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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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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손 이어 3세대 실손보험도 골칫거리?…올 상반기 2100억 적자

보험

올 상반기까지 전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30%에 육박한 가운데 2017년 판매를 시작한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2세대 상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보험사 손해율에 악영향을 주던 상품은 1~2세대 상품이었지만 최근 몇년간 3세대 손해율이 급증하며 새로운 ‘적자의 원흉’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 3세대 손해율↑…보험료 할인·가입자 상승이 이유 1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7.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33.9% 대비 손해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30%에 육박하고 있어 적자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손해를 본다. 손해율이 130%라는건 거둔 보험료 대비 30% 적자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실손보험의 판매시기별 상품마다 손해율도 다르다. 이중 3세대 상품의 손해율이 크게 늘고 있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담보구성에 따라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이 1세대(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이 2세대(신실손)며 2017년 4월~2021년 7월까지 판매된 ‘착한 실손’이 3세대, 지난해 7월 나온 ‘보험료 차등제’ 상품이 4세대다. 3세대 손해율은 2019년 115.2%에서 2021년 127.7%, 올 상반기 129.3%로 전체 평균 손해율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수치는 2세대 손해율(123.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3세대 실손보험은 1~2세대 상품과 달리 급여와 비급여 상품의 자기부담금이 분리된 상품이다.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없고 2세대는 10%다. 하지만 3세대부터는 급여치료의 경우 자기부담금을 10%, 비급여치료는 20%로 확대했다. 도수치료, MRI 등 손해율이 큰 비급여치료의 자기부담금을 높여 보험사 손해율을 낮추려는 의도였다. 대신 3세대 상품은 보험료를 크게 낮춰 1~2세대 가입자의 전환을 유도했다. 평소 비급여치료를 잘 받지 않는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적당한 상품이었다.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출시 첫해 300억원, 이듬해 9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20년부터 -400억원, 2021년 -2300억원으로 손실액이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손실액도 -2100억원으로 전년 액수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 올 상반기 1~2세대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제는 3세대까지 보험사 ‘적자의 원흉’이 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과 손실액이 증가한 것은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실시한 후 실손보험이 얻은 반사이익을 차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 1~2세대 실손보험료가 크게 올랐는데 당국과 보험업계는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3세대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이는 3세대 상품 손해율이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2021년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전년 대비 무려 12.7%포인트가 급증했다. 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손해율 상승의 이유다. 지난해 실손보험 세대별 가입비중은 1~2세대가 71.3%, 3세대가 24.6%, 4세대가 1.5%를 차지했다. 2018년 6월 말, 기준 3세대 가입자 비중은 7~8% 수준이었지만 보험료가 크게 오른 1~2세대 가입자들의 갈아타기가 발생하며 현재는 3~4배 정도 상승했다. 가입자가 늘면서 손해율도 자연스레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보험료 차등제 4세대 실손보험은 올 연말까지 1~3세대 전환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지난 6월까지 전환율이 1%대에 그치는 등 기존 가입자들의 갈아타기를 유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존 1~3세대 가입자들은 병원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 할인되는 4세대 상품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연말까지도 전환율은 극적으로 높아지기 어려운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과 협의해 야심차게 내놓은 3세대 마저 결국 적자가 심해지며 사실상 실패했다”며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한 4세대 상품의 연착륙이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지만 전환율이 높지 않아 보험사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12.14 13:14

3분 소요
실손보험 정상화? “매년 보험료 21% 인상 필요할수도…비급여 관리 절실”

