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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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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 대출자 웃게 한 금융지주 ‘상생 보따리’

은행

올해 들어 금융사들이 이자 감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지원책 등 ‘상생금융안’을 대거 내놓고 있다. 규모도 크다. 상생안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이자감면, 금융지원 규모가 수 천억원대다. 또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도 확대됐다. 이 정도면 진짜 ‘보따리’를 푼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사회환원’을 외치며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기세다.170만명에 3300억 ‘이자 감면’금융권 상생 바람의 화두를 튼 사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그는 지난 2월부터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BNK부산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DGB대구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상생금융 간담회를 열었다.금융사들도 ‘상생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기본 금리 인하와 함께 취약차주별 이자 감면,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자영업자 금융지원 및 성장 컨설팅 등의 상생안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0.5%p,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0.3%p 내린다. 신한은행도 주담대 0.4%p, 전세자금 0.3%p, 신용 0.4%p 금리를 인하한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전세자금, 신용 대출 금리를 최대 0.5%p 내리고 우리은행도 주담대 최대 0.7%p, 전세자금 최대 0.6%p를 인하한다.국내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다. 실제 국내 주요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은 67%지만 미국은 15%에 불과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며 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자로 시름해왔다”며 “이런 시기에 ‘금리 인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번 상생안으로 상당수의 금융소비자들은 이자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이 내놓은 상생안으로 연간 차주 170만명이 3300억원 수준의 대출이자 감면 효과를 볼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권의 최근 상생안은 단순 금리인하에만 그치지 않고 매우 다변화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을 출시했다. 제2금융권은 제1금융권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편이다. 이에 대출 전환을 통해 이자를 사실상 낮춰주겠다는 방안이다. 또 신한은행은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 신청 청년층 고객에 대출액 0.3%p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지급하는 혜택도 제공한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햇살론15’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 금액을 캐시백해 준다. 또 다자녀 가구 대상 우대금리 적금 상품 출시, 대출금리 인하 등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청년층을 지원하는 5000억원 규모 대출상품 출시와 함께 서민금융 대출상품의 성실 상환고객에게 대출원금 1%를 감면하기로 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눈에 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소호 컨설팅센터, 소호사관학교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영업자 대상 연 최고 10%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 고객들을 ▲고금리 차주 ▲고정금리 선택 차주 ▲취약 차주로 각각 구분해 대출금리 인하, 원리금 상환유예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대형 상생금융안, 왜 등장했나 이처럼 은행권이 대형 ‘상생 보따리’를 푼 데에는 최근 몇년 간 이례적인 저금리 기조로 대출이 크게 확대된 이후 급격하게 금리 인상이 이뤄진 상황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기준금리 인상 속 대출금리가 치솟으며 은행권 이자이익이 대폭 상승했고, 번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순이익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16조원이다. 전년보다 1조3000억원 이상 순익이 늘었다. 금융지주사 전체로 확대하면 순이익만 20조원이다. ‘보따리 풀기’의 또 하나의 배경은 ‘소비자 신뢰 회복’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직원 횡령 문제 등 내부통제 부실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금융권 전체로 보면 유동성 문제 등이 거론되며 소비자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금융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40년의 역사를 지닌 SVB 단 36시간만에 파산하는 것은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금융회사의 말로가 명확한 것처럼, 금융업이 손님과 사회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31일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지주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에 대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예 상생금융부서를 신설한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도 “상생금융을 위해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최선의 패키지를 마련했는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금융사의 노력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수장들이 잇따라 소비자 신뢰 회복,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며 해결책으로 상생금융을 강조한 셈이다.아울러 은행 입장에서는 ‘상생금융’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출이자 감면으로 대출자들의 재정상황을 안정화시키면 이들이 다시 은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은 고객들이 꾸준히 이용해줘야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은행 스스로도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상생 보따리, 잘 살펴보면 ‘돈이 보인다’은행권의 이번 상생 방안을 살펴보면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의 금리를 감면해줬다. 대출자 혹은 재테크족들이 실제 활용해보면 좋은 상품이나 제도도 많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국민희망대출은 기존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렸던 저신용 차주가 제1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금리를 10% 미만으로 제한해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상자는 기존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웠던 저신용자들이다. 단, 근로소득자여야 하고 회사 1년 이상 재직 및 연소득 2400만원 이상자가 대상이다.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이력이 있어도 갈아탈 수 있지만 제3금융권인 대부업체 대출이 있으면 가입이 제한된다.청년층이면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상품을 찾고 있다면 신한은행의 포인트 페이백(Payback)상품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신한은행은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을 실행한 청년층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액의 0.3%p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지급한다. 지급 대상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담대를 신규 실행한 차주로 1년 이상 대출 계좌를 유지한 만 20~39세 고객이다. 예컨대 1억원 대출을 받았다면 30만원의 포인트가 지급되는 셈이다. 지난 1월에 이미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을 실행했더라도 이 제도를 소급적용 받을 수 있다.자녀가 2~3명 있는 다자녀 가구원이라면 하나은행의 ‘다자녀하나 아이키움 적금’ 상품을 추천한다. 이 상품은 1만~30만원으로 가입이 가능한 1년 만기 적립식 예금이다. 기본금리 2.0%p에 ▲양육수당 수급 등을 통한 우대금리 최대 4.0%p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 2자녀 가구에 연 1.0% ▲3자녀 이상은 연 2.0%p의 특별금리가 주어진다.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최대 연 8.0%p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이자도 깎아줄 예정이다.

