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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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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노동도 기계로 대체되는 시대?...AI에이전트와의 불편한 동행 [한세희 테크&라이프]

산업 일반

얼마 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AI) 행사에 키노트 연설자로 무대에 섰고, 모처럼 온 김에(?) 국내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보통 이런 국내 행사에 오는 글로벌 기업 셀럽 CEO의 키노트는 거룩하되 새롭지 않은 말씀으로 가득 찬 경우가 많다. 기자 입장에선 내용 자체는 큰 가치가 없지만, 말하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니 어쨌든 써야 하는 그런 기사를 쓰는 자리다. 이번 행사가 재밌었던 점은 나델라 CEO의 키노트에서 실제로 새로운 소식이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독 기반 오피스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365’에 추론 AI 기반의 에이전트 2종이 새로 추가된다는 뉴스를 나델라 CEO가 직접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오픈AI의 추론 모델 GPT-o3와 심층 검색 기능을 통합한 ‘리서처’ 에이전트는 이름 그대로 신사업 전략이나 고객 분석 보고서 같은 업무용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 준다.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엑셀 파일이나 고객관리시스템(CRM) 등에 흩어져 있는 방대하고 잡다한 데이터 사이에서 패턴을 찾고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매출 트렌드나 수요 예측 등이 가능하다. 해외 매체들도 나델라 CEO의 한국 키노트 시간에 맞춰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나를 대신하는 비서, AI 에이전트AI 에이전트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AI 시스템을 말한다. 주어진 프롬프트에 따라 결과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작업을 파악하고 자동으로 실행한다. 여행 계획을 짜 달라고 요청하면 여행 기간과 예산, 원하는 분위기나 활동 등에 맞춰 동선을 짜고 비행기와 호텔도 예약해 주는 식이다. 말 그대로 대리인, 또는 비서인 셈이다. 에이전트는 현재 AI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코파일럿’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하던 여러가지 일을 돕거나 대신할 AI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있다. 리서처와 애널리스트 발표 전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이버 보안 업무를 자동화하는 보안 분야 에이전트 6종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한 회사에서만 하루에 84조 건의 보안 위협 신호를 처리할 정도로 전반적인 해킹 공격의 규모는 크다. 정보보호 담당자는 24시간 내내 쏟아지는 트래픽을 모니터링하고, 위협 요소를 골라내고, 적절한 대응을 판단해야 하며, 악성 코드는 분석해 공유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제한된 정보보호 인력으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보안 솔루션이 감지한 악성 코드를 AI가 분석해 구조를 파악하고, 주요 특징을 보고서로 정리한 후 이메일을 작성해 관계자와 공유하는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자동화할 수 있다. 부적절한 시스템 침입 시도 중 진짜 심각한 위협을 골라내는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보안 인력의 일손을 덜 수도 있다. 이 기능을 설명하던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의 말 중 한 마디가 내 마음을 건드렸다. AI가 “중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정도의 악성 코드 분석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었다. 새로 발견되는 말웨어를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보보호 담당자, 특히 어느 정도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력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일이 상당 부분 AI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보보호 분야만의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리서처나 애널리스트 에이전트가 회사가 홍보하는 대로 작동만 한다면 조직에서 전략기획이나 신사업, 마케팅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원하는 내용을 제시하면 방대한 사내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라면 끓일 정도의 시간에 심도 있는 보고서를 만드는 AI를 당할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식 노동, 기계에 대체되다…조직도, 사람도 바뀐다이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선 AI 때문에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길한 웅성거림이 퍼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코드 공유 사이트 깃허브에 코딩을 돕는 코파일럿 기능을 추가하고, 생성형 AI가 내장돼 코딩 작업 능률을 높여주는 ‘커서’ 같은 코드 편집기가 개발자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일련의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통념과 달리 어쩌면 지식은 가장 대체되기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기계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대신하거나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주로 쓰이던 시기를 지나 이제 지적으로 힘든 일을 대신하는 세상이 왔다. 조만간 우리로 하여금 지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다. 기업의 인재 채용 및 활용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기업은 지식을 갖고 지식을 만들어내는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것이 가장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조사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전략을 그려 기획을 짜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행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런데 AI가 그런 인력의 수요를 떨어뜨리고 있다. 법률 AI가 신입 변호사를 밀어내는 판국이다. 지식 기반 업무는 필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사람의 숫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기업은 소수 핵심 인력이 AI를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지도 모른다. 개인 입장에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창의력, 감성적 소통, 유머, 엉뚱한 도전, 얽매이지 않는 관점, 왕성한 학습 능력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이런 특질을 업무 지식과 결합하면 AI의 활동을 감독하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해결책일 수 있다. 아직 시장에 들어서지 못한 미래 세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급 전문가 이상의 역량을 가진 AI를 따라잡을 실력을 쌓을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것인가? 모든 일을 AI가 대리해 주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일을 해볼 의지와 그런 의지를 실행할 기회를 줄 환경을 만드는 일일 터다.

2025.04.06 07:00

4분 소요
삼성생명, 고객패널 1000명으로 확대...'소통 강화'

보험

삼성생명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고객패널 킥오프를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삼성생명은 고객패널을 1000명으로 확대하고, 활동 주제별로 시니어, MZ 등 특화 유닛(Unit) 패널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추진한다. 올해 선발된 고객패널은 △소비자보호 수준 조사, △컨설턴트 상담, △플라자 방문, △신규 서비스 사전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삼성생명의 경영혁신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특히 삼성생명은 고객 권익 향상을 위해 고객경험(CX) 혁신에 중점을 두고 보험 거래 전반에 숨어있는 불편사항과 소비자보호 수준 등을 고객패널에게 점검 받을 예정이다. 또한 사내외 스타트업과 협업해 고객패널이 건강 및 생활습관 관리 솔루션 등을 사전 체험하게 하고, 의견을 수렴해 헬스케어 서비스에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2004년 금융권 최초로 고객패널 제도를 도입한 삼성생명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온라인 패널, 모바일 패널, MZ 패널 등 변화를 시도해 왔다. 고객패널은 가입, 유지, 지급 등 보험 거래 단계별 체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왔고 패널의 다양한 의견은 실제 경영에 반영돼 회사의 고객중심경영을 확산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 왔다.2022년에는 회사내 15개 부서와 30여회에 달하는 좌담회와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고객서비스의 브랜드화, 보험 종합안내장의 디지털 기능 개선, 보험금찾기 문구 변경, 신규 영상(short) 콘텐츠 탑재 등 고객패널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들이 삼성생명의 실제 업무에 적용됐다.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관련 부서와 협업해 이를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에 반영해 고객중심의 업무 문화를 지속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3.03.15 09:01

2분 소요
교보생명, '설립 3~7년차' 스타트업 성장 지원 나선다

보험

교보생명이 설립 3~7년차 창업 도약기 스타트업들의 성장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창업 초기 기업들과의 동행을 통한 사회적인 책임 수행과 함께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보험사업 경쟁력 강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에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교보생명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년 창업도약패키지-대기업 협업 프로그램에 보험업권 최초로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창업도약패키지는 창업 3~7년 후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지나는 기업들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 정부지원사업이다. 이 시기에 속한 기업들은 창업 초기 확보한 투자금을 소진하면서 유니콘 기업 성장 꿈을 접는 경우가 다반사다.이번 프로그램은 창업기업에 정부 사업화 지원금 제공, 대기업 보유 사업 인프라 및 운영 노하우, 투자 연계 등을 지원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해 동반 성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시작됐다. 교보생명의 창업도약패키지 프로그램 타이틀 역시 제도 도입 취지에 걸맞게 '든든'으로 정해졌다. 선정 기업과 든든한 파트너십과 지원을 약속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교보생명은 보험 및 금융솔루션(종합자산관리,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기타(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4개 분야에서 협업 가능성이 높은 15개사 내외를 선발할 계획이다.선정된 창업 기업은 평균 1억2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의 사업화 자금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 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은 선발 기업을 대상으로 실무 전문가 멘토링과 광화문 사옥 내 입주공간, 협업모델 발굴 및 공동사업화, 전략투자, 사내외 홍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현재 교보생명은 2019년 출범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이노스테이지'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등에서 각종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간 인슈어테크, 헬스케어, 교육 등의 영역에서 총 44개의 스타트업을 선발·육성해 사업개발비, 사무공간, 법률 및 마케팅, 투자유치 등을 지원해 이들의 성장을 도왔다.주목할 만한 성과도 잇따랐다. 교보생명은 인공지능 기반 광학문자인식(AI OCR) 스타트업 로민과 함께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를 개선해 사고보험금 청구에서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종전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아이돌봄 선생님 매칭 서비스 째깍악어와는 교보에듀케어서비스를 협업했다. 이어가다(오디오 숏폼 플랫폼), 스토리시티(인공지능 여행일정), 인포그린(생활 유아용품 큐레이션) 등과는 디지털 채널에서 콘텐츠 협력을 진행 중이다.이번 교보생명 창업도약패키지 프로그램 '든든'에 신청을 희망하는 창업기업은 오는 20일 오후 4시까지 케이스타트업(K-Start up)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교보생명 관계자는 "올해 교보생명의 오픈이노베이션은 협업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교보문고 등 교보생명그룹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3.03.06 14:12

2분 소요
유영상 SKT 대표 “산업·사회 전 영역서 AI 대전환 추진”

