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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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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둔촌주공 집행부, 다가오는 ‘해임총회’ 영향일까

부동산 일반

공사중단 사태에서 ‘벼랑 끝 전술’을 써오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집행부가 김현철 조합장 사퇴를 기점으로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에 대면협의를 요청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상가 지분 쪼개기 논란, 사업비 대출 문제 그리고 임원 해임총회 일정 임박 등의 요인이 집행부의 태도를 변화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현 집행부 하에선 시공사업단이 요구하는 상가 분쟁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공사재개까지 여전히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20일 취재에 따르면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임원 해임총회 개최를 위한 동의율을 달성한 상태로 예정대로 8월 내 현 집행부에 대한 해임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상위 측은 현재 동의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조합원 총회에서 해임을 결의하기 위한 정족수를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상 조합임원 해임총회는 조합원 1/10 이상 요구로 열 수 있으며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동의로 해임이 가능하다. 정상위 관계자는 “도정법 상 필요한 동의율은 확보한 상태로 8월 중순 쯤 해임총회가 열릴 것”이라며 “최근 상가 쪽지분(소유권을 쪼개 나눈 지분) 문제가 터져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조합장이 갑작스럽게 8000억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해임총회의 동력을 떨어뜨리려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 급한 불 껐으나…상가문제 해결 ‘첩첩산중’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시공사업단이 만기가 다가오는 사업비 대출 7000억원을 대위변제하는 대신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지난 주 갑작스레 새 대주단을 구성해 해당 사업비 문제를 해결을 위한 8000억원을 조달하겠다던 김 전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현 조합집행부가 모두 해임하면 조합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돼 조합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홀로 조합장직을 사퇴한 상태다. 남은 조합 집행부는 시공사업단에 대면협의를 요청하면서 “상가문제에 대해 조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가 분쟁은 지난 서울시 중재 과정에서 조합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유일한 항목이다. 현재 시공사업단 측은 상가주 단체와 건물관리(PM)사 간 분쟁이 해결돼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가주 대표단체인 통합상가위원회와 PM사인 (주)리츠인홀딩스 간 협의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현 조합이 지난해 7월 리츠인홀딩스과 계약에 관여한 데다 조합 집행부 핵심인원 일부가 상가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몇 년 전 ‘지분 쪼개기’로 급증한 상가소유주들을 위한 무상지분율 변경과 수익배분 문제가 불거진 것과 연관이 깊다. 리츠인홀딩스는 수익금 회수를 위해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체결한 기존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계약 변경 및 통합상가위원회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19일 둔촌주공조합으로부터 직접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으나 기본적으로 상가 분쟁이 해결돼 사업 리스크가 사라져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시공사업단의 입장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7.20 17:13

2분 소요
신작으로 논란 돌파할까…韓 작품 쏟아내는 넷플릭스

IT 일반

19일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트 라인업을 공개했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을 합쳐 25편으로, 지난해보다 10편 많다. 극장가 흥행작에서 주로 보던 제작진과 출연진이 라인업에 대거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는 28일 공개하는 시리즈(드라마) 작품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첫선을 보인다.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통해 입증한 좀비를 소재로 했다. 전작들이 좁은 기차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엔 봉쇄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해외 인기작을 한국에서 리메이크해 선보이는 것도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그렇다. 스페인에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다섯 번째 시즌까지 나온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범죄자 무리가 스페인 조폐국을 점거하고 수억 유로를 인쇄한 뒤 도주하는 범죄극을 그렸다. 필모그래피에 관객 수천만 명 안팎의 흥행작을 보유한 감독도 대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부산행’ ‘반도’,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한 인기작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그중 하나다. 이번에 선보일 SF 영화 ‘정이’에선 디스토피아 지구를 배경으로 한 사투를 그린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도 드라마 ‘수리남’을 낸다. 올해 신작 라인업을 소개하면서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한국 콘텐트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한국 작품 130여 편을 해외에 소개했다”고 강조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트 총괄 VP 역시 “국내 창작 생태계와 협업하며 투자를 늘려온 결과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작품이 다수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자사를 둘러싼 논란이 나올 때마다 한국 콘텐트업계와 상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망 사용료 소송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둘러싼 수익배분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등 논란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2.01.19 14:39

