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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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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가슴 뛰게 한 '스카이프' 역사 속으로...자취를 톺아보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산업 일반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가 오는 5월 문을 닫는다. 스카이프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내린 결정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오기 전, 인터넷 망을 이용해 무료로 전화하는 스카이프는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였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나 다른 나라에 가족을 둔 사람들, 해외 기업과 소통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스카이프는 복음이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국제전화를 걸려면 적잖은 전화요금을 부담해야 했다. 전화기를 들고 ‘001’을 누를 때는 언제나 묘한 긴장이 들었다. 하지만 컴퓨터에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들은 인터넷전화(VoIP) 방식으로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통화할 수 있었다. 일반 전화기처럼 전화번호를 받을 수도 있었고, 일반 전화보다 싸게 유선 전화에 전화를 걸 수도 있었다. 스카이프는 당시 독과점과 비효율의 대명사였던 통신사가 장악한 국제전화 시장을 ‘해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인터넷이 주는 자유와 유익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 스카이프의 탄생 스토리도 초기 인터넷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스카이프는 2003년 니클라스 젠스트롬 등 에스토니아 청년 개발자 3명이 설립하였다. 이들은 앞서 ‘냅스터’와 비슷한 P2P 음악 공유 프로그램 ‘카자’를 개발했다. 냅스터에 비해 지명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당시의 자유롭고도 불법적인(?) 디지털 음악 무정부 상태의 주역 중 하나였다. 이들이 카자의 기반이 된 P2P 기술을 전화에 적용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 바로 스카이프였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 청년들이 견고한 글로벌 음악 산업과 통신 산업을 뒤흔들고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는 모습은 당시 피어오르던 디지털 낙관주의와 기술 해방을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전성기 스카이프 사용자 수는 세계적으로 3억 명에 이르렀다. 대기업 조직에서 빛을 잃은 스타트업하지만 스카이프가 주목받아 산업계 주류에 편입되면서 도리어 스카이프의 매력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스카이프는 2005년 온라인 커머스 기업 이베이에 26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이베이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스카이프의 사용자 기반을 자사 플랫폼에 흡수하고, 스카이프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 전자상거래를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렸다.이 시기 스카이프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기대했던 이베이와의 시너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 기업과 전자 상거래 기업, 자리잡은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컸다. 이베이는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스카이프를 매각한다. 가격은 85억 달러.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IT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디지털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업계 중심으로 떠올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를 잠식했다. PC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파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네트워크는 생소한 세계였다. 견고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가진 스카이프는 꼭 맞는 짝이 될 것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포털 MSN에 투자하고, 게임기 X박스에 네트워크 플레이 게임을 넣었다. 게이머들이 X박스로 게임을 하며 스카이프로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다시 한번 스카이프와 IT 대기업의 만남은 실패로 돌아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스카이프의 시너지는 거의 없었고, 스카이프는 적잖은 규모의 서비스를 유지했음에도 존재감은 줄어들어갔다. 어느 순간 사용자 지표 발표가 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일간 사용자가 3600만 명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이 시기 주인공 자리는 줌 같은 다른 앱의 차지였다. 아마도 이베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의 잠재력을 끌어낼 역량이 없었거나, 인수 후 기업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 방치되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훌륭한 대기업이 좋은 스타트업을 인수한 후 적당히 잘 ‘관리’하다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시킨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스카이프의 운명을 바꾸다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찾아왔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상시 접속한 상태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와 함께 한다. 그렇다면 스카이프는 스마트폰의 킬러 앱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스마트폰에서 핵심 활동은 통화가 아니라 메시지였다. 사람들은 전화가 아니라 텍스트 메시지에 열광했다. 왓츠앱이 북미와 유럽, 남미, 인도 등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바이버 같은 앱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선 카카오톡, 일본에선 라인이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랐다. 이들 메신저는 후에 음성 통화와 영상 통화 기능도 추가하며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발전했지만, 처음 시작은 문자 채팅이었다. 스카이프 역시 음성 통화 외에 텍스트 채팅 기능도 있었지만, 전화 앱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었다. 스카이프는 겉보기에는 별반 다르지 않은 메신저 앱들에 자리를 빼앗겼다.스마트폰은 전화의 외양을 하고 있었지만, 전화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은 미디어 소비 기기이자 내비게이션, 생산성 도구, 금융 창구였다. 커뮤니케이션은 스마트폰에서도 중요했지만, 텍스트 교환과 소셜미디어 접점 역할이 핵심이었다. 스카이프는 전화를 대체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는 흐름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메신저의 영향력은 개인을 넘어 비즈니스로 뻗어갔다. 슬랙 같은 업무용 메신저가 전화와 이메일이 지배하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잠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흐름에 대응해 ‘팀즈’를 내놓았다. 팀즈는 채팅과 파일 공유, 화상 회의를 통해 기업 활동의 신경망을 차지하려는 야망을 가졌다. 스카이프의 설 자리는 사라졌다. 스카이프 종료는 한때 우리 가슴을 뛰게 한 디지털 낙관주의의 흥분이 가라앉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준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하던 시대도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때가 카카오톡 채팅 창에 쏟아지는 대화에 파묻혀 지내는 지금보다 나았을까? 어느 쪽이건, 이제 그런 시기가 되돌아오지는 않을 듯하다.

2025.03.16 07:00

4분 소요
“부동산 다음엔 이것”…투자 큰손 부상한 셀럽

증권 일반

금리 인상으로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국내외 셀럽(celebrity, 유명인사)들이 관련 업계에 보다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개별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전문투자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식의 간접적 투자를 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투자사 안에서 직함을 달고 발로 뛰는 등 그 범주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테니스계 레전드, PE 파트너로 합류미국 사모펀드(PEF)운용사 ‘톱스핀 컨수머 파트너스’는 그랜드 슬램 7회 우승에 빛나는 미국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가 회사의 오퍼레이팅 파트너로 합류했다고 최근 밝혔다. 셀럽이 파트너로서 PE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지난 2000년 설립된 톱스핀은 바이아웃 전문 운용사로, 헬스케어와 웰니스, 뷰티, 이커머스, 반려동물, 식음료(F&B), 레저 등 소비재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약 80여개 기업에 투자했다.회사 측 성명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톱스핀 투자 포트폴리오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게 된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꾸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스포츠 스타가 갑자기 웬 PE 파트너인가 싶지만, 비너스 윌리엄스의 성장 배경을 보면 이해가 아주 안 가는 부분도 아니다. 윌리엄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벤처 투자 시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안목을 키워왔다. 우선 수 차례 창업으로 기업 운영·관리 능력을 다졌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앞서 2007년부터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엘레벤과 식물성 슈퍼푸드 기업 해피바이킹, 인테리어 디자인 기업 브이스타 등을 창업했다. 스타트업 투자 안목도 넓혔다. 비너스 윌리엄스의 여동생이자 테니스계 레전드 플레이어로 꼽히는 세레나 윌리엄스가 201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벤처투자사를 설립한 것이 영향이 컸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세레나 벤처스’를 설립한 후 이커머스와 헬스케어, 웰니스, 리테일 등 다양한 분야 내 64곳의 기업에 투자했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대체육 시장 선두주자인 임파서블푸드와 젤리형 건강기능식품 올리,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눔 등이 있다.차익 실현·세재 혜택…“보폭 넓힐 것”국내외 셀럽들의 투자 업계 입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만 해도 일찍이 투자사를 설립해 수백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큰 수익을 거두는 셀럽이 즐비하다.대표적인 인물로는 할리우드 배우 애쉬튼 커쳐와 래퍼 나스가 꼽힌다. 스카이프와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애쉬튼 커쳐는 이후 사운드벤처스를 설립해 200여 곳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나스 또한 퀸스브릿지 벤처파트너를 설립해 코인베이스와 소마워터, 매터넷 등에 투자했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처럼 공식적인 투자사를 설립해 활동하기보단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 투자가 아직은 주를 이루는 모양새다. 예컨대 1세대 한류스타 배용준 씨는 피규어 제작사 블리츠웨이와 홈클리닝서비스 제공사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 화장품 제조사 SD생명공학, 커피전문점 센터커피, 가상현실(VR) 기술 스타트업 폴라리언트 등에 투자했다. 이 밖에 배우 이제훈 씨는 한때 기업가치가 4조 원에 달했던 마켓컬리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고, 개그맨 허경환 씨는 최근 치과진료 디지털 전환 전문업체 글라우드에 투자했다. 셀럽들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로는 ‘차익 실현’과 ‘기업 성장 영향’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가운데 대체 수입원으로 작용하는데다 명성을 활용해 스타트업 성장을 도우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벤처 투자를 통해 소득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메리트로 꼽힌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스포츠 스타들의 평균 은퇴 연령은 30대 중반이고, 배우들의 커리어 수명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점차 성숙해지는 벤처 투자 시장 속에서 비너스 윌리엄스와 같은 행보를 걷는 셀럽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03.20 18:27

