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30

주거용 생숙, 이행강제금 내년 말로 유예…준주택 적용 안돼[부동산쩐람회]

부동산 일반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꿈꾸거나 자산 증식을 원하는 이들은 시장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한 주 간의 부동산 정책부터 중요한 핫이슈까지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의 이행강제금 처분이 내년 말까지 유예된다. 생숙을 숙박시설로 이용하려는 소유자들이 숙박업 신고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했다.국토교통부는 9월 25일 생숙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2024년 말까지 부여하고,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했다.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면 한시적으로 부여했던 특례는 추가 연장 없이 오는 10월 14일 종료된다.생숙은 호텔이나 모텔과 달리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생숙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주택 관련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전매제한도 적용받지 않는다. 주택에 비해 규제가 적어 부동산 급등기인 2017년부터 공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생숙은 약 18만6000실이 있다. 이 중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기 전에 지어졌지만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은 생숙은 약 4만9000실이다.생숙 수분양자 가운데 일부는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고 주거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생숙이 숙박 시설이기 때문에 주거용 사용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도록 했다. 생숙 소유주들은 준공 후 사용 중인 생숙에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건축 기준을 일부 완화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2년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는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매년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10%가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될 예정이었다. 정부가 2년간 용도 변경 특례를 부여한 가운데 실제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된 경우는 2000실 정도에 그쳤다. 2021년 숙박업 신고 의무 전 준공된 약 10만실 가운데 약 2%에 불과했다. 정부는 생숙에 대한 준주택 편입 기대 심리가 높았던 만큼 10월부터 즉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경우 시장 혼선이 커질 것을 우려해 내년까지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숙박업으로 신고되지 않은 4만9000실 가운데 1소유자가 2실 이상 소유한 경우는 61%(3만실) 가량이다. 1소유자가 30실 이상 소유한 경우도 전체의 37%가량이다.국토부는 생숙이 본래의 숙박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계도 기간 동안 관련 부처와 함께 시설, 분양 기준, 허가 절차 등 생숙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하지만 소급 미적용과 용도변경 요건 완화 등을 기대했던 생숙 소유주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닌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각종 규제와 관계부처의 협의 부족, 소극행정으로 99%의 생활숙박시설이 용도변경을 완성하지 못했다”며 “국토부는 행정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소급입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제도 개선 권고와 법적 대응,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2023.10.01 12:00

3분 소요
“고금리 시대 현금흐름 뛰어난 중소형 숙박시설 투자 주목”

부동산 일반

“정보 비대칭성이 큰 모텔 시장에서 토지가격이 저평가된 매물을 사서 프리미엄 모텔로 탈바꿈하면 운영수익과 함께 매각차익까지 더해져 주거형 부동산의 단순 시세차익보다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중소형 숙박업 관련 종합솔루션 더휴식의 김준하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강남 대치동 더휴식 본사 5층에서 개최한 '성공적인 중소형숙박시설 투자, 운영 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미래를 예측하고 중소형 숙박업의 전망과 개발 노하우를 참석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다른 시장에 비해 중소형 숙박업계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미숙하다고 평가했다. 모텔이 위치한 부동산에 대한 가치평가 없이 매입한 다음 운영을 통한 수익만 따지면서 사업성을 논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모텔이 가장 많이 생겨난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이다. 일본 대실 문화가 199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모텔 산업도 활황을 맞았다. 1990년대 초반과 현재 대실비용은 2만5000원~3만원 선으로 현재 가격과 거의 비슷하고 숙박비 역시 5만원 안팎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과거 모텔은 개인 자산가들이 소유해 장사하던 산업이었다. 대실비와 숙박비를 현금으로 벌어들여 소위 말해 떼돈을 벌면서 역세권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모텔을 경쟁적으로 지어 운영했다. 하지만 IMF가 오면서 시행사들이 도심 주요 상업지역의 땅을 사들여 용적률을 최고로 올려 분양하는 사업지로 모텔을 주목했다. 모텔을 허물고 호텔을 짓거나 쇼핑몰, 오피스텔 등 다양한 초고층 상업시설을 짓는 붐이 일었다. 이로 인해 가파르게 증가하던 모텔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관업 등록 사업체 수는 2012년 2만5000여개에서 2019년 2만여개로 줄어들면서 감소세를 보인다. 김 대표는 “토지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모텔을 보기 힘들어졌다”며 “땅값이 비싸면 모텔보다 사업성이 더 좋은 상업시설을 짓기 위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저평가된 모텔, 효율적인 개발‧운영 더하면 투자 수익률↑" 인허가 규제 강화도 모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이후로는 건축법, 소방법, 장애인법,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 등 모텔 신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모텔 증가세가 약화했다. 2010년대로 넘어가면 1990년대 중반에 지었던 모텔들은 15년 차를 맞으면서 시설 노후화로 리모델링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하거나 팔아야 하는데 매도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2010년 이후로 모텔 수는 순감소 추세로 전환하게 됐다. 김 대표는 “최근 2년 동안 서울에서는 강북구 미아, 수유나 강서구 화곡, 발산, 은평구 구파발, 연신내, 불광 등에 몰려 있던 모텔들이 경쟁적으로 팔려 나갔다”며 “꼬마빌딩은 층마다 세입자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차보호법 등으로 대출이나 매매할 때 제약이 많지만, 모텔은 임차인이 없어 대출이 잘 나오고 법률 다툼을 벌일 여지가 없기 때문에 당장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올릴 수 있어 비교적 거래가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중소형 숙박 시장이 지역별 숙박업소의 정확한 매출액 추이를 파악하기 어려워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중소형 숙박업소 시장은 주거형 부동산처럼 실거래가격을 공개하고 손바뀜이 잦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모텔이 깔고 앉은 토지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매우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토지가격이 저렴한 모텔에 주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허가도 까다롭고 사업성도 오피스텔, 상가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보다 떨어지는 모텔 공급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땅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모텔을 신축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아직 토지가격이 저렴한 모텔의 희소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좋은 입지에 토지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모텔 투자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밸류에이션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숙박업소를 매입하고 트렌드에 맞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시설비와 인건비를 단기에 회수 가능한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중소형 숙박업소 시장은 시설 매입가가 저렴하고 매출이 잘 나오면 금융기관에서 매매가의 100% 이상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 시장이 좋지 않아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결정할 때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더휴식은 노후도가 높은 중소형 숙박업소를 프리미엄 수익형 부동산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숙박업에 필요한 부동산 개발, 시공, 운영, IT 등 다양한 밸류 체인들을 내재화하고 있다. 모회사인 더휴식을 중심으로 시공∙인테리어 자회사 스페이스플래닝, 위탁운영 자회사 에이치에스오퍼레이션, IT 솔루션 자회사 아이크루를 두고 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10.08 14:00

3분 소요
GS건설 모듈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 런던 호텔사업 수주

부동산 일반

고층 철골 모듈러 전문업체이자 GS건설 자회사인 엘리먼트 유럽(Elements Europe Ltd.)이 영국 런던에 세워질 오피스 호텔 시공권을 따냈다. GS건설은 런던 시내 중심인 뱅크 스테이션(Bank Station) 북쪽 1.3㎞ 소재 39 이스트로드(39 East Road)에 23층 오피스 호텔을 짓는 이스트로드(East Road)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업규모는 약 3880만 파운드(약 620억원)로 2024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글로벌 부동산 업체인 UBS(UBS Asset Management Real Estate & Private Markets)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며 유럽 호텔 체인 모텔 원(Motel One)이 30년간 호텔을 운영하게 된다. 엘리먼츠 유럽은 사업의 주 계약자로서 모듈러 제작설치 및 건축 시공을 맡게 된다. 호텔은 지하 2층과 오피스 5개 층, 상부 호텔 17개 층을 비롯한 지상 23층으로 지어진다. 건축 목적은 런던 도시 현대화 및 사업환경 조성이며 완공 후 인근 지역에 오피스 공간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엘리먼츠 유럽은 최근에도 런던에 고급 레지던스를 완공한 바 있으며 그 외 다수 고층 모듈러 실적을 갖추고 있는 영국 내 매출 3위 모듈러 기업이다. 이번 호텔의 상부 객실 유닛 시공에는 직접 디자인한 모듈을 자체 공장에서 사전제작한 뒤 현장에 운송해 설치하는 공법이 활용될 예정이다. 이 같은 엘리먼츠 유럽의 기술로 공사 현장에서 환경오염 발생이 최소화될 수 있으며 소음·공해·혼잡 또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모듈러 사업은 건설업계에서 대표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업종으로 꼽힌다. GS건설은 엘리먼츠 유럽뿐 아니라 목조주택 모듈러 회사인 단우드(Danwood)를 바탕으로 세계 모듈시장을 선도하며 그룹 핵심가치인 ‘친환경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장(Growth through Sustainability)’을 실천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모듈러 건축 사업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해 친환경 모듈러 사업의 확장이 기대된다”면서 “GS건설은 모듈러를 포함한 친환경 신사업을 통해 ESG 선도기업으로 한층 더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4.26 16:31

