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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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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커뮤니티 널스빌리지 운영사 ‘병원사람들’, 초기투자 유치

재테크

간호사 커뮤니티 널스빌리지 운영사 병원사람들이 매쉬업엔젤스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고 25일 밝혔다. 병원사람들은 지난해 2월 설립한 보건의료인 전문 커뮤니티 개발사다. 김도건 병원사람들 대표는 기존 파편화 되어있던 간호사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간호업계의 정보·지식·네트워크 격차를 해소하고자 ‘널스빌리지’를 개발했다. 널스빌리지는 60만명 이상의 간호사·간호대생을 대상으로 커뮤니티와 채용, 커리어 정보를 제공하는 앱 서비스다. 또한 널스빌리지는 커리어 성장에 대한 고민과 일 관련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인 ‘널스빌리지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이직·재취업·임상실무·의료계 이슈 등 직무 및 커리어에 대한 질문과 경험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널스빌리지를 통해 채용 공고와 커리어 정보, 병원 근무 후기도 확인할 수 있다. 채용 공고와 커리어 인사이트는 사용자의 관심 지역, 의료기관, 경력 조건, 고용 형태 등의 설정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되며 전·현직 간호사들이 직접 작성한 병원 후기를 통해 병원 리뷰, 연봉, 복지, 생활환경 등의 병원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김 대표는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사용자들이 임상뿐만 아니라 보건 관리자, 공무원 등 다양한 직무의 정보와 네트워크를 편하게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요양기관을 위한 HR 솔루션도 기획 중이며, 현장과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HR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성윤모 매쉬업엔젤스 수석팀장은 “간호사 면허증을 갖고도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유휴 인력이 10만 명이 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미비한 상황”이라며 “간호대학학생협회의 설립을 이끌었던 김도건 대표라면 간호업계에 대한 이해력과 뛰어난 실행력을 바탕으로 커리어를 고민 중인 간호사들을 위한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간호학을 전공한 창업자가 보건의료업계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통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비전에 공감했다“며 “버티컬 시장에서의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해 간호사에게 필요한 커리어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이 인상 깊었고, 기존 서비스들에 비해 더 나은 사용자 환경·경험(UI·UX)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3.07.25 15:25

2분 소요
발행호수_1668호(20230109)[20] 투자업계 리더 12명이 답했다…‘당근마켓’ 닮아야 스타트업 생존 가능

스타트업

2023년 투자를 집중할 사업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바이오·의료 영역.”2023년 가장 중요한 투자 집행 기준은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 모델(BM) 구축 역량.”스타트업 시장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 불황에 따른 투자 시장 위축 탓이다. 그런데도 ‘투자받을 곳’엔 여전히 뭉칫돈이 몰린다. 그 기준이 궁금했다. 또 ‘투자 혹한기’로 요약되는 현 상황을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는지, 매섭게 몰아치는 칼바람은 언제쯤 끝이 날지도 물었다.<이코노미스트>는 벤처캐피털(VC) 대표·주요 투자 심사역 등 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들은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 중인 전문가다. VC에 따라 별로 선호하는 투자 시점·자금모집(펀드레이징) 방식 등 분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몇 가지 지점에선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이들이 꼽은 2023년 생존·성장 조건은 ‘ICT 서비스 분야에서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으로 압축된다. 2023년 상반기까지 확실하게 이어질 투자 위축 기조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갖춘 기업은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크게 성장할 기업으론 ‘당근마켓’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창업자가 세상을 바꿀 영향력이 있는지가 투자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점은 동일하다”면서도 “투자 시장은 현금 유동성(Cash Flow)이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하고 있는 곳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2022년 가장 어려움을 겪은 스타트업 사업 분야는 ‘유통·서비스’로 조사됐다. 투자 위축으로 인한 스타트업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간 출자 문제 완화 ▶성장금융·모태펀드(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VC에 출자하는 방식) 확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활성화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자금모집 어렵다…상반기까진 시장 위축 지속”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자금모집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현장에서 느끼는 펀드레이징이 ‘활발하다’라거나 ‘큰 변화 없이 평년과 비슷하다’고 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8명은 ‘어렵다’고 답했고, 4명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이들이 투자 시장에서 느낀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기술기업·스타트업 전문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2022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벤처투자액은 1420억 달러(약 180조624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2분기엔 투자 규모가 1130억 달러(약 143조7360억원)로 줄었고, 3분기엔 750억 달러(약 95조4000억원)로 급감했다. 2022년 3분기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나 감소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주요국 금리 인상·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시장 역시 빠르게 얼어붙었다. 세계 경제 침체 여파는 국내 시장이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줄었다. 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이 같은 기조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내 반등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본 이는 없다. 하반기까지 시장 위축이 진행될 수 있다고 응답한 전문가도 4명이나 됐다. 8명은 ‘하반기 반등’을 점쳤다.정부도 이들과 비슷한 관점으로 시장 흐름을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21일 범부처로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세계 경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 영향에 따른 내수 부진·제조업 경기 및 교역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경기와 같은 경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신흥국 부채위험 등 하방 리스크(위험)가 상존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국내 경제 역시 “상반기에는 잠재 수준을 하회하는 성장세가 예상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여건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 이례적으로 2023년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잡았다. 한국이 2%를 밑도는 성장률은 보인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정도다. 정부가 이번 세계 경제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데스밸리 넘은 스타트업도 ‘위기’…“유통 분야 위축 심화”최근 6개월간 뚜렷하게 나타난 투자 시장 위축이 2023년 상반기까지 유지·악화가 확실시되면서 스타트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 기간 경제 위축의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이한 스타트업들은 사업 축소·권고사직·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다.경영난은 초기 스타트업은 물론 ‘데스밸리’를 넘은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 데스밸리는 사업 안착까지 걸리는 3~5년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사업 가능성을 시장에서 입증해야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년 차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29.2%에 그친다.업력이 짧을수록 투자 의존도가 높다. 이들이 넘어야 할 데스밸리 문턱이 투자 위축으로 더욱 높아졌단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 안착한 스타트업 역시 외연 확장에 따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며 경영난도 심화하는 추세다.투자 전문가들은 2022년도에 유통·서비스 분야에서 스타트업 경영난이 특히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투자한 스타트업 분야 중 예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업종’을 묻는 말에 6명이 유통·서비스를 골랐다. 이와 함께 ICT 서비스(5명)와 바이오·의료(4명)도 높은 선택을 받았다.이는 ICT 기반의 유통 서비스로 ‘간판급 스타트업’이 몰락한 사례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화 배송 서비스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 ▶정육각 ▶오늘식탁 ▶얌테이블 등에서 지난해 권고사직·사업축소 등이 진행됐다. 컬리의 경우 최근 기업공개(IPO) 연기를 결정하기도 했다.유통 분야뿐 아니라 스타트업계 전반에서 나타난 경영 악화 현상으로 올해 ‘헐값 매각’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록체인 생태계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Hashed) 소속 파트너는 “수익성 없이 투자금에 의존하는 회사들 사이에서 파산·M&A 사례는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도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창업자·개발자들의 상처 없이 이뤄져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이 가능하다”고 정부·VC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투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학윤 가이아벤처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 모태펀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스타트업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1차 시드를 모태가 출자한 펀드를 통해 유치하고 이후 투자를 민간에서 담당하는 게 스타트업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 대비 40% 줄인 3135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가능성’에서 ‘수익성’으로…투자 기조 변화경제 불황은 투자 기조 변화로도 이어졌다. 투자 시장은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활황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타파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스타트업 역시 이 시기 ‘가능성’만 입증하면 대규모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 예상보다 높은 시리즈 투자 성료나 IPO ‘대박’ 사례도 이어졌다.이 같은 기조가 투자 혹한기에 따라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추세다. 출자자들의 지갑이 닫혔고, 투자 심사는 강화됐다.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BM’이다. 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2023년 투자 집행에 가장 중요한 기준’을 묻는 말에 다양한 답변을 내놨지만, 수익성만큼은 공통 요소로 꼽았다.장원열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은 ‘팀의 펀딩 능력과 BM 설계 등 사업 역량’을,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대표도 ‘큰 수익 모델 가능성’을 주요 기준으로 선정했다. 권오형 퓨처플레이 대표도 실행·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팀의 차별성과 함께 ‘탄탄한 BM’을,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역시 ‘자본조달 능력·딥테크·기업가 정신’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파트너는 “후속 투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예전보다 좀 더 빠르게 실적이 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며 “명확한 BM과 기본 가설이 어느 정도 검증된 스타트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해시드 파트너도 “투자 시장이 매우 보수적으로 변하고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고려,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2023년 투자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조직을 타이트하게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시장 수요를 잡아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비즈니스 역량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이와 함께 ICT 서비스 분야에 관심을 나타냈다. 2023년도 투자 집중 분야로 8명이 ICT 서비스를 선택했다. 또 ▶바이오·의료(5명) ▶콘텐츠(3명) ▶전기·전자·장비(3명) 업종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ICT 분야는 비대면 문화 확산과 디지털 전환 등에 따라 성장성이 담보된 영역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IT 서비스 시장은 2019년 1조400억 달러(약 1319조원)에서 2024년 1조3010억 달러(약 1650조원)로 25.1% 성장이 전망된다. 소프트웨어(SW) 시장 규모 역시 같은 기간 4770억 달러(약 605조원)에서 6960억 달러(약 883조원)로 45.9%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ICT·BM 기준 충족한 ‘당근마켓’ 주목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상반기 선정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거대신생(유니콘) 기업 중 당근마켓이 투자 전문가가 꼽은 ‘2023년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설문 참여자 절반이 당근마켓 성장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무신사(4명)·야놀자(3명)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당근마켓은 투자 선호 분야로 꼽힌 ICT 영역에서 탄탄한 BM을 갖춰가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당근마켓이 아직 흑자를 올리고 있진 않지만, 플랫폼 안착에 따른 수익 개선이 올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 채널 강화를 추진 중인 무신사와 IT 솔루션 사업에 진출한 야놀자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선택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근마켓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21년 매출은 257억원으로, 2020년 118억원에서 2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기준 당기순손실이 364억원을 기록했지만, 주요 수익 모델인 ‘지역 광고’가 올해 크게 성장할 신호를 보이고 있다.당근마켓의 연말 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만 1억64000만번의 거래가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 2022년 12월 기준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명에 달한다. 1년간 1000만명의 회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성과를 썼다. 이용자 증가는 광고 수익 확대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2023.01.09 10:00

8분 소요
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45억원 투자금 유치한 비결은?

테크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프리시리즈A(pre-A)를 통해 3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초거대 생성 AI(Generative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이번 프리시리즈A를 통해 지금까지 총 45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수이제네리스파트너스가 주도한 이번 라운드에서는 ▶캡스톤파트너스 ▶앤파트너스 ▶IBK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을 통해 초거대 생성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인재 확보에 나선다.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물을 생산하는 알고리즘을 말한다. 지난해 4월 설립된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초거대 생성 AI 응용 기술을 확보하며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AI 콘텐츠 생성 서비스 ‘뤼튼(wrtn.ai)’ ▶AI 글쓰기 훈련 서비스 ‘뤼튼 트레이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뤼튼은 초거대 생성 AI를 기반으로 광고 문구를 비롯해 다양한 글 초안을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키워드만 입력해도 완성도 높은 초안을 생성할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 문구·세일즈 이메일 등 각 업무 상황에 활용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측은 “AI가 작성한 문구가 고객의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원하는 말투나 느낌은 물론 포함됐으면 하는 키워드를 넣어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뤼튼은 광고 문구와 같이 짧은 글뿐만 아니라 장문의 글쓰기 순간도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8년 이상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글쓰기 교육을 진행한 전문가와 AI 엔지니어들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그간 ▶매쉬업엔젤스 엔젤 투자 유치 ▶연세대학교 예비·초기창업패키지 선정 ▶도전! K-스타트업 2021 최우수상 수상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C-Lab Outside)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TIPS 프로그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글로벌 스타트업 공모전 선정 등의 성과를 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지식 업무와 창작 업무 실무자들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생성 AI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AI의 등장으로 창의성의 의미가 변화되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의 상상력을 AI로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2022.11.10 13:30

2분 소요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가꾸는 CEO 2인] 창업자의 투자, 투자자의 창업이 성장 비결