2분 소요
크래프톤, 계속되는 ‘원 히트 원더’ 우려…위험 요소 3가지

IT 일반

기업공개(IPO) 대어로 손꼽히던 크래프톤이 10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하지만 ‘고평가’ 논란 속에서 상장 첫날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8.84% 낮은 45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보통 상장 첫날 주가가 크게 오르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크래프톤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현재 성공한 게임이 ‘배틀그라운드(배그)’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이 배그 지적재산권(IP)을 뛰어넘는 차기작을 선보이기 전까진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 전망을 한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 3월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사전 출시)’로 선보인 배그가 소위 ‘대박’을 기록하면서 급성장한 게임사다. 2016년 연결기준 매출 372억원, 영업손실 73억원이었던 실적은 배그가 출시된 이후 매년 크게 성장해 지난해에는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배그의 대성공 이후에도 게임업계는 크래프톤의 미래에 대해 아직은 불안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래프톤의 미래와 관련해 위험 요소는 크게 3가지다. ━ 전성기 끝난 배틀그라운드…관련 매출 감소세 첫 번째는 배그의 전성기가 이미 지났다는 점이다. 2017년 ‘배틀로얄’이라는 장르가 기지개를 켜고 있던 시점에 등장했던 배그는 기존에 나와 있던 배틀로얄 장르 게임을 제치고 빠르게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배그는 지난 2017년 11월 약 261만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며, 스팀 플랫폼 내에서 동시 접속자 수 200만명을 넘어서는 첫 번째 게임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배그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전 세계가 배그에 열광했다. 이후 수많은 게임사가 배그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배틀로얄 게임들을 속속 선보였다. 문제는 이후 출시된 배틀로얄 게임들이 배그 유저를 분산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EA의 ‘에이펙스 레전드’ 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크래프톤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았지만 원작인 PC 배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떨어졌다. 아울러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배틀로얄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스팀 기준 배그의 동시접속자수는 약 40만명 정도다. 여전히 높은 수치이긴 하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플레이하는 유저 숫자가 크게 줄었다. 이러한 변화는 매출 추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크래프톤 매출을 플랫폼별로 살펴보면 PC 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660억원, 모바일 매출은 12.9% 감소한 3788억원, 콘솔 매출은 64.5% 감소한 40억원으로 모든 플랫폼에서 내림세를 보였다. ━ 너무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중국 당국 텐센트 때리기에 ‘좌불안석’ 두 번째 위험 요소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중국 텐센트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화평정영’과 배그 모바일의 유사성에 대해서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상장을 앞두고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텐센트가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해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중국 판호가 막히자, 우회적으로 판호를 획득해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A사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6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A사를 텐센트로 추정하고 있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앞서 크래프톤은 판호 획득에 실패, 중국 내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연일 텐센트 때리기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이 텐센트를 압박하면서 중국 관련 국내 게임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텐센트를 통한 매출 비중이 높은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크래프톤도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타파하기 위해 인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만으로는 중국 시장을 대체하긴 힘들 것이라 전망한다. ━ 차기작 성공은 언제쯤?…야심 차게 선보인 ‘엘리온’은 흥행 실패 마지막 위험 요소는 차기작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은 2011년 ‘테라’ 출시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공을 맛봤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평가하는 테라의 성공 수준은 ‘중박’ 정도에 불과하다. 아울러 이후 출시한 테라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 등과 비교해 IP 활용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야심 차게 선보인 PC MMORPG 신작 ‘엘리온’도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과거 ‘에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엘리온은 크래프톤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작 중 하나였다. 결국 현재 크래프톤이 출시한 게임 중 제대로 성공한 게임은 배그 하나뿐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중 배그 IP 관련 매출은 9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배그를 제외하곤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게임이 없는 셈이다. 물론 크래프톤이 차기작 개발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크래프톤은 배그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NEW STATE)’를 개발 중이다. 해당 게임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알파테스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했으며 사전 예약자 2500만명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프로젝트 카우보이(COWBOY)’ 등 새로운 게임 타이틀을 제작 중이다.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윈드리스(Windless)’와 같이 게임 및 출판, 영상물 등으로 콘텐트 다각화가 가능한 IP를 지속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배그 IP를 활용한 배그 뉴스테이트를 제외하고는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배그 이후를 대비할 차기작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결국 크래프톤의 개발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이어진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크래프톤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특히 배그의 전성기가 이미 끝났다는 점, 개발력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텐센트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등이 리스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그의 뒤를 이을 차기작이 나왔어도 진작 나왔어야 하는데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개발한 ‘엘리온’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며 “사실상 테라 ‘중박’ 이후 성공한 게임은 배그가 유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2021.08.10 18:01

5분 소요
웹소설 ‘구글 수수료 논란’...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IT 일반

