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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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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체질 개선 본격화…공통된 선택은 ‘B737-8’

항공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젊어지고 있다. 노후 항공기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하며 기단 현대화에 속도를 내면서다. 보잉 737-8 기종을 필두로한 LCC의 앞다툰 기단 현대화는 ▲연료 효율성 향상 ▲운항 안정성 강화 ▲탄소 배출 저감 등 지속 가능한 항공 운항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젊어지는 LCC17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B737-8 항공기 2대를 시작으로, 2027년 말까지 총 2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B737-800NG 기종을 대체하고, 중장거리 노선 확장에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26년에는 A330-900 네오(neo) 5대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아울러 티웨이항공은 최근 보잉 737-8 항공기 예비 엔진인 ‘LEAP-1B27’을 추가로 도입하면서, 운항 안정성과 기체 가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LEAP-1B27 엔진은 미국 GE(General Electric)와 프랑스 사프란(Safran)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이 제작한 보잉 737-8 전용 터보팬 엔진이다. 이 엔진은 고효율·저소음·저탄소 배출 특성을 갖춰 차세대 항공기 운영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아울러 항공사 입장에서 예비 엔진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정비 이슈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정비나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별도의 리스 대기 없이 즉시 엔진을 교체할 수 있어 운항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이 보잉 737-8을 2027년까지 총 20대 규모로 확대 도입할 계획을 세운 만큼, 이번 예비 엔진 확보는 장기적인 기단 운영 계획에 있어 핵심적인 투자로 풀이된다. 신형 항공기의 도입뿐 아니라, 사후 유지·정비 체계까지 사전에 마련해 둠으로써, 운항 품질과 안전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제주항공은 공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 보잉과 B737-8 항공기 50대(확정 40대·옵션 10대) 구매 계약을 기반으로 기단 현대화에 나섰다. 현재 보유 중인 기령 20년 이상의 항공기를 교체하여 2030년까지 전체 항공기의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제주항공의 2030년까지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은 국내 LCC 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특히 대규모 구매 계약을 통해 확보한 옵션 10대는 향후 수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기단을 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할 전망이다.기령이 낮은 항공기를 운영하는 것은 항공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최신 기체는 정비 주기가 길고, 예기치 못한 고장 확률도 적어 운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또국제 항공시장에서 강화되고 있는 탄소 배출 규제와 친환경 운항 기준을 만족시키는 데도 유리하다는 평가다.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 보잉 B737-8 항공기 12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7대, 2026년에 5대를 도입해 총 27대의 기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현재 보유 중인 15대 항공기에 추가 도입을 통해 정시성 향상, 운항 안정성 강화, 고객 서비스 품질 제고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왜 ‘B737-8’일까탈바꿈 중인 LCC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B737-8 기종이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까지 이들 LCC는 모두 B737-8 기종 도입을 통해 평균 기령을 낮추고 있다. 이들이 B737-8 기종을 도입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효율성과 운항능력 두 가지가 지목됐다.보잉737-8은 보잉이 차세대 주력기로 개발한 모델로, 기존 737NG(Next Generation) 대비 월등한 연료 절감 성능과 친환경 설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탑재된 LEAP-1B 엔진은 연비와 출력 효율을 모두 개선한 최신형이다. 여기에 연료 저항을 줄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윙렛’까지 더해져 운항 시 연료 소비를 최대 1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좌석당 운항비용은 약 12% 절감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기종이다환경 부담도 줄였다. 탄소배출량은 NG 시리즈보다 13% 가량 적으며, 최신 소음 저감 기술도 적용돼 국제 환경규제를 준수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러한 성능 향상은 LCC 업계가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질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안전성 또한 대폭 강화됐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은 구조적으로 보완됐다. 기존 단일 센서 기반에서 이중 센서 방식으로 변경돼, 비정상적인 받음각(AOA) 변화 시에도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교차 점검 후 작동하게끔 개선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자동 제어보다 조종사의 판단을 우선하도록 설정되면서, 조작 오류나 시스템 오작동 가능성을 대폭 낮췄다.여기에 더해 보잉은 미 연방항공청(FAA)의 철저한 감독 아래 비행 제어 컴퓨터 전반에 걸쳐 기능을 개선했다. 극히 드문 예외상황까지 시뮬레이션에 포함해 신뢰도를 높였으며, 교차점검 기능을 통해 센서 오류 시 경고 신호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다수 탑재했다.이러한 개량을 거쳐 현재 B737-8은 세계 1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운항 승인을 받았으며, 유나이티드항공·아메리칸항공·싱가포르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 36곳이 해당 기종을 운용 중이다. 누적 비행시간은 89만 시간을 넘었으며, 정비 결함 등 기체 자체의 문제로 인한 출발 지연이 거의 없는 99.38%의 정시 출발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는 항공기 운영 안정성을 입증하는 대표 지표로, 국제 항공업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항공업계 관계자는 “737-8은 단순히 새 기체를 들여오는 차원을 넘어, 항공사의 체질을 개선하는 수단”이라며 “운항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고객 신뢰 회복과 장기적 수익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4.18 09:00

4분 소요
볼보·벤츠 포함 수입차 11만대 리콜…사고기록 오류부터 화재 위험까지

자동차

국토교통부는 볼보자동차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한국닛산에서 수입·판매한 49개 차종 11만7925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한다고 10일 밝혔다.볼보 XC60 등 8개 차종 9만5573대는 사고기록장치 소프트웨어 오류로 운행 정보가 정상적으로 기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오는 21일부터, XC60 등 3개 차종 1560대는 구동 축전지 제조 불량에 따른 화재 발생 위험이 있어 11일부터 각각 시정조치를 진행한다.벤츠 S580 4MATIC 등 9개 차종 1만7285대는 브레이크 호스 내구성 부족에 따른 브레이크오일 누출 우려가 있어 11일부터 시정조치를 한다.만트럭 TGX트랙터 등 24개 차종 1515대는 중앙 차량 제어장치에서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기어가 D단에서 N단으로 임의로 바뀔 가능성이 있어 지난 1일부터 리콜이 진행 중이다.재규어랜드로버의 더 뉴 레인지로버 P530 LWB 등 4개 차종 1401대는 후방카메라 내부로 수분이 유입되면서 차량 후방 영상이 정상적으로 표시되지 않을 가능성으로 오는 14일부터 시정조치를 진행한다.닛산 패스파인더 591대는 보닛 후드 수동 개폐장치가 부식돼 달리는 중 후드가 열릴 가능성이 있어 지난 1일부터 리콜이 이뤄지고 있다.차량의 리콜 대상 여부와 구체적인 결함 사항은 자동차 리콜센터에서 차량번호 및 차대번호를 입력하고 확인할 수 있다.