2023.04.24 06:00

5분 소요
조용병·손태승 “안 보이네”…신년회 불참 사유는 [범금융 신년인사회]

은행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가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 나란히 불참했다. 조 회장은 미국 CES 참석을 이유로, 진 회장 내정자는 3월 취임 전까지 공식행사 참석을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임 이슈가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다른 업무 때문에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 불참했다.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는 ‘2023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가 개최됐다. 코로나19로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과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등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신년 인사회는 금융권 최대 행사 중 하나인 만큼 매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은행, 보험사, 카드사 수장들이 참석해왔다. 올해 역시 주요 금융사 수장들이 대거 참석하며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절반만이 참석했다. 이날 신년 인사회에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만이 참석했고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은 불참했다. 조 회장은 5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3 행사 참석 때문에 지난 3일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Shinamon)’과 관련된 부스를 CES 2023에서 운영한다. 조 회장은 CES에서 기업설명회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 내정자도 이번 신년 인사회에 불참했다. 신한금융 측은 진 회장 내정자가 3월 취임 전까지 공식적인 활동을 지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3월까지는 회장직을 수행하게 되고 한용구 신한은행장도 공식 취임한 상태라 진 회장 내정자가 굳이 ‘신한금융의 얼굴’로 공식행사에 나서기가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시각이다. 특히 이날 범금융 신년 인사회는 한 행장의 첫 공식 외부일정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1월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은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었다. 다만 이때는 조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후보로 선출되기 전이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업무상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이날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임 관련 이슈가 있는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위로부터 라임펀드 사태 관련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중징계 이후 당국 수장들이 ‘손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손 회장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라임펀드 사태 관련해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히며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이 원장은 이날 손 회장의 불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손 회장은 12월 15일 대법원을 통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금융당국에 승소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이에 향후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도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매년 열리는 신년 인사회는 사실상 금융권 주요 핵심 인물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다보니 금융지주 회장들도 꼬박꼬박 참석해왔다”며 “올해는 회장 취임 시기나 연임 이슈 등으로 두 명이나 불참하게 됐는데 이것도 매우 드문 사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2023.01.03 17:07

3분 소요
임박한 한·미 금리 역전, 후폭풍 미리 대비를 [조원경의 글로벌 인사이드]

증권 일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 올려 기준금리가 1.50~1.75%로 되었다. 0.75%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7월에도 감행해 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3.4%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아찔하다.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7월에 빅스텝(0.5% 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연준이 몇 차례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벌써부터 환율 상승, 주가 하락, 투자자금 유출, 물가상승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네 차례(7·8·10·11월) 기준금리를 올려도 강도가 높지 않은 베이비스텝(0.25% 인상)이라면 연말 우리의 기준금리 수준은 2.75%가 되기에 연말 미국 기준금리(3.4%)보다 크게 낮다. 한은이 한 차례 정도의 빅스텝은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효한 이유다. ━ 한은도 한 차례 정도 빅스텝 밟을 듯 이런 금리차 역전이 외환시장과 주식·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 돈을 굴릴 이점이 줄어든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과거 역사를 살펴보며 교훈을 얻어 보자. 미국 금리 인상기 중 금리 역전기는 3번에 걸쳐 있었다. 첫 시기는 1996년 6월~2001년 3월, 두 번째 시기는 2005년 8월~2007년 9월, 세 번째 시기는 2018년 3월~2020년 2월이다. 첫 시기에서 미국 금리가 1.50%포인트 높은 때가 2000년 5월~10월까지 6개월이나 지속됐다. 두 번째 세 번째 시기의 최고 금리차는 각각 1.00%포인트(2006년 5~8월), 0.875%포인트(2019년 7월)였다. 미 국고채는 외국인 비중이 크지만, 우리나라 국고채는 장기 투자하는 보험사 등의 비중이 큰 편이다. 높은 국가 신용등급에 힘입어 외국인의 꾸준한 채권 매수세가 유입되었으나 주식시장에 비하면 비중이 적다. 금리 역전 시기에도 예외 없이 외국인 투자 자금은 순유입 되었다. 첫 시기에는 168억7000만 달러가, 두 번째 시기에는 304억5000만 달러가, 세 번째 시기에는 403억4000만 달러가 유입되었다. 주식만 본다면 다르다. 첫 역전기에는 209억3000만 달러의 주식 투자자금이 들어왔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역전기에는 각각 263억4000만 달러, 83억6000만 달러씩 빠져나갔다. 두 번째 역전 시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에 대거 들어온 외국인들이 주가 급등과 원화 절상에 따른 차익 실현 경향이 강했다. 세 번째 역전 시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경기 논란 등이 겹쳐 주식시장 자체가 약세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떠나 미국과 우리나라 간 금리 역전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여하튼 통상적으로 이런 시기에는 코스피는 상승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는데, 두 번째 시기에는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 자본 유출입은 대외 금리차의 영향도 받지만, 무엇보다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털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환율 상승 위험이 있다. 달러 강세인 고환율 상황에선 우리나라 자본의 해외 유출이 커질 가능이 커진다. 외국인 자본 유출→강한 매도세→자산시장 하락과 함께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도 유발할 수 있다. 원자재 수입 가격을 더 밀어 올려서 물가상승의 가능성이 더 커지며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도 야기할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면 물가상승 문제를 넘어 경기 침체도 불가피할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고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다. 금리 역전 기간에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게 순리이다. 금리 격차가 커질수록 자본 유출이 심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 시기의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의 악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채권시장은 다른 문제이다. 과거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는 민간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은 외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직접투자가 많은 편이다. 잔존 만기 3년 이상 국고채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다. 채권 투자는 주식 자금에 비해 장기 투자적 성격이다. 그래서 한·미 간 금리차가 역전이 된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자금 추이보다도 외국인 채권자금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외국인 주식자금보다 채권자금 추이 중요 한·미 간 금리가 역전이어도 스왑스프레드(국고채금리-통화스왑금리, CRS 금리)나 스왑베이시스(금리스왑·Interest Rate Swap- 통화스왑금리)가 양인 경우에는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확률은 높지 않다. 통화스왑이란 두 당사자가 미래에 지급할 이자와 원금을 서로 교환하는 계약이다. 이자만 교환하는 금리스왑과는 다르다. 계약 초기와 만기 때 원금까지 같이 교환한다. 금리스왑은 같은 통화를 기준으로 교환하는 반면, 통화스왑은 다른 통화를 교환한다. CRS금리란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 6개월과 교환되는 원화 고정금리를 의미한다. 통화스왑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빌려온 외화에 대해 변동금리(6개월 LIBOR)를 지급하고, 빌려준 원화에 대해 고정금리를 받는 형태이다. 만약 1년 만기 통화스왑(CRS)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무슨 의미일까?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한다는 의미이고, 국제시장에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극단적으로는 CRS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가게 된다. 이번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점을 다양한 시나리오로 분석하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금리 격차 관리를 잘 관리해 두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2022.06.29 08:54

