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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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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했다’…은행권 ‘다사다난’

은행

올해 은행권에서는 관치와 횡령 논란이 커지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은행들은 이익을 내면 낼수록 ‘부당이익’을 낸 것처럼 비난을 받았다. 고금리로 서민의 이자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이로 인해 역대급 상생금융안이 마련됐다. 횡령과 직원 일탈도 발생했다. 내부통제 책임론에 휩싸인 최고경영자(CEO)들은 대거 교체됐다. 尹 “소상공인, 은행의 종노릇한다”은행권과 금융당국은 2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자 자체를 돌려주는 방식 등 다양한 혜택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영업 중단 및 축소를 했던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이 짐을 나눠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놨다. 지난 2월 13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은행이 예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해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서민 고통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윤 대통령은 시중은행들이 형성한 ‘과점’을 지적했고, 이에 당국은 올해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했다. 지난 7월엔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에도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은행권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전을 펼치며 ‘2조원’에 달하는 횡재세를 은행으로부터 거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금융당국은 횡재세보다 이에 준하는 상생금융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은행 3Q 당기순이익 전년 比 38%↑ 은행권을 향한 비판이 올해 유독 심했던 이유는 역대급 실적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2%(5조4000억원) 증가한 1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달성한 총 당기순이익(18조5000억원)을 올 3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44조2000억원이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2019년 2.3% ▲2020년 0.7% ▲2021년 9.4% ▲2022년 20.5% ▲2023년 8.9%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자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대규모 횡령 발생, 내부통제 미비 도마 위은행권에서는 올해 대규모 횡령이 발생하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졌다. 지난 9월 금감원이 내놓은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잠정 검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은행의 은행투자금융부 직원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기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이후로도 계속 역대급 횡령이 발생한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3년 9월까지 7년여간 금융업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수는 206명, 이들이 횡령한 금액은 1850억4260만원에 달했다. 횡령 임직원 중 은행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6.6%(116명), 은행의 횡령액 비중은 83.5%(1544억1710만원)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다 지난 10월 금감원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에서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출력본)을 활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도 위법 및 부당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데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사건·사고에 책임 커진 CEO…대거 교체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 CEO들은 일제히 교체됐다. 올 3월 업계의 예상을 깨고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그룹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용퇴 결정을 내렸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새로운 회장에 선임됐다. 조 전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용퇴 이유를 밝혔다.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 CEO도 전면 교체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확실시 됐지만, 사모펀드로 당국의 중징계를 받았고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의 새 사령탑을 맡아 3월 취임했다. 우리은행장도 조병규 행장으로 교체됐다. 가장 주목을 받은 윤종규 KB금융그룹 전 회장은 4연임을 내려놓고 용퇴를 결정했다. 양종희 당시 부회장이 새 사령탑에 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사모펀드 논란에서 비켜갔지만 윤 회장의 4연임에 대한 당국과 정치권의 ‘장기 집권’ 비판이 업계에서 예상됐다”며 “이 때문에 조직 안정을 위해 세대교체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12.24 06:00

3분 소요
윤호영 카뱅 대표, 스톡옵션 행사로 지난해 98억 ‘연봉킹’

은행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로 약 10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수령하며 국내 은행장 ‘연봉킹’ 자리에 올랐다. 지난 21일 카카오뱅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윤 대표는 지난해 98억2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4억100만원과 상여금 3억9400만원, 스톡옵션 행사 이익 90억3000만원이 포함됐다. 윤 대표는 2019년 3월 받은 스톡옵션 52만주 가운데 15만6000주를 지난해 4분기(10∼12월) 행사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 경영진의 주식 처분으로 ‘먹튀 논란’이 불거졌을 때라 윤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도 시장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윤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행사됐다. 카카오뱅크 측은 “2016년 은행 설립 이후 5년간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윤 대표의 스톡옵션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회사가 차액을 현금으로 주는 ‘차액보상형’이라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연봉은 4대 시중은행장도 압도했다. 지난해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당시 KB국민은행장)은 15억6400만원,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9억4000만원을 수령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8억2500만원,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5억3400만원을 받았다. 한편 이달 중순 공개된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5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평균 연봉 7400만원에서 두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임직원수는 전년 913명에서 지난해 1031명으로 늘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2.03.22 10:21