최근 웹소설 업계는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들은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구글 수수료 논란에 앞서 현재 웹소설을 서비스하고 있는 플랫폼들의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웹소설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 최근 급성장한 웹소설 시장 지난해 기준 6000억원 규모 추정 웹소설은 말 그대로 웹상에서 연재되는 소설을 의미한다. 지난 2013년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용어가 상용화·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과거 1990년대 PC통신문학, 2000년대 유행한 인터넷소설 등이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웹소설 시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대중화와 함께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기준 약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약 6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웹소설 업계는 추정한다. 웹소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1년에 수억원을 버는 작가들도 등장했다. 웹소설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자,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도 크게 늘었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가 추산하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은 약 20만명에 달한다. 웹소설은 특별한 형식이 없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에 속한다. 당장 관련 플랫폼에 글을 올리면 아마추어 작가가 될 수 있다. 물론 웹소설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프로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매일 최소 5500자 정도를 꾸준히 써야만 한다. 하루라도 소설을 올리지 않으면 독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하루에도 수천 편의 신규 웹소설이 올라오지만, 이 중 유료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진입 장벽이 거의 없지만, 그만큼 경쟁률이 높아 유료화하기도 어려운 곳이다”고 설명했다. ━ “작가보다 플랫폼이 더 많이 가져가” 문제는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시장에서 살아남아도 과도한 플랫폼 수수료로 인해 작가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기존 게임에만 적용되던 인앱결제를 웹툰·웹소설·음악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는 사용자가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서 유료 서비스를 결제할 때 앱 자체 시스템이 아닌 구글플레이 시스템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앱 개발사들에 인앱결제 결제액의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웹소설산업협회를 비롯해 여러 협회는 콘텐트 산업 보호를 위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막는 ‘구글 갑질 방지 금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들은 구글 수수료 논란에 앞서, 국내 웹소설 플랫폼들의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웹소설 플랫폼들의 평균 수수료 요율은 30% 정도다. 전체 매출의 30%를 플랫폼들이 가져가는 것이다. 문제는 보통 해당 플랫폼들과 콘텐트 프로바이더(CP)를 끼고 계약을 맺기에 작가들이 실제로 가져가는 수입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웹소설 1편을 판매할 경우 발생한 매출 100원에서 플랫폼사에 30원을 수수료로 제공하고 70원을 정산받게 된다. 여기서 작가와 CP는 보통 7대3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결국 최종적으로 작가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49원 정도다. 문제는 일부 플랫폼들이 일정 조건에 따라 수수료 요율을 30% 이상 가져가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지는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을 통해 작가에게 수수료 요율을 최대 45%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전체 매출에서 작가가 가져가는 비율은 38.5%까지 떨어진다. 여기에 향후 구글 수수료 30%가 적용될 경우 작가 수익은 20%대로 급감한다. 카카오페이지는 기다리면 무료 도입과 관련해 보통 작가들에게 미니멈 개런티(MG)라고 불리는 선인세를 준다. 하지만 MG 역시 작가 개인에게 주는 개인 MG와 CP에게 주는 브랜드 MG 등으로 나뉘며 특히 브랜드 MG의 경우 작가들에게 실질적으로 들어오는 혜택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작가들이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을 거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해당 프로모션을 통해 카카오페이지 모바일 앱 메인 화면에 걸리는 배너 여부에 따라 매출 성적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다리면 무료와 아닌 작품은 10배 이상 수익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기다리면 무료를 거절할 경우 배너 자체를 안 걸어주기에 작가로서는 사실상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기다리면 무료는 카카오페이지 독자 모델로 만화책이나 소설 한 권을 여러 편으로 나눠 이용자가 한 편을 본 뒤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바로 다음 편을 보려면 요금을 내야 한다. 카카오페이지는 기다리면 무료 도입 이후 이용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매출과 가입자 모두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이용자들이 무료 콘텐트를 위해 매일 카카오페이지를 방문하게 되면서 고객 충성도 역시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지의 2019년 매출액은 2570억원으로 지난 2013년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을 처음 선보였던 당시 매출인 21억원과 비교해 122배 이상 성장했다. 리디북스도 배너 프로모션인 ‘오늘, 리디의 발견’ 등을 조건으로 수수료를 최대 50%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웹소설 작가들은 지난 3월 웹소설 플랫폼들의 과도한 수수료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개인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수수료는 시장에서 결정할 문제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과도한 수수료 개선 필요…”작가 수익 보전에도 신경 써야” 웹소설 작가들은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독점’ 작품이 많지 않아, 한 작품만 성공해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독점을 통해 특정 플랫폼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아 예전과 같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수료가 주는 무게감이 달라진 것이다. 웹소설 작가 진문(필명)은 “카카오페이지 등이 국내 웹소설 시장을 키운 것은 분명 맞다. 하지만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라며 “플랫폼들은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이제는 작가들의 수익 보전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웹소설 작가들은 작품 실패에 대한 리스크 등을 비교했을 때 플랫폼보다 작가가 느끼는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높은 수수료 체계에서는 실력 있는 신규 작가들이 웹소설 시장에 도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진문 작가는 “작가는 한 작품이 실패하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굶게 된다. 반면 플랫폼은 작품 배너를 교체하면 그만”이라며 “작품에 대한 리스크를 작가가 대부분 부담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수수료 요율은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작가에게 떨어지는 수익이 적으면, 신규 작가들의 유입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시장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창작자가 만든 1차 저작물에 대해서는 플랫폼, 에이전시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최종적으로 50%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는 ‘창작자 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수익 배분에 대해서는 작가별, 작품별로 모두 계약이 다르기에 수익배분율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카카오페이지는 작품을 단순 유통하는 플랫폼사가 아니라 IP기업으로서 수년에 걸쳐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CP사와 창작자들의 IP개발에 투자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페이지는 전 세계 최초로 '기다리면 무료'를 개발해 무료였던 웹툰·웹소설 시장을 유료화로 이끌었다”며 “기다무를 통한 유료화, CP 및 창작자에 대한 꾸준한 투자,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통해 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정책을 지속 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2021.06.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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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 드리우는 IT 플랫폼 그림자]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 시동 건 네이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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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기존 서비스 짜집기 말고, 제도 맹점 해결에 나서야” 지난 10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 이날 국회의원들은 영세업자의 배달 앱 수수료 피해에 대한 방안 마련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중고차매매업이 소상공인생계형 업종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선 엇갈렸다. 