2분 소요
[‘도심 속 흉물’ 공사중단 건축물] 5년 넘게 방치된 건축물 전국에 356곳

Check Report

지역 슬럼화 유발, 주민 안전 위협… 정비사업·특별법 가동에도 현장선 힘 못써 “저거 때문에 상권이 죽었다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어렵지. 주변이 대부분 저층 건물인데 저것만 흉칙하게 솟아 전경을 헤치니까 뭘 해도 분위기가 잘 안 살아.”(보쌈집 사장 이모씨)“이 일대가 서울 서남부권에선 제일 큰 상권이었어. 교통체증 때문에 택시가 들어오기 꺼릴 정도로 붐볐지. 음식점이나 술집도 잘됐고. 그게 불과 10년 전 일인데, 요즘엔 통 흥이 안나. 저거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고기집 사장 최모씨)이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저것은 신림백화점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1433-1에 위치한 신림백화점은 14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는 미완공 건축물이다. 지하 7층~지상 12층, 연면적 약 3만9600㎡(약 1만2000평)의 건물로 2009년 완공을 목표로 2006년에 첫삽을 떴다. 하지만 시공사 씨앤우방과 시행사 플레이쉘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채권단의 시공사 재선정, 분양계약자들의 중도금 납부 거부, 하도급 시공업체들의 유치권 행사, 수 차례 공매 유찰 등을 겪으면서 이름도 씨앤백화점에 이어 ART백화점으로 바뀌었지만 공사는 한번도 재개되지 않았다. 2월 25일 찾아간 신림백화점은 시커먼 철골을 드러낸 채 비바람을 맞고 있었다. 건물 외벽을 감싼 임시 포장재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바람에 휘날렸다. 건물 아래엔 사람과 차들이 수시로 지나다녔지만 출입을 막는 울타리만 쳐있을 뿐 추락물을 막아줄 그물망은 보이지 않았다. 신림백화점 입지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초역세권인데다 차량 소통도 많은, 이 지역 교통의 중심지다. 바로 맞은편엔 15층 높이의 대형 쇼핑몰 2개가 서있으며, 먹자골목과 모텔촌이 형성된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북적이는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르네상스쇼핑몰과 포도몰쇼핑몰에 이어 신림백화점까지 들어선다고 하니 당시 분양계약자는 물론이고 주변 상권에 눈독을 들인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공사가 오래도록 지연되고 상권에 도움이 되지 않자 흉물이 된 신림백화점을 탓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 종로구 관광휴게시설은 E등급(매우 불량) 상태 창동민자역사도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는 곳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 135-1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철도공사가 2001년 창동민자역사법인을 세워 지하철 1·4호선 창동역을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의 복합쇼핑몰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횡령 사건과 부도로 멈췄다. 2004년에 착공했으나 건설사가 3차례나 바뀌면서 2007년에서야 본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내 중단됐다. 서울시가 2017년에 정비계획수립 용역계약까지 하면서 되살리기에 나섰지만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앙상한 뼈대만 드러낸 채 13년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상태다.서울회생법원이 2018년에 실사를 진행한 결과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창동역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불만이 크다. 창동역 주변엔 대형 마트와 소규모 재래시장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인데, 그래서 더욱 눈엣가시가 되었다.신림백화점이나 창동민자역사처럼 공사 중단 후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는 건축물이 전국에 산재해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조사한 결과 전국 387곳에 달했다. 서울 23곳, 경기 52곳, 인천 15곳 등 수도권이 90곳에 이른다. 지방은 강원 63곳, 충남 56곳, 충북 37곳, 경북 30곳, 제주 24곳, 전북 22곳, 전남 16곳, 부산 15곳, 경남 12곳, 대전 9곳, 광주 7곳, 대구 3곳 울산 2곳, 세종 1곳이다. 이 가운데 5년 넘게 방치된 건축물이 전체의 92%를 차지한다.국토부가 이 건물들의 상태를 점검해보니 서울에선 대치동 칠산빌딩, 강서구 은성교회, 관악구 당곡플라자, 양천구 목동제일시장 주상복합, 영등포구 파크원, 종로구 공동주택 등이 콘크리트 강도, 주요 구조부 균열, 골조 상태, 주요 구조 접합부에서 C등급(보통)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면 D등급(불량) 상태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광진구 자양동 금관포란재아파트는 흙막이, 구조체 부착물, 토목 외벽옹벽, 가설 울타리에서 D등급(불량)을 받았다. 종로구 관광휴게시설은 구조체 부착물과 기타 위험요소에서 E등급(매우 불량)으로 판정됐다. 경기와 인천은 물론 지방의 방치 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지역 슬럼화를 유발하고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공사중단 건축물을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국토부는 민원이 끊이질 않자 2015년 12월부터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선도사업을 시작했다. 심사를 거쳐 건축물을 선정해 용도 변경, 사업 전환 등 공사를 재개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 예로 25년 동안 공사가 중단된 과천 우정병원을 1차 사업에 선정해 철거하고, 오는 3월에 174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분양할 예정이다. ━ 중앙정부·지자체 간 정비책임 떠넘기기 일쑤 정부는 이와 함께 2018년에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철거 명령, 공사비 보조·융자, 분쟁 조정, 조세 감면, 건축물 취득, 위탁·대행 사업에 의한 철거·신축·공사재개 등이다. 이와 함께 소유주와의 개별 합의·매수, 공익사업을 위한 협의·수용, 민사집행·국세징수를 위한 경매·공매를 통한 공사중단 건축물 취득도 허용했다. 건축주를 바꿔서라도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문턱을 낮춘 것이다. 특히 철거 명령은 공사중단 건축물이 도시 미관과 안전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건축주에게 철거를 명령하는 제도다. 건축주가 이행하지 않으면 징역형과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대집행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건축주의 예치금을 대집행 비용으로 쓸 수 있고, 대집행 비용이 예치금보다 많으면 차액도 징수할 수 있다.하지만 이런 제도도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선도사업의 경우 공사중단 건축물 중에서 사업성이 높은(개발하기 수월한) 것 위주로 선정하다 보니 낙후된 지역일수록 선정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제성을 띈 철거 명령도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민간 건축물은 개인재산 침해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게다가 공사 중단 건축물은 자금난·부도·소송 등으로 인해 시행사·시공사·투자자 간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 건축주에게 공사비의 일부를 보조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 역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공익이 아닌 개인재산에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채권자 수, 건물·토지의 소유주, 유치권 유무 등에 따라 해결 가능성과 해결 기간도 크게 달라진다.그러다보니 지자체는 해당 건축물에 대해 안전조치를 강화하라는 공문만 되풀이할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현장에선 먹통이다. 또 공사중단 건축물에 대한 정비 책임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서로 떠넘기기 일쑤다. 결국 공사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에 주로 책임이 쏠리고 있다.서울시 주택건축본부 관계자는 “인·허가권이 자치구에 있으니 공사 재개 방안도 자치구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시는 국토부와 공사중단 건축물을 고시하고 자치구에 공문을 계속 보내는 게 전부”라며 “용역도 진행해 봤지만 개인재산이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다 시가 다 매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정비 사업의 한계를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13일 서울시보에 관악구·도봉구·종로구·중랑구를 담당부서로 정해 관내 공사중단 건축물 8곳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중엔 서울시의 오랜 숙원사업인 신림백화점과 창동민자역사도 포함돼 있다. ━ 페널티 적용, 지방공기업 역할 확대도 대안 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문제 해결의 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공사중단 건축물을 해결할 전담팀을 꾸렸다.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사중단 건축물이 있는 시·군 10개팀 등 총 46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도내 공사중단 건축물 42곳에 대한 정비계획을 세우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중 2곳은 철거를 결정했으며 17곳은 건축주의 공사 재개 의사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감정평가사·공인회계사·변호사 등과 협업해 자금난·소송 등으로 꼬여 있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다. 경기도 도시주택실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도와 시·군이 머리를 맞대고 LH에게 자문도 구하면서 건축주 등 당사자를 설득하는데 주력한다”고 말했다.인·허가 과정에서 벌칙 규정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 때 완공하지 않으면 건축주가 불이익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인천시는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과 국제캠퍼스 2단계 조성사업에 대해 연세대와 협약을 맺으면서, 연세대의 미이행 시 페널티 조항을 넣었다. 내용은 부지 매매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과, 부지의 환매 등이다. 이와 함께 토지 계약에서부터 준공시기까지 구체적인 단계별 추진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면서 연세대가 사업 추진에 의지를 갖도록 촉구했다.이해관계자 간의 최대 쟁점인 보상 문제도 숙제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토지·건물 평가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공사중단 건축물의 특성을 반영한 감가 보상 기준과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사중단 건축물은 사용가치가 없는 건축물에 사용권을 부여한 것이므로 토지 사용 제한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착공 시 투입비, 사용 불가 부분의 철거·공사비 등을 반영함으로써 과다보상 논란을 일으키는 기존 건물 평가도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김태훈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치건축물 법령정비 제도개선 방안연구를 통해 “감가요인도 물리적(마모·파손·하자 등), 기능적(설비 부족·불량 등), 경제적(환경과의 부적합, 시장 쇠퇴 등)으로 세분화해 명확한 근거를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신 한국토지주택공사 연구책임은 정비 법령 개선안과 관련해 “시·도지사는 광역정비계획을 짜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지위 조정도 고민해볼 수 있다”며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사업의 참여조건을 완화해 지방공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02.29 22:43