CEO

다음 공동창업자 이택경, 티몬 투자 대박 이끈 박지웅의 커리어 전환기 국내 창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신생기업(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벤처캐피털이 투자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 투자자인 엔젤투자 규모도 증가하면서 올해 1월 월별 신설법인 수가 1만개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성공한 기업인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투자자 출신들이 스타트업 창업을 하는 역할 바꾸기도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경영자에서 투자자로, 투자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국내 스타트업계의 대표적 CEO 2명의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자세히 들여다봤다.포털 다음을 공동 창업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스스로에게 무척 어려운 시험문제를 냈다. 앞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IT 외의 다른 서비스로도 자신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택경 대표는 각기 다른 8개 스타트업에 소규모 앤젤투자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 IT 기업이 3곳, 바이오 기업 1곳, 심지어 외식업에도 투자했다. 2000년대 초반은 다음의 전성기였다. 이택경 대표가 공동창업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다음은 커뮤니티·카페 등 당시 존재하던 모든 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1등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다음을 창업할 때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게 있었다. ‘다음이 안 망하면 10년만 다녀보고 그 이후에 무엇을 할 지 다시 고민할 것’이었다. “처음엔 연쇄 창업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를 해보면서 투자의 매력에 중독됐다. 후배 개발자들을 돕는 일,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일 두 가지를 하고 싶어졌다.” ━ 올해 1월 신설법인 사상 첫 1만개 넘겨 벤처라는 말조차 없던 1995년 창업하면서 다음은 소비자 대상의 B2C와 기업 대상의 B2B 사업을 두 축으로 가져갔다. B2B에서 번 돈을 B2C에 투자하는 식으로 2년 간 회사를 키워갔다. 이들은 3개월마다 새로운 콘텐트 서비스를 만들었다. 첫 서비스는 버츄얼 갤러리, 두 번째 서비스는 패션넷, 이어서 영화 콘텐트 서비스 식이었다. 지금도 영화 예매, 여행과 패션 커머스가 확실한 사업 카테고리를 만들어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데 이런 카테고리 자체를 이미 20년 전에 만들었다. “우린 인터넷을 화두로 잡았다. 그 안에서 뭐가 뜰지는 몰랐지만, 컴퓨터가 컴퓨팅 머신 역할보단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더 활약할 것이고 그게 인터넷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기업용 인트라넷 외주 개발로 매출을 올린 지 2년째 되던 해 이택경 대표는 인트라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다음의 최대 히트작이었던 인터넷 무료 e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은 이렇게 이들의 여섯 번째 서비스가 됐다.이 대표의 자체 시험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투자했던 회사 중 절반이 문을 닫았다. 바이오, 외식업,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이었다. 다만 IT회사는 3개 투자해서 2승 1무였다. 한 곳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M&A 됐고, 두 곳은 지금도 영업 중이다. 그중 하나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기업) 스타트업을 꿈꾸는 수준으로 성공했다. “내가 3대 주주로 있는 한 회사는 온라인광고 쪽에서 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5~6년 전 모바일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게임 쪽 매출이 크게 늘어 연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상장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고, 유니콘도 가능할 것 같다.”이택경 대표는 지금까지 다 합쳐서 100곳이 넘는 기업에 투자했다. 2013년에 시작한 매쉬업엔젤스를 통해서만 70개 기업에 9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2010년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한 권도균·장병규 등 1세대 창업자들과 함께 ‘프라이머’라는 스타트업 투자 및 인큐베이팅 회사를 만들었다. 3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프라이머는 지금까지 133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했다. 이택경 대표는 2기 대표를 맡았고, 지금도 이 때 투자했던 기업을 관리하고 있다. 프라이머도 매쉬업엔젤스도 또 엔젤투자도 창업자들이 할 때는 단순히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멘토링을 통해 창업 경험을 나누게 된다. 한마디로 일이 많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스타트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중독된 거다. 창업자는 자신이 만든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에 사용자들이 반응해주는 순간에 느끼는 쾌감이 있다. 자신의 가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다음의 영업이익이 제대로 난 건 창업 후 7년이 지난 2003년이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전 국민이 많이 써줬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지만, 엔젤투자자로서 자문을 해주면서 지원 사격을 통해서나마 투자한 기업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참 좋고 중독성이 있다. 1세대 2세대 연쇄 창업자들이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이택경 대표를 포함한 대부분의 프라이머 초기 멤버들은 2013년 3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프라이머는 기업가치 5억~10억원 사이의 스타트업에 1억원 미만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기업가치가 10억~20억원대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부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매쉬업엔젤스는 이런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이택경 대표의 창업자 출신 투자자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 대표는 “창업가가 꼭 훌륭한 투자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창업자들은 자신의 성공 방정식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계속 창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자는 하나만 보면 되지만 투자자는 여러 개를 봐야 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조직을 강하게 이끌고 가도 되지만, 투자자는 조연의 입장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창업자 출신 투자자의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고, 단점은 간혹 에고가 강한 경우 투자한 곳 대표를 마치 회사 직원 다루듯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코치로서의 재능과 선수로서의 재능은 따로 있다는 조언이다. “반면에 창업 경험이 없는 투자자들은 창업자의 힘든 점을 잘 느끼지 못 한다. 대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의 노고를 이해해 주는 게 필요하다.” ━ 창업자 출신이 이끄는 개인 투자 비율 급증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외연 확장은 이택경 대표처럼 투자에 관심을 갖는 1세대 벤처 투자자들의 자금과 멘토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달 발표하는 월별 신설법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7월 8316개에서 올해 3월 9226개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 1월 1만41개를 기록했다. 이준표 신임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처럼 창업 후 최근 이를 매각하면서 경험과 자금력을 쌓은 이들이 투자계로 다시 돌아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실제로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꾸준히 그리고 빨리 늘고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2015년 2조원을 넘겼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투자금은 2조3803억원으로 2년 간 15%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 들어선 신규 투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8년 4월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는 9762억원으로 지난해 4월 6012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김범수·이택경 등 1세대 벤처 기업인들이 개인적으로 하던 투자활동을 조직화하면서, 스타트업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숫자와 투자금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500억원대에 불과했던 개인 투자 규모는 2016년 3배 수준이 넘는 1747억원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조합 결성의 경우 2011년 2개 조합에서 9억원을 투자했는데, 6년 만에 각각 10배, 150배가 늘어나 2017년 6월 현재 273개 조합에서 1378억원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이처럼 벤처 투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개인투자자들이 그간 겪었던 이중과세 문제 등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는 법이 생겼다. 2016년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 개정법률’, 통칭 엑셀러레이터법이 제정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힘을 받았다. 스타트업 투자와 전문보육(멘토링)을 주업무로 하는 엑셀러레이터는 자본금 1억 이상에 전문 인력 1명만 있으면 펀드를 결성해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벤처캐피털은 자본금 50억원과 전문 인력 2명을 보유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나 투자조합은 지금까지 비상장 주식 차익의 40%를 양도소득세로 물어야 했지만, 이를 기존 벤처캐피털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또 다른 이유는 성공한 창업자들이 투자자로도 활동하면서 스타트업 투자 선순환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 공동창업자이자 카카오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는 네이버를 떠나면서 스타트업들에 대거 엔젤투자를 했다. 김 의장이 투자한 기업들 중 한 곳이 매신저 앱 카카오톡 개발사였다. 김범수는 이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케이큐브벤처스를 세워 사실상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시작했고, 다른 투자 회사도 세웠다. 어느 정도 성공적인 엑시트를 경험한 창업자들은 대부분 엔젤투자를 병행하거나 직접 전문 투자회사를 만들고 있다. 직접 스타트업 투자를 했던 이들이 창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는 경우도 창업 생태계 외연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창업과 투자의 간격이 그만큼 줄어들면서 투자의 잣대가 되는 스타트업 기업가치 측정이 과거와는 달리 상당 부분 표준화 됐고 벤처캐피털과의 역할 분담도 비교적 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에서 창업자로 변신하고, 최근에는 벤처캐피털 회사를 차리면서 투자도 병행하게 된 박지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 티켓몬스터 투자로 만난 박지웅-노정석-신현성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면서 티켓몬스터 등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낸 대표적인 투자자 출신 창업자다. 박 대표는 2008년 말 벤처캐피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벤처캐피털은 신입 직원을 거의 뽑지 않는다. 박 대표는 포스코기술투자·미시건벤처투자·IDG벤처스코리아에서 인턴만 3번을 했다. 취업할 때가 되자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발간하는 회원사 명부를 구해 모든 회사 대표들에게 e메일로 이력서를 보냈다. 2008년 스톤브릿지캐피털에서 연락이 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벤처캐피털에서는 딜 하나를 한 사람이 직접하고, 잘 되면 내가 투자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당시 스톤브릿지캐피털은 전 직원이 4명인 신생 회사였다. 펀드 규모는 7년 만기에 1000억원 정도인데 첫 4년에 투자를 다 끝내야 했다. 박지웅은 처음엔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던 곳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대표 결제가 떨어지지 않았다. 전략을 바꿔 다른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곳에 연락해 추가 투자를 알아봤고 그렇게 해서 투자를 집행한 첫 회사가 교육용 게임 개발사였다. 첫 투자는 실패로 끝났다. 이 회사는 게임 반응이 좋지 않아 회사를 청산해야 했다. 이후 앤써즈·블루홀 등 지금은 성공적인 투자로 분류되지만 당시엔 다들 반대하던 곳에 투자를 하면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박지웅 하면 생각나는 티켓몬스터 투자는 원래 예정에 없었다. “2009년 10월에 그루폰 기사를 읽었다. 비슷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팀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당시 그루폰은 티켓 판매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던 레스토랑시티와 같은 게임, 엘프 같은 음식점 리뷰 사이트와 그루폰 모델을 동시에 하는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했다. NC소프트에 있던 개발팀을 섭외하고, 출판사에 연락해 함께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2009년 9월에서 2010년 1월 사이 일이다. 그러던 중에 그루폰 모델을 준비 중인 신현성 대표를 만났다. 나는 이렇게 4개를 동시에 할 예정인데, 당신은 1개만 하니까 제휴를 하자는 얘기였다. 그런데 우리 팀에서 개발팀·출판사가 모두 빠져나갔다. 신 대표를 찾아가 투자라도 하겠다고 해서 시작된 게 티켓몬스터 투자였다.”박 대표는 티켓몬스터 투자를 통해 잘나가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됐지만 더 큰 것을 얻었다. 투자자와 창업자, 엔젤투자자로 만난 세 사람의 인연이었다. 티켓몬스터에 엔젤투자를 한 노정석 대표는 보안회사를 상장시킨 후 2008년 블로그 플랫폼회사 테터앤컴퍼니를 구글에, 2014년 데이터 분석기업 파이브락스를 미국 텝조이에 매각하고 현재 리얼리티플렉션이라는 가상현실(VR) 플랫폼 회사를 창업해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로 만난 신현성 대표는 2011년 여름 티켓몬스터를 미국 리빙소셜에 매각했다가 이후 다시 지분을 사들여 현재 티켓몬스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인사이트도 공동 투자자로서 만날 수 있었다.2011년 10월 박지웅·노정석·신현성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박지웅 대표는 “두 사람 다 아이디어가 많고, 나도 투자만 계속하니까 직접 뭔가를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했다. 셋이서 5억원을 모아 3개 정도 창업을 해보기로 한 이들은 미국 벤처캐피털 인사이트의 투자를 받고, 박 대표가 일하던 스톤브릿지캐피털의 지원도 받게 되면서 판이 커졌다. 2011년 말 패스트트랙아시아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회사의 만류가 심해서 낮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저녁에는 창업자로 일해야 했다. 힘이 부쳐 다시 퇴사 의사를 밝혔더니 이번엔 낮에는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저녁에는 스톤브릿지캐피털에서 일하게 됐다. 박 대표는 “투자가 지루해지던 시기였다”며 “티켓몬스터를 매각한 석 달 후 앤써즈도 KT에 매각했고, 투자 일은 원래 반복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티켓몬스터에 투자할 때 창업자 투자자 모두 이 사업은 될 거라고 똑같이 생각했는데, 과정을 만드는 건 창업자 팀의 몫이었다. 투자자는 잘 돼야 조연 중의 조연이다. 무엇보다 티몬 팀이 젊고 자유분방했기 때문에 이들이 함께 재미있게 일하는 게 부러웠다.”박지웅대표가 생각하는 당시의 창업자는 일종의 중재자였다. 노정석·신현성 대표의 의견을 듣고 자신은 이를 조율해 자회사들 의사결정을 하면 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두 유명한 창업자 간 의견 조율이 쉬울 리가 없다. 결국 6개월 정도가 지나서 박지웅 대표가 직접 나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당시 운영하던 두 회사 직원 절반을 떠나보내야 했다. 작은 일에도 관여하는 유럽 액셀러레이터 로켓인터내셔널을 참고했다. “지금은 앞에 패스트가 붙어있는 회사는 다 내가 공동 대표를 맡는다. 실제로 내가 바닥부터 직접 만든 회사에는 사명에 패스트를 넣었다. 패스트가 사명에 안 붙었던 회사들은 초기 기획 정도만 우리가 하고 사람을 찾아서 운영을 그쪽 대표가 하는 식이었다. 앞으로는 사명에 패스트가 붙은 회사만 운영할 생각이다.” ━ “투자자는 차선책 있지만 창업자는 다 걸어야”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지주회사다. 산하에 성인교육 기업인 패스트캠퍼스, 공유 오피스 사업을 하는 패스트파이브, 투자회사인 패스트인베스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박지웅은 지주회사 대표이자 각 자회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박지웅 대표는 투자를 하다가 창업을 했을 때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10개 중 1개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사업할 때 제일 애매한 것이 사람을 뽑을까 말까를 결정하는 거였다. 자회사 대표를 결정하는 기준을 갖추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너무 똑똑하다는데 내가 잘 몰랐던 사람,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 중에 후자를 선택했다. 사람 비중이 큰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언젠간 아는 사람이 바닥나지 않겠나?) 바닥나고 있다.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엄청 똑똑한 사람의 풀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몇 조원짜리 회사를 소수와 함께 오래 하는 식으로 생각을 바꿨다.”박지웅 대표는 경영자, 투자자를 오가는 경우에 차선책이 있는 게 투자라고 정의를 내렸다. 사업에는 다 걸어야 하고 그 뒤는 없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결정을 내린다. 투자자들에게 창업자의 결정은 곧 선행지수다. 경영자는 자신 뒤에 아무도 없는 사람이다.”

