가 부족하다”는 절규가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시된 최종 성적표를 보면 지역구 총 254개 의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61석이고 국민의힘은 고작 90석에 그친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더 비참하다. 서울에 걸린 48개 의석 중에서 37개는 더불어민주당 당선 지역이고 고작 11개 지역만이 국민의힘이다. 경기도는 총 60개 의석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부분인 53석을 석권하고 국민의힘은 겨우 6개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어 정치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행운을 안았다. 대전은 모두 7개 지역구가 있는데 국민의힘이 단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그냥 한 번의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와 윤 대통령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총선 결과에 따른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지난 4월 10~1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파악해 보았다. 먼저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최선’, ‘논란’, ‘압승’, ‘갈등’, ‘비판하다’, ‘우려’, ‘외면하다’, ‘위기’, ‘막말’, ‘희망’, ‘분노’, ‘의혹’ 등으로 나타났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최선’, ‘호소하다’, ‘독려하다’, ‘실망스럽다’, ‘범죄’, ‘위기’, ‘탄식’, ‘의혹’, ‘논란’, ‘긴장’, ‘패배’, ‘막말’, ‘긴장’ 등으로 나왔다. 압승이라는 연관어는 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이 압승했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이 연관어를 제외하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부정적인 감성 연관어로 도배되어 있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 분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6%, 부정 62%로 나왔고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3%, 부정 감성 비율은 54%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은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하고 한동훈 위원장의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 역시 윤 대통령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한동훈 효과’ 있었지만…한계 드러내며 좌초 ‘한동훈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여의도 정치권 문법이 아닌 5000만 국민 문법을 표방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계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맞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거나 완전히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없는 한 위원장의 파괴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로 3월 초순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비명횡사, 친명 횡재’ 공천 파동으로 인해 국민의힘이 선거 반사 이익을 가져갔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황물의(이종섭·황상무·물가·의대정원) 이슈가 터지면서 그리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역구 몇몇 후보와 비례 정당 투표 후보자 선정에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동훈 후광 효과는 한풀 꺾여버렸다. 무엇보다 총선 참패의 결정적 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었다.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5~29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6.3%에 머물렀다. 부정 평가는 더 내려가 60.7%로 나왔다. 리얼미터의 대통령 긍정 지지율 36%를 국회의원 수 300명과 곱하면 정확하게 108석 당선자가 나오는 것만 보아도 대통령 지지율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총선 과정에서 그리고 총선 결과로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정권 심판’이 지배한 선거였다는 점은 보수와 진보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지점에서 앞으로 여야 간 대치 상황이 경제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총선 결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의회 권력을 얻는 데 실패한 집권 여당과 윤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우군은 이제 국민뿐이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가시밭길 예고 국민 여론을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지표가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다. 현재 30%대의 낮은 지지율에 갇혀 있는 긍정 평가를 50% 이상 확보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되기 힘들다, 새 국무총리를 임명해도 여론을 동반하지 않으면 192명의 범야권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인준해 줄 리 만무하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민심이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최고의 해결책이다.정치적 지형보다 더 크게 관심이 가는 쪽이 경제다. 108석의 집권 여당과 192석의 야권 지형은 22대 국회의 기본적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의회 비중이 축소된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 혁신 과제들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 모양새다. 먼저 ‘민생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다양한 민생 정책의 주제별 토론회를 개최했다. 3개월 정도 민생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국민 경제 활동과 산업 구조 개편에 지대한 영향을 줄 많은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가 열린 22곳을 오간 거리는 총 4970㎞나 된다. 서울과 부산을 약 여섯 번 왕복하는 거리다. 