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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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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450원'…외환위기 이후 최고

경제일반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 고착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1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두 달 반 동안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은 평균 1,450.7원을 기록했다.지난주에는 줄곧 1,451~1,458원에서 등락했다.이달 말까지 남은 11영업일간 100~200원 폭락하지 않는다면 1분기 환율은 1998년 1분기(1,596.9원)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분기 평균환율은 외환위기였던 1997년 4분기 1,151.2원에서 1998년 1분기 1,596.9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다가 같은 해 2~3분기에는 1,300원대로 떨어졌고 4분기에는 1,200원대로 더 낮아졌다.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파에 2009년 1분기 1,418.3원으로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섰으나 이후로는 1,100~1,200원대에 머물렀다.하지만 미국 긴축에 따른 글로벌 강달러 등으로 2022년 3분기부터 1,300원대로 올라섰고, 작년 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비상계엄 사태 등 나라 안팎에서 충격이 이어지면서 1,400원대 중반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월별로도 지난해 12월(1,436.8원), 1월(1,455.5원), 2월(1,445.6원)에 이어 3월에도 지난 14일까지 평균 1,452.6원을 나타내면서 4개월 연속 1,400원대 중반을 지키고 있다.환율이 넉 달째 1,400원대를 유지한 것 역시 외환위기 시기 이후로는 처음이다.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메가톤급 충격파가 없는 상황에서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환율 수준 자체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이른바 '서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해외투자로 달러가 유출되는 수급 불균형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지난 1~2월에만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로 103억 달러가 유출됐다.최근에는 강달러 흐름이 다소 진정되고 다른 주요국 통화 가치가 절상되는 흐름에서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월 초 110선을 넘기도 했지만, 이후로 하락세를 타면서 103대로 밀린 상태다.지난 1월 달러당 160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147엔선으로 떨어졌고, 달러/유로 환율도 유로당 1.02달러까지 밀렸다가 3월 들어서는 유로당 1.08~1.09달러까지 반등했다.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금리를 결정짓는 성장세도 1%대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025.03.17 08:03

2분 소요
빛바랜 ‘검은 황금’ 韓 기술로 닦아다오…기업이 뛰고 정부가 민 ‘중동 붐’

산업 일반

대한민국에 ‘오일 머니’(Oil Money)가 쏟아진다. 중동은 한국 기술을 받기로 했다. 1970년대 한차례 불었던 ‘중동 붐’이 다시 찾아왔다.중동은 150년 넘게 세계 산업을 움직이게 한 석유의 최대 생산 지역이다. 막대한 부가 중동 지역으로 흘러갔단 의미다. ‘검은 황금’으로 비유되는 석유는 중동 경제의 근간이 됐다. 흔히 ‘중동 빅3’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역시 국가 경제 체제의 뿌리를 석유에 두고 있다. 유럽 에너지 분야 컨설팅업체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간 원유 총생산량은 사우디가 601메가톤(1Mt=100만톤)으로 세계 2위다. UAE는 202Mt로 7위에 올라 있다. 2010년대 셰일 혁명을 이룬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급격하게 높이면서 2015년 이후로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 전체 생산량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대하다.중동 부국을 만든 ‘검은 황금’의 빛이 150년 만에 퇴색되고 있다. 숱한 산업군에서 석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지속가능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단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은 석유 경제를 뿌리부터 흔든다.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신기술의 등장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는 전망도 많다.사우디·UAE·카타르가 연일 탈(脫)석유를 외치는 이유다. 이들 국가는 석유 중심의 경제 체제로는 더 이상 과거의 부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관광부터 제조까지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수장들은 이 중에서도 기술을 핵심으로 꼽았다. 아이러니하게도 100년 넘게 이어진 경제 구조를 위태롭게 한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중동서 한국 기술 주목한 이유중동 빅3가 최근 내놓는 메시지는 ‘국가 차원의 변화가 절실하다’로 귀결된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내놓은 ‘비전 2030’이 대표적이다. 국가 경제 체제를 뿌리부터 변화하겠단 대규모 사업 계획들이 들어가 있다. 무려 170㎞를 폭 200m·높이 500m의 유리 장벽으로 연결하는 수직형 주거단지 ‘더 라인’ 따위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간 석유로 쌓은 막대한 부는 이 허황한 계획을 현실로 끌고 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더 라인’을 포함한 4개 도시 계획을 묶은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사우디 정부가 배정한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5조원)에 이른다. 중동 빅3가 탈석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목한 곳은 대한민국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에서 세계 열 손가락에 꼽히는 경제 규모를 만들어 낸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950년 6.25전쟁 발발 후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한강의 기적 이후로도 경제 성장을 이어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기준 1조6733억 달러(2161조8000억원)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13번째로 높은 수치다. 2020년과 2021년엔 명목 GDP 규모 세계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탈석유를 추진하는 중동 빅3가 참고할 사례인 셈이다.앞서 1970년대 중동 인프라를 닦았던 곳이 한국이란 점도 지금의 ‘중동 붐’을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한국 기업은 사막에 도로를 깔고 하수·항만·가스·주택 등을 구축했다. 1975년 7억5000만 달러에서 시작한 건설수주액은 1980년 82억 달러로 성장했다. 이 기간 외화 수입의 85.3%가 중동에서 나왔다. 파견 인력도 6000명에서 10만명으로 늘었다. 20만명에 달할 때도 있었다. 이때를 기억하는 중동 의사결정권자들이 한국에 높은 신뢰를 보여 지금의 중동 사업 확장에 긍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도 들린다.최근 다시 일고 있는 ‘중동 붐’ 역시 1970년대를 풍미했던 건설 분야가 주축이다. 분야는 50여 년 전과 같지만, 양상은 확연히 다르다. 당시엔 토목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하도급 형태로 수주를 받는 식이었다. 이번 중동 붐은 국내 건설사가 직접 현지 정부의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설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방산·제조·콘텐츠 등에서 사업 성과가 이미 구체화 됐거나, 구체화할 조짐을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중동 탈석유 꿈의 실현 여부는 한국 기술에 달려있다’는 말까지 나온다.107조원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최근 윤석열 대통령 순방으로 가시화된 중동 붐은 지난해 11월부터 조짐을 보여왔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끈 수주지원단이 사우디를 방문한 게 중동 붐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주지원단은 정부와 민간이 ‘원팀 코리아’로 네옴시티 프로젝트 사업 수주 등 중동 사업 확장을 전략적으로 타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들은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 협업 가능 지점을 눈으로 살피기도 했다.양국 부처가 공동으로 진행한 ‘혁신 로드쇼’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알리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건설·모빌리티·스마트시티·IT·스마트팜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참여했다. 현지 담당자와 국내 기업 간 실질적 논의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당시 수주지원단 명단에 오른 기업의 한 임원은 “한국은 미국·일본·인도·중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선진국들과 함께 사우디의 ‘비전 2030’의 중점 협력 국가 명단에 지난 2017년 일찍이 오르긴 했지만, 사업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된 건 수주지원단 방문 때부터”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장을 만들었다면 최근 1년간 판을 키운 건 기업이다. 수주지원단 등을 통해 연을 맺은 현지 기업·정부 관계자들과 사업 논의를 이어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한 윤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이 성사되며 성과가 나타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10월 21일부터 4박6일 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에는 139개 기업이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했다. 이는 지난 4월 이뤄진 미국 경제사절단에 참가한 기업 수(122)보다 많다. 명단도 화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주요 그룹 인사가 함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130명, 카타르 59명 등 190여 명의 국내 경제인이 중동 붐을 만들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이를 통해 만들어 낸 경제적 가치는 사우디 156억 달러(약 21조원), 카타르 46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63개의 양해각서(MOU)와 계약이 체결됐다. 대표적 사업으로는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약 26억 달러)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네이버, 약 1억 달러) ▲모듈러 사업 협력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삼성물산) ▲디지털 인프라 구축(KT·현대건설) 등이 꼽힌다.윤 대통령 사우디·카타르 순방에 앞서 지난해 11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 때 양국이 체결한 MOU 규모는 290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300억 달러 투자 약속까지 더하면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총 107조원 규모의 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네옴시티 등 추가 수주까지 고려하면 ‘제2의 중동 붐’ 시작은 과한 평가가 아니라는 말이 산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제45회 국무회의에서 “중동 빅3와의 정상외교를 마무리했다”며 “우리 기업을 위한 792억불, 약 107조원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중동 지역에 만들어졌고 이런 대규모 수출과 수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와 민생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1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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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 한미 기업과 세계 최대 블루수소 사업 추진