보험

위기의 실손의료보험을 정상화하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해 '효과적인 비급여 관리'와 함께, '합리적인 보험료 조정'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8일 오후 2시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정책 토론회를 온라인 중계로 개최했다. 이날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진료비 관리 방안’이라는 주제로 첫번째 발표에 나섰다. ━ 비급여 관리 필요…보험료 조정 규제 풀어야 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관리가 미흡해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과 과다한 재정지출, 의료의 질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비급여에 대한 정보 부족과 관리 부재가 공보험과 민간보험 모두 재정의 과다지출을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효과적인 비급여 관리만으로 과다한 재정지출을 줄여 실손보험 지속성을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요양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청구할 때 환자에게 발생시킨 모든 급여,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제출하게 해 비급여 진료비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적절한 대책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전자문서교환방식(EDI)시스템에서 전체 진료비 자료 제출에 따른 기술적 문제가 추가적인 행정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새로운 비급여는 반드시 건보공단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해 비급여의 발생을 억제함과 동시에 비급여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관리하도록 하자"고 밝혔다. 또 "건보공단은 비급여 실태조사에 근거해 비급여의 표준가격을 설정, 건강보험환자가 과도한 비급여 가격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고, 향후 급여 전환 시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가격 규제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두번째 발표를 진행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5년(2017~2021년)간 실손보험 위험손실액이 11조원 이상이며 현재 수준의 손해율을 유지하면 향후 5년 동안 누적 손실액이 3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5년간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업감독규정에 의거 보험료 조정이 제한됨에 따라 보험료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 인상분의 충분한 반영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은 통계적 충분성과 안정성이 확보되더라도 신상품 출시 후 5년 이내에는 요율 조정이 어렵다"며 "또 실손보험료의 조정은 연간 25%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실손보험료는 국민경제·물가상승 부담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인상률이 결정되는데 이러한 가격 규제는 보험료와 보험금 청구 간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가격 규제하에서는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실손보험 부문 적자를 타 사업 부문으로 전가함으로써 사업 부문 간 계약자 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통계적 요건을 만족할 경우 5년 이내(출시 후 3년) 신상품 요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손해율의 안정적인 관리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또 보험료 조정한도(25%) 규제를 완화해 보험원리에 따른 합리적인 요율 조정을 허용하되,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 제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지속성 제고를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세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실손보험금에서 비급여가 약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최근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으로 지급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도수치료 등 9개 비급여의 손해보험 보험금 증가율이 23%(전체 14.7%)라고 밝혔다.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2026년에는 9개 비급여 보험금이 6조9000억원으로 3.3배 증가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1·2세대(실손보험) 등 보장구조가 변경되지 않는 보유계약이 50% 이상으로 실손가입자의 계약전환 이외에는 현재 새로운 상품구조 개편을 기존 보유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지속성 제고를 위해 ▶비급여 표준수가 가이드 도입, ▶비급여 관리 주체 신설, ▶비급여 적정성 사후 확인제도, ▶비급여 표준화·사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향후 상품구조 개편을 재가입주기 단축·상품 자율화 확대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정 연구위원은 비급여 공급의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핵심으로 건강보장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실손보험의 합리적인 보험료 조정을 위한 제도개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12.08 16:20

3분 소요
“마사지 받으러 병원가요”…도수치료비만 수천만원 [실손보험은 왜 골칫거리가 됐나①]