중고차시장의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와 대기업 진출을 막으려는 매매상인, 중고차매매 사업을 하는 수입차 브랜드들과 법으로 금지한 국산 브랜드 간의 형평성 등 여러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정부는 2013년 중고차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완성차 제조사)의 진출을 막았다. 이 유효기간이 지난해 2월 끝나자 이를 대체할 소상공인생계형 적합 업종 제도를 도입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투를 막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더 이상 영세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 현대차-매매상 혼란 틈타 차량관리 플랫폼 출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방향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동반성장위의 의견 반영, 대기업의 독점 방지와 상생 방안 마련, 산업경쟁력과 소비자권익의 향상, 온라인 판매 증가와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해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가능성을 암시했다. 소비자 여론도 이에 호의적이다. 중고차매매 상인들은 이를 반대하며 지난 8월부터 중기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이 판에 숟가락을 슬그머니 얹은 또 다른 공룡 기업이 있다. 바로 카카오와 네이버다. 이번 중고차시장 논란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어서 여론의 시선에서 빗겨나 있던 이들이 막강한 온라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시류에 올라탄 모습이다.두 회사가 내놓은 서비스는 똑같이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이다. 소모품·정비·세금·보험·검사·리콜 등 자동차 관리에 필요한 개인 맞춤정보와 상품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개인의 자동차번호를 입력하면 플랫폼은 국토교통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소유자 여부를 판별한 뒤 회원으로 등록한다. 그러면 차종·배기량·주행거리·차대번호·타이어 등 해당 자동차의 정보가 플랫폼에 자동 입력된다. 플랫폼은 이와 함께 자동차보험·중고차시세·소모품쇼핑·유가동향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카카오 계열사 중 하나인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내 차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자동차 판매(시세 조회, 내차 팔기), 세금(자동차세 납부), 보험(만기 안내, 보험료 비교, 운전자보험), 고지서(종합검사 안내) 등의 서비스를 한데 모아 제공한다. 플랫폼은 카카오톡 앱의 페이(pay) 기능 가운데 자산서비스 항목에 탑재됐다. 자산서비스는 자산관리·보험·대출·투자·전자문서·송금·결제·출금·환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네이버도 올해 10월 중순에 ‘네이버 마이카’ 플랫폼을 출시했다. 플랫폼 개발은 자동차 뉴스콘텐트를 제공하는 네이버자동차팀이 설계를 주도하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용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협력사로 참여했다. 플랫폼은 네이버파이낸셜 산하에 배치하고 네이버 홈페이지와 앱, 네이버페이 웹페이지에 연동시켰다. 플랫폼은 시험용 베타 버전이지만 이용자가 소유한 자동차번호만 입력하면 중고차시세·검사일정·보증기간·리콜·세금·보험만기일·타이어·엔진오일 등의 정보를 모아 제시한다. 중고차 판매·시세는 제휴를 맺은 중고차판매 업체인 AJ셀카·케이카·엔카닷컴·오토벨이 제공한다. 소모 상품은 네이버페이를 장착한 네이버쇼핑이 보여준다. ━ “단순 서비스일 뿐 시장 침투 아냐” 선 긋기 문제는 이들 플랫폼이 중고차시장을 좌우할 거인으로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보험개발원·이커머스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형태에 불과하지만 정보 검색에서 쇼핑·금융·게임·교육·결제, 택시·예약·배달 같은 생활밀착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온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스템을 등에 업고 장악력을 키우는 건 시간문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처음엔 이용자 중심의 단순 정보·서비스 제공에서 시작해 훗날 영향력이 커지면 ‘수수료 따먹기’ 수익에 주력하고 시장을 지배하거나 정보를 독식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이는 최근 네이버부동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정조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네이버는 제휴한 부동산정보 업체들이 자사 매물검증센터를 통해 검증한 매물 정보를 3개월 동안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이는 업체와 카카오의 부동산정보 사업을 방해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경쟁사업자 배제, 불공정거래 등으로 해석해 10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매물검증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매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공정위는 업체가 검증비를 부담했으므로 네이버가 정보를 독점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등록하는 비용은 1건당 일반 매물은 2000원 정도, 확인 매물은 약 5500~1만7500원으로 알려져 있다.이 때문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 진출도 단순하게 해석할 수 없다. 이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 측은 “이용자가 개인 자동차를 손쉽게 관리하도록 돕기 위한 알람 서비스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향후에 플랫폼이 발전하더라도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계속 추가할 뿐 사업 확대나 시장 침투는 아니다”라고 입을 맞췄다.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을 통한 수익모델과 제휴사들과의 수익배분에 대해서 카카오페이는 “제휴사와의 계약 규정상 얘기하기 어렵다”며 입을 다물었다. 네이버는 “플랫폼이 아직 시험판이어서 참여 제안만 했을 뿐 수수료·수익 배분에 대한 계약은 맺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문제는 이들의 서비스가 전혀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자동차 관리 앱을 검색하면 먼저 출시한 유사 앱들이 수십여 개에 이른다. 이 앱들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보다는 단편적이지만 서비스 형태는 비슷하다. 또한 자동차정비 프랜차이즈도 회원 가입자에겐 정비이력 기록, 소모품 관리, 할인 혜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개인자동차관리 정보가 색다른 것도 아니다. 카히스토리·자동차365·자동차민원대국민 포털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정보다. 하지만 이 정보도 허점이 있다며 제공 기관들은 주의를 당부한다. 예를 들어 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았거나, 면책·취소로 처리했거나, 혹은 택시·버스·화물공제를 통해 처리된 사고·정비 이력은 알 수 없다는 식이다. 이는 자동차정보 제공보다 개인정보보호를 우선하는 국내법의 한계 때문이다. 미국에선 명의자별 교통사고·주행거리·개인정비 이력까지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자차·타차 사고구분과 사고금액만 제공하고 있다. ━ “모빌리티 데이터 선점 의도” 해석 중고차 시세도 부정확하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개인 자동차관리 플랫폼과 자동차민원대국민포털이 제공하는 시세는 중고차 관련 매매업체·사업조합·캐피탈업체가 작성한 정보다. 서울 강서의 A매매상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에선 천차만별인 차량 상태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라 판매자가 자의적으로 매기므로 시세엔 매매상들의 호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실거래가를 토대로 시세를 도출하는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부동산업계도 KB국민은행·한국감정원이 조사하고 국토부가 실거래가를 제공해 시세가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다.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행보에 대해 자동차관리 서비스앱 개발 관계자는 “짜집기식 플랫폼으로 시류에 무임승차할게 아니라, 고질적인 국내 중고차시장의 맹점을 극복하고 판매자와 구입자 간 중고차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시가총액이 20조~30조원을 넘나드는 국내 IT 대기업이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카카오페이와 네이버가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을 선보인 시점도 의심스럽다. 중고차시장의 적합업종 재지정과 대기업 참여 논란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또 기업들이 개인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이런 와중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가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을 내놓은 것은 모빌리티 시장을 겨냥해 빅데이터를 쌓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데이터가 자산인 시대다.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이를 이용해 무엇을 얻는 지가 빅 이슈”라며 “산업영역 간 합종연횡하는 때에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이 시장 지배력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는데 있어 데이터는 민감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10.25 09:50