대통령실은 “정책 개선까지 걸린 최단 시간은 3시간”이라고 했다. 10차 토론회 때 “미성년자가 고의로 음주 후 자진 신고해 영업 정지를 당했다”는 한 소상공인의 사연에 윤 대통령이 즉각 지시를 내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시간 만에 조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민생토론회는 애초 구상했던 전국 순회 부처별 업무보고 대신 기획됐지만 윤 대통령이 지역 맞춤형 개발 약속을 쏟아내면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1월 1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본격화와 철도·도로 지하화 추진(1월 25일), 그린벨트 해제(2월 21일) 등이 토론회에서 강조된 대표적 지역 숙원 사업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서 약속한 정책의 예산을 다 합하면 900조원이나 된다면서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총선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 예산 심의에서 거대 양당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반대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거 과정에서 반대했고, 지지층들의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정책 계획을 윤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서 쏟아냈지만 정작 국회의 심의를 통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어려울 것 두 번째 우려되는 문제는 ‘경제적인 이념 편향성’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선거 기간 내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며 일반 노동자들 즉 근로자들의 노동 인권은 깡그리 무시당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노동 개혁도 시장 유연성을 강조하기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근로자 중심 법안에 더 무게가 실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생업에 쫓기는 영세 기업인들과 소상공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살필 겨를조차 없다”며 “5000여 명의 중소기업인들이 광주에 모여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외쳤는데, 그 호소를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민생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노동 개혁을 다시 꺼내 들고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해 기업들이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게 만들고, 정치권은 단단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노동시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임금체계는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성과 중심으로, 근무시간과 유형은 산업별·기업별 특성에 따라 유연근무·재택근무·하이브리드 근무 중 선택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또한 총선 참패로 국회에서 거대 야권이 수용할 리 만무해졌다. 민주당은 “이미 시행된 법(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는 것은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등 보다 강화된 노동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근로 시간 개편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주 최대 69시간' 개편안이 논란이 되자 현행 '주 52시간'의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따라 유연화를 골자를 하는 근로 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근로 시간 유연화는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각을 세워온 초거대 야당이 이를 쉽게 허락할 리 없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된 노란봉투법 재추진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당은 총선 전부터 노란봉투법 재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 대상을 원청으로 확대하고, 쟁의행위(파업)를 이유로 한 회사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내용이 골자다. 윤 대통령 주도 부동산 정책 브레이크 걸릴 것 부동산 및 금융 활성화 정책 역시 총선 결과로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부동산 공급,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혜택 그리고 금융투자세 폐지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한 추진 계획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주도로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위기다. 오는 5월 개원하는 22대 국회도 지난 21대처럼 ‘여소야대’ 지형이 펼쳐지게 된다. 주요 정책 상당수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핵심 정책인 데다 폐지 자체를 두고도 문제 제기가 있는 상황이어서 야당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 활성화 방안의 하나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연간 기준 수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양도차익에 대해 20%를 과세한다.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2023년 시행을 목표로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로 오는 2025년까지 시행이 한차례 유예됐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큰손들이 증시를 이탈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게 된다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고소득층을 위한 ‘부자 감세’라며 2025년 예정대로 시행을 강조하고 있다.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는 2025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란의 이스라엘 폭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지속되고 있는데 여소야대 국회가 정치적 쟁점화가 될 경우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특검법, 해병대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강력한 수준의 특검법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추미애 당선자(6선, 더불어민주당)가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추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추윤갈등’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22대 국회가 많은 걱정과 우려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국회가 여야 이념 전쟁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그리고 가뜩이나 불안한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엄중한 경고뿐이다. 배종찬 연구소장은_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으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상무이사)을 역임한 여론조사 전문가다. 미국·일본·중국에서 연구한 경험이 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4.04.19 07:00