산업 일반

HD한국조선해양이 한미 주요 기업과 함께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HD한국조선해양은 25일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한미 첨단 산업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에서 GE, 플러그파워, SK E&S와 블루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전주기 사업 투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블루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수소를 말한다. 이번 협약은 수소 터빈, 수소 연료전지 등 미국 기업의 핵심 기술을 국내 수소 생태계에 조기 적용해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 가속화 및 수소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참여사들은 국내에 연 25만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유통·활용하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운송할 4만㎥급 대용량 액화 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앞서 7만4000㎥ 및 4만·3만㎥급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획득하는 등 이산화탄소 해상 운송 기술 개발을 선도해왔다.향후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이 글로벌 이산화탄소 감축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산화탄소를 저장 시설로 운송하는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의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적으로 포집되는 이산화탄소 규모가 현재 44Mt(메가톤)에서 2030년에는 1.2Gt(기가톤), 2050년에는 6.2G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GE는 가스터빈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 혼소(混燒)와 전소(專燒) 터빈 기술을 국내 발전소에 적용하고 상용화를 추진한다. 우선 혼소 비율이 약 50%에 달하는 고효율 수소 혼소 가스터빈을 제작해 국내에 도입한다. 플러그파워는 SK E&S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천 지역에 연료전지 및 수전해 설비 생산 시설인 기가팩토리를 구축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발전용 연료전지를 청정 수소발전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SK E&S는 CCS 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를 2026년부터 생산하고, 기체 수소 배관과 액화 수소 충전소를 통해 발전용과 모빌리티용으로 전국 수요처에 공급할 계획이다.HD현대를 대표해 이날 행사에 참여한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은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 및 수소 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보유한 조선·해양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3.04.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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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유엔사부지 첫 삽 떴다…상반기 오피스텔 분양

분양

사업비 11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이 첫 삽을 떴다. 단지명은 ‘더 파크사이드 서울’이다. 일레븐건설이 지난 2017년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해당 부지를 낙찰받은 지 약 6년 만에 착공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 오피스텔부터 분양할 예정이다. 강북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데다 인근에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메가톤급’ 개발이 진행중이어서 앞으로 입지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2027년 준공 예정…부지 낙찰 6년만20일 용산구청에 따르면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장인 ‘더 파크사이드 서울’은 지난 9일 착공계가 처리됐다. 예정 공사기간은 오는 2027년 1월까지며, 사용승인 예정일도 2027년 1월이다. 총 사업비는 11조319억원, 총 공사비는 6990억원 규모다.유엔사부지 복합개발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번지 일대 4만4935㎡(약 1만3616.7평)에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 아파트 420가구와 오피스텔 726실, 판매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숙박시설(호텔) 등을 짓는 사업이다. 단지 내에는 용산공원과 이태원 관광특구를 연결하는 길이 330m 공공보행통로도 갖춰진다.현대건설이 책임준공 의무를 지고 시공하고 있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란 불가항력적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시공사가 시행사의 부도, 공사비 지급 지연, 민원 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할 수 없고, 예정된 공사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설계는 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현재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그룹이 브릿지론 1조원에 전액 참여하고 있다. 브릿지론 금리는 올인코스트 기준 12%며 다음달 20일이 만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높고 시공사도 현금 여력이 있는 만큼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현대건설 분기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3조3636억6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시행사 일레븐건설은 유엔사부지 복합개발 오피스텔 726실을 올해 상반기 중 분양한다. 다만 정확한 분양 일정은 미정이며, 분양가도 아직 검토 중이다. 용산정비창·한남뉴타운·신분당선…메가톤급 개발‘더 파크사이드 서울’이 위치한 용산 일대에는 ‘메가톤급’ 개발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7월 ‘용산 정비창 부지’에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해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만든다는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용산은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업무 기능, 동쪽에는 주거 기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 용산공원 서쪽에 있으며, 용산공원 동쪽에는 유엔사부지 개발 외에도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이,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이 시공한다.또한 단지 근처에는 신분당선 용산 연장선(신사∼용산 구간) 동빙고역이 개통한다. 신분당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1단계 구간(강남~신사)이 지난 5월 개통했는데 여기서 용산역(2단계 구간)까지 추가 연장하는 것이다.국토교통부는 신분당선 신사~용산까지 총 5.3km 구간에 대해 국방부, 미군, 국립중앙박물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올 하반기쯤 최종 노선을 확정할 계획이다. 동빙고역은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318 일대 들어선다. 더 파크사이드 서울 밑에 있는 수송부 부지(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7번지 일대)에 역이 생긴다. 이 경우 단지에서 동빙고역까지 걸어서 10여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2023.02.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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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 아이스크림 이취 민원 접수...자체 공개 회수 나서