5분 소요
[네이버는 어떻게 포털 제왕 됐나] 뉴스·블로그·지식인 ‘폐쇄 생태계’로 사용자 ‘락인(Lock-in)’

산업 일반

동영상 등 콘텐트 사업 확대, AI 플랫폼 기업 지향… 수익배분·계약 등 갑질·횡포에 불만 터져“우리는 (조작)한 적 없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로그인 한 사용자의 데이터 값을 모은 것이라 기계적 매크로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수많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의 결과값일 뿐, 네이버의 인위적 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매년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다.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했는지, 특정 의도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네이버는 여론을 바꿀 힘이 있다. 이 힘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정치권의 질타를 받는다. 검색결과나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다면 삼성·SK·현대자동차 같은 굴지 기업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이와 대해 여러 우려와 비판이 나오지만, 네이버는 꿈쩍하지 않는다. 실시간 검색어 자체가 대중을 네이버 페이지에 끌어들이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항상 대중의 쏠림에 관심 갖기 마련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살아가는 방식이다.네이버는 국내에서 닷컴 열풍이 일기 시작하던 1999년 이해진 GIO가 설립한 1세대 포털사이트다. 다음·엠파스·야후·드림위즈·프리챌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2000년대 중반 1위 기업으로 치고 나갔다. 포털사이트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인과 블로그 서비스다.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념을 도입했다.당시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며 교육·영화·음악·성인 등 분야의 수많은 사이트가 난립했고, 여러 사이트를 오갈 수 있는 중계기지 역할을 하는 포털사이트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가 터미널로서 역할을 하려면 검색 엔진의 성능이 좋아야 함은 물론, 많은 사람이 몰리도록 커뮤니티 생태계를 조성해야 했다. 이 때문에 많은 포털사이트가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고 채팅과 온라인 카페 등 개인 간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 블로그·지식인으로 콘텐트·검색 기술 보완 이에 비해 네이버는 블로그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처럼 자신만의 콘텐트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사용자들은 경쟁적으로 볼거리·읽을거리를 생산하며 네이버 사용자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초기 포털사이트에는 많은 정보가 쌓이지 않아 검색되는 정보량이 많지 않았다. 단순 검색만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자연어로 정보를 묻고 답해 정보 검색의 정확성과 용이성을 높인 플랫폼 지식인을 선보였다. 내공이란 점수와 등급제를 도입해 사용자들의 흥미와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네이버가 1위 포털사이트로 올라서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네이버는 구글과는 달리 폐쇄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네이버는 경쟁 검색엔진에서 네이버 블로그, 지식인 등의 콘텐트를 검색이 안 되거나 크롤링하기 어렵게 설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다음 등에서는 네이버 블로그와 지식인 콘텐트가 잘 검색되지 않는다. 자사에 쌓인 콘텐트가 외부로 노출되면 사용자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만 검색해야 사용자 확대 및 광고 효과도 높일 수 있다.반대로 티스토리·미디엄 등의 콘텐트는 네이버 안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다. 경쟁사의 콘텐트가 잘 유통되지 않도록 검색 주도권을 쥐고 있는 네이버가 인위적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콘텐트 생산자로서는 네이버 외에는 달리 선택할 플랫폼이 없는 셈이다. 네이버는 자사 생태계에서 생산, 유통되는 모든 콘텐트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마케팅 업계에선 네이버가 네이버 플랫폼의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블로그 바이럴 마케팅도 방치, 조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네이버는 국내 포털사이트 업계에서 지배력이 커지자 ‘첫눈’ 등 경쟁사를 인수해 주도권을 유지했다. 첫눈은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국내 최고 개발진을 불러모아 2005년 설립한 인터넷 검색 전문기업이다. 검색 단어의 중복 정도를 분석해 정보를 추출하는 ‘스노우 랭크’ 기술로 구글도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네이버는 한때 전체 검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압도적 지배력은 일종의 사용자 습관을 만들어 냈다. 사용자들은 화면 상단의 검색바, 바로 아래 메일·블로그·카페 등 서비스, 중간에 뉴스와 분야별 콘텐트를 배치하는 네이버의 유저인터페이스(UI)에 길들여졌다. 네이버를 떠난 사용자들도 구글 등 경쟁 사이트의 UI가 손에 익지 않아 결국 네이버로 돌아오고 만다. ━ 국가·단체·개인 무색무취 전략으로 사용자 확대 네이버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면서 뛰어난 경영·관리 역량을 보여줬다. 플랫폼 생태계는 모든 사용자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정파적 성향을 띄거나 특정 국가·단체·개인에게 유리한 입장을 보여서는 안 된다. ‘디씨인사이드’나 ‘오늘의유머’ 등 사이트가 사용자가 많음에도 플랫폼으로 거듭나지 못한 것은 특정 이슈와 분야에 천착하고 있어서다.특히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통제,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이버는 이런 색깔을 가진 커뮤니티 활동을 카페라는 틀에 가두고 전체 네이버는 중립성을 지향하며 생태계를 확장했다. 2000년대 초 검색 주도권을 잡은 한메일이 다음으로 이름을 바꾸며 e메일 유료화, 미디어다음 출범 등 자기 색깔을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데이비드 요피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국제경영학)는 에서 플랫폼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로 ‘사용자 및 파트너 신뢰 부족’ ‘부적절한 가격정책’ ‘자만심’ ‘시점 오판’ 등을 꼽았는데, 네이버는 이들 조건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밟았다.네이버는 최근 갑질·횡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언론사·작가·블로거 등 네이버 생태계 구축에 기여한 콘텐트 제작자에 대한 이익 분배가 적거나 없으며, 이들에게는 교섭력이 없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계약서 상 네이버는 ‘갑’, 콘텐트 기여자들은 ‘을’이다. 뉴스와 관련한 네이버의 행보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뉴스 배열 문제부터 규정 위반 언론사에 대한 게재 중단, 전재료 등이 논란거리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 기사 배열을 뒤로 미루거나 연관 검색어 수정 여부도 단골 이슈다. 웹툰 작가들과의 불공정 계약, 상품 판매 수수료 등 비용 조건 결정에서 일방 행보, 블로그 콘텐트 검열 문제 등도 제기된다.잠재됐던 불만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불붙었다. 유튜브는 콘텐트 생산자와 광고 수입을 나눈다. 유튜브 사용자가 늘어나며 월 수 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고소득 유튜버들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이에 네이버도 블로그·포스트 게시자에게 수익을 나누기 시작했지만 이미 한발 늦은 모습이다. 현재 블로그는 블로거들끼리 서로 클릭 수를 높여줘 광고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 사업 확대 더불어 공정위 이슈 이어질 듯 네이버가 최근 다양한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는 것도 기존 검색 중심 생태계에 의존했다가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색 플랫폼이 동영상으로 넘어가며,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e커머스를 중심으로 네이버페이·웹툰·V라이브 등 쇼핑·콘텐트 사업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해외시장 진출 5년 반 만에 북미 월간 사용자 수 1000만명을 넘기는 등 네이버 사이트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V라이브는 스타만들기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트를 꾸려나가며 빠르게 커지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6조5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사업 확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동영상·e커머스·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서 자사 서비스를 검색 상위에 노출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검색 포털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등 서비스를 부당하게 확장한 혐의로 제재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네이버가 금융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공정거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네이버는 플랫폼으로서 장악력을 더욱 키울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0년대 세계 최고의 AI 연구기관으로 불렸던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현 네이버랩스)을 2017년 인수했고, 국내외 AI 연구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AI가 앞으로 보완적 언어로서 디지털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이나 감정 등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는 검색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네이버의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경우 대화 시 몇 글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메시지에 적합한 아이콘을 띄워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텍스트 자동완성 기능에서 한발 앞서나간 것이다.