2025.04.10 09:30

1분 소요
애플도 한발 늦었다?...'한 달에 30억원' 팔린 '중국 AI 이어폰, 美시장 침투

테크

애플이 올해 하반기 자사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에 실시간 통역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통역 이어폰이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4일 연합뉴스가 중국 관영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9.9달러(약 1만5000원) 등 저렴한 가격대의 통역 이어폰을 앞세워 미국 내 이민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시에 고급형 모델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 따르면, 선전의 스타트업 '타임케틀'이 내놓은 AI 기반 통역 이어폰이 최근의 인공지능 붐을 타고 해외 주문량이 급증했다. 이 제품은 현재 17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북미 시장 점유율만 40%에 이른다. 특히 한국에서도 5년 이상 이 업체의 제품을 구매해 온 바이어가 올해 5000개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타임케틀의 창업자인 톈리는 CCTV와의 인터뷰에서 "방향과 거리 정보를 활용한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해 불필요한 잡음을 제거하고 보다 정확한 통역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타임케틀의 비즈니스 미팅용 프리미엄 제품은 약 20만 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가성비를 앞세운 저렴한 모델들은 몇만 원대 가격으로 다양한 이민자층을 겨냥해 출시되고 있다.특히, 중국의 소매 체인 '미니소'를 통해 미국 시장에 출시된 9.9달러짜리 초저가 동시통역 이어폰은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한 달 만에 200만 달러(약 30억 원)어치가 판매됐다.이보다 다소 높은 가격대의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브랜드 '앤커'가 출시한 24.99달러짜리 P20i 이어폰 역시 아마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애플의 에어팟 통역 기능과 비교하며 "애플이 중국의 9.9달러짜리 이어폰을 따라 하는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한편, 애플은 최근 에어팟에 보청기 기능을 추가한 데 이어, 실시간 통역 기능까지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에어팟에 통역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해당 기능은 올해 말 iOS 19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함께 추가될 가능성이 높으며, 아이폰과 에어팟이 연동해 양방향 실시간 통역을 지원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아이폰이 A언어를 B언어로 변환해 에어팟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반대로 B언어는 A언어로 변환되어 아이폰 스피커를 통해 상대방에게 들려주는 방식이다.CCTV는 타임케틀이 성공하기까지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전했다. 2019년 이 업체가 야심 차게 개발했던 휴대용 번역기는 음성 인식 오류와 느린 속도로 인해 판매 부진을 겪었고, 결국 대부분의 제품을 폐기해야 했다. 그러나 기술 혁신을 지속하며 AI 기반 통역 이어폰을 내놓았고,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애플이 실시간 통역 기능을 탑재한 에어팟을 출시하면서,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산 통역 이어폰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5.03.15 09:06

2분 소요
기아·BMW 등 37대 차종 7만6382대 자발적 시정조치

경제일반

국토교통부는 기아, BMW코리아, 르노코리아, 테슬라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에서 제작하거나 수입·판매한 37개 차종 7만6382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한다고 19일 밝혔다.기아 니로 등 2개 차종 3만5571대는 동승석 하부의 전기 배선 설계 오류로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거나, 펼쳐지지 않아야 할 때 펼쳐질 우려로 탑승자가 다칠 가능성이 지적돼 오는 26일부터 시정조치에 들어간다.BMW 528i 등 28개 차종 2만4371대는 냉각수 펌프 배선 커넥터 안에 수분이 들어가 단락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발견돼 오는 20일부터 시정조치를 한다.르노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등 2개 차종 8056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제어 장치 및 변압기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있어 저속 운행 중 차량이 동력을 잃을 위험성이 나타나 오는 20일부터 시정조치에 들어간다.테슬라 모델Y 7781대는 전자식 파워 어시스트 스티어링(EPAS) 소프트웨어 오류에 따른 조향 보조 기능 저하·상실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드러나 오는 21일부터 시정조치를 한다.재규어랜드로버 디펜더 110 P300 등 4개 차종 603대는 터치스크린 관련 소프트웨어 오류로 후방카메라 화면이 스크린에 표시되지 않는 관계로 후진 시 사고 가능성이 있어 오는 26일부터 시정조치에 들어간다.차량의 리콜 대상 여부와 구체적인 결함 사항은 자동차리콜센터에서 차량번호 및 차대번호를 입력하고 확인할 수 있다.

2025.02.19 08:33

1분 소요
AI 시대 자존감 흔들린다면…‘더닝 크루거 효과’ 기억하라 [이코노 헬스]

전문가 칼럼

자신감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보통 주변 환경이라 하면 개인을 둘러싼 인간관계, 아무리 폭넓게 보더라도 사회적 관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기술,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이 물질문명을 넘어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돌이켜보면 상담 중 AI 이야기가 오르내린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9년 전 ‘알파고 대 이세돌’ 2년 전 ‘챗GPT 3.5 등장’ 등 상담에서 화젯거리가 됐던 사건들이 있었다. 차이라면 일상성이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특이한 사건이 있을 때 한해 단발성으로 AI 관련 이야기가 들렸다면, 이제는 그런 사건 없이도 내담자가 자연스럽게 AI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컨대 AI가 일상에 녹아든 셈이다.AI가 일상에 녹아들면서 정신 건강에도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자신감과 자존감 측면에서 AI로부터 자극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극은 긍정적일 수도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30대 A씨는 긍정적 자극을 받은 듯했다.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는 A씨는 AI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AI가 과외 선생님처럼 영작문을 봐준 덕에 성적이 크게 올랐다는 평이다. 게다가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받는다고 A씨는 말했다. A씨가 공부하던 중 불안감이 몰려오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AI에 ‘구조 요청’을 하면 AI가 채팅으로 공감 어린 해결책을 나름 제시한다는 찬사였다.“유학을 준비하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는데, 상담과 AI 덕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AI가 도와준다면 박사 과정까지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듭니다.”모든 사람이 A씨처럼 AI를 통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AI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특히 AI가 자신의 직업이나 전문 분야로 활발하게 진출할 때 악영향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소프트웨어 개발자 B씨가 그랬다. 20년차 프로그래머 B씨는 ‘시니어 프로그래머’로 자부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최근 개발 프로젝트를 이끄는 데 자신감이 부쩍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비교 대상은 챗GPT·클라우데(Claude) 등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LLM)이다. 자신이 주니어 개발자들을 이끌고 내놓는 결과물이, 주니어 개발자 혼자 LLM을 활용해 생산한 결과물보다 더 나은지 모르겠다는 당혹감을 느꼈다고 B씨는 말했다.전문 분야에서 자신감이 떨어지니 일상에서도 불안감이 커졌다고 B씨는 말했다.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는 AI를 도입하며 개발 직군 일자리를 줄이는 회사가 많아졌다고 B씨는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경기 구조조정이 겹치니, 동료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B씨 또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작업 지시도 디버깅(debugging·시스템의 논리적인 오류나 비정상적 연산을 찾아 수정하는 작업 과정)도 AI가 다 해주는데, 시니어 개발자나 관리자는 점점 설 곳을 잃는 거죠. 나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밤잠 설치는 경우가 많아지네요. 불안해서 말이죠.”심지어 AI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AI가 자신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모두를 양가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당장에 필요하니 AI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도, 미래에 일자리를 뺏길까 걱정하는 마음이다. AI를 활용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면, 정신 건강의 관점에서는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 AI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게 돕는 과정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할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불안의 근본을 뿌리 뽑기 어렵다는 점이다. 직업 환경과 전문 분야에서의 불안은 AI 발전과 일상화라는 흐름을 반전시키지 않는 이상 완전히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는 변화를 일개 의사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차선책이라면 불안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치하는 일이다. 대부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지만 거듭 반복할 수밖에 없는 말이 있다. 신체 및 정신 증상, 예를 들어 ▲가슴 두근거림 ▲불면 ▲불안 ▲초조 ▲흉부 불쾌감 등이 나타난다면 최대한 빨리 전문가를 찾는 편이 좋다는 조언이다. 조기에 증상을 발견한다면 약물치료·인지치료를 통해 이러한 불안감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추가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를 떠올려본다면 AI에 대한 불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순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특정 영역에서 숙련도가 낮은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하는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을 가리킨다. 다만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J. Kruger and D. Dunning, 1999)의 연구에서는 숙련도가 높은 사람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한다. 고숙련자는 자신의 실력을 과도하게 낮게 평가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의 평가를 본다면 고숙련자는 자신의 능력을 적정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반응에서도 더닝 크루거 효과는 유효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의 핵심은 ‘무능하면 스스로가 무능한지도 모른다’라는 역설이다. 그렇기에 AI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자체가 능력과 메타인지가 있음을 어느 정도 반증하는 셈이다. 자신이 AI로 인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최소한 AI와 경쟁 혹은 공존하는 데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핵심은 AI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AI는 앞으로 지난 몇 년보다도 한층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상생활에 침투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AI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품어낼 수 있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2025.02.08 09:00