보험

올 3월 기준,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수는 약 3977만명이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2400만여대)보다 많다. 하지만 실손보험은 보험사에 수익 대신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거둔 보험료보다 지급되는 보험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실손보험을 대거 판매하며 성장한 보험사들은 이제 이 상품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실손보험은 왜 보험사의 골칫거리가 된 것일까. ━ “어차피 보험사가 내줘요”…실손 권하는 병원 실손보험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진료비(보험금)를 보험사로부터 받는 상품이다. 도수치료, MRI 등 비급여 치료비를 실손보험으로 보장받는다. 가입자는 가입한 상품(1~4세대)에 따라 일정 비율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진료비를 보전받는다. 국민 대부분이 1년에 최소 1~2번 정도는 병원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손보험은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보험상품 중 하나인 셈이다. 실손보험은 1960년대 처음 등장했지만 질병이 담보로 포함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국내 경제 수준이 상승하며 국민들은 점차 의료 관련 노후에 관심이 많아졌고 보험사들은 이를 집중 공략했다. 설계사들은 ‘실손보험 하나만 있으면 병원비 걱정이 없다’며 고객에 가입을 권유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건강보험 등에 실손보험을 끼워파는 것이 가능했던 시기”라며 “보험사 성장에 실손보험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진료비 부담이 적다보니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병원들은 실손보험 가입을 이유로 환자들에게 다양한 비급여 치료를 ‘먼저’ 권하고 있다. 예컨대 감기에 걸린 환자에게 감기약 처방 뿐만 아니라 고액의 수액주사를 권해 돈을 버는 식이다.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진료는 ‘도수치료’다. 물리치료사가 손으로 환자의 관절과 근육 등을 만져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이 치료는 회당 진료비가 천차만별로 병원이 실손보험을 통해 돈을 버는 주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병원급 기관 3825곳의 도수치료 진료비는 회당 3000원에서 최고 50만원이었다. 도수치료 횟수를 패키지화해 수십만원대 상품으로 만든 의료기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비용과 관계없이 도수치료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비급여금액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진료 항목 중 도수치료는 12.8%의 비중으로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비용이 고액이라도 어차피 실손보험에서 보장되기 때문에 환자 이용률이 높다. 일부 병원은 넘쳐나는 도수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운동관리사나 트레이너 등 무면허 도수치료사를 고용해 불법 치료를 행하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중형급 병원에서는 물리치료사가 맞나 싶을 정도의 신체가 건장한 젊은 남성 관리사들이 여성 중년층 고객들에게 도수치료를 행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마사지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환자들은 도수치료실 서비스가 좋은 병원을 찾아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입자들은 ‘의료쇼핑’ 비판과 관련해 대체로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다. 매달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진료서비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쇼핑은 다른 가입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상위 지급자 10%가 나머지 90% 가입자의 지급액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위권 손해보험사 5곳의 외래진료비 보험금 수령액 상위 4명은 ‘근골격계 만성통증’ 환자로 지급 보험금 평균액이 7100만원(비급여 비중 94.5%)에 달했다. 특히 도수치료비에만 수천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근골격계에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라도 1년간 도수치료비에 수천만원 이상 진료비를 쓰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보험사 손실은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서 2조8602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 예상 손실액은 무려 3조9000억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도 초기 실손보험 판매 때는 병원과 소위 ‘꿍짝’이 잘 맞았다"며 “이제는 마구 팔아댄 실손보험 부메랑을 맞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 의료계 반대로 ‘실손 정책’ 당국도 눈치 실손보험이 사실상 ‘제2의 국민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다보니 금융당국도 실손보험 관련 문제에 민감하다. 실손보험 적자폭이 더 커지면 보험사들이 판매를 포기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서다. 이미 2000년대 이후 보험사 10곳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협의해 병원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차등제가 적용되는 4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환율이 저조해 이 정책도 당장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13년째 추진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 반대로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는 이 법안 통과 시 심평원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책정에 개입할까바 의료계가 두려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은 건강보험 재정은 걱정하면서 정작 의료보험의 ‘제2의 댐’ 역할을 하고 있는 실손보험 누수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실손보험이 무너지면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라도 통과되면 보험사가 과잉진료 가입자의 보험금 지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09.15 07:06