무대는 세계시장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인이 그 첨병이다.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은 지난해 11월 합병을 발표한 상태로, 앞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지향하는 바는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 기업’이다. AI를 축으로 플랫폼을 확장해 미국·중국과 어깨를 견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일차적으로는 두 회사의 페이·e커머스 부문을 묶어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나아가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도 영화·음악·쇼핑·결제 등 여러 콘텐트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수퍼앱’으로 성장을 노리고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2.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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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린 뉴스, 단신 톺아보기(2) 플랫폼 사업과 양면시장] ‘승자 독식’ 플랫폼은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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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상거래·중개 서비스 바람 타고 영역 확장... 수수료·독점 논란도 불러 # 대도서관·양띵 등 스타급 인터넷방송 진행자(BJ)의 줄이탈에 아프리카TV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26일 아프리카TV는 “오는 12월부터 모든 BJ에게 광고수익 전부와 고화질 방송을 무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략) 광고 수익배분 문제로 촉발된 스타 BJ의 아프리카TV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스타BJ들이 아프리카TV를 등지면서 아프리카TV의 주가는 보름 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뉴시스, 2016년 10월 26일)# 소셜커머스와 거래하는 입점업체 상당수가 매출은 늘었지만 불공정거래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략) 중기중앙회는 국내 온라인 상거래 규모가 2015년 53조원을 넘어서 대형마트·슈퍼마켓·백화점과 함께 주요 유통채널로 자리잡은 만큼 오픈마켓·배달앱·소셜커머스를 대상으로 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2016년 12월 27일) #NHN과 공정거래위원회간의 법정다툼이 이달 말 시작된다. 24일 NHN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5월 공정위가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시정 명령을 내린 데 대해 이르면 오는 26일 또는 29일 중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연합뉴스, 2008년 9월 24일)동영상 사이트와 콘텐트 공급자 사이의 줄 다리기, 소셜커머스 업체의 불공정 거래 논란, 포털업체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을 둔 소송. 서로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뉴스다. 해당 업계나 기업에서나 관심을 갖는 단편적인 단신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편적인 조각들 사이에는 공통으로 흐르는 경제 패러다임이 숨어 있다. 바로 ‘양면시장’과 ‘플랫폼 사업의 부상’이다. ━ 양면시장에서는 ‘승자독식’ 경향 강해 양면시장은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 교수가 2000년대 중반 제시한 개념이다. 공급자-수요자로 이뤄진 단순 시장구조와 달리,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 고객 그룹이 거래를 하는 시장을 말한다. 인터넷 오픈마켓을 생각하면 쉽다. 오픈마켓 업체 입장에서 고객은 물건을 사는 소비자와 입점 사업자, 두 그룹이다. 여기서 플랫폼 사업자는 양측의 거래 또는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과 편의를 제공하고, 두 고객그룹 또는 한쪽으로부터 수수료 등을 받아 수익을 얻는다. 가령 오픈마켓은 전자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입점 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양면시장의 사업 유형은 다양하다. 오픈마켓 같은 거래연결, 신문·방송 등 광고에 기반한 미디어, 신용카드 등 거래수단, 인터넷 포털사이트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모두 해당된다. 넓게 보면 인력을 매칭하는 헤드헌팅, 부동산 중개, 쇼핑 공간을 제공하고 입점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는 백화점과 대형쇼핑몰도 양면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양면시장은 전혀 새로운 모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모델이 2000년대에 들어서야 이슈가 된 이유는 IT 기술과 모바일 기기의 발달을 기반으로 더 많은 서비스와 상품들이 양면시장의 특성을 갖기 시작해서다.양면시장에서는 한 고객 그룹이 한 플랫폼에 많으면 많을수록 다른 고객 그룹도 같은 플랫폼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경제학에서는 ‘네트워크 외부성’이라고 표현한다. 가령 특정 신용카드를 소지한 소비자가 많으면, 상점들은 그 신용카드의 가맹점이 되려 할 것이다. 또 이렇게 그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이 많아지면 이번엔 반대로 그 신용카드가 유용하다고 느낀 소비자들로 인해 가입자가 늘어난다. 플랫폼을 통해 한 고객집단이 성장하면 다른 집단이 성장하고 이 결과로 원래 고객집단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이런 특징 때문에 플랫폼 사업은 ‘승자독식’ 구조를 띠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 외부성은 반대로 말하면 한쪽 고객집단이 늘지 못하면 다른 쪽 고객집단도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놓인다는 뜻이다. 결국 선순환에 먼저 들어선 플랫폼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그렇지 못한 플랫폼은 퇴출된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온라인 기반 IT 서비스는 소비자의 정보수집과 이동이 편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이 강하다. 카카오톡처럼 특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한 시장 내에서 사용자 대부분을 장악하고 나머지는 사장되는 것이 그 예다.이로 인해 일단 한 번 자리 잡은 플랫폼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일도 생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뉴스 가운데 이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예컨대 상영관 배분을 둔 극장(배급사)과 영화 제작사의 갈등, 게임 퍼블리셔의 횡포, 인터넷 포탈 업체와 언론사의 뉴스 배치를 둔 논란 등이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둔 논란의 연장선이다. 물론 늘 플랫폼이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TV의 경우처럼 한 고객집단이 해당 플랫폼의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고객들이 찾을 수 있는 다른 대체재(위의 경우 유튜브)가 있다면 플랫폼도 ‘약자’가 되곤 한다.한편 이처럼 ‘살벌한’ 시장에서 경쟁자보다 빨리 몸집을 키우려는 플랫폼 사업자는 전략적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여러 고객집단 가운데 누구를 먼저 끌어들일 것인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또 누구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것인가. 특정 고객집단을 끌어들이는 데 가장 유용한 전략은 저가 또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포탈 업체는 무료로 서비스와 e메일, 클라우드 서버 등을 제공해 사용자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여기에 광고를 하려는 기업에 비용을 부과한다. 신문사가 광고주로부터 얻는 수익을 늘리는 대신 고객에게 무가 신문을 제공하는 전략도 비슷한 논리다. 또는 카카오택시의 사례처럼 초기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양쪽 고객집단(승객, 택시기사)으로부터 비용을 받지 않기도 한다. ━ 플랫폼이 ‘절대 권력’ 휘두르기도 양면시장과 플랫폼 사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 사회가 고민할 문제도 생겼다. 특히 공정거래 개념이 대입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승자독식 성향이 강한 플랫폼 업체의 경제활동을 정책적으로 제약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정책은 정당하고 제대로 가능을 할까. 플랫폼 독과점은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가령 카드사라면 가맹점 수, 가입자 수, 결제금액 규모 중 어떤 게 시장지배의 기준인가. 또 한 고객집단을 늘리기 위한 지금 플랫폼 업체의 마케팅이 문제가 없다면, 기존에 불공정 거래라고 봤던 유사한 전략(무료 신문 배포 등)은 어떻게 볼 것인가 등.이런 문제점은 결국 오래전 만들어진 규제가 갈수록 영역이 넓어지고 복잡해지는 플랫폼 시장 환경에 맞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기존의 정책적 사고방식이나 그에 근거한 제도들이 단기간에 전반적으로 바뀌거나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각 시장의 특성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하나씩 답을 찾아나갈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경제단신을 하나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큰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일부라는 시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2017.06.04 07:46