유통

롯데제과가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회수 조치에 나섰다. 11일 롯데제과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수 제품명을 공개하고 제품 반품 정보를 알렸다. 롯데제과 측은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돼 제품을 회수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수 대상 제품은 한보제과에서 지난달 6, 11, 14일 제조한 설레임 밀크쉐이크, 지난달 13일 제조한 설레임 쿠키앤크림, 지난달 12일 제조한 설레임 커피쉐이크 등 설레임 제품과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에서 지난달 4, 5, 11, 12일 제조한 셀렉션 더싱글초코, 지난달 5~6일에 제조한 월드콘 바닐라, 지난달 4, 5, 12일 제조한 메가톤, 지난달 6일 제조한 메가톤 달고나라떼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구매처나 롯데제과 고객지원센터로 제품을 반품할 수 있다. 롯데제과 측은 "생산시설에서 사용하는 식품용 세척제가 잔존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식품용 세척제는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지만 소비자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제품에 대해 자율 회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11.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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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매일 100억 번 업비트…그들의 플렉스(FLEX)는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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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가치 인터넷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웹1.0 혹은 웹2.0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할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모건크릭캐피탈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마크 유스코가 최근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이 정보ㆍ미디어ㆍ상업 등 분야를 다룬다면 가치 인터넷인 블록체인은 금융 부문을 포괄한다. 금융은 훨씬 더 규모가 큰 분야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고작 5년도 안 된 블록체인 기업 업비트가 20년 남짓 역사의 인터넷 기업 네이버나 카카오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업비트는 올 상반기 매일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업비트, 업비트, 그리고 업비트 국내 코인 시장의 화두는 기-승-전-업비트였다. 12일 업비트가 신사옥 설립을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땅과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국전력 본사 부지였던, 현대자동차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부지 옆이다. 매입가격은 약 3000억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업비트 플렉스(FLEX)’다. 업비트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데, ‘플렉스’도 아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만 1조8000억원이다. 한 달 벌어 신사옥 부지 매입대금을 치른 셈이다. 전혀 무리한 투자가 아니다. 특금법 시행 이후엔 업비트 영향력이 더 커졌다. 업비트의 의사 결정에 따라 코인 가격이 출렁인다. 업비트 플렉스가 알려진 12일, 업비트가 상장 코인 프로젝트 중 내부 평가 기준에 못 미치는 코인들에 대해 소명 자료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업비트 살생부’라는 이름의 지라시가 돌았다. 지난 6월 상장 코인들이 무더기 상폐를 당한 ‘피의 숙청’이 되풀이되는가 싶었다. 지라시에 이름을 올린 코인들, 특히 국내 프로젝트 코인들, 이른바 김치 코인들 가격이 폭락했다. 시장 혼란에 업비트가 입장을 밝혔다. 특정 코인을 겨냥한 살생부 작성이 아니라 건전 시장을 확립하기 위해 코인 전체에 대한 평가를 정례화한 데 따른 조치란다. 한국거래소가 정기적으로 상장기업 심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준에 못 미치는 코인을 솎아냄으로써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비트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시장에선 업비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한다. 업비트의 파워를 입증하는 사건은 15일 또 벌어졌다. 업비트는 이날 솔라나(SOL), 폴리곤(MATIC), 누사이퍼(NU) 등 3개 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6개월만의 신규 상장(원화마켓 기준)이다. 특금법 시행 이후엔 처음이다. 신규 코인 상장에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누사이퍼 가격이 급등했다. 업비트 상장 전 글로벌 거래소에서 0.3달러에도 못 미치던 가격이 상장 직후 1만원까지 치솟았다. 17일 기준으로는 2000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비명소리가 넘친다. 아이디가 ‘누사이퍼 9900층’, ‘누사 8000층’ 등 고점에 물린 이들이 허다하다. 폴리곤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폴리곤은 자체 메인넷이 있다. 하지만 업비트가 상장한 폴리곤은 이더리움 체인(ERC-20) 기반이다. 겉으로 봐선 똑같은 코인이지만, 체인이 다르면 완전 다른 코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코인을 전송할 때 체인을 잘못 선택하면 이 코인은 고아가 돼버려 영영 찾을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업비트가 상장한 폴리곤이 ERC-20이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폴리곤 오입금 업비트 사용자 모임’에 따르면, 15일 업비트가 폴리곤을 상장한 초기 몇 시간 동안 입금 시 ERC-20 관련한 별도 안내를 하지 않았다. 입금 주의사항 안내에도 ‘ERC-20 네트워크만 지원한다’라는 경고 문구가 없었고, 상장 공지사항이나 세부사항 역시 폴리곤이 ERC-20 네트워크로 상장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폴리곤 오입금 관련 문의가 빗발치자 업비트가 뒤늦게 안내 팝업을 추가했다고 한다. 이들은 “투자 위험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업비트가 오입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비트는 복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입금으로 인한 코인 분실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며, 기술적 차원(개인 키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도 복구 시도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폴리곤 오입금으로 코인을 분실한 업비트 이용자들은 오입금 명단을 작성한 뒤 19일 업비트 본사에 방문해 항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집단소송도 예고했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비트코인 ETF, 드디어 나왔다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드디어 나왔다. 미국에서. 캐나다와 유럽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ETF가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호재는 맞지만 메가톤급은 아니었다. 진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ETF의 탄생이다. ETF 시장, 더 나아가 자본시장의 중심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16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SEC가 자산관리업체인 ‘프로셰어’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SEC는 전날 위원 5명이 회의를 열어 프로셰어의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프로셰어는 이날 후속 개정 안내서를 SEC에 제출했다. “비트코인ETF 거래가 (18일 월요일부터) 즉시 시작되진 않겠지만 18일에 이 금융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 초 코인 시장에 우호적인 개리 겐슬러가 SEC 위원장에 임명됐을 때 비트코인ETF가 당장이라도 출시될 듯 싶었다. 하지만 겐슬러가 미 하원 청문회를 시작으로 의외의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은 수그러들었다. 되레 “겐슬러가 코인 시장의 X맨이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투자자 보호를 앞서운 겐슬러의 태도가 코인 시장 자체를 억압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역시 겐슬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그 어떤 전임자보다도 이해도가 깊은 인물이었다. 코인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알기에 규제 정비 작업에 더 신경을 쓴 것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올 ETF는 비트코인 현물이 아니라 선물 기반이다. 그간 SEC는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시세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ETF를 허용하지 않았다. SEC 입장에서는 주 단위로 규제를 받고 있는 코인 거래소를 믿을 수 없다. 하지만, CME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한결 유리하다. 비트코인ETF의 출시에 시장은 환호했다. 6만달러를 가볍게 돌파하더니 15일에는 6만3000달러 코앞까지 갔다. 17일 오후 1시 현재는 6만1000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악재도 그렇지만 호재도 어깨동무를 하고 온다.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 특히 채굴 시장에서 그렇다. 캠브리지 비트코인 전력 소비 인덱스(CBECI)에 따르면, 8월 기준 전체 해시레이트에서 중국 채굴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0%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채굴 규제로 이미 대부분의 채굴장이 다른 나라로 옮겨갔다. 1등 자리는 미국이 차지했다. 미국 채굴업자들의 해시레이트는 35.4%에 이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14일 ‘미국, 마침내 비트코인을 손에 넣다’라는 보고서에서 “2019년 9월에 미국과 중국의 해시레이트가 각각 4.06%, 75.53%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2년 동안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중국의 영향력이 더 약해지면서 중국발 뉴스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코인 시장이 중국발 악재로 휘둘릴 일은 없어진다는 의미다. ━ 위클리 코인=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 플로우(FLOW) 코인리스트(CoinList)는 글로벌 토큰세일 플랫폼이다. 아는 사람은 안다. 경쟁률이 극악스럽다. 최대 매입 수량을 기준으로 1만명에게 코인을 파는데 50만명 넘게 몰려드는 식이다. 로또에 버금가는 확률이다. 코인리스트가 인기 있는 플랫폼이긴 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플로우(FLOW) 세일 이후 인기가 치솟았다. 플로우는 NFT 발행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NFT의 ‘시조새’격인 크립토키티 개발사인 대퍼랩스(Dapper Laps)가 만들었다. 크립토키티는 블록체인 기반 고양이 육성 게임인데 워낙 인기를 끌었던 탓에, 당시 이더리움 체인을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대퍼랩스는 지난해 10월 코인리스트를 통해 플로우를 팔았다. 유망해 보이긴 했지만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 건 1년의 락업 기간이다. 내 코인이긴 하지만, 내 마음대로 팔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1년 뒤 코인 시장이 침체하진 않을지, 개발사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 리스크가 너무 크다. 1년 동안 해당 자금은 플로우에 묶인다. 다른 더 좋은 코인에 투자했을 경우의 기대 수익을 감안하면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판매 이후 1년 동안 플로우는 꽤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NBA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순간이 기록된 라이브 영상을 NFT로 판매하는 암호화 수집게임 ‘NBA 탑샷(Top Shot)’은 큰 인기를 끌었다. 대퍼랩스는 NBA에 이어 세계 최대 종합 격투기 단체 얼티밋파이팅챔피언십(UFC)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라리가(La Liga)와도 제휴를 체결하고 NFT를 발행한다. 라리가 NFT는 내년 6월경 출시될 전망이다. 문제는 수급이다. 우리시간으로 16일, 1년 동안 묶였던 코인이 대거 시장에 풀린다. 코인리스트 락업 전 유통 물량이 약 7270만개인데, 락업 해제 이후 물량은 약 3억1500만개로 늘었다. 코인리스트 판매 가격 기준으로 플로우 가격은 100배 이상 올랐다. 10만원만 샀어도 1000만원 넘게 불었다. 락업 해제 이후 어떤 가격에 팔아도 무조건 엄청난 이익이다. 당연히 시장에 매물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 수급 우려 때문인지 4일 2만7000원선까지 올랐던 플로우 가격은 17일 오후 1시 현재 업비트에서 1만8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전보다 20% 넘게 하락했다. 현재 NFT가 대세임을 감안하면 유망한 프로젝트일지 모르지만, 투자를 하겠다면 수급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아 보인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선물’ ETF,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까? 증시에서는 이번 주도 실적 시즌이다. 지난주 출발은 좋았다.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20일에는 테슬라 실적이 발표된다. 테슬라는 현재 비트코인 4만320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당 6만달러로 잡아도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약 26억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지난 2월 테슬라가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평가이익은 10억달러를 웃돈다. 회사 설립 이후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비트코인 매수에 따른 평가이익이 더 클 정도다. 이날 실적발표 때 테슬라의 비트코인 포지션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팔았다면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반대로 추가 매수했다면 불붙은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번주의 핵심은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이후 시장 반응이다. 18일 이후 첫 거래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기대감에 시장이 환호했지만,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비트코인 ‘현물’이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 ETF라는 점이다. 선물 ETF는 해당 자산의 선물을 사는 것이지 현물을 직접 매수하는 게 아니다. 직접적으로 현물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는다. 시장은 비트코인 선물 ETF의 출시가 2017년 12월 CME 비트코인 선물 출시 때와 비슷한 결과를 낫지 않을까 우려한다. 당시 드디어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된다고 환호했지만, 막상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되고 나선 기대와 달리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투자 격언이 맞을지, 아니면 코인시장 진화의 거대 분수령이 될지 지켜봐야 하겠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2021.1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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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인사이트 | 코로나를 통해 본 미국의 이데올로기] 전쟁보다 더 많은 국민이 죽었다