4분 소요
국토부, 현대차·기아 등 11개 차종 34만대서 결함 발견…자발적 리콜

정책이슈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기아에서 제작했거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테슬라코리아에서 수입·판매한 총 11개 차종 34만3250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시정조치(리콜) 한다고 23일 밝혔다.현대차 포터Ⅱ 일렉트릭 등 2개 차종 14만1125대는 12V 배터리 센서 설계 오류로 다음 달 3일부터, 넥쏘 1만9830대는 비상 점멸표시등 스위치 내구성 부족으로 이날부터 시정조치에 들어간다.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 2개 차종 8만9598대는 보디 도메인 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오류로 오는 24일부터 시정조치를 한다. 이 장치는 전조등과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키 시스템 등 차량의 일부 기능을 관리하는 통합 제어장치다.또 기아 봉고Ⅲ EV 등 2개 차종 8만6204대는 12V 배터리 센서 설계 오류로 오는 31일부터 리콜한다.벤츠 S580 4MATIC 등 2개 차종 4068대는 엔진 컨트롤 유닛 소프트웨어 오류로 지난 16일부터 시정조치를 진행하고 있다.테슬라 모델Y 등 2개 차종 2425대는 모니터링 시스템 소프트웨어 오류가 있어 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가 정상 작동되지 않는 현상이 발견돼 지난 14일부터 시정조치가 진행 중이다.차량의 리콜 대상 여부와 구체적인 결함 사항은 자동차리콜센터에서 차량번호 및 차대번호를 입력하고 확인할 수 있다.

2025.01.23 08:46

1분 소요
우유서 갈색 물 줄줄...매일유업 대표 “결코 있어선 안 될 사고”

유통

매일유업 대표가 매일우유 품질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를 즉시 개선했으며, 앞으로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16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2024년 12월 12일 오후, 매일우유 오리지널 200mL 멸균 미드팩(가로 5.5cm·세로 11cm·폭 3.8cm) 제품을 섭취한 고객 몇 분께서 진료를 받으셨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다”며 “즉시 해당 제품을 수거하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생산 작업 중 밸브 작동 오류로 인해 세척액이 약 1초간 혼입된 것으로 확인했다. 글로벌 유제품 설비 기업인 테트라팩사와 데이터를 통해 재검증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때 생산된 제품은 약 50개로, 특정 고객사 1곳에 납품된 것을 파악했다. 12월 13일 밸브 작동 오류 시간에 생산된 제품을 포함해 해당일 생산 제품(소비기한 2025년 2월16일자)은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또한 김 대표는 “소비기한 2025년 2월 16일 03시38분으로 표기된 매일우유 멸균 오리지널 200mL 미드팩 제품을 제외한 매일유업의 모든 제품은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당사 생산 공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확인한 결과임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단 한 팩의 우유에서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생산 과정 관리와 품질 검수 절차에서 부족했음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동일 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 오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즉시 개선 완료했다”고 덧붙였다.매일유업은 아직 회수되지 않은 제품이나 문제가 된 제품을 섭취해 피해를 본 고객들에 대한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25년 2월 16일 소비기한이 표시된 매일우유 멸균 오리지널 200mL 미드팩 제품을 갖고 계신 고객께서는 고객센터로 연락을 주시면 자세히 안내를 드리겠다. 만약 변질된 제품을 드시고 치료를 받거나 불편을 겪으신 고객이 계시면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매일유업의 모든 고객님들과 협력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매일유업 임직원 및 가족, 그리고 모든 고객들이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4.12.16 16:45