4분 소요
KB·신한 계열사별 승자는…허인·진옥동 ‘포스트 회장’ 입지↑

은행

관심을 모았던 리딩금융 싸움은 2년 연속 KB금융지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다만 KB·신한금융지주 모두 ‘4조 클럽’에 가입했다는 점에서 ‘패배자는 없다’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지주 실적 상승에 기여한 주요 계열사 수장들의 내부 입지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KB금융 부회장으로 내정자된 허인 KB국민은행 전 행장은 ‘리딩뱅크’ 탈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으며 지주 내 입지 상승이 예상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3년간 안정적인 미래 경쟁력을 갈고 닦으며 ‘4조 클럽’ 가입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 입지 공고해진 허인, 경쟁력 갈고 닦은 진옥동 지난 8일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조409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조4552억원)보다 27.6% 증가했다고 밝혔다. 9일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한 4조1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양사 모두 순이익이 4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심을 모았던 리딩금융 경쟁에서는 KB금융이 약 3900억원의 순익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전년 대비 12.7% 상승한 2조5908억원의 사상 최대 순익을 내며 리딩뱅크 수성 견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4년간 KB국민은행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허인 KB금융 부회장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행장 자리를 떠난 후 지주 부회장 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부임한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 대표 재임 기간 건전성 성장은 물론, ‘디지털 KB’로 조직을 빠르게 전환시켜 코로나19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 허 부회장은 2019년 순익에서 신한은행을 제치며 이후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KB금융이 선두 자리를 지키며 ‘포스트 윤종규’로 불리는 허 부회장의 지주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전년 대비 23.1% 상승한 2조4944억원의 순익을 내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국민은행과의 순익 경쟁에서는 패배했지만 전년 대비 순익 격차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진 행장 역시 코로나19 속에서도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그룹 전체 성과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재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단기 실적 경쟁보다 미래 경쟁력 강화에 더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진 행장도 무리한 성과 위주 보다 안정적인 미래 사업 경쟁력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비해 행장 직속 디지털 혁신단을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조성하면 성과는 따라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런 측면에서 두 은행간 본격적인 실적 경쟁은 올해가 될 수도 있다.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로 꼽히는 진 행장에 거는 기대와 책임은 더 커질 전망이다. ━ KB증권, IB·리테일서 미소…‘라임 충격’ 벗어나는 신한금투 ‘효자 계열사’로 떠오른 증권사 경쟁에서는 KB증권(5940억원)이 신한금융투자(3210억원)와 두배 가까운 순익 차이를 보였다. 김성현, 박정림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KB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김 대표가, 리테일 시장에서는 박 대표가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IB통’으로 불리는 김 대표는 2019년 1월 부임 후 카카오뱅크 등 굵직한 기업들의 주관사를 따내며 IB 수익을 끌어올렸다. 올해 공모주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대표 주관사를 맡기도 했고 앞으로 현대오일뱅크, 원스토어, 카카오엔터 등 대형 기업들의 상장 주관도 맡아 IB실적이 더 향상될 예정이다. 리테일 부문에서도 영향력이 굳건하다. WM(자산관리)전문가 박 대표가 2019년 수장에 오른 뒤 KB증권의 리테일 총자산은 2020년 10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말 133조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가 투자정보 유료구독서비스 ‘프라임클럽’을 성공적으로 론칭시켰고 간편 모바일거래앱(MTS) ‘마블미니’ 출시로 경쟁력을 더욱 확대한 효과다. 투자명가 회복을 노리는 신한금융투자는 전년 대비 107.3% 오른 3210억원의 순익을 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2020년 ‘라임사태’로 실적이 급감했던 신한금융투자는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의 안정적인 조직 쇄신책이 이어지며 사모펀드 충격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신한금융도 이 대표의 쇄신책을 지지하며 지난해 말 1년 연임을 결정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올해 라임사태 관련 금융소비자와의 법적 리스크, 노조와의 마찰 등의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카드사들의 호실적도 이어졌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각각 29%, 11.3% 오른 4189억원, 6750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 4년간 국민카드 실적을 꾸준히 상승시킨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는 지난해 연말 공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창권 국민카드 대표가 새로 부임한 상태다. ‘베테랑’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비, 비결제 부문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왔고 전체 수익 비중(40%)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 카드업계는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DSR)규제에 포함된 데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악재가 여전해 외형 및 수익 성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이 대표와 임 대표 모두 결제 플랫폼 강화 등 신사업 확대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보험 부문에서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자회사 편입(2020년 9월) 효과를 봤다. KB금융과 신한금융간 순익 차이가 약 39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푸르덴셜생명의 순익(3360억원)이 리딩뱅크 수성에 큰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K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84.1% 오른 3020억원의 순익을 냈다. 신한라이프는 전년 대비 65.5% 하락한 3916억원의 순익을 냈다. 희망퇴직으로 약 8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0월 신한금융은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이 보유한 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자산이 총 1000억원 수준의 중소 보험사라 신한금융 실적에 도움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2.02.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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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톡톡] 주식·코인에 열중하는 MZ세대…보험사 수장들의 고민