1분 소요
[신한라이프 출범 D-50③]보험사 합병, 미래에셋생명-PCA 어땠나

은행

'신한라이프'(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가 금융위원회 합병 인가를 받으면서 7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양사가 합병 후 어떤 시너지를 낼 지에 쏠린다. 이와 관련 과거 보험사 인수합병(M&A) 사례도 주목받는다. 2000년 이후 신한라이프처럼 규모를 갖춘 각각의 보험사가 합병한 사례로는 미래에셋생명-PCA생명을 꼽을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인수를 통해 변액보험 부문 강점을 더욱 극대화시킨 케이스다. ━ 통합 후 변액보험 강자 '등극' 2016년 11월,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통합작업에 돌입했다. 통합법인 출범 약 1년 전 미래에셋생명은 하만덕 대표이사 겸 부회장(현재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을 PCA생명 대표이사로 이동시키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통합에 앞서 두 회사의 원활한 상호소통을 강화하고 PCA생명의 내실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2018년 3월, 양사는 통합법인 '미래에셋생명'으로 공식 출범했다. 하 부회장은 두 회사의 통합을 마무리한 후 미래에셋생명으로 복귀했다. 당시 업계 중위권 보험사였던 양사는 합병 후 총자산(35조원) 규모에서 업계 5위로 올라섰다. 2018년 750억원 수준이던 순익은 이듬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표면상으로 보면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의 통합은 미래에셋생명-PCA생명 통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먼저 여러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대형금융사가 외국계 생명보험사를 인수했다는 부분이 유사하다. 또 통합 대상 회사들이 모두 중형사라는 점, 합병 후 통합법인의 총 자산 규모가 업계 빅5로 올라선다는 점도 비슷한 부분이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합병을 통해 단순 실적 및 규모 확대가 아닌 특정 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업계 리딩기업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사 통합으로 가장 시너지가 난 곳은 변액보험 부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은 2017년부터 변액보험과 연금보험을 집중 육성시켜 보험업계 '은퇴설계 명가'로 거듭난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2016년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미래에셋생명이 2844억원, PCA생명이 1531억원으로 업계 1, 2위를 차지했다. 1위였던 미래에셋생명이 2위사였던 PCA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 PCA생명은 총 자산 중 70%가 변액보험일 정도로 이 부문에서 강점을 보였었다. 이후 양사의 변액보험 운용 노하우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양사가 가진 영업채널 강점이 달라 채널 다변화 측면에서 유리하다. 신한생명은 TM채널(텔레마케팅) 등 비대면 채널에서, 오렌지라이프는 TM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대면채널인 설계사 영업에서 경쟁력을 지녔다. 상품 포트폴리오는 양사 모두 건강보험과 변액보험에 강점을 지녔다. 신한라이프는 통합 후에도 이러한 강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망도 양사의 지점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신한생명의 지점은 주로 지방에, 오렌지라이프는 서울 등 수도권에 주로 배치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이 통합을 통해 기존 강점을 더욱 극대화했다면 신한라이프는 각사가 가진 경쟁력을 적절히 조화시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 임직원 수, 제자리 돌아간 미래에셋 통합 후 인력 조정 문제는 신한라이프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양사 합병시 신한라이프의 임직원 수는 2000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미 양사는 다양한 업무 교류를 통해 1차적인 조직 재배치를 마친 상태지만 향후 추가적인 인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생보사 중 임직원 수가 2000명이 넘는 곳은 빅3 생보사(삼성생명· 한화생명·교보생명)가 유일하다. 현재 신한라이프는 7월 1일 출범일에 맞춰 두자릿수 규모의 신입직원도 뽑고 있다. 3년 전 통합 당시 미래에셋생명은 당시 전 직원을 고용승계했지만 이후 희망퇴직과 점포통폐합 등을 실시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8년 3월, 합병 후 미래에셋생명의 임직원수는 1265명이었지만 2018년 12월 1085명, 2019년 12월, 1050명, 올 2월에는 1023명으로 줄었다. 3년간 보험업황 불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비용 줄이기 등을 감안해야겠지만 사실상 미래에셋생명 임직원 수는 합병 전인 2018년 2월(1024명)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5.14 17:29

3분 소요
CHECK! REPORT
━ 하나금융연구소 | 부자들 자산 53%는 부동산… 올해 리밸런싱은 관망세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들이 올해 자산 리밸런싱(자산균형재분배)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리밸런싱 계획을 가진 부자들은 부동산 보다는 금융자산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우리나라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와 대중부유층(금융자산 1억~10억원 보유)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 '2021 Korean Wealth Report : 부자와 대중부유층의 자산관리 트렌트' 보고서를 발간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부자의 51%, 대중부유층 56%는 현재의 자산 구성을 대체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자산 리밸런싱에 대한 관망적 태도는 실물 경기와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조사에서 부자와 대중부유층은 실물 경기와 부동산 경기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물 경기의 경우 응답자들의 61%가, 부동산 경기의 경우 응답자의 52%가 더 나빠질 것으로 응답했다. 특히 고액자산가일수록 향후 경기 전망에 더 부정적인 편이었다.자산 리밸런싱을 고려하는 부자들은 부동산보다는 금융 자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단 8%만이 부동산 자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응답 비율이다. 부동산 자산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는 응답은 지난해 13%에 달했다. 응답자의 18%는 금융 자산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보고서는 “부동산 자산을 5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고액자산가의 경우, 세제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부동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며 “금리 상승 전망,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 등으로 부자와 대중부유층은 올해 부동산보다는 금융상품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한국은행 | 백신 접종으로 선진국 경기 2분기부터 본격 회복 코로나19 백신보급이 이뤄지기 시작하며 집단면역 달성과 함께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선진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내년에는 신흥국도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한은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백신보급과 글로벌 경기 회복 향방' 보고서에서 선진국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해소, 정부의 적극적 접종 등에 힘입어 올해 말쯤 대부분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은 현재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접종(3월2일 기준 55.6%)을 마쳤으며 여타 선진국 중에서는 영국(30.2%), 미국(15.5%)이 접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올해 2분기부터 경기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상품 소비가 이미 회복세고 서비스 소비도 빠르게 회복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서는 봤다. 