전문가 칼럼

미국 좌·우 정쟁 촉발한 코로나… 마스크 뒤엔 ‘백인 우월주의’ 도사려 7월 말 미국에선 우울한 소식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한결같이 미국을 출렁거리게 하기에 충분한 메가톤급 악재였다. 7월 30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9%로 73년 만에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GDP가 분기에 32.9%가 감소한 셈이다. 지난 1분기 -5%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미국 경제에 주는 타격이 본격 나타난 셈이다. 그동안 실업률이 조금씩 나아지자 자신을 ‘일자리 대통령’이라고 자랑하던 트럼프는 경제에 관한 한 당분간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3분기에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경제를 회복세로 돌리려면 방역에 따른 이동 제한이나 가게나 공장의 영업과 가동 제한을 추가로 풀어야 한다. 문제는 그럴 경우 방역이 위험해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3일로 예정된 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가 7월 30일 자신의 트윗에 선거 연기를 시사하는 내용을 올린 이유다. 하지만 미국의 선거 일정은 헌법에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의회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합당한 이유를 대고 논리를 제시해야 하며 의회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가 제아무리 대통령 중심제 아래에서 막강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고,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도 선거 일정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공화당도 트럼프에 정치적인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트럼프로선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심정으로 무리한 발언을 한 셈이다.트럼프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의 대대적인 확산이다. 미국은 7월 이후 사실상 제2의 코로나 충격을 맞고 있다. 조금씩 완만해져가던 확진자 발생 곡선이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수치를 살펴보면 기겁할 정도다. 미국은 7월 26일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한국시간 7월 30일 기준 15만3848명에 이르렀다. 세계 최다 수준이다. 전 세계 사망자 67만943명의 22.93%에 이른다.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 4~5명 중 1명이 미국인인 셈이다. 미국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그 다음으로 많은 브라질(9만188명)과 영국(4만5961명)을 합친 것보다 많다. 단일 질병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례는 미국은 물론 세계 역사에서도 드물다.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한국 시간 7월 30일 기준 456만8375명으로 전 세계 1721만7829명의 26.53%를 차지한다. 미국 인구는 3억311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 75억9400만 명의 4.36%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 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다른 나라에서보다 6배 이상인 셈이다.미국에서는 1월 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래 3월 19일 1만명에 이르렀으며 3월 27일 10만명을 넘었다. 그 뒤 4월 10일 50만명을 초과했으며 4월 27일 100만명을 넘어섰다. 6월 7일 200만명을, 7월 6일 300만명을 각각 넘었으며 그 다음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져 7월 21일 400만명을, 7월 28일 450만명에 이르렀다. 450만명에 이른 속도도 빠르지만 현재도 많은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인의 건강과 목숨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생명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갈수록 빨라져 15만이라는 숫자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글로벌 패권 국가가 된 뒤에 치렀던 모든 전쟁에서 발생한 것보다 더 많은 인명손실이다. 미국 보훈부 통계와 학계 연구 등을 종합하면 미국은 2차대전 뒤 6·25전쟁(1950~53년)에서 3만6516명, 베트남전쟁(1955~75년, 미군의 본격 참전은 1964년 이후)에서 5만8209명의 전사자를 각각 냈다. 이라크전쟁(2003~2011년)에선 4576명, 2001년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중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2200명 이상의 군인이 숨졌다. 이를 다 합쳐도 10만1500명 정도다. 미국의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15만 명은 이보다 1.5배 정도 많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최고사령관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셈이다.지금까지의 코로나19 사망자를 미국이 1776년 건국 이래 치러왔던 전쟁에서의 군인 사망자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남북전쟁(약 65만 5000명)과 제2차 세계대전(40만5399명)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다. 11만6516명의 미군이 전사한 제1차 세계대전보다 많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서 극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조만간 2차대전 희생자 숫자를 넘기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미국은 1775~1785년 영국과 미국독립 전쟁을 치른 이래 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전쟁을 12차례 치렀다.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낸 전쟁이 남북전쟁(1861~1865년)으로 북군 36만여 명, 남군 29만여 명에 전체 약 65만5000명이 숨졌다. 그 다음으로 2차대전(1939~1945년, 미국은 41년 참전) 40만5399명, 제1차 세계대전(1914~18년, 미국은 17년 참전), 베트남 전쟁, 6·25 전쟁, 미국독립 전쟁 약 2만5000명, 1812년 전쟁(미국-영국 전쟁, 1812~15년) 약 1만5000명, 미국-멕시코전쟁(1846~48년) 1만3283명의 전쟁에서 1만 명 이상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 외 이라크 전쟁 4576명, 필리핀-미국 전쟁(1899~1902년) 4196명, 스페인-미국 전쟁(1898년) 2246명, 아프가니스탄 전쟁 2216명 등이 숨졌다. ━ 전쟁 후유증 미국 선거에 영향 정권 바뀌어 코로나19 피해의 규모와 속도는 미국이 치른 어느 전쟁보다 크고 빠르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숫자가 이를 잘 말해준다. 통계 사이트인 스테이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7월 28일까지 하루 평균 사망자는 923.2명이다. 이는 미국이 건국 이래 치른 어느 전쟁의 하루 평균 전사자보다 많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2019년 하루 평균 사망자(모든 사망원인 포함)는 7969.7명이다. 2019~2020년 겨울 동안 유행했던 바이러스 질환인 인플루엔자에 의한 하루 평균 사망자는 331.6명으로 코로나19의 35.9% 정도다. 미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얼마나 큰 희생자를 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이 치렀던 전쟁에서 하루 평균 사망자는 남북전쟁이 449명으로 가장 많고 2차대전 297명, 1차대전 200명, 6·25전쟁 30명, 멕시코-미국 전쟁 29명, 1812년 전쟁 15명, 베트남전 11명, 미국독립 전쟁 11명이 뒤를 잇는다.주목할 점은 미국이 큰 전쟁을 치른 뒤에는 막대한 전비 지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전사자 발생에 따른 반전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의 미국 대선에선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대선에선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백악관 주인의 소속 정당이 각각 바뀌었다.하나씩 살펴보자. 2차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전쟁을 치렀던 오성 장군 출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52년 대선에서 6·25전쟁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했으며 선거 직후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아이젠하워는 1952년 대선에서 39개 주에서 승리해 9개 주를 차지한 민주당의 애들레이 스티븐슨 후보를 꺾었다.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442대 89로 그야말로 대승을 거뒀다. 그는 공약대로 1953년 7월 27일 공산군과 정전협정을 맺고 6·25전쟁을 끝냈다.베트남전쟁은 1973년 1월 27일 남·북 베트남과 미국이 파리평화협정을 맺고 미군이 철수하면서 종전의 길에 들어갔다. 미군이 떠난 남베트남은 북베트남의 공세에 시달리다 몰락했다.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의 탱크가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현재 호찌민)의 대통령궁에 진입해 점령하면서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남베트남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파리평화협정을 맺을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72년 선거에서 재선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1974년 8월 9일 사임했다. 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포드는 1976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에게 전체 득표율 48.0% 대 50.1%, 확보 선거인단 240대 297로 석패했다. 확보 주는 27개로 23개에 워싱턴DC를 얻은 카터보다 오히려 많았다.심지어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1990~91년 걸프전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이라크 정권을 상대로 미군 전사자를 294명으로 최소화하면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재선에는 실패했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막대한 전비를 쏟은 걸프전의 승리가 아닌 대통령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경제난이 좌우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차대전 뒤로 많은 인적·물적 희생을 치른 전쟁 중이나 뒤에 진행된 선거에선 묘하게도 정권이 교체되는 전통을 남긴 셈이다. ━ 트럼프의 지지층 결집 배경엔 대안 우파 포진 그렇다면 코로나19와의 전쟁이라는 바이러스 전쟁을 치른 미군 최고사령관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결과만 보면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실패와 이로 인한 경제난 해결에서 보인 무능, 그리고 무리한 대외정책에 리더십 난조까지 겹쳐 오는 11월의 대선에서 불리한 상태다. 현재 그는 마스크와 같은 코로나 관련 사안을 정치화해서 지지층을 결집해 전세를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도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티다 최근 들어서야 드물게 쓴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우파는 마스크를 정쟁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우파는 미국 곳곳에서 격리를 해제하고 영업과 조업을 재개하며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때로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앞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지 말라는 대항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마스크 반대는 미국 우파를 상징하는 시위이자 행동 지침이 되고 있다.심지어 미국 남부 조지아 주와 이 주에 있는 애틀랜타 시는 마스크 착용을 둘러싸고 뜨거운 권한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애틀랜타 시의 민주당 소속 케이샤 랜스 바텀스 시장이 7월 7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 명령을 내린 것이 계기다. 바텀스 시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형은 물론 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민주당의 유망주 바텀스 시장이 마스크를 의무화하자 애틀랜타가 포함된 조지아 주의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는 7월 16일 바텀스 시장과 이를 승인한 시의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캠프 주지사는 “이러한 강제 조치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강력한 마스크 의무화는 인간의 자율 의지를 해치는 팬더믹 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지아 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만 하는 행정명령에 7월 15일 서명했다. 애틀랜타 시장과 조지아 주지사가 마스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방역 주도권과 지방 정부 권한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는 셈이다. 방역이 이데올로기가 되고 정치화하는 ‘위험한’ 현장이다. 방역 필수품인 마스크 착용이 미국에서 정치 아이템이 된 것이다. ━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방역의 방해물로 작용 그 배경에는 미국 우파들의 자유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우파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집단 모임을 자제하며 밀집 장소에는 가지 말라는 의학적·과학적 방역 지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사회적 의무나 책임으로 보기는커녕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으로 여기기 일쑤다. 마스크를 쓰는 행동에 대놓고 반대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항의 시위까지 벌인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무시한 집회다.이들 중 극렬한 생각과 행동을 일삼는 일부는 미국 언론에서 백인우월주의자·백인지상주의자로 부르는 ‘대안 우파(alt-right)’로 분류된다. 대안 우파는 합리적이고 온정적인 주류 보수주의자들과 달리 소수민족·여성·동성애자장애인·이민자·무슬림에 대한 차별·혐오·폭력을 조장하는 극단적인 이데올로기를 앞세운다. 대안 우파는 민주당을 비롯한 미국 좌파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며 다수인 백인을 차별하고 소수민족을 우대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방역 당국의 격리나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지침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 방역 조치를 좌파의 정치적 올바름의 일부로 여긴다.대안 우파는 ‘억압받는’ 백인이 원래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뒤로 밀린 백인들이 다시 미국을 이끌어야 한다며 ‘백인 내셔널리즘’을 부르짖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는 이런 대안 우파들의 입맛에 딱 맞았을 것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라는 선거 구호도 대안우파에겐 ‘백인 우선’으로 들렸을 가능성이 크다.문제는 백인우월주의가 인종차별·인종분리와 외국인 혐오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자와 무슬림에게도 화살을 겨눈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실업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다. ‘반이민주의’다. 미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무슬림은 이민은 물론 입국도 막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왔다. 이른바 ‘자국 문화 보호주의’다. 무슬림 전체를 잠재적 테러범으로 보고 대놓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 일쑤다.주목할 점은 대안 우파가 동맹국의 해외 주둔과 국제문제 개입에 반대하는 ‘고립주의’와 외국 상품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는 ‘보호무역주의’도 내세운다는 점이다. 이는 고스란히 트럼프의 지난 선거 공약이 됐다. 집권 뒤에 동맹인 한국과 독일, 그리고 주요 교역 대상국인 중국을 압박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11월 3일의 미국 대선과 현재의 미국 정치 상황이 국제 질서는 물론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8월과 11월 사이에 트럼프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마스크는 미국 좌우 정쟁의 상징이 됐다. 방역을 위해 써야 할 마스크가 미국에선 대선을 좌우할 정치적 투쟁의 도구가 됐다는 점은 미국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코로나19라는 마수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08.02 15:05