보험

최근 보험사 CEO들이 보험업계 미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부상이 향후 2~3년 내 보험산업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겠냐는 질문이다. 20~30대가 주 계층인 MZ세대는 최근 금융사들의 주력 고객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태. 하지만 의외로 보험사 CEO 84%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향후 2~3년 내에도 MZ세대가 보험업계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유는 무엇일까. ━ 보험사 수장들 "MZ세대 영향력 미미" 쉽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MZ세대는 시간이 갈수록 금융사의 주력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고 투자를 시작하는 20~30대인 이들이 향후 금융사들의 큰 손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장기산업인 보험업에서 현재의 MZ세대를 가입자로 유치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MZ세대 맞춤형 금융상품, 마케팅 등은 금융사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아직 이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향후 몇년동안에도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달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사 CEO 대상(생명보험 23명·손해보험 16명 응답)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CEO 39명 중 33명(84%)은 'MZ세대의 부상이 향후 2~3년 내 보험산업에 제한적이거나 미미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사들이 MZ세대 공략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대다수의 CEO가 이러한 답변을 내놓은 데는 이들의 보험가입률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년간 MZ세대의 보험 가입률은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2019년 연령대별 보험가입률을 살펴보면 MZ세대를 구성하는 20~3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보험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20대의 생명·손해보험 가입률은 각각 58.5%와 66.5%로 전 연령층 가입률 대비 각각 14.2%포인트와 9.7%포인트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30대의 생명·손해보험 가입률은 각각 73.1%와 82.6%를 기록해 20대 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40대보다는 각각 6.6%포인트, 3.2%포인트 낮았다. 특히 20~3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이 2017년(69.7%)부터 2018년(63.8%), 2019년(58.5%)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입률이 크게 상승했다고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상대적으로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 가입률이 높은 것도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가입률 덕을 본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는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보험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20~30대의 보험 가입이 비교적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이나 보험설계사를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보험에 쏠려 있어서다. 보험사 매출의 핵심은 보험설계사들이 판매하는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같은 장기 보장성보험이다. 인터넷보험에 가입하는 MZ세대는 보험사 입장에서 당장 수익을 안겨주는 주력 고객도 아닌 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CEO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보험업에 있어 MZ세대의 중요도가 낮다고 본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아직 '보험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낮다' 정도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며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 '돈'이 없는게 아니라 '보험'에 관심이 없는 것 주식이나 코인 등 MZ세대는 이미 다양한 곳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주식투자자 비율은 2019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23.9%에서 지난해 39.2%로 15.3%포인트 높아졌다. 30대(38.8%), 40대(38.5%), 50대 이상(37.0%)보다 투자자 비율이 높다. 코인투자도 활발하다. 지난 7월 말 기준, 4대 코인거래소 예치금을 보면 20~30대는 약 3조4500억원을 예치했지만 40~50대는 1조7600억원 수준에 그쳤다. MZ세대들이 주식이나 코인에 대해 투자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만 보험에 대해서는 여전히 노후대비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탓이다. 또 여전히 '불완전판매', '보험아줌마'로 대표되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보험가입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MZ세대가 미래 소비자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미 보험에 가입한 기존 소비자에 대한 신뢰제고 노력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0.18 10:03