3분 소요
“일하는 방식, 두레이로 유쾌하게 혁신합시다”

CEO

비대면 근무가 업무 형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팬데믹 시대, 협업툴은 직장인의 필수품이 됐다. 각 기업이 다루는 협업툴은 제각각이다. 현재 한국 협업툴 시장은 글로벌을 호령하는 빅테크부터 이제 막 발을 디딘 스타트업까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NHN두레이는 이 경쟁에 뛰어든 사업자 중 하나다. 지난해 NHN이 협업 솔루션 ‘NHN두레이(NHN Dooray!)’ 서비스를 분사해 별도 법인 ‘NHN두레이’를 설립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 치밀한 광고 캠페인을 벌인 적도 없는데도 입소문만으로 시장의 알짜 사업자로 거듭났다. 두레이를 경험한 기업의 성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현재 3600개가 넘는 기업이 두레이를 이용 중이다. 일간 접속 사용자 수(DAU)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5% 늘어났고, 사용자 증가율은 215%나 된다. 두레이에 등록된 누적 프로젝트 업무 개수는 632만개에 달하고, 각 프로젝트에 달린 댓글의 수는 930만개나 된다. 두레이를 협업툴로 낙점한 기업들은 그만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 백창열 NHN두레이 대표를 만났다. 백 대표는 NHN이 네이버와 한 몸이던 시절 네이버 메일 서비스를 가다듬은 잔뼈 굵은 개발자 출신 CEO다. NHN에선 NHN의 워크플레이스 개발센터장을 맡아 두레이의 A부터 Z를 책임졌다. 독립하고 해가 바뀌었다. 그새 시장이 더 치열해진 것 같은데. 협업툴에 익숙해진 기업이 늘었고, 새롭게 찾는 기업도 늘었다.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경영할 수 있다는 걸 체감한 경영진은 이제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다. 협업툴 서비스 사업자로선 지금 더 유익한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직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한 협업툴이 없다. NHN두레이 역시 시장을 장악하진 못했다. 시장 우위에 서기 위한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술이 뛰어나거나 자본이 많은 사업자가 유리하지 않을까. 물론 이는 원론적인 얘기고, 속마음은 고객이 원하는 걸 제공하는 협업툴이 경쟁에서 이길 거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올인원 솔루션’을 지향하는 NHN두레이의 방향은 옳다. 올인원 솔루션이 어떻게 어필할 수 있나. 북미 시장과 견줘보면 한국 협업툴 시장은 나름의 특성이 있다. 북미에선 여러 툴을 동시에 조합해서 쓴다. 메일에서 특장점을 보유한 서비스를 쓰면서도, 업무 지원에선 더 기능이 좋은 툴을 선택하는 식이다. 반면 한국 소비자는 다르다. 업무를 하면서 여러 앱을 동시에 다루는 걸 반기지 않는다. 하나의 앱 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고 싶어 한다. NHN두레이는 그게 가능한가. 우리는 메신저와 업무 이력 관리는 물론이고, 화상회의를 비롯해 무료통화, 자동번역 등 협업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고 있다. 전자결재와 근태관리를 지원하는 그룹웨어, 인사와 재무를 담당하는 전사자원관리프로그램(ERP) 기능도 누릴 수 있다. 두레이 기능이 좋은 건 알겠는데, 경쟁사와 비교하면 비교적 덜 알려진 서비스란 느낌이 든다. 그간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기능이 좋으면 많은 기업이 쓸 거란 낙관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데, 하고 나니 필요성을 느꼈다. 난다 긴다 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는 시장 아닌가. 기자간담회에선 올해 매출을 2배로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1분기가 막 지났는데, 달성할 수 있을까. 매출 2배, 사용자 수 2배를 약속했다. CEO 입장에선 꽤 부담되는 숫자였는데, 담대한 목표를 세워야 디테일도 강해질 거라고 판단했다. 두레이를 쓰는 사용자의 다른 협업툴의 사용자보다 몰입도가 높다는 조사가 있는데, 다양한 기업에 두레이를 맛보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몰입도가 높은 기업이 있었나. 고객사 중에 기업집단 20위권 안에 있는 대기업이 있다. 대기업은 보통 협업툴을 도입해도 무늬만 변화를 줄 때가 적지 않은데, 그 기업은 달랐다. 두레이의 거의 모든 기능을 전사적인 차원에서 내재화했다. 지금도 기능 고도화를 두고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는 기업 중 하나다. ━ “협업툴 도입 성과,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 시장에 경쟁사가 많다. 어떤 협업툴이 가장 위협적인가. 최근엔 노션과 슬랙이 뜨고 있는데. 협업툴 시장은 팬데믹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여러 사업자가 점유율을 다투는 춘추전국시대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한 사업자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의 팀즈를 말하는 건가. MS 협업툴 하면 팀즈를 흔하게 떠올리지만, 팀즈는 화상회의 기능을 중점에 둔 커뮤니케이션 툴에 가깝다. MS의 진짜 무서운 도구는 MS365다. 협업툴이라고 내세우지 않을 뿐, 기능은 메일(아웃룩)과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올인원 솔루션과 다를 게 없다. 그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고 익숙한 업무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화상회의 솔루션인 스카이프가 있는데도 팀즈를 새롭게 내놓고 시장을 흔들고 있는 걸 보면, MS는 전 세계인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데 진심인 것으로 보인다. 두레이도 그만한 영향력을 갖춘 협업툴로 성장하길 원한다. NHN두레이도 한컴과의 협업으로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했다. 두레이에 사용자가 동시 접속해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한컴오피스웹(Web)을 결합했다. 공공영역에선 한컴 오피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두레이도 공공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것으로 안다.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IBS(기초과학연구원) 등이 두레이를 활용 중이다. 지난해 국제 표준 클라우드 보안 인증 ‘CSASTAR’의 최고 수준인 ‘골드’ 등급을 획득하면서 더 많은 공공기관이 두레이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보안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을 고객사로 추가했다. 올인원 기능과 보안 말고 두레이의 강점은 또 뭐가 있나. NHN두레이는 여러 해외 서비스를 조합해 도입한 것과 견줘봤을 때, 50% 이하의 비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메일, 메신저, 협업도구, 화상회의 기능을 지메일, 지라, 슬랙을 조합했을 때, 50명 기준 50%의 비용이 절감된다. 100명 기준으론 35%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또 다른 게 있다면. 디테일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두레이엔 소소하게 효율적인 기능이 많다. ‘발표 모드’의 예를 들어보면, 구성원과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를 바로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문서로 바꿀 수 있다. 탬플릿만 고르면 된다. 최근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기능은 무엇인가. 디자인을 개선하려고 한다. 그간은 기능 고도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론 미관을 살린 디자인으로도 승부를 내려고 한다. 디자인은 우리나라 기업 고객이 유난히 신경 쓰는 마케팅 요소이기도하다. NHN두레이도 2~3년 이내 상장을 고려 중이다. 뉴욕증시에 데뷔한 슬랙은 수십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NHN두레이의 기업가치는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있는 숫자는 있지만 입 밖에 내긴 곤란하다. 시장이 알맞은 평가를 해줄 거라고 믿는다. 개인적인 목표나 비전이 궁금하다. NHN두레이의 슬로건이 ‘온라인 상의 협업을 혁신해 인류의 삶을 개선한다’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들려는 조직을 스마트한 도구로 돕겠다는 취지다. 두레이는 영단어 ‘하다’를 뜻하는 ‘Do’와 즐거움을 뜻하는 ‘후레이(hooray!)’를 합성한 말이다. 두레이를 개발하면서 직접 이름을 지었다. 지금도 “두레이 덕분에 회사 업무가 너무 편해졌어요”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란 고객 피드백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이 크다. 두레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과 직장인이 일하는 방식을 즐겁게 혁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4.10 10:00