4분 소요
'구실손' 적자만 1.3조…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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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며 보험사들의 주름도 깊어진다. 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통해 가입자별로 보험료에 차등을 둬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막아 손해율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손해율 원흉인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 가입계약이 2900만건에 달하는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율이 치솟고 있지만 실손보험 판매 포기도 못하고 있어 생명보험사보다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 4세대로 옮겨탈까… 업계는 '글쎄'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생보사들은 오는 7월, '보험료 차등화'가 핵심인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병원 이용과 보험금 청구 횟수가 잦은 가입자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반면 1년 내내 보험금을 한번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동안 출시됐던 1~3세대 실손보험은 보험금 청구 횟수에 따라 할인, 할증해주는 내용이 없었다. 실손보험은 판매시기, 담보구성에 따라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이 1세대(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이 2세대(신실손)이며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착한 실손’이 3세대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방식의 4세대 실손보험이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를 현실화시켜주고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하지만 정작 보험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손보험 적자의 원흉인 1세대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적자는 2조5008억원으로 1세대 실손보험에서만 1조2838억원의 적자가 났다. 실손보험은 과거에 판매됐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만 보장내역은 더 탄탄한 편이다. 예컨대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 치료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0원이다. 반면 3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치료를 분리해 보험료는 낮췄지만 보장을 받으려면 따로 특약 가입을 해야 한다.다. 특히 1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없어 보험사 부담이 크다. 가입자가 도수치료나 MRI 등 고가치료를 받으면 치료비 전액을 보험사가 부담해야한다. 이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1세대 가입자들이 4세대로 옮겨가길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세대 가입자는 대부분 병원을 자주 이용해 본 중장년층으로 현재 실손보험 상품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은 보험료 납입이력도 오래된 편이라 굳이 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는 4세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당수의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한다해도 손해율이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2016년 1세대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1106만건으로 7536억원의 적자를 냈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지난해 854만건으로 약 250만건 감소했지만 적자액은 1조2838억원으로 오히려 커졌다. 가입건수가 줄어들어도 적자폭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난 것이다. ━ 판매 포기도 못하는 손보사는 '울상' 손해율 증가에 많은 생명보험사들은 이미 실손보험 판매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2011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은 2012년에, AIA생명은 2014년, 푸본현대생명은 2017년에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밖에 2018년 이후에도 6곳의 생보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 기존 판매사였던 ABL생명은 최근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할지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생보사의 경우 실손보험 판매가 주력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3496만건(손보사 2871만건)이지만 생보사 비중은 19%(625만건)에 그쳤다. 또한 현재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100만건을 넘는 곳은 빅3 생보사(삼성·한화·교보)뿐이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수만, 수십만건 판매에 그치고 있다. 그러면서 손해율은 100%를 넘어선 상태다. 100%를 넘기면 보험사는 적자를 본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굳이 실손보험 판매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ABL생명의 경우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10만건으로 생보업계에서 비중이 0.3%에 불과하지만 합산비율((발생손해액+실제사업비)/보험료수익)은 130%를 넘어섰다. ABL생명이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고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손보사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합산비율은 127.3%로 생보사 평균(107.1%)보다 약 20% 포인트 높다. 특히 생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커지면 판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손해율을 낮추고 있다. 생보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2019년 1588억원에서 지난해 1314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2019년 2조3545억원에서 지난해 2조3694억원으로 149억원 증가했다. 손보사들은 올 1분기에도 실손보험에서 686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한 생보사들에 비해 손보사들은 판매기간이 훨씬 오래된 편이다. 가입건수도 약 3000만건에 달하고 있어 생보사에 비해 쉽사리 판매를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35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한 만큼 사실상 '국민보험'이 된 실손보험은 여전히 미끼상품으로의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손보사 중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곳은 악사손보(2012년), 에이스손보(2013년), AIG손보(2017년) 등 중소형사 3곳에 불과하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3세대 실손도 손해율이 결국에는 상승추세를 보였듯, 4세대 실손이 손해율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실손 청구 간소화로 인한 사업비 감소나 보험료 인상 등으로 적자분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6.21 17:46