3분 소요
[비대면 열풍과 ICT 업체의 도전] 코로나19 이후에도 디지털 역량은 필수 요소

산업 일반

보험업계, 빅테크 협업 필요하지만 ‘플랫폼 종속’엔 경계 #1. “지난 3월 미국 및 전 세계 직원의 95%가 원격 재택근무로 변경한 뒤에도 푸르덴셜 직원들은 고객에게 과거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직원 대다수는 이런 방식의 근무를 계속할 것이다.” 찰스 로리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회장은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되는 동안, 그리고 이후에도 원격 재택근무를 계속해서 혁신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도입된 비대면 근무방식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2. 푸르덴셜파이낸셜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주요 보험사 수장들은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거치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사업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1879년 설립된 보험 및 연금, 자산관리업체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rincipal Financial Group)은 디지털 기술 투자 덕분에 더욱 효율적인 응대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크라치올로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Ameriprise Financial) 회장도 “향후에도 비대면 영업방식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은 보험과 연금, 펀드 상품 등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신용카드 및 결제대행 업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분사한 회사다. ━ “기술이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 코로나19로 비대면 사업 환경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험업계에서는 ICT와 디지털 역량이 부각되고 있다. ICT를 활용해 기존 보험 산업을 혁신하는 인슈어테크(Insurance+Technology)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각광 받던 분야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보험업계의 ICT 활용은 되돌릴 수 없는 추세가 됐다. 보험연구원에서 네이버 데이터 랩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경부터 ‘온라인 보험’과 ‘다이렉트 보험’의 검색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객들에게 대면 채널보다 비대면 채널 선호도를 높였다는 해석이다.비대면 채널의 확산은 보험사들에게 디지털 역량 강화라는 숙제를 던진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업체는 전통적인 보험 상품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이미 시중에 나온 보험 상품으로는 맞춤형(on-demand) 보험 상품이 있다. 동일한 계약 내용으로 다수의 가입자를 유치했던 기존 보험 상품과 달리 고객 특성에 맞춰 사용한 만큼 보험료를 내거나 특정 상황만 보장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쳐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손잡고 설립한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을 비롯해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다수의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을 내놨다.새로운 기술은 맞춤형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보험사들은 다양한 고객들과 연결된 플랫폼을 구축해 상품설계와 보험료 산출, 판매비용 절감, 사후 관리 등에서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생명은 오렌지라이프와 함께 헬스케어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첫 단추를 꿰는 단계지만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회원 정보를 활용해 건강 상태에 따라 별도 상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가 향후 보험 업계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9월 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술적인 차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내 보험사들은 기술의 차이에 따라 생존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업에서 실력을 이미 입증한 데다 한국보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에서는 알리페이(Alipay), 위챗(weChat) 등 플랫폼이 핵심 보험 판매 채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 보험사들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국내 최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CT업체(빅테크)에 경계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셈이다.국내 양대 빅테크 업체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보험업에 다가가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보험사들의 경계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추진 중인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서비스에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업체들은 참여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플랫폼 종속과 수익성 악화 우려도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함께 추진하던 디지털 합작 보험사 설립이 자동차보험과 관련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중단됐다. 자동차보험 시장은 물론 손보업계 선두 업체인 삼성화재는 내부에 디지털 사업 추진 조직을 마련하는 등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카카오 역시 또 다른 파트너를 구하기 보다는 독자적으로 보험 라이센스를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9월 중으로 카카오보험(가칭)의 예비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 당국의 승인 절차에서 문제가 없다면 2021년 초에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이 가능하다.보험업계에서는 대형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 업체들이 고객 데이터 확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들어 협업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대형 플랫폼을 운영해본 빅테크 업체들은 광범위한 데이터를 다루는 데에도 보험사보다 대체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플랫폼에 종속되면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붙는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회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보험회사는 고객소통의 접점을 잃어 고객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0.09.12 10:53