5분 소요
[서광원의 인간과 조직 사이(37) 우리 회사는 왜 변하지 않을까?] 변화를 원하지만, 변화를 원치 않는 두려움

전문가 칼럼

새 시대엔 새 방식으로 무의식적 저항 넘어 조직 변화 모색해야 두 달 전의 일이다. 박과장이 담당하던 거래처가 제안 겸 약간의 불만을 제기해왔다. 자신들이 구입하고 있는 제품에 불편한 점이 있으니 이러저러하게 바꿔주면 좋겠다고 했다. 들어보니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상당히 생산적이었다. 다른 거래처에서도 환영할 것 같았다. 팀장 생각도 마찬가지여서 정식으로 기안을 올렸다.며칠 후 재무팀과 개발팀장이 연락을 했다. 빙 둘러서 얘기했지만 그들의 말을 한 마디로 하자면 이랬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 재무팀장은 비용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 개발팀은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바쁘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안 좋은데 왜 그런 것까지 들고 오느냐며 거래처를 잘 설득하라는 거다. 세상에, 요즘 같은 시대에 고객을 설득하라니. 억지 부리는 것도 아니고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불경기이니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쇠 귀에 경 읽기다.한두 번이 아니니 익숙해질 만도 하련만 그럴 수도 없는 게 날마다 들려오는 소식들 때문이다. 다른 회사들은 인사 시스템을 바꾼다, 거주지 근처에 이동 사무실을 연다 등등 하루가 다르게 미래를 위한 변신을 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들 그저 위에서 시키는 일이나 하고 있고, 맨 꼭대기는 뭘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워낙 세상이 요동치니 가끔 뭔가 한다고 법석을 떨긴 하는데 그때뿐이다. 한두 달 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유야무야 되고 만다.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마음이 얼마 전부터 심란해지고 있다. 1년 반 전 유망하다는 스타트업으로 간 대학 선배가 “혹시 올 생각 없느냐”고 했던 것이다. “연봉이 조금 적긴 하지만 성장 중이니 아마 몇 년 일하면 스톡옵션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일하는 분위기 하나는 비교할 수 없어.” 저번에 만날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처음엔 너무 자유스러워서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 그 선배도 알만한 대기업을 다니다 그곳으로 갔기에 왜 그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괜히 속 끓이지 말고 이리 와서 마음껏 일해 보라’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듣는 순간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이번에 확 바꿔 봐?하지만 겁도 난다. 낯선 곳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 아냐? 어렸을 적 할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그가 공부하기 싫다고 할 때마다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호랑이 가죽은 갖고 싶은데 호랑이는 무섭지?”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자신이 지금 딱 그런 상황이다.마음이야 10년 가까이 다니고 있고 일도 익숙한 이곳에 있고 싶다. 하지만 서른 중반이 넘어가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회사가 내리막길을 걸으면 다른 회사들처럼 명퇴 바람이 불 것이고 그러면 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는데, 40 넘으면 다른 곳으로 가기도 힘들잖아? 지금 오라고 할 때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있자니 답답하다 못해 불안하고, 가자니 두렵다. ━ 페이스북 저커버그의 수모 회사 다니면서 이런 고민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과장 중후반쯤 되면, 성장기 때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다들 한 번씩 겪는다. 다른 곳에 가서 그나마 적응할 수 있는 한계선쯤 되는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과장처럼 다니는 회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을수록 고민은 깊어지고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이상한 건 회사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다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렇듯 모두들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말만 무성할 뿐, 변하는 것도, 나서는 사람도 없다. 이러니 더 답답하다. 도대체 왜 우리 회사만 변하지 않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물론 셀 수도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낚시꾼이 고기 못 잡는 이유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것이다. (혹시 주변에 ‘도시 어부’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라. 수도 없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물고기 숫자보다 많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기서는 이 가운데 주요한 세 가지만 알아보자.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고’(go)를 하든, ‘스톱’(stop)을 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예전 적자투성이 회사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한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다. 가서 보니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완전히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고 면담과 설문조사를 했더니 기가 막힌 대답들이 나왔다. 대답들을 종합해 보면 이랬다. ‘맞다. 완전히 모든 걸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나는 잘하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고.’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박과장 회사 사람들이 사석에서는 모두들 변화를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게 이 때문일 것이다. 나를 빼놓고 다 바꾸라니, 누가, 무엇이 바뀔 수 있을까?생명체는 일단 자신의 생존이 안정화되면 위기가 아닌 이상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꾸는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다, 바꾼다고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아니 사실은 웬만한 위기가 닥치지 않으면 바꾸지 않고 버틴다. 총론으로는 변화에 찬성하면서도, 그 변화가 자기에게는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 애써 안정시켜 놓은 삶이 불확실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많은 연구가 밝혀내고 있다시피 우리 인간은 기회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뭔가 바꾸려 할 때 손해는 눈에 보이지만 기회는 저 멀리에 있다.여기에 우리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뿌리 깊은 성향이 이 무의식적인 저항을 지원한다. 얼마 전 방한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윌리엄 바넷 교수가 들려준 에피소드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 제자가 괜찮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있다고 해서 강의에 초대했다. 학생들에게 특강을 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 캐주얼한 옷차림에 배낭을 메고 와서 자신이 창업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반응이 어땠을까?학생들은 바넷 교수의 수업 중 가장 형편 없었다고 평가했다. ‘들을 가치도 없다’ ‘저런 사람이 기업가라?’ 다들 이랬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엔 완전히 달랐다. 같은 창업자가 와서 특강을 하겠다고 하니 서로 듣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왜 그랬을까? 그 창업자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였던 것이다. 그런데 2년 전에는 왜 그렇게 혹평을 했을까? 그때는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의 잠재력을 본 게 아니라 눈앞에 있는, 대학생 같은 옷차림에 배낭을 멘 저커버그의 모습만 봤다.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교수는 사람들이 이러는 게 ‘현재주의’ 성향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과 사람을 평가할 때 오늘, 지금, 현재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저커버그의 얘기를 듣고 그의 가능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그의 옷차림만 보고 평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라고 다를까? 자, 대형 마트에 쇼핑하러 갔는데 배가 고프다. 이럴 때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밥을 먼저 든든하게 먹고 쇼핑을 하든가, 아니면 눈 꼭 감고 참으며 쇼핑을 한 다음 밥을 먹는 것이다. 혹시 이 두 상태가 쇼핑에 영향을 미칠까?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어차피 사야 할 걸 사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등 따습고 배 부른 상태에서 쇼핑을 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사고, 배고픈 상태에서는 많이 산다. 역시 현재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변화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준으로 판단, 손해 가능성부터 떠올리니 부정적인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저항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다고 되겠어?” 이런 말이 나온다. 전력투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러면 변화는 산 넘어 산이 되고 만다. ━ 변화에 눈감고 현실에 안주하면 퇴보 이런 성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현되면 위기가 온다고 해도 말과 움직임만 부산할 뿐 정작 바꿔야 할 것들을 바꾸지 않고, 바꾸지 않아도 될 것들을 바꾼다. 우리가 이러는 오래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진화해 오는 동안 눈앞의 현실에 적응하기 바빴다. 당장 먹고 사느라 멀리 내다볼 수도 없었고 그럴만한 능력도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사람들이 주로 살아남았고 우리 또한 그들의 후손이다 보니 우리 안에도 이런 성향이 강하다. 느리게 천천히 오는 위기는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다. 닥쳐야 움직인다. 아무리 지구온난화를 경고해도 귓등으로 듣는 이유다.하지만 지금, 그것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다르다. 비행기 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아도 우리는 비행기 사고를 더 끔찍하게 생각한다. 자동차 사고는 개별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게 일어나지만, 비행기 사고는 대형으로, 그리고 매체를 통해 끔찍한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조용히 느리게 오는 회사의 위기는 언제나 발등의 불로 떨어져야 깨닫게 되고 그때서야 허둥지둥 갈팡질팡한다. 심각성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말이다.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뭘 좀 바꿔보려고 누군가 나서면 발목을 잡는다. 은근한 시기와 질투로 그 ‘잘난’ 사람을 끌어내린다. 이들에게 위기는 먼 일이고 경쟁자가 잘 되는 건 발등에 떨어지는 불이다. 그래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지원한다. 덕분에 능력은 없지만 욕심은 가득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공멸의 지름길로 가는 여정을 스스로 시작한다.인(人)의 장벽은 이것만이 아니다. 조직에는 변화를 원치 않는 이들이 있다. 현재 상태가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기 때문에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이다. 예전 미국과 영국에서 아동 노동이 일상적인 때가 있었다. 이걸 하지 못하도록 법을 정하려 하자 국가경제가 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아동 노동의 혜택을 보고 있던 기득권자들이었다.의 저자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 대학 교수가 최근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펴내며 이런 말을 했다. “지배세력은 지금과 다른 사회구조가 가능하지 않고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조직에서도 이들은 아주 낯익은 말을 한다. “시기가 좋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인데 우리끼리 내부 총질하면 안 된다.” 부정적인 면을 침소봉대해 변화하지 못하게 막는다. ━ 유능했던 상사도 앞길 막는 걸림돌 자신의 이권에 눈이 어두운 기득권자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의도치 않게 변화를 막는 이들이 있다. 디지털카메라(디카)를 개발해 놓고도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가 폭삭 주저앉은 코닥 경영진은 사리사욕이 가득한 사람들이었을까? 유능한 덕분에 고위직에 오른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었다. 디카가 없어도 잘 나가고 있으니 천천히 출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유능한 덕분에 고위직이 된 이들이 자신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고집해 변화를 정체시킨 것이다.알다시피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성공적이었던 건 차에 탄 채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스루 같은 신속한 대응책들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드라이브스루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국내 코로나19 환자 1호 주치의 김진용 씨인데(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그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전통적인 감염병에는 경험 많은 원로가 대응을 잘 하지만, 신종 감염병은 경험치가 통하지 않아요. (이번에는) 497(40대, 90년대 학번, 1970년대생) 세대 의료진의 역발상과 순발력이 통했어요. (...) 사태 초반 위원회 윗사람들은 회의실에서 도시락 먹으면서 대책회의를 하자고 했습니다. 40대 의사들은 한시가 급하다고 생각해 줌·스카이프·카톡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어요. 자가격리 매뉴얼도 단톡으로 소통하며 몇 시간 만에 만들었고요.”‘높은 분’들의 방식으로 대응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수많은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이 한둘이 아니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데 자신들에게 익숙한 방식을 고수한다. ‘높은 분’들이 이럴수록 변화는 강 건너 남의 일이 되고 만다. ━ 경영자의 기술 편중도 실패 원인 조직의 변화가 더딘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이 조직보다는 기술에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힌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알다시피 우리는 추격자 전략, 그러니까 선진국을 따라잡는 전략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 그들의 기술을 획득하고 개발하는 게 최고의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기술이 성공의 전부라고 여기는 경영자들이 한둘이 아니고, 조직 시스템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기술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요즘 잘 나가는 세계적인 회사들은 하나 같이 조직의 변화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 중견기업 사장이 한 말이 있다. “기술은 눈에 보여요. 하지만 조직 변화는 답이 없어요.”이런 조직으로는 안 되겠다는 걸 느끼고는 있지만 기술 우선 성향이 뿌리 깊은데다 조직을 통해 성장해 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잘못했다간 조직이 망가질 수도 있으니 더 그렇다. 젊은 세대들이 답답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중첩돼 있다.조직 변화에 성공하거나 실패한 곳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관건은 언제나 사람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을 넘어설 때 성공했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했다. 변해야 할 때 변하지 못한 조직은 젊은 세대를 압박, 숨을 못 쉬게 하는 것으로 등을 떠밀어 떠나게 한다. 젊은 피가 사라지니 미래도 사라진다. 그건 그렇고 박과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언급한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강하다면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셋 모두 강하다면? 그가 바라는 미래가 쉽게 오지 않을 게 확실하다.※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0.06.28 15:28