IT 일반

SKT가 산업과 사회 전 영역의 AI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AI 컴퍼니’ 비전을 밝혔다.SK텔레콤은 지난 26일(현지시각) MWC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사가 보유한 AI 서비스와 기술을 활용해 고객·기술, 시공간, 산업(AIX), Core BM, ESG 등 5대 영역을 중심으로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AI to Everywhere(AI를 모든 곳에)’를 공개했다.간담회를 주관한 유영상 사장은 자리에 함께한 주요 파트너사들과 함께 ‘K-AI 얼라이언스’ 구축을 선언하고, 5대 영역의 AI 혁신을 함께 하며 대한민국 AI 생태계를 키워 AI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객·기술, 시공간, 산업(AIX) 등 5대 영역 중심으로 SKT AI 서비스 전 영역에 구현유 사장은 먼저 ‘2022년 5월 세계 최초로 한국어 거대 언어모델을 B2C 분야에 상용화한 AI 서비스 ‘에이닷’이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을 확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에이닷(A.)의 서비스 고도화 및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밝혔다.특히 에이닷은 기술 자체의 진화를 넘어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개인화 된 AI 서비스로 다가갈 것이며, 특히 대화/서비스/캐릭터 등을 고도화 하며 한국의 대표 AI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충분한 지식 데이터 확보 및 학습/평가 과정을 거쳐 높은 수준의 ‘지식 대화’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며, 먼저 대화를 걸거나 경험담을 풀어 놓는 등 친구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감성 대화’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앱 이동이나 검색 없이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목적 대화’의 서비스 연동 범위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서비스 도메인은 미디어, 게임, 루틴 등 30여종에서 향후 1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캐릭터도 외부 인기 캐릭터와의 제휴를 추진 중이라 밝혔다. 특히 대화 고도화, 멀티 캐릭터, 맞춤 콘텐츠 등의 새로운 기능은 올해 1분기 업데이트 될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내용을 공개했다.유 사장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얼라이언스와 AI 테크 기업들과의 연합을 통해 로컬 특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기술을 고도화 함으로써 에이닷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고객의 시공간 넓히는 모빌리티 오퍼레이터로 확장할 것’유 사장은 SKT의 사업은 지상에서 공중으로, 현실에서 가상공간으로 연결될 것이며, 자율주행, 로봇 등 고객의 시공간을 더욱 의미있게 확대함으로써 모바일 오퍼레이터에서 모빌리티 오퍼레이터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모빌리티 오퍼레이터로서의 첫 발판인 UAM 사업은 적용 사례 구체화 및 국내 테스트 비행을 통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기체와 상공망, 운항/관제, 입지 분석 등 핵심 기술에 있어서도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준을 갖췄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런 기술 리더십을 통해 올해에는 제주, 대구 등 국내 주요 지자체와 함께 공항-도심 이동,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적용 사례를 더욱 구체화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장기 프로젝트로 추진중인 ‘자율주행’은 AI 솔루션 영역으로 진출한단 계획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내년 출시 예정인 ‘사피온’의 자율주행 전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최근 지분투자를 결정한 ‘팬텀AI’의 소프트웨어와 기술 경쟁력을, 플랫폼 측면에서는 SKT ‘누구 오토’의 인포테인먼트/차량제어 등 상용화 경험을 더해 글로벌 탑 수준의 자율주행 솔루션 패키지를 갖추겠다고 밝혔다.‘로봇’ 분야에서도 물류 로봇, 바리스타 로봇 등 각종 상용화 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퀄컴’, ‘인티그리트’와 개방형 로보틱스 데이터 플랫폼 개발 협력을 통해 로봇, 모빌리티 분야의 AI 생태계를 활성화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객의 현실 공간을 가상 세계로 확장하며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디지털 모빌리티 서비스로는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를 내세웠다.이미 2500개가 넘는 제휴처를 확보한 이프랜드는 한달에 400만 명 이상이 접속하며 가상 모임에 최적화된 국내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3D 공간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의 진화를 통해 고객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와 Web3 시스템 도입 등 경제시스템을 확대하며, 국내외 파트너십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Top-tier ‘소셜 메타버스’ 서비스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특히 올해 4월에는 나만의 공간에서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번 MWC23에서 유럽의 ‘도이치텔레콤’, 북미의 ‘T모바일’, 아시아의 ‘악시아타’, ‘셀컴디지’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MOU를 체결함으로써, 이프랜드의 유럽/북미/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다양한 산업의 AIX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빠르게 동반 성장 중’유 사장은 SKT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적용돼 시대의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유망한 파트너들과 함께 인프라&하드웨어, 기반 기술, 응용/서비스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보안, 헬스케어, 광고, 스마트팩토리, 업무용 솔루션 등 사업영역을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K-AI 얼라이언스는 이미 함께 성장하며 다양한 산업의 AIX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 SKT 투자 이후 파트너사들의 기업가치와 SKT의 지분가치가 모두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동반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먼저 인프라&하드웨어 영역에서는 AI의 핵심 하드웨어인 AI 반도체 시장에 ‘사피온’과 함께 진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사피온’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X330은 기 출시된 X220 대비 4배의 성능을 가져 한층 더 압도적인 성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현재 NHN 클라우드, SKT NPU farm, SK 하이닉스 스마트팩토리 등 대내외 레퍼런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팬텀AI’와의 자율주행 협업, ‘코난테크놀로지’와의 딥러닝 모델 협업 등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특히 투자 유치를 통해 ‘사피온’의 기업 가치는 ‘2022년 법인 설립 당시 800억에서 ‘2023년에는 5000억으로 1년도 채 되지 않아 6배 이상 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프라 영역인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아시아 No. 1 MSP인 ‘베스핀글로벌’이 보유한 ‘OpsNow’와 협력해 AI 기반 CMP를 공동 개발, 세일즈하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 기반 기술&응용/서비스 영역에서는 SKT가 보유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에 광고 솔루션 테크 기업인 ‘몰로코’의 AI/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통합 광고 플랫폼 ‘ASUM’을 런칭하고 수익화 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에 힘쓰고 있다.또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코난테크놀로지’와 함께 기술 협력, 시장 확대 등 AI 시너지 창출 관점에서의 협업을 통해 로봇/미디어/데이터분석/커머스/공항/제조 등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AI 비디오, 머신 러닝, 디지털 트윈 등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SKT는 글로벌 탑티어 업무용 솔루션 기업 ‘스윗’과도 MeetUS, toktok 등 SKT 사내외 서비스 융합, SKT-SKB 영업 역량을 결합한 공동 마케팅, AI 테크 고도화 등 3가지 측면에서 긴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마지막으로 SKT는 세계 최고 수준의 Vision AI 기술력을 글로벌 Top CSP와 협력해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며, AI가 판독하는 빠르고 정확한 수의진단 솔루션으로 이미 120개 이상의 동물병원에서 도입한 ‘X Caliber’를 비롯해 AI 카메라를 활용한 출동 관제/산업 안전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초개인화 서비스 등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 추진’유 사장은 AI 기술로 이동통신, 미디어, 구독 등SKT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존 이동통신 사업에서는 업의 영역 구분없이 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맞춰, 고객 경험의 디지털 혁신은 물론 초개인화 서비스 등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미디어 사업은 고객 경험과 미디어 밸류체인 전반에서 AIX를 시도하는 AI TV, AI 커머스, AI 콘텐츠 등을 준비 중이라 밝혔다. 구독 사업, T우주는 지난 해 가입자/제휴사/GMV 등 모든 지표가 2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T딜, Btv 시너지와 금융/보험/렌탈 등 다양한 신규 상품 도입, 글로벌 탑 브랜드와의 파격 제휴를 통해 규모와 수익성을 제고할 예정이다.특히 올해 통신사업 관련 데이터는 물론 제휴사의 데이터를 결합한 ‘AI 기반 오픈형 구독 커머스 플랫폼’을 런칭, 통신사업자의 미래향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생애주기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추천하고, 파트너사들로 하여금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제대로 관리/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AI를 접목해 사회적 난제 해결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유 사장은 SKT는 AI를 접목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AI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SKT가 보유한 Language AI, Vision AI 기술은 지금도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확산하고 있다. ‘AI 돌봄/케어콜’은 5만 가구에서 400명을 응급 구조했고, 범죄문자 차단은 작년 한해만 400만건 이상의 스미싱을 차단했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기반 시각보조 음성 안내 서비스 ‘설리번플러스’를 출시한 ‘투아트’ 등 AI ESG 스타트업들과도 다양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K-AI 얼라이언스 구축… 세계적 수준의 AI 테크 통해 산업의 대전환 선도이날 유 사장은 5대 영역에서 AI 혁신을 SKT 혼자가 아니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AI 테크 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글로벌 무대에서 빅테크들과 경쟁하겠다며 K-AI 얼라이언스의 구축을 알렸다.이를 위해 기자간담회 현장에는 ‘Phantom AI(팬텀AI)’, ‘SAPEON(사피온)’, ‘BESPIN GLOBAL(베스핀글로벌)’, ‘MOLOCO(몰로코)’, ‘코난테크놀로지’, ‘Swit(스윗)’, ‘TUAT(투아트)’ 등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사 대표들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각 사의 AI 테크 소개와 함께 SKT와 함께 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유 사장은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사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모든 세대/기업/산업이 AI를 누릴 수 있도록 AI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유 사장은 간담회를 마치며 AI 서비스는 고객에 더 가깝게 다가감과 동시에 글로벌로 확장할 것이며, 이동통신과 미디어 등 기존 사업에서는 AI를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 고객도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SKT의 AI 혁신을 요약했다.유 사장은 “오늘 설명한 5대 영역의 AI 혁신은 AI to Everywhere(AI를 모든 곳에), 즉 SKT가 갖고 있는 AI역량의 실체를 고객의 일상에 구현하는 것”이라며 “SKT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를 통해 모든 고객이 AI를 누릴 수 있는 AI for Everyone(모두를 위한 AI)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2023.02.27 11:56