2018.07.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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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더 2030 | FINANCE & VENTURE CAPITAL]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구완성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 외 3인

산업 일반

업력이 긴 금융권에서도 2030세대의 부상은 눈부시다. 대학시절부터 주식투자로 이름을 날리는가 하면, 전공 분야의 지식을 살려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들은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리더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아직 부끄럽습니다.”1월 15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에서 만난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과 구완성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애널리스트)의 낯이 조금 붉어졌다. 두 사람은 최근 몇 년 새 금융권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파워리더다.강대권(38) 본부장은 1980년생으로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는 상대수익 위주로 평가하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시황에 상관없이 연간 10%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며 시장에 없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유경PSG자산운용은 지난 4년 동안 연간 수익률 10%를 달성하며 운용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강 본부장은 “운용사는 거대 금융그룹에 속한 곳이 많은데 우리 회사는 특별한 판매처가 없음에도 단일 공모 펀드 1000억원을 넘기며 주목받았다”며 “2014년 창업 초기 멤버다보니 회사와 저를 동일시해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구완성(32) 애널리스트는 약 5년간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쌓은 전문 지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이 담당했던 제약·바이오 종목에 전문가가 뛰어들자 업체의 경쟁력을 비교·분석하고 신약 가치를 산정하는 등 심도 있는 리포트가 생산됐다. 특히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그는 “애널리스트로 변신 후 ‘제약·바이오 완성하기’라는 보고서를 매달 시리즈로 발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면서 시장에서 저 같은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들은 ‘준비된 금융맨’이라고 할 수 있다. 강 본부장은 대학시절부터 주식투자에 집중했고, 구 애널리스트는 전공(약학)을 살린 연구조사를 진행한다. 여기에 20·30세대다운 도전 정신과 젊은 감각이 더해져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일구고 있다.강 본부장은 2000년 초반 IT·벤처 붐으로 증시가 대 활황을 보이던 당시 우연히 참가한 대학생 주식 투자 경진대회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 200명 가운데 180명이 이 경진대회에 참여할 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때. 그는 6개월가량의 모의 투자로 7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다.2007년 가치투자의 원조 격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입사했다. 강 본부장은 “IT 버블을 보면서 돈을 빨리 버는 방법으로서의 투자는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이는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4년 유경PSG자산운용으로 이동한 그는 ‘유경PSG액티브밸류증권투자신탁(설정액 870억원)’의 책임매니저로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CIO가 됐다. 거액의 투자전략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40대 후반~50대 초반이 대부분인 자산업계에서 큰 화제였다. 유경PSG자산운용은 최근 몇 년 새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주목받은 신생사다.강 본부장의 가치투자는 ‘역발상’으로 대변된다. 그는 “가치투자는 좁은 의미로 보면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좋을 때는 역발상이 별 효과가 없으나 길게 보면 역발상이 먹혔다”고 말했다. 유경 PSG자산운용은 바이오 주가 흥하고 반도체 주가 침체됐던 2015년 되레 반도체 주를 대거 사들였다. 이듬해 반도체 주가 뜨자 유경PSG자산운용의 수익률 역시 크게 뛰었다. 강 본부장은 “우리의 운용 철학은 코스피를 절대 추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무리 시장이 망가져도 10%라는 절대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구완성 애널리스트의 가장 큰 무기는 제약·바이오산업 현장 경험에서 얻은 실질적인 전문지식이다. 서울대에서 약학을 전공(학사·석사)한 그는 동아에스티 제품 개발연구소, 동아쏘시오홀딩스 연구기획팀에서 5년 가까이 근무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애널리스트들이 깊이 다루지 못했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속살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체 R&D 프로젝트 분석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종목 분석에 자신이 있었다”며 “특히 연구기획팀에서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파이프라인(작업방식), 기술동향을 파악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구 애널리스트의 목표는 바이오업체 CEO가 되는 것. 자신이 추구하는 로드맵에서 회계 등 금융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증권사로 이직을 결심했다. 그는 “저 이전에도 몇몇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있었다”며 “그 선배들의 조언과 활동이 후배에게 도전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구 애널리스트는 “2000년, 2005년 등 5년 단위로 호황을 나타냈던 제약·바이오산업의 주기가 최근엔 3년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은 향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는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펀드멘털(기초체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제약·바이오 주의 호황은 원인 설명이 어려운 테마성이 강했다. 갑자기 돈이 몰려와 주가를 부양시키고 이내 차익을 본 후 빠져나가는 식이었다. 그는 “과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온전히 내수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엔 글로벌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등장할 정도”라며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등 시밀러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최대한 많은 정보 입수·소통·정리이들은 평소 시장 변화나 투자 환경 트렌드 파악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강 본부장은 “주식시장은 변화가 빠르고 다른 분야가 서로 융합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하려고 노력한다”며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읽는다. 문자 중독에 가깝다”고 말했다. 습득한 정보는 동료나 업계 지인들과 대화를 통해 거르고 정리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고독한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는 “우선 머리에 많이 넣고, 이를 토론하고, 이후 혼자 정리하는 방식”이라며 “증권가 리포트, 외신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구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해외 뉴스 사이트를 매일 체크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뉴스가 국내 바이오 주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해외 파트너사 움직임도 주가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며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암학회 연례행사인 아스코(ASCO)에 다녀오는 등 글로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출장을 되도록 많이 가려 한다”고 말했다.금융업계 2030 파워리더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2030세대 리더 추천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업력이 길고, 거래하는 규모가 크다보니 40대 중후반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구 애널리스트는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바이오·게임·엔터 등 특정 영역에서 2030세대들이 부상하고 있다”며 “이와 맞물려 금융업계에서도 과거 선배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그리고 이제와 학습하기 힘든 분야에서 젊은 세대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투자에 있어 원칙과 철학은 경험이 쌓일수록 탄탄하게 다져지는 것. 구 애널리스트는 “나의 투자 철학은 남들이 어려워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 기술개발 능력에 주목해 우량주를 발굴하겠다는 포부다. 강 본부장은 “유행을 좇지 않고 소외된 영역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가파른 수익 곡선보다는 완만하되 긴 상승곡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 본부장은 최근 비트코인 문제에 대해 “블록체인은 우호적으로, 가상화폐는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아무리 세상을 변화시킨다 하여도 현재 가상화폐 환경은 버블이 틀림없다. ‘튤립버블’ 등 유사한 사례가 있음에도 또 오류에 빠지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고 말했다.금융계 차세대 리더가 최근 주목하는 업종은 무엇일까. 강 본부장은 역시 역발상 관점에서 시장을 봤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주와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며 “경제가 호황 국면을 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바이오 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비상장주 중에서 상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구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유전자치료제의 부상을 예상했다. “지난 연말 미국에서 유전자치료제(혈우병치료제)가 처음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 유전자치료제 관련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윤신원(38) | TPG 전무 지난해 6월 카카오는 글로벌 3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캐피털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어 8월엔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내비 등 사업을 분리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별도 회사를 출범시켰다. 교통과 관련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비즈니스가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카카오모 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는 우버를 성장시킨 투자 경험, O2O 사업의 이해도가 높은 TPG를 파트너로 선택했다.윤신원(38) TPG 전무는 이상훈 TPG 파트너 겸 한국 대표와 이 투자를 총괄하면서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다른 투자자들이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 입찰이 아닌 단독 딜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윤 전무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30%를 보유하게 됐고, 등기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TPG는 1990년대 말 뉴브릿지 캐피탈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해 수많은 인수와 매각을 진행했다. 제일은행 경영권을 인수해 스탠다드차타드에 매각한 것이 현재 SC제일은행이고,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텔레콤에 매각해 SK브로드밴드가 됐다. 이후 TPG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2017년 초 재진출했다. 10년 만에 이뤄낸 첫 번째 투자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였다.윤 전무는 TPG 합류 전 골드만삭스 홍콩에서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모건스탠리 PE에서 사모펀드 투자를 담당했다. 놀부·쌍용C&B·모나리자·한화L&C 경영권 인수와 이노션 지분 투자를 주도했다. 인수합병(M&A) 투자 쪽에서 12년 이상 일하면서 투자 기회 발굴 능력과 실제 투자 집행 능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이 유형자산·매출이 없는 회사라도 향후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신세대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그는 유년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뉴욕 월가 근교에서 살았는데 동네 대부분이 월가에서 일하는 금융가 집안이었다”며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세상을 움직이는 자본의 힘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고려대와 런던대에서 금융을 전공한 후 골드만삭스 홍콩에 입사했다. 그는 “사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보다는 직접 뉴스를 만들고 딜을 이뤄내는 적극적인 역할에 주목했고 사모펀드로 옮기는 이유가 됐다”며 “특히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윤 전무는 최근 IT·화장품·바이오·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존 제조업에 투자해서는 큰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어떤 콘텐트를 어떻게 가공해 어떤 이에게 파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다”며 “그래야 투자하기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 최윤경(32) | 매쉬업엔젤스 팀장 최윤경(32) 매쉬업엔젤스 팀장은 투자업계에서는 드문 여성 심사역이다.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대기업(현대차) 재직과 스타트업 창업(순번이) 경험을 살려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필수적인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는 극찬도 나온다.다음 공동창업자 출신의 이택경 대표가 이끄는 매쉬업엔젤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로, 투자심사역 3년차 최 팀장 역시 입사 동기는 ‘이택경’이라는 네임 밸류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파트너를 포함해 직원들의 가장 큰 성과는 매쉬업엔젤스라는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초기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좋은 초기 투자사’로 신뢰를 쌓은 부분”이라며 “투기 목적의 투자가 아닌 스타트업과 함께 동반 성장하고자 하는 진정성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투자심사에 큰 자산이 됐다.최 팀장은 스타트업 심사 시 분야와 관계없이 ‘친고객 회사’인가를 주로 본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지,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지가 주요 포인트다. 그는 “스타트업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여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는 실행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정지우(35) |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 정지우(35)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은 VC업계 유일한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 출신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구글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후원을 받아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학교다. 기술과 인류가 가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푸는 과정을 학습한다.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정 수석은 학창시절부터 ‘기술과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첫 직장도 학과 선배들이 창업한 기술 벤처회사인 멜파스였다. 멜파스 상장 이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5년에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특이점(singularity·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에 대한 비전을 갖고 투자를 한다”며 “새로운 기술과 IT 기업의 변화들을 선제적으로 접하고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정 수석은 지난 1년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중심으로 결성한 AI(인공지능) 기술, 미디어·콘텐트 분야의 변화에 집중하는 펀드 운용에 주력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관점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을 토대로 IT분야의 유망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의 경우 현지에서 오래 전 정착한 투자자를 만나 조언을 구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 파워리더 선정 이렇게 했습니다FINANCE & VENTURE CAPITAL 분야의 2030 파워리더는 심사위원 4인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벤처 투자심사역까지 대상이 광범위하다 보니 심사위원들은 선정에 심사숙고했다. 특히 업력이 긴 금융 분야는 40대 중후반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어 2030세대가 두각을 드러내기 힘들다는 평가다. 추천된 21명 중 중복된 순으로 5인을 선정했다.※ 심사위원 -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 원주영 신영자산운용 마라톤가치본부장,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황희연 큐캐피탈파트너스 부사장(가나다 순)-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18.01.26 11:19

9분 소요
[파워리더 2030 | IT & TECH]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외 4인