2분 소요
글로벌 금융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표준화 작업을 선점하라[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금융 분야에서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 돈을 보내고 받는 일, 시기에 맞춰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선택하는 일, 안전하게 내가 원하는 계좌로 돈을 보내는 일까지 모두 금융 분야에 해당한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금융 거래는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횟수 및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 이뤄진다. 이 모든 금액을 몇백분의 일원까지도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컴퓨터공학이 총동원된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자처럼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수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금융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고, 계속해서 금융산업에 더 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고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이 금융거래의 핵심이 되었다. 금융산업에서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조금이라도 오작동하거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금융거래 자체가 마비되고 세계의 모든 시민들은 일상에서 돈이 오고 가는 그 어떠한 시장경제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현 시대의 금융거래는 단순히 한 나라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이 되어 물자가 오고 가고 돈이 여기저기로 흐른다. 이러한 거래 시스템에서 각 나라마다 금융결제 시스템 규격이 다르다면 금융거래가 제대로 완료가 되지 않고 미결제 상태가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전 세계의 금융결제 시스템은 반드시 표준화가 되어야 한다. 그 표준화란 금융결제에 사용되는 컴퓨터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표준화가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금융결제원에서 근무하며 전산시스템 개발 및 금융표준화 업무를 담당했다. 세계의 금융결제 표준화를 위해 미국·일본·독일·스위스·영국 등 선진각국의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세계 금융결제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생체인식을 통한 금융거래표준인 biometrics 분야에서 국제 표준 개발의 리더가 되어 세계 20여개국의 대표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끝에 국제표준화기구(ISO) 19092라는 생체 정보에 대한 국제표준을 등록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 국제표준 개발에 있어서 리더가 되어 개발을 주도하고 완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4년 2월 기술사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필자가 속한 금융결제원 역시 지난 2024년 10월의 세계표준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단체 분야 포상을 수상하였다. 국제표준을 만드는 과정과 금융 거래에 대한 표준을 만들면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표준 만드는 과정은…국제표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해당 표준을 개발하는 데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표준은 긴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공유해야 할 인류 공통의 자산이기 때문에, 개발하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개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결정하기 위해서 각 나라의 투표를 진행한다. 새로운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는 과정을 신규 제안(NP, New work item Proposal)이라고 한다. 해당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이 올라오면 이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12주간 투표를 진행한다. 국가별로 ▲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표준인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자국 기업과 이해 충돌의 소지는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한 후 해당 국가를 대표하여 표준 개발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표를 주게 된다. 새로운 국제표준의 개발은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이와 더불어 해당 국제표준의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최소 5개의 나라에서 참여해야 승인된다. 특정한 나라의 입장만 반영하여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표준화기구의 의미에 맞게 다양한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여 개발하기 위함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투표 권한을 가진 ISO 정회원국은 39개국이며, 투표 권한은 없지만 회의 참관, 정보 공유 등의 지위를 가진 준회원국은 46개국이다. 이러한 두 개의 조건을 맞춰서 표준 개발이 승인되면 이후 단계는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초안(WD: Working Draft)을 만들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기술적인 사항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 작업반에서 진행된다. 작업반에서 만든 초안은 작업반 내의 합의를 거쳐 표준 개발을 위한 위원회(Committee)에 제출하게 된다. 위원회에 제출된 안을 위원회안(CD: Committee Draft)라고 하며, 위원회안은 다시 한번 회원국에게 회람되어 기술적인 검토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은 다시 한번 표준안에 반영되어, 상세한 토의를 거친다. 이후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까지 반영되고 나면 해당 안은 ISO 중앙사무국에 제출한다. 이렇게 중앙사무국에 제출된 안을 국제표준안(DIS : Draft International Standard)이라고 한다. 국제표준안 단계에서도 역시 12주 동안 ISO 회원국가에게 회람을 돌리고 투표를 실시한다.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또한 1/4 이상에 해당하는 반대표가 없는 경우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다. 투표 결과 얻은 회원국의 의견 중 해당 국제표준안에 대한 기술적인 변경사항은 이 국제표준안 단계에서 최종 반영된다.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 표준안은 마지막 투표 단계로서 최종국제표준안(FDIS: 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는 8주 동안의 투표를 거친다. 최종국제표준안의 투표 조건은 국제표준안과 동일하다. 최종국제표준안 투표 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편집 등의 일부 사항을 중앙사무국에서 교정한 이후에 드디어 국제표준(IS: International Standard)으로 발행된다. 국제표준은 한 번 발행되고 나면 5년 동안의 유효 기간을 갖는다. 5년 동안 세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며, 5년 이후에는 해당 표준의 개정 여부를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확인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행한 표준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는 개정 작업이 있으며, 그대로 사용하기로 유지하거나 폐지하기도 한다. 금융 분야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기술위원회국제표준화기구는 각 산업별 표준 개발을 담당하는 기술위원회를 두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분야는 국제표준화기구의 68번 기술 위원회인 TC 68에서 국제 표준을 개발한다. 표준 개발은 공통의 요구사항이 금융기관의 전문가와 각 나라의 상황을 맞춰서 반영되어야 한다. 기술위원회는 다시 산업별 주제에 따라서 여러 개의 분과위원회(Sub-Committee)로 구분한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는 개인 정보, 신용 정보 등 보안이 가장 중요하기에 금융 거래의 보안(security)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공통의 사항을 정하는 위원회가 있다. 이 보안과 관련된 금융 거래의 국제표준을 작성하는 위원회가 분과위원회 (Sub-Committee) 2번이다. 필자는 이 SC 2, ISO TC68/SC 2번 위원회에서 국제표준 2건을 개발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국제표준 중 하나는 생체인증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19092이다. 이 표준은 생체인증을 대금 결제·금전 송금·대출·외환거래 등 금융거래에서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필요한 요구사항과 기술을 수록한 표준이다. 다른 하나의 국제표준은 핀테크와 관련한 국제표준인 ISO/DIS 18960이다. 고객의 계좌를 보유한 은행이 아닌 기관으로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결제·송금 등을 수행하는 핀테크 기관에서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권고를 수록한 국제표준이다. 이 표준은 현재 앞서 소개한 단계 중 국제표준안(DIS) 단계의 표결이 진행 중으로 내년 발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생체인증은 지문·음성·홍채·얼굴·손바닥(장문)·정맥 등 사람마다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종류의 생체 신호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기술을 뜻한다. 손바닥의 굴곡과 복잡한 형태의 선은 사람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여 본인임을 증명하는 인증 정확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정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신체 속에 숨겨진 형태의 생체 정보이기 때문에 지문·홍채 등의 다른 생체인증 수단에 비하여 위조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금융 거래 시 공동으로 필요한 정보의 종류, 즉 정보를 교환할 때 필요한 데이터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9번 분과위원회 (ISO TC 68/SC 9)에서 결정한다. 이 분과위원회는 국제 금융 거래 시의 기본 규격이 되는 정보 교환 문서인 ISO 8583을 개발한 분과위원회이기도 하다. 금융 분야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중요 분과위원회는 8번 분과위원회(ISO TC68/SC 8)다. 예를 들어 사람의 이름을 만들 때 돌림자를 쓰는 집안이라면 영수, 명수 등 수 자 돌림으로 쓰겠다라는 등 일종의 규칙이 있을 것이다. 