8분 소요
[CES 2023] 조주완 LG전자 사장 “혁신의 답 고객에게 있다”

산업 일반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신념으로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사장은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베이 호텔에서 ‘Life’s Good’을 주제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LG WORLD PREMIERE)’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프레스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기자, 업계 관계자, 관람객 등 10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그는 “지난 3년,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지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다”며 “항상 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어 “모든 혁신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라며 “우리는 그 혁신을 통해 세상을 미소 짓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경험 확장 이룬 혁신 성과 소개조 사장은 LG전자가 고객 경험 확장을 위해 이룬 혁신 성과들을 소개했다. ▶출시 10주년을 맞은 올레드 TV ▶10년여에 걸친 도전 끝에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본궤도에 오른 차량용 부품 솔루션 사업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진화하는 UP가전 ‘무드업 냉장고’ 등을 사례로 들었다.조 사장은 “우리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올레드 TV를 처음 시작했고, TV 시청 경험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며 “그 결과 올해 LG 올레드 TV 10주년을 맞이했고, 이제는 또다른 10년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지난 약 10년간의 적자에도 흔들림 없이 도전한 차량용 부품 솔루션 사업 또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본궤도에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차량용 부품 솔루션 사업은 가전을 중심으로 집 안에 그쳤던 고객 경험의 영역을 차량으로까지 확장했다.그는 “세계를 선도해 온 생활가전 분야에서도 혁신의 또 다른 장을 열고 있다”면서 무드업 냉장고의 사례를 들었다. 이미 사랑받는 제품이라도 깊이 들여다 보며 새로운 혁신을 하고,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조 사장은 앞으로도 이처럼 ‘더 나은 삶(Better Life)’을 실현하기 위해 최고의(First), 차별화된(Unique), 세상에 없던(New) F·U·N 고객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계획조 사장은 LG전자 임직원들은 더 넓은 영역에서 실험적인 아이디어로 고객 가치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사내 독립 기업인 CIC(Company In Company), 사내외의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품·서비스·마케팅활동을 아우르는 프로젝트 ‘LG Labs’ 등이 그 사례다. 조 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는 물론 외부와의 협력을 지속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고도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그는 “인공지능(AI), 6G 등 핵심 기술을 위한 투자도 늘리는 동시에 전기차 충전, 디지털 헬스, 웹오에스(webOS)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 등 많은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그 어떤 회사도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전략적 파트너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이하 LG NOVA)의 사례를 들었다.LG전자는 전사 관점의 미래 준비를 위해 2020년 말 美 실리콘밸리에 CSO(Chief Strategy Office)부문 산하로 LG NOVA를 신설했다.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 전기차 충전, 디지털 헬스, 차량용 부품 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조 사장은 콘텐츠 측면에서 즐길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리더들과 긴밀히 협력해 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 분야에서 최고의 파트너 중 한명이라며 파라마운트스트리밍 최고경영자(CEO) 톰 라이언(Tom Ryan)을 소개했다.무대에 선 톰 라이언 CEO는 “LG전자는 존경받는 글로벌 스마트 TV 선두주자”라며 “양사는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 강조조 사장은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도 강조했다. 그는 “LG전자는 우리의 기술을 통해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LG는 2011년부터 장애 청소년들이 정보 활용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IT 챌린지를 개최, 지금까지 세계 각국 4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가했다.또 LG전자는 ‘장애인 접근성 자문단’의 조언을 바탕으로 장애인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장애인과 접근성 전문가로 구성된 ‘장애인 접근성 자문단’을 운영하며, 이들의 자문을 받고 있다.조 사장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라이프스굿 어워드(Life’s Good Award)‘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가 안고 있는 사회·환경적 문제 해결을 위한 ‘라이프스굿 어워드’에 아이디어를 제안한 61개국 334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라며 본선에 진출한 최종 4개 팀을 발표했다. 본선에 진출한 팀들은 접근성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안했다. 끝으로 조 사장은 “혁신은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더 나은 삶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미소 짓게 하는 것”이라며 “LG전자는 답은 언제나 고객에게 있다는 믿음으로 혁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01.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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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발맞춰 미래 성장동력 찾는다”…‘스타트업’ 키우는 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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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가 사내외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한 신사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오뚜기는 환경 보호, 동물 복지 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사내 스타트업과 손잡고 대체 수산물 시장에 진출했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오뚜기는 지난 6월 사내 스타트업 ‘언피스크(UNFISK)109’를 통해 ‘언튜나(UNTUNA) 식물성 바질 참치맛’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 활동을 시작한 사내 스타트업 ‘언피스크109’는 출범 초기부터 오뚜기 중앙연구소, 오뚜기SF 연구소 등과 협업하며 대체 수산물 개발에 주력해왔다는 설명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최초 공개한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맛’은 대두단백을 가공하고 기름을 카놀라유로 바꾸는 등 100% 식물성 성분을 사용해 참치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제품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수요에 발맞춰 사내외 스타트업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참신한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과 적극 협업해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도 스타트업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CJ프레시웨이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하는 B.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 ‘2022 프라이빗 밋업’에 참가할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모집 대상은 CJ프레시웨이와 협업 가능한 기술 및 서비스를 보유한 전국 소재 7년 미만 스타트업으로, ▲푸드테크 ▲외식사업 솔루션 ▲라스트마일 ▲기타 IT·데이터 기술 기반 협업 등을 연계할 사업 모델을 주제로 한다는 설명이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분 투자 및 인수도 이루어지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 토탈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Secta9ine)’을 출범했다. 지난 6월에는 메타버스 XR(확장현실) 솔루션 스타트업인 ‘하이퍼클라우드’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8월 롯데칠성음료는 건강기능식품 전문스타트업 ‘빅썸’ 지분을 인수하며 건기식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가 취득한 지분은 ‘킥더허들’이 보유한 빅썸 지분 50.99%와 ‘지스트롱 혁신창업펀드’가 보유한 지분 1.95%를 합쳐 약 53%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0.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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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플랫폼 경쟁 속도전 밀리면 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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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 내재화 목적으로 적극 육성… 규제 탓에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역할에 한계 2000년대 인터넷, 2010년대 스마트폰, 2020년대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10년을 주기로 기존 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드는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융복합 시대를 맞아 산업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기존 사업의 존립을 장담하기 어려운 변혁의 시대다. 이런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낙오하면 모토로라·노키아·코닥 등처럼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신기술과 플랫폼 경쟁은 속도가 중요한 변수다. 인력·자금·조직을 탄탄히 갖춘 굴지의 대기업도 시대 변화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면 혁신의 기수가 절실하다.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들이 사내벤처와 사외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육성하는 이유다. “사회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SK의 역량이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모색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공감은 여러 가치를 가진 직원들을 융화시키고, 소비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요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일견 다른 말 같지만, 최 회장과 나델라 대표의 발언 요지는 일맥상통한다. 기업은 사회의 문제와 요구를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하며, 이 문제 해결에 기여해서 사회와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공유경제 등의 경제 혁신 모델을 제시하자는 뜻이다. 기업 경영은 정치·경제·사회·문화·철학·기술 등의 총아다. 기업마다 크기·성격은 제각각이지만, 여러 분야의 정수를 누가 더 잘 조리하느냐에 사업 성패가 좌우되게 마련이다. 큰 틀에서는 국가 운영과도 닮은 측면이 있다. 유권자들의 성향·생각 변화에 따라 정권이 바뀌듯 기업도 소비자 의식과 생활행태, 기술 변화로 생사가 갈릴 수 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시류에 맞는 제품·서비스를 내놔야 하며, 경영방식도 끊임없이 바꾸어야 한다.디지털로의 전환,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 등 신기술의 등장 속에 불평등·저출산·저성장·현세주의·욜로(You Only Live Once,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소확행(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키워드가 만나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그나마 변신하기 쉬운 중소·중견 기업에 비해 조직이 크고 경직되기 쉬운 대기업의 위기감을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플랫포마이제이션(온라인 기반 플랫폼 의존도가 커지는 현상)’ 속에서 다양한 첨단 기술이 급격히 등장하고 있어 앞날을 종잡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조직에서 완전 분리한 사내벤처를 육성하는 한편 혁신을 이끌 수 있는 회사 밖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그들의 성장을 도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 삼성전자 C랩, 7년 간 500개 프로젝트 지원 삼성전자는 온·오프라인 연계(O2O)보다는 기술 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벤처 육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C랩)’이다. 