6분 소요
[이필재가 만난 사람(46) 유효상 숭실대 교수] “유니콘이 아니라 ‘카피 타이거’를 만들자”

전문가 칼럼

고가에 팔린 배달의민족이 대표 사례… 정부도 산업정책 방향 바꿔야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정부가 육성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유니콘은 비상장 스타트업이고, 망할 수도 있는 회사에요. 육성하기엔 위험성이 큰 미완성 기업이라는 거죠. 상장이나 인수·합병(M&A)으로 이 전설 속 동물이 ‘승천’하기 전엔 투자자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중요한 건 유니콘이 아니라 유니콘에서 엑시트한(벗어난) 엑시콘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배달의민족이 바로 그런 엑시콘이죠.”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유니콘 기업을 둘러싼 열기가 과열돼 있고 개념에 대한 오해도 있다”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이라면서 왜 적자냐’는 지적도 있는데 ‘유니콘 기업이니까 적자’라는 설명이다.엑시콘은(Exitcorn)은 엑시트(exit)와 유니콘(unicorn)의 합성어. 상장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을 매각해 유니콘에서 벗어나 더욱 도약한 스타트업을 말한다. ━ 유니콘은 긱이코노미에 불과, 엑시콘 찾아야 “유니콘은 본래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어느 회사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지, 투자자 관점에서 분석해 제안한 개념입니다. 이들은 1조원의 투자금을 날려도 개의치 않아요. 그게 그들만의 게임의 법칙입니다. 비유하면 피카소 그림이 소더비 경매장에서 얼마에 팔렸든 보통 사람들과 무관한 것과 같죠. 말하자면 일반 투자자가 유니콘 기업에 대해 버블이니 아니니 하는 건 넌센스에요. 이들 기업이 유니콘을 졸업해 상장하면 그때 평가해 주식을 사든지 말든지 하면 됩니다. 기업 가치가 조 단위에 이르는 게 성공의 징표인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유니콘은 고용 창출을 많이 하거나 세금을 많이 내는 회사가 아닙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 유발 효과가 큰 그런 기업도 아니에요. 모두 적자 상태이고 만들어낸 일자리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기업이 필요에 따라 단기계약직·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 일자리들입니다. 그런 기업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한다는 건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에요. 오히려 엑시콘을 지원하는 게 정책 목표가 돼야 합니다.”유니콘 기업은 산업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배달의민족이 4조7500억원에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엑시콘이 된 것이야말로 게임의 법칙이 제대로 적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유니콘 기업으로 있던 기간은 1년이 채 안 된다.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거지 유니콘에서 탈락한 게 아닙니다.”바람직한 사례 같지만 배달앱 시장 독점 우려도 있는데요?“그건 다른 측면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팔았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적자 기업이 상장을 할 수 없습니다. 유럽 배달앱 시장의 최강자인 딜리버리히어로가 고가에 사겠다고 할 때 응한 건 잘한 일이에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으로 만들었고 엑시콘에 등극한 완벽한 사례로 봅니다.”유니콘의 의미는 그럼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어깨가 처진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거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 기업처럼 시가총액을 조 단위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이공계 출신이라야 가능한 일도 아니고 하이테크 기업도 아니에요.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앱, 야놀자는 숙박 예약앱입니다. 일반 소비자의 불편·애로 사항을 해결하면 대박의 꿈을 이룰 수 있어요.”관점에 따라서 헛꿈을 꾸게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정부의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이 오히려 사행심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플레이어로 들어와 청년들에게 바람을 넣었다는 거죠. 앞서 말한 앱 서비스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로도 기업 가치가 100억원, 1000억원 하는 회사로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유니콘은 왜 플랫폼 기업 일색인가요?“제조업체와 하이테크 기업은 구조적으로 단기간에 기업 가치가 커질 수 없습니다. 반면 유니콘은 개방형에 확장성이 큰 글로벌 기업들이죠. 제조업체·하이테크 기업은 이런 속성과 거리가 있어요. 하지만 제조업체·하이테크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쉽게 안정될 수 있어 기업 가치가 1000억~2000억원대만 돼도 상장을 통해 10조원, 100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비상장 상태에서 1조원대로 성장한다는 건 유니콘이 미완성의 과도적인 기업이라는 의미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기업 가치가 1조원에 이르도록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얘기죠. 만일 어느 회사의 기업가치가 1000억원일 때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돼 상장 후 기업 가치가 1조원에 이른다면 어느 쪽이 국가 산업에 더 크게 기여한 것일까요?”그는 유니콘 기업을 띄우는 건 로또 당첨자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격이라고 덧붙였다.유니콘 기업은 미국·중국에 편중돼 있습니다.“80~90%가 미·중 두 나라 기업입니다. 3위권 이하는 서열을 매기는 게 무의미하죠. 제조업 강국인 독일·일본엔 유니콘 기업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를 제친 혁신국가라고 할 수 있나요?” ━ 우버 대항군 키운 중국 전략에서 해법 모색을 유 교수는 , 등의 저서를 통해 국내에 유니콘 기업을 소개했다. 연세대에서 생명공학으로 학·석사를 마친 후 서강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건국대·숙명여대 교수를 거쳐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을 지냈다. 삼성그룹·동양그룹에 근무했고 창업투자사·컨설팅회사 대표도 역임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란 무슨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럼 정부는 뭘 해야 하나요?“카피캣 전략을 써야 합니다.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조사, 평가해 국내에 확산시켜야 해요. 우리나라에선 카피캣이 금기어처럼 돼 있지만 타다·마켓컬리·옥션 등도 실은 다 카피캣입니다. 유니콘 기업의 개수를 늘리고 이들 기업을 지원할 게 아니라 청년 창업가들에게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을 알려줘야 합니다. 미국보다 유니콘이 더 많은 중국이 쓴 전략이죠. 우버를 카피한 중국의 디디추싱은 우버와 함께 차량 공유 앱 세계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어요. 디디추싱이 오히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죠. 중국은 우버 차이나가 자국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디디추싱이라는 카피캣을 만들었고 그 바람에 중국에 진출한 우버는 발을 못 붙였죠.”그는 최근 불거진 타다와 택시업계와의 갈등, 규제 등의 문제가 풀렸을 때 과연 타다가 우버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확산시키는 한편, 규제에 걸리는 시장은 공론화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규제 철폐의 효과를 모르면서 한꺼번에 풀자고 하는 건 나이브한(경험·지식이 부족해 순진해 빠진) 생각일 수 있다는 거죠.” 그는 카피캣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려 ‘카피 타이거’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고양이를 베끼는 게 아니라 호랑이를 복제하는 것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은 ‘카피 타이거’를 경제 신조어로 소개했다.정부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입니까?“유니콘연구소든 비즈니스모델연구소든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가 유니콘을 분석해 부상하는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확산시켜야 돼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연구원·무역협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이 참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10~20개 추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경진대회도 열 수 있어요.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더라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창업가들이 수정해야겠죠. 맨땅에 헤딩하지 말고 좋은 모델을 응용해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투자도 받으라는 겁니다.”플랫폼 산업에서도 우리 내수 시장이 테스트 베드 구실을 할 수 있을 거로 보나요?“상당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프라 면에서도, 시장의 마인드 면에서도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유 교수는 , 등의 역서도 냈다. 그는 국내 대학에 앙트레프레너십 MBA 과정을 최초로 개설했다.기업가 정신이 쇠퇴했다고 보나요?“쇠퇴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의 혁신적인 마인드입니다. 이렇게 볼 때 단적으로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대표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보다 기업가 정신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쌀장사를 하거나 주식·부동산 거래로 큰 돈을 버는 건 기업가 정신과는 거리가 있어요. 회사 경영을 잘한다고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것도 아니죠. 빈손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해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거나 윤택하게 만들면서 그 과정에서 부를 축적한 기업인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사람입니다.”창업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주시죠.“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눈여겨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는 방식, 어떻게 투자가 이뤄지고 시장에서 거래되는지 꾸준히 지켜보면 기회가 있을 거예요. 웨딩홀, 산후조리원도 플랫폼 무풍지대입니다. 플랫폼 기업 창업은 기술로 하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는 페인 포인트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해 고통을 경감해주면 유니콘 기업도 될 수 있어요. 배달의민족이 음식 배달을 편리하게 만들고 야놀자가 모텔 예약의 품을 덜어 주었듯이요.”