CEO

IT & Tech 분야의 대표적인 2030 파워리더로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선정됐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에 나선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행보는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 창업자로, 핀테크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해 ‘토스’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핀테크산업협회장을 맡아 핀테크 스타트업계를 대변하고 있으며, 명석한 두뇌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디캠프 김광현 센터장의 추천 이유)포브스코리아가 진행한 ‘2018 2030 파워리더’ IT & Tech 분야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이는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이승건(36)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다. 9명의 심사위원 중 6명이 선택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송금 앱 토스로 시작했지만 지금 토스는 종합금융 앱으로 성장하고 있다. 회사가 잘 크고 있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송금 서비스 불편함 해결, 토스 성공 비결이 대표는 스타트업계에서 성공한 창업가로 손꼽힌다. 심지어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미국 방문길에 동행한 52개 기업 대표단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기업인들은 그를 잘 몰랐고, “대체 어떤 사업을 하시는 분인가”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 대표는 “나도 그 자리에 낀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됐다”며 “토스 서비스를 설명해도 그분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웃었다.이 대표가 토스를 성공시킨 배경은 ‘사람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편의성을 높인’ 덕분이다. 어쩌면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2015년 2월 론칭한 토스는 송금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토스가 나오기 전 상대방에게 송금을 하려면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예를 들어 은행 웹사이트에서 송금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다. 우선 공인인증서를 은행 사이트에 등록해야 한다. 수많은 액티브 X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액티브 X 프로그램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는 일부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다시 설치해야만 했다. 운이 좋게(?)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비로소 송금을 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은행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하고, 금액과 상대방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완벽하게 기입하면 송금이 이뤄졌다. 모바일 앱도 공인인증서 등록 없이는 송금 자체가 불가능했다. 송금 한번 하려면 흔히 말하는 ‘짜증 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이에 반해 토스를 이용해 송금을 하는 과정은 아주 심플하다. 토스 앱을 모바일에 설치하면 된다. 이후 ARS 등을 통해 자신을 인증하면 송금 준비가 끝난다. 송금할 상대방의 모바일에 토스 앱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토스 앱을 설치한 후 송금 금액을 기입하고 상대방 계좌번호와 입금 은행을 선택하고 클릭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모른다고? 그러면 상대방 계좌번호 대신 전화번호를 기입하면 된다. 공인인증서는 필요 없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대표가 주목했던 것은 기존 금융권에 있던 ‘은행 자동출금 서비스(CMS)’였다. 그는 “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그 방법이 CMS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문대금이나 통신비 등 매월 정해진 때에 금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게 CMS 기능이다.2013년 12월 사이트를 론칭하고 2014년 4월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다. 사용해본 이들의 평가가 좋았다. 문제는 기존 질서였다. CMS가 송금에 이용되는 것을 본 금융당국이 사고가 난 줄 알았던 것이다. 2개월 만에 토스 서비스를 접어야만 했다.얽힌 실타래를 풀어야만 했다. 이 대표는 직접 금융 당국과 은행들을 찾아다녔다. 임직원 5명밖에 안 되는 스타트업 창업가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없었다. 다행히 정부가 핀테크 산업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기류가 나왔고, 토스 서비스는 2015년 2월 재개될 수 있었다. 토스의 성공 신화가 나올 수 있던 것은 이 대표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이 잘 결합했기 때문이다.토스는 진화하고 있다.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토스에는 간편 송금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조회, 계좌 조회, ATM 출금, 부동산 소액투자, 더치페이, 신용카드 만들기 등 40여 개의 금융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토스에 오면 필요한 금융 서비스가 대부분 있는 셈이다.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하자’라는 모토가 토스에 녹아 있다. 이 대표는 “모든 시중 은행이 토스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금융 상품도 토스에서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다. 토스는 이런 상품들을 사용자에게 소개하고, 이를 통해 계약이 이뤄지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카드내역 조회 서비스도 준비 중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는 토스의 주 이용자층을 2030에서 40대까지 확대했다. 이전에는 신용등급 조회는 유료 서비스였다. 토스를 이용하면 무료다. 계좌조회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200만 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면서 “1인당 평균 계좌 수가 5개 정도인데,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또 하나의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다. ‘카드내역 조회 서비스’다. 이 대표는 “1인당 보통 3장 정도의 카드를 사용하는데, 사용 내역을 조회하려면 각기 다른 웹사이트나 앱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면서 “카드내역 조회 서비스는 공인인증서 로그인 없이도 모든 카드 사용 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고 자신했다. “깜박 잊고 계좌에 돈을 입금하지 않아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카드 사용 내역은 각 카드사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피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영업 비밀이다”며 웃었다. 그는 “분명한 것은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지 않고도 모든 카드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이와 비슷한 서비스는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드를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를 꼭 이용해야만 한다. 이 대표는 이런 과정을 모두 없앴다. 이와 관련되어 있는 3개의 특허도 출원했다.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서비스는 2월에 선을 보인다.이 서비스도 이 대표가 찾아냈다고 한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방법을 찾았을까. 그는 “머릿속에 항상 사용자의 불편함이 뭘까를 생각한다”면서 “그런 과정을 거치면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한다’는 가치와 철학을 잊지 않는다는 약속이기도 하다.지난해 금융계를 강타한 이슈는 인터넷 모바일 은행 카카오뱅크의 론칭이다. 토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별다른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는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내고, 자신들의 상품을 파는 모바일 은행이다. 토스는 금융권의 상품을 소개해주고, 판매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와 경쟁 관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토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900여 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2017년 3월에는 페이팔·베세머벤처파트너스·알토스벤처스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투자 컨소시엄이 550억원을 투자했다.글로벌 VC까지 주목…900여 억원 투자 유치 성공핀테크 성공 신화를 상징하는 페이팔의 토스 투자는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페이팔은 이 대표를 직접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이 대표는 “우리투자자 중 한 명이 페이팔에 토스를 소개했다. 3차례 콘퍼런스 콜을 거치고 나서 투자를 결정했고, 그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방미단에 참여했을 때 페이팔 관계자를 처음으로 만났다고 한다. 그는 “그때 기업 운영이나 서비스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요즘 이 대표는 토스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2017년 4월 출범한 한국핀테크협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그는 “아무래도 일 자체가 정부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핀테크 시장을 산업으로 키워야만 토스도 성장하기 때문에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그동안 소액해외송금 규제 완화, 크라우드 펀딩 투자 규제 완화,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일임 규제 완화 추진 등의 성과를 냈다.창업 초기 통장 계좌에 2만원밖에 없던 고난의 시기도 겪었다.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한 후 여러 번의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토스의 성공으로 그 어려움을 보상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200억원을 올리면서 수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매월 매출 성장률이 30%씩 오르는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비바리퍼블리카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중하는 것은 좋은 인재 채용이다. 초창기 비바리퍼블리카는 5~6명이 일했던 조그마한 스타트업이었다. 현재 임직원은 120여 명이나 된다. 그만큼 조직 관리가 중요해졌다.이 대표는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보상’이라는 원칙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대우에 있어서 토스는 이미 일반적인 스타트업을 뛰어넘었다. 그는 “대기업 이상의 대우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임직원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탄력적인 출퇴근 제도다. 별도 승인 없이 무제한으로 휴가를 갈 수 있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근속 3년마다 리프레시 휴가 1개월도 제공하고 있다. 점심·저녁 식사비 100% 지원, 사내 카페에서는 모든 음료가 무료다. 체력단련비와 퇴근 택시비도 매월 지원하고 있다. 무이자 1억원 주택자금 사내 대출도 시행하고 있다. 그는 “최고 수준의 인재가 일 외적으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김종윤(33) | 스캐터랩 대표 스캐터랩은 독특한 스타트업이다. 2010년 8월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종윤(33) 대표가 복수 전공을 하던 사회학과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덕분에 탄생했다. 당시 도전한 프로젝트는 ‘문자 메시지와 이성적 호감도의 상관관계 분석’. 학생들에게 일일이 설문지를 나눠주고 최근 이성과 주고받은 문자를 직접 쓰게 했다. 평소 관심이 있던 심리학 저서 등을 참고해 이를 분석하는 감정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가 2011년 예비기술사업자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같은 해 8월 친구 2명과 함께 창업에 나섰다.2012년 3월 첫 서비스로 론칭한 것은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감정분석해주는 ‘텍스트앳’이다. 김 대표는 “텍스트앳의 분석 도구는 STEAM(Statistics-based Text Emotion Analysis Model)인데, 심리학과 컴퓨터공학 그리고 언어학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두 사람이 ‘썸’을 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출시 후 지금까지 106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2015년 2월 ‘진저’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커플 앱인 비트윈 사용자를 위한 인공지능 서비스다. 진저는 비트윈에서 커플이 주고받은 문자를 분석해 감정보고서·애착유형보고서·변화보고서 등의 감정 리포트를 전달한다. 진저 역시 인공지능 서비스로 두 사람 사이에 알려줄 만한 정보가 있다고 판단하면 카드 형태로 콘텐트를 제공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전달한다.스캐터랩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게 한 것은 2016년 6월 론칭한 ‘연애의과학’ 앱이다. 심리학 논문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한 콘텐트 앱이다. 2017년 4월에는 일본에도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일본이 문화적으로 인공지능을 감성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안성맞춤인 시장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애의과학은 한국과 일본에서 매월 50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대표는 “2017년 매출은 약 10억원 정도인데, 매출의 90% 이상이 연애의과학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연애의과학은 앱에서 콘텐트를 구매하는 방식인데, 콘텐트에 따라 1000원에서 2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이 매겨져 있다.텍스트앳부터 연애의과학까지 스캐터랩이 일관되게 집중한 것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인공지능 솔루션 ‘핑퐁’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핑퐁은 기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와 다른 길에 도전하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나 네이버의 클로바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는 비서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핑퐁은 사람이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어’라고 애플의 시리나 네이버의 클로바 등에 대화를 걸면 대다수 답변을 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핑퐁은 ‘헐 안 다쳤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김 대표는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핑퐁의 감정적인 분야를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핑퐁은 향후 API(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핑퐁 API는 챗봇이나 스마트카 혹은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태훈(33) | 레이니스트 대표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12년 6월 레이니스트를 창업했다. 2014년 6월 금융 데이터 분석 기반의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 웹을 출시했고, 같은 해 12월 모바일 앱도 론칭했다. 2016년 12월 구글 플레이는 뱅크샐러드를 ‘2016년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앱’으로 선정했다. 뱅크 샐러드 웹 서비스는 개인에게 맞는 카드나 대출·보험 상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3300여 개의 카드와 1100여 개의 예·적금 상품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용자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한다. 뱅크샐러드 앱은 사용자의 금융정보를 한데 불러와 돈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가계부 서비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은행 계좌내역과 카드대금 정보를 모두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12월 현재 뱅크샐러드 앱은 5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 최재혁(31) | 니어스랩 대표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학·석사 출신의 최재혁 대표가 2015년 5월 창업했다. 두산중공업 미래개발센터에서 플랜트 엔지니어 경험을 했고, 이 과정에서 시설물 안전점검의 중요성을 느껴 창업에 나섰다. 카이스트에서 드론 시스템을 다룬 경험과 노하우가 창업의 무기가 됐다. 니어스랩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한국 최초의 산업용 드론과 함께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하는 솔루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발전소나 교량과 같은 산업시설은 정기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사람이 직접 안전 점검을 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드론을 이용해 안전점검 대상을 파악하고 사람이 수집하지 못하는 우수한 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니어스랩 팀은 카이스트 석·박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 윤태환(36) | 루트에너지 대표 한국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전문 핀테크 플랫폼을 출시한 스타트업이다. 윤태환 대표는 덴마크공과대 풍력에너지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2013년 12월 루트에너지를 창업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을 가진 이들과 개인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있다. 투자자는 재생에너지 건설과 운영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 발전소에서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루트에너지가 선보인 투자 상품은 10만원 정도의 저비용으로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 투자는 고비용으로 일반인이 참여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7월 28일 목표액 1억8000만원의 양천햇빛공유발전소 투자자 모집은 55분 만에 마감됐다. 12개월 만기에 연 수익률 7.5%의 상품이었다. 이 외에 벼락도끼포천햇빛발전소 등의 상품도 출시했다.※ 파워리더 선정 이렇게 했습니다2017년 12월 말부터 1월 5일까지 약 2주에 걸쳐 9명의 심사위원(명단은 아래)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다양한 유망주를 추천받기 위해 심사위원을 소셜벤처, 스타트업 육성센터,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창업가, 벤처캐피털 심사역 등으로 폭넓게 구성했다. 유망주 선정은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했다. 1차에는 9명의 심사위원에게 각각 5명씩의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총 40여 명의 유망주 추천을 받았다. 1차 추천 후보는 스타트업 창업가부터 소셜벤처 창업가, 엔지니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교수 등 다양했다. 40여 명의 후보 중에서 나이가 젊으면서 중복 추천을 받고, 창업한 해가 짧은 순으로 10명을 뽑았다. 10명의 후보 명단을 심사위원에게 다시 보냈다. 심사위원에게 각각 2명씩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2차 선정 과정을 거친 결과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총 6표를 얻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가 같은 수의 추천을 받아 최종 파워리더 5명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 -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김민섭 롯데액셀러레이터 팀장, 김주윤 닷 대표,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심사역, 서상봉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인큐베이션센터 센터장, 이기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 이의준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가나다 순)-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8.01.25 15:57

11분 소요
리더 51인의 신년 에세이 | 인생과 경영(2)