11분 소요
“미분양될 바엔 미루자”…올해 분양 계획 71% 연기

부동산 일반

올해 1~4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이 계획 물량의 30% 수준에 그칠 정도로 저조하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미분양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이 연초 계획했던 착공·분양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는 모습이다.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전국에서 분양 및 분양계획인 민영아파트(민간분양+민간임대) 342개 단지, 총 27만8958가구 가운데 125곳, 14만6382가구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물량이다. 올해 전체 공급물량의 절반 이상을 상위 10개 건설사가 책임지는 셈이다. 하지만 연초 분양일정이 시장 분위기, 규제 완화 영향으로 줄줄이 연기되면서 올해 4월까지 분양실적은 지난해 말 계획했던 5만4687가구 대비 71% 감소한 1만5949가구에 그쳤다.올해 1~4월 수도권은 61%, 지방은 80% 분양 미뤄특히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5월 10일 기준 올해 1~4월까지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1만302가구, 지방이 5647가구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조사한 계획물량에 비해 수도권은 2만6747가구에서 1만302가구로 61% 줄어들었고, 지방은 2만7940가구에서 5647가구로 80%나 급감한 것이다.미분양 리스크 확산으로 주택공급은 줄어든 반면,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주택수요가 늘면서 3월 들어 미분양 물량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2월 7만5438가구에서 3월 7만2104가구로 4.4% 줄어들었다.하지만 청약수요가 일부 유망 지역 및 단지에만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미분양을 소진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는 물론, 브랜드 및 규모 등을 고려한 선별청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청약에 적극 나서기 보다는 대기하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청약시장 분위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공사비 중 인건비, 10년 전의 3배 넘게 올라건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재 공급망이 무너진 데다 품질‧안전 등을 중시하는 정책도 강화하면서 공사비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사비 가운데 원자재 등 건축에 투입하는 직접공사비 상승은 물론, 인건비와 현장관리비 등 간접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로 2년 전(124.35)과 비교하면 약 20% 상승했다.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택사업 공사비 가운데 자재비는 수급에 따라 등락을 보이기 때문에 인상률이 정해져 있다”면서도 “문제는 공사비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른 후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마다 다르겠지만 정비사업 수주 당시 공사비에 비해 현재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공사비가 50%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면서 현장안전을 강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공사비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정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 특성상 외국인이 많은데 외국인 공사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올랐다”며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유입 인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번 오른 인건비는 더 올라가면 올라가지 내려갈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이유로 공사비는 올해 하반기에 더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비·분양가 상승 전망에 분양·착공 연기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 대한 착공과 분양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정비사업을 수주하고 착공 시점에 작성한 계약서에 공사비를 명시하는데 이후 건설환경 변화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에 대해 조합과 시공사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앞으로 계속 올라갈텐데 착공을 해버리면 올라간 공사비를 조합과 시공사 중에 누가 감당할 것인지 다툴 여지가 많다”며 “분양 시장이라도 좋으면 일반분양을 통해 늘어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겠지만, 금리 인상 이후 입지나 사업조건이 뛰어나지 않은 현장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착공‧분양 일정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공사비 상승과 함께 아파트 분양가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1만원)과 비교해 11.7%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161만원 대비 6년 동안 46.3% 뛰어오른 것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아파트 분양가는 연평균 8.1% 상승했다.앞으로도 분양가 상승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5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0으로 전월보다 9.1포인트 상승했다.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기존 분양가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과 금융 비용을 감안했을 때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05.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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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동향] 中 '서기동수 4선 프로젝트' 전면 착수

차이나 포커스

(베이징=신화통신) 중국 국가석유가스관망공사의 '서기동수(西氣東輸·서부지역의 가스를 소비지인 동부로 운반하는 사업)' 4선 프로젝트가 28일 첫 삽을 떴다.해당 프로젝트는 신장(新疆) 우차(烏恰)현과 닝샤(寧夏) 중웨이(中衛)시를 잇는 사업으로 파이프 총 길이가 약 3천340㎞에 달한다.장웨이(張偉) 중국 국가석유가스관망공사 회장은 4선 프로젝트 완공 후 2·3선 프로젝트와 연계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기동수 배관시스템 운영으로 연간 수송량이 1천억㎥에 달해 에너지 수송 리스크 대비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장 회장은 이어 국가석유가스관망공사가 오일가스파이프망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중국-러시아 동선 남부구간, 서기동수 3선 중부구간, 서기동수 4선 등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잇따라 착공됐다며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2022.09.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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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가 상승의 나비효과, 분양가 결국 오른다 [오대열 리얼 포커스]