2020.02.23 12:27

6분 소요
[2019 자영업 창업 성공 키워드] 불황 돌파할 무기는 ‘조화와 융합’

산업 일반

수익성 넘어 실속과 명분 조화 이뤄야... 하이브리드 점포 강세 이어질 듯 지난해 자영업 창업시장은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의도와는 달리 영세 자영업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자영업의 업종과 상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 변화의 물결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자영업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의 부침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구축되는 혼돈의 시기라 적합한 업종과및 입지 선정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공급 과잉 시대에 창업자의 능력과 성실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즉, 입구 전략도 잘 수립하고 점포 운영도 효율적으로 잘 해야 창업 성공이라는 출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올해는 자영업자에게 무한한 능력을 요구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소비심리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에 주로 서민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면 올해는 중상류층의 소비심리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이들의 소비를 부추기면서 어느 정도 경제의 낙수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부동산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고, 금리 인상도 예상돼 그 영향이 자영업 시장에 고스란히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인상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과 부자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시각도 그들의 경제활동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그러나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저이기 때문이다. 또 영세자영업자의 실패는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켜 소득 양극화 해소에 사활을 건 문재인 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를 살리는 정책을 쏟아 부을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와 소상공인 제로페이 정책도 호재다. 이 같은 경제 환경 속에서 올해 자영업 창업시장은 어디로 갈까. 다산다사(多産多死) 추세를 이어가면서 한마디로 ‘조화와 융합’이 창업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오직 한 가지만으로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상품이든, 마케팅 전략이든, 영업 전략이든, 기업경영 이념이든, 서로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실속과 명분의 조화, 감성과 이성의 조화, 과거와 현재의 융합, 웰빙과 개성의 융합, 한식과 일식의 융합, 시간대별·계절별 업종 융합, 가성비와 가심비의 조화, 워라밸 트렌드에 따른 건강·오락 및 자기개발 업종과 지역상권의 발달, 기업이익과 윤리경영, 사회공헌, 환경보호의 조화 등이 창업시장 트렌드의 기저를 형성할 것이다.‘작지만 예쁜’ 가게 시대의 도래: 지금까지는 ‘작지만 강한 점포’가 대세였다. 이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점포다. 올해는 수익성을 넘어서서 실속과 명분이 조화로운 예쁜 점포가 부상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불황기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골목상권에서 작은 점포가 유행한다. 1인 창업, 가족 창업이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한 이유다. 올해는 이런 점포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점포 인테리어 디자인 경쟁이 시작되고,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 있는 메뉴를 선보이면서 인기몰이에 나설 것이다. 도심 상권 점포도 작지만 예쁜 점포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세워 해볼 만한 업종으로 부상할 수 있다. 써브웨이는 지난 11월 서울 강남에 아시아 최로로 ‘프레시 포워드’ 매장을 열었다. 신선한 채소와 재료의 색상에서 영감을 받은 밝은 톤의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줄이는 방법은 작은 점포 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비용을 줄였지만, 점포가 보잘것 없으면 고객이 외면하고 창업자의 자존감도 꺾인다. 마음만은 이미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존감을 높여 주는 콘셉트 있는 예쁜 가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작은 점포도 경쟁력 있는 메뉴를 내놓는다면 상권에 관계없이 충분히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실속과 명분이 모두 필요한 점포 증가가 예상되는 이유다. 한솥도시락은 브랜드 로고를 세계 최고 전문가에 의뢰해 새롭게 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웹사이트도 다시 만들었다. 어머니의 손맛 같은 따스하고 온정이 넘치는 도시락 이미지에 더해 미래를 선도하는 젊고 착한 도시락 이미지를 구현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1만3000원짜리 시그니처 도시락 메뉴를 선보이면서 점포 콘셉트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솥도시락이 지금까지는 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도시락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부터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높은 서민과 중산층이 모두 선호하는 도시락 이미지가 강하게 전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특히 편안히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이팅 라운지(eating lounge)’ 점포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쁜 가게를 원하는 중산층 창업자들의 창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삭토스트 역시 로고와 인테리어, 아웃테리어를 예쁘게 바꾸면서 성장하고 있다. 신메뉴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 예쁜 가게를 가지길 원하는 1인 여성창업 아이템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800호 점을 돌파하면서 올해에도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현재의 융합, 모던 레트로: 장기 불황은 소비자의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창업시장에서도 과거 한 때 유행했던 업종이 다시 살아나는 복고주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명 레트로 업종이다. 그런데 최근의 레트로 업종은 한 차원 진화했다. 일명 ‘모던 레트로’ 업종이다. 모던 레트로(Modern Retro)란 아름다운 과거로 회귀하되 동시에 현대적인 멋을 살린다는 것을 뜻하는 말로 명명한다. 1950~1980년대 유행했던 전통 메뉴를 현대화하거나 현대적이면서도 복고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 이미지를 가미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식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한류 바람도 한국의 전통을 현대풍으로 적절히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통 음식도 소비자의 욕구에 맞게 적절히 변화시키고 인테리어도 업그레이드해 나간다면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닭갈비는 춘천닭갈비가 원조다. 닭갈비와 야채를 듬뿍 넣어서 테이블에서 익혀 소주 안주로 먹은 후 공기밥을 볶아서 먹으면, 푸짐한 양에 젊은층이 열광했던 음식이다. 이런 닭갈비가 근자에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메뉴가 다양화되고 인테리어 분위기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불황 중 드물게 성장하는 업종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홍춘천치즈닭갈비’다. 신선한 원육과 100% 모짜렐라 천연치즈만을 쓰는 것은 물론 차별화된 소스, 맛과 비주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양한 메뉴로 닭갈비의 현대화에 성공했다. ‘홍춘천소스’는 청양고추·마늘·생강 등 15가지 천연재료를 홍춘천만의 비법으로 섞어 만드는데, 이 때 매운맛을 4단계(아주 매운맛,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로 나눠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메뉴는 홍춘천닭갈비와 김치치즈닭갈비뿐 아니라 해물을 튀겨서 닭갈비와 치즈를 곁들여 먹는 ‘오징어치즈닭갈비’ ‘문어치즈닭갈비’ ‘새우치즈닭갈비’ 등이 맛과 비주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는 삼겹살이다. 특히 냉동 삼겹살은 과거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냉동 삼겹살 역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면서 불황기 인기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제맥주 전문점 ‘생활맥주’는 과거와 현대를 적절히 조화시킨 인테리어 분위기로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빈티지 인테리어 콘셉트로 찰리 채플린 영화를 벽면에 상영하기도 한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컬리티 높은 안주 메뉴가 더해져 올해도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웰빙과 개성의 융합: 현대인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나만의 상품, 아날로그처럼 느리지만 체험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업종이 뜨고 있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소품종 대량 생산’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의 고객 맞춤 서비스가 이제는 창업시장에서도 스며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층의 웰빙 욕구와 자기애 트렌드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한 외식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제 샌드위치 카페 ‘샌드리아’는 점포에서 직접 빵을 굽고, 신선한 야채와 다양한 속재료로 즉석에서 만드는 수제 샌드위치를 콘셉트로 내세운다. 샌드리아는 웰빙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그만인 수제 샌드위치를 단계별 주문 방식으로 골라 먹는 재미를 더했다. 우선 첫 단계로 빵 5종 중 하나를 고르면, 두 번째 단계에서 15가지 속재료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마지막으로 커피 및 기타 음료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주문하면 된다. 고객이 단계별로 주문하면 빵과 속재료인 베이컨, 치즈, 에그, 참치, 햄, 불갈비 등을 함께 오븐기에 넣어서 1분30초에서 3분 간 돌린 후 신선한 야채와 각종 소스를 얹어서 내놓는다. 각자 입맛대로 총 75가지의 샌드위치와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자카야 전문점도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역 골목상권에서도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이자카야 전문점에는 밤늦게까지 많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치킨 호프 대신 소량의 다양한 안주를 즐기면서 깔끔하게 먹고자 하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음주 여성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일본 음식은 소량으로 깔끔하게 즐길 수 있어 젊은층의 새로운 음식 문화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식 이자카야와 이탈리아, 한국 음식을 접목한 다양한 퓨전 메뉴가 많아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업종 융합과 메뉴의 다양화: 한 가지 업종이나 소수의 메뉴만으로 점포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불황기에는 점포 가동률을 높이는 매출 다각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대별·계절별 경쟁력 있는 다양한 메뉴를 구비해야 점점 까다롭고 똑똑해지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업종 융합인 하이브리드 점포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이미 과당 경쟁을 하고 있는 업종은 메뉴 개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전문점은 샌드위치·케익·베이커리 등 디저트 메뉴에 경쟁력이 있는 점포가 선전할 것이다. 지난해에도 디저트 메뉴에 강한 투썸플레이스·커피베이 등의 점포가 많이 늘었다. 스타벅스 역시 디저트 메뉴가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여기에 올해에는 싱글오리진커피·콜드브루커피 등 스페셜티 커피도 본격적인 경쟁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900원 하는 점포도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인건비·임대료는 점점 오르는 데 이제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는 커피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치킨 역시 후라이드·양념치킨·구운치킨·간장치킨 등 경계선을 벗어나서 적어도 두 개 이상 킬러 메뉴를 구비해야 하는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업종 융합 및 메뉴의 다양화는 창업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판매관리비 증가로 실질적인 이익증대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업종의 전문성을 저해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가성비와 가심비의 조화: 불황에는 가성비 트렌드가 강력하다. 올해도 가성비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단순히 싼 맛에 찾는 것보다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가심비 높은 상품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전히 싸고 푸짐한 상품에 손이 가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으로 만족하는 상품도 선호하는 소비자의 이중심리가 적극적으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나만을 위한 소비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가네소고기국밥수육은 주 식재료인 소고기의 품질을 높인 정통 소고기국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소고기를 넣었다는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품질 검증을 거친 소고기를 듬뿍 넣어 정통 소고기국밥을 지향하고 있는 점이 그동안의 소고기국밥을 내세웠던 일반 음식점과의 차이점이다. 값비싼 소고기로 소고기 비율, 무 비율, 우거지 비율, 육수 비율 등 각각의 식재료 비율에 맞게 수작업으로 일정하게 맛을 유지한다. 공정도 4~5단계 과정을 거친다. ‘믿고 먹을 수 있는’ 가심비 높은 메뉴로 입소문나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오피스가 젊은층과 골목상권 중장년층 모두에게 인기다. 한솥도시락은 1만3000원짜리 ‘시그니처 도시락’ 메뉴를 출시해 가심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21~22cm 길이의 킹타이거 새우후라이와 국내산 안심까스 등 최고급 식재료를 담아 만들었다. 이들 킹타이거새우와 안심까스는 한솥이 직영점으로 운영해왔던 일본 가정식 식당인 ‘미타니야’에서 오랫동안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검증된 메뉴다. 가격도 비슷한 품질의 메뉴 대비 20% 이상 저렴한 편이다. 치킨 역시 최근 쌀로 튀긴 치킨, 무항생제닭 등 천연재료를 앞세운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데, 엄마들이 내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면서 치킨시장에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안심치킨·자담치킨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처럼 가심비 업종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설픈 가심비는 오히려 가성비보다 못할 수도 있다. 불황기에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업종과 상권에 따라 가성비를 선택할 것인지, 가심비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적절하게 융합할 것인지를 잘 분석해야 할 것이다.워라밸 시대의 건강·오락, 자기개발 업종 주목: 워라밸과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는 오피스가 상권의 중대형 외식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대신 지역상권을 중심으로 건강·오락 업종이나 자기개발 업종은 성장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일과 여가의 균형이다. 수시로 휴식을 취하고, 틈틈이 자기개발에 몰두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으로 스크린야구·스크린테니스장·사격·양궁·농구 등 스포츠오락장, 방탈출 카페, 가상현실(VR)방, 프리미엄 독서실, 모임 센터, 스터디 카페, O2O 모텔, 휘트니스 카페, 힐링 카페, 세탁멀티숍 등이 있다. 크린토피아는 지난해에만 세탁멀티숍을 500여 개 개설했다. 이들 업종은 창업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지만, 육체적 노동이 적게 들어 중산층이나 화이트칼라 출신들에게 인기 업종이다. 노인 주·야간 보호센터도 전망이 좋다. 마치 유치원처럼 아침에 버스로 실어가서 오후 늦게 자식들 퇴근 무렵에 집까지 모셔다 주는 서비스다.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그리고 전문 식품조리사들이 쾌적한 시설에서 하루 종일 보호해주니 부모를 요양 시설에 보내지 않아도 돼 자식들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아리아케어 라운지’는 직영점으로 경기 의왕시 포일점을 열고 올해 전국적으로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기업 이익과 윤리경영, 사회공헌, 환경보호의 조화: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다. ESG 경영이란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로 이는 유엔에서 2015년 공포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에 부응해 기업 차원에서 실천이 요구되는 경영이다. 이제 기업은 전통적 가치인 매출 증대에만 치중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는 기업에게 투명하고 상생하는 윤리경영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에 자신의 주관과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이제 지구환경 보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의 과제다. 기업들은 이런 ESG 경영을 강화하면서 ‘착한 기업’의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편의점은 근접 출점 자율 규약에 따라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하는 동반성장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다. 대신 점포 규모가 대형화되고, 도시락 등 신선식품 매출 증대 시도를 활발히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신규 창업자의 진입을 막고 기존 편의점의 권리금이 올라가는 폐단도 예상할 수 있다.