특히 정부지원금 지급과 그간 누적된 가계저축이 소비로 전환될 경우 경기 회복은 더 빨라질 수 있다.다만 신흥국의 경우 집단면역 달성 시점에 편차가 클 전망이다. 중국은 내년 중반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자국산 백신 접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며, 일반 신흥국의 경우 계약 물량이 부족한 편인데다, 공급시기도 선진국 보급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여 대부분이 내년 중반 이후에나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브라질·남아공 등 자연면역률이 높은 국가의 경우 접종률을 상회하는 면역 수준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 한국무역협회 | 2019년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 69개 2019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69개를 기록해 조사가 시작된 후 가장 높은 1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세계 수출 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 경쟁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계 1위 품목 수는 전년보다 7개 증가한 69개로 집계됐다. 수출 1위에 새로 오른 품목은 16개, 1위에서 밀려난 품목은 9개였다. 우리나라 순위는 2018년 각각 11위와 12위를 차지했던 캐나다와 영국를 제치고 두 계단 상승했다.산업별로 우리나라가 수출 1위에서 밀려난 품목은 화학제품류(2개)와 비전자기계류(2개)에 주로 집중되어 있었다. 1위에서 탈락한 9개 품목의 총 수출액은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0.4%에 불과했고, 각 품목의 수출금액도 모두 10억 달러미만으로 작게 나타났다.1위 품목에 새롭게 진입한 산업은 철강·비철금속류(7개), 화학제품류(2개), 비전자기계류(2개), 전자기계류(2개) 등이다. 이 중 SSD(47억1000만 달러), 기타 산화금속산염(19억6000만 달러) 등 4개 품목이 수출금액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으로 발돋움했다.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1위 품목은 중국·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19년 1위 탈락 품목 9개 중 4개 품목에서 중국에 추월당했고, 우리나라 1위 품목 69개 중 일본이 2위를 차지한 품목 수가 12개로 주요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 국내 상장기업 CEO 중 여성은 3.6% 국내 상장기업 전체 최고경영자 중 여성 CEO(대표이사 급)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주요 기업에 비해선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 상장기업 여성 임직원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상장기업 전체 CEO 중 여성 CEO는 3.6%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여성 CEO 비중은 2015년 2.8%에서 매년 증가해 2019년 3.6%로 최근 5개년 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글로벌 주요 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은 비중이다. 미국 여성 NGO기관 카탈리스트(Catalyst)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S&P500 기업의 여성CEO 비중은 6.0% 수준이었다.국내 상장기업의 전체 여성 임원 수는 증가세다.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0%에서 2019년 4.5%로 늘었다. 여성 임원 비중은 교육서비스업(16.4%),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9.9%),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7.8%), 등에서 높았다.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5.5%), 중견기업(4.4%), 대기업(3.8%) 순으로 여성임원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 5개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여성임원 비중 증가는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에 비해 가파른 모습을 보였다.한편 여성의 직원 대비 임원 비율은 남성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전체 여직원(41만3461명) 대비 여성임원(1314명)은 0.3%에 불과해 남직원 대비 남성임원 비중(2.3%)에 비해 매우 낮았다.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 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글로벌 주요 기업 대비 여전히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기업과 정부가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산업연구원 | 정체된 방산 수출 수주… “GtoG 패러다임 전환 절실” 코로나19로 내수 경기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제조업 체감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방산수출 유망시장 개척을 통해 방위산업을 국가 경제발전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2020 KIET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 보고서에서 국내 방위산업 수출 수주액이 최근 5년간 3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정부는 지난해 방위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지원을 위해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고 수출촉진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수주 100억 달러 달성 목표를 수립한 바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방산 기업들의 수주활동이 제약을 받아 수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각국 국방예산이 감소하고 글로벌 방산 기업과의 경쟁은 더 격화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보고서는 방산분야의 글로벌 경쟁 대응을 위해서는 10대 방산수출 유망국가 중심의 유형별 차별화 전략을 구상함과 동시에, 범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보고서는 오는 2024년까지 방산수출 유망국가로 인도, 사우디 등 국방예산 세계 3~4위 권의 무기 구매력이 매우 높은 국가들과 더불어 호주, 폴란드, 콜롬비아 등을 신규 선정해 필요한 전략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방산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수출 협상 방식도 기존의 기업 중심(BtoG) 형태에서 벗어나 정부 간 빅딜(GtoG)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현대경제연구원 | 저성장 이어지는데, 물가는 올라… ‘스태그 플레이션’ 가능성 저성장 상태에서 물가는 높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보고서는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작년 2분기에서 4분기까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는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경기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이어 최근 모든 물가 지표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물가 불안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보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지수가 상승하면서 지난 2월 기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1.1%까지 높아졌다. 