창의적 조직문화와 임직원의 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벤처기업의 산실로 유명하다.신속한 실행력과 실패의 장려, 하이브리드 혁신을 지향하는 조직이다. 사내외 스타트업에 대한 연구자금과 사무실 지원, 액셀러레이팅 등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사내 프로젝트 200개, 사외 스타트업 300개 등 총 500개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팁톡과 뇌예모·링크·웰트 등의 히트 프로젝트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합류한 AI 기반의 음성을 생성하는 네오사피엔스도 C랩의 주목받는 프로젝트다.삼성전자는 C랩 프로젝트 중 절반가량을 내부 사업부로 이관했고, 나머지 절반은 프로젝트를 완전 종료하거나 외부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분사했다. 최근 C랩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AI와 사물인터넷(IoT), 5G 콘텐트 등이다. 올해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도 룰루랩·티스플레이·미디오·프리즘잇·스네일사운드 등 8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 중 3곳이 ‘CES 2019’ 혁신상을 받았다.사내벤처로 네이버(당시 네이버컴)와 보안 업체 파수닷컴 등을 성공시킨 삼성SDS도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초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인터넷 서비스’ 사업계획을 회사에 제안했다가 여러 번 퇴짜를 맞았는데, 결국 사내벤처 제도를 이용해 성공을 거두었다. 삼성SDS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16년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씨드랩(XEED-LAB)’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삼성SDS와 더불어 양대 시스템통합(SI) 업체인 LG CNS도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보안기술 개발과 함께 지능형 챗봇 개발사 ‘단비’를 분사시키기도 했다. 이들뿐만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총 38개 창업팀을 육성했고, ‘아이탑스 오토모티브’ 등 7개사가 분사했다. SK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각각 ‘스타트앳’과 ‘하이개라지’라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실패 이후 재입사’를 보장한다고 밝히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이런 국내 대기업의 스타트업 육성은 주로 ‘컴퍼니빌더’들과 협업하는 기획 성격의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다. 컴퍼니빌더란 프로젝트 단위로 창업자 팀 구성, 아이디어 개발, 사업모델 구체화 등을 추진하는 일종의 벤처 구축 회사다. 이미 설립된 스타트업을 기수별로 선정해 펀딩과 창업 훈련을 시키는 액셀러레이터와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들은 컴퍼니빌더와 협업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미리 조율된 아이템 안에서 사내벤처를 키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카카오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기술 순환 주기가 짧기 때문에 기업들이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한다”며 “제조업은 거대한 조직이 유기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내놓으려면 기획된 독립 벤처 활동 육성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최근에는 유통기업들도 스타트업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를 활용해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화장품·향수·의류를 골라주는 기술을 비롯해, 오픈마켓, 소셜마켓, 새벽배송몰 등 유통 구조가 온라인화 되고 있어서다. 과거 생산·유통·물류망을 확보한 거대 사업자의 공급 방식에 따라 움직인 소비시장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유통 구조가 좌우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이마트 매출은 2017년 11억6828억원에서 올해 11조6667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와 달리 쿠팡의 매출은 같은 기간 2조7000억원에서 7조~8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롯데 벤처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우리 그룹을 망하게 할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와 달라”며 파괴적 아이디어를 주문한 것도 시장 변화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 GS홈쇼핑, 스타트업 투자 늘려 모바일 매출 급증 유통산업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GS홈쇼핑이다. GS홈쇼핑은 온라인 상에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인터넷 쇼핑의 편의성을 높였고, 다양한 브랜드를 특가 상품으로 내놓는 등 고객 수요를 끌어당겼다. 실제 GS홈쇼핑은 글로벌 키친웨어 회사 ‘월드키친’, 물걸레 로봇청소기 제조사 ‘에브리봇’, 이너뷰티 전문 기업 ‘뉴트리’ 등에 투자했다. 종합 인터넷 쇼핑몰 중에선 처음으로 구찌와 비비안웨스트우드 등을 입점시키는 등 모바일 쇼핑의 차별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GS홈쇼핑 모바일 부문 취급액이 역대 처음으로 TV 쇼핑을 넘어섰다. 여태껏 플랫폼 및 콘텐트 마케팅 스타트업에 2800억원을 직·간접 투자한 성과물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GS홈쇼핑 관계자는 “모바일 쇼핑을 TV와 연계해 강화해 나가겠다”며 “두 채널 간 시너지 효과를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직 홈쇼핑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시장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금동우 한화생명 드림플러스63 센터장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규 비즈니스 창출은 GS홈쇼핑이 최고 수준”이라며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을 내부화하거나 해외에 투자하는 등 대기업 중에서는 가장 잘한다”고 추켜세웠다. 최근에는 롯데도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새로운 유통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새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팀에 자금과 사무공간, 전문가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는 유통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롯데캐논 등도 스타트업과 협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신세계도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거나, 스케일업 스페이스 공간을 내주는 등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다만 대기업 가운데 의미 있는 스타트업 투자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른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활동이 해외와 달리 제한되고 있어서다. CVC란 기업이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기 위해 세우는 전문 투자회사를 뜻한다.해외에서는 구글벤처스·인텔캐피탈·알렉산드리아·델캐피탈·퀄컴벤처스 등 대기업 산하 CVC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CVC들은 2740건의 거래를 통해 총 529억 달러(약 56조원)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기술 선점과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CVC를 통하면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해 구글은 자율주행·콘텐트 분야 융합을 위해 머시니파이·아노말리·미스트시스템를 인수한 바 있다. 미국은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성장→기업공개 및 M&A(회수)→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가 탄탄하다. ━ 해외는 스타트업 쇼핑천국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대기업들처럼 ‘자기주도적 투자’에 목이 말라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에서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기 때문에 CVC 설립이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이미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현대차·한화 등도 지주사 전환을 꺼리고 있다.국내 대기업이 CVC를 만들려면 해외에 국내 모기업과 연결되지 않은 회사를 세우거나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스타트업 투자 펀드에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오토모티브혁신펀드(3억 달러)·카탈리스트펀드(1억 달러)·삼성넥스트펀드(1억5000만 달러)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이웅렬 코오롱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정주 넥슨 의장 등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힌 것도 제도 장벽 때문에 신규 사업 진출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CVC 활동이 본격화되면 대기업이 자칫 스타트업의 기술을 뺏거나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현재 대기업에 의한 벤처캐피털(VC) 및 액셀러레이터 운영은 금융권에 국한돼 있다. SBI인베스트먼트·KB인베스트먼트·하나벤처스·신한퓨처스랩·KDB넥스트라운드·IBK창공 등이 대표적인 VC 및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다. 재계 관계자는 “기술이나 플랫폼을 선점하려면 전방위로 투자를 해놔야 성과를 얻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투자에 한계가 있어 제한적인 활동에 머물고 있다”며 “펀드를 구성해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 금동우 한화생명 드림플러스63 센터장 - “오픈이노베이션 환경에서 대기업-스타트업 협업해야” 한화그룹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이 운영하는 드림플러스는 공유오피스지만, 스타트업 육성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현재 핀테크·콘텐트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한편,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과 손잡고 모빌리티를 비롯한 산업 전환에 흐름에 발맞춰 협업을 펼치고 있다. 3월 12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 강남센터에서 금동우 한화생명 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 센터장을 만났다. 금 센터장은 “대전환의 시대 기업들이 경쟁의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대기업 간, 대기업-스타트업 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연구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오픈이노베이션이 왜 중요한가.“대기업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스타트업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경험자로부터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현대차 ‘제로원’이 입주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이랜드 역시 드림플러스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의 연계 작업을 펼치고 있다.”기업들 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서로 지나친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같은 업종이어도 협업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데, 자칫 뺏길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다. 협업 모델이 구축되면 기업 내부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모적 경쟁을 버리고 기술과 성장 가능성 자체만을 보고 열린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대기업이 참여했다가 기존 틀에서 못 벗어나는 것 아닌가.“혁신은 의지만 갖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계가 필요하다. 기존 룰과 제도, 규제 안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해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또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하는데, 스타트업 지분을 30% 이상 가지면 자회사로 편입을 못하는 등의 규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뜻이다.”현재 한화가 진행하고 있는 협업 프로젝트가 있나.“한화손해보험과 현대자동차·SK텔레콤이 인터넷 전문보험사 ‘인핏손해보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본인가를 받으면 파트너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SK텔레콤과 함께 모빌리티의 제반 기술을 확보하는 투자 펀드를 조성, 운영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럭스로보’와도 손잡고 스마트홈 시장을 준비 중이다.”스타트업으로 혁신 동력을 확보하는 조류가 언제까지 갈까.“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전 세계가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고, 전통 산업의 유효기간은 지났다. 새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를 시도해야 한다. 대기업은 이를 지원해 자신이 가진 리소스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정부 자금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정권 교체기에 접어들면 기존 창업 지원 사업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19.03.16 10:35