9분 소요
[세계는 지금 ‘언택트 의료’ 경쟁 중] AI·IoT 만나 기술 진일보, 진찰 넘어 수술·헬스케어도

의료

美, ICT 공룡 합세로 경쟁력 높여… 中·日도 디지털에 의료 문호 개방 국내 보험 메이저인 A사는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2018년 신개념 상품을 내놨다. 가입자가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운동량과 건강 상태 등을 측정, 보험료를 할인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A사는 의료계의 반발이 두려워 제대로 홍보도 못 하는 실정이라 속이 터진다.만약 A사가 미국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미국에선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로 보험료 산정은 물론 혈압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생체 신호의 변화를 보고 응급 상황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런 방식의 의료 서비스를 이미 10년 전부터 제공하고 있다.디지털헬스케어를 비롯한 원격의료 서비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질병의 전파 가능성을 낮추고 의료진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한편, 효율적 의료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세계적 추세며, 기술력 경쟁도 치열하다. ━ 의료 사각지대 해소, AI 구독형 서비스도 등장 세계에서 원격의료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다. 1990년 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해 실현할 수 있는 사업으로 원격의료를 선정하고 육성에 나섰다. 미국은 영토가 넓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역별로 의료수준 차이가 커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미국원격의료협회(ATA)를 1993년 설립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현재 미국은 진찰 환자 6명 중 1명이 원격의료를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 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시장조사기업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24억 달러(약 2조9328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 5년간 34.7% 성장했다. 미국의 원격의료 서비스 시장의 95%는 심부전증·당뇨·폐질환·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이다. 일상적 건강관리에 주로 활용하는 셈이다.이런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의료장비 사용과 관련한 원격의료 지침을 새롭게 발표했다. 감염병 유행 중에는 원격의료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의료 모니터링 기기의 사전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기존에는 모니터링 기기를 사용하려면 주 정부 면허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면허 없이도 미국 전역에서 원격의료 활동에 나설 수 있다. 미 보건당국은 스카이프 같은 영상 통신 기술을 활용한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는 입장이다.미국은 높은 의료비 때문에 의료보험 미 가입자가 8700만 명에 달하며, 의사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매년 3만 명에 달한다. 매년 50만 가구 이상이 의료 관련 부채로 파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원격의료가 이런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런 가운데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절간 암벽에 새겨진 글은 제아무리 명문이어도 읽을 사람이 없다. 글로벌 ICT 공룡들도 의료기술 자체보다는 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플랫폼의 확산과 선진화에 주력한다.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의료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딥마인드 헬스’와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베릴리’ 등 자회사를 통해 의료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리프트 랩스’ ‘세노시스 헬스’ 등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2015년 AI 플랫폼 ‘왓슨’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IBM도 헬스케어 분야를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아직 왓슨이 의료진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지만, 글로벌 헬스케어 회사들과 손잡고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애플 역시 아이폰 등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마존도 의약품 판매를 시작으로 의약품 배송·의료 정보 분석·임상 기록의 유효 정보 추출 기술 등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를 통해 감기·기침 판별 기능 특허도 신청했다.의료에 AI 등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개념의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의사가 환자의 CT·X레이 촬영 결과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머신러닝이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기술도 나왔다. 의사의 필기 노트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 및 질병의 진행 방향을 가늠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이서비스를 병원에 구독형으로 제공하고 있다.유럽은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원격의료 허용으로 제도가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프랑스는 2010년부터 상담과 자문, 감시, 의료지원 등의 경우에 국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대면 진료 없는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사전 대면 진료를 한 경우 상담을 포함한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했다.정보통신(IT) 인프라 및 기술 수준이 높은 아시아에서도 원격의료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제도 지원의 영향이 가장 크다. 중국은 2014년부터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공공의료 인프라가 경제 발전 속도나 국민의 의식에 비해 뒤처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4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ICT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가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중국의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25년 948억 위안(약 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10년 전 대비 9배 불어난 규모로, 전체 진료활동에서 원격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26%로 늘어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는 알리페이·바이두 등 11개 IT·의료기업이 참여해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중국 최대 원격진료 플랫폼 핑안젠캉이랴오커지(평안굿닥터)의 사용자도 코로나19 이후 11억1000만 명에 달했다. ━ SK텔레콤, 국내 원격의료 규제 피해 중국 진출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와 간호 수요 증가, 의료비 부담 상승 등으로 원격의료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2015년 원격의료를 시작해 2018년부터는 건강보험에 포함했다. 2019년에는 로봇을 활용한 원격수술을 허가했고,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초진 환자에게도 일시 허용키로 했다. 일본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라인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의료기관이 환자와 영상 통화로 진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한국에서 원격의료 논의가 20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의료기술과 IT 인프라가 뒤진 국가들이 먼저 치고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규제에 묶인 한국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쫓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뉴레이크얼라이언스와 함께 디지털 건강관리 전문회사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설립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중국 의료 플랫폼 기업 ‘지엔캉160’과 현지 만성 질환 관리 서비스를 출시한다. 삼성전자도 미국·영국 등지에서 스마트 기기를 통해 24시간 실시간 영상 상담이 가능한 전문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성장하는 원격의료 시장을 잡고 위기 때 대응력을 높이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제한 규제부터 개선해 신종 전염병 출현에 대비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6.06 13:29