9분 소요
[김정은의 금강산 관광사업 ‘사형선고’ 막전막후] 미국의 새 계산법 겨냥한 벼랑끝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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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협력방식 사업에 근본적 문제 제기… 금강산행 정치적 의미 놓고 해석 분분 파국 위기에 처해 있던 남북 간 금강산 관광협력 사업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10월 22일 금강산 일대를 돌아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는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선전 매체들이 일제히 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런 발언은 남측 현대아산과 북측 아태평화위가 합의해 지난 1998년 11월 관광선을 첫 출항시킨 남북 협력방식의 금강산 관광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로,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라 할 수 있다.더구나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는 김정은의 발언에는 50년 독점계약 방식으로 현대와 금강산 사업을 추진한 데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드러난다.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부지를 망탕 떼어주고 문화관광지에 대한 관리를 외면하여 경관에 손해를 줬다”며 해당 부서인 노동당 통일전선부(대남 사업 담당)를 질책한 점에서 알 수 있듯 상황은 돌이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동행한 일꾼(간부의 북한식 표현)들 모두도 한결같이 (건물을) 철거하고 우리식으로 꾸리는 것이 응당하다고 말씀을 올렸다”는 북한 보도 내용도 마찬가지다. ━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 북한 측이 “(금강산을) 새롭게 단장하고 우리 인민들을 맞이하게 될 그 날은 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점으로 미뤄볼 때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와 원상 회복, 북측에 의한 시설물 공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도 자신이 주도해온 각종 대형 건설 사업을 언급하며 튼튼한 설계역량과 강력한 건설역량을 강조했고 “우리 군대와 노동계급이 있기에 금강산에 세계적인 문화 관광지를 꾸리는 사업은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건설 공사를 주도해온 돌격대와 인민군대를 총동원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김정은의 메가톤급 발언에 통일부 등 우리 대북 주무부처는 사태 파악과 함께 북한과의 협의 추진을 언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북한의 냉랭한 대남 태도로 남북관계의 동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마저 파국으로 마무리 된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 측은 뜻밖의 북한 발표에 당혹해 하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하지만 당국이나 사업자 모두 이런 상태라면 금강산 관광사업의 종료가 불가피 하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불똥이 개성공단 쪽으로까지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때 ‘햇볕정책의 옥동자’로까지 불리던 두 사업이 현대아산과 북측 파트너를 매개로 한 일란성 쌍둥이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다. ━ 개성공단으로도 불똥 튈까 우려 ‘금강산 남북협력’ 중단을 전격 선언한 김정은의 의중과 향후 경제협력·대북투자, 더 나아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체적 언급 내용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함께 발언 배경 등을 꼼꼼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 방문은 지난 10월 15일 백두산 방문을 기점으로 한 북부지역과 동해안 일대 현지지도의 일환이다. 현지지도는 최고지도자가 노동당과 군부·내각의 핵심 간부를 이끌고 군부대나 협동농장, 공장·기업소 등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격려 혹은 질책한 뒤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현장방문 통치활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온 김정은의 언급은 곧바로 ‘말씀’으로 정리돼 반드시 고치거나 이행해야 할 사안으로 간주된다. 헌법이나 법률보다 김일성·김정일의 말이 더 중시되는 북한 특유의 ‘교시 정치’가 김정은 시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백두산에서 금강산까지 이어진 김정은의 이번 행보는 경제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민생투어’라고 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그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백두산 삼지연 지역 시찰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제재를 문제 삼았다. 자신이 주도한 개건(리모델링)과 뉴타운 조성 사업이 한창인 삼지연읍 건설현장에서 김정은은 “지금 나라의 형편은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책동으로 의연 어렵고 우리 앞에는 난관도 시련도 많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직접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이어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대북제재로 초래된 경제난과 식량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미국과 이른바 적대세력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읽혀지는 발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누적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로 대북제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자신에게 쏠리는 걸 막아보려는 뜻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김정은이 백두산을 방문했다는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는 당초 김정은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려는 이미지 메이킹 차원으로 해석됐다. 그가 여동생 김여정 등을 이끌고 백마를 타고 첫눈이 내린 백두산을 올랐다는 기사와 함께 북한이 관련 영상을 공개한 때문이다. 이른바 백두혈통임을 강조하려는 듯 김정은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말에는 김씨 일가를 상징하는 커다란 별이 새겨져 있었다.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전격 처형하기 직전 백두산을 당 고위 간부들과 함께 방문하는 등 주요 계기마다 백두산을 찾았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무언가 중대 결단을 앞두고 있다는 관측도 일부 전문가와 언론 사이에서 대두했다.하지만 김정은은 곧장 평양으로 귀환하지 않았다. 양강도와 함북도를 지나 강원도(북측)를 잇는 말굽형 루트로 경제시찰 일정을 보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본격적인 통치 활동에 들어간 이후 강원도 원산 지역을 자주 방문했다. 미사일 발사 등 군사훈련 참관이나 이 지역의 경제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차원이었다. 인근 함경도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도 했다. 하지만 원산 이남 지대로 내려와 휴전선과 인접해 있는 금강산 지역을 찾은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단풍철을 맞아 금강산 지역을 겸사겸사 들러보려던 계획에 따라 방문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점친다.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는 김정은이 지팡이를 짚고 부인 이설주와 함께 금강산을 오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당 간부와 김여정,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을 대동하고 금강산 계곡에서 단풍과 절경을 보며 웃는 표정으로 대화하는 모습도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아산이 세운 복합시설인 온정각과 문화회관(서커스 공연), 선상호텔인 해금강호텔과 고성항 횟집, 펜션 등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는 녹슨 해금강호텔 옆을 지나는 김정은의 모습이 포착된다.물론 김정은의 금강산 방문이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 당국과 북한 전문가 그룹의 대체적인 견해다. 금강산 관광이 대북제재 해제의 상징적 사업이자 아이콘이 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아무 생각 없이 덜컥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김정은의 금강산행에 고도의 정치적 의미가 깔려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으로 의기투합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선 금강산 관광의 재개 용의를 밝히면서 “남조선 동포를 환영할 것”이란 메시지까지 보냈다.하지만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상황은 꼬였고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한과 미국 정상 회동에도 금강산·개성은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더욱이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북미 실무 협상마저 북한의 기대와 달리 성과 없이 조기 종결되면서 자칫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대두하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기대한다”며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한 김정은으로서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칫 스타일을 구길 수 있는 국면이다. 야심차게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했던 대목도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진 것이다. 대북제재 노선에서의 이탈과 한미 공조 틀에서의 ‘자주적’ 대북접근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하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문제를 압박했지만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 북미, 남북 잇단 대화에도 상황 진전 없어 이런 저간의 상황 탓에 금강산의 문을 완전히 닫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한국과 미국 측에 압박하려는 으름장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북한의 대미 협상 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이번 금강산 산행에 함께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백두산에서 함경도 등으로 이어진 앞서의 일정 등을 감안하면 최선희가 대미협상 담당자 자격으로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정은의 신임을 받는 핵심 간부층의 동행 및 백두산·금강산 여정으로 보는 게 더 합당하다는 얘기다.지난 2008년 관광 중단 이후 북한은 금강산 지역은 현대아산 자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하거나 동결 조치했다. 이후 10년 넘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극심한 건물 노후화가 진행된 상태라 김정은이 이를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이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물 철거를 언급하면서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남북 간 합의를 통해 철거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통일부 등 정부 부처는 이번 기회를 북측과의 대화 통로 마련에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내비친다.그렇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남측과 사전에 협의를 진행한다는 건 낯선 일이다. 특히 김정은이 매우 불편한 입장을 밝히면서 조속한 철거를 지시했는데, 그 이행 과정에서 남측과 어떤 형식이던 논의를 거쳐 일을 처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은 금강산 일대의 남측 시설을 철거해 가라는 통지를 10월 25일 보내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다.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남측)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통지문에는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하면 됨’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김정은의 이번 조치가 선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금강산 관광사업 결정을 비판한 것이란 해석도 일부에선 제기한다. 