4분 소요
[美 금리 인상 대비한 G7의 ‘예비군 훈련’] 잔펀치 여러 번 맞으며 핵펀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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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랜딩(Firm Landing)’이라는 게 있다. 활주로 노면이 눈과 비로 미끄러울 때 착륙시 인위적인 충격을 가하는 기술이다. ‘쿵’ 하는 소리와 진동으로 승객들은 얼어붙지만 비행기 바퀴의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을 일시적으로 높여 착륙거리를 단축시키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위험을 막는다. 5월 말부터 국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이 소란을 방치 혹은 부추기고 있는 것은 주요국의 중앙은행과 당국자들이다. ━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0.5%→1%대로 결론부터 말하면 일종의 펌 랜딩, 즉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한 예비군 훈련이다. 시작점은 지난 5월 말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G7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였다. G7회의가 끝난 뒤 독일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G7 수장들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안정 위험과 잠재 자산버블 위험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 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명백하다. 특히 보험 영역에서 그렇다.”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최대 버블은 사실 국채시장에 형성돼 있었다.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일부 선진국의 단기물 금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란 국채가격이 전대미문 수준으로 급등(국채가격과 국채수익률은 반대)했다는 의미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정받았던 국채가 심각한 버블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보험사들은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역마진 위험에 노출됐고, 이를 메우기 위해 수익률이 높은 위험 자산 편입을 늘려왔다. 더구나 금융회사 중 여전히 국채 보유 규모가 가장 많아 향후 금리 상승 때 상당한 자산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는 처지였다.바이트만의 설명은 G7이 이러한 국채시장 버블위험, 그리고 이것이 금융시장 곳곳으로 파고들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저금리가 만들어 온 버블영역을 다스리기 위한 당국의 조치가 나타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실제 며칠 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G7의 이러한 의지를 계승한다. 드라기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시장은 저금리 하의 큰 변동성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G7회의 이후 꿈틀대던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일정 부분 용인하겠다는 시그널이자, 시장도 이런 변동성에 익숙해지라는 의미였다. 5월 말 0.5%였던 독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단 열흘 만에 1%대로 치솟았다. 장기 금리가 두 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 여파는 미국 국채시장과 일본 국채시장으로도 확산됐다. 마침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확대되고, 미국의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국채 시장의 진폭을 키웠다. 양적완화(QE)로 주요국 국채 시장 내 유통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충격을 상쇄할 버퍼가 얇아져) 국채가격 하락 속도는 한층 가팔랐다.G7 경제수장들의 회의가 끝나고 1주일 뒤 다시 독일 바이에른주로 G7 정상들이 모여들었다. 공식적으로 전해진 G7 정상회담의 결과물은 별 게 없었다. 그러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율 발언이 전해지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만다. 블룸버그는 프랑스 당국자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강달러는 문제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 뉴스 이후 달러는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곧 이어 백악관은 이 뉴스를 부인했지만 시장은 믿지 않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다”는 경험칙이 작용했다.그리고 며칠 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오바마의 발언이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라는 정황 증거를 제공했다. 구로다의 “실질실효환율상 엔이 더 약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엔이 강세로 돌면서 124엔 중반이던 달러-엔 환율이 순식간에 122엔대로 미끄러졌다. 달러 인덱스는 다시 하락했다(달러 약세). 오바마의 달러 누르기에 구로다가 힘을 보탠 것이다. 시장은 G7회의에서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심증을 굳혔다. 그리고 며칠 뒤 구로다는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오바마도 구로다도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술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민감한 지점에서 환율의 가파른 흐름을 한번 누르고 가는 정밀타격을 선보였다. 국채 시장에 이어 외환 시장을 손본 것인데, 이를 통해 주요 당국자들은 시장금리는 한 레벨 끌어올리되, 지나친 달러 절상은 원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던졌다.이를 조금 더 풀어보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하면 국채 시장에 일차 충격이 가해진다. G7은 그 충격을 덜기 위해 미리 소규모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돈줄 죄는 미국 vs 돈줄 푸는 주변국’이라는 통화정책 다이버전스를 심화시켜 달러 절상을 불러온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 지나친 달러 절상은 미국 실물경기를 위축시킨다. 이는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는 연준에게는 부담이다. 그래서 달러 절상 속도를 누르고자 하는 미·일 간의 공조는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를 가볍게 한다. 결국 지난 5월 말 이후의 흐름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혹은 연준의 금리 인상 과정이 덜 혼란스럽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예비군 훈련에 가깝다. 다만, 환율공조에 있어 ECB와 유로존 정치권이 미국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조할지,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이런 훈련은 좋든 싫든 위험자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금리를 한 레벨 끌어올려 글로벌 증시와 이머징 금융 시장, 정크본드 시장으로 충격이 전이된다. 이미 일부 이머징 시장에서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연준이 연내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후 행보는 상당히 신중할 것으로 보여 이머징의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예전만큼 크지 않다. 다만, 금리 인상의 초기 충격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큰 소동을 일으키고 이것이 다른 지역과 다른 자산 시장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은 달갑지 않다. 그래서 G7은 미래 충격(Future tantrum)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활주로 노면과 바퀴의 마찰을 높여야 했다. ━ 제로금리 더 이어질 가능성도 아직은 주요국 당국의 통제가 먹히는 시장이다. 다만 펌 랜딩 과정에서도 승객들의 가방은 나뒹굴 수 있고 아이는 눈물을 쏟아 낼 수 있으며 타이어 바퀴가 찢겨질 위험도 존재한다. 당분간은 안전띠를 동여매야 하는 구간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은 오는 9월 아니면 12월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마지막 순간 승객들의 아우성이 겁이나 기수를 돌릴 수도 있다. 