5분 소요
[‘원격수업 IT기술’은 빛 좋은 개살구?] 세계 첫 시도, 빅데이터는 MS·구글이 차곡차곡

IT 일반

e러닝 20년 준비한 교육부, 원격수업 시작하자 버벅거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교육계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4월 9일 우리나라는 온라인 개학식을 열었다. 전국 학교가 4월에 개학한 것, 게다가 인터넷상 개학은 처음 겪는 일이다.전 세계 교육계의 시선도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 초·중·고 학생 약 550만명이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수업’을 하는 세계 최초의 프로젝트에 주목한다. 현재도 일부 학원에서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고 EBS에서는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지만, 모든 학생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정규 학사 일정을 진행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IT업계에서도 이 상황을 의미 있게 지켜보고 있다. 방대한 양의 교육 관련 데이터를 단기간에 축적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교육 빅데이터’는 현재 한국 교육 전반에 관한 상황을 이해하고 향후 우리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에듀테크 산업과 접목해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설문조사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디지털 보물인 셈이다. ━ 해외 클라우드에 쌓이는 국내 교육데이터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보물이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원격수업에서 주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클라우드 대부분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우리 학생들의 교육 관련 데이터를 해외 기업에서 사 와야 할 수도 있다. 국내 기업은 원격수업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교육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원격수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것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을 이용해 교사와 학생이 화상으로 얼굴을 보면서 수업한다. 학교와 교실이라는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원격 수업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콘텐트 활용 중심 수업’도 있다. 교사가 미리 녹화한 동영상 강의나 학습 콘텐트 자료를 인터넷에 올리면 학생이 이를 시청하는 방식이다. EBS 동영상 수업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학생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댓글 등으로 원격토론까지 진행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이다. 교사가 올린 자료를 학생들이 각자 공부한 뒤 감상문이나 학습 내용 요약 등 과제를 제출하면 피드백을 받는 형식이다. 대개는 2~3가지 방식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수업에 활용한다.원격수업이 가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4월 17일 ‘코로나19에 따른 주요 국가별 원격교육 현황’ 자료를 통해 “한국의 LTE 다운로드 속도는 북미·영국의 3배, 일본·홍콩의 3.5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교원들도 자발적 커뮤니티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학생들의 컴퓨팅 사고력도 세계 1위로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수 백만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화상, 동영상 강의를 진행하려면 빠른 인터넷서비스와 충분한 용량의 서버가 마련돼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인프라를 갖춘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뜻이다.실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원격수업을 하고 있지만, 초등학생 40%가량이 접속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에 학년별 수업을 편성해 학생들이 TV를 시청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재택학습을 진행하는 싱가포르도 제한적인 원격수업을 하는 수준이다. 학생들에게 온라인 학습자료와 인쇄물 등을 제공하고, 스스로 공부하게 한 뒤 과제를 내주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교사가 살피고 학습량을 점검한다. 인터넷 인프라가 한국만큼 탄탄하지 못한 탓에 실시간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격수업이 성공하면 전 세계 학교의 새로운 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되면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학교에 모여 수업을 듣는 획일화한 교육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양질의 수업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교사나 학생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다. 한국이 온라인 수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으면서 다양한 교육 모델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원격수업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세계 최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다. 줌은 최대 100명과 함께 화면을 공유하고 무료로 HD 회의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일대일 또는 일대다 미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사 한 명과 2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온라인 수업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 사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솔루션 ‘팀즈’가 치고 나왔다. 구글의 화상회의 서비스 ‘미트’도 하루 200만명 이상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많은 학교에서 이 플랫폼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초기 ‘쏠림 현상’ 잡아서 ‘지속 현상’ 노려 문제는 인기 있는 플랫폼 대부분을 해외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교육 시장의 빅데이터가 고스란히 해외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국내 최대 원격수업 사이트 ‘EBS온라인클래스’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애저(Azure)를 사용하고 있다. EBS온라인클래스는 초등 1~2학년 학생을 제외한 전국 초·중·고생의 약 40%가 원격수업 때 이용하는 최대 학습사이트다. 온라인클래스 하루 총 접속자는 초등 3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450만여명 중 185만여명(4월 21일 기준)에 달한다. 이 밖에 줌, 팀즈 등 해외 플랫폼이 원격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플랫폼 사용량을 고려하면 해외 제품 점유율이 7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빅 데이터를 이용하면 수업 방식이나 커리큘럼과 관련한 단순 정보부터 학생들의 교육 패턴과 학습 수행 과정, 교육의 이해도 등 고급 정보까지 뽑아낼 수도 있다. 해외 기업들도 원격수업 시장 선점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기업용 서비스 제품인 구글 지스윗(G Suite) 고객에게 7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원격회의 서비스인 행아웃 그룹통화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월 10일부터 기업용 협업 툴인 MS 팀즈를 6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 물론 학교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무료 평가판에서도 제한 없이 화상 회의와 통화가 가능하다.문형남 숙명여대 교수(AI융합비즈니스)는 “해외 기업들은 원격수업 초기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초기에 많은 회원을 확보할수록 더 큰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쓰려는 ‘쏠림 현상’, 한 번 사용한 플랫폼을 계속 사용하려는 ‘지속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처음 사용법을 배웠던 구글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게 되고, 동료 교사에게도 이 플랫폼을 소개했다”며 “특별한 문제나 오류가 생기지 않는 한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 빅 데이터에 매달리는 글로벌 기업 반면 국내 기업 중 눈에 띄는 곳은 드물다. 네이버의 NBP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원격수업 사이트 e학습터가 있지만,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며 이용자 수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밴드와 카카오톡이 원격수업 플랫폼으로 쓰일 수 있도록 ‘라이브’ 기능 등을 추가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출석 체크나 알림장 발송, 과제 제출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유네스코는 ‘원격 교육에 가장 적합한 앱’을 선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국내 기업이나 플랫폼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60곳의 기업·플랫폼 명단에는 줌·스카이프·팀즈·딩톡 등 미국·중국 앱이 대부분이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는 “정부와 기업 모두 빅데이터 융합을 통한 에듀테크 산업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보가 곧 비즈니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모으는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 중 하나가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소프트웨어 등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래서 데이터가 쌓이는 금광에 비유되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2018년 기준 1824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3312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테스트베드가 될 한국의 온라인 교육시장을 장악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면 글로벌 교육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가치의 부가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쿠팡 등은 회사가 보유한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아마존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32.3%에 달한다. MS는 16.5%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IT기업들이 빅 데이터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빅데이터 분석업체 ‘루커(Looker)를 인수하기 위해 26억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돈으로 약 3조원에 달한다. 루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이 경영 전략을 짜거나 시장예측 등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국내에서도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더디다는 평가다.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한국은 빅데이터 활용·분석 수준이 세계 56위 수준이다. 국내 전체 사업체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 글로벌 100대 빅데이터 기술혁신 기업 중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한 곳도 없다.원격수업과 관련해 정부와 교육부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표면적으로는 기술 문제가 불거졌다.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일부 서버에 몰리면서 학습시스템 접속장애가 계속 발생했다. 로그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미리 녹화해 둔 수업 영상을 다운받아 재생할 때 버벅거리는 현상도 발견됐다. 접속이 끊기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트 부족이었다. 전격적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한 탓에 인터넷 강의용으로 수업 콘텐트를 미리 만들지 못한 일부 학교와 교사들은 곤란을 겪었다. ━ 20년 준비한 e러닝, 단방향 서비스 한계 노출 이 과정에서 2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온라인 수업의 실체가 드러났다. 1996년 교육부는 에듀넷을 만들어 국가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로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기초교육에서 고등교육을 원격으로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에듀넷은 정규수업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됐다. 2005년엔 정부가 ‘u러닝(Ubiquitous Learning)’을 도입했다. e-러닝에서 한발 나아가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곳에서 PDA,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온라인 학습체계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통학시간 등 언제든지 짬 날 때마다 개인 휴대단말기 등으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18개 초중고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휴대 단말기를 나눠주고 사용법도 홍보했다.그러나 u러닝은 EBS에 올라온 영상물을 학생이 시청하는 단방향 자기주도학습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육 콘텐트는 이미 EBS를 통해 충분히 쌓여있고, e러닝을 통해 준비한 노하우로 원격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데이터 확보 문제는 아직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학교와 교사들이 원격수업에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격 수업과 관련해 모인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빅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에듀테크 시대를 맞아 이제라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원격수업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원격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은 일선 학교에서도 원격수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0.04.25 17:38