5분 소요
‘시크릿 가든’은 ‘CF 가든’

산업 일반

장면 1: 주원이 말한다. “이건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니야. 이태리에서 40년간 트레이닝복만 만든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껏…”장면 2: 자신에게 대놓고 들이대는 주원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운 라임이 침대 위에서 책을 집어 든다. 주원의 서재에서 봤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라임이 책을 읽는다. “내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말해줄래?”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려 있지.”장면 3: ‘표절 논란’에 휩싸인 한류스타 오스카가 ‘몽벨’ 팬 사인회장을 찾은 팬들에게 말한다. “오빠가 음정은 불안해도 양심은 7옥타브거든.”이것만 보고도 지그시 미소 지었다면 당신은 이미 ‘시가폐인’. 지난 16일 종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권혁찬)의 몇 대목이었기 때문이다.“귀족적인 마스크에 거침없는 기품, 후덜덜한 섹시미”를 가진 캐릭터와 “신기하고 얼떨떨한” 스토리 덕분에 이 드라마는 20~30대 사이에선 ‘체감시청률 80%’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세 장면은 주인공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 오스카(윤상현)의 극중 캐릭터와 각자의 사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이 대목들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간접광고와 상품배치광고(PPL·Product Placement)다. ‘시크릿 가든’은 인기몰이와 더불어 치밀한 상품전략으로 주목 받았다. 드라마 외주제작 업계에선 드물게 드라마 마케팅 전문회사에 간접광고부터 PPL, OST 제작을 모두 담당하도록 했다. 기업은 물론 정부부처까지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김은숙·신우철 콤비’에 기대를 걸고 간접광고에 나섰고 대부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김·신 콤비는 이미 ‘파리의 연인’ ‘온에어’ 등의 히트작을 냈다.특히 드라마의 이야기 줄기와 맞물린 간접광고 상품들은 ‘완판’ ‘매진’ 행렬을 이었다. ‘시가어록’을 빌려 말하자면, 이 작품은 8년간 드라마만 써온 김은숙 작가가 한 자 한 자 공들여 쓴 광고가 녹아있는 ‘CF 가든’이기도 하다.“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주원이 입어 브랜드가 되다“이태리에서 40년간 트레이닝복만 만든 장인이 한 땀 한 땀…”, “프랑스 남부출신 자연주의 디자이너가 꽃과 인권을 주제로 한 코 한 코…” 같은 주원의 명대사로 알려진 ‘트레이닝복 4종 세트’는 드라마의 인기를 토대로 상품이 급조됐다.이 트레이닝복은 원래 작가의 대본대로 드라마의 스타일리스트가 제작한 옷이다. 방영 이후 크게 화제가 되자, 드라마의 총괄 마케팅을 맡은 ㈜어치브그룹 디엔(이하 ‘디엔’) 은 이 옷을 실제 기성복 브랜드로 만들어 출시했다. 이미 나온 상품을 드라마에 노출시키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라마의 내용을 상품으로 발전시킨 사례다.‘디엔’의 김혁준 전략기획실장은 “마침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의류사업을 준비 중이었다”며 “그런데 드라마에 나온 트레이닝복이 반응이 좋아 브랜드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트레이닝복 4종은 지난해 12월 31일 ‘옐로클락’이라는 상표로 출시돼 120만원대의 고가로 판매된다. 이 중 주원이가 네 번째로 입었던 ‘골드 스터드’ 트레이닝복은 이미 다 팔렸단다. 드라마의 한 장면도 상품이 됐다. 마지막 회에 방영된 오스카의 콘서트신이다. 실제로 콘서트를 열고 이를 드라마에도 삽입했다. 티켓값이 만만찮은 가격(5만5000원~9만9000원)인데도 예매 시작 5분 만에 2000석이 동났다. 드라마에 들어간 분량은 10분 남짓이지만, 이 한 장면이 만든 상품가치는 1억원을 훨씬 웃돌았다.지난 15일 개최된 콘서트에는 윤상현·현빈뿐 아니라 백지영, 포맨 등 이 드라마의 삽입곡을 부른 이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디엔’은 앞으로 국내와 일본에서 콘서트를 두 차례 더 열 계획이다.'앨리스 증후군’에 빠진 시청자…드라마가 일으킨 문학열풍 ‘시크릿 가든’이 낳은 기현상인 ‘동화 다시 읽기’ 열풍에도 PPL이 숨어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비룡소 펴냄)가 대표적이다. ‘사회 지도층’ 주원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라임이 사랑에 빠지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읽은 책으로 등장했다. 제작진 역시 ‘마법 같은 사랑’에 빠진 주원과 라임을 이상한 나라에 던져진 ‘앨리스’로 표현하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반응은 뜨거웠다. 이 동화는 드라마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1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국내에 출시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번역본은 100여 종에 달하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나온 그 책’에만 지갑을 열었다.이미 2주 전에 책을 샀다는 직장인 최모(35)씨는 “주원과 라임이 읽는 장면을 보고 다시 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드라마에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다 보니 이 동화 속에 드라마를 풀어가는 코드도 있을 것 같았다”며 “드라마에 나온 책을 사본 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드라마의 소재로 쓰인 책은 2005년에 나온 완역본이다. 이 드라마에 PPL 업체로 참여한 민음사의 계열사인 비룡소에서 펴낸 책이다. 라임에게 “인어공주처럼 없는 사람처럼 있다가 거품처럼 없어져 달라”던 주원이 사랑 때문에 스스로 인어공주가 되기를 자처하면서 등장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비룡소 펴냄)도 새삼 다시 사서 읽는 이들이 늘었다.이 밖에도 ‘라임의 독백’으로 인용된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이응준)와 라임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동화처럼’(김경욱),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강기원),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김도언)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아 5000부에서 1만 부가 팔렸다. 모두 민음사의 책들이다.민음사 홍보팀의 이미현 부장은 “이렇게까지 팔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구매자의 60~70%가 20~30대로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제목만을 이어 만든 ‘자막 연시’로 등장한 시집들도 불티나게 나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진동규),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홍영철),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황동규),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너는 잘못 날아왔다’(김성규)가 그렇다. 문학과지성사, 창비사에서 펴낸 시집이다.이 책들은 PPL이 아닌데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김은숙 작가가 평소 인상 깊게 읽은 시집들이어서 드라마에 썼다는 후문이다. 이 시집들 역시 드라마에 나온 이후 주문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는 ‘현빈 시집’이라는 꾸러미로 묶어 팔아 매진됐다.이런 장면도 PPL이었다니, 싶은 예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이다. 극중에서 라임이 오스카에게 암벽등반을 가르쳐주려고 만났을 때다. 라임은 같이 있던 오스카의 매니저에게 “종헌씨도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제가 식단이랑 운동 스케줄표 짜드릴게요”라며 운동을 권한다. 오스카도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야. 몸짱이 되라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라며 거든다.백화점 출입구에서 김희원(최윤소)이 담배를 피우는 남성에게 “금연구역이고 아이들도 있는데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시면 안 되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시면서 왜 이렇게 당당하세요”라고 따지는 장면도 의도된 부분이다. 이는 모두 보건복지부의 금연과 비만예방 정책을 홍보하는 PPL이었다. 오스카가 보건복지부의 홍보대사가 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시청률 솟자 협찬 상품도 ‘대박’이렇듯 ‘시크릿 가든’을 제작지원한 업체는 14개에 달한다. 마임, 리솜리조트, 프랑코 페라로, IBK기업은행, 14일동안, 오렌지 팩토리, 잡코리아, 카페베네, CS호텔, 슈페리어, 보건복지부, 홀하우스, 롯데면세점, 파인비치리조트 등이 제작지원에 참여했다. 지상파 드라마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민음사, BMW코리아, LG 사이언, 소니, 자생한방병원 등 PPL 업체도 여럿이다.‘디엔’의 김혁준 실장은 “1회 때는 제작지원 업체가 10곳이었지만, 방영 이후 참여의사를 보인 업체가 줄을 이었다”며 “14개 업체 이상은 받기 곤란해 4~5곳은 거절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작지원이나 협찬 형식의 PPL 단가는 적게는 1억 5000만원에서 많게는 5억원에 달한다.광고주들이 큰돈을 들여가며 TV광고가 아닌 드라마를 통해 마케팅을 하려는 이유는 그 효과 때문이다. 잘만 하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는다. 특히 ‘대박 드라마’일 경우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몰입도나 애정이 구매욕으로 연결되기 쉽다.토종 커피전문점인 ‘카페 베네’는 드라마 마케팅으로 단기간 내에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업체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제작지원에 참여한 게 계기다. 홍보팀의 김동한 과장은 “시트콤을 통해 ‘하이킥 커피’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줬다”며 “시트콤 방영 시기에 가맹점 개설문의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김 과장은 또 “드라마 PPL은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에 특정 연령층을 공략하기에 적절하고 브랜드 회상률도 높아 광고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카페베네는 이후에도 ‘대물’ ‘커피하우스’를 비롯해 현재도 ‘시크릿 가든’‘역전의 여왕’ 등 주요 드라마를 계속 제작지원한다.아웃도어 브랜드인 ‘몽벨’은 ‘시크릿 가든’에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통한 간접광고와 PPL을 모두 했다. 코바코를 통해 간접광고를 하면 상품명 노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드라마 초반 “이 드라마는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간다. 몽벨은 드라마에서 주요 인물들의 의상제공뿐 아니라 오스카의 팬사인회장으로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몽벨 마케팅팀의 이혜선 대리는 “첫 회부터 드라마 반응이 좋길래 브랜드를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간접광고까지 병행하기로 결정했다”며 “15초 짜리 TV광고 보다 드라마를 통한 간접광고가 훨씬 각인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인공들이 입었던 점퍼는 완판 돼 비용 대비 큰 수익을 거뒀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간접광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드라마 마케팅 시장은 갈수록 커지지만 혼란도 있다. 합법적인 간접광고보다 음성적인 간접광고인 PPL이 훨씬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모호한 구분도 문제다.정부는 제작지원이나 PPL을 양성화해 시장을 투명하게 하려는 의도로 지난해 1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간접광고를 허용했다. 이를 통하면 테이프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상품명 노출이 가능하다. 단, 노출 정도는 프로그램 시간의 5%를, 상표·로고 등의 크기는 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길 수 없게 했다. 소비를 권유하는 대사가 들어가서도 안 된다. 드라마 시작 전에는 “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자막을 넣어야 한다. 정부는 이렇듯 간접광고를 허용한만큼 개정 방송법 시행령에 따른 간접광고를 해야 한다는 견해다. 외주제작 드라마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제작지원·협찬 방식의 PPL은 편법행위로 본다.그러나 드라마 시장에선 과거의 PPL 관행이 여전하다. 제작지원이나 협찬은 광고수익을 모두 제작사 측이 가져가지만 간접광고를 하면 코바코에 위탁수수료(14%)를 떼주고 나머지도 방송사와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에 수익 배분을 어떤 비율로 할지도 정해지지 않아 아직도 논쟁 중이다.제작 여건이나 재정이 열악한 외주제작사들은 “간접광고 수익을 외주제작인 경우엔 외주제작사가, 방송사 자체제작인 경우엔 방송사가 전액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방송사들은 난색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도 간접광고보다는 과거의 제작지원·협찬 방식의 PPL이 더 많이 이뤄진다.방송통신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법에 따른 간접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할 근거는 없다”며 “다만 제작지원 등의 PPL은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주도록 제작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심의한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종합편성 채널의 도입으로 앞으로 드라마 마케팅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지리라고 전망한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을 포함한 TV 간접광고 시장 규모는 연간 5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추정된다.이희복 상지대(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아직은 과도기여서 시장에 혼란이 있다고 본다”며 “방송콘텐트 활성화를 위해 간접광고에 참여하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광고산업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수익배분율을 합의한 뒤 정부가 이를 수렴해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구분이 모호한 간접광고와 제작지원·협찬의 개념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1.01.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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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자동차로 ‘골치’