김정은이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됐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다. 김정은은 또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하게 비판했다는 게 북한 매체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번 언급이나 지시를 ‘김정일 비판’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이어진 3대 세습 체제인 북한 권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 선대 수령의 업적이나 유훈을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할 상황에서 김정은이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란 차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김정은은 이번 금강산 방문에서 관광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관광지구 부지를 망탕 떼여주고 문화관광지에 대한 관리를 외면하여 경관에 손해를 줬다”고 비판하면서 ‘정책지도를 맡은 당 중앙위 해당 부서’라고 책임을 분명히 했다. 금강산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김정은에 의해 이뤄졌지만 어디까지나 담당 부서인 통일전선부의 책임으로 국한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논리대로라면 당의 간부들이 잘못된 사업방식과 판단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망해 금강산 관광 사업을 비준 받아 진행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얘기다.이럴 경우 통일전선부 책임 간부들에 대한 처벌이나 숙청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당시 통일전선부의 책임자는 김용순 통일전선부장 겸 당 대남 비서였다. 그는 북한 군부가 “군사 요새인 금강산과 장전항 지역을 남조선 관광객에게 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는 군부를 제끼고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해 사업을 관철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김용순이 이미 2003년 사망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책임자 처벌은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으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협상 주도권을 외무성 대미라인에 넘겨주고 퇴장했다는 점에서 통전부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금강산 사업과 관련한 김정은의 이번 언급이나 인식을 분석해보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금강산을 ‘내주는’ 방식으로 남측과 관광 사업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김일성 주석 집권 말기인 1990년대에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모순에다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까지 겹쳐서, 그렇지 않아도 빈사 상태였던 산업 전반을 옥죄고 들었다. 개혁·개방을 택한 중국은 아직 북한에게 의미 있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 처지가 못됐다. 북한은 5년마다 열어야 하는 조선노동당 대회를 1980년 10월 6차 당 대회 이후 개최하지 못하는 형국(김정은 집권 이후 개최)에 처했다. 노동당이 국가경제계획을 제대로 제시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한 때문이다. 1993년 12월 열린 당 6기 21차 전원회의에서는 제3차 7개년 계획 실패를 자인해야 하는 막다른 길까지 몰렸다.열악했던 당시 상황은 김일성 사망 이틀 전인 1994년 7월 6일 소집된 경제부문책임일꾼협의회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북한에서 ‘일꾼’은 해당 분야 간부를 의미한다. 경제 분야를 책임진 노동당과 내각의 고위 관료들이 참여한 일종의 대책회의라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김일성은 “가슴이 왜 이리 답답한가. 경제가 안 풀려 요즘은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우게 됐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제 각 부문이 제대로 되는 게 없다”고 말한 뒤 부총리와 장관급 간부들을 하나씩 일으켜 세워 질책했다. 그는 “동무들! 농업·경공업·무역 제일주의는 당의 결정사항 아닌가. 화학비료는 남흥화학·흥남화학을 생산 정상화하도록 만들라우”라며 다그쳤다. 또 참석 간부들에게 “경제가 엉망인데 동무들은 회의에서 아무런 문제 제시나 답변을 못하고 있다”라고 호통을 쳤다. 김일성은 끝 부분에서 “이틀 뒤 다시 회의를 소집하겠으니 부문별로 대책을 세워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심근경색으로 숨지면서 회의는 다시 열리지 못했다.이런 엉망진창 상태의 경제를 넘겨받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험난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일성의 급작스런 사망은 북한 체제가 곧 몰락할 것이란 예견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혼란을 던졌다. ‘고장난 비행기’에 비유될 수준으로 모든 게 비정상이었고, 언제 추락하거나 불시착해도 이상하게 없을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다 김일성 사망 이듬해부터 연이어 닥친 대홍수와 이로 인한 식량난과 경제위기에 휩쓸려 허우적거려야 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포함한 고위 탈북 인사와 우리 대북 인권·지원 단체 등은 당시 200~300만 명의 주민이 굶주림으로 사망(한미 정보당국은 46만 명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당시를 ‘고난의 행군(行軍)’이라 부를 정도다.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 분야에서 가장 관심을 쓸 수 밖에 없던 건 역시 먹는 문제의 해결이었다. 남한과의 적십자회담이나 차관급 당국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였다. 이른바 ‘인도주의 협력’이란 이름으로 이산상봉과 식량 원조를 맞바꾸는 거래가 이뤄졌다. 김정일도 내부적인 식량 증산책을 서둘렀다. 하지만 “풀판을 고기로 바꾸자”며 토끼 기르기를 장려하고 열대 메기를 북한 전역에서 기르라고 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체제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김정은이 택한 것이 금강산 관광이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었다. 북한이 금강산을 현대아산에 독점적으로 내주고, 남한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해 산행과 온천욕·쇼핑 등을 즐긴 뒤 그 대가로 입산료를 지불하는 것이었다. 일정 기간에 걸쳐 이뤄질 관광사업 비용을 보장하기 위해 9억4200만 달러를 북한에 매월 분할해 제공하는 럼섬(lump-sim) 방식이라 북한으로선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1998년 6월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이 있었고, 같은 해 11월 첫 금강산 관광선 현대금강호가 동해항을 출항했다. 보다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육로를 통한 관광이 이어졌고,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경비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져 중단될 때까지 관광 사업은 진행됐다. 10년 동안 3550차례에 걸쳐 192만6665명이 관광을 다녀왔다는 게 현대아산 측의 설명이다. 하루 평균 3000~4000명이 관광을 한 셈이란 것이다.김대중 정부의 금강산 관광에 대해 보수 성향의 정당과 국민여론은 비판적인 입장을 제기해 왔다. 막대한 관광 대가가 현금으로 제공됨으로써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의 뒷돈이 됐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 본격화한 개성공단도 120여 개 한국 업체가 북한 근로자 5만3000여 명에게 지급한 연간 8000만 달러 수준의 임금이 북한 당국에 건네짐으로써 김정은 정권만 살찌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 정권이나 대북정책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에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건네진 달러가 위기에 처했던 김정일 정권에게 산소호흡기 역할을 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 됐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28살의 청년 지도자 김정은이 북한 최고 권력을 거머쥐게 됐다. 만신창이가 된 북한 체제를 ‘핵 보유’라는 유산과 함께 물려받았지만 녹록하지 않은 상황은 이어졌다. 정치·군사 강국을 주장하면서도 경제문제의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김정은에겐 아킬레스건이다. 그런데도 자력갱생과 국산화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에 머물며 한계를 드러내왔다.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치중한 ‘경제-핵 병진노선’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제를 불렀고 민생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이처럼 집권 이후부터 도발적 행보를 걸으며 국제사회와 한반도 주변 정세를 어지럽게 만들었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나왔다. 그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3차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2차례 정상회담+판문점 남북미 회동) 등을 통해 비핵화와 개혁·개방 노선을 취할 수 있을 것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거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뢰와 구애의 메시지를 보내며 대미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형국이다.꼬인 남북관계도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의 충격파 때문일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요인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권력 핵심부를 얼어붙게 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비방과 함께 남북 당국 대화 거부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고, 회담 재개를 비롯한 대북전략 수립과 추진에도 어려움을 산생하고 있다.남북관계의 대립은 당국 관계 뿐 아니라 경협이나 교류 분야에도 번졌다. 대표적으로 대북 식량지원 제안 거부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제의 무응답에 이어 최근에는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남북 대결을 무관중 경기로 치르고 실시간 중계마저도 북한 당국의 미온적 태도로 무산됐다. 남북관계의 냉각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고, 우리 국민들의 대북여론도 싸늘해졌다. 지난해 초 북한의 대남·대미 대화 기류로의 전환과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잇단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희망이 넘쳐나던 때와 비교하면 급전직하의 상황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 정부 대북정책 추진에도 상당한 부담 대북 진출이나 북한·통일 관련 비지니스를 구상하며 채비를 서두르던 기업이나 기관·단체들은 당혹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대립 국면에서 사실상 꽁꽁 얼어붙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보다 문재인 정부 ‘희망고문’ 2~3년이 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담긴 경협 아이템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그려온 한반도 통일경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정은의 금강산 관광사업 완전 종료 선언이 나왔다. 금강산에서 남측이 건설한 관광 시설물을 겨냥해 ‘너절하다’며 철거를 지시한 김정은의 호기어린 목소리는 다소 성급해 보인다.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은 김정은의 이런 모습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관용을 베풀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다. 우리 국민 여론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평화경제를 통한 남북 상생을 외치고 있던 상황에서 김정은이 내놓은 금강산 관광 파기 지시는 향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lee.youngjong@joongang.co.kr