또, 수개월간 1% 수준이었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월 들어 2%로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보고서는 “현재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스태그플레이션의 한 축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요구된다”며 “무엇보다 소비자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하며 자연적 요인으로 서민 체감 물가의 급격한 상승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연구원은 ‘코로나19 추가 재확산’과 ‘경기 양극화 고착’을 한국의 경기 방향을 결정하는 위험 요인으로 봤다. 보고서는 “코로나19 3차 재확산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올 여름과 겨울에 추가 재확산이 발생하면 경기 반등세가 크게 약화하면서 불황 탈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수출 시장과 내수 시장 간 경기 격차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비대면과 대면 업종 간 경기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정리=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3.14 12:53

7분 소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CEO

신세계가 올해 4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자산(27조)의 15.2%를 투자하겠다고 나서자 유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신세계그룹의 전략과 정용진 부회장의 구상을 들여다봤다. 4조1000억원. 숫자가 발표되던 지난 1월 28일, 서울 회현동 신세계그룹 기자실은 반신반의하는 반응과 함께 놀라움이 교차했다. 업계에서도 불신과 부러움이 갈렸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하지 않아 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정말 저 금액을 다 쏟아부을지 검증해야 한다”는 등 숱한 이야기가 유통업체들 안팎에서 쏟아졌다. 수치로만 봐도 놀라운 수준이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신세계그룹 자산(27조)의 15.2%를 투자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2015년 투자액 3조5000억원보다 무려 17.1%(6000억원)가 많다.‘위기에 돈을 쏟아붓는 남자’. 유통가에서 정용진(48) 부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실제로 그렇다. 1997년 신세계 상무로 입사한 정 부회장은 98년 할인점 프라이스클럽 매각을 진두지휘했다. 정 부회장은 프라이스클럽 지분 매각자금 1억 달러와 카드사업을 정리해 확보한 돈으로 전국 주요 노른자위 땅을 대거 매입했다. 그때 매입한 땅이 오늘날 이마트의 주요 점포로 성장해 오늘날 대형마트 업계 독보적인 1위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2004년 센텀시티 위락단지 개발권 낙찰도 정 부회장의 작품이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들어서 있다.올해의 화두는 단연 쇼핑몰과 백화점이다. 신세계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세계가 1990년대말 외환위기 직후 10년간 부동산 개발과 이마트 확장에 주력했다면, 2000년대 후반부터는 백화점 사업에 장기 투자해왔다. 4조1000억원은 그 성과를 거둬들이기 위한 막판 대규모 투자이다.”4조1000억원의 명세서를 보면 대략 방향이 보인다. 올 연말 오픈하는 복합쇼핑몰 하남유니온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에 각 1조원씩을 투입한다. 나머지 온라인·면세점·T커머스 강화 등 신규 채널에는 총 1조 1000억을 쓴다.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되는 곳은 신세계 강남점이다. 2월 25일 언론공개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확장 오픈하는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최대 스트리트 패션 전문관인 ‘파미에 스트리트’를 비롯해 다양한 먹거리와 거대한 스케일로 타 백화점을 압도한다. 강남점과 쌍두마차격인 신세계 센텀시티점도 3월 초 확장오픈한다. 기존에 주차장으로 쓰던 부지(1만9499㎡)에 해외 패션 브랜드와 유아용품 등을 입점시킨 ‘B관’을 선보인다. B관에는 기존에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운영중이던 신세계면세점도 이전 오픈한다. 8월 문을 여는 김해점이나 하반기 중 오픈 예정된 대구점도 있다. 신세계 김해점은 연면적 14만4500㎡(약 4만3700평)에 매장면적 4만6300㎡(1만4000평) 규모고, 대구점은 연면적 29만 7500평(약 9만평)에 매장면적 9만9200㎡(약 3만평)으로 더 크다. ━ 쇼핑몰·백화점·면세점 올해 줄줄이 오픈 하남유니온스퀘어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엄청난 액수인 1조원이 올해 투입된다. 업계에서 “이미 건물 뼈대 등이 완성됐는데 추가로 1조원을 투입한다는 이야기냐?”며 의구심을 가질 정도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한 간부는 “변화하는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고 설명했다. 경기 하남시 신장동 하남지역사업 2지구 내 11만8000㎡(약 3만6000평) 부지에 신세계백화점·이마트트레이더스·패션전문관·극장·공연시설 등이 생긴다. 연면적만 46만㎡(13만9000평)에 이르는 초대형 시설이다.신세계그룹의 첫 복합쇼핑몰 론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창고형매장으로 이어진 한국 유통업계의 차세대 동력을 복합쇼핑몰로 보고 있다”면서 “하남유니온스퀘어는 정 부회장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격인 쇼핑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의 쇼핑몰 법인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앞으로 하남 외에 인천·대전·안성·고양 등에 약 10여 개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대구점 역시 일부는 복합쇼핑몰적인 기능을 띄게 될 전망이다. 센텀시티는 거대한 규모로 인해 다양한 기능이 불가피하고, 동대구 환승센터에 지어질 대구점은 본래 이마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지역 상가와 상생을 위해 백화점이 출점했다. 지난해 6월 경기 일산 이마트타운 내에 오픈해 관심을 모았던 키덜트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는 올해 3월 부산 센텀시티 B관에 2호점, 4월 이마트 영등포점에 3호점이 개설된다. 일렉트로마트는 일렉트로맨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키덜트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드론·피규어·액션카메라 등의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가전 매장이다.일산의 이마트타운은 오픈 당시 이마트의 고급 간편 가정식(HMR) 피코크와 먹거리를 다루는 ‘피코크 키친’, 키덜트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 정용진판 이케아라 불리는 생활용품점 ‘더라이프’ 등이 입점해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타운이라는 이름은 이마트의 모든 것이 모여 있다는 뜻으로 정 부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지난해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신세계DF도 오는 5월 서울 회현동 신세계 본점 신관에 매장을 연다. 지난해 7월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뒤 4개월간의 와신상담 기간을 거쳐 결국 워커힐면세점의 사업권을 낚아챘다. 2월 현재 신관 내부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운영 중이던 김해공항점 사업권을 반납해 ‘먹튀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됐다.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사장은 “내년 3월 확장 이전하는 부산 시내면세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사업권을 반납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기존에 롯데가 운영하던 김해공항 면세점에 과도한 임대료로 낙찰을 받은 뒤, 영업 적자가 심해지자 철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해공항 면세점은 현재 새 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외부에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정 부회장은 최근 1~2년간 거의 모든 사내 강연에서 신세계그룹의 경쟁상대로 소셜커머스 1위 업체 쿠팡을 꼽아왔다. 