2019.01.27 18:43

10분 소요
[통계로 보는 자영업 지형도] 애완용품·커피점 늘고 문구점·술집 줄어

산업 일반

지난 1년 사이 생활밀접 업종 분석…평균 수익 10년 전보다 증가한 업종 8개뿐 경기 불황에도 커피전문점 숫자는 1년 사이 1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식료품가게는 6.9% 감소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세금 신고를 한 사업자의 납세자료에서 50대 생활밀접 업종 사업자 수를 분석한 결과다. 생활밀접 업종은 PC방이나 식당, 학원, 미용실, 부동산중개업, 제과점, 주유소, 휴대폰 판매점 등 국민 경제활동과 밀접한 업종이다. 국세청이 2016년 말 제시한 40개 업종을 토대로, 분류 기준 세분화와 경제환경 변화에 맞춰 본지가 일부 업종을 추가·제외했다. 이에 따른 전체 생활밀접업종 사업자는 약 166만 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한 숫자다. ━ 한식 음식점, 주요 자영업의 22% 생활밀접 업종 사업자 가운데 수가 가장 많은 것은 한식 전문점이다. 전국에 약 37만6000명의 사업자가 있다. 전체의 약 22%에 해당된다. 이어 부동산중개업이 12만 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업종으로 꼽혔다. 이 밖에 미용실(약 9만7000명)·옷가게(약 8만8000명)·교습학원(약 5만5000명) 등에 자영업자가 많다. 약 30만 명의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3구의 자영업 사업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송파구가 각각 2만7914명, 1만7267명, 1만8940명이다. 한편, 장난감가게(2059명)·목욕탕(5716명)·헬스클럽(6770명)은 전국에서 사업자 수가 가장 적었다.업종과 지역별 특성에 따라 사업자의 분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국에서 한식 음식점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시(5587개)다. 최근까지 1위 자리를 지키던 서울 강남구(4358개)는 5위로 떨어졌다. 그 사이 경기 화성시(4785개), 경기 부천시(4617개), 경남 김해시(4418개)가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여전히 서울 강남구(989개)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지역 커피전문점 수는 광주시(995개), 제주도 전체(881개)보다 많다. 부동산중개업체의 수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하다. 서울 강남3구의 부동산중개업체 수는 강남·서초·송파구가 각각 3779개, 2208개, 2149개다. 전국 부동산중개업의 14.8%에 해당한다. 서초·송파구보다 중개업소가 많은 곳은 동탄 신도시가 들어선 경기 화성시(2532개)뿐이다.50개 업종 중 전년 동월 대비 사업자 수가 증가한 업종은 33개로 펜션·게스트하우스(28.3%), 애완용품점(17.7%), 커피 음료점(16.7%) 순이었다. 같은 기간 피부관리업도 16.2% 늘어 증가세가 가파른 업종으로 꼽혔다. 음식점 중에서는 일식 전문점이 전년 대비 10.3%로 크게 늘었다. 광역 지자체별 업종을 보면 충청북도의 펜션·게스트하우스(59.5%), 세종시의 예술학원(51.4%), 제주도 펜션·게스트하우스(43.6%)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역별로 업체수 100개 이상으로 증가세가 유의미한 업종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이 밖에 세종시에서는 피부관리업(43.2%)이, 광주시에선 커피음료점(43%)이 많이 늘었다.뜨는 업종이 있다면, 지는 업종도 있다. 같은 기간 식료품가게(-5.9%)·호프전문점(-5.2%)·문구점(-5%) 등 17개 업종은 사업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소매종말의 직격탄을 맞은 신발가게(-3.9%)·철물점(-2.6%)·옷가게(-2.1%)의 수도 줄었다. 스마트폰 대중화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PC방도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했다. PC방은 특히 전라남도와 부산에서 10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충북의 간이주점(-10.3%), 광주시 문구점(-9.9%)의 감소폭이 컸다. 서울에서는 문구점(-9.2%), 경기도는 신발가게(-4.8%) 수가 크게 줄었다.지역별 사업자 수 증감폭은 업종에 따른 차이보다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모수가 적은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1~4% 수준으로 증가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기존의 중심상가 지역보다는 새로운 개발지역의 사업자 수가 증가했다. 강서구(6.6%)·구로구(4.8%)·성동구(4.7%)·마포구(4.1%)의 증가율이 큰 편이었다. 강남3구는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종로구는 2.3% 증가했고, 중구는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분명 사업자 수의 증감은 시장의 트렌드와 업종의 흥망성쇠를 반영한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사업자 증가 추세에 있는 일부 업종은 자영업자 간 과당 경쟁 우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2배 성장했는데 사업자가 4배 늘었다면 업체당 벌어들이는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생활밀접 업종의 실제 수익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통계청의 2016년 서비스업조사 자료를 토대로 같은 생활밀접 업종을 분석했다.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다소간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업종의 사업체 수와 이들의 매출, 영업비용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시계열을 넓혀 약 10년 간의 변화도 볼 수 있다.이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 동안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편의점이다. 전국에 9800여개에 불과하던 편의점은 10년새 3만5000개로 불었다. 2.6배로 증가한 수치다. 커피숍을 포함한 일반음료점, 피부관리업, 펜션·게스트하우스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늘었다. 이어 일식 전문점, 애완용품점, 화장품가게, 제과점, 휴대폰 판매점 순으로 사업자 수가 증가했다. 반면 문구점, PC방, 이발소, 목욕탕, 분식점, 철물점, 서점, 여관, 세탁소, 장난감가게, 과일가게, 시계·귀금속 가게, 가구점, 일반주점, 노래방 수는 줄었다. ━ 10년 새 2.6배로 증가한 편의점, 수익은 반토박 이들의 매출은 어떻게 변했을까. 10년 사이 가게 하나당 올린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건 오히려 사업자 수가 11% 줄어든 장난감가게다. 2006년 약 7200만원이던 연매출이 2016년 2억4700만원으로 늘었다. 이어 부동산중개업, 정육점, 화장품가게, 문구점, 애완용품점, 과일가게, 생선가게 순으로 평균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동산중개업, 화장품가게, 애완용품점은 그 수가 늘었고 문구점과 과일가게는 수가 크게 감소한 업종이다. 한편 이발소(-13%), 일반주점(-9%), 피부관리업(-6%)는 매출이 10년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매출이 늘었다고 유망한 업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가 등과 함께 오른 영업비용 증감폭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동산중개업은 평균 매출이 2배 넘게 늘었지만, 평균 영업비용은 3.3배 증가하면서 실제 남는 돈은 오히려 10년 전에 비해 11% 감소했다. 이런 점을 반영했을 때, 매출에서 영업비용을 뺀 평균 수익이 10년 전보다 증가한 업종은 8개에 불과하다. 장난감가게(44%)를 비롯해 수퍼마켓, 화장품가게, 중식전문점, 여관, 정육점, 신발가게, 일식 전문점 등이다. 펜션·게스트하우스(-108%), PC방(-64%), 편의점(-54%) 등 업종은 평균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커피숍 등 음료점(-44%), 옷가게(-41%) 등의 감소폭도 컸다.한편, 2016년 기준으로 업체당 평균 수익이 가장 많은 업종은 수퍼마켓, 주유소, 목욕탕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식 전문점, 여관, 일식 전문점, 휴대폰 판매점의 순위도 높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퍼마켓과 주유소의 평균 수익이 상위를 차지한 가운데 울산시의 정육점, 세종·서울시 화장품가게, 제주도 한식 전문점, 경기도 여관·모텔, 광주시 일식 전문점 등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냈다.반면 순위가 낮은 세탁소, 애완용품점, 이발소, 커피 등 음료점의 연평균 수익은 약 1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남 지역에서는 부동산중개업의 평균 수익이 오히려 줄어들었고 인천시 헬스클럽, 대구시 세탁소, 충남의 서양음식점, 경기도 애완용품점의 수익도 저조했다.