산업 일반

━ 조선혜(지오영 회장) | 목표 사실 나는 약대 입학을 원치 않았다. ‘아들은 의대, 딸은 약대’가 목표였던 어머니와 옥신각신 끝에 떠밀리듯 들어갔으니 학과 공부를 등한시한 것은 당연했다. 졸업 후에도 디자인 분야를 기웃거리는 등 진정 내가 원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많은 시간을 방황했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졸업한 뒤로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였다.병원에서 약제과장으로 근무하며 접했던 의약품 유통회사의 영업사원들과 운송시스템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중요성과 달리 현실은 너무나 낙후되어 있었다. “그래, 내가 한 번 바꿔보자.”서른여섯, 비교적 늦은 나이에 국립병원의 약제과장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든 이유다. 그 목표는 지오영 출범으로 이어졌고, 지금 지오영은 수많은 M&A를 통해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우리나라 대표 의약품 유통회사가 됐다.뒤늦게 목표를 정한 이후 나의 하루는 달라졌다.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게 됐고, 경쟁자를 따라 하기보다는 나만의 차별화 전략을 짜냈다. 그 결과 우리는 영업과 배송을 분리 운영하는 상물 분리를 시작해 안착시켰고, 시장에 생소했던 웹 주문 시스템을 오픈했으며, 업계 최초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나름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남이 장사를 할 때 우리는 길을 닦았다.’ 혁신적 인프라는 제약사·약국·병원 등 전략적 파트너들과의 상생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루었다.그러나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오영 출범 후 쉽게 지나갔던 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지속되는 약가 인하와 이에 따른 제약사의 유통마진 축소, 일련번호제도의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제비용 상승 등 의약품 유통업계의 환경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의 틀, 즉 새로운 목표가 반드시 필요하다.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개발과 확장, 스마트 주문을 통한 약국의 자동주문시스템 구축, 배송시스템의 효율화 등이다.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실행계획 수립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국내 제약유통을 통틀어 매출 3조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지만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지금 나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걷고 있다. ━ 김철호(본아이에프 대표) | 감사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처지가 어렵고 힘든 사람도 있고, 반대로 좋은 여건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적인 요소는 행복을 보장해주는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하루하루 행복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평생을 불행하다고 여기며 살기도 한다. 그 차이는 ‘감사하는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또 매사에 감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살아가면서 항상 뜻대로 이뤄지는 일은 없고,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상황이 벌어져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내 능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 내가 원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힘들어 한 적이 있다. 실제로 본아이에프 설립 이전 사업에 실패해 깊은 좌절감을 맛본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지원해 준 가족, 건강한 몸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악조건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을 갖는 마음가짐은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지금의 본아이에프라는 기업을 일구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계속 감사하며 고객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신혜성 신뢰(와디즈 대표) | 경영 누군가를 믿어주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첫 직장에서 만난 사수는 조금 달랐다.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이제껏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사수가 날 믿어준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수를 보면서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신뢰를 준다면 그 신뢰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처음 신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크라우드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식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것은 SNS로 사람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연결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뢰 자본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목표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제안자는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진정성과 능력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가받는다. 이것이 바로 신뢰 자본이 쌓여가는 과정이다. 신뢰는 크라우드펀딩의 주춧돌이자 기초 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신뢰는 한 순간에 쌓이지 않는다. 우리는 신뢰가 대단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의 약속,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약속,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신뢰 경영의 원칙이다.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신뢰 경영은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 김용범(Mnet 제작국장) | 파티 플래너 2009년 처음 ‘슈퍼스타K’를 만들 때도, 2013년 ‘댄싱9’을 제작할 때도 그리고 ‘프로듀스101 시즌2’를 총괄했던 2017년에도, 마지막 방송 전날엔 여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허각이야? 존박이야? 누가 우승해?” “용범아! 강다니엘? 박지훈? 누가 센터가 되는 거냐?” 마치 제작진이 정답을 알고 있다는 듯 캐묻는 대학 친구가 얄밉기도 하지만 매번 신나게 예상을 빗나가는 내 예측에 이제는 열이 나서 급히 전화를 끊는다.“나도 몰라!!!”프로그램의 ‘창조주’가 되기 위해 난 PD가 됐고 지옥 같던 조연출의 시간도, 메인 피디가 되어 창조할 내 프로그램을 고대하며 견뎌냈다. 하지만 이젠 ‘PD는 창조주가 아니라’는 걸 머리뿐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다. 출연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허리를 구부려 스피커에 귀를 대고 기린처럼 목을 뽑아 구석에 앉은 출연자를 구석구석 살피는 습관.그게 몸에 밴 촬영장 내 모습이다. PD는 ‘창조주’가 아니라 파티에서 손님들의 안위를 살피는 ‘파티 플래너(party planner)’였던 것이다.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의 즐거움은 찾아온 손님들의 이런 저런 만남을 통해 이루어 진다는 걸, 그래서 ‘파티 플래너’처럼 파티는 기획하지만 파티의 주인 행세는 의미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요즘 예능의 대세인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특히 참가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레전드 장면(혹은 무대)이 탄생하고 새로운 스타가 나온다.요즘 타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비해 ‘프로듀스 101’의 장점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난 ‘프로듀스 101’은 소수의 제작자나 심사위원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직접 뽑는 파티의 장을 멋진 후배들이 만들어 줬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PD들은 ‘최고의 연출은 아무것도 연출하지 않는 것’이란 점과 ‘나의 예상과 다른 오답이 펼쳐질 때가 시청자가 원하는 정답’이라는 걸 알고 있다. 시청자의 흐름은 언제나 전에 본 적이 없던 길을 찾아 뻗어나가고, 스타 탄생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벌어진다. 그게 예능의 숨은 성공 공식이고, 서바이벌 음악예능에선 100전 100승 전략이다. ━ 송지오(송지오옴므 대표) | Creativity 패션 비즈니스는 디자인과 생산,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때론 다이내믹하고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도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치열한 경쟁 구도의 리그에서 항상 우위를 유지하는 데는 아주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별한 것이 나의 무모한 도전이었는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기량인지를 과거를 돌아보며 정리해 보게 된다.패션계에서 지금의 독보적인 자리를 만들어준 그 특별한 기량은 25년 전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한 압구정동 부티크에서부터 지금까지 수십 차례 이어온 패션쇼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판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언제나 창의력을 중요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 덕분에 오늘의 송지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패션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나의 모토는 ‘독창성(Creativity)’이다. 독창성은 디자이너에게 자부심과 만족감을 안겨준다. 또 고객들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며, 그 자극은 삶의 모든 측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긴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들이 아직까지도 나를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촉매가 되는 것 같다. ━ 금난새(지휘자) | 교감 음악계에 몸담은 지 40년. 수많은 연주자, 청중과 호흡해왔다. 클래식을 듣는 이들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게 음악인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난 내 음악 인생을 이런 교감을 향한 벤처 오케스트라로 표현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돈키호테’라는 별명도 붙었다.도전이 따랐다. 나는 1999년 12월 31일 포스코 건물 로비에서 밀레니엄 제야의 음악회를 제안했다. 콘서트 홀이 아닌 새로운 음악 공간을 만든 시도로 상징성을 가졌다.기업이든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우리도 돌려줘야 한다. 음악으로 말이다. 18년간 뉴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정부의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의 자립심을 위해서였다. 100억 넘게 지원 받는 곳과 1원도 받지 않았던 우리 연주 수준에 차이가 있었냐고? 전혀 없었다. 음악인으로서 과연 우리가 사회에 환원하는 음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본보기 사례가 됐다.음악은 청중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반드시 콘서트 홀에서 해야 하고 웅장한 무대에서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공간의 제약이나 자신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관객의 니즈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지휘자는 군주가 아닌 CEO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무대에 선다는 이유로 군림해서는 안 되며, 음악을 자랑을 위한 매개체로 삼아선 안 된다. ‘나 이렇게 멋진 요리를 했는데 너 왜 안 먹니?’라고 말할 게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난 그동안 수많은 ‘클래식 콤플렉스’를 봐왔다. 음악을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로 착각하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오히려 작품과 연주자를 망친다.음악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다. 청중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일이다. 서비스업이다. 음악의 기쁨을 전달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위대한 것은 음악 자체가 돼야 한다. 연주자는 위대한 작품을 아름답게 전달하는 메신저다. 앞으로도 난 무모하고 창의적인 상상으로 아시아 음악의 브리지(bridge)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 봉준호(영화감독) | 고통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2017년 한 해를 혼자, 고독하게 앉아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6번째 영화 를 마치기가 무섭게 이라는 이상하고 기괴한(?) 영화 시나리오에 돌입했다. 8월부터 썼으니 정확히 말하면 5개월째다. 지난하기만 하던 키보드와의 전쟁도 이제 연말이면 끝날 것 같다.주변에서는 채근한다. 늘 하던 일(시나리오 작업) 뭘 새삼스럽게 그렇게 힘들어하냐고. 뭐 사실 그렇다. 1999년 데뷔 이후로 까지 19년간 7편의 시나리오는 모두 내 손에서 태어났다. 익숙해질 법한 시점 같기도 하다. 그런데 ‘7번째 작품’은 여전히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다. 새 작품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새로움이고, 창작은 한번도 쉬워지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매번 고통스럽고 어렵게 느껴지기만 한지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시나리오 전문 작가 입장이 아닌 영화 감독 입장에서 각본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직접 카메라와 배우들을 이끌고 나가서 찍게 되는, 아니 찍어야만 하는 연출의 무게 앞에 머릿속에선 만 가지 고민들이 아우성친다. 결국 이 작업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한 편의 영화를 머릿속에서 먼저 찍어보는 과정이다. 아마 거기에 고통의 근원이 있지 않나 싶다.조금은 다행스러운 듯한 점도 있다. 그래도 제일 처음 각본을 시작했을 때보다 ‘고통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 고통의 크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인지는 하고 있으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백지에 깜빡이는 커서로 한 글자씩 채워 넣어 관객의 반응을 얻기까지 작품의 처음과 끝은 내 손 끝에, 이 고통의 끝에 달려 있다. 그 과정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채우는 모든 괴로움과 토로할 길 없는 고뇌는 이제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기도 하다. 하, 마무리라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디 좋은 시나리오를 손에 쥔 채 새해 첫 태양을 맞이하기를! ━ 김삼중(S.T.듀퐁 회장) | 진심의 힘 늦은 나이에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25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관련 업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난 후 이렇게 묻는다. “아니, 외국어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이 어떻게 듀퐁 같은 명품 브랜드를 오래 운영해 오실 수 있지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솔직히 무슨 특별한 생각이나 철학을 가지고 그렇게 해온 것은 아니다. 내 세대의 누구나가 그렇듯이 그냥 열심히, 끈기 있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거야 말을 못하는 만큼 마음으로 대화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심을 가지고 대하다 보면 그쪽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게 되는 법이지요.” 물론 미리 준비해 놓은 대답도 아니고 아무 말이나 하는 것도 아니다. 내게는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해외 파트너만 있는 것이 아닌지라 직원들을 포함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요새 갑질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갑질을 하기는 어렵다.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고집불통이고 고압적으로 비칠 때도 있겠지만 어떻게 진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면서 경우에 어긋난 언행을 하겠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다 선인이 아닌지라 속이려는 사람도 있고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랜 세월 사업을 영위하면서 돌이켜보면 이런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보다는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나도 진심이 안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쌓인 것 같다.고객을 대할 때도 그러하다. 4차산업혁명이니, 인공지능끼리 바둑 챔피언을 논하는 시대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1만원짜리 쿼츠 시계와 2000만원짜리 고급 시계 사이에서 과연 인공지능이 가치 판단을 하고 구매 결정을 할 수 있을까?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만이 가진 욕망에 소구하는 패션 상품의 구매는 결국 인간이 결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로봇 판매사원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생존에 필수적이지도 않은 상품을 구매하려 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면 ‘진심’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장 상품 하나 팔고 보자는 속셈은 고객에게도 읽히게 마련이고, 그런 속셈에 걸맞은 결과를 얻게 마련이다. 고객의 충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무한경쟁 시대에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면 진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윤성태(휴온스글로벌 부회장) | 투자(M&A) 1997년 작고하신 선친(윤명용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았을 당시 우리 회사의 연매출은 60억원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20년, 어느덧 주력회사 휴온스는 매출 3000억원 수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4년 이후 연평균 매출 증가율 20%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그 바탕엔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존재한다.우리가 추구하는 기업 성장의 원동력은 ‘오픈 이노베이션’과 ‘과감한 인수합병(M&A)’이다. 특히 성장 동력을 수혈하기 위한 M&A에 적극적이다. 전략은 명쾌하다. 대상 기업·사업의 규모가 작더라도 제대로 된 자체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면, 통합 시너지를 창출해 우리의 비전인 ‘인류 건강을 위한 의학적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모두 수혈 대상이다. 당장의 성장과 수익 못지않게, 독보적인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는 것이다. 나에게 M&A란 마치 ‘흙 속에서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진주를 찾는 과정’인 셈이다.