쿠팡은 최저가로 물건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자체 배송 인력 쿠팡맨을 활용한 무료 배송 서비스 ‘쿠팡맨’을 이용해 물류 업계에서 파란을 일으켰다.오프라인 유통망에서는 단연 국내 톱 규모와 역량을 자랑하지만, 신세계그룹 역시 온라인·모바일 시장에서는 갈증을 크게 느낀다. 이유는 오프라인 유통망은 현상 유지 또는 매출감소하는 실정이고, 온라인 채널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백화점·대형마트·수퍼마켓·편의점 등 오프라인 4대 주요 유통채널은 정체중이다. 2013년 120조원대를 넘어선 이후 12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백화점 업계의 지난해 판매액은 2014년 29조3220억보다 적은 28조원대로 추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백화점들이 아웃렛 등 부가 사업의 수익까지 합쳐서 플러스 결과를 내놓고는 있지만, 정작 기존(확장분 제외) 백화점 매장만 놓고 본다면 확실한 마이너스”라고 전했다. 대형마트의 판매 액도 2014년(47조4740억원)과 대동소이한 수준(47조 5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마트 3사의 매장이 10곳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세다. 기업형 수퍼마켓은 소폭 증가했고, 편의점은 판매액이 연 8~9%씩 늘지만 아직은 시장규모(15조원)가 크지 않다. ━ “신세계 경쟁 상대는 롯데가 아니라 쿠팡” 반면에 온라인 쇼핑은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 2010년 25조2030억원이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54조원에 달했다. 소셜커머스만 치더라도 2011년 7900억원이던 시장이 2014년에는 5조5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약 8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정 부회장은 “경기가 어렵고 온라인쇼핑이 대폭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프라인 대형 매장들은 여전히 쇼핑·레저의 중요한 축이고 소비자를 이끄는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말했다. 쿠팡 등 신규 온라인 채널의 급격한 확장에 위축되는 것보다는 신세계그룹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온라인과 T커머스, 물류센터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한다. 온라인으로 소비의 축이 급속히 바뀌는 와중에서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유통 리더의 입지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이마트는 가격과 당일배송 두 가지를 축으로 비상하는 쿠팡의 양 날개를 꺾으려 하고 있다. 가격 경쟁은 기저귀 등 육아용품이 메인 타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제는 본격적인 가격 경쟁을 해야하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쿠팡=최저가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환경적 변화도 한 몫했다. 소셜커머스가 더 빠른 운송을 위해 비용을 쏟아붓다보니 정작 온라인몰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그리 저렴하지 않게 된 상황이다.이마트는 또 온라인 배송분야에서 ‘신선식품 당일 배송’을 추진한다. 가공식품과 생필품 위주로 익일 배송하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정조준한 전략이다. 이마트는 경기 용인에 있는 보정 온라인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양재~동탄 지역 온라인 주문의 70%를 당일 배달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1500억원을 들여 경기 김포도 온라인물류전용센터를 정식 오픈한다. 이마트가 강점이 있는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당일배송 시스템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오는 2020년까지 온라인 물류센터 6곳을 열어 서울과 경기 전 지역에서 당일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도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있다. SSG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쓱’이라는 말을 활용해 만든 TV CF가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7월 출시한 SSG페이도 앱 설치자 120만명을 돌파했다. 데이터통신만으로 방송되는 ‘T커머스’(신세계쇼핑)도 꾸준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정용진 부회장은 국내 1위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64) 회장과 ‘한류 먹거리’ 발굴에도 나선다. 정 부회장과 이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로 본래 사이가 돈독했다. 이 회장은 이마트의 대표이사인 김해성(58) 부회장과도 친분이 깊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회동을 하게 되면서다. 식음료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하고자 하는 이 회장의 제의로 두 사람은 SM엔터테인먼트의 한류 콘텐트와 이마트의 식음료·유통·관광 분야 인프라·개발 역량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로 했다. 이에 양사는 ‘엑소 라면’ 등의 콜라보레이션 먹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SM은 ‘슈퍼주니어 너츠’ ‘엑소 찹쌀김스낵’ ‘슈퍼주니어 잼’ 등 기존에 출시한 먹거리에 추가해 이마트와 협업한 식품을 이르면 3월 초 서울 삼성동 SM 본사 지하 1층에 오픈하는 ‘한류 편의점’ SUM마켓에서 판매할 전망이다. SUM은 S와 M 사이에 U(You)가 들어있는 합성어로, ‘너와 함께 SM’이라는 뜻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세부 제품군에 대해서는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두 회사가 합작해 먹거리를 낸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마트는 합작하는 한류 먹거리에 ‘피코크’ 브랜드를 명기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과 SM엔터테인먼트의 합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문성현 팀장은 “SM의 기념품샵 SUM이 롯데 영플라자에 입점해 있고, SM 소속 연예인들이 다수 롯데백화점 광고모델을 했는데 신세계백화점과 협업이 쉽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 ‘비전 2023’의 일환...후계구도는 ‘아직’ 올해 대규모 투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2014년 1월 7일 발표한 ‘비전 2023’의 일환이다. 당시 정 부회장은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고 미래 성장동력의 밑그림을 그리겠다며 비전 2023을 발표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총 10년간 투자 31조원, 총 고용 17만명(이 중 신세계 그룹 정규직은 8만명, 나머지는 협력사원)을 실현하겠다는 포부였다.만 2년이 지난 지금 정 부회장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2014~16년 누적 투자금액은 총 9조4000억원(예정)으로 약속했던 31조원의 3분의1을 넘겼다. 2016년까지 예정된 누적 신규 채용도 4만2400명(연간 1만4100명)으로, 당초 약속한 연간 1만7000명 신규 채용보다는 적지만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평가다. 임직원수는 2010년말 1만8610명에서 지난해 9월말 4만901명으로 119.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처음 진행했던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채용박람회도 확대 진행한다. 신세계그룹 측은 “지난해 상생채용박람회가 중소 협력사 구직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분석됐다”면서 “올해는 서울 외에도 부산, 대구 등에서 총 3차례 상생채용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혁신 외에 관심이 쏠려있는 분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후계구도다. 여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의 면세점 사업 등 관장을 두고, 벌써부터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면세점’ 식의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신세계그룹 전략실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으로 분리돼 일부 부서가 이마트로 옮겨가면서 여러가지 ‘설’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오너인 이명희 회장이 건재한데 후계구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이현택 기자