9분 소요
리더 51인의 신년 에세이 | 인생과 경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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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다. 많은 이들이 성공한 리더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성장 과정과 고난 극복 스토리 속에서 가르침을 찾고 그들의 남다른 안목과 강철 같은 의지, 불도저 같은 실행력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포브스코리아는 2018년 새해를 맞아 인생과 경영의 등대가 되는 리더 51명의 에세이를 직접 받아 지면에 담았다. 다양한 경험,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이 담긴 에세이는 표면적으로는 기업 경영의 성공 비결을 다루고 있지만 내면엔 신념·결단·꿈 등이 담겼다. 숫자로 평가받는 기업 환경이지만 위대한 리더들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들의 인생이 곧 경영이고, 경영이 곧 인생이라 할 만하다. 에세이를 찬찬히 일어보면 경영 리더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목표는 적당한 지, 방향은 올바른지, 성공에 취해 초심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통해 일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에세이는 짧은 자서전이자, 경영 지침서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CEO들의 에세이는 표현은 다소 투박하고 서툴지만 경험에서 나온 신념과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풍성한 울림과 배움을 준다. 워런 버핏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과 사귀어야 하고 평생의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51인 리더의 에세이가 독자들에게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홍성열(마리오아울렛 회장) | 초심의 힘 패션유통업에 뛰어든 지도 어느덧 40년이 다 되어간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하나가 “어떻게 맨손으로 시작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울렛을 만들었나”다. 1980년대 초 니트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론칭하고, 외환위기 시절에 뚝심 하나로 마리오아울렛을 오픈하면서 수많은 굴곡과 고비를 겪었다. 그때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매일 되뇌는 초심 덕분이다. 바로 ‘정직하고 올곧게 걷자’는 윤리경영이다.한국 제품이 홀대 받던 시절 토종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는 일본 바이어들을 불러들였고, 한국 최초로 일본 게이오백화점에 입점했다. 이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생산하고 거래했기 때문이었다. 제품에 사소한 하자라도 생기면 밤낮이고 현해탄을 넘어가 문제를 해결했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유수 명품 브랜드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했다.‘유명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자’고 마리오아울렛 사업을 시작할 당시 주변에선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귀에 담지 않았다. 위층에서 만들고 아래층에서 판매하는 가격 혁신으로 개점 2~3개월 후부터는 건물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객이 몰렸다. 이후 성장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견제와 왜곡으로 사업의 존폐까지 고민했지만 오직 ‘정도(正道)’만을 고집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묵묵히 매 고비를 이겨냈다. 이는 국내 아울렛 유통 개척의 원동력이 됐고, 최근 대형 유통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지속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높은 매출 실적은 기업의 가치와 성공을 측정하는 척도다. 그러나 정직하지 않은 변칙 플레이를 통한 성장 결과는 언젠가는 엎어질 모래성과 같을 뿐이다. 한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정직과 신뢰’다. 그리고 이 같은 초심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만이 기업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이다. ━ 양윤선(메디포스트 대표) | 19년 전 초심 6월 26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다. 1991년 이날 첫딸을 낳고, 9년 뒤인 2000년 같은 날 메디포스트를 창업했다. 소중한 두 존재의 생일이 같은 걸 보면 신기하다. 둘 다 산고의 고통을 주었지만, 지나서 보니 아픈 기억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할 뿐이다.그리고 생각할수록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줄기세포 기업을 설립하면서 의사로서 병원에서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년 전 신생아의 탯줄 속 혈액, 즉 제대혈에도 골수처럼 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수 기증을 받지 못하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제대혈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제대혈은행’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난치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많은 질병을 대상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도전했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결실이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켜 관절염을 치료하는 ‘카티스템’이라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을 다시 일어서게 했다는 뉴스로 잘 알려져 있다.인내가 필요한 여정이었다. 수만 번 배양 조건을 바꿔가며 최적의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치료 개념 탓에 공상과학소설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때때로 임상은 중단되고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고단한 여정이 눈 깜짝할 사이처럼 짧게 느껴지는 건 이 사업이 가진 가치와 매력 때문이다. 또 선한 마음과 열정이 가득한 동료직원들과의 즐거운 나날이었기 때문이다.첫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이후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한 번의 성취감 이후 다른 제품들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줄기세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치병 치료의 마지막 희망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기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긴 여정에서 지치지 말자 다짐하며 다시 19년 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 이충희(에트로 대표) | 나눔 패션 브랜드 에트로의 사훈이 ‘감사와 나눔’으로 정해진 것은 아마도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일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사훈으로 정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내의 권유로 매달 3만원씩 기부를 한 것이 그 시작이다.‘감사’의 의미는 에트로 제품을 사주시는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고객들 덕분에 나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눔’은 고객들을 대신해서 우리 모든 직원들이 불우이웃들에게 고객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불우이웃만이 아닌 폭넓은 활동을 하게 되었다.나눔은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나는 2002년 백운장학재단을 설립해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육군 15사단, 20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전국의 군부대를 누비며 장병들을 위한 문화 공연이나 그림 전시, 군자녀 교육을 위한 어린이 도서 지원, 장병들을 위한 강연을 16년째 이어가고 있다.지금까지 나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부모님의 교육과 보살핌, 직장 상사와 선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재능과 능력을 나누는 것이 그 분들에 대한 보답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라 생각한다. 나눔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더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감사와 나눔을 생활화해 보자. ━ 권도균(프라이머 대표) | 꿈 13년 동안 5개 회사를 창업하고 두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했다. 넘어지고, 상처받고, 성취하는 과정이 었다. 이를 통해 사업은 나 자신과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업은 나의 돈과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주변 이웃, 고객의 고통과 필요를 해결하는 이타적인 활동이며 성공은 단지 결과물이다. 평범한 엔지니어였던 저 같은 사람도 사업을 이만큼 할 수 있다면 모든 보통의 젊은이들도 도전할 기회를 주고, 길을 보여주고 도와주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컴퓨터를 통해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었었다. 이제는 경영이라는 지혜를 가지고 사람에게 더 큰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투자자이자 멘토가 되었다. 결국 사람을 남기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가장 큰 기여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성공적인 창업과 엑싯(회사를 매각)의 경험을 한 창업가 출신들이 있다. 그들이 경험과 자유로운 돈과 시간을 가지고 돈 버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새로운 종족이 등장하기를 새해에 꿈꿔본다. ━ 이영애(배우) | 기부의 행복 요즘 주위에서 기부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많이 묻는다. 그저 마음 따라 하는 행동이 너무 주목을 받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다.사실 베푸는 행위에 원칙이나 기준은 없던 것 같다.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살면서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 표현이자 보답이었다. 갑작스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분들을 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홍수나 지진 등 자연재해 피해지역을 보면 마음이 앞선다. 당장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나이가 들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지난 이란 지진 때 기부한 걸 보고 한국 배우가 한국을 돕지 왜 해외에 기부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사실 해외에 기부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나라, 그리고 한류를 사랑한 국가의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 때문이다. 해외 시청자들은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사랑해주고 덩달아 한국에 큰 관심을 가져줬다. 기부를 내가 한다 해도, 받는 곳에선 한국이 돕는다고 생각한다.돌아보면 내 인생은 보람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배우로서 감당하기 과분한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보고 인생 설계를 하며 희망을 갖고 지낸다는 팬의 편지를 읽으며 보람을 느끼고, 우연히 마주친 분들이 팬이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순간들은 기쁨을 더한다. 이 감정에 큰 보탬이 되는 건 물론 가족이다.엄마가 된다는 건 인생에 큰 변화를 안겨준다. 배우로선 작품을 선택하는 데 내용이나 역할을 더 신중히 들여다보게 됐고, 연기를 할 때 감정표현은 더 넓고 풍부해졌다. 인간 이영애로선 삶을 돌아보게 되고, 주변을 볼 줄 알게 됐다. 저소득층 미혼모, 다문화가정, 장애 임산부들에게 나의 손길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만족과 기쁨은 배가 된다. 우리 일곱 살 쌍둥이에게 놓인 어려움이란 생각이 들면 지나치기 어렵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난 작은 실천을 보태면서 한 걸음 더 크게 성장한다. ━ 권혁운(아이에스동서 회장) | 신뢰의 힘 모델하우스 개관 이틀 전, 망치를 손에 들고 다니며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부수었던 경험이 있다. 현관문 구조가 사람 동선에 불편하니 고치라고 했지만 “개관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난감해했다. 그래서 망치로 깨버렸다. 결국 직원들은 밤을 새워 모델하우스 오픈 전까지 고쳐 놓았다.지난 10여 년간 아이에스동서는 전국에 3만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했다. 새해 초 완공하는 부산의 초고층 주상복합 W까지 대부분을 직접 시행·시공했다. 그동안 미분양 주택이 한 채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그날로 소멸된다’는 위기의식이 만들어낸 성과다. 특히 내가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이 중요했다. “병든 주인이 머슴 다섯 노릇을 한다”는 선친의 말씀처럼 주인 입장에서 보면 답이 보인다. ‘주인의식’은 사업철학이자 늘 강조하는 말이다.1980년대 초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연대보증을 섰던 나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제조업은 망해도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부도나면 빈 책상의 먼지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속 성장이 힘들고, 경기에 취약한 건설회사를 ‘부도 나지 않는 회사’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방향은 연관 업종에 대한 사업다각화, 전략은 인수합병(M&A)이었다.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성장은 무엇보다 내부 임직원 간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 경영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내부의 소통을 통해서 탄생한다.망치로 모델하우스의 시설을 깬 것은 ‘직원들이 내 본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밤샘작업으로 시설을 개선한 직원들의 마음엔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나에 대한 신뢰가 쌓였을 것이다. ━ 권동칠(트렉스타 대표) | 스마트 팩토리 지난 몇 년 동안 준비해왔던 신발지능형공장(스마트 팩토리)의 이름을 최근 ‘핸즈프리 팩토리(Handsfree Factory)’로 확정했다. 새해 1월부터는 설비를 시작하고 시범 제조라인을 구축해 시험가동도 할 예정이다. 신발제조의 핵심공정을 수행할 로봇 6대와 각종 첨단장비가 투입된다.