전문가 칼럼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데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 가격까지 치솟자, 건축 원자재 가격이 들끓고 있다. 이 나비효과로 결국 분양가가 오를 것이란 판단이다. 2021년 유럽 정유사들은 석유 공급을 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코로나19 앤데믹을 바라보면서 2022년부터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사면초가에 빠졌다. 하지만, 미국·영국·캐나다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경제 규제 카드로 러시아의 석유 수입을 끊었고, 이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휘발유는 수송용으로 사용하지만, 경유는 수송용 외에도 발전용과 산업용, 농업용 등의 수요가 다양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연비가 좋고, 폭발력도 크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흔히 사용된다. 이런데 가격이 급등하니, 건축에 필요한 원자재를 만드는 기계들의 단가도 높아지게 됐다. 경유값 폭등의 영향으로 발전과 시멘트 연료인 유연탄 국제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020년엔 평균 유연탄 국제가격이 1t당 60달러 수준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400달러대로 뛰었다. 시멘트 가격뿐만 아니라 철근·레미콘·콘크리트·골재 등의 가격도 올라 건설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다 공급 대란까지 벌어져 공사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재 공급난이 장기화되면 주택 분양가 상승은 물론, 주택 시장 전반적에 악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시행·시공사들이 분양가상한제와 정부의 규제에 막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수익성이 떨어지자 주택 분양에서 손을 놓으려 하고 있다. 아파트를 짓는 원가가 올라갔는데 분양가는 못 올리니, 시행·시공사는 위험을 안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윤 정부도 주택 공급 위해 건축비 기준 인상 이에 정부도 어느 정도 숨통을 풀어주는 모양새다. 사업성을 이유로 주택 공급이 끊기자 정부도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기본형 건축비를 올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5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분양가상한제 대상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3월부터 2.64% 인상했다. 건축비를 올리니 1㎡당 건축비 상한금액(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85㎡ 기준)이 178만2000원에서 182만9000원으로 올랐다. 기본형건축비 인상률은 2021년 9월(3.42%)보다 낮지만, 역대 네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도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주택 250만 가구 공급을 공약한 만큼, 분양가가 올라도 분양물량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기본형 건축비용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가격(택지비+택지가산비+기본형건축비+건축가산비)의 산정에 활용된다. 분양 원가가 높아진 만큼 분양가격도 올라가니 시행사와 시공사의 사업성이 생겨 아파트를 짓고 분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분양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전국 평균 분양가격이 2017년 1월에는 3.3㎡당 958만원이었지만, 2018년 1038만원, 2019년 1126만원, 2021년 1301만원, 2022년 1월 1419만원으로 5년만에 48.1% 상승했다. 특히, 서울의 민간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격이 2017년 2132만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3167만원으로 5년간 3.3㎡당 1035만원 48.6% 상승했다. 건축 원자재 가격이 진정돼도 분양 가격이 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안전관리비 상승도 분양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올해 1월 27일부터 본격 시행된 이 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하는 법이다.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건물 붕괴나 현장 등의 사고 등을 막는 취지로 마련됐다. ━ 3D 기피에 외국인 노동자도 부족, 인건비 인상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주택건설현장을 위해 추가 안전관리요원이 필요하고, 이 비용이 분양가격에도 녹아들 수 밖에 없다. 건설현장의 임금도 분양가격 인상에 영향을 준다. 매년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는 노사의 임금인상 줄다리기 문제가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2022년 상반기 국내 물가상승률이 3~6%까지 치솟는 상황에 건설 근로자들의 살림살이가 물가 상승의 여파로 나빠지고 있어 파업이 일어나기도 했다. 3D 업종 기피로 발생하는 건설 현장 구인난도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202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건설업 총 인력 수요는 175만4000명, 내국 인력 공급 가능 규모는 153만9000명으로 확인됐다. 내국인 부족 인력 21만5000명은 외국인을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로 비자를 받아 입국한 합법적 외국인 근로자는 2022년 건설 현장에 6만5000명에 그친다. 통상 지하 공사는 한국인 노조원이 들어가고 지상 공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맡는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적이었다. 국내 건설현장 수는 늘어났는데,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안 돼 인건비가 상승한 것이다. 지상부 형틀(거푸집) 작업을 위해 1㎡ 시공하는 단가가 2020년에는 9900원에서 2022년에는 1만7000원으로 70% 가까이 올랐다. 지하 작업도 4만~5만원에서 7만~8만원으로 늘었다. 외국인 유입 제한에 따른 인력수급 불균형이 최대 70%의 인건비 상승과 공사비 인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지 않아 현장에선 인력 수급 관련 문제가 커지고 있다. 결국 건설사들은 주택건설 지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금을 높이고, 그 비용을 분양가에 적용할 수 밖에 없다. 주택 공사 가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분양가 상승은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다. 한번 올라간 분양가는 결코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분양가를 올리더라도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자재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건설현장 근로자가 부족해 공사비가 떨어질 가능성도 적고, 결국 분양가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2022.09.17 11:00

4분 소요
자장면·김밥 사먹기 무섭다…39개 외식물가 일제히 ‘껑충’

산업 일반

올해 상반기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특히 소비자 체감이 큰 외식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대에 진입하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외식물가 지수는 지난해 누계보다 6.7% 상승했다. 지난해 누계 대비 변동률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물가 수준 평균을 지난해 같은 기간 물가 수준 평균치와 비교한 수치다. 품목별로는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인 삼겹살 물가가 7.4% 상승했고, 쇠고기(8.5%)와 돼지갈비(7.9%)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자장면 가격은 상반기에만 9.1% 뛰었고, 짬뽕은 8.2%, 탕수육은 6.1% 상승했다. 삼계탕(4.4%)과 냉면(7.6%)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치킨 가격은 8.8%, 피자 가격은 8.4% 각각 상승했고, 김밥(9.1%), 떡볶이(8.0%), 라면(8.6%) 등 분식 가격도 치솟았다. 구내식당 식사비(3.5%)과 도시락(7.4%) 가격도 올랐고, 커피(외식) 역시 4.2% 상승했다. 이외에도 올 상반기 물가 조사 대상인 외식 품목 39개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한편 올해 1분기 특별시·광역시 등 도시에 거주한 2~4분위 중산층 근로자 가구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 영향이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 효과적인 대책을 당장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7.18 14:13