8분 소요
여행 계획과 준비는 스마트하게 앱으로

전문가 칼럼

항공편 예약부터 공항 이용, 호텔 잡기, 현지 액티비티까지 뭐든 도와주는 베스트 여행 앱 30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잡지나 TV, 인터넷에는 짐 꾸리는 요령부터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괜찮은 호텔을 찾아내는 비결까지 갖가지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앱만 있다면 여행은 식은 죽 먹기가 될 수도 있다. 효과가 검증된 여행 관련 앱 몇 가지를 소개한다. ━ 항공편 스킵래그드(Skiplagged): 스킵래그드는 비행기 승객이 최종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중간 기착지에서 내릴 수 있는 ‘히든 시티 플라이트(hidden city flights)’의 혜택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 애틀랜타까지 가는 직항이 비싸다면 최종 목적지를 가격이 더 싼 다른 도시로 정하고 애틀랜타를 경유지로 선택한 다음 그곳에서 내리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승객들 사이에 이런 방식이 인기를 끌다 보니 ‘스킵래그(skiplag)’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이런 관행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며 단속에 들어간 만큼 주의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위탁 수하물은 최종 목적지까지 운반되므로 이 방식은 기내 캐리어만 갖고 여행할 때만 이용해야 한다.제트레이더(Jetradar)·스카이스캐너(Skyscanner): 외국에서 국내 항공편을 이용할 때 바가지 쓰고 싶지 않다면 제트레이더나 스카이스캐너 같은 앱을 추천한다. 이 앱들은 수백 개의 항공 예약 엔진과 연결돼 있다. 제트레이더 측은 “728개 항공사와 200개 항공예약 대행업체의 전 세계 항공편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어 고객이 원하는 항공편을 실시간으로 찾아내고 서로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스캐너는 매일 최저가 항공편을 찾아내고 날짜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까지 가고 싶다면 매일 최저가 항공편을 검색해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가장 싼 날을 택해 돈을 절약할 수 있다.호퍼(Hopper):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고 항공편을 예약하는 스타일이라면 호퍼를 추천한다. 호퍼는 항공권 가격을 꾸준히 추적해 지금 사야 할지 기다렸다 사는 게 나을지 정기적으로 알려준다. 가격이 언제 오를지 예상해서 그 날짜를 알려주기까지 한다. ━ 공항에서 에어헬프(Airhelp): 여행하다 보면 항공편이 연기 또는 취소되거나 초과 예약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 트위터에 대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미국과 유럽연합(EU) 법이 이런 경우에 보상해 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에어헬프 앱에 따르면 항공편이 연기 또는 취소되거나 탑승을 거부당했을 때 최대 700달러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이 앱은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소송에서 이길 경우 에어헬프는 보상금 총액의 25%를 수수료로 받는다.라운지버디(LoungeBuddy): 공항에 일찍 나가는 유형이거나 중간 기착 시간이 길 경우 유용한 앱이다. 이 앱은 세계 곳곳의 공항 라운지를 찾아내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탑승 시간까지 다리를 편안하게 올리고 음료를 마시면서 쉴 수 있다. 이 앱은 또 특정 신용카드가 언제 라운지 이용권을 제공하는지 알려준다.플리오(Flio): 플리오는 공항에서 뭘 하고 뭘 먹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앱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공항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 비행기 도착과 출발 시각, 탑승 게이트의 위치, 최고의 레스토랑과 상점, 와이파이 네트워크, 교통편, 터미널 지도 등등. 이 앱은 또 400여 개의 공항 라운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200여 개 공항에 주차를 예약할 수 있게 도와준다. ━ 여행 준비 구글 트립스(Google Trips): 이 앱을 이용하면 여행 일정을 한 곳에서 조직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체 여행 일정표와 각종 예약사항, 항공편, 투어 일정 등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 앱은 또 당신의 취향과 현지 여행 정보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해볼 만한 액티비티와 관광명소 등을 추천한다.팩포인트(PackPoint): 이번 여행 땐 우비 챙기는 걸 잊지 않길! 팩포인트는 여행의 성격에 따라 챙겨가야 할 기본적인 짐의 목록을 제공한다. 또 여행할 장소와 그곳의 문화에 따라 조언해준다. 예를 들어 ‘두바이에 갈 때는 짧은 반바지는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는 식이다. 여행 장소와 목적, 기간 등을 입력하면 짐 꾸릴 목록을 맞춤으로 제공한다. ━ 항공 이외 교통편 비아(Via):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 워싱턴 D.C.로 여행할 경우 차량공유 앱 비아를 다운받으면 돈을 꽤 절약할 수 있다. 이 앱을 이용하면 맨해튼 한쪽 끝에서 반대편까지 최소 5달러에도 갈 수 있다.리프트·우버(Lyft·Uber): 택시의 대안으로 등장한 차량공유 앱 리프트와 우버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뉴욕에 사는 나는 우버보다 리프트가 서비스도 좋고 승차 취소 비율도 낮아 선호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리프트보다는 우버가 더 많은 도시에 있다. 양쪽 다 다운받으면 편리하다.웨이즈(Waze):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는 일상생활에서도 편리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목적지에 빨리 가고자 할 때 특히 유용하다. 경찰관이 단속 중이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로 위에 방해물이 있을 때, 또는 교통체증이 예상될 때 경고해주며 우회로도 알려준다.개스버디(GasBuddy): 몇 ㎞만 더 가면 휘발윳값이 더 싼 주유소가 있는데 비싼 곳에서 주유할 이유가 있을까?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이용 가능한 개스버디는 장소와 가격대별로 주유소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로드트리퍼스(Roadtrippers): 많은 운전자가 일리노이주 시카고부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 미국을 횡단하는 66번 국도를 달려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원뿔형 천막(과거 북미 원주민이 사용했던 스타일) 등을 보기 위해서는 어디서 쉬어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면 그 경험은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 앱은 미국 역사에 깃든 모든 영광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출발지점과 목적지, 여행 날짜, 관심 분야 등을 입력하면 당신을 대신해 여행 계획을 짜준다.튜로(Turo): 이 차량공유 앱을 이용하면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운전하고 싶은 차의 모델을 고를 수 있다. 차량을 지정된 장소에서 픽업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인도받을 수도 있다.원더루(Wanderu): 비행기를 타거나 자동차 운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원더루가 제격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나 버스 티켓을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결과도 신뢰할 만하다. ━ 호텔 호텔 투나잇(Hotel Tonight): 호텔 투나잇은 마지막 순간에 호텔 객실을 빠르고 싸게 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생겨났다. 대다수 호텔에 공실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이 앱은 사전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좋은 호텔을 생각보다 훨씬 더 싼 가격에 잡을 수 있다. 요즘 호텔 투나잇에서는 시간 여유를 두고 여행을 계획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에어비앤비(Airbnb): 이 앱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번화가가 아닌 아담한 주택가에 있는 집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묵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현지 체험이 가능하다. 요리 수업이나 하이킹, 서핑 등 현지인과 함께하는 액티비티로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프루보(Pruvo): 호텔방을 예약했는데 그 후에 가격이 내려갔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이 또 있을까? 프루보는 그럴 때 알림 기능을 이용해 예약을 취소하고 더 싼 가격에 다시 예약할 수 있도록 해준다. ━ 현지에서 뭘 할까 투어팰(TourPal):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투어팰은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셀프가이드 투어와 지도,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올트레일스(AllTrails): 올트레일스는 전 세계 하이커와 바이커, 러너와 워커들을 위한 앱으로 해당 지역의 상세한 지도를 제공한다. 어느 곳에 있든 하이킹과 바이킹, 러닝을 위한 완벽한 트레일을 길이와 난이도에 따라 찾아준다. 반려견 친화적인 트레일도 소개한다.오픈라이스(OpenRice): 오픈라이스는 아시아의 옐프(Yelp)다. 각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과 평가, 메뉴, 예약 전화번호 등을 알려준다. 홍콩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의 레스토랑 목록이 올라 있다.조메이토(Zomato): 오픈라이스가 아시아의 옐프라면 조메이토는 미국과 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옐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 ━ 기타 구글 어스(Google Earth): 구글 어스와 함께 여행할 곳을 먼저 둘러보자. 알프스 산맥의 조감도를 보고 꿈에 부풀거나 도착하면 묵을 B&B가 웹사이트의 사진처럼 예쁜지 스트리트뷰로 확인하자.애큐웨더(AccuWeather): 날씨 앱 중 가장 믿을 만하다고 인정받는 애큐웨더는 ‘철저하게 계획된 휴가여행은 잘못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15일간 일기예보 요약, 5일간 예보를 특징으로 한다. 상세한 지역 날씨 전문 앱 애큐웨더 마이뉴트캐스트(MinuteCast)도 있다. 여행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아주 유용한 앱이다.지오슈어(GeoSure): 요즘은 여행지에서 가고 싶은 레스토랑을 미리 점찍어 놓는 여행객이 많다. 하지만 주변 지역이 안전한지는 어떻게 확인할까? 지오슈어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지역 당국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여행지 별로 안전 점수를 매긴다. 건강 위험 요소와 정치 불안, 여성 안전 및 환경 위협 요소 등을 반영한다. 이 앱에서는 또 절도와 길거리 범죄에 관한 크라우드 소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걸어서 가도 안전한지 아니면 택시를 타는 게 나은지도 알 수 있다. 지오슈어는 각 여행지의 성소수자(LGBTQ) 여행객을 위한 안전지수도 제공하기 시작했다.XE 커런시(XE Currency): XE 커런시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환율 변환기 중 가장 믿을 만하고 정확하다고 평가받는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며 전화기가 오프라인일 때도 환율 변환이 가능하다.벤모(Venmo): 여럿이 함께 여행할 때 그중 누군가가 호텔 숙박비를 계산해 돈을 갚아야 할 때가 있다. 벤모를 이용하면 그럴 때 바로바로 돈을 보낼 수 있어 우정에 금이 가거나 가족 간에 논쟁이 벌어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스카이프(Skype): 언제 어디서든 무료 영상통화를 원한다면 스카이프가 최고다.텔레그램 (Telegram):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은 회원 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은 페이스북이 인수했으니 이제 믿을 곳은 텔레그램밖에 없는 듯하다. 철저히 암호화된 텔레그램 메시지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며 자동삭제 기능이 있다. 다수의 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으며 빠르고 무료인 데다 매우 안전하다.구글 트랜슬레이트(Google Translate): 언어가 다른 나라로 여행할 때는 구글 트랜슬레이트를 활용하라. 종종 엉뚱한 번역이 나오긴 해도 시중에 나와 있는 앱 중엔 가장 믿을 만하고 무료다.- 폴라 프롤리크 뉴스위크 기자 ━ 항공편 추적하는 아이폰 앱 - 연발착과 취소뿐 아니라 기상패턴, 비행경로, 지연확률까지 알아볼 수 있어 비행기 여행이 잦은 사람은 자신의 여행 일정에 일어날 수 있는 말썽과 문제에 대비해 항공편을 계속 추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연발착이 최악이며 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문제가 생겨 항공편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모든 일정이 헝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아이폰에는 항공편과 잠재적인 문제들에 관한 최신 소식을 알려주는 항공편 추적 앱들이 있다.FlightRadar24: 항공편에 관한 완벽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앱이다. 이 무료 앱에는 항공사 정보, 속도, 심지어 고도 같은 항공편 세부정보가 수록된다. 이용자는 또한 바로 머리 위를 비행 중인 항공편을 검색해 즉석에서 세부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지만 한 달에 3.99달러를 내는 프리미엄 골드 버전도 있다. 기상패턴·비행경로 심지어 항공도 기록 같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FlightAware: 더 간단한 앱을 찾는 여행자에게는 플라이트어웨어가 제격이다. 비행추적 도구가 많고 사용하기도 간편하다. 원하는 항공편을 검색해 추적하면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 앱은 항공편이 취소됐는지 최신 정보도 알려줘 비행기를 기다리는 여행자에게 제격이다. 항공편이 지연 또는 취소됐는지를 곧바로 알면 시간·돈·노력을 절약해 여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App In The Air: 이런 항공편 정보에 관해 더 체계적인 앱을 찾는다면 ‘앱 인 더 에어’를 추천한다. 다른 항공편 추적 앱과 달리 간단하면서도 따분하지 않은 방식으로 항공편 정보를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앱이다. 이 앱을 이용해 항공편을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지연과 취소 같은 중요한 발표를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특정 항공편에 대한 일부 알림을 받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Flighty: 참신한 대화형 디자인을 가진 최신형으로 일단 항공편을 찾으면 곧바로 최신 정보를 수초 만에 이용자에게 알려준다. 단순히 항공편을 검색·추적하는 기능을 뛰어넘어 지연예측 시스템까지 갖춰 항공편이 지연될 확률을 보여준다. 자신의 항공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들을 걱정하는 여행자에게 유용하다.- 제롬 산토스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9.09.16 15:52