산업 일반

'9년 전 일이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을 둘러싼 소송이다. 1심 재판에서는 삼성이 졌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의 손실보전 문제는 6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외에도 삼성의 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삼성자동차 손실보전 문제가 있다.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삼성 계열사들은 1999년 8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채권단에 무상으로 증여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 삼성은 생명주식을 주당 70만원으로 평가했다. 주식 350만 주로 삼성차 부채 2조4,500억원을 갚기에 부족한 경우 이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50만 주 더 내놓고 삼성전자 등 31개 계열사가 증자 참여 등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채권단은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하지 못했다. 비상장 상태에서 국내외 매각을 시도해 봤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자 채권소멸시효인 연말 이전에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로 했다. 채권단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 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생명 주식의 장외 거래가는 30만원 선이다. 400만 주를 다 팔아도 1조2,000억원밖에 안 된다. 그런 가운데 10월 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출연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삼성 계열사들에 무한책임을 지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부회장은 “외국인 주주들의 부정적 시각이 우려되고, 국내 소액주주들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며, 상호출자와 관련 규정에 위반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이날 삼성생명 상장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은 주주와 계약자 간 수익배분을 둘러싼 논란에 묶여 몇 년째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삼성생명이 상장된다 하더라도 주가가 70만원까지 올라갈지도 불확실하다. 삼성과 채권단이 소송 외에 어떤 묘안을 찾을지 주목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은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에버랜드가 주당 전환가격 7,700원으로 99억5,000만원 상당의 CB를 발행한다. 그리고 실권된 CB를 12월에 이재용겫适?서현겴권?등 이 회장의 4남매에게 배정한다. 곽노현 방송대 교수 등 교수 43명이 2000년 6월 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다. 검찰은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을 2003년 12월에 기소한다. CB를 배정한 지 9년 뒤인 지난 10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혜광)는 허 사장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법원은 “CB의 적정액을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에버랜드 주식의 장부가치가 CB 발행 당시 22만3,359원, 주식전환 뒤에는 8만618원인 데 비춰 7,700원에 CB를 발행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결이 난 4일 검찰은 법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즉시 항소했다. 사흘 뒤인 7일 삼성도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의 쟁점은 CB를 발행한 목적과 CB의 적정가로 압축된다. 목적이 자본확충이었는지 편법증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놓고 삼성과 검찰은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는 CB 발행에 이 회장의 직 ·간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와 맞닿아 있다. 항소심 법원이 당시 CB 가격을 높게 판단해 에버랜드가 입은 피해액이 50억원 이상이라고 인정하면 일반 배임죄가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적용된다.

2005.11.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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