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발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경쟁력이 높아져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유턴할 것이다.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 설비는 내수시장에서 유통시스템과 융합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직접 주문도 활성화해 고객들이 오프라인·온라인 매장 어디서든 원하는 신발의 모델과 색상을 선택하고 바로 주문할 수 있다. 한국 신발산업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1981년부터 대한민국 신발산업의 부침을 봐 왔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신발산업이 대한민국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 김봉진(우아한형제들 대표) | 기술 혁신 2010년 ‘배달의민족’이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나온 즈음 대한민국은 ‘인터넷 혁명’ 이후 불과 10년 만에 찾아온 또 한차례의 거대한 물결, ‘모바일 혁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옮겨보자’는 재미있는 일을 벌이면서도 정작 그 당시에는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변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직감하고 있었다. ‘모바일 혁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것이다. 이 물결에 올라타지 않으면 안된다 ? 바로 지금!’“기업가는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가는 혁신을 모방한다.” 20세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와 사업가를 이렇게 구분 지었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기존의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공상과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이가 바로 혁신적 기업가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바로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나은 우리의 삶’ 그것이어야 할 것이다. ━ 반원익(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 일자리 해결책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임시직의 질곡에서 희망을 잃어간다. 등 굽은 가장들의 힘겨운 뒷모습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삶의 불안은 절망을 이끌고 사회의 온기는 차갑게 식어간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키에르 케고르는 말했다.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에서 한국은 139개 국가 중 83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인하 추세를 거슬러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더해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전 앞에 놓인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기업은 경제의 혈류를 공급하는 핵심 주체다. 미움 받을 일도 많았지만 최소한 ‘상대적인’ 오늘의 물질적 풍요는 이들에 빚진 바 크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일자리는 줄어든다. 산수에 가까운 단순한 논리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이들의 활력을 회복시키면 된다. 더 이상 쉬울 수 없는 얘기다. 해법도 간단하다. 투명한 경쟁의 틀을 제공하고 기업이 분방하게 뛰도록 놓아두면 된다. 몰역사적인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가 아닌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는 역동적인 성장의 공간을 꿈꿔야 할 것이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버리고 모두가 솔직해져야 한다. ━ 안건준(벤처기업협회 회장) | 혁신 성장 지금 우리는 ICT기술과 각종 첨단기술이 광범위한 융복합을 통해 확산되며 기존에 없던 다양한 신산업과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 예측이 점점 불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가 없으면 바로 도태되어 버리는 시대라는 것이다.이제 대기업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 간의 진정한 결합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에 맞서야 할 시점이다. 대기업 생태계는 효율의 극대화와 국내외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고, 벤처 생태계는 핵심기술과 혁신 DNA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 상호 보완적인 이상적 조합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조금씩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새해에는 국내에서도 더욱 많은 대기업들이 혁신벤처생태계 참여를 통해 선순환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인재들이 혁신벤처창업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국가경제의 혁신을 주도하고 혁신동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다면 고용절벽을 해결하고 단절된 계층사다리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서경배(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혁신의 출발점 내가 생각하는 혁신의 출발점은 강한 열망(Aspiration)이다. 누구보다 뜨겁고 간절하게 열망해야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그리고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을 향한 ‘절박함’과 ‘인내심’이다.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를 이야기한 것처럼, 혁신에는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도 그러했다. 20여 년 전만 돌이켜봐도 당시엔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산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혁신의 DNA로, 창업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다.2000년대엔 어떻게 하면 화장을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주차 스탬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액상 형태의 화장료를 팩트에 담아낸 ‘흐르지 않는 액체’인 쿠션 화장품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모순된 도전이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도전한 결과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꾸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천외유천(天外有天)’이 있다. ‘눈으로 보는 하늘 밖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는 뜻이다. 어느 곳을 향해, 어떤 믿음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하늘 밖의 세상에서 각자 도달할 수 있는 하늘은 달라진다. 무한히 열려 있는 세계를 향해 새롭게 도전하며 노력하는 2018년이 되기를 바란다. ━ 강수진(국립발레단 예술감독) | 첫 마음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 감독으로 시작한 2막 인생은 감사의 연속이었다. 예술 무대를 만드는 일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책임의 무게는 더해졌지만, 모든 순간이 즐겁고 감사했다. 경험과 연륜이 쌓일수록 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첫 마음. 불이 붙는 그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사랑을 할 때 배 밑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그런 느낌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때 느껴지는 전율이 초심이다. 사실 난 발레를 했을 때부터 늘 초심이어서 행복한 행운아였다. 누구나 과정에서 열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주변 도움이 식어가는 과정도 있다. 결국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난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삶의 소중함은 거대한 것에 있지 않다. 세월이란 가치에서 소중한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요즘은 인간적인 면에서 그걸 찾고 있다. 주변에 대한 사랑, 정, 배려를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진심도 중요하다. 나부터 긍정적으로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부정적인 마음은 주변도 힘들게 하고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발레리나의 무대는 관객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발레 단원들마다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의 롤(역할)을 가르칠 때도 한 명씩 진심으로 대하려고 한다.무대를 마치고 관객과 무용수들이 행복해할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발레리나들의 의지를 볼 때 감독으로서 보람도 느끼고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 다행히도 난 힐링(healing)할 수 있는 예술 분야에서 살아가고 있다. 명작을 만나면, 전체적으로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의상과 시놉시스에 빠져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후배들에게 늘 조언한다. 올라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경험들은 아프면서도 전율의 한 부분을 만들어낸다고. 되도록이면 그 순간들을 놓치지 말라고 한다. 행복을 누릴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말이다. ━ 배중호(국순당 대표) | 정성 사랑방을 찾은 귀한 손님에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좋은 술을 대접하며 반기던 우리 고유의 문화가 있었다. 이런 정성으로 탄생한 술이 바로 ‘백세주’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이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인들에게 대접할 제대로 된 전통주가 없어 한국을 대표할 좋은 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과 노력으로 개발했었다. 고서에 나온 ‘생쌀발효법’을 복원하고 몸에 좋은 약재들을 넣어 드시는 분의 건강과 함께 즐기는 우리 문화를 담고자 했다. 곧 지구촌의 큰 축제가 30년 만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30년이라는 시간만큼 우리 술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순당도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문헌에만 존재하던 우리 술을 복원하여 다시금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우리 술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우리는 지금도 전통을 빚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다. 가장 최근 선보인 신제품 ‘수리’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재료인 야관문을 자연발효로 빚어 우리의 제법과 특성을 담아낸 술이다. 이런 남다른 노력이 전통주의 재활 성화를 꾀하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특별한 가족 행사에 올리고, 편한 사람과 즐거운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술이 좋은 술 아닐까. 정성의 마음은 진심으로 전해지니 말이다. ━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사장) | 활력 한국이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창업정신, 여성인력, 금융교육이다. 먼저 창업정신이다. 단순히 공부 잘해서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이나 중국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두 번째는 여성인력이다. 선진국은 성별 다양성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여 여성 경영 참여율을 꾸준히 늘려온 반면,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2%에 불과하다. 한국기업은 남성 위주의 회사 경영으로 인해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이 지닌 유연성과 공감 능력 등의 전략적 활용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다.세 번째는 금융교육이다. 현대사회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 그 어디에서도 돈을 제대로 모으고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돈을 몰라야 한다는 이상한 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제 금융에 대한 무지는 과거의 문맹과 다를 바가 없다. 금융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 강호갑(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 역사적 책무감 수출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이 수명을 다했다. 과신했던 낙수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결론났다. 1990년대 이후 급격히 가속화된 세계화의 도전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나날이 약화되고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정부의 시혜적 지원에 의존해 위태로운 생존만을 이어갈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을 이을 단단한 성장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중견기업이 희망이다.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견기업의 몫은 작고도 크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은 높고, 세상에 알려진 이름은 크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경제의 생존을 버텨내고, 성장을 이끌었다.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한 이들은 총 매출의 약 17%, 고용의 약 5%를 감당한다. 우수 인력이 메마른 지역의 귀퉁이에서 세계 최고의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희망은 중견기업에 있다고 믿는다. 독일의 재건을 이끈 히든챔피언도 대부분 중견기업이다.함께 행복한 풍요로운 내일은 오늘의 노력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우리가 처한 시공간은 후대에게 빌린 것이고 더 나은 무엇을 그들에게 남겨야 할 책임은 온전히 지금, 여기 우리의 몫이다. ━ 최현만(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 성실한 실천 나는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CEO로 살아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요즈음 많은 사내외 후배들과도 같이 나누고 싶은 주요 주제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성공담이 주종을 이룬다.