2016.02.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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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례로 본 삼성전기의 이상한 명예퇴직 - 이틀 안에 명퇴 결정하고, 9일 안에 짐싸라

산업 일반

본지는 연매출 7조~8조원대의 대기업인 삼성전기의 명예퇴직 방식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는 명예퇴직 관련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대기업의 명예퇴직 매뉴얼을 유추할 수 있는 사례다. 이에 따르면 ‘명예’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인 명예퇴직 프로그램이었다. ━ 명예퇴직 매뉴얼① 1차 면담 - 명퇴 언급에 앞서 자녀 이야기부터 꺼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7월 말 삼성전기 경영진단(내부 컨설팅)을 11년 만에 실시했다. 경영진단 결과 감원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컨설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2017년까지 1000명을 감원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40~50대 차·부장급 직원을 중심으로 명예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도 “경영진단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컨설팅이 핵심이다”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기 임직원수가) 4만명이라 좀 무거운 편이어서 구조조정은 상시 실시 중”이라고 언급했다.문제는 감원 방식 중 하나인 명예퇴직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32년간 삼성에서만 근무한 A씨(55세)는 지난해 11월 17일 평소와 다름없이 생산현장으로 출근했다. 오전 9시경 갑자기 사측으로부터 미팅 요청 전화가 걸려왔다. 회의실에서 삼성전기 인사팀 관계자가 꺼낸 첫 마디는 A씨 자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A씨에게 다짜고짜 ‘자녀가 삼성그룹 계열사(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게 맞느냐’라는 말을 꺼냈다. 상황에 따라 명예퇴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칫 A씨 자녀에게 불이익이 갈수 있다고 오해받을 수 있는 표현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기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면담 초반부에 인사팀이 먼저 ‘명예퇴직’이란 용어를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70분간 진행된 면담 후반부로 가서야 삼성전기는 부연 설명을 통해 A씨가 명예퇴직 대상자임을 알 수 있게 유도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명예퇴직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종용했다.이런 삼성전기의 명예퇴직 방식은 ‘자발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명예퇴직은 정년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직 의사를 표명하면, 위로금, 자녀 학자금 등 금전적 보상을 지급해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제도다. 하지만 당시 삼성전기 사내에는 명예퇴직 신청 공지가 없었다. 또한 A씨의 경우 1차 면담 이전 사측으로부터 서면통지나 예고 등 직·간접적으로 명예퇴직 내용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가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명예퇴직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 명예퇴직 매뉴얼② 2차 면담 - ‘위로금 이미 결정됐으며, 더 줄 수 없다’ 못 박아 지난해 3월 삼성전기는 노사협의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을 확정했다. 정년을 만 60세로 늘리되, 만 55세가 지나면 매년 전년 연봉을 기준으로 임금을 10%씩 깎는 방식이다. A씨도 당연히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60세까지 ‘삼성맨’으로 근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년 연장 도입 시점은 2016년부터인데다, 그는 당시(54세)에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55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A씨가 1차 면담에서 하루아침에 명예퇴직 여부를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2차 면담까지 이틀의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 지난해 11월 19일, 역시 아침 일찍 사측은 A씨에게 전화를 했다. 2차 면담은 1차 면담보다 더 직설적이다. A씨가 앉자마자 사측은 “(명예퇴직 여부를) 결정했느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위로금은 2억2000만원을 주는 것으로 이미 결정했으며 더는 줄 수 없다”고 못 박는다. 본인의 자발적 의사와는 무관하게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어려울 정도로 명예퇴직이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추정된다. A씨도 “(이 말을 듣자) 더 이상 의견을 조율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기술한다.이후 일정은 속전속결이다. 2차 면담 진행 중에 인사 담당자는 퇴직 관련 서류를 내밀고 그 자리에서 퇴직원 작성을 요청한다. 나아가 삼성전기는 A씨에게 ‘11월 28일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회사 비품과 사원증 반납도 지난해 12월 1일까지였다. 서류상 퇴직일은 지난해 12월 10일이지만, 12월 1일 이후는 구상휴가로 처리돼 출근이 불가능하다. 회사를 정리하는 데 단 9일을 제시한 것이다. A씨는 “2015년 1월 10일까지 업무를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삼성전기는 이를 거절했다. ━ 명예퇴직 매뉴얼③ (명예퇴직 결정 후) 출근 기간 9일 - 자료 유출 조사 … 적발 때 명예퇴직금 지급 거절 퇴직원 작성 이후 출근이 가능한 9일 동안 명예퇴직 예정자는 문서발송 등 처신을 주의해야 한다. 사측에서 자료 유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외비 자료 등을 외부로 유출할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A씨는 마지막 출근일 이틀 전인 지난해 11월 26일, 일부 자료를 본인의 삼성그룹 e메일 계정에서 개인 e메일 계정으로 전송했다. 삼성전기 동료 부서원들의 연락처 리스트와 개인PC에 보유하던 자료 일부다.A씨는 ‘미혼인 자녀가 향후 결혼할 때를 대비해 부서원에게 경사를 알리고자 연락처를 전송했으며, 퇴직 후 후임자가 궁금한 사안을 인계할 때를 대비해 일부 자료를 개인 메일로 전송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11월 28일 A씨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통보했다. 불미스러운 사유로 퇴직하면 일반퇴직으로 처리돼 명예퇴직금 또한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A씨는 삼성전기 직원 3명과 함께 당사자 집에 방문해 사측의 요구대로 자료 삭제, 조사, 확인 과정에 응했다. 모든 자료를 회수하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다만, 형사고발을 하지 않더라도 명예퇴직이 아닌 일반퇴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전기 입장이었다. 