그 결과 휴온스그룹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4개의 자회사와 3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지주사와 제약회사 휴온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과감한 M&A를 통해 확보한 미래의 성장 동력이자,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숨은 진주’들이다. 우리의 M&A 행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엔 소독 관련 의료기기 사업 분야에도 진출했다.특히 M&A 이후의 과정엔 더욱 엄격한 원칙이 존재한다. 인수 후 사업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 연구개발 지원 등 시기적절한 투자를 단행한다. 다행히도 인수된 자회사들은 사업성과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2020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 꿈은 성공적인 M&A를 통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이해선(코웨이 대표) | 준비 토머스 프리드먼은 ‘돌이 다 떨어져서 석기 시대가 온 것이 아니다’라며 시대 변화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 폭발기(퍼펙트 스톰)다. 그리고 우리는 변화를 준비하는 때를 맞이했다. 기업에게 준비란 사업전략이다. 변화를 위한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세는 늘 새로운 생각을 하고(think first), 변화를 잘 활용하며(change smart),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act fast)이다. 변화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잘 준비한다는 뜻이다. 보다 중요한 실체는 일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다.혁신을 함께 이룰 인재를 채용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기업은 큰 생각(big think)을 하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많은 기능과 일자리가 대체되겠지만 실상을 바꿀 혁신적 아이디어인 큰 생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비즈니스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이다. 많은 상상력이 요구된다. 생각의 규모가 시장의 규모다. 환경이 변할수록 함몰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그래서 우리는 더 세분화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비즈니스는 업종과 품목, 지리와 문화 등 다양한 요소로 시장을 세분화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문성은 로봇이나 AI처럼 첨단 기술뿐 아니라 모든 직무 분야를 포함한다. 4차산업혁명은 1, 2, 3차 모두 결합된 양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성의 조합과 연결이 필수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유일하게 혁신을 실행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시대 변화에 어떻게 제대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노아의 방주가 되거나, 속절없이 가라앉는 타이타닉 호가 될 것이다. ━ 이상현(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 | 미래 혁신(CAR 2.0) 지난 9월에 찾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기존의 모터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New Mobility World’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린 2층 전시장에는 수백 개의 IT회사들이 전기 자동차·자율주행자동차·커넥티드카 기술 등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솔루션들을 제시하고 있었다.눈에 띄는 것은 카 셰어링 서비스와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도입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과 더불어 구글·애플과 같은 ICT업체들이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PC가 30년간 누렸던 플랫폼의 지위를 순식간에 가져왔듯이 이제 ‘CAR 2.0’으로 불리는 모빌리티 혁명의 시대에서는 스마트폰의 지위를 스마트카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지난 130여 년 동안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자동차가 ‘움직이는 생활·사무 공간’의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것이다.액센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 이내로 자동차산업은 신차 판매라는 하드웨어 매출보다 셰어 모빌리티와 커넥티드카 서비스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구매(purchase)’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subscribe)’하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정부에서는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할 것이며, 구태의연한 각종 법적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통합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는 환경 파괴, 교통 혼잡, 주차장 부족, 교통사고 등 도시 모빌리티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는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회장) | 성실 젊은 시절, 창업하기 전 회사 생활을 했다. 똑똑하고 학력 앞서고 실력 있는 동료들과 일했다. 내가 가진 무기는 하나뿐이었다. 인내와 성실이다. 부지런하게 일에 매달렸다. 남이 보지 않는다 해서 다른 딴짓하거나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 새벽 첫 차 타고 출근해서 막차 타고 퇴근하며 일을 배웠다. 나는 몰랐지만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제품 담당자뿐만이 아니었다. 직원 식당 아줌마, 기업 정문 수위 아저씨, 심지어 버스 기사도 나를 알아봤다. 그들은 나를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 줬다.내가 창업하고 물건을 들고 대기업을 찾아 다닐 때, 나에게 붙어 있는 ‘성실한 사람’ 이란 꼬리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감사한 일이다.성실은 지금 더욱 중요해진 미덕이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신뢰가 필수 항목이다. 혁신은 자기 스스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신뢰는 다르다. 주위의 평가에 달려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뢰를 쌓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발판이 바로 성실이다.지금 젊은이들에게 내 삶을 강요할 생각 없다. 우리는 세대와 살아가는 시대, 환경이 다르다. 하지만 나는 성실의 미덕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대 사이에서 통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또래 간의 기준이 있다고 본다. 나는 권한다.주위 동료들 사이에서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왜 그런지 보고 배우며 닮아가길 권한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본다.나이가 들수록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바란다. 그 첫걸음을 말해주고 싶다. 성실이다. 처음에 힘들고 가는 길도 멀어 보이겠지만, 그럼에도 권한다. 성실해야 신뢰를 얻는다. 인생에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 백복인(KT&G 대표) | 워·라·밸* “당신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남편과 가정에 충실한 남편 중 어떤 쪽을 원해?” 내 질문을 들은 아내는 사회적 성공을 택했고, 나는 20여 년 동안 직장에 헌신했다. 해외 출장을 가서 새벽 6시반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비행 중에도 미팅을 이어가는 빡빡한 삶을 살았다. 그 결과 나는 평사원으로 시작해 CEO 자리에까지 올랐다.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많은 것을 이뤘다. KT&G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담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받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나는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됐지만 평소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해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다. 때를 놓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삶의 방식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요즘은 더 그렇다.그래서 최고경영자가 된 후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각종 휴가 사용과 휴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회사 구성원들의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기업 문화를 개선하자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휴직과 휴가 활성화로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KT&G는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었다. 직원의 워·라·밸이 자리 잡으면서 일자리가 창출된 셈이다. 그래서 휴가를 신청한 영업사원은 요즘 판매점주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점주님, 젊은이들이 취업을 못해서 고생하고 있는 거 아시죠? 저희가 휴가를 많이 가게 되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요. 이해해 주세요.” 영업사원이 없으면 귀찮아질 텐데도 판매점주가 휴가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기꺼이 건네는 이유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의 준말. ━ 조웅래(맥키스컴퍼니 회장) | 역발상 수 년 전부터 일선 학교나 행정기관·기업체·연구기관·최고경영자 모임 등으로부터 강연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2006년 계족산 임도에 황토를 깔고 꾸준히 관리해 ‘에코 힐링’의 성지로 만들고, 2007년부터 연 130여 회 문화 소외계층이나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힐링 음악회를 열어 온 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지면서다. 주류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건강과 환경, 문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역발상의 창조경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주문이다.역발상(逆發想)은 원래 사전에 없던 말이다. 그대로 해석하면 ‘뒤집어봤더니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정도가 될 것이다. 창업 초창기 삐삐 인사말과 음악메시지로 성공을 거둔 전화정보사업 ‘700-5425’는 음악을 통해 내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였다. 소리(음악)를 ‘듣는 것에서 들려주는 것으로 바꿔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해 대박을 쳤다. 술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임도에 황토를 깔고 건강과 치유를 이야기한 것도 발상을 바꾼 것이고, 그렇게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 계족산을 힐링의 명소로 만들었다. ‘숲 속에다 피아노를 옮겨 오페라 극장을 만들면 재미있겠네. 바닷가나 계곡에서 술을 마셔보니 덜 취하고 빨리 깨더라. 그러면 소주에 산소를 넣어볼까?’나는 지난 26년간 사업을 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늘 접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달리 보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많이 해왔다. 밑천도 없이 혼자 창업 한데다, 경쟁상대는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보니 같이 붙어 싸우면 백전백패라 발상을 바꿔 다른 길을 찾지 않고는 답이 없었다. 지난 10월엔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 IT 기술을 접목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를 7년여의 준비 끝에 개관했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만든, 이 역시 역발상이다.소리·소주·황톳길·클래식공연·미술테마파크까지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는 사업들이지만 이것은 모두 연결돼 있다.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새로운 콘텐트를 접하며 사람들이 즐거워하니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이을 맥(脈)자와 키스(kiss)를 합성한 맥키스컴퍼니다.늘 똑같은 것이라 해도 좀 달리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큰 에너지원이다. 역(逆)으로부터 창(創)하는 게 나의 인생살이인 셈이다. ━ 조태권(광주요 회장) | 우리 문화의 세계화 1988년 나는 광주요라는 전통 도자기 업체를 가업으로 물려받았다. 당시 국내 수제(手製) 도자업체의 유일한 수출 창구는 일본이었다. 국내 수제 도자시장에서 일상용 제품은 고가란 이유로 외면되고, 모조 상품은 투기 대상으로 와전됐다. 차 문화의 계승 발전이란 측면을 방관·방치한 무지의 결과였다.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했다. 도자기가 생활 문화의 일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체를 담아내는 대표적 장르로서의 역할을 상상해 보았다. 길이 보였다. 도자기에 담을 다양한 한식 메뉴를 개발하고, 나아가 한식의 맛을 돋보이게 할 술을 개발했다. 바로 증류식 소주 화요다. 다음은 음식과 술의 수준에 걸맞은 요소들을 조화시켜 한국 문화의 감동을 만들어 낼 융합의 차례였다. 한식당 가온을 통해 나는 그 이상을 실현시켰다. 도자기라는 가업을 물려받은 지 17년 만에 드디어 광주요·가온·화요라는 브랜드가 탄생된 것이다. 식당이란 공간을 문화의 박물관이요, 체험관의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 수 있는 시점은 지금부터다.21세기는 기업이 문화를 이끌어가고 창조하는 시대이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 길은 노력과 투자는 물론이고 좌절·배신·경멸·구설·비웃음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고의 여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목표한 곳에 도달하는 순간 그 모든 부정적인 편견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라고 되묻기라도 하는 듯 모든 것이 친화적으로 변하고 사업의 기회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 손주은(메가스터디그룹 회장) | 嗔(화나게 할 진): 정직과 배려 나의 입은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20여 년 전 윤리사상사 강의를 준비하며 불교의 삼독(三毒)인 탐·진·치(貪,嗔,癡) 중 하나였던 화나게 할 진(嗔)이란 글자를 처음 본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화나게 할 진(嗔)은 口(입 구) + 眞(참 진)이 결합한 것인데도 남을 화나게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진실과 정직으로 합리화하여 본인의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진실을 정직하게 주장하는데 왜 우리는 서로 다투고 대립할까? 이는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남을 설득하려면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진실된 것이라 할지라도 우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화나게 할 진(嗔)이란 단어는 실로 놀라운 한자의 조어가 아닐 수 없다. 입(口)이 진(眞)하면 도리어 인간관계가 깨지고 공동체가 와해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07년 메가스터디그룹 CI 리뉴얼과 함께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면서 3대 핵심가치(정직과 배려, 도전과 혁신, 최고 지향)를 정했다. 아직까지 우리 그룹의 문화로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지만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우리 사회가 정직에 기초해서 신뢰를 드높이고 더 나아가 이웃과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가 있으면 한다. ━ 송승환(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 조화 세계 75억명의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 평창으로 시작해 평창으로 일과가 끝나는 달력의 숫자도 더 빠르게 바뀌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 무대세트 제작도 막바지에 돌입했다. 내 인생 다시 오지 않을 평창올림픽 무대 준비에는 흥분과 걱정이 공존한다. 감동적인 ‘와우 포인트(wow 감탄사가 나올 만큼 놀라고 인상적인 무대)’를 심어뒀지만, 관객들이 실제 어디에서 ‘와우’할지 무대 막을 올려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난타 20주년을 맞은 2017은 내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난타 공연과 다르게 올림픽 무대는 딱 1회로 끝난다. 그 영상이 역사에 평생 남을 기록이기 때문에 준비 내내 무게감은 더하다.조화와 융합. 이번 평창 무대의 콘셉트다. 크리에이티브 팀 40~50명 정도의 감독들과 작업하면서, 정작 우리의 융합부터가 과제였다.(^^) 감독들의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가령 어느 신 오브제 색깔을 무엇을 할지를 두고도 몇 시간을 끌기도 했으니.보통 난 의견이 어느 정도 조율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시나리오 수정을 수백 번 거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브레인스토밍을 침범하지 않는다. 공연은 정답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도 ‘옳다’란 게 없다.올림픽은 전 세계 불특정 다수가 본다. 무학력자부터 고학력자, 인종도 문화도 다른 글로벌 보편성을 찾기 쉽진 않다. 과연 외국인들이 봤을 때 동양에서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은 뭐가 다를까. 그걸 ‘조화’로 봤다. 중국의 건축은 자금성, 만리장성 등 웅장한 스케일이 자연을 압도하고, 일본은 자연을 오밀조밀한 인공미가 산다. 우리 건축은 거대하거나 인공적이지 않은 어울림의 미가 있다. 경북 안동 병산서원 대청에 앉으면 나지막한 담벼락 너머의 산은 내 집 정원이 된다. 이어령 선생은 한국 문화를 ‘컨버전스, 하이브리드’라고 했다. K-웨이브는 이런 융합의 산물이다.무대도 오각형인 이유가 있다. 원형무대라 마치 360도 야외공연을 보는 듯 관객과 무대가 어우러진다. 모든 객석의 이목을 집중시켜 제대로 된 ‘쇼’ 느낌을 낼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세계로 뻗어가는 ‘모던 코리아’의 모습을 담아낼 예정이다. 30년 전 88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에 이은 감동은 시간을 초월한 조화로 탄생할 것이다. ━ 차태진(AIA생명 대표) | 변화와 도전 학창 시절 민주화 운동에 소극적 가담자로 동참하던 중 읽었던 어떤 책에 쓰여 있던 문장.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을 꼽으라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대기업 공채사원이 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지도교수와의 상담과정을 거쳐 1991년 당시로서는 낯선 분야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실제 업무의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기업전략 수립과 실행에 대해 컨설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과제였다. 생소한 분야의 클라이언트를 처음 담당했을 때 교보문고로 달려가 관련 서적을 수십 권 사서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우연히 맡게 된 모 보험사의 글로벌전략 프로젝트에서 생명보험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한 외국계 보험사에서 주관한 직무설명회까지 귀신에 홀린 듯 참가한 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지만 재미와 가치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다. 직업을 바꾸는 과정은 영화처럼 드라마틱했다.하지만 역시 영업은 만만치 않은 분야였다. 고객들의 마음을 아니 그들의 사인을 받아내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어려운 성역처럼 느껴졌다. 