나름대로 내 자신이 내린 성공의 법칙은 ‘내가 속한 조직과 주파수를 맞추어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모든 물건은 자신의 고유 진동수가 있으며, 외부에서 고유 진동수에 힘을 가해 준다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나는 미래에셋대우의 CEO다. 조직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들과 먼저 공감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 있어도 결국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 김동녕(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 포석 바둑의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다. 가로세로 19줄 위에 검은 돌과 흰 돌을 가지고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한 수, 한 수에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고 상대의 한 수가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도 무수한 복잡함을 품은 단순함 때문이다.한세통상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1972년 당시 한국의 무역 규모는 100억 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제조업 중심의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를 둘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른바 ‘스마트 매뉴팩처링(Smart Manufacturing)’ 시대는 생산자에게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바둑에서 말하는 판세가 변한 것이다.판세가 변하니 수를 읽는 방법이 변하고, 지능화된 상대가 어려운 수를 내놓으니 이를 읽고 대응해야 할 내 포석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초반에 수를 잘 읽고 포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5년 동안 적자 없는 회사로 한세실업을 이끌었던 것도, 2000년대 초 미국과 베트남 간 관세 정상화를 미리 내다보고 베트남에 선제 투자한 것도 이와 같다. 한세실업은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할 부서를 만들고 일찍부터 포석에 들어갔다.하지만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근로자의 비중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우려를 사람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과거 한국 의류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수많은 우수 기술자들의 헌신이었다. 은퇴 시기를 맞은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스마트 팩토리에 녹여 내는 능력에 한국 의류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판세를 읽고 바둑의 수를 생각하고 포석을 한다는 것은 화점부터 계가까지의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의미다. 전략에는 나의 수를 받고 상대방이 응수하면 그 수에 전술을 생각하고 새로운 수를 들고 임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할 곳은 정해졌지만 시장의 반응에 따라 한세실업의 한 수, 한 수를 놓는 점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천변만화(千變萬化) 이치에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원리로 새로운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 ━ 박인비(프로골퍼) | 승부 승부. 참 잔인하지만 골프 선수로서의 삶을 선택했을 때부터 함께 안은 숙명이다. 모든 사람의 일상엔 크고 작은 승부들이 항상 숨어 있는데, 내게 이것은 살면서 겪고 이겨내야 할 숙명인 듯하다.매주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는 운동 선수에게는, 힘들지만 이만한 보상 또한 없다. 다이내믹함이 있다.승부에 있어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익숙함과 일상이 되는 것이다. 운동 선수로 오래 활동하면서 웬만한 일에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졌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처음에는 서툴기도 했고 일부러 애써보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저 이 일상에 익숙해지고 내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유지한다.나라고 왜 무너질 때가 없을까? 주어지는 승부마다 매번 이길 수도 없다. 사실 그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건 참 어렵다. 주위에서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충분히 추스를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데 있어서 남편은-많이 언급했지만-나의 버팀목이자 동기부여다. 이제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일상을 견디는 가장 큰 에너지는 나의 행복을 넘어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에서 얻기 때문이다.요즘 난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진 않는다. 솔직히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동안 당당하고 후회 없는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왔다면 분명 그 모습대로 주위에서 기억해줄 것이다. 그저 오늘의 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하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가 되려 한다. 승부에 상관없이. ━ 신춘수(오디컴퍼니 대표) | 도전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뮤지컬 제작사를 설립했다. 세계적인 뮤지컬/콘텐트 제작을 목표 삼아 오디컴퍼니 대표 직함을 달았을 때 내 나이는 30세였다. 당시 나는 뮤지컬 제작자로서 많이 부족했지만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잘 헤쳐나갔다.전날 밤 계획을 세우고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실행했다. 작고 큰 실패를 반복하며 성장해왔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힘들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도전은 내 삶의 원동력이다. 목표로 향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크고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성공으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할 때 실패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2014년 나는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동양인 뮤지컬 제작자(리드 프로듀서)로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내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실패를 두려워하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어렵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면 삶은 더욱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 조성수(에쓰푸드 대표) | 도전 에쓰푸드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에쓰푸드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육가공 사업에 도전했다. 서구식 정통 육가공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고 안전한 양질의 육단백질을 공급해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고자 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국내외 마이스터들과 함께 개발한 수많은 에쓰푸드의 제품들은 외식 업계 셰프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덕분에 육가공 B2B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하지만 에쓰푸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정통 델리미트 브랜드를 론칭해 그동안 외식 업계에서만 알려졌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에쓰푸드는 식품을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닌, 쿠킹 클래스와 델리카 같은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앞으로도 에쓰푸드는 도전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건강한 육가공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왔다면, 이제는 한 끼의 식사(Meal)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더 좋은 식품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끊임없는 도전들이 모여 실패라는 어려움을 겪어낸 후에는 반드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김명관(아카데미과학 대표) | 상상력 스마트폰 시대다. 아이들이 태블릿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빠져든다. 화면도 예쁘고 내용도 재미있다. 분명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앱들이 너무 완벽해 보인다.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미리 다음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할까 염려가 된다.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장난감 로봇 한 대만 있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달나라나 바닷속에도 보내 본다. 우주에서 온 악의 무리를 생각한 다음 내 손에 쥐고 있는 로봇과 싸움을 붙여보곤 했다. “로케트 펀취~~~”를 중얼거리며 제 상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적에게 일격을 먹이고 있으면 어머니가 부른다. “그만 하고 밥 먹어라.”요즘 아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해 보인다.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져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완구 회사 사장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태블릿을 가지고 공부하고 노는 것 환영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이 또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들고 그 감촉을 느끼는 일이다.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자 성장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에 장난감을 들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조금은 더 건강하지 않겠는가. ━ 심찬구(스포티즌 대표) | 한국 축구의 미래 2018년은 월드컵의 해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는 2018의 대한민국에서도 월드컵은 가장 중요한 뉴스 중의 하나일 것이고, 우리 국민과 사회가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한 목소리로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왕에 좀 성적이 좋아서 예선 세 경기를 잘 치르고 본선까지 올라가서 누적되어 있는 스트레스도 좀 해소시키고,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정체성을 공감하는 시간도 좀 길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단 대한민국의 세계랭킹이 출전 32개국 중 31위인 62위다. 그리고 같은 조에 편성된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각각 1위, 16위, 18위이다. 객관적으로 실력이 열세인 팀이 게임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2002년 4강의 기억을 가지고 러시아 월드컵을 관전하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혹시 이기는 게임이 나오면 맘껏 즐기되 혹시 지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기를 권한다.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선택만을 우선하는 것을 삼가고,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단기적 결과보다는 팀과 구성원의 육성에 방점을 두는 가치체계, 주입식 반복훈련보다는 독창적인 움직임과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문화, 그리고 계급이나 나이에 묶인 서열주의의 파괴 등이 이루어진다면 의외로 월드클래스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and this is not only about football and the national team! ━ 조태룡(강원FC 대표) | Why? Why not? ‘Why’라는 물음을 참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결과엔 원인이 있다. 반대로 모든 의사결정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Why’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불확실성을 하나씩 없애 나간다. 지양하는 키워드는 ‘Not’이다. 부정적인 시각은 모든 일을 망친다. 부정적인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서 조직을 멍들고 병들게 한다. 그래서 항상 “안 돼”라는 말을 경계하고 멀리한다.이렇게 다른 두 단어가 하나로 만났을 때 혁신의 씨앗이 된다. ‘Why not?’이라는 물음에서 대부분의 역사는 시작됐다. 나 역시 인생 초기 공대 출신 대기업 직원에서 보험 세일즈맨으로의 변신했다. 남들이 부정적인 목소리로 ‘Why?’라고 물을 때 나의 머리에는 ‘Why not?’ 이 먼저 새겨졌다. 나의 가치를 돈이라는 기준으로 가장 명확히 측정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죽도록 일한 결과 생명보험 업계에서 종신보험 계약 건수 1위를 기록한 보험왕이 될 수 있었다.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넥센히어로즈)의 단장을 맞은 2008년도 마찬가지였다.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야구단 살리기에 도전하자 부정적인 시선이 날아들었다. 나는 ‘Why not?’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조업·금융업을 거치며 터득한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스폰서 유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 결과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한국 프로스포츠의 관행을 깨고 구단의 재정자립과 독자생존이 가능함을 입증했다.처음 강원FC 대표로 부임했을 때, 구단은 2부 리그 7위팀이었다. 가장 먼저 ‘안 돼’라는 패배 의식에 빠져 있는 선수단을 변화시켜야 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부정의 마음을 긍정으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결국 선수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기에 나섰고 우리는 승격했다.승격 사흘 만에 선수 영입을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창단 첫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혁신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나지막이 외쳐보자. ‘Why not?’