8분 소요
“내가 갖지 못한 것 아들은 가질 수 있기를!”

산업 일반

콜롬비아로 탈출한 어느 미망인의 증언 베네수엘라를 혼돈에 빠뜨린 위기가 갈수록 더 깊어진다. 초인플레이션과 기아, 범죄와 질병, 죽음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찾으려는 베네수엘라인 수백만 명이 필사적인 탈출길에 올랐다.아나 카리나 팔라치오는 지난해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남편이 사고로 사망하자 그녀는 딸을 임신한 상태로 어린 아들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그녀는 유엔과 연계된 국제이주기구(IOM)의 도움으로 콜롬비아에 합법적으로 입국했다. 현재 그녀는 베네수엘라 국경에 인접해 있는 콜롬비아 북동부 노르테데산탄데르 주의 비야 델 로사리오에 설치된 이주자 임시지원센터에 머물며 주택과 일자리, 생후 6개월 된 딸과 두 살 먹은 아들의 돌보미를 구하는 중이다.다음은 그녀가 콜롬비아에서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뉴스위크의 제시카 퀑 기자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스페인어로 말한 그녀의 육성 증언을 그대로 옮겼다.콜롬비아로 떠나면서 베네수엘라 밖으로 처음 나갔다. 그동안 내가 살던 아라과 주나 마라카이 시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떠나기 싫었지만 그곳에서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했다.마라카이에서 네일과 눈썹을 관리하는 스타일리스트였는데 그 일자리도 잃었다. 대다수가 실업자가 되면서 삶은 생존에 필요한 먹거리를 찾는 문제로 변했다.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줄을 서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고기를 구할 수 없어서 하루 세끼 채소만 먹었다. 매일 줄을 서야 했다. 그나마 배급이 점차 줄어들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아들이 병이 났지만 의사가 만나주지도 않았다. 약이 없기 때문이었다. 약이 있다고 해도 너무 비싸 살 수 없었다. 그곳에서 굶주리며 계속 살 수 없다고 판단하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딸을 임신한 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베네수엘라를 탈출했다. 험난한 길이었다. 버스 안에서 난 완전히 겁에 질렸다. 콜롬비아 당국이 들여보내 줄지 너무 걱정됐다. 통행 카드를 갖고 있었지만 너무 불안해 곧 죽을 것 같았다. 다행히 우리는 문제 없이 콜롬비아에 입국할 수 있었다. 감격스럽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했다. 곁에 남자 없이도 베네수엘라를 벗어날 수 있었기에 기뻤지만 그곳에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고 누군가 나쁜 의도로 접근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초조하고 불안했다.그때 ‘천사’가 나타났다. 그는 심리학자였다. 그의 도움으로 우리는 콜롬비아에 안착할 수 있었다. 나는 돈 한푼은 물론 갈아입을 옷도 없이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지금은 이주자를 위한 임시지원센터에서 지낸다. 집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아주 편안하다. 마음이 많이 진정됐다. 음식도 충분하고 이곳 직원들은 우리가 형제자매인 것처럼 모든 애로 사항에 신경 써준다.콜롬비아에도 사람이 많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를 따뜻이 맞아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손을 내밀며 “이리로 오세요. 여기서 식사하세요. 무엇이 필요한가요? 샤워는 했어요?”라고 다정스럽게 말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이건 아니다. 나는 난민 지원에 반대한다. 나는 베네수엘라인이 우리 나라에 오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이었을 때 나는 어린 소녀로 공부만 했지 정치는 몰랐다. 물론 니콜라스 마두로가 그의 후임으로 대통령에 올랐을 때 난 여러 이유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일자리도 없었고 단지 먹기 위해 허구한 날 줄을 서서 배급받아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마두로 대통령이 완전히 물러난 건 아니지만 이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서방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 받기 때문에 그가 베네수엘라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진심으로 기대한다.앞으로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바뀌면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좋은 일자리를 얻고 이 나라에 적응하면 귀국할 생각이 없어질지 모른다. 미국 이주를 생각해봤느냐고? 당연히 우리 모두는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콜롬비아에 올 때도 그랬지만 미국에 가려다가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 너무 행복에 겨워서 말이다.나는 아들에게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임시방편이며 머지않아 지나갈 것이라고 일러준다. 난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독려한다. 우리 아들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과 딸이 미래를 마음껏 꿈꾸고 미국으로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면 언젠가 그들이 나를 미국으로 데려가지 않을까 싶다.- 아나 카리나 팔라치오