2분 소요
무기수출 2위 러시아, 부품 공급 막혀 전차 생산 차질 고심

국제 경제

미국에 이어 세계 수출 2위의 러시아 방산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서방의 제재로 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데다, 실전에 투입한 러시아제 무기가 설계 결함으로 제 구실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서방은 러시아 방산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상대로 군사·경제 협력을 통해 ‘러시아 탈피’ 모색에 나섰다. 러시아는 냉전 후에도 신무기를 개발하며 방위 산업에 공을 들였다. 앞서 2015년 차세대 전차인 T-14 아르마타를, 지난해에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수호이 Su-57과 LTS(경량전술항공기)인 Su-75 ‘체크메이트’를 공개하며 방산 기술력을 과시했다. 방산 수출 규모도 크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2020년 러시아의 무기 수출은 전 세계 총 수출량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2위 기록으로, 같은 기간 3위인 프랑스(8.2%)의 2배가 넘고 1위인 미국(37%)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비록 2011~2015년 26%와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주요 무기 수출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국제사회 제제로 러시아 전차 공장 생산 중단 위기에 직면 그러나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금수조치를 단행하자 러시아 방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부품 조달이 어려워져서다. 여기에 전력상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할 것으로 보였던 러시아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 방산업계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방산업계의 생산 라인이 옛 소련 시절에서 크게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반도체 등 정밀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해야 하지만, 금수조치로 인해 이들 부품을 입수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러시아 최대 전차 생산업체인 우랄바곤자보드사는 지난달 일부 근로자를 일시 해고했다. 전차의 무한궤도(캐터필러)에 들어가는 스웨덴제 베어링 수입이 중단된 것이 배경이다. 생산 라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회사는 러시아군의 수요를 채우는 것도, 외국과의 수출 계약을 이행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우랄바곤자보드의 노조 관계자는 “방산 수출 계약 이행은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전략 부품 비축분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달 17일(현지시간) GUR(우크라이나 정보국)을 인용해 우랄바곤자보드의 차세대 전차인 T-14 아르마타와 주력전차 T-90의 생산이 멈췄으며, 주력전차 T-72 생산 또한 상당히 늦어졌다고 보도했다.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 등 서방의 무기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투기와 헬리콥터, 전차 등을 파괴한 것도 향후 러시아의 무기 수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제 전차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질적 설계 결함도 주목받고 있다. 이달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달 25일 영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약 9주간 러시아군이 약 580대의 전차를 손실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또한 군사 분야 정보 사이트 오릭스(Oryx)는 이달 28일 기준으로 러시아군 전차 최소 300대가 파괴됐고, 279대가 버려지거나 손상·노획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온라인에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등에 피격된 러시아군 전차의 포탑이 튀어 오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서방 군사 전문가에 따르면 이는 탄약고와 승무원 탑승 공간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T-72와 T-80 등 러시아군 주력전차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속 전문가 샘 벤데트는 “우리가 목격하는 건 러시아제 전차의 설계 결함”이라며 “어떻게든 제대로 맞으면 빠르게 탄약에 불이 붙고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포탑이 말 그대로 터져나간다”고 설명했다. 통상 러시아 전차는 포탑이 작고 납작하다. 적의 포탄을 맞을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이에 자동장전장치 또한 차체 안인 포탑 하부에 설치돼있다. 이는 좁아진 내부공간에 포탄을 보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차가 피격을 당하면 포탑 내 탄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스콧 보스턴 선임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폭파된 러시아 무기들이 널려있는 모습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무기 수준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인상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영국, 러시아 의존도 높은 인도에 “전투기 제작 돕겠다” 이처럼 러시아 내부에서 무기 생산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외부에서도 서방이 외교적 방법을 동원하며 러시아 방산업계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 특히 영국이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인 인도를 향해 군사·무역 협력 강화에 나섰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달 22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정상 회담을 열고 국방, 에너지, 투자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당시 회담에서 존슨 총리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인도의 자체 전투기 제작을 돕고 군사 물자의 납품 시간을 단축하는 등 국방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영국과 인도는 새롭고 확장된 국방·안보 파트너십에 동의했다”며 “인도는 이를 통해 자국 국방 산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디왈리(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리는 인도의 대표적인 힌두교 축제) 이전까지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키는 게 목표”라며 “인도가 여러 관세를 인하하는 것에 감사하며 우리도 관세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인도에 대한 군사·무역 분야 지원 의지를 드러낸 것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인도의 상황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인도는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최근 크게 확대했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에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았다. 지난달 초에는 유엔 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이어 이달 8일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결의안 표결에서도 기권을 택했다. AP통신은 이번 영국과 인도 사이의 정상회담을 두고 “존슨 총리가 경제와 국방 협력 확대를 통해 인도의 러시아에 대한 의존 탈피를 도우려는 조치를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러시아 방산의 위기가 국내 방산업계의 호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무기를 도입한 국가가 국내 무기를 도입하면 기존에 운용하던 러시아제 무기와의 연계·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서유럽의 방산업계가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4.30 16:00