이 8번 분과위원회에서는 금융 거래에 필요한 이름을 짓는 데 있어서의 규칙을 만드는 위원회이다. 하나의 사례로, 국제적으로 은행의 이름을 구분할 때, 해당 국가의 국가 코드 (KR)이 들어가는 식으로 11자리 코드를 부여한다는 규칙을 정한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각 은행에서 자유롭게 정한 4자리 알파벳 이후에는 항상 국가 코드 두 자리 KR이 들어간다. 국제표준 업무를 이끌어 나갈 때 경험하는 것들 국제표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의 연속이다. 종래의 전통적인 은행, 카드회사, 금융 거래에 포함되는 소비자, 그리고 새로 생겨나는 전자 상거래에 기반한 금융업은 아니지만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관 등 금융 거래에 있어서 다양한 이득을 대변하는 여러 기관이 있다.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 금융 거래에 있어서도 한 기관의 이득이 다른 기관의 이득과는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표준을 만들 때에는 이러한 이해 관계를 감안하여 모든 기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합의가 중요하다. 한번 만들어진 표준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폐지하기 전까지 계속 남아서 세계의 사람들에게 소개된다. 이 문서는 표준을 만들 당시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유한 각국의 지식을 집대성하였기 때문에 한번 만들 때 주의 깊게, 서로 간의 합의를 최 우선으로 하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작업하는 국제 기구는 ISO(Internationl Standard Organization)이고, 국제표준을 만드는 기관은 ISO 외에도 국제전기기술위원회인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ttee), 국제전기통신연합인 ITU-T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가 있다. 특히 ITU-T는 우리 나라가 정보통신 산업의 강국인만큼, 세계를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표준을 만들 때 모든 나라가 해당 표준의 개발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자국에서 이미 해당 산업을 선도해 나가는 입장인 경우 새로운 표준이 기존의 기술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어 선뜻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 나라의 의견만 계속 주장하더라도 각 투표 단계에서 다른 나라가 선뜻 지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투표에서 표준안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표준 개발 과정마다 거치는 각종 투표에서 각 나라의 의견을 가급적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나라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경험필자가 작업하고 있는 작업반은 미국 국립표준협회(ANSI), 영국 표준협회(BSI), 프랑스 표준협회(AFNOR), 일본 산업표준위원회(JISC), 호주 표준원(SA), 중국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SAC), 세계 유수의 글로벌 결제 기관 등이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기관에 속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필자가 개발한 2건의 표준 중 한 가지는 생체인증에 대한 표준이다. 생체인증 표준인 ISO 19092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바이오인증을 사용하는 기관이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 및 기반 구조를 제시하고, 바이오인증 서비스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조치사항을 총망라한 지침서이다. 현재 필자가 개발하고 있는 또다른 표준인 ISO/DIS 18960은 결제서비스 제공기관이 보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조직 전체 및 기능적 측면에서 구비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지침을 기술한 표준이다. 한국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생체인증은 휴대폰에 지문 또는 얼굴을 가지고 인식하는 인증이다. 요즈음에는 아파트에 출입할 때에도 거주민의 얼굴을 통해 출입을 허가하는 시스템이 많이 사용되며, 가장 가까운 예로는 국내 공항에서 손바닥 인증을 통해 여권 대신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서는 지문 정보를 금융 거래에 필요한 카드에 포함시켜 카드를 발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체정보가 담긴 카드는 특히 보안이 중요하다. 필자가 국제표준을 개발할 때에는 글로벌 신용카드 사에 재직 중인 박사님들, 일본의 생체인증 분야를 전공한 교수님, 우리 나라의 생체인증 전공의 대가인 교수님, 프랑스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 호주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와 보안 컨설턴트, 스위스의 양자 컴퓨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본인의 전문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을 개발했다. 표준 개발 시 상호 간의 합의와 조정이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표준 개발 작업반은 앞서 보안 분야에서 3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역사가 깊은 표준 작업반이다. 이 표준 개발 작업반은 1년에 3차례 직접 만나서 회의를 진행한다. 올림픽처럼 각국에서 참여하다 보니, 각 나라의 공정한 작업 기회가 중요하다. 따라서 작업반 회의도 세 개의 대륙인 북미, 아시아태평양, 유럽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한다. 각 나라의 업무 시간인 09시부터 17시까지 맞춰서 진행하다 보니 시간대가 다른 나라에서는 새벽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필자가 개발했던 국제표준은 코로나가 한창 창궐했던 2021년에 기술적인 주요 사항이 주로 정해지다 보니, 월 2회 미국 시각에 맞춰서 새벽 3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일을 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생업이 있지만 국제적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생체인증 국제표준 역시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투표를 거쳤다. 각 단계의 투표에서 영국·일본·미국·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해당국의 대표 전문가가 다양한 의견을 주었다. 표준 개발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본인 업권에서 20~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분들이기에 이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술적인 상세 사항을 추가하면서 각 나라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각 나라의 의견을 반영하여 의견에 대해 프로젝트 리더로서 생각하는 처리 방안을 기술한 문서를 만들어서 의견을 준 국가 및 이 표준안을 개발하는 다른 국가까지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생체인증이 각 나라에서 널리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기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75개 이상 발생하기도 하였다.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개발 중인 표준안에 반영되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가급적 상세하게 의견을 반영했다. 특히 생체인증 정보는 다른 인증수단과 달리 한 번 유출되면 변경이 어렵기에,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 기관이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에 얼굴 또는 지문 정보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것은 관리 주체가 개인이 되지만, 금융기관에서 소비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경우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일종의 해결책으로서 고객이 금융기관에 제시한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기관과 신뢰받는 제3의 기관이 분할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표준에 수록하였다. 상대 국가의 의견을 그대로 표준안에 반영하기보다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등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에 대해 수록하자는 해외 전문가의 요청이 있었다. 표준에 특정한 기업의 기술을 편향적으로 수록하지 않기 위해 모바일 기기에서 금융 서비스의 생체인증 환경을 구현할 때 검토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을 표준의 부록에 포괄적으로 기술하였다. 특정한 나라 또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각 나라의 입장을 조화롭게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이와 같이 표준안의 개발에 있어서 투표 단계마다 회원국의 수많은 의견과 반영 과정을 거쳤으며, 기술적인 의견이 최종적으로 국가간 투표를 통하여 결정되는 과정인 국제표준안(DIS), 최종국제표준안(FDIS) 단계에서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가가 모두 찬성하는 쾌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우리 나라의 의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이해관계자, 산업별 현황이 다르다는 것을 반영하여 각 나라의 의견을 조화롭게 수용한 후 합의 일치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점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스포츠 정신이 중요하듯이 국제표준 개발에서는 다른 나라의 의견을 프로젝트 리더로서 조화롭게 반영하여 투표 단계에서 합의를 이루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금융 IT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국제표준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생체인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보안 기술을 수록한 지침서로서 활용될 것으로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하여 수행하였기에, 향후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가 만든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새로운 형태 금융 거래 시장에서 표준의 역할한국에서는 오픈뱅킹 업무를 시작으로 혁신적인 여러 금융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필자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표준은 중소 기업의 상생의 시대에 맞춰, 종래의 전통적인 금융기관처럼 크고 업무에 투입할 인력과 돈이 풍부한 기업이 아닌 중소 기업 (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에 대하여서도, 고객의 금융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를 안전하게 하려면 어떠한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과 지침, 권고에 따라서 처리하면 되는지를 정의한 표준이다. 