실제 이런식으로 제로금리 국면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지난 3주간 주요국의 행보는 (결과론적으로) 제로금리 장기화를 위한, 즉 제로금리 장기화가 가능하도록 시장 내 버블위험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2015.06.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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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2000 | 삼성화재 11년 연속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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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금융회사가 선전했다.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뽑힌 14개 금융회사 중 지주회사 7곳, 보험회사 6곳이다. 나머지 한 곳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다. 2014년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뽑힌 한국기업 61개 중 14곳이 금융회사다. 업종별로는 가장 많았다. 글로벌 표준산업분류(GICS)에 따르면 금융 업종은 은행, 복합금융(Diversified financials), 부동산, 보험이다. 복합금융엔 증권회사, 지주회사 등이 포함된다. 2004년부터 국내 금융회사는 꾸준히 10곳 이상을 리스트에 올렸다. 2009년엔 16곳이나 선정됐다.올해 금융업종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이하 신한금융)이다. 전체 순위는 249위로,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다음이다. 지난해 매출은 28조5737억원, 순이익은 1조9028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6%로 전년 대비 0.08%포인트 줄었다. 특히 국내 금융그룹 중 은행의존도가 가장 낮다.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 은행 비중은 62%다.2004년 이후 11년 동안 명단에 오른 국내 금융회사를 살펴봤다. 크게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보험사 약진과 금융사의 지주사 전환이다. 흥미롭게도 2004년에는 보험회사 중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11년이 지난 후엔 6곳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들었다. 삼성화재(596위)는 물론이고, 삼성생명(356위), 한화생명(842위), 동부화재(1138위), 현대해상화재보험(1404위), LIG손해보험(1562위)이 포함됐다.보험업종 1위는 삼성생명이다. 2010년 상장하면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뽑혔다. 2011년 296위, 2012년 236위로 상승하다 지난해 이후 300위 밖으로 밀려났다. 10년 전 금리가 높은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판 게 문제였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한 것.올해 삼성생명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나섰다. 반면 삼성화재는 꾸준히 성과가 좋다. 11년 동안 빠짐없이 리스트에 올랐다. 2004년 전체 920위에서 현재 324계단 오른 596위다. 금융 전문가들은 요즘 보험업계 이슈인 지급여력비율(RBC)이 높아 시장점유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RBC란 보험회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순자산을 보유하는 제도다.삼성그룹 양대 보험사의 향후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호탄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결정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뀔 경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될 수 있다. 현행법상 비금융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어서다.지주사 전환한 메리츠 첫 신고지난해와 비교해 순위가 많이 오른 기업은 동부화재와 LIG손해보험이다. 동부화재는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보험 부문에서 성과가 좋다. 지난해 다이렉트 보험으로만 약 6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체 순위는 2013년보다 236계단 뛴 1138위다.LIG손해보험은 1725위에서 1562위로 상승했다. 앞으로 KB금융그룹 품에 안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11일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배타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B금융그룹에는 기회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KB국민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11년간의 변화 중 금융사의 지주사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14개 금융회사 중 7곳이 지주회사다. 대표적인 곳이 4대 금융사인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370위), 하나금융그룹(457위), 우리금융그룹(821위)이다. 국내에 금융지주사가 도입된 때는 2001년이다.우리금융이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사로 변신했다. 같은 해 9월 신한금융그룹이 출범했고, 2005년 12월엔 하나은행과 대한투자증권 등을 주력 자회사로 하는 하나금융그룹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2008년 9월 국민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둔 KB금융그룹이 설립됐다.지방은행도 지주사 체제에 합류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2011년 3월 나란히 지주사로 전환했다. 회사 명칭은 각각 BS금융그룹(1638위)과 DGB금융그룹(1835위)이다. 대구은행은 지주사 설립 이후 2012년부터 글로벌 2000대 기업 명단에 올랐다. 오히려 2004년부터 꾸준히 순위에 올랐던 부산은행은 2012년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해 다시 BS금융그룹으로 등장했다. 현재 명단에 오르지 못한 은행들도 일제히 지주사체제로 바뀌었다. 유일하게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677위)과 산업은행이 은행으로 남아 있다.IBK기업은행은 2004년 이후 줄곧 순위에 올랐다. 2005년을 제외하곤 700위 안에 들었다. 최근 실적도 좋다. 올해 1분기 326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동기 대비 27% 올랐다. 지난해 말 취임한 권선주 행장의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국내 첫 여성은행장으로 조준희 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출신 은행장이다. 그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직원과 소통하며 은행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금융 당국은 그동안 지주사 체제를 권장했다. 지배와 소유가 구분되고 사업 다각화로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기대와 달리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인 은행에 의존하면서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이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최근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을 위해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는 금융사가 생기고 있다. 한국씨티금융그룹은 지주사와 은행을 9월께 합병한다. 앞으로 한국씨티은행과 그 자회사인 한국씨티캐피탈 2개사 체제로 개편된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그룹 역시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기로 했다. 향후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매각 후 지주사와 SC은행을 합병한다는 방침이다.비은행 지주사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명단에 올랐다. 전체 순위는 1843위다. 2011년 3월 메리츠화재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당기순 이익은 전년 대비 179억 늘어난 155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엔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사임 후 9개월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대신 지난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성과급 등 보수를 전액 포기했다. 그는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4남으로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설립 이후 회장을 맡았다.