4분 소요
[손보사 대규모 적자가 ‘문재인케어’ 탓?]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올해 인상분보다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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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손해율 129.1%로 급증해 손보 업계 불만… 공·사보험정책협의체에서 인상률 결정 예정 정부와 손해보험사가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을 앞두고 치열한 ‘손해율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손보 업계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 탓에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문케어와 손해율은 관련이 없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다시 민간기관인 보험연구원이 반박하면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 등으로 구성해 실손보험료를 조정하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초 11월 초에는 협의체를 열고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는 9월에 일찌감치 협의체를 열어 판매 상품별 조정폭을 정했다. ━ 손보사 손실 늘면서 당기순이익도 급감 손보사는 올해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10개 손보사가 보험영업에서 낸 손실은 2조9571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730억원) 대비 66.8%(1조1841억원) 급증한 수치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이 기간 보험영업 손실액이 2440억원에서 5074억원으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같은 기간 보험영업 손실액이 1739억원 늘었다. 손보 업계에선 올해 보험영업 적자폭이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3조6439억원을 한참 웃도는 액수다. 일각에서는 6조원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본업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내면서 손보사별 1~3분기 당기순이익도 확 줄었다. 삼성화재는 5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줄었다. DB손해보험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381억원 감소했다. 업계는 보험영업 손실액이 급증한 원인으로 문케어를 첫손에 꼽는다. 올 상반기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2016년(131.3%) 이후 최고치라는 게 손보 업계의 주장이다. 손해율이 129.1%라는 건 100원의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으로 129.1원을 내줬다는 얘기다. 업계는 문케어 이후 과잉 진료와 비급여 진료가 크게 늘어난 게 손해율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 병원의 ‘연도별 초음파 청구변화’ 자료에 따르면 A병원은 비급여에서 급여로 바뀐 상복부 초음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비급여인 비뇨기계 초음파를 추가로 받도록 했다.업계의 이 같은 주장에 관련 당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은 11월 12일 ‘보장성 강화 정책과 실손보험과의 상관관계’라는 자료를 내고 “2016~2017년 보장성 강화로 보장률(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이 62.6%에서 62.7%로 높아졌지만 손해율은 131.3%에서 121.7%로 낮아졌다”며 최근의 손해율 상승은 문케어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책연구원은 “보장성 강화는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를 감소시킨다”며 “지급 보험금 감소 등 오히려 실손보험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케어로 되레 손보사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연구원은 또 업계가 산정한 손해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은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위험 보험료(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차감한 금액)’로 나눈 값으로 계산한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보험사가 걷은 보험료가 100원이라면 100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부가보험료(사업비 등)를 제외하고 나머지 70원인지, 80원인지 모를 금액으로 손해율을 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자 민간기관인 보험연구원이 건보공단의 논리를 재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손해율에 대해서는 “손해율은 보험사가 임의로 산출하는 게 아니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정한 양식과 기준에 따라 산출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이 정한 기준대로 손해율 지표를 작성하는데, 다른 부처 산하기관에서 ‘엉뚱한 계산법’이라 지적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 보험 업계를 공격하는 자료를 내는 것부터가 몹시 이례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2016~2017년 손해율에 대해서는 “문케어를 시행하기 전의 얘기”라며 “2016년 초 보험료를 20%가량 인상했는데 그 효과가 단계적으로 반영된 영향이고 무엇보다 이후 손해율은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받아쳤다.정책연구원은 최근의 손해율 상승 원인이 실손보험상품에 있다고 보고 있다. 상품 자체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보장하고 있어 (문케어와는 관계없이) 비급여 진료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연구원은 “손해율의 증가는 단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때문이 아니라 과잉 진료, 비급여 진료를 양산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도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동의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상품을 잘못 설계한 문제도 분명 있으므로 업계는 보험료 차등제 등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료 차등제 등을 시행한다고 해도 기존 계약에는 소급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과잉 진료 등을 막을 수 있게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급여 의료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 업계, 보험료 조정 최대치인 25% 인상 요구 이처럼 정부와 업계가 손해율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건 실손보험 보험료 조정 때문이다. 업계는 손해율 급등 등을 들어 내년도 보험료를 조정 최대치인 25%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보험료 인상에는 동의하지만 큰 폭으로 올리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케어로 손해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는데 (큰 폭의 인상을 결정하면) 기존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율 등을 고려하면 내년 보험료는 올해 인상률(8~12%)보다 높은 15% 안팎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9.11.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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