깊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주변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과 매니저들로부터의 엄격한 훈련을 통해 영업 좀 하는 설계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객들과의 상담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상담을 진행했던 수천 명의 가망 고객들이 나의 위대한 멘토였고 큰 스승이었다.22년 동안 보험분야에서 성장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성공한 개인이나 조직의 공통점은 세상과 시장, 대중의 변화에 맞춰 카멜레온처럼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몸담고 있는 AIA생명도 지난 수년간 많은 도전과 변화를 겪었다. 리더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해 조직원들을 관성과 타성에서 끌어내야 한다.거대한 함선의 엔진에 불을 붙일 성화같이 타오르는 리더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변화의 대상이 될 것이다.” ━ 이강호(PMG그룹 회장) | 모든 중심은 사람 새해를 맞으며 모든 경영자들과 핵심 매니저들의 최대 관심사라고 생각되는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무엇일까?’에 대해 자문해 보았다. 지난 33년 동안 대표이사로서 기업 경영에 참여해 오면서 경제적인 호황과 위기의 시대를 두루 경험하며 내린 결론은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PMG(Predictive Management Group)의 사업을 위한 경영 목적(Purpose)은 ‘사람 생각-Think people!’이다. 미래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사람을 연구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개인의 행복한 성장뿐 아니라, 각 부서가 서로 하모니를 이루고 이를 통해 기업 전체에 생산성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전력하고자 한다.많은 기업들이 제품의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매출액 대비 %는 자랑스럽게 발표 하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투자 금액이나 %가 발표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기업을 구성하고 경영하는데 있어서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인 사람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정확히 분석되고 연구되어지지 않고 있는 현상이다. 새해에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사람마다의 다름을 존중하면서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데 조그만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새해의 슬로건은 ‘개인과 기업이 함께 행복한 조직을 향해!’이다. 사람, 사람, 사람이 핵심이다. 사람 생각!(Think People!) ━ 이한주(스파크랩 공동 대표) | 창업가 정신 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26살에 두려움과 설렘으로 첫 창업을 했다. 그리고 어느덧 20년, 연쇄 창업을 통해 쌓은 창업에 대한 경험을 후배 창업자들에게 나누고 싶은 열망은 초기 창업자들을 육성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길로 이끌었다. 특히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길을 알지 못하는 스타트업에게 세계라는 큰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지도와 나침반이 되고 싶었다. 또한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창업 환경을 조성해서 스타트업에게 마음껏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도전의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목표로 지난 5년간 80여 개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열정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성장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뿌리내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실패를 하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살아남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를 무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새롭게 열리는 2018년,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적응하고 선도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걸음에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은 창업가 정신이다. 창업가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담대한 희망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유연하고 열린 의식이 요구된다.스마트폰과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에어비앤비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 놓은 것은 바로 창업가 정신이 있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바로 창업가 정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새로운 기회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 이택경(매쉬업엔젤스 대표) | 혁신과 고객 노키아는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휴대전화를 생산하여,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며 1위 자리를 오랜 기간 유지하였다. 하지만 피처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시장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몰락했다. 132년 역사의 코닥(Kodak)은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것은 바로 코닥이었다.이와 같이 자기잠식효과로 기존 시장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보다는, 필요한 혁신은 과감하게 실행하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변하는 시장 속에서 언젠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최근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위한 행사들이 많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경진대회에서의 수상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을 자주 본다. 짧은 시간에 진행된 경진대회에서의 심사는 한계가 있기에 그 결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장기간에 걸친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투자심사를 통과하여 투자유치를 해도 아직 성공한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시장에서 가장 정확하면서도 공정한 심사위원은 바로 고객이다. 스타트업이든 중견기업이든 항상 시장과 고객에서 정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이를 위해 혁신하는 것만이 성공으로 다가가는 길일 것이다. ━ 원대연(한국패션협회 회장) | 업의 개념 하고 있는 사업이나 일은 그 성격에 따라 ‘업(業)의 개념’이란 게 있다.회사에 들어와 20년이 넘도록 주어진 매출과 이익목표 달성을 위해 영업현장을 열심히 뛰어왔다. 사업 본부장 때 어느 날 그룹 회장께서 하고 있는 사업의 ‘업(業)의 개념’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을 때 순간 멍하여 답을 할 수 없었다. 맡은 사업의 업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최적의 업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패션은 지식정보산업이자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문화창조산업’으로 정하였다. 관점에 따라 정의는 다를 수 있겠지만 당시 섬유, 의류산업은 제조중심으로 성장기를 지나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었고 IT, BT는 미래 먹거리로 바람을 탈 때였으니 ‘업의 개념’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였다. 의류산업은 제조경쟁력이 상실되면 사양이되지만 패션은 두뇌로 하는 사업이므로 소비자가 원하는(정보) 아이디얼한 상품(지식)을 세계 어디에서나 만들면 되고 소득이 증가되고 선진국이 될수록 더 잘 팔리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성장 가능성과 비전을 갖는 사업이다. 그 후 이 업의 개념에 맞게 목표와 사업전략을 세워 10년 만에 국내최고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공시킨 사업이 바로 빈폴(Bean Pole) 브랜드이다. 최고의 브랜드가 되면 1만 원짜리가 10만원, 100만원으로 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서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세계 패션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뒤늦게 배운 ‘업(業)의 개념’은 CEO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경영을 맡은 리더의 입장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가장 의미 있는 경영의 지침이 되고 있다. ━ 김종훈(한미글로벌 회장) | 생활 인프라 평소 필자는 양재천 인근에 있는 달터공원을 산책코스로 즐겨 찾는다. 양재천과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풍경도 꽤 아름답기 때문이다. 달터공원을 지나면 구룡산까지 갈 수 있는데 양재대로에 막혀 가는 길이 복잡하고 성가셔 지척인데도 거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1월 양재천과 달터공원, 구룡산 정상을 연결하는 녹지 연결로가 개통됐다. 구룡산뿐만 아니라 대모산, 헌인릉 등 서울둘레길까지 이어지면서 산이 생활 속 가까이 다가왔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실제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하루 2만 보를 목표를 가벼운 등산이나 걷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놀랄 정도로 몸 컨디션이 좋아졌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맑은 자연 풍광을 보고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나 영감도 많이 떠오른다. 달터공원에서 구룡산 입구로 진입하는 70m 길이의 교량 하나로 생활의 활력이 생기고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이다.이처럼 생활 인프라의 구축은 작지만 소중하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철도·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는 잘 갖추고 있지만 국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생활 인프라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국토의 70%가 산지임에도 산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중심이 되는 인프라의 확대가 우선이다. 직장에서 행복한 사람이 가정에서도 행복하고 이는 곧 사회적 행복과도 직결된다. ‘행복한 구성원이 탁월한 기업을 만든다’는 우리 회사의 슬로건은 개개인 삶의 질이 기업 생산성 향상에 가장 중요하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우리 삶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기업과 국가가 각자의 자리에서 ‘구성원’이 희망하는 ‘행복경영’을 펼쳐 보이는 2018년이 되었으면 한다. ━ 이정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 | 전문서비스업의 미래 몇 해 전부터 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주창하여 왔다. 그런데 정부의 선진화 정책 대상 분야가 금융, 관광, 물류, 의료 등에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선택과 집중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필히 포함되어야 할 분야가 있다. 전문서비스업이 그것이다. 법률, 회계, 조세, 특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행 제도상 이런 전문서비스는 모두 개별 법률에 의하여 규제되고 있다. 예컨대 법률산업은 변호사법, 회계산업은 공인회계사법에서 전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그 분야에 한해 사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강력한 칸막이 체제다. 그런데 전문서비스 수요자의 다수는 기업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칸막이 체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인수합병의 경우 회계, 조세, 법률, 시장 등 제반 영역의 문제점과 위험요소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 요소 간 상호 연관성을 체계적, 종합적으로 살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각 분야를 다른 전문서비스업체가 개별적으로 담당하면 서비스 결과물은 부분최적의 합에 불과할 뿐 전체최적에 이르기는 어렵다. 경제학에서 지적되는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이제 우리나라도 전문서비스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전망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활발한 논의와 제안, 그리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한국 전문서비스산업의 미래가 새롭게 열리기를 기대한다. ━ 김소희(극단 연희단거리패 대표) | 마음 탐험 우리 극단은 연극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는 곳이다. 처음 연기를 하러 온 친구들에게 연기를 왜 하고 싶은지를 물으면 “좋아서” “하고 싶은 걸 하려고”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그런데 막상 연기훈련을 하다보면 남의 인생에 대한 이해도, 남과 소통할 준비도 안 돼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으로 연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남이 나의 연기를 좋아하고 다시 보고 싶어 해야 계속 연기할 수 있다. 연기는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배우의 일은 끊임없이 남의 마음을 상상하고 쫓아가고 이해하는 일의 연속이다.처음 대본을 받으면 작가와 배역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연출가와 함께하는 다른 배우의 마음속으로, 공연에선 관객의 마음까지, 배우는 끊임없이 남의 마음을 탐험해야 한다.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일, 그것이 배우가 하는 일이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사람은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하루 종일 역할을 부여받은 채 살지 않는가. 누군가의 어머니로, 누군가의 아들로, 선생으로, 친구로, 사장으로 불리면서. 지하철에서, 마트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명배우인 어느 날을 꿈꿔본다. ━ 조창환(더홈 회장) | 공간의 가치 나의 아버님과 형님(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모두 건축가였다. 덕분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집이라는 주거공간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좋아하는 곳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각자의 개성에 맞는 특별함이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 집에서 편안함과 기쁨을 온전히 누리려면 이 빈 공간들을 채우는 가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나는 지난 40년간 가구업계에 몸담으면서 주거공간에 가장 잘 만들어진, 가장 잘 디자인된 가구를 제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엔드 퀄리티의 가구들을 즐기며 주거공간을 나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채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더홈의 성장동력이자 가치이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제품과 유통 영역의 확대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고급 주거문화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머천다이징과 온라인몰 활성화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침실과 부엌, 사무용 가구에서 거실 가구 중심으로의 변화 등 가구업계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고 있다. 나는 지금 기성 가구에서 1인 가구로의 이동과 욜로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소비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도래와 그에 걸맞은 새로운 니즈에 재빠르게 반응하고 이에 앞장서는 것이 바로 더홈이 추구해온 새로운 주거문화 선도의 비결이다. ━ 한현옥(클리오 대표) | 혁신 “Every Pouch, One Clio!” 혁신을 통해 마켓 리더를 꿈꾸는 클리오의 미래 비전이다. 전 세계 모든 이들의 가방 속에 우리 회사 제품을 1개씩 반드시 넣자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화장품 산업에 높은 관심이 쏠리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색조시장에서 지속 성장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우리 회사의 DNA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혁신’이다.지난 24년 ‘클리오’의 세월엔 혁신의 스토리가 가득하다. 3년 연속 20%씩 하락했던 아이섀도우 시장에서 오븐에 구운 ‘베이크드 섀도우’는 300% 이상의 독점 성장을 이뤄냈다.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는 ‘아트 화장품’은 뷰티·아트 컬래버레이션의 효시가 됐다. 회사 지향성은 한마디로 ‘시장 선도자’, 즉 ‘마켓 리더’다.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을 흔든다’는 의미다.특히 최근에는 ‘페리페라’의 활약이 돋보였다. 페리페라는 립 틴트 시장을 대폭 성장시켰고, 마켓 리더의 잠재력을 한 번 더 입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일궈온 성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혁신의 역사를, 이제 한국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펼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흔드는 마켓리더’로 성장하고자 한다. ━ 서정선(한국바이오협회 회장) | 인간중심의 유전체학 21세기 인류 사회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글로벌화, 기술의 빠른 발전, 그리고 고령화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의료의 축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예측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예방 의학의 발달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질병 치료 중심 의학은 신약 개발이 수반돼야 하지만, 유전체 정보 기반의 예방 의학은 진단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다. 대신 ‘정보’의 처리와 예측이 중요해진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의학과 정보통신기술(ICT) 모두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우리의 막강한 의료 집단지성 인프라와 ICT 경쟁력이 한국을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게 해줄 것이다.나는 1997년 학내 벤처 형태로 마크로젠(Macrogen)을 창업했다. 20년만에 미국, 유럽 일본에 독립법인을 갖추고 어느덧 매출도 1000억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최대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생각이다. 목표는 5년 이내 바이오 빅데이터 전문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다. 나는 ‘인간 중심의 유전체학’이 미래 고령화 사회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 믿고 평생 기업을 이끌어 왔다. 한반도에는 북방계 아시아인과 남방계 아시아인이 모여들어와 살고 있다. 한국인 유전자를 분석하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놈 연구가 가능하다. 마크로젠이 10만 명 아시안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유전체학이 인간 사회를 더욱 빛내고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17.12.27 16:45