종래의 금융 시장은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자본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대규모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관이 새로운 금융 시장의 플레이어로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산업을 마주치고 있다. 카드 거래가 일상적이지 않던 나라, 예를 들어 화장실을 사용하더라도 1유로짜리 동전을 주어야 쓸 수 있었던 해외에서, 이제는 신용카드를 가까이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주치는 일이 최소화되고 있다. 카드 거래 망이 보급되지 않아서 카드 결제가 어려웠던 도심과 다른 시골에서도 이제는 휴대폰에 고객이 보유한 앱의 QR (Quick Response)을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거래가 진행되는 시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각 금융 기관과 산업 종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QR 거래의 경우, 유니온페이,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활성화되고 있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QR 거래를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이미 두 건의 국제표준을 금융 분야에서 개발하였다. 한 나라 안에서만 사용되던 기술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제 표준의 개발을 금융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가기술표준원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첨단 양자기술 등 발전하는 분야의 국제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분과위원회 설립, 이사회의 이사 진출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출몰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최소한 5년의 기간 동안 영속적으로 세계인에게 읽혀질 수 있는 표준을 개발하는 업무는 금융 산업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보람을 느끼는 업무이다. 더불어 국제 표준에 우리 나라의 발전한 국가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이제는 금융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선도자로서 자리매김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방법이다. 이미 한국은 발전된 정보기술을 통해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핀테크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활발한 표준 개발과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글로벌 금융 산업의 리더로 우리나라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혜영 전문연구역/기술사/국제기술사는 한성과학고를 거쳐 KAIST 전산학과 학사,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금융결제원에서 국제표준, 국가표준, 단체표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외환동시결제, 국가간 현금자동입출금기 연계 공동망 등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생체인증 분야의 ISO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한 후, 현재 핀테크 분야의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및 한국기술사회 소속으로 정보기술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2024.1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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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외치다, “진행시켜!”… AI 에이전트 시대 오나  [한세희 테크&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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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발주나 납품, 재무 처리를 위한 서류에 데이터를 채우는 일로 보낸다. 여기에 들어갈 정보는 직원 이메일이나 엑셀 장부, 고객관리 시스템 등에 흩어져 있다. 우리는 이런 정보들을 직접 찾아가며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번거로운 일들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해 줄 수는 없을까? 조만간 가능해질 지도 모르겠다.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최근 자사 초거대 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서비스의 새 버전 ‘클로드 3.5 소넷’을 공개하며 ‘컴퓨터 유스(computer use)’라는 기능을 새로 선보였다. 나 대신 컴퓨터로 일하는 AI 컴퓨터 유스는 사람 대신 AI 모델이 컴퓨터를 써서 여러 가지 일을 대신해 주는 기능이다. AI가 스크린을 보고, 커서를 움직이며 버튼을 클릭한다. “내 PC와 웹에 있는 데이터를 찾아 이 서식을 작성해 줘”라고 명령하면 PC에 저장된 엑셀 파일을 열거나 브라우저를 작동시켜 적절한 정보를 찾아 빈 칸을채운다. 앤스로픽은 개별 도구들을 AI 모델이 활용 가능한 형태로 수정하지않았다. 대신 AI 모델에 일반적인 컴퓨터 활용 방법을 학습시켰다. 그래서 프로그램 종류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기능을 AI가 활용할 수 있다.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한 AI 모델이 자연스러운 문장을 내뱉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사람의 컴퓨터 사용법을 학습한 AI가 컴퓨터를 다룰 줄 알게 된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일상 문장으로 지시하면 AI가 알아서 일을 진행시켜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나 ‘허’의 ‘사만다’처럼 주인의 상황을 찰떡 같이 이해하고 필요한 일을 알아서 챙기는 것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AI를 상상할 때 기대하는 것들이 한발 더 현실에 가까워진 셈이다. 이런 AI를 요즘 ‘AI 에이전트’라고 흔히 부른다. 영어 단어 ‘에이전트(agent)’는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는 대리인 등을 뜻한다.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갖는다는 뉘앙스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일의 순서와 흐름을 짜고, 활용 가능한 도구들을 써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요구에 대응해 갖고 있는 정보와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요구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활용 가능한 도구 등을 따져 가며 작업을 수행한다. 누구에게나 비서를…AI 에이전트 등장 IBM은 사용자가 “내년 그리스에서 서핑을 하기 가장 좋은 날씨가 될 것 같은 시기를 예측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 AI 에이전트를 소개한다. 날씨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 AI 에이전트는 외부 기상 데이터베이스에서 최근 몇 년 간 그리스 날씨 정보를 수집하고, 서핑을 전문으로 하는 또 다른 에이전트와 통신해 ‘만조와 비가 내리지 않는 화창한 날씨’가 서핑하기 좋은 시기라는 사실을 파악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내년 그리스의 어느 시기에 만조가 있고 날씨가 좋을지 예측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정보를 기억하여 다음에 비슷한 요청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게 된다. AI 에이전트는 채팅 창을 빠져나온 초거대 언어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챗GPT 초기를 생각해 보면, (필자는 세상에 나온 지 2년 밖에 안 된 챗GPT를 두고 초기 운운하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그간 변화가 너무 빨라 마치 오래 전처럼 느껴진다) 챗GPT에 검색이나 항공권 예약, 장보기 등 외부 앱의 기능을 추가해 마치 생성형 AI를 위한 앱스토어 같은 것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텍스트밖에 못 다루는 챗GPT로 일상에 필요한 유용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이후 AI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우리는 채팅 창에 얽매이지 않는 생성형 AI를 ‘AI 에이전트’라는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영상, 소리 등을 다루는 멀티모달 AI의 발달도 힘을 보탰다. 이런 발전에 힘입어 여러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들을 내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에이전트 10종을 선보였다. 자사 생성형 AI 서비스 ‘코파일럿’ 기반이다.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최우선적으로 영업력을 쏟아야 할 고객이 어디인지 자동으로 판단하는 에이전트나, 공급망을 추적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점을 미리 파악하는 에이전트 등이다. 코파일럿으로 자동화 에이전트를 직접 만드는 기능도 공개할 예정이다. 세일즈포스, 아사나 등 여러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각자 분야에서 비슷한 AI 에이전트들을 내놓고 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요청하면 AI가 알아서 계획을 짜고 정보를 모으고 도구를 찾아 일을 수행한다는 약속을 제시한다. 직장인의 낙원인 셈이다. 직원이 필요 없어 정리될 때까지는 말이다. 물론, 이 같은 약속이 온전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앤스로픽은 컴퓨터 유스가 아직 ‘실험적 기능’이며 “오류와 실수가 많을 수 있다”고 인정한다. 피드백을 받아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미리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간 업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소프트웨어나 AI의 모든 약속들은 우리를 많이 편리하게 해 주었지만, 결코 완벽한 적은 없었다.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AI가 내 컴퓨터나 온라인에 저장된 정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외부 망과 연결된 AI가 나의 민감한 정보를 유출할 우려도 있다. PC 화면을 쉴 새 없이 스크린샷으로 찍고 AI가 분석해 정보를 쉽게 찾고 업무를 돕는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콜(Recall)’ 기능은 프라이버시 우려로 출시를 늦춰야 했다. 그렇더라도 사람의 머리를 써야만 가능했던 일도 기계에 맡긴다는 인류의 오랜 소망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만으로 기분은 좋아진다. 수하에게 일을 명령하는 배우 이경영처럼 우리도 AI에 말할 수 있게 될까? “AI, 진행시켜!”