일반퇴직을 하면 명예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삼성전기가 명예퇴직자에게 일반퇴직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률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예퇴직은 합의에 의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대법원 2003.06.27. 선고 2003다1632)”고 설명한다. 명예퇴직 합의 과정을 대법원이 ‘청약과 승낙에 의한 합의’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합의를 철회할 수 없다는 의미다.다만, A씨 사례의 경우 합의로 소송이 취하됐다. 소장이 접수되자 삼성전기가 올해 1월 30일 A씨에게 명예퇴직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는 “A씨의 경우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명예퇴직금 못 준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위로금을 주는 걸로 좋게 끝나서 소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송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소 취하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2015.04.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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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일자리 전망은 - 대기업 취업 ‘바늘 구멍’도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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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의 문이 점점 좁아지는 가운데 대졸 취업 준비생 100만명 시대에 돌입했다. 사진은 10월 28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 몰린 구직자들. 장기 침체에 빠질 조짐인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조금 이나마 살아날까. 글로벌 경기와 내수시장 모두 조금씩 회복의 싹을 틔울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3% 대 중반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4%를 달성할 수 있다고도 한다. 정부의 발표가 그렇다. 하지만 시장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기업들은 내년도 올해 못지않은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경쟁 심화, 내수부진 등을 대비해 투자보다는 현금을 많이 쥐고 겨울잠을 자겠다는 전략 아닌 전략을 세운 기업도 적잖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에 뒤따르는 고용시장은 타격이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뺐지만 경기 여건 탓에 새 피는 수혈하지 않는 상황. 때문에 괄목할 만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가시적인 고용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여기에 취업 재수생이 늘고 기업들의 선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내년 취업시장은 최악의 1년을 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내년 취업시장 최악의 1년 전망 주요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마치고, 내년 채용 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일단 내년에 채용을 할 것인지, 채용을 한다면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규모로 뽑을지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에서는 내년 채용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내년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정부 기대와는 달리, 국내외적인 악재가 경기를 억누를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말만 듣고 한발씩 내딛기 어려운 실정이다.일단 올해 채용 인원을 내년 취업시장의 가늠자로 봤을 때 분위기는 삭막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9월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2012년 기준)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 사원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이 32%를 기록 했다.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응답은 15.1%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이 더 많아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불황에 따른 회사 경영 악화와 기존 채용인원이 과다했다는 점 등이 이유다. 나머지 52.9%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바로 취업시장으로 이어졌다. 잡코리아 조사를 보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응답 245개) 중에 올해 하반기에 대졸 신규 공채를 진행한 곳은 110개로 44.9%에 그쳤다. 채용 규모는 1 만 51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6283명)보다 7.1% 줄었다.기업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 하반기 5000~6000명의 대졸사원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2500여 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경기 악화와 스마트폰 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새 인력을 뽑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현대 차그룹도 같은 기간 3430명을 뽑아 지난해(3520명)보다 90명 정도 줄였다. LG그룹은 전년 동기보다 500명 줄인 3500명, 포스코그룹도 700명 줄인 14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1500명)·한화그룹(600명) 등 다수 기업이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0% 가량 감축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4~5 년간 연구개발 부문 인력을 꾸준히 뽑아왔다”며 “현재로서는 인력이 많이 축적돼 선발 인원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심지어 취업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도 내년에는 신규 채용을 3분의 1가량 줄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가 극적으로 반전하지 않는 한 취업시장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 몰린 것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채 시장의 급랭은 삼성전자 등 전산업계의 불황과 연관이 있다”며 “각 회사별로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채용이 상반기에는 적고, 하반기에는 많은 ‘상저하고’가 될 것이라 는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앞으로 취업시장 동향이 불투명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금융권, 구조조정 계속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내년 경제 전망을 보면, 내년 신규 고용은 45만 명에 그치며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보다 5 만 명 적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의 최근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10대와 40대 고용은 소폭, 50~60대 고용은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 핵심 인력인 20~30대 고용률이 안 좋다. 현재 30대의 고용률(74.4%)은 50대(74.7%)에도 미치지 못한다.결국 20~30대 대학졸업자의 취업 한파가 전체 고용시장을 줄이고 있으며, 인력 구조조정 이후에도 신규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 증가 모멘텀은 유지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미흡한 경기회복세와 대외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향후 고용 증가세는 제약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상황은 금융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권은 판매관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탓에 경영이 악화되자 구조조정에 먼저 돌입했다. 