2017.12.27 15:28

23분 소요
김재경 인탑스 대표 - “35년 째 네 시간 자고 여섯시 출근”

CEO

치약 뚜껑을 만들던 회사가 35년을 한결같이 기술개발에 매진해 국내 최대의 휴대전화 케이스 생산 회사로 성장했다.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평생의 좌우명을 실천해 정상의 자리에 오른 김재경 인탑스 대표을 만났다. 지난 1월 27일, 특별한 ‘천사’가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 나타났다. 생필품이 담긴 1004개의 선물상자를 들고 나타난 인탑스(INTOPS) 임직원들이다. 간밤에 임직원들이 손수 골라 포장한 것들이었다. 이날 정릉 3동 일대에 사는 차상위계층 1004개 가구에 상자가 배달됐다. 2013년 12월, 서울시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계층을 돕기 위해 ‘행복나눔 프로젝트(Happiness Sharing)’를 시작한 이후 꼭 13번째 1004개 상자 전달이었다.행복나눔 프로젝트에는 덕(德)을 중시하는 김재경(69) 인탑스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제가 인탑스의 설립자인 건 분명하지만, 오로지 저만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로부터 알게 모르게 받은 도움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저는 제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인탑스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케이스 부문 1차 협력사다. 1981년 신영화학공업사로 시작해 설립 21년 만인 2002년 코스닥시장에 당당히 입성한데 이어 5000만 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플라스틱 소재 사출을 기본으로 한 코팅, 증착 등 다양한 표면처리 응용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주요 사업 분야는 휴대전화 케이스와 태블릿PC 케이스, 프린터 관련 부품 생산이다. 2013년에 매출 1조527억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 대표가 무일푼으로 시작해 30여년만에 일궈낸 성과였다. ━ 위기의 순간에 만난 삼성전자 김 대표는 1946년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리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스스로 학비를 벌기 시작해 대학교 졸업 때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대학교 재학시절에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동대문에서 땅콩과 오징어를 사다 서울 종로 단성사 앞에서 연탄불에 구워 팔기도 했다. 하루는 경찰 단속에 걸려 손수레를 끌고 도망가다 그만 땅콩이 바닥에 다 쏟아졌다. 쫓아오던 경찰이 땅콩을 같이 주워 자루에 담아주며 얼른 가라고 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사한 그의 사정을 알게 된 경찰의 배려였다. 김 대표는 “그때로부터 벌써 5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눈만 감으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멋쩍게 웃었다.직장생활의 시작은 1976년 플랜트제조업체 신화기계공업이었다. 중견기업이었기 때문에 세무·경리·회계업무뿐 아니라 현장에서 부품 만드는 일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론과 실무를 함께 접해볼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제가 다양한 분야의 실무를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던 건 신화기계공업이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그게 중견기업의 장점입니다. 그때의 경험이 저에겐 자양분이 됐습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꺼리는 요즘 젊은이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말이다.김 대표가 창업의 꿈을 키운 것도 이때였다. 한창 현장에서 사출성형(플라스틱 성형법의 하나로, 플라스틱을 가열 융해시킨 후 고압으로 금형 내에 사출해 압력을 유지한 채로 냉각 고화시켜 성형하는 방법) 일을 하며 해당 분야에 자부심과 애착이 커갈 때쯤 창업의 꿈을 이룰 시기가 왔다는 걸 느꼈단다. 그리고 1981년 서울 신도림의 임대 공장에서 자본금 5000만원, 사출기 2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게 바로 인탑스의 전신인 신영화학공업사다. “당시 창업할 돈이 없어 친구들과 신화기계공업에서 일하며 알게 된 지인들에게 조금씩 돈을 빌려 5000만원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사람만 열 명도 넘었습니다.” 1982년, 그는 지금 인탑스 본사가 있는 경기도 안양으로 자리를 옮겼다.신영화학공업사에서 처음 생산한 제품은 치약 뚜껑이었다. 그는 치약 뚜껑을 부대자루에 실어 직접 버스를 타고 호텔에 납품하곤 했다. 배달하는 사람에게 겨울은 유난히 더 춥게 느껴진다. 그날도 그랬다. 매서운 바람이 불던 어느 겨울날, 치약 뚜껑을 상자에 넣고 자전거를 타고 납품업체로 가다 그만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넘어졌다. 넘어진 아픔보다 망가진 제품에 대한 걱정이 커 언 손으로 바닥에 흩어진 치약 뚜껑을 정신없이 상자에 옮겨 담았다. 그때 다친 허리는 겨울만 되면 추억처럼 아려온다. ━ 실적 하락을 도약의 발판으로 회사가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중원전자의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케이스를 생산하면서부터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시장이 규모가 큰 오디오 시장에 밀리면서 1984년부터 중원전자의 사정이 어려워졌다. 중원전자에 제품을 납품하던 신영화학공업의 매출 역시 급격하게 감소했다. 자금난으로 최악의 경영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김 대표는 그때를 기업 경영 35년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꼽았다. ‘여기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 앞을 지나던 삼성전자 관계자가 전화기 사출을 제안해 온 것이다. “정말 삼성전자의 제안은 희망의 끈이었습니다. 당시 사출 협력사가 필요했던 삼성전자로서도 저희가 반가웠으리라 생각됩니다.”김 대표는 삼성전자가 주문한 제품을 차질 없이 생산해 신뢰를 쌓아나갔다. 신뢰는 다시 기회로 돌아왔다.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 휴대전화인 ‘SH-100’을 만들면서 부품생산업체로 인탑스를 선정한 것이다. 인탑스가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가 되는 순간이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전환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시장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시장에 뛰어드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인탑스가 휴대전화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경영적 결단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때 맺어져 30년 동안 이어진 삼성전자와의 인연이 인탑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불문가지다.삼성전자는 품질·기술·환경·조직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탑스를 지원해줬다. 특히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자금융통의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상생’이라는 말이 김 대표에게 남다르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받은 도움을 인탑스의 협력사들에 되돌려 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인탑스와 협력사 동반성장 협약식’을 열고 협력사의 애로사항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기술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는 IBK기업은행과 ‘동반성장 협력 대출 협약’을 통해 저금리의 운영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인탑스의 협력사는 시중금리보다 1.5~2.8%가량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실행된 지 4개월 후인 10월 태광엔지니어링이 저금리로 3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출받았다.1997년 1월, 신영화학공업사가 지금의 인탑스라는 사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에 생산법인을 설립하면서 신영화학공업보다는 세계화에 맞는 이름이 필요했다. 사명 교체에만 무려 8개월이 걸렸다. 16개 사명 후보 중 사내외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적합한 이름을 선택한게 인탑스였다. 인탑스는 ‘Into the Tops’의 줄임말로, ‘최고를 향해 전진하며 최고의 품질로 최상의 고객 만족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인탑스는 중국 웨이하이를 시작으로 2001년에는 텐진(天津) 사업장을 준공해 2002년 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텐진 사업장에서는 월 500만 대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2010년에는 베트남에도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베트남은 고객사의 생산기지 진출 전략에 따라 동반 진출하게 됐습니다. 베트남은 직원들의 숙련도나 인건비 등의 측면에서 중국에 이어 제조 경쟁력이 높은 국가입니다.” 지난해는 인탑스 베트남 생산법인이 ‘베트남 과학응용기술 대표기업 TOP10’에 선정됐다. ‘베트남 과학응용기술 대표기업 TOP10’은 베트남 내에서 사업하는 기업 중 기술력과 경제발전의 기여도, 사회적 책임 등 기업의 기술력과 경영활동을 두루 평가해 선정한다. 인탑스의 베트남 생산법인은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케이스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10대 기업에 선정됐다. 선정된 10개 기업 중 인탑스 베트남 생산법인은 유일한 해외투자기업의 현지법인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삼성전자의 협력사가 된 이후 큰 어려움 없이 성장 가도를 달리던 인탑스에 최근 급제동이 걸렸다. 2013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첫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2014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았다. 인탑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105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55억80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하락은 인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스마트 폰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 정체기를 맞이하면서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일정 수준 감소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머징마켓의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추세인 만큼 곧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김 대표는 매출 하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모든 산업이 부침이 있지만,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른 IT 업계는 그 시기가 빠를 수 밖에 없다”며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는 “불가피한 산업의 정체를 걱정하며 안절부절 못하기보다는 향후 다가올 새로운 성장기를 대비하는 게 자신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인탑스는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다양한 디자인 소재 개발과 공정 기술 개발에 더 힘을 쏟고 있다.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디자인 수준은 날로 발전하는 데 저희 공정 기술이나 소재가 뒤떨어진다면 그게 실적하락보다 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고객사의 디자인과 양산된 저희 제품의 싱크로율이 100%가 될 수 있도록 소재와 기술 개발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인탑스는 플라스틱 제조능력을 기반으로 한 금속과 컴포지트(합성물)등 소재의 다양화와 표면처리 기술개발, 양산능력 확대 등을 중장기 비전으로 삼고 있다. ━ 기본에 충실한 기업은 살아남는다 김 대표는 “기업활동의 위기가 왔을 때 그동안 진행했던 기술개발과 제품들을 발판으로 다시 일어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앞으로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으로 하드웨어관련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고, 저희에게는 제조 능력과 노하우가 있으니 협업을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김 대표가 실적하락에 따른 주변의 우려에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은 ‘기본’을 중시하는 철칙 덕분이다. “기본에 충실한 기업은 위기가 와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죠. 저희가 오늘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기본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밑바탕에 깔렸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당부하듯이 기본을 지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도 철칙을 지키기 위해 35년을 하루같이 ‘네 시간 수면, 새벽 여섯시 출근’을 실천하고 있다. 장대비가 내리거나 폭설이 오지 않는 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 주변을 걷거나 뛴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김 대표만의 비법이다.2년 전, 인탑스는 창사 32년 만에 사옥을 지었다. 사옥을 짓기 전 인탑스 본사는 경기도 안양동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었다. 김 대표는 오래된 본사 건물을 보며 사업을 막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렸고, 그때마다 ‘기본’에 대해 생각했다. 그만큼 그 건물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3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진흙밭이었던 본사 앞에는 도로가 생겼고, 주변에 좋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에 사옥을 지었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35년 전 그 건물로 보인단다. 김 대표는 오늘도 ‘기본’을 생각하며 새벽 6시 경기도 안양 본사로 출근한다.-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김현동 기자

2015.02.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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