5분 소요
르노자동차 “러시아 공장 중단”…생산물량 한국으로 올까

산업 일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르노자동차 러시아 공장이 운영을 중단한다. 프랑스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도 한 배경이 됐다. 이곳 생산물량이 르노 한국 공장으로 이동할거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르노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이날부터 바로 모스크바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르노 모스크바 공장의 자산가치는 약 22억 유로(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르노는 아브토바즈 운영도 중단할지 고심 중이다. 르노는 아브토바즈의 지분 69%를 갖고 있는 아브토바즈 최대주주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국민차 라다 브랜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르노 측은 “러시아 근로자 4500여명에 대한 책임도 달려 있어 아브토바즈 지분에 대해선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다국적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르노는 운영을 계속 유지했다. 르노는 지난달에 모스크바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일시적이었을 뿐 재 가동에 들어갔다. 르노는 20여년 전 러시아를 신흥 자동차 시장으로 보고 뛰어들었다. 시티뱅크는 르노의 핵심 이익의 8%가 러시아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 아브토바즈 지분 수익이다. 르노의 올해 그룹 영업이익률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당초 4%대에서 3%대로 하향 조정했다. ━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랑스 기업들에 “러시아 사업 중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프랑스 화상 연설도 르노의 중단 결심에 한 배경이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상·하원 동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프랑스 대기업들에 대해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러시아에서 돈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라는 전쟁 기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프랑스인들에게 제1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프랑스 북부 도시 베르됭을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그는 “러시아 군이 표적을 구분하지 않고 민간의 주택·병원·학교·대학 등을 파괴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프랑스에 도움이 절실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일 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가능하도록 힘써달라”며 “역사적인 결정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르노 보이콧을 주창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르노가 러시아 철수를 거부하고 있다. 나는 소비자와 전 세계 업체들에게 르노 그룹을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르노코리아 XM3 인기 힘입어 해외 수출 실적 증가세 이 때문에 르노 모스크바 공장의 생산물량이 가까운 한국 공장으로 유입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르노코리아는 원활한 내부 공급망 덕에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르노삼성에서 삼성 브랜드를 뗀 르노코리아는 오랜 기간의 부진을 씻고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소형 SUV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1월 생산·내수·수출 실적도 두드러질 정도로 증가했다. XM3는 2020년 7월 해외 수출을 시작한지 17개월여 만에 5만대를 돌파했다. 이를 기반으로 같은 해 12월엔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지난해 3월엔 전세계 28개국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전세계 코로나 대유행과 반도체·부품 공급난 속에서도 그룹 공급망 관리로 독일·벨기에·스페인·영국·이탈리아·폴란드·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그 결과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총 13만2769대(내수·수출 합산)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수출물량이 2020년 2만227대에서 2021년 7만1673대로 급증했다. 르노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 모스크바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외부의 경제적·정치적 압박이 극심하자 지난달 모스크바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이내 재 가동에 들어갔다. 르노의 모스크바 공장 가동 두 번째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이번엔 장기화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프랑스 대형 기업들을 콕 집어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연설이 프랑스 의회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이 된 지금도 현재 러시아에서는 프랑스 대기업들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코카콜라·맥도날드·펩시콜라·스타벅스 등이 러시아에서 철수를 선언했지만 유통업체 오샹, 주거·원예용품 판매업체 르루아 메를랭, 스포츠용품점 데카트롱 등을 거느린 프랑스 기업 ‘뮐리에 가족연합’(AFM)은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3.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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