2019.10.26 14:05

13분 소요
[넷플릭스는 왜 게임회사를 경계할까] 고객의 ‘시간’이 결국 돈 플랫폼 쟁탈 경쟁자

게임

방송·게임 간 이종 플랫폼 융합 가능성… 네트워크 효과로 가상현실·증강현실 주도권 확보 노려 SK하이닉스 연구원 이원준(41)씨는 TV 방송을 보지 않은 지 1년이 넘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주로 컴퓨터 게임과 유튜브 방송을 즐긴다. 세상 소식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누군가 갈무리해 올린 뉴스클리핑 서비스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접한다. 평소 TV를 켜거나 신문을 펼칠 일도, 심지어 웹 서핑을 할 일도 별로 없다. 그는 “뉴스는 잔혹한 사건·사고 소식만 가득해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든 게임이든 세상에 재미있는 콘텐트가 넘치는데 즐거운 것에 내 시간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의 시대, 가장 희소한 자원은 무얼까. 낮은 기준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 자금은 넘친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과 러시아·중동 국가들의 원유 증산 등으로 에너지 역시 부족함 없이 조달할 수 있다. 미래 개척에 나선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얻기도 힘든 자원은 사용자의 관심과 시간이다. 하루 24시간을 더 늘릴 수도, 채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CEO “패한다면 포트나이트에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게임, 가상현실(VR)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올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디즈니 플러스·아마존 등과의 경쟁과 관련해 “걱정 없다”며 “우리가 경쟁하는 것은 포트나이트다. 패한다면 그들에게 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에서 제작하고 배급한 3인칭 슈팅 게임이다. 전 세계 이용자가 2억 명(2018년 말 기준)을 넘어, 넷플릭스(1억5100만 명)를 크게 앞서고 있다. 사용자들의 관심을 다른 OTT 업체가 아니라 게임 회사에 뺏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게임이든, 방송이든, 영화든 형식은 관계없다. 어떻게 많은 사용자를 끌어와 그들의 시간을 비싸게 소비시키느냐가 현재 IT 플랫폼 사업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자 과제인 셈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트 플랫폼은 OTT다. 영화·드라마·예능·스포츠 등 많은 종류의 콘텐트를 담을 수 있어서다. 여러 OTT 사업자 중에서도 유튜브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 장년층 사용자 늘며 유튜브 고속성장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사인 옴니코어(omnicore)에 따르면 유튜브의 글로벌 월간 실사용자수(MAU)는 19억 명(2018년 9월 기준),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3000만 명에 달한다. 평균 시청 시간은 40분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유튜브는 모기업인 구글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큰 검색엔진이기도 하다. 구글은 유튜브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20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35세 이상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유튜브 패권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유튜브는 한국에서도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3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튜브는 총 사용시간이 388억분(4월 기준)에 달해 모든 앱 중에 사용자가 가장 오래 체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카카오톡(225억분), 3위 네이버(153억분), 4위 페이스북(42억분) 순이었다. 유튜브 사용시간은 지난해 4월 258억분보다 50%나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이 101억분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 MAU는 3271만 명을 기록해, 카카오톡(3580만 명)의 턱밑까지 쫓아왔다.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도 2012년 글로벌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을 밑돌았지만, 올 2분기 1억5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유튜브 유료 가입자 수는 세계적으로 30만 명(2018년 6월 기준)에 불과하지만, 넷플릭스는 95% 이상 사용자가 유료 가입자다. 넷플릭스 사용자는 유튜브보다 적지만, 매출액은 158억 달러(2018년 기준)로 어깨를 견준다.유튜브는 모든 콘텐트를 유통하는 도매상 플랫폼인 데 비해, 넷플릭스는 엄선된 품질의 콘텐트만 제공하는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대중부터 소수자까지 섭렵할 수 있는 방대하고 촘촘한 콘텐트다. 넷플릭스는 회원들을 약 2000개 고객집단으로 구분해 특정 콘텐트가 이 중 한 집단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 제작에 착수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에만 130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80개가 넘는 영화를 만들었다.OTT 중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가운데 디즈니 플러스·워너미디어 등의 판권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마블시리즈와 스타워즈, 픽사애니메이션 등의 판권을 쥐고 있는 디즈니는 넷플릭스 공급을 끊고 자사 플랫폼에 단독 공급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콘텐트 2위인 ‘프렌즈’도 올해 말 HBO맥스로 자리를 옮기고, 1위 ‘더 오피스’와 3위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도 2021년부터 NBC유니버설이 판권을 가져갈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콘텐트 공백에 대비해야 할 처지다.게임 분야 역시 사용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글로벌 게임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올해 컴퓨터와 모바일·콘솔 등을 합한 글로벌 게임 사용자는 세계적으로 25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9.6% 증가해 1521억 달러(약 18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용자 수는 유튜브보다 31% 많고, 매출 규모는 7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나의 플랫폼과 전체 시장 간 비교지만, 유튜브가 사실상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 시장의 막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 게임 몰입도·자극성 높아 사용시간 길고 과금 쉬워 이용시간도 유튜브에 비해 게임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콘솔·컴퓨터·모바일 부문 모두 주중 90분 이상, 주말 110분 이상 게임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몰입도가 높고 사용자의 승부욕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과금이 쉽고 장시간 이용하는 콘텐트다.이런 가운데 게임도 본격 플랫폼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막을 올리면서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시대가 열리고 있어서다. 스트리밍 게임이란 프로그램을 구매해 기기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클라우드에 저장된 게임 플랫폼에 접속하는 환경을 뜻한다. 스트리밍으로 음원과 영상을 즐기듯 온라인 환경에서 TV나 컴퓨터·모바일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유통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게임의 구매 개념을 구독으로 바꿔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현재 가장 앞선 회사는 글로벌 IT 공룡들이다. 구글은 ‘스타디아(Stadia)’라는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고,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라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간 플랫폼 경쟁에서 한발 빠져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프로젝트 X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다. MS는 콘솔 게임시장에서 20년 가까이 경쟁하고 있는 소니와도 협력키로 했다. 아마존도 2017년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업체 게임스파크를 인수해 아마존 클라우드 AWS에 올리는 등 잰걸음 중이다.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도입됐을 때도 LG유플러스의 C게임즈를 비롯해 소니·닌텐도·일렉트로닉아츠(EA) 등이 클라우드형 게임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에는 부족한 콘텐트와 낮은 통신 속도 등 탓에 고객의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5G 환경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클라우드형 게임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게임의 저변이 넓어지는 한편 사용자를 플랫폼에 가두는 등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OTT와 게임은 대체재 성격이 있지만, 어느 쪽이 사용자의 시간을 많이 뺏을 수 있는가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온라인과 모바일로의 플랫폼 변화가 일어나면서 두 시장 모두 성장 단계에 있어서다.뉴주에 따르면 게임시장은 2025년 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OTT시장 규모 역시 2017년 67조2600억원에서 2022년 166조3800억원으로 147.4% 커질 것으로 보인다(한국OTT포럼). ━ 클라우드 게임, OTT·게임 결합 기폭제 게임의 저변 확대와 유튜브·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애플TV플러스 등의 메가톤급 콘텐트 투하로 사람들의 관심은 지상파·케이블 방송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2005년 20%에 육박하던 KBS2·MBC·SBS 등 지상파 3사의 TV 미니 시리즈 평균 시청률은 올 상반기 각각 6.9%, 4.7%, 5.3%로 떨어졌다. 뉴스 시청률 역시 마찬가지다. KBS ‘뉴스9’의 평균 시청률은 2005년 연 18%에서 올 상반기 11.5%로 미끄러졌다. 특히 임직원 1700명의 MBC가 6월 중 하루에 올린 광고 매출이 1억4000만원으로 떨어진 바 있다. 이는 6세 유튜버 이보람양의 방송 하루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방송사의 몰락과 신흥 플랫폼의 부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다.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OTT와 게임 플랫폼 간에 본격적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글로벌 IT 공룡들은 OTT와 클라우드형 게임 플랫폼을 동시에 추진하는 양수겸장, 혹은 융합의 포석을 두기도 한다. 게임 중계 및 평가 방송은 OTT의 중요 콘텐트다.지난해 유튜버 수입 상위 10명 중 5명(2017년 6월~2018년 5월 31일 기준)이 게임 리뷰어였다. 이에 구글은 스타디아와 유튜브를 연계해 사용자가 게임 영상을 보다가 곧바로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스트리머가 만든 게임방에 참여하는 기능도 담을 것으로 전해진다.MS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닌자’라는 스트리머를 자사 동영상 플랫폼 ‘믹서’로 영입하기도 했다. MS는 팔로워 수는 1471만 명에 달하는 닌자를 통해 믹서를 키운다는 계획이다.최근 이와 관련해 플랫폼과 티켓 파워가 있는 스트리머 간에 어느 쪽이 더 영향력 있느냐를 둘러싼 논쟁이 일기도 했다. 닌자를 따라 트위치에서 믹서로 갈아탄 사용자는 19만 명(8월 초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콘텐트 생산자보다는 플랫폼이 더욱 중요한 셈이며, 앞으로 플랫폼 간 경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트위치는 게임 부문에서는 유튜브보다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다. 온라인 방송 조사회사 ‘스트림엘레먼츠’에 따르면 게임의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점유율은 트위치가 70%로 가장 높고, 유튜브 20%, 믹서 3% 등이다. 트위치 라이브 스트리밍의 총 시청시간은 지난해 5500억분에 달했다. 2017년 3500억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미국 비디오게임, 소셜·디지털 미디어 분석가 마이클 패처는 “트위치는 300만 명 이상의 스트리머가 활동한다. 사용자로서는 볼 만한 것이 많기 때문에 유력 스트리머의 이적이 트위치에 큰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아메리카온라인(AOL)과 야후 인터넷 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콘텐트 분야에 뛰어든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도 OTT와 더불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버라이즌 게이밍’을 선보일 예정이라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 사용자 빨리 늘리려 자극적인 콘텐트 난무 이런 사용자의 시간과 관심을 끌어오는 것은 단순히 광고 수입을 넘어 신규 사업으로의 확장을 용이하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 이에 OTT와 클라우드형 게임 플랫폼의 융합과 확장은 앞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및 교육·관광 등 콘텐트로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가벼운 소프트웨어로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수익이 높은 하드웨어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용자를 5000만 명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항공 68년, 신용카드 28년, 컴퓨터 14년, 인터넷 7년, 페이스북 3년 등 하드웨어에서 인터넷·소프트웨어으로 넘어갈수록 줄어든다. 카카오톡의 경우 최초 단기에 사용자를 많이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한 후 게임과 금융·쇼핑·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그러나 사람의 시간은 제한돼 있고 콘텐트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콘텐트의 자극성·중독성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단기간에 사용자를 끌어오려 콘텐트의 완성도보다는 ‘먹방’ 등의 간단한 소비형 콘텐트나 폭력·성인물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유튜브에서 곤충을 먹거나 동물을 학대하고, 고층 빌딩 위를 걷는 등의 혐오·엽기 콘텐트가 불어나고 있다.최근 30대 유튜버가 방송에 올리기 위해 구급차를 몰래 타고 달아나 경찰에 체포된 일도 있다. 일방적 가짜 뉴스가 판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유튜브 중 극단적이고 편향성을 추구하는 채널이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자극적 정치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19.09.08 15:12