2018.09.02 11:22

5분 소요
자율주행차가 바꿔놓을 5대 산업

IT 일반

자동차산업, 자동차보험, 승차공유·택시, 주유소·편의점, 호텔·항공사 외에도 부동산업,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등 수많은 산업에 미증유의 변혁 가져온다. 자율주행차(AV)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기대가 크고 흥분되는 혁신으로 손꼽힌다. 자율주행차는 1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판타지로 여겨졌지만 자동차 제조사, 승차공유 서비스, IT 업체 같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면서 빠르게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자율주행차 혁명이 미래학자들의 기대와 전문가들의 전망에 부응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율주행차 혁명을 가리키는 ‘이동 서비스(mobility as a service)’의 부상으로 매일의 출퇴근과 교통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컴퓨터화된 운반체를 이용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온갖 산업도 그에 적응해 좋게든 나쁘게든 변화해나갈 것이다.컴퓨팅 분야에서 하드웨어 같은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클라우드가 확장 가능한 서비스로서의 전환을 이끌었듯이 자율주행차에도 비슷한 진화가 일어난다고 분석가들은 내다본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특히 도시의) 통근자 같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자가용 차의 필요성이 없어지고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어디든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우버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면 서비스 가격이 크게 낮아져 자동차 소유가 경제성 면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상실하게 된다.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업종으로는 자동차 제조업과 승차공유 서비스가 꼽히지만 보험사에도 여파가 미친다. 자동차 사고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유소·항공사·호텔도 모두 운수 산업에 연관돼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에는 많은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원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 또한 자동차 소유의 감소 가능성을 가리킨다.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이 이런 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제부터 살펴보자. 그러나 먼저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 수준, 잠재력과 당면과제, 투자자가 이해해야 할 그 밖의 주요 측면을 점검한다.토론을 계속하기 전에 단어 정의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레이더·레이저와 기타 기술을 포함한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의 입력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을 의미한다. ━ 자율주행차의 간단한 역사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느 정도 희석된 형태로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수십 년 전부터 크루즈콘트롤(자동 차속 유지 장치) 기능이 표준 사양이었으며 그 밖에 평행주차나 사각지대 확인을 지원하는 카메라 같은 기능이 신차에 보편화되면서 드라이빙이 한층 더 자동화됐다.오늘날 자율주행은 통제된 도로와 기타 비슷한 환경에서 현실이 됐다.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를 허용하기 시작하는 미국의 주가 늘어났다. 알파벳·테슬라 같은 자율주행 선두업체와 승차공유 업체 우버 본사가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기로 했다.드라이빙에 적합한 날씨의 애리조나와 까다로운 지형 때문에 우버가 선택한 피츠버그 등 다수의 주와 도시에서도 자율주행차 테스트가 실시됐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온갖 유형의 날씨와 교통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에는 아직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다.자율주행차에는 컴퓨터 비전, 레이더, 그리고 라이다(LiDAR) 같은 기술이 함께 사용된다. 컴퓨터 비전은 자동차 전면·후면·측면의 물체를 감지할 수 있는 카메라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라이다는 레이더와 비슷하게 기능하지만 일련의 레이저 조명을 이용해 인근의 물체를 감지하는 시스템이다.카메라와 라이다를 통해 수신된 정보는 매핑 기술과 결합해 자동차의 방향을 설정하고 최선의 이동경로를 선택한다. 자율주행차는 또한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해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컴퓨터 학습을 통해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행동 예측법을 습득하고 자율주행차의 바탕을 이루는 소프트웨어가 반복적인 관측과 모델링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그것을 이용해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가장 확률 높은 움직임을 추정할 수 있다.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늘어나면 차간 소통이 가능하고 인적 오류의 편차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안전성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업계는 5단계의 척도를 이용해 자율주행차 성능을 측정한다.·레벨 0 ― 자동화 없음. 운전자가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레벨 1 ― 운전자 지원. 교통량에 따라 차량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적응형 크루즈콘트롤 또는 자동차가 도로의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차선 유지 지원 같은 기능으로 주행을 지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해야 한다.·레벨 2 ― 부분 자동화. 레벨 2에선 자동차가 차간 간격과 차선 유지를 지원하며 속도와 방향조정을 도울 수 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 아우디 트래픽 잼 어시스트(Audi Traffic Jam Assist) 등이 레벨 2 자동화의 대표적인 사례다.·레벨 3 ― 조건부 자동화. 자율주행차 기술의 다음 단계를 대표하는 레벨 3 차량은 고속도로 같은 이상적인 조건에서 자력으로 주행할 수 있다. 사람이 레벨 3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야 하지만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다.· 레벨 4 ― 고도의 자동화. 레벨 4 차량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웨이모는 거의 모든 조건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레벨 4 차량을 현재 폐쇄된 트랙 환경과 일반 도로 양쪽에서 시험 중이며 현재 800만㎞ 이상의 주행을 기록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편 우버는 지난해 12월 기준 320만㎞를 주행했다.· 레벨 5 ― 완전 자동화. 5단계의 차량은 익숙하든 생소하든 어느 도로에서나 스스로 주행할 수 있으며 인간의 인풋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주행할 수 있고 인간의 입력이 필요 없어 설계 단계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생략된다. 옆 사진 속의 제너럴 모터스(GM) 크루즈 자율주행차는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모델로 내년 출시가 목표다.현재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레벨 2와 레벨 3의 중간 수준이다. 이런 차량들은 네트워크 연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프로그램하는 사물인터넷의 전형적인 사례다. 따라서 테슬라 같은 업체들이 고객용 최신 업그레이드를 쉽게 업로드할 수 있어 기술향상이 쉬워진다. 테슬라의 차량들은 “신기술과 기능을 추가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기존 차량과 현저하게 다른 점이다. ━ 기회와 도전 자율주행 경제가 제공하는 기회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2035~2045년 자율주행차 기술로 연간 희생자 수를 58만5000명 줄이고 공공안전비용을 2340억 달러 절감하고 통근자는 2억5000만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모바일아이(Mobileye)를 인수한 덕분에 자율주행 차량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인텔과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의 전망이다. 이들은 또한 자율주행 경제 규모가 2050년에는 7조 달러에 달하리라고 예측했다.자율주행차는 교통과 공간 사용방식을 완전히 재편함으로써 특히 도시에서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 업체와 자동차 제조사의 영역을 훨씬 벗어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컨대 주차장은 태양광단지, 쇼핑공간, 아파트 또는 포장된 주차장보다 더 환경친화적이고 유용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용도 변경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상주차 공간을 없애고 교통소통, 자전거도로, 인도 또는 가로수 공간을 더 확대할 수도 있다.하지만 자율주행차가 표준이 되는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곳곳에 널려 있다. 최근의 우버 충돌사고에 대한 반응이 그런 한 가지 위험을 보여준다.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치어 보행자 한 명이 사망하자 더 확실하게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자율주행차의 보급을 미루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차보다 더 안전하다고 보지만 앞으로 이런 사고가 더 많아질 게 거의 확실해 지금으로선 일반대중에게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할지 모른다.규제장벽도 자율주행차의 진로를 막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 이용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책임 문제에 규제당국이 이제 막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사고 발생 시 과실책임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가 쏟아져 나온다. 일단의 상원의원이 최근 그런 소송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도록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에 요구했다.일부 주에선 예상보다 진전이 더디다. 지난해 10월 GM은 올해 초까지 미국 맨해튼 거리에서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가 신청을 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주 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버 사고 후 통제되지 않은 위험한 환경에서의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규제당국의 입장이 더 조심스러워졌을지 모른다. 그리고 규제로 자율주행차 기술의 본격적인 보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혁명의 영향이 여러 산업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의 부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만한 업종을 살펴보자.1. 자동차 제조사자동차 제조사보다 자율주행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은 없을 것이다. 이미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GM은 자율주행차 기술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과 라이다 제조사 스트로브 등 자율주행 기술 인프라 보강을 위해 여러 업체를 인수했다. 이르면 내년 초에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을 토대로 GM은 자율주행차 레이스에서 상당히 앞서가는 듯하다.한편 포드는 최근 마이애미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에 근거해(포드와 GM 모두 주가수익비율이 6배 수준) 그들의 전망을 밝지 않게 보는 듯하다. 그들은 테슬라와 우버 같은 더 신생 업체들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포드와 GM의 경우 여러 가지 요인이 주가수익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비율이 낮은 데는 자동차 사이클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자율주행차가 전통 자동차 제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그것은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범위 그리고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 기술을 얼마나 빨리 개발·통합할 수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그러나 두 가지 주된 이유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1 승차공유가 아주 싸고 편리해지기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다.2 이 시장에 진출하는 IT 업체 같은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하지만 알파벳 같은 IT 기업은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자동차 제조는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크라이슬러와 손잡고 개발하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이르면 올해 안으로 출시될 수 있다. 