물론 신규 채용은 뒷전이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1월 희망퇴직을 통해 65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대신증권은 지난 6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2명, 삼성증권도 300여 명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초 350 명을 감축했다. 대부분 증권사는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였다. 증권사들은 “증시 침체에 따른 투자자 이탈과 거래량 감소 여파로 수익이 계속 줄면서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61개 증권사 임직원수는 3만 7774명(6월 말 기준). 1년 만에 전체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3913명이 회사를 떠났다.보험과 은행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6월 희망퇴직으로 650명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생명은 1000명, 교보증권은 700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이와 달리 신규 채용은 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거나 조직을 통폐합시켜 슬림화 시키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가 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 업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어려운 지금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렇다 보니 내년에는 금융권 구조조정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회사들은 “당분간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2차 구조조정 명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연말에 또 한 번의 대규모 퇴직을 단행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두 회사는 모두 이를 부인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최근 취임한 박진회 행장이 직원들에게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e메일을 보냈지만 수익성이 악화되고 지점을 줄이는 마당에 소문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다.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이 진행되거나 업황이 나빠질 경우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수순으로 본다”며 “그런 얘기들이 나올 때마다 힘들지만 차라리 이직을 하거나 퇴직금을 받고 나가자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와 달리 구조 조정으로 인해 노사 갈등을 겪는 기업들도 많지 않다. 이렇다 보니 소리 없는 구조조정이라는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와 다르게 희망퇴직을 단행할 때 노사와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충분한 보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금융권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채용 전망조차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83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3% 감소했다. 채용이 줄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전체 취업자 중 금융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3.2%로 낮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업황 회복 정도를 가늠할 수 없어 올해 신규 채용도 쉽지 않았다”며 “일을 하려면 채용해야 하지만 내년 환경을 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70명 미만, 삼성증권 20명 안팎, 미래에셋증권은 30명 정도 채용 계획을 갖고 현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이렇다 할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보험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매년 공채를 진행해온 현대해상은 내년에도 신규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현대해상은 50여 명 안팎의 채용을 위해 하반기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보다 신규 채용 인원을 늘린 교보생명도 큰 변수가 없는 이상 내년에도 소폭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구조조정을 진행한 한화생명은 올해 채용 계획이 미정인 만큼 내년에도 전망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공채 일정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매년 채용한다.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이 기업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필요하면 상시 채용하거나 경력직을 뽑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그나마 상·하반기로 채용을 진행하는 시중은행들은 올해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업황 등에 따라 채용인원은 변동될 수 있지만 올해 채용(300명)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200여 명 수준으로 뽑을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올해와 비슷한 100여 명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9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인 KB국민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 대졸 취업준비생 100만명 시대 이런 가운데 내년 취업준비생이 역대 최대에 달할 것으로 보여 취업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전문대·일반대·대학원 등) 531개 학교 졸업자(2013년 8월 및 2014년 2월 졸업자) 55만 7236명 가운데 취업자수는 28만 4116명에 그쳤다. 나머지 27만 명은 취업재수생. 여기에 내년 졸업생(약 55만 명)과 취업 삼수생, 올드루키(경력직 신입사원) 등을 합하면 취업준비생은 약 1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신규 채용 인원보다 2배 이상 많은 대졸자가 줄을 서고 있는 셈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도 선발 기준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응시자들의 과열 경쟁 해소 등을 위해 20년 만에 서류전형 부활을 검토하는 등 채용 과정을 대폭 손보고 있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에서도 세계사나 인문학 관련 문항을 많이 넣었다. LG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한자와 한국사 문제를 포함했고, SK와 GS·포스코 등도 역사 비중을 늘리는 등 응시자들에게 다양한 소양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도 역사 에세이를 쓰는 문제를 냈다. 대기업 채용에 난데없는 역사 바람이 분 것. 응시자 간 변별력을 찾다 보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이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역사관은 구직자의 가치관에서 반영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자사의 가치와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라도 역사 시험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14.11.0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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