2024.11.17 07:00

4분 소요
지속가능한 공급망,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 [스페셜리스트뷰]

산업 일반

2005년 나온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산간오지인 동막골에 들어간 북한 인민군 장교가 촌장에게 부락민들을 잘 통솔하는 비결을 묻자 촌장은 그저 “뭘 마이 멕여야지”라고 답한다. 결국 세상 모든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고, 이것은 일자리로 귀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걸 생생하게 전해주는 대목이다.필자는 기업에 재직 중이던 당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붕괴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 등 사건을 계기로 극단적 재난상황에서도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여러해에 걸쳐 한 적 있다. 당시 그룹내 많은 경영진과 외부의 전문기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핵심 계열사의 공급망과 운영체계를 다루는 것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라'는 모토 하에 일어날 수도 있는 모든 위기를 상정하고, 사안별로 최적의 대비와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었다.얼마 전 공급망 분야 세계적 석학인 요시 셰피 MIT 교수의 책 '매직컨베이어벨트'를 전문가 2명과 같이 번역해서 출간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책의 주요 부분 위주로 AI시대 지속가능한 공급망과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관점을 서술해 보고자 한다.흔히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이므로, 위험이 아니라 기회를 보는 긍정적 사고를 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실제 비즈니스에 있어 위기라는 건 늘 있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하면 성장하고 번영하는 것이고, 좌절하면 소멸되는 것이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 이라는 또다른 위기AI 열풍이 느껴진다. 챗GPT로 촉발된 AI혁명은 이제 일상과 기업 운영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고, AI로 인한 일자리 소멸 전망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의 90%가 6년 뒤 AI로 대체 가능하다거나, 의사나 변호사 등 많은 일자리가 5년내 1400만개 사라진다고 하는데, 진행 중인 AI 기반 혁명은 이전의 산업 혁명들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전문직 종사자와 광범위한 직업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능했던’ 기능을 매우 빠르게 수행한다. 변화 속도를 주목해야 한다. 이전의 산업 혁명에서는 농부가 기계로 대체되는 경우 공장과 공급 생태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기 때문에 개인은 은퇴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거나 직업을 전환할 시간이 있었고, 기업들도 변화에 적응할 여유가 있었다.하지만 AI 기반 자동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많은 기업과 조직이 이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왔기 때문에 전환은 매우 빠르다. 그렇다고해서 AI기술 주도 혁신이 바로 일자리 파괴와 대량 해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기술 혁명은 소프트웨어 및 웹 개발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등 많은 직업을 만들어냈다.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예측가능하므로 기업과 정부는 근로자 경력 재설계와 교육, 훈련을 통해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둘째 일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기존 일자리의 연장선상에서 확대될 것이다. 누구나 PC를 활용해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관련 교육,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에 IT관련 직업은 소멸되지 않았다.결국 새로운 생성형 AI 도구는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전문가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 바로잡아주는 AI트레이너와 분석을 돕는 전문가가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 발전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가령 1970년대에 비해 오늘날의 항공여객 승객은 크게 늘었다. 항공업계를 뒷받침하는 기술발전이나 여건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 여객기 조종석 승무원이 과거 5명에서 2명으로 줄면서, 승객당 인건비가 줄자 여행 수요가 늘었고, 규모의 혁신이 일어났다. 더 많은 조종사, 객실 승무원, 수하물 취급자 및 공항 직원을 필요로 하게 되어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다시 항공 여행의 증가로 이어졌다.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2005년 저비용항공사(LCC)설립 후 국적항공사의 조종사 수는 2022년 기준 6,382명으로 2010년 3,750명에 비해 70% 이상 증가했다.중요한 것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AI기술 혁신으로 인한 비약적 발전이 고용에 항상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를 위한 충분한 교육훈련과 준비가 필요하다.90년대 후반까지 주말에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들을 했던가? 신문 광고를 살펴서 주말에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어느 극장에 몇시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알아내고, 당일 몇 시간 앞서 도심의 극장에 나가서 현장 예매를 하고, 상영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국내에 아이폰이 상륙한 것은 2009년인데, 지금은 어린아이들까지 과거 노트북을 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며, 버스를 타거나 일기예보와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하드웨어는 물론 애플리케이션 등 연계기술이 발전된 덕분이다. 현재 기술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제 수많은 일터에서는 다가올 변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획하고 개발해야 할 때다.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하는 방법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여러 방식과 형태로 탈숙련화를 가속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광범위하게 일자리와 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계별로 살펴보자.첫 번째, 탈숙련화(De-Skilling)이다. 저숙련 노동자가 고숙련 노동자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두 번째, 더 적은 근로자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확장(Scaling) 현상을 가져온다. 산업용 기계의 도입은 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양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된다.마지막으로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특정 직업이 완전히 없어지는, 일자리 제거(Elimination) 현상이다. 승강기 운전원, 전화 교환원, 전보 배달원, 버스 안내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역사 속 사라진 직업이다.사실 잃어버린 일자리들은 잘 알려진 것이지만, AI기술로 새롭게 창출될 미래 직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하다. 이러한 관점은 앞으로 기업, 협회, 학계 그리고 정부 등 기술과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기술적 논의와 대비를 위해 해야 할 정책적 함의 도출에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시스테믹 솔루션 영향력 막대AI기술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단일 포인트 솔루션(Single-point solution)이다.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면 인식을 예를 들면, 인공지능 기능으로 휴대폰 잠금을 해제한다.이들 기술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지는 않으며 보안을 강화하고 잠긴 휴대폰 화면을 여는 절차를 가속화할 뿐이다.두번째 유형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솔루션(Business-process solution)인데, 이 기술은 특정 작업 수행을 위해 설계되며 해당 업무와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은행 대출 평가나 보험금 청구 업무라면 AI기반 솔루션은 단순 업무를 해결하고, 복잡한 문제는 숙련된 작업자나 관리자가 처리한다. 세 번째 유형은 시스테믹 솔루션(Systemic solution)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변경하는 AI기술이 포함된다. 구글의 광고 타겟팅 시스템은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준다. 한 번 구축해 조정되면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지 않으며, 자체적으로 의사 결정도 내린다.주목해야 하는 인공지능의 혁신적 잠재력은 대부분 시스테믹 솔루션 영역에 있지만, 새로운 기업의 출현이나 서비스와 일자리 개발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결국 오늘날 AI 기술의 대부분은 비용 절감(주로 노동력)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프로세스 솔루션이다. 이는 근로자들에게 두려움을 야기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알려지지 않은 발전을 이끌 것이며, 일부는 인간에 유익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술 발전으로 제거된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우려, 또는 특정 업무 개선을 위한 무분별한 솔루션 도입보다는 앞에서 소개한 AI기술의 적용 유형과 방식을 고려해 기술 도입이 기업 내 임직원, 조직, 기업 문화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타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프로세스 개선은 인간의 몫많은 전문가들이 자동화, 특히 AI와 로봇공학을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지만, 로봇과 인간은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협업의 경우 로봇이 경쟁자이기보다 협력자에 더 가까운 부분 자동화(partial automation)로 실현되고 있다. 인간 노동자는 기술과 판단을 요하는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대표적인 협동 로봇의 형태는 공장 코봇(cobots)과 물류 코봇이다. 물류센터와 공장에서 공장 코봇은 더 숙련된 영역을 처리하는 인간 작업자와 협력해 단조롭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을 돕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의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서는 AI가 탑재된 코봇이 무거운 짐을 옮기고, 인간 작업자는 로봇의 움직임을 지시하거나 더 섬세한 작업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로봇들은 휴대용 태블릿을 사용해 쉽게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으므로 벤츠는 다양한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다. 궁극적인 코봇의 실현은 사람과 기계를 결합한, 착용 가능한 외골격 로봇(exoskeleton)일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이 더 많다. 결국 로봇은 반복적인 표준 작업을 처리하고, 사람은 예외 처리와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대부분의 인간 학습은 사례 연구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공식적인 견습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생성형 AI 시스템은 관찰을 통해 사람들이 하는 방식을 기계의 속도로 빠르게 학습하고, 대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일단 생성형 AI 시스템이 훈련되면 그 응용은 다양하다. 특정 전문가 계층 사이에서 일자리 제거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복잡한 맥락적(contextual) 요소를 판단하여 기계나 장비 사용의 장점을 평가하고, 필요시 기계를 바꾸도록 지시하거나, 고장을 수리하고 교체하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은 사람과 기술 간의 협업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VUCA 시대의 퓨처 트렌드AI의 도입으로 인해 비즈니스와 공급망의 VUCA 특성(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대이다. 미래는 다음 3가지 트렌드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특히 직업의 미래 관점에서 근로자에게 두가지 상반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첫 째,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는 VUCA 수준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세계 인구는 이미 상당한 지리적, 인구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셋째, 끝없이 발전하는 정보 기술은 이러한 세상에서 유용한 데이터, 의사 결정, 제어 및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이러한 트렌드의 상호 작용은 다음 두 가지 영향을 근로자에게 미칠 것이다. 첫 째, 기술이 새로운 유형의 작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기존 인력 중 일부를 대체할 것이다. 