2019.03.18 09:59

3분 소요
전화로 할까, 이메일로 할까

산업 일반

품성의 중용 강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를 통해 알아보는 소통 수단 선택법 친구와 연락하려 할 때 과거에는 소통 채널이 많지 않았다. 수화기를 들거나 편지를 쓰는 방법이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전화 또는 문자, 스냅챗(메시지가 저장되지 않는 모바일 메신저), 트위터, 메신저, 스카이프(인터넷전화) 등 여러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옛 친구든 새 지인이든 또는 부탁을 하든 숙박업소에 체크인을 하든, 다른 고려요인들뿐 아니라 개인적인 대화 경향과 취향도 작용할 수 있다. 사회적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윤리학자 입장에서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이런 선택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류학자 스테파나 브로드벤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엔 개인이 선택하는 특정 채널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들은 애인에게 차였다는 사실만큼이나 그 수단으로 사용된 부적절한 매체의 선택에 분노할지도 모른다.”이런 사실은 대중 매체에서도 다뤄졌다(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결별을 선언한 한 여자의 전 애인을 향해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욕설을 퍼부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일상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가족에게 귀갓길에 간식거리를 사다 달라고 요청하는 일부터 건강이 안 좋은 이웃사람의 안부 확인까지 우리 대다수는 빈번히 ‘어떻게 연락할까’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 어떤 방법으로 연락할까 나는 그런 문제를 다룰 때 덕 윤리(virtue ethics, 행위자의 품성과 덕을 중시)로 알려진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이용한다. 소통 채널이 우리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보면 각각의 환경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덕윤리의 핵심 이론은 우리 대다수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품성(또는 덕)을 기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품성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배양할 수 있지만 또한 같은 방식으로 없앨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는 품성의 중용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려움이 너무 크면 제기능을 못하고 너무 적으면 다치기 쉽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쟁과 아동양육은 전혀 다른 반응을 요한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되는지를 생각할 때 보편적인 가이드라인이 도움을 줄 수 있다.우리는 이기적이거나 비굴하지 않고 관대하기를 원한다. 비겁하거나 경솔하지 않고 용감하기를 바란다. 너무 충동적이거나 분석적이지 않고 사려 깊기를 원한다. 둔감하거나 자기 희생을 하지 않으면서 공감하고 싶어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기보다 관심을 갖지만 복잡하게 얽히기는 원치 않는다. 각각의 경우 자신이 갖추기를 원하는 품성을 연습함으로써 중용을 지향한다. ━ 메시지와 메신저에 관한 사고 갖가지 소통 채널이 저마다 우리를 여러 극단으로 이끌거나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스냅챗과 전화 같은 소통 채널은 즉흥적인 측면이 강하다. 일단 전달된 뒤 메시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메일처럼 영구 기록을 남기는 소통 형식은 숙고와 사려를 요한다.대체로 페이스북 게시물 같은 공개 채널은 뉴스를 공유하면서 우리에게 관심을 갖도록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경향을 띤다. 반면 비공개 메시지는 더 개인적이고 동정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메일 같은 일부 포맷의 경우 느긋하게 메시지를 작성·수정·윤문하면서 시간 여유를 갖고 검토할 수 있다. 실시간 반응을 요하는 전화와 동영상 채팅 같은 채널의 경우엔 더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셀카·이모지·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문자) 등을 사용하면 감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심을 끄는 반면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셰리 터클 연구원이 인터뷰한 한 가족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논쟁을 벌였다. 감정에 휩싸여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신기술이 일을 너무 간편하게 만들어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고 여러 윤리학자가 우려를 제기했다. 특정 기술이 사용되지 않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항상 문장으로 소통하면서 자신의 관심사이거나 취향에 맞을 때만 대화에 끼어들면 참을성 있고 주의 깊게 경청하는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전거) 보조바퀴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내 삶에 체화하고자 하는 기술을 실천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해 제2의 천성으로 만들어 내 성격의 일부로 통합하는 방법이다. ━ 더 나은 품성을 갖추는 방법 따라서 소통 채널을 선택할 때 자신의 성격을 염두에 두고 원하는 품성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를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감정적인 대화 중 곧잘 냉정을 잃는 편이라면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논쟁하는 방법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재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남들과 차갑게 거리를 두는 경향이라면 전화나 동영상 채팅을 선택해 성격을 바꿔나갈 수 있다. 압력에 너무 쉽게 굴복하는 편이라면 이메일 같은 포맷을 이용해 답변하기 전에 시간을 갖고 요청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런 경향을 피할 뿐 아니라 ‘노’라고 말하는 법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다.모든 문제를 신기술 탓으로 돌리기는 쉽다. 또한 신기술이 저절로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하리라는 환상에 빠지기도 쉽다. 그러나 많은 신기술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현명하게 사용해야만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피할 수 있다.예컨대 과학자들이 휴대전화가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더니 가족·친지 간에는 긍정적·부정적 결과를 모두 초래했다. 휴대전화 사용은 서로에게 의지하려는 경향과 관계가 있었다. 이 같은 의존은 한편으로는 그 관계의 만족도를 높여줬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휴대전화 사용이 지나친 의존을 초래하는 현상도 보고됐다. 조사에서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답변해야 한다는 ‘죄책감과 압력’을 받아 관계가 더 불편해졌다는 사람도 있었다.소통 채널의 문제는 상황에 상당히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상의 가이드라인 중 일부를 활용하면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신기술을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품성을 기를 수 있다.- 알렉시스 엘더※ ※

2018.06.19 13:21

4분 소요
전화로 할까, 이메일로 할까

산업 일반

품성의 중용 강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를 통해 알아보는 소통 수단 선택법 친구와 연락하려 할 때 과거에는 소통 채널이 많지 않았다. 수화기를 들거나 편지를 쓰는 방법이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전화 또는 문자, 스냅챗(메시지가 저장되지 않는 모바일 메신저), 트위터, 메신저, 스카이프(인터넷전화) 등 여러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옛 친구든 새 지인이든 또는 부탁을 하든 숙박업소에 체크인을 하든, 다른 고려요인들뿐 아니라 개인적인 대화 경향과 취향도 작용할 수 있다. 사회적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윤리학자 입장에서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이런 선택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류학자 스테파나 브로드벤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엔 개인이 선택하는 특정 채널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들은 애인에게 차였다는 사실만큼이나 그 수단으로 사용된 부적절한 매체의 선택에 분노할지도 모른다.”이런 사실은 대중 매체에서도 다뤄졌다(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결별을 선언한 한 여자의 전 애인을 향해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욕설을 퍼부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일상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가족에게 귀갓길에 간식거리를 사다 달라고 요청하는 일부터 건강이 안 좋은 이웃사람의 안부 확인까지 우리 대다수는 빈번히 ‘어떻게 연락할까’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 어떤 방법으로 연락할까 나는 그런 문제를 다룰 때 덕 윤리(virtue ethics, 행위자의 품성과 덕을 중시)로 알려진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이용한다. 소통 채널이 우리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보면 각각의 환경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덕윤리의 핵심 이론은 우리 대다수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품성(또는 덕)을 기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품성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배양할 수 있지만 또한 같은 방식으로 없앨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는 품성의 중용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려움이 너무 크면 제기능을 못하고 너무 적으면 다치기 쉽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쟁과 아동양육은 전혀 다른 반응을 요한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되는지를 생각할 때 보편적인 가이드라인이 도움을 줄 수 있다.우리는 이기적이거나 비굴하지 않고 관대하기를 원한다. 비겁하거나 경솔하지 않고 용감하기를 바란다. 너무 충동적이거나 분석적이지 않고 사려 깊기를 원한다. 둔감하거나 자기 희생을 하지 않으면서 공감하고 싶어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기보다 관심을 갖지만 복잡하게 얽히기는 원치 않는다. 각각의 경우 자신이 갖추기를 원하는 품성을 연습함으로써 중용을 지향한다. ━ 메시지와 메신저에 관한 사고 갖가지 소통 채널이 저마다 우리를 여러 극단으로 이끌거나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스냅챗과 전화 같은 소통 채널은 즉흥적인 측면이 강하다. 일단 전달된 뒤 메시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메일처럼 영구 기록을 남기는 소통 형식은 숙고와 사려를 요한다.대체로 페이스북 게시물 같은 공개 채널은 뉴스를 공유하면서 우리에게 관심을 갖도록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경향을 띤다. 반면 비공개 메시지는 더 개인적이고 동정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메일 같은 일부 포맷의 경우 느긋하게 메시지를 작성·수정·윤문하면서 시간 여유를 갖고 검토할 수 있다. 실시간 반응을 요하는 전화와 동영상 채팅 같은 채널의 경우엔 더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셀카·이모지·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문자) 등을 사용하면 감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심을 끄는 반면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셰리 터클 연구원이 인터뷰한 한 가족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논쟁을 벌였다. 감정에 휩싸여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신기술이 일을 너무 간편하게 만들어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고 여러 윤리학자가 우려를 제기했다. 특정 기술이 사용되지 않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항상 문장으로 소통하면서 자신의 관심사이거나 취향에 맞을 때만 대화에 끼어들면 참을성 있고 주의 깊게 경청하는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전거) 보조바퀴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내 삶에 체화하고자 하는 기술을 실천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해 제2의 천성으로 만들어 내 성격의 일부로 통합하는 방법이다. ━ 더 나은 품성을 갖추는 방법 따라서 소통 채널을 선택할 때 자신의 성격을 염두에 두고 원하는 품성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를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감정적인 대화 중 곧잘 냉정을 잃는 편이라면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논쟁하는 방법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재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남들과 차갑게 거리를 두는 경향이라면 전화나 동영상 채팅을 선택해 성격을 바꿔나갈 수 있다. 압력에 너무 쉽게 굴복하는 편이라면 이메일 같은 포맷을 이용해 답변하기 전에 시간을 갖고 요청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런 경향을 피할 뿐 아니라 ‘노’라고 말하는 법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다.모든 문제를 신기술 탓으로 돌리기는 쉽다. 또한 신기술이 저절로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하리라는 환상에 빠지기도 쉽다. 그러나 많은 신기술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현명하게 사용해야만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피할 수 있다.예컨대 과학자들이 휴대전화가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더니 가족·친지 간에는 긍정적·부정적 결과를 모두 초래했다. 휴대전화 사용은 서로에게 의지하려는 경향과 관계가 있었다. 이 같은 의존은 한편으로는 그 관계의 만족도를 높여줬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휴대전화 사용이 지나친 의존을 초래하는 현상도 보고됐다. 조사에서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답변해야 한다는 ‘죄책감과 압력’을 받아 관계가 더 불편해졌다는 사람도 있었다.소통 채널의 문제는 상황에 상당히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상의 가이드라인 중 일부를 활용하면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신기술을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품성을 기를 수 있다.- 알렉시스 엘더※

2018.06.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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