8분 소요
‘3일간의 평화와 음악’ 우드스톡 페스티벌 50년

산업 일반

1969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감독판과 인터넷 동영상을 바탕으로 이 역사적인 행사를 총정리한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정의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다. 1969년 8월 미국 뉴욕주 베델의 화이트 레이크 근처 농장에서 3일 동안 열린 평화와 사랑, 이해의 록 음악 축제다.당시 현장에는 40만 명이 모였었지만 대다수 사람은 행사가 끝난 지 약 6개월 후 나온 다큐멘터리와 사운드트랙으로 이 축제를 간접 체험했다. 축제에서 공연된 음악은 대체로 좋았다. 또 조 코커와 더 후,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 산타나, 지미 헨드릭스 등 많은 뮤지션이 환상적인 공연을 펼쳤다.다큐멘터리 자체는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진흙 속에서 뒹구는 사람들, 몰려드는 자동차로 매우 혼잡한 축제장 주변, ‘브라운 애시드를 조심하라’는 경고 방송 같은 것들이 감동을 주진 않으니까 말이다.(브라운 애시드는 마약의 일종으로 당시 축제 현장에서 나돌던 상품이 악몽 같은 환각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었다.)다행히 형편없는 공연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지만 일부 좋은 공연도 잘려나갔다. 우리는 다큐멘터리와 앨범의 오리지널 버전에서 부당하게 삭제됐거나, 삭제됐어야 마땅한데 그대로 남아 있었던 공연을 찾아내기 위해 최근 재공개된 감독판과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다음은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 실력만큼 빛 못 본 뮤지션 스위트워터(Sweetwater)스위트워터는 리치 헤이븐스 다음 순서로 무대에 섰는데 다큐멘터리엔 나오지 않았다. 원래는 이 밴드가 헤이븐스보다 먼저 공연할 계획이었지만 교통체증으로 늦게 도착해 순서가 바뀌었다.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여성 보컬리스트 낸시 네빈스를 포함해 싱어가 여러 명 있는 독특한 그룹이었다. 또 네빈스는 우드스톡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핑크색 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정말 용감했던 것 같다. 이런 축제에서 리드 싱어가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첫 곡을 첼로 반주에 맞춰 시작하는 밴드가 또 있을까? 네빈스는 공연이 끝나고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 정말 많은 분이 모이셨네요. 축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후 얼마 안 돼 자동차 사고로 크게 다쳤고 밴드는 활동을 중단했다. 유튜브를 뒤져보면 이 밴드가 ‘휴 헤프너의 플레이보이 애프터 다크(Hugh Hefner’s Playboy After Dark)’라는 TV 쇼에 출연해 펼친 멋진 공연을 찾을 수 있다.버트 소머(Bert Sommer)버트 소머의 무대는 우드스톡에서 부당하게 잊혀진 가장 멋진 공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머는 스타가 될 자질을 모두 갖췄던 듯하다. 잘생긴 외모와 좋은 목소리에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안개처럼 부풀어 오른 멋진 곱슬머리를 가진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의 오리지널 멤버였다. 전기기타 2대와 오르간으로 구성된 소머의 밴드는 히피의 사랑 노래를 연주했다. 라가(인도 음악의 전통 선율)를 연상시키는 소머의 노래 ‘Jennifer’는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 페스티벌에서 유일하게 기립박수를 받은 곡으로 추정되지만 유튜브 클립에서 그 장면은 볼 수 없다. 소머의 공연이 다큐멘터리에서 삭제된 이유가 사운드트랙의 재정 지원을 맡은 음반사와 그가 소속된 음반사의 알력 때문이었다는 소문도 있다. ━ 잊혀질 만했던 뮤지션 퀼(Quill)퀼은 변함없는 팬층이 있다고 알려졌고 킹크스와 딥 퍼플, 제프 벡 등 영향력 있는 뮤지션들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도 섰지만 다큐멘터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키프 하틀리 밴드(Keef Hartley Band)드러머 키스 ‘키프’ 하틀리가 이끈 이 밴드는 그룹 시카고처럼 호른 섹션을 첨가한 독특한 록 밴드였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빠졌다. ━ 간과된 스타 라비 섕커(Ravi Shankar)다큐멘터리에 등장했어야 마땅한 뮤지션이다. 시타르(인도 현악기) 주자인 그가 타블라(남아시아의 타악기) 주자 알라 라카와 라가를 연주한 저녁 무대는 강렬하고 기쁨이 넘쳤다. 두 뮤지션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곡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진정한 프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무대였다.멜라니 사프카(Melanie Safka)멜라니 사프카도 버트 소머처럼 우드스톡에서 훌륭한 공연을 펼치고도 다큐멘터리에 포함되지 않은 뮤지션이다. 당시 그녀의 공연 시간은 원래 영국 포크 그룹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에 배정됐었지만 이 밴드가 빗속 공연을 거부해 그녀가 대신 무대에 섰다. 청중은 사프카의 노래에 환호했다. 비록 다큐멘터리에서는 빠졌지만 그녀는 이후로 ‘Brand New Key’ 같은 훌륭한 노래들을 작곡해 히트했다. 사프카의 또 다른 히트곡 ‘Lay Down(Candles in the Rain)’은 우드스톡에서 그녀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 감독판에 포함됐으면 좋았을 밴드 마운틴(Mountain)헤비 블루스-록 밴드인 마운틴은 1970년 대 유행한 슬러지를 미리 선보였다. 스타 기타리스트 레슬리 웨스트가 속해 있었던 이 밴드는 ‘Mississippi Queen’이라는 히트곡으로 잘 알려졌지만 우드스톡 무대에서는 ‘Theme From an Imaginary Western’으로 주목받았다. 이 노래는 전설적인 영국 록 밴드 크림의 잭 브루스가 작곡했고, 역시 크림의 창단 멤버였던 마운틴의 베이스 주자 펠릭스 파파라디가 노래했다.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이 밴드는 다큐멘터리에도, 오리지널 레코드에도 실리지 않았지만 당시엔 인기가 꽤 높았다. 사이키델릭의 허세 없이 블루칼라의 감성을 노래한 이들은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다른 밴드들과 확연히 구분됐다. 리드 싱어 존 포거티는 우드스톡 무대에서 바로 앞 순서였던 그레이트풀 데드가 청중을 잠재우는 바람에 그들을 깨우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 못 봐도 아쉽지 않은 밴드 더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우드스톡 공연 당시 모습도 목소리도 매우 피곤하게 느껴졌던 이 밴드는 다큐멘터리에 실리지 않았다. 특히 ‘Mama Tried’와 ‘Turn on Your Love’는 김빠지고 무기력하게 들렸다. 위에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존 포거티가 한 말이 딱 맞다. ━ 닐 영과 CSN&Y에겐 무슨 일이?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 영(CSN&Y)데이비드 크로스비와 스티븐 스틸스, 그레이엄 내시, 닐 영은 1968년 느슨한 개념의 그룹을 이뤘다. 우드스톡 공연은 이 그룹의 두 번째 라이브 무대였다. 하지만 닐 영이 카메라는 밴드와 팬들 모두에게 방해가 된다면서 촬영을 거부하는 바람에 다큐멘터리에 실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록스타였던 이들은 그 후로도 승승장구해 메가톤급 스타가 됐다. ━ 꼭 봐야 할 공연 더 후(The Who)더 후는 우드스톡에서 록 오페라 ‘Tommy’를 공연했다. 이 공연은 팬들조차 따분하게 느낄 정도로 길지만 ‘Pinball Wizard’와 ‘Sparks’를 듣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특히 ‘Sparks’는 매우 역동적이다. 볼륨과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다가 강렬한 노이즈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Star Spangled Banner’(미국 국가) 연주는 전설적인 공연이라는 찬사를 들어 마땅하다. 하지만 헨드릭스의 공연은 마지막 순서여서 사람들이 많이 떠난 후였다. 청중은 히트곡엔 환호를 보냈지만 펑크와 재즈가 가미된 신곡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Purple Haze’는 놓치지 말길 바란다.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슬라이 스톤은 정규 앨범 ‘Stand’의 수록곡을 비롯한 노래들로 무대를 장악했다. 베이스의 래리 그레이엄, 트럼펫의 신시아 로빈슨, 그리고 다른 보컬들도 아주 훌륭했다.조 코커와 그리즈 밴드(Joe Cocker and the Grease Band)에너지가 넘치는 코커의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연주가 백미다. 백밴드의 팔세토(가성) 보컬도 훌륭하다. 당시에도 음정보정 기술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다.산타나(Santana)당시 20세였던 마이클 슈리브의 드럼 솔로가 환상적인 ‘Soul Sacrifice’는 요즘 들어도 멋지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말하자면 키보드 주자이자 싱어였던 그렉 롤리는 산타나와 저니, 2개의 밴드와 함께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50년이 지난 요즘도 순회공연 중인 뮤지션더 후, 핫 튜나, 존 바에즈, 멜라니 사프카, 존 세바스천, 카를로스 산타나, 컨트리 조맥도널드, 존 포거티, CSN&Y.우드스톡 50주년 기념 페스티벌 준비 현황8월 중순 열릴 예정이지만 기사 작성 시점까지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다.- 피터 카르보나라, 행크 길먼 뉴스위크 기자

2019.08.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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