우버는 볼보·도요타·다임러 등 여러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테슬라만 빅3의 실질적인 경쟁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애플이 직접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루머도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자가용을 소유하는 미국 도시 거주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론상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통해 차량을 호출하기가 아주 쉬워지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마이카를 포기하는 속도가 과장됐을지 모른다. 운전자(특히 교외·농촌 지역 거주자)가 자가용을 소유하는 현재 방식에 익숙해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자동차 소유 문제가 감정적인 결정에 더 가까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동차 시장이 AV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기차·지하철·버스 나아가 항공여행 같은 다른 운송수단으로부터 시장을 빼앗을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전체 주행거리도 늘어날 것이다.교통·주차 그리고 실제 운전의 필요성을 줄임으로써 자율주행차의 이용이 다른 교통양식보다 더 매력적이 될 것이다. 그것은 자동차 제조사들에는 호재다. 개인의 자가용 소유가 감소할 경우 직접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또는 다른 서비스 사업자에게 차량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대량생산 능력을 감안할 때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 운영 면에서 우버 같은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2. 자동차 보험자동차 보험은 큰 사업이다. 미국 자동차 보험 시장은 오늘날 연간 판매 기준으로 20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AV가 사고 건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면 자동차 보험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현재 사고의 약 90%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사람의 과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드라이빙 과정에서 인적 요소가 배제됨에 따라 보험 가입 부담이 운전자 대신 서비스 운영자(승차공유 서비스의 경우)나 제조사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 기업들의 협상력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다수가 요율을 낮추거나 자가보험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중형 세단의 평균 보험료는 1202달러였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보급을 가속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 KPMG는 2050년에는 보험시장이 70% 쪼그라들어 1370억 달러가 증발할 것으로 내다봤다.자동차 보험사 가이코뿐 아니라 그 밖에 여러 보험사를 소유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자율주행차가 보험업계에 타격을 주리라고 시인했다. 버핏은 “자율주행차가 안전하다면 보험 비용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보험료도 크게 낮아지게 된다”고 CNBC 방송에 말했다.사고율이 낮아지면 프로그레시브와 올스테이트 같은 보험사들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가 받는 돈이 사고 피해 보상과 보험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보험료는 일정 부분 사고율에 근거한다. 따라서 사고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도 낮아진다. 보험은 다수 기업이 자동차 운행을 놓고 싸우는 경쟁 시장이기 때문이다.3. 승차공유·택시 우버·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는 도시 교통에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주요 도시의 택시 면허증 가치가 급락했다. 소비자가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되면서 등록된 택시들의 독점 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택시 면허증에 투자하고 소유하는 업체 메달리온 파이낸셜의 주가는 2013년 이후 4분의 3 가까이 하락했다. 그리고 뉴욕 택시 면허증 가격은 2013년 약 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0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자율주행차의 부상으로 승차공유 업계가 다시 한번 뒤집어지려는 참이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기업은 시장성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거나 그런 능력을 가진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그럴 경우 명백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현재의 승차공유 비즈니스 모델에선 운전자(그리고 그들의 차량)가 서비스 이용료의 약 75%를 차지한다. 따라서 운전자를 배제하면 승차공유 이용료가 훨씬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많은 경우 통상적인 대중교통 요금보다 이용료가 낮아질 수 있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우버와 리프트가 현재 승차공유 업계에선 선두지만 자율주행 승차공유 시장에선 선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고용한 수천 명의 운전자가 그들의 최대 강점으로 손꼽힌다. 그런 계약 운전자 기반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AV가 부상하면 그런 운전기사들이 구시대 유물이 될지 모른다.반면 우버와 리프트는 자동차 제조사와 손잡고 직접 AV 기술을 개발하면서 새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우버는 또한 재래식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개량하는 개조 키트를 제조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업체 오토를 인수했다. 이는 계약 기사들이 그들의 재래식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개조한 뒤 자신이 이용하지 않을 때 차량을 굴려 수익을 올리도록 하는 잠재적인 기회를 상징한다.이 시장에 접근하고자 하는 경쟁자에게는 다른 커다란 장벽이 존재한다. 예컨대 매핑 기술, 앱,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일이다. 현재로선 브랜드 인지도가 우버와 리프트의 최대 이점일지 모른다.그러나 한 가지 주요 분야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우위에 있을지 모른다. 가격 결정력이다. GM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차량을 제작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저가에 직접 운영할 수 있다. GM이 운전기사·차량소유자와 수입을 분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분명 그 서비스로 몰려들게 된다.어느 쪽이든 승차공유 업계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듯하다. 그리고 더 큰 자금력을 가진 GM·포드 같은 흑자 제조기를 대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브랜드 인지도와 수만 명에 달하는 계약기사 기반이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두드러진 이점이다.4. 주유소·편의점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더이상 직접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탑승자 없이 스스로 운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아무도 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심야 같은 유휴 시간 대에 스스로 주유할 수 있게 된다. 그밖에도 전기자동차가 부상하면 주유소에서 충전기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변화들이 주유소와 편의점 체인을 압박하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체인들은 차에 기름을 넣을 때 들러 커피나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고객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운전자들이 더 이상 직접 주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요 교차로에 주유소를 세울 필요가 없어진다. 임대료 낮은 외진 곳에서 주유와 재충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트럭이 자동화되면 트래블플라자 같은 트럭 휴게소 체인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운전자들이 더 이상 식사와 샤워를 하러 도로변 서비스 센터에 들를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다.그러나 장거리 여행의 인기가 늘면서 항공여행을 대신함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확산이 편의점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주유소의 성격이 변하더라도 여행자들이 여전히 화장실이나 간식을 사러 들러야 하기 때문에 도로변 편의점 사업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도 파일럿/플라잉 J 트럭 휴게소 체인의 지분 38.1%(5년 뒤 과반 수 지분으로 불어난다)를 인수할 때 그런 생각을 가졌던 듯하다. 버핏의 투자는 다가오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혁명의 영향이 과장됐다고 본다는 증거다. 지분 인수 당시 그는 “회사를 바꾸려고 인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5. 호텔·항공사 끝으로 자율주행차의 확산은 관광여행 업계 전반 특히 항공사와 호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로 이동이 싸고 빠르고 쉬워지기 때문에 인근 관광지를 찾는 주말 여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행자들이 도시·해변·스키장 또는 몇 시간 거리 이내의 또 다른 인기 명소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게 된다. 여행자가 많아지고 관광이 증가하면 숙박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업체와 호텔에는 호재가 된다. 레스토랑도 여행증가의 혜택을 볼 수 있다.호텔업계에서 수년간 통합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매리엇·힐튼 그리고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룹이 주도하는 과점체제가 형성됐다. 이들 모두 여행이 간편해지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인기 관광지에 수천 개 호텔을 보유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부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부상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자들이 이동 중 묵어가는 숙소로 세워진 도로변 모텔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는 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밤새 달리는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쪽을 택할지 모른다. 침대에 누우려고 모텔에 들르는 것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 인테리어가 그때그때 승객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모드를 갖게 되리라고 본다. 시트를 뒤로 눕힐 수 있도록 하는 수면 모드, 또는 모두 서로 마주보도록 하는 미팅 모드 등이다. 그런 필요가 더 전문화함에 따라 열차 안에 존재하는 침대칸처럼 철야 여행 전용으로 설계되는 자동차·버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에 따라 도로변 모델은 더 필요성이 줄게 된다.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는 항공사 단거리 노선의 편리한 대안도 된다. 예컨대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밤새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자율주행차 이용자들은 공항까지 왔다 갔다 하고 보안검색을 거치는 등 항공여행의 번거로운 절차를 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노선만 취급하는 사우스웨스트 같은 항공사는 타격을 입거나 또는 서비스를 개선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게 된다. ━ 여행의 근본적인 변화 이들 5가지 산업 말고도 다른 많은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주차공간 수요가 점차로 줄면서 부동산 용도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거리 트럭 운송도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철도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자동차 여행 중 무선 데이터와 넷플릭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소비가 증가한다. 포장과 식품 배달의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가격이 내려가 레스토랑 배달과 전자상거래 성장에 날개가 달린다. 운전학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자동차 부품 수요가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서 IT 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이동거리 향상으로 부품 소모가 많아져 전통적인 부품 제조사들의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 혁명은 글로벌 경제의 많은 분야에 미증유의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까지 언급한 5대 업종에 가장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최대의 기회를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제레미 보우먼 모틀리 풀 기자※