2014.06.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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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면 뭐든 인수한다”

산업 일반

요즘 인수 ·합병(M&A)이 있는 곳에 공제회가 있다. 인수 대상도 제조업부터 금융 ·건설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이다. 군인 ·교직원 ·경찰 등 100만 명에 이르는 회원에게 끌어모은 자금이 이들의 무기고. 돈 되는 사업에 직접 몸을 던지는 이유는 간접투자만으로는 약속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요즘 대기업 오너들이나 경제 5단체장과 함께하는 자리가 부쩍 늘었다.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CEO’로서 재계의 돌아가는 사정을 듣기 위해서다. 부동산뿐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과 기업 구조조정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도 줄을 서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수조원대의 자금력이 있어 대형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파트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JP모건-칼라일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M&A시장에서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계열사 11곳 가운데 7개사를 M&A로 끌어들였다. 금호타이어 ·대한토지신탁 ·대신기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군인공제회 자산 규모는 약 4조원. 지난 1984년 2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설립돼 현역 군인들이 1계좌에 5,000원씩 내는 ‘회원급여저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20여 년간 흑자행진을 벌여온 덕에 즉시 조달 가능한 현금만도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인공제회가 M&A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는 꽤 오래 됐다. 지난 87년 덕평CC 운영업체인 덕평관광개발을 인수한 것이 시초다. 덕평CC를 운영한 경험 덕에 국방부로부터 태릉 ·남성대 ·남수원CC의 경영을 위탁받았다. 외환위기 때는 냉장 및 물류창고업체인 고려물류사업소를 인수했다. 학사장교 출신인 채기문 사장이 이 회사를 맡고 있다. 경리담당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금융전문가가 거의 없었던 군인공제회에서 사업관리본부장을 맡아 초기의 기업 인수 작업을 이끌었다. 지난 2001년 군인공제회를 대주주로 맞은 한국캐피탈(옛 중부리스)의 유인완 사장은 군인공제회의 M&A시장 진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민간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시기는 저금리 기조가 시작되던 2001년부터다. 회원들에게 연 8%대의 복리이자를 주기로 약정을 맺어 은행이자만으로는 역마진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던 군납사업의 경쟁이 격화돼 다른 수익원을 찾아나서야 했다.” 군인공제회는 워크아웃 중이던 중부리스의 지분 83%를 2,500억원에 인수한 뒤 상호를 한국캐피탈로 바꿨다. 그리고 한일투신 사장을 지낸 유 사장을 불러 경영을 맡겼다. 순수 금융인인 유 사장은 군인공제회 계열사 사장 가운데 세 사람뿐인 ‘민간인’ 출신이다. 유 사장은 한국캐피탈을 맡은 뒤 군인공제회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우선 경남리스를 흡수합병해 몸집을 불린 뒤 M&A와 벤처투자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01년에 180억원을 들여 인수한 대한토지신탁은 장병선 사장이 지휘한다.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30여 년간 부동산 사업에서 한 우물을 팠다. 부동산 투자의 주요 결정은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들이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전문가 집단에게서 자문을 받기도 한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LMS컨설팅 이문숙 대표는 “군인공제회와 대한토지신탁의 투자대상 선정과 마케팅은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가기관에서 유력 인사들을 영입해 정보와 인맥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의 자금운용은 금융과 건설로 나뉜다. 기업 인수 등은 금융투자본부에서, 아파트 건설 등은 건설사업본부가 각각 나눠맡는다. 두 사업부문의 수장들은 전직 군인들이다. 다소 폐쇄적인 조직인 탓인지 외부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대신 군에서 유사한 업무를 맡았던 인물들이 이끌고 있다. 최정락 전 육군 대령이 본부장을 맡은 금융투자본부에는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5명이 투자상담사 또는 자산관리사 자격증을 갖춘 준전문가들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 98년 경리담당 대령으로 예편한 뒤 99년 7월부터 금융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건설사업본부장은 공병 출신인 황진업 전 육군 대령이 이끈다. 이들은 기획과 경리, 법무 등 엘리트 장교로 복무했던 전직 군인들의 보좌를 받는다. 해외 유학 등으로 쌓은 전문지식과 한국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린 ‘군인 네트워크’가 이들의 최대무기다. 유 사장은 액수가 크거나 중요한 투자건의 경우 김성중 이사와 협의를 거친다. 비상근인 김 이사는 미 플로리다 공과대학원 출신의 유학파로 군인공제회에서 최정락 본부장을 보좌하고 있다. 유 사장은 취임 1년 만에 중부리스를 234억원의 흑자회사로 바꿔놨다. 그는 “현재 금융기관은 고유 업무라는 말이 무의미할 정도로 영역구분이 없어졌다”며 “투자 영역을 더 넓혀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물론 투자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은 군인공제회 이사회가 갖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 등 규모가 큰 사업은 국방부 장관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거친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일단 인수한 회사의 경영권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한두 명을 경영진에 참여시켜 감사 업무만 하는 정도다. 군인공제회가 드러난 큰손이라면 회원 수 65만 명, 자산 규모 10조원의 한국교직원공제회는 ‘보이지 않는 큰손’이다. 아직 언론의 조명을 덜 받았을 뿐 교직원공제회는 주식시장에서만 1조원을 운용해 지난해 29.2%의 수익률을 올렸다. 채권시장에서도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굴리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사업 투자도 활성화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자회사와 출자회사를 합해 모두 8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기존 사업체들은 서울교육문화회관과 제주라마다프라자 호텔 등 대부분이 회원들을 위한 레저 ·숙박업에 치중돼 있었다. 교직원공제회는 자산을 여러 개의 투자자문사에 분배해 운용을 맡긴다. 이 업무는 배재환 교직원공제회 자산운용 팀장이 총괄한다. 그는 10년 넘게 교직원공제회에서 이 업무를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배 팀장의 주요 임무는 실력있는 자산운용사들을 선택해 공제회기금을 나눠주는 일이다. 그는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사장을 최고의 파트너로 꼽았다. 코스모는 교직원공제회뿐 아니라 군인공제회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의 대형 자금 운용을 맡고 있는 업체다.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인력은 최 사장까지 포함해 모두 5명. ‘한국의 피델리티’를 표방하는 그는 “소수정예인 인력이 운용할 수 있는 규모가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더이상 자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업 인수는 저금리시대의 수익원 발굴 차원” 코스모 등을 통해 간접투자에 치중하던 교직원공제회가 최근에는 금융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교원나라상호저축은행 ·교원나라벤처투자 ·교원나라자동차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회원들에게 고금리 혜택도 주고 직접 자산운용에도 나서기 위해서다. 94년 ㈜전방으로부터 인수한 뒤 2001년 이름을 바꾼 교원나라저축은행은 교직원공제회를 통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한 뒤 그 차이만큼을 예금이자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회원을 끌어들이고 있다. 덕분에 매년 예수금이 1,000억원 가까이 증가하고 50억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어려운 업계 상황에도 선전하고 있다. 온라인자동차보험사인 교원나라자동차보험은 지난해 12월 공식출범, ‘에듀카’라는 브랜드 아래 기존 오프라인 보험사보다 25% 정도 싼 보험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교원나라자보는 현재 차량을 소유한 45만 명의 교원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금융 외에도 교직원공제회의 손길은 건설 ·종합레저 ·제조업 등 미치지 않은 영역이 없다. 인천 철마산터널 공사와 신공항 하이웨이 ·서울시 신교통시스템 시행업체로 선정된 LGCNS 지분 인수 등에도 교직원공제회의 이름이 빠짐없이 올라갔다. M&A시장에도 진출해 법정관리 중인 뉴코아 인수를 위한 ‘2001아울렛 컨소시엄’에 참가했다. 교직원공제회는 “2010년에 26조원의 자산과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한 초일류 그룹으로 성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양대 산맥인 두 공제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경찰공제회와 지방행정공제회도 사업영역을 꾸준히 넓히며 손을 키워가는 중이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최근 도용환 스틱아이티투자 사장과 손잡고 벤처투자펀드 조성에 나섰다.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디지털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경찰공제회는 자회사를 두지 않고 있지만 120%가 넘는 지급준비율로 공제회 가운데 재무구조가 가장 안정적이다. 경찰공제회의 주된 수익사업은 운전면허 신체검사와 골프장 사업 등으로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부동산 경기 이끄는 공제회 대형 공제회들이 예정 중인 부동산 사업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어떤 부동산 상품이 뜨게 될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공제회들은 자금력과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전국을 달궜던 부동산 열기를 한 발 앞서 주도해왔다. 군인공제회는 주상복합아파트 열기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4조원의 자산 중 45% 가량인 1조8,000억원을 부동산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주상복합 붐의 효시 격인 ‘경희궁의 아침’을 비롯해 ‘마포 한화 오벨리스크’, ‘여의도 리첸시아’, ‘대우 그랜드 월드’ 등 귀에 익은 이름만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렵다. 주상복합 열기가 꺾이고,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 될 것을 예측이라도 한듯 군인공제회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일대의 아파트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공을 민간 건설사에 맡겨 이름이 드러나지 않을 뿐 용인 ·김포 ·화성 등의 신도시 개발은 군인공제회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용인에서만 마북리 현대 홈타운 ·신봉리 동부 센트레빌 ·성복리 경남 ·동백리 동원 등이 군인공제회가 시행사로 나선 아파트들이다. 이 밖에도 고양 풍동 성원 ·김포 사우동 대림 ·화성 동탄(시공사 미정) 등 군인공제회는 신도시 예정 지역에서만 3,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짓고 있다.

2004.02.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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