둘째, 자동화의 광범위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를 뒷받침하는 비즈니스와 공급망의 모든 활동을 설계, 관리, 실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인력수요는 있을 것이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23년 일자리 미래 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에 따르면 AI 및 머신러닝 전문가, 로봇 공학 엔지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등 일자리는 크게 늘고 단순하고 일상적인 관리나 물리적 작업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직업 범주에 남아 있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일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가장 숙련된 직원이 될 것이다. 즉, 기계적 아웃풋이 어느 시점에 의미가 없는지, 기계가 고장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유경험자들이다.미래를 위한 인재 공급망 노동시장이 AI로 자동화되면서 숙련 인재 확보가 고용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단순 업무가 줄어들면서, 저숙련 신규 인력의 고용 기회가 줄어들 위험이 크다. 만약 회사에 신입채용이 없다면, AI나 통신 시스템이 실패할 경우 예외를 처리하고 기계의 잘못된 결정에 개입해 바로잡고, 공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숙련 직원을 개발할 방법이 없다. 기술 변화와 관련된 난제 중 하나는 기술이 새로운 업무 기법을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지만, 실직자들은 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0.68이라는 사상 초유의 합계출산율이 예상되는 대한민국의 2024년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앞에 두고 기업은 기술 격차(Skill Gap,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력과 직원의 역량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하며, 이는 기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강조된다.앞으로 기술은 기업과 고용의 미래 모두에서 절대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근로자들이 동일한 직위로 같은 직장에 계속 근무하더라도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은 전체 업무 환경과 개별 작업 모두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제때 확인하고, 업무에 적용되는 기술을 이해할 것을 요구받을 것이다.또한 일부 프로세스 결함이나 발생가능한 오류를 발견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잠재적인 이상 징후가 수정해야 할 사항인지, 적응해야 할 변화인지, 아니면 그냥 무시해야 할 문제인지 판단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물론 컴퓨터와 AI가 공급망과 산업현장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 문제 조치 노하우나 경험치가 쌓이지 않는 경우 자동화는 공급망의 복잡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점점 더 복잡해지는 공급망에서 관리자는 시스템 평가 및 분석 같은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IoT, 로봇, 자율주행차, 수학적 모델, AI 등 고급 공급망 도구를 인력과 통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또한 업무량 패턴을 예측하고, 작업자의 생산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모든 작업부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기술 자원 수준을 예측하고 가용성 및 리드타임과 같은 예상 서비스 요구 사항을 유지할 수 있다.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고급 AI,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광범위한 적용은 공급망 관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7월 19일 협정 세계시(UTC) 새벽 4시경(한국 시간 오후 1시경)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상에서 실행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발 전산망 마비 및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이 사건은 기업들이 개별 구매하여 설치한 서드파티 소프트웨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였고, 전 세계가 정보기술(IT) 먹통 사태를 겪었다. 미국, 독일 공항에서 비행기가 묶였고 영국, 호주 증권거래소와 방송사 등에선 컴퓨터 화면이 멈춰 서는 ‘블루 스크린 현상’이 발생했다. 850만대의 MS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서버와 PC에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보안 솔루션 업데이트가 배포되면서 발생한 장애로 IT로 이어진 ‘초연결 세계’의 잠재적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이러한 장애는 수많은 기업을 순식간에 마비시키고 공급망을 혼란에 빠트린다.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동일한 클라우드 기능, 소프트웨어 시스템 또는 데이터 흐름에 의존하게 되면 모든 기업이 동시에 장애에 취약해져 시스템적으로 광범위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디지털 시스템의 또 다른 취약점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다는 것인데, 한 회사의 시스템에서 공통적인 취약 부분을 활용해 다른 회사의 시스템을 다운시킬 수 있다. 2017년 6월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사 머스크(Maersk)의 경우 76개 항구와 800척의 선박에서 회사의 컴퓨터 시스템 전체가 중단됐다.사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전쟁 공격으로 해커들이 유포한 악성코드가 전 세계 컴퓨터를 무차별 공격했던 것이었다.피해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로 퍼졌고, 시스템과 서비스 중단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담당자들은 피해를 복구할 때까지 최대한 수작업으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앞에서 말한 사태들의 첫번째 교훈은 시스템 작동 방식에 대한 숙련인력들의 지식에 따라 복구, 정상화 시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지식은 아쉽게도 모두 자동화되기 어렵고 물리적 문서와 고도로 숙련된 현장 작업자의 기억과 경험에 저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두번째 교훈은 인간이 관여하는 시스템은 한 번에 중단되거나 고장 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복잡하게 연결된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갑자기 셧다운이 발생된다. “실수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정말로 일을 망치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오류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도 프로그램된 작업을 고집스럽게 완수하는 컴퓨터의 특성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더라도 컴퓨터의 경직성(rigidity)은 결국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다.인구 고령화,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장기적인 추세는 눈에 명백히 보인다. 변화가 가져올 충격과 영향에 대해 기업들은 예상은 하면서도 단기적 재무압박을 명분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다른 한편 장기적 변화의 또 하나의 속성은 긍정적인 잠재적 기회도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선견지명이 있는 어떤 기업은 적응할 기회를 갖게 되고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취약한 회사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인구 변화 리스크에 있어서 핵심 요소는 이주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일 것이다. 기후 변화, 지정학적 불안과 전쟁, 그리고 빈곤층에서 벗어나기 위한 갈망으로 인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더 삶의 질이 높은 안전한 국가로의 이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주의 긍정적인 측면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수요, 추가 노동력이 유입되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부정적 측면은 이민자들이 이주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일자리 경쟁자로 인식되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정부 지출패턴에도 변화가 필요 또 하나의 인구 변화 관련 주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최근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령 사회는 인구 감소와 맞물려 근로 연령층과 은퇴 시민 사이에 불균형 문제를 야기하며, 정부 지출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미래의 일자리와 관련된 주요 문제이다. 근로자 고령화의 영향은 기업에게 중요하다. 대규모 인력의 은퇴가 임박하면 조직이 알고 있는 업무 지식, 즉 ‘제도적 기억(institutional memory)’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퇴사전 보유 지식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인수인계가 모든 조직에서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기업은 문서화된 매뉴얼에만 의존하는 대신 첨단 AI로 구현되는 여러 대안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 직원으로부터 학습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해당 정보를 새로운 세대에 효율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몰입형 지식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명백한 장기적 추세인 인구변화 외에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파괴적 혁신’도 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존 제품을 꾸준하게 개선하는 ‘점진적 혁신’을 선택했던 노키아와 기존 휴대폰 시장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한 애플의 사례는 매우 유명하다. 짧은 시간내 소멸되는 태풍과 달리 비즈니스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은 고객 수요와 시장구조에 영구적 변화를 만들어낸다.이렇게 장기 변화 추세, 장기 리스크, 전략적 대응과 관련해 기업이 예측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시나리오 기법 훈련을 해보기를 권고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양한 ‘만약의(what if)’ 미래 모습들과 그 다양한 현실들이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진의 시각을 넓히고 다양한 미래 변화에 대비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최초의 도로교통법이라는 영국의 적기조례는 1896년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30여년 간 작동하며 영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만든 결정적 계기로 평가 받는다. 보행자나 마차의 안전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차량의 무게,속도,주행방식 등을 규제한 법률인데, 실제로는 마차 관련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동차는 도심 최고 시속 2mph (3.2 km/h)의 속도로 주행하도록 하고,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여러 대의 마차를 운반하는 도로 차량 앞에서 걷는 것을 요구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최근 보여준 챗GPT 등의 엄청난 퍼포먼스 때문에 AI 시대에 대한 과잉의 두려움이 있다. AI 시대를 어느 개인이나 한 국가의 노력으로 피할 수도 없고, 새 일자리 창출효과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AI 시대 관련 국가가 할 일은 2050 탄소중립 대응과 얼개가 같다. 전체 사회의 공정한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 기업이나 산업단위로 해야 할 일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조금 더 앞서 나가야 한다.기업은 내부 자원과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인적자원 교육훈련에 앞서 나가야 한다. 눈앞의 현실과 자기 실력에 대한 과잉 과소평가 모두 금물이다. 개인은 필요한 쪽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AI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종합적인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 국가적,사회적으로 그러한 준비를 하겠지만, 무엇보다 학습하는 인간, 발전하는 인간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잡고 가야 한다내가 근무하던 조직은 운좋게도 90년대 PI(생산성혁신)에 한 발 앞서 투자하고 체질을 개선한 덕분에, 디지털 전환 시기에 선진 국가의 경쟁기업들을 앞서 나갔고, 장기 호황의 발판을 만들어 냈다. 1등을 지향하는 치열한 내부 경쟁 문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전체 조직이 위기의식을 갖고,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도록 만들고, 과감하게 투자를 한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는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된 미래가 올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이제 준비의 시간이다. 김효석 환경부 국립환경인재개발원장은_환경과 안전을 주제로 글로벌 제조기업의 공장과 본사, 지주사를 차례로 거친 이후 공직에 입문했다. 우리나라 환경공무원들의 직무교육과 환경기술인력들의 전문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앞서 전자업종에서 오래 일하며 사업지속성체계(BCM) 구축을 오래 맡았고, 그룹 연수원을 통해 EHS전문인력을 양성했다.

2024.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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