2018.07.02 12:10

13분 소요
유럽의 가족경영 호텔

산업 일반

현행법상 에어비앤비 등 주택 공유 사업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도시 민박업 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시내에서 에어비앤비 등 '도시 민박업'을 하겠다고 등록한 주택은 851가구다. 지난해 말 732가구에서 반년 새 16.2%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로 주택 공유 사업에 뛰어든 집주인은 이보다 훨씬 많다. 에어비앤비코리아에 등록된 한국 주택만 해도 2013년 2000여 곳에서 올해 5월 기준 1만6000곳으로 2년 반 새 800% 급증했다.에어비앤비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191개국 34000개 도시에서 2백만 개가 넘는 숙소를 거느리고 있다. 주택 공유라는 새로운 형태의 숙박업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지만, 50년이 넘도록 한 가문이 운영하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분위기를 계승하는 가족 경영 호텔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익숙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꿋꿋이 그 명성을 유지한다.뉴스위크 니컬러스 포크스 기자는 스페인의 가족 경영 호텔 ‘마르베야 클럽’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고, 스위스 가족경영 호텔 ‘그슈타드 팰리스’에 관한 책에 기고할 정도로 가족 경영 호텔에 깊은 애착을 자부한다. 그는 마르베야 클럽의 창시자인 알폰소 데 호헨로헤 랑겐부르그 왕자를 프로스페로(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추방된 공작으로 마술에 능통했다)에 비유했다. 알폰소 왕자는 수도승의 방 같은 단순한 객실과 욕조, 머리판에 그림이 그려진 침대 몇 개에 본인의 엄청난 매력을 더해 매혹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포크스는 프로스페로의 섬처럼 세상과 단절된 마르베야 클럽의 탄생에 동화 같은 사연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60여 년 전 젊고 잘생긴 알폰소 왕자가 가문의 궁이 있는 스페인 코스타 델 솔 해안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는 길가에 작은 호텔을 지었다. 그가 미국을 여행할 때 본 모텔과 비슷한 형태였다. 호텔은 말라가와 지브롤터 해협의 중간 지점에 있다. 바퀴 자국이 깊이 팬 도로에는 자동차보다 당나귀가 더 많았다. 1960년대에는 슬림 애런즈(상류층의 바캉스를 주제로 한 사진을 많이 찍은 미국 사진가)의 사진에 등장하는 상류층 인사 대다수가 마르베야 클럽에서 여름을 보냈다.호텔의 현대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뉴스위크에 따르면 가족 경영 호텔은 시설 향상이 호텔 본연의 매력과 친숙함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대형 체인 호텔들이 시장조사나 마케팅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갑작스럽게 변화를 줌으로써 본래의 개성을 잃고, 오래된 고객을 멀어지게 하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포크스는 이 호텔을 운영하는 샤문 일가도 시설을 확충하고 현대화했다고 말했다. 바와 레스토랑, 스파, 피트니스 센터, 키즈 클럽, 골프 코스, 승마 클럽, 고급 상점, 부동산 사무소 등을 신설하고 와이파이도 설치했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는 고객이 이 호텔에서 느끼던 본연의 매력, 인간적인 유대감을 변함없이 느낄 수 있도록 점진적이고 섬세한 방식으로 이뤄졌다.포크스는 마르베야 클럽 말고도 이러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가족 경영 호텔들도 소개한다. 에트커 가문이 소유하는 프랑스 프로방스 남동부 산악지대의 ‘샤토 생-마르탱’, 파리의 ‘르 브리스톨’, 앙티브의 ‘호텔 뒤 카프-에덴-로크’, 셰르츠 가문이 1938년부터 운영해온 스위스의 ‘그슈타드 팰리스’ 등이다.

2016.09.20 15:39

3분 소요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야!

산업 일반

스페인, 프랑스 등지의 가족 경영 호텔은 본연의 개성 지키면서 현대적 편리함으로 고객 사로잡아 요즘은 새로운 것에 가치를 두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얼리 어답터나 탐험가, 선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이런 경향은 최신 소셜미디어 앱과 스마트폰, 다이어트, 현대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익숙한 것의 편안함을 갈망할 때가 있다. 우리에겐 삶의 중심을 잡아주고 길을 안내해줄 지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는 바다에서 표류하고 말 것이다. 내가 가족 경영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최고의 가족 경영 호텔은 튼튼한 등대처럼 유행의 파도가 휘몰아쳐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킨다. 난 그 호텔들과 연결된 화려하고 우아한 과거와 그 한결같음이 좋다.최근 프랑스 프로방스 남동부 산악지대에 있는 호텔 ‘샤토 생-마르탱’에서 하룻밤 묵었다.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찾아갔는데 정말 그랬다. 그런데 그곳이 매우 친근하고 익숙하게 느껴져 놀라웠다. 대리석과 오르몰루(모조금) 장식, 태피스트리 등이 눈에 익었다. 그 호텔이 파리의 ‘르 브리스톨’ 호텔과 앙티브의 ‘호델 뒤 카프-에덴-로크’와 같은 에트커 가문의 소유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호텔 뒤 카프에서는 아직 숙박한 적은 없지만 그곳에서 열리는 파티에는 여러 번 참석해서 아름다운 실내장식을 익히 알고 있다).겨울 시즌이면 빈 객실을 찾기 어려운 스위스의 ‘그슈타드 팰리스’도 가족 경영 호텔이다. 1938년부터 경영을 맡은 셰르츠 가문이 1947년에 사들였다. 1970년대 중반 영화 ‘돌아온 핑크 팬더’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이 호텔은 그동안 어느 정도 변화는 있었지만 그때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 경영 호텔은 스페인의 ‘마르베야 클럽’이다. 사실 난 마르베야 클럽의 역사에 관한 책을 썼고, 그슈타드 팰리스에 관한 책에도 기고했을 정도로 가족 경영 호텔의 애호가다.마라베야 클럽의 탄생에는 동화 같은 사연이 담겨 있다. 60여 년 전 젊고 잘생긴 알폰소 데 호헨로헤 랑겐부르그 왕자가 가문의 궁이 있는 스페인 코스타 델 솔 해안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는 길가에 작은 호텔을 지었다. 그가 미국을 여행할 때 본 모텔과 비슷한 형태였다. 호텔은 말라가와 지브롤터 해협의 중간 지점에 있다. 바퀴 자국이 깊이 패인 도로에는 자동차보다 당나귀가 더 많았다. 1960년대에는 슬림 애런즈(상류층의 바캉스를 주제로 한 사진을 많이 찍은 미국 사진가)의 사진에 등장하는 상류층 인사 대다수가 마르베야 클럽에서 여름을 보냈다.알폰소 왕자는 말하자면 제트족 프로스페로(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피스트’에 나오는 추방된 공작으로 마술에 능통했다)였다. 그는 수도승의 방 같은 단순한 객실과 욕조, 머리판에 그림이 그려진 침대 몇 개에 본인의 엄청난 매력을 더해 마법처럼 매혹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마르베야 클럽은 프로스페로의 섬처럼 세상과 단절돼 있었다. 클럽이 문을 연 지 몇 년 후 전화가 설치됐지만 손님들은 바깥 세상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의 뉴스를 전혀 듣지 못했다. 클럽에는 신문도 라디오도 TV도 없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밤 파티가 열렸다.이 호텔을 운영하는 샤문 일가는 시설을 확충하고 현대화했다. 바와 레스토랑, 스파, 피트니스 센터, 키즈 클럽, 골프 코스, 승마 클럽, 고급 상점, 부동산 사무소 등을 신설하고 와이파이도 설치했다. 하지만 알폰소 왕자의 아들인 후베르토스 왕자가 보기엔 어린 시절을 보낸 이 호텔이 그때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후베르토스 왕자는 매년 여름 이 호텔에 묵으며 테라스에서 야간 라운지를 운영한다.호텔의 현대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가족 경영 호텔은 시설 향상이 호텔 본연의 매력과 친숙함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 호텔에서는 대형 체인 호텔이 제공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대형 체인 호텔들은 시장조사나 마케팅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갑작스럽게 변화를 줌으로써 본래의 개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향은 오래된 고객들을 멀어지게 하고 새 고객도 끌어들이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훌륭한 가족 경영 호텔의 장점은 변화를 줄 때 고객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미세하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고객은 이전에 뭐가 아쉬운 줄도 몰랐는데 새로 바뀌고 나니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작은 변화들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이 변함없이 좋게 느껴지니 이게 바로 마법이 아니고 뭘까?-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

2016.08.29 20:20

3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