30분 소요
[2016 한국의 뜨는 스타트업은] ‘빌려주고, 골라주고, 지켜주는’ 서비스 주목

스타트업

국내외에서 스타트업 열풍이 뜨겁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첨단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이 적지 않다. 취업전선에서 밀려난 우울한 청춘이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층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때문에 투자할 곳을 찾는 돈도 흘러 넘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갖출 조짐도 보인다. 창업과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기존 업종과의 갈등, 정부의 탁상행정식 규제와 지원, ‘쉬운’ 분야로의 창업 편중 등은 고민거리다. 지난해에는 O2O·핀테크 기반의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각광을 받았다. ‘먹고 자고 노는’ 분야의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빌려주고, 골라주고, 지켜주는’ 분야의 스타트업이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베이비붐 시대다. 세계적으로 기업의 신생아 격인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서나 노트북 하나 들고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젊은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중국에서만 지난해 365만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하루에 1만 개씩 회사가 생긴 셈이다.IT 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스타트업에 손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첫 벤처 붐인 ‘닷컴버블’ 당시 자본의 10분의 1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다.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싼 서버를 두지 않아도 데이터를 필요한 만큼 빌려 쓸 수 있다. 다양한 공개 소프트웨어로 쉽게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등 소프트웨어 유통 플랫폼 덕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글로벌 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활용해 글로벌 마케팅도 쉽게 벌일 수 있다. ━ 중국에선 하루에 1만개의 스타트업 생겨 최근의 스타트업은 성장도 빠르다. 창업 초기 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스타트업 캠프가 늘었고, 전문 엑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기도 쉬워졌다. 초기 엔젤 투자와 크라우드펀딩으로 창업 자금을 모으기도 어렵지 않다. 과거보다 50배 많은 인터넷 사용자와 120배 빨라진 인터넷 인프라가 깔려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구매가 일상이 됐다. 그만큼 넓고 빠른 시장이 열려 있다.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잘 깔린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뜨겁다. 카카오·쿠팡·우아한형제들 등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가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영감과 자극을 받은 각종 스타트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스타트업 창업 수는 2010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는 약 3만 개의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창조경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도 스타트업 활성화에 한몫했다. 모태펀드를 통해 지난 10년 간 약 380개 벤처캐피털 펀드를 지원하는 등 창업 초기 자금을 지원하면서 마중물 역할을 했다.창업을 지원하는 공간도 늘고 있다. 특히 서울 테헤란로의 1세대 벤처기업이 판교 등으로 이전한 빈자리에 D캠프·스타트업 얼라이언스·마루180 등 스타트업 지원 허브와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에는 구글이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캠퍼스 서울’을 대치동에 2000㎡ 규모로 열었다. 네이버는 개발자 대상의 창업 육성공간인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를 마련했다. D2SF는 서울 강남역 부근에 1000㎡ 규모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 공간은 각종 행사와 강연 용도로 쓴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사무실로도 활용한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보이는 또 다른 청신호는 초기 투자 회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공한 창업자 출신의 스타트업 투자자가 엑셀러레이터나 마이크로VC로 나서는 사례가 늘었다.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프라이머·매쉬업엔젤스·퓨처플레이·K큐브벤처스·더벤처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자이자 멘토로 나서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스타트업 투자자는 단계별로 투자금액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다. 엑셀러레이터·엔젤투자는 보통 3억원 미만, 초기 기업 대상 마이크로VC는 주로 3억~5억원 규모로 투자한다. 그 이상의 규모는 전문 VC가 담당한다.창업자의 면면도 다양해졌다. KAIST·서울대·포스텍 등 국내 명문대 출신에 해외 유학파 출신 창업자가 가세하는 추세다. 김범석 쿠팡 CEO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학파 창업자는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화나 기술을 국내에 접목시키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맥킨지 등 경영컨설팅 업체나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 출신의 인재가 스타트업계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해외 투자자의 관심도 커졌다. 해외 투자자로부터 거액을 투자 받은 스타트업이 늘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 1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옐로모바일·네시삼십삼분 등은 포메이션8과 텐센트로부터 각각 1000억원 넘는 투자를 받았다. 알토스벤처스·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500스타트업 등 해외 벤처캐피털도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대형 투자 사례가 늘수록 해외 투자자의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한국식 갈라파고스 규제 곳곳에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개방형 혁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거액에 인수한 건 상징적인 사건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국민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롤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올 들어선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을 인수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엔 M&A를 지렛대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삼성 GIC 데이비드 은 사장은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 사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실리콘밸리에서 37건의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 중 80%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아모레퍼시픽과 SK는 관련 업종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뷰티 하드웨어 스타트업 웨이웨어러블에 투자했다. 국내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 업계 1위 쏘카는 최근 SK로부터 590억원을 투자 받았다. SK는 쏘카 지분 20%를 확보했다. 올해에는 SK네트웍스와 협업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중고차 업체 SK엔카와 자동차 정비·수리 업체 스피드메이트, SK엔크린 등 차량 관련 업체들과 연대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선 활용 가능한 모험 자본과 다양한 분야의 경험 있는 창업자가 부족하다. 특히 ‘시리즈B’ 이상의 대형 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통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엔젤투자와 시리즈A·시리즈B의 단계로 이뤄진다. 엔젤투자는 아이디어의 프로토 타입이나 베타 버전을 만들기 위한 단계에서 진행된다. 정식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투자가 시리즈A다. 시리즈B는 정식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이다. 국내에서는 규모가 큰 시리즈B 단계의 투자가 아직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가보지 않은 길’의 곳곳에서 잡음도 생기고 있다. 이른바 ‘헤이딜러 사태’가 대표적이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창업한 온라인 중고차 경매 업체 헤이딜러는 설립 1년여 만에 누적 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온라인 경매 업체도 일정 규모의 주차장 등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자동차관리법이 통과되면서 영업 자체가 불법이 됐다. 엉뚱한 법 개정으로 스타트업이 문을 닫게 되자 ‘한국식 갈라파고스 규제’에 대한 원성이 높아졌다. 급기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교통·물류사업 12개사 대표를 만나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없던 서비스를 들고 나오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기존 규제와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잦다. 또 유사 업종의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도 생긴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택시 업계의 반발을 사고, 불법 논란에 직면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배달의민족·카카오대리·콜버스도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기존 규제를 고집하면 새로운 스타 기업을 키우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신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백지에서 꼭 필요한 규제만 유지하는 쪽으로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안 되는 것만 열거하고 나머지는 뭐든지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정부 규제 전반을 바꿔야 새로운 창업 기회를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 같은 논란은 최근 스타트업의 트렌드와도 관계가 깊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트렌드가 있는 것처럼, 스타트업도 유행을 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화두는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오프라인 연계)다. 기존의 오프라인 사업 영역에 걸쳐지는 부분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제에 걸리거나 오프라인 사업자의 반발을 사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2010년대 초반에는 모바일 개발사와 SNS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많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O2O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가 잇따라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사실 O2O 서비스는 정의가 불분명하고 경계도 명확하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O2O로 볼 수 있는지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O2O 범주의 기업이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건 분명하다.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숙박·음식점 관련 서비스 업체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직방·여기어때·야놀자 등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성장 가능성을 키웠다. 중소형 숙박 정보와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각각 100억원,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부동산 중개 앱 직방과 다방도 투자금 유치와 함께 A급 모델 경쟁을 펼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원룸, 투룸 중심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왔다. 직방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다방은 6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또한 ‘먹방’의 인기와 함께 식신·망고플레이트·다이닝코드 등 맛집 검색 앱도 입소문을 타며 경쟁에 합류했다. ━ 지난해 음식·숙박·콘텐트·뷰티 스타트업 인기 화장품을 비롯한 뷰티 업종 벤처기업도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연예인이 동영상으로 화장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우먼스톡은 최근 일본계 벤처캐피털 사이버에이전트와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20억원을 유치했다. 화장품에 대한 사용자의 평가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는 애플리케이션 ‘글로우픽’의 개발사 글로우데이즈도 일본계 투자사 자프코아시아와 SL인베스트먼트·신한캐피탈로부터 총 15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이 밖에 ‘언니의 파우치’를 운영하는 라이클과 화장품 판매 업체 비투링크가 대규모 투자를 받아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동영상 콘텐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콘텐트 관련 서비스도 주목 받았다. 모바일 광고와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메이크어스가 20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프로 게이머들이 소속돼있는 게임 전문 MCN 업체 콩두컴퍼니는 20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 외에도 트레져헌터가 157억원, 샌드박스네트워크와 비디오빌리지가 각각 10억원, 6억원을 투자자로부터 받았다.올해도 생활 밀착형 O2O 서비스가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빌려주고, 골라주고, 지켜주는’ 서비스가 소비자와 투자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제품을 빌리거나 돈을 대출하는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취향 저격형’ 서비스도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흉악 범죄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안전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핀테크와 모바일 기기의 보편화로 보안의 중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2016.01.24 07:32

7분 소요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 버튼테크놀로지 구자룡 - 소비자의 눈으로 개발하고 투자하라

테크

엔젤투자자는 어떤 기준으로 베팅할까?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파트너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한 서비스 개발, 구성원의 경험과 팀워크 여부를 보고 결정한다. 그가 올해 첫 투자한 스타트업은 대리운전앱 서비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버튼테크놀로지다. 이택경(45) 매쉬업엔젤스 창업자 겸 대표파트너(이하 대표)는 1세대 엔젤투자자로 불린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그는 2008년 회사를 그만두고 엔젤투자자로 변신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국내 최초의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인 프라이머를 설립하고 대표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는 실리콘벨리 소재 벤처캐피탈 빅베이신캐피탈 벤처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27개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했다. ━ 택시·대리운전앱 시장 열린다 새해 들어 그는 첫 투자기업으로 버튼테크놀로지를 선정했다. 버튼테크놀로지는 대리운전앱 서비스 ‘버튼대리’를 론칭해 시장 선두에 나선 기업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이 주도한 앱 서비스 시장이 올해는 택시와 대리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47) 버튼테크놀로지 대표는 O2O(Online to Offline, 인터넷 상의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앱 서비스시장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그는 “4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대리운전 시장은 1만개의 업체가 난립한 전형적인 레드오션이지만 온라인시장만큼은 아직 블루오션”이라며 “3년 내에 오프라인시장의 절반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3일 서울 방배동 매쉬업엔젤스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버튼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 결정은 일종의 ‘길거리 캐스팅’이었다. 지난해 한 데모데이(일종의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매쉬업엔젤스의 장선향 심사역은 버튼테크놀로지의 사업 설명에 귀가 솔깃했다.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을 본 것이다. 이후 이 대표와 구 대표의 만남을 주선했다. 구 대표는 “흥미로운 만남”이라고 말했다. 보통은 피투자기업이 벤처캐피탈을 찾아 나서는데 친분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가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매쉬업엔젤스의 투자는 이처럼 ‘발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이택경 대표는 2010년 이재웅 다음 창업자,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송영길 이머신즈 창업자.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와 의기투합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프라이머를 세웠다. “야후와의 경쟁에서 한국 포털시장을 지켜낸 2001년 무렵 막연하지만 후배 창업가를 돕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후 싸이월드가 헐값에 M&A 되는 것을 보면서 결심했지요. ‘후배들의 액셀러레이터가 되자’ 그래서 돈을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멘토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그는 “스타트업의 특징인 젊은 조직, 열린 마인드, 열정과 순수함에 중독성이 있다”며 “스타트업을 지원하면 그 효과가 바로바로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엔 중소 기업청 지정 ‘전문엔젤 1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정부로부터 투자금의 2배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벤처기업으로 인증 돼 법인세·재산세·취득세 등 각종 세제혜택과 신용보증 등 정부 정책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매쉬업엔젤스는 이 대표 외에 5명의 투자파트너가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한다. 이 대표 외에 다른 파트너 한명이 투자에 승인하면 그 즉시 투자가 결정된다. 이 대표는 “벤처캐피탈(VC)이나 엔젤투자자들은 만장일치, 또는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투자가 결정되는 방식”이라며 “의사 결정에 있어서 시간이 소요되고 늦어지는 경향이 있어 빠른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개인 자산이라는 특성상 큰 자금의 투자는 아니지만 극 초기기업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네트워크와 융합을 중시한다. 엔젤투자자와 스타트업 관계뿐 아니라 엔젤투자자 간, 스타트업 간에도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 돕도록 한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카드게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창업 초기기업은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눈앞에 주어진 한 장만 보고 레이스를 결정하는 카드와 같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 여부, 구성원들의 경험과 팀워크 수준을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아이디어 수준인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실행력이 중요해요. 그래서 어떤 팀을 소유하고 있는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야 합니다.”그의 표현대로라면 버튼테크놀로지는 1.5장의 카드다. 극 초기기업 단계를 넘어서 이미 비즈니스 성과가 수치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대리운전앱 버튼대리는 현재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1월말 기준 누적분으로 10만명이 다운 받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대리운전앱 250개 중 1위다. 초기 투자금은 3억5000만원. 전문엔젤 투자 R&D지원사업을 신청해 최대 2억원을 추가로 지원 받을 수 있다. ━ 우버 뛰어넘는 교통앱 서비스 목표 버튼대리의 경쟁력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기술력이다. 크게 세 가지 기술에 기반을 두어 기존 서비스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실내 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을 이용해 실내에서도 호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대리기사에게 자신의 위치를 자동으로 전송한다. 굳이 휴대폰을 들고 위치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적정요금 산출 알고리즘은 거리, 시간대, 요일, 날씨, 기사 수, 운행 지역 등을 참고해 대리기사와 고객이 가장 만족할 만한 요금을 제시한다. 경로 추적 기능은 차가 제대로 된 경로로 이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장시간 정차할 경우 가족에게 ‘사고 메시지’를 자동으로 전송한다. 여성 고객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구 대표는 2012년 클리오니를 창업해 지금까지 4개의 아이템에서 모두 실패를 경험했다. 전자공학과 출신인 그는 엉뚱하게도 사진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하면서 50여개국을 여행했다. 홍보 전문가로 활동하다 직접 마케팅 회사를 차렸고,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책을 써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하지만 ‘수치화되지 않은 결과에 대해 보람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마흔다섯 나이에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마디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기호와 관심으로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욕구가 아닌 나의 욕구대로 움직였던 것이죠. 네 번의 실패 끝에 ‘소비자가 정답’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이 때문에 버튼대리 론칭을 준비하면서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구 대표는 “버튼대리의 서비스는 대리운전 고객의 행동을 분석해 개선점을 찾아낸 것이 포인트”라며 “머릿속에서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고객 행동을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에서 대리운전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똑같지만 이를 연결시키는 온라인 포인트가 다릅니다. 우리는 이 서비스 개발을 위해 고객 행동 패턴을 심도 깊게 연구했습니다.” 현재 구 대표는 GPS의 오차를 줄이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 기업경영은 소비자의 문제 해결하는 것 사업 확장성을 묻자 “엔젤투자자의 모델, 이택경 대표의 투자가 증명한 것 아닌가요!” 반문하며 웃은 그는 “글로벌 트렌드가 교통앱 서비스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글로벌 콜택시 앱인 우버(Uber)를 비롯해 리프트(Lyft)·이지택시(easy taxi)가 택시업계에 O2O시장을 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세계 45개국 100여개 도시에 진출한 우버는 최근 기업가치가 33조원으로 뛰어올랐다. 국내 IT기업들도 다음카카오택시, T맵 택시 등 브랜드 택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음식배달, 대리운전, 세탁물 수거 등 모든 서비스가 앱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고객 행동이 바뀌는 것이죠. 이미 시장은 형성되고 있어요. 이 트렌드를 탈 것입니다.” 구 대표는 “O2O서비스라도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 고객이 접하는 본질적인 서비스는 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온라인으로 모아진 수많은 정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전용 ‘핑크버튼’,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위한 ‘프리미엄 버튼’ 등을 개발 중이다. 가입자들의 정보를 활용한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확보된 고객을 대상으로 간병인서비스, 꽃배달서비스, 자동차보험 등 사업 영역을 넓혀갈 복안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일수록 늘 소비자에게 머리 숙이는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배 창업자들을 보면 늘 강조합니다. ‘소비자가 정답이다. 소비자가 좋아하면 잘 된다’ 투자자나 멘토가 이건 아니다 싶어도 소비자가 좋아해 성공한 모델도 많아요. 저 역시 투자 결정이 틀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이 바로 ‘소비자는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위원’이라는 것입니다. 버튼대리에 대한 투자도 대리운전앱 시장의 확장성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소비자가 겪는 불편 요소를 개선하는 서비스 모델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죠. 결국 모든 경영은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 대표는 “성공을 위해선 실패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 사례 하나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실패 사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두 번 실패한 일을 한 번에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저는 그걸 여러 번 놓쳤습니다. 이를테면, 사회시스템이 굉장히 잘 돼 있는데 그걸 이용하지 않는 것이죠. 비효율적이었던 겁니다. 누군가 창업을 한다면 저와 같은 방법보다는 진정한 멘토나 스승을 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2015.03.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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