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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라, 내려라” 관치 앞 ‘은행 금리 산정’ 혼란만 키워

은행

금융당국의 관치가 은행권의 혼란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던 당국이 이제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쏠려 들어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수신(예·적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은행의 영업행위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은행 정기예금 1000조 시대 도래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기예금이 폭증하면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과 비슷해지는 수준이 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뛰어넘었고, 내년 초에는 전체 가계대출 규모보다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10월에만 56조2000억원이 증가해 93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 규모는 전달의 32조5000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증가세면 연말에는 100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1월에도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만 한 달 사이 19조710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조8000억원 감소했고, 총액은 105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794조8000억원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은행권의 이자비용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6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1.9% 급증했다. 이자수익은 같은 기간 38.9% 늘어난 66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폭 늘어났다. 결국 국내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는데, 금감원은 비용 증가 외에도 비이자이익 감소, 충당금 확대 등을 이유로 꼽았다. ━ 기준금리 인상에도 역행하는 정기예금 금리 이와 같은 정기예금 급증 현상은 최고 연 5%에 달하는 높은 금리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산정에 기준금리 인상만 아니라 당국의 입김 영향도 크다고 보고 있다. 연초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정치권에서 예대금리 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 축소 목소리가 나왔고, 이후 당국이 매달 은행별 예대금리 차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정기예금 금리의 빠른 상승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20일 은행장과 만나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국의 눈치에 예대금리 차는 줄어드는 상황이다. 예·적금 금리는 많이 올린 반면, 대출 금리는 그만큼 올리지 못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0월의 저축성수신금리 평균 금리는 4.0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31%포인트 올랐는데, 가계대출 금리는 5.34%로 같은 기간 1.6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결과 하반기에는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5%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2금융권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나타나자, 당국은 이번엔 반대로 정기예금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월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 금감원장도 같은 달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11월 24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달리 현재는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며 연 5%대 금리가 사라졌다. 현재 은행별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NH농협은행 ‘NH올원이(e)예금’ 4.95%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4.98%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9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90% ▶KB국민은행 ‘KB스타(Star) 정기예금 4.44%’ 등이다. 은행권은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시장 불안정성도 존재하는 만큼 4%후반대 금리를 찾는 고객들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지만, 고객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다”며 “연 4%대 정기예금 금리도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2022.12.06 15:49

3분 소요
예·적금 금리, 곧 ‘꼭지’ 온다…전문가들 “만기 길게 가라”[고금리 시대 살아남기②]

은행

#. 직장인 A씨(37)는 최근 증권주에 투자했던 자금을 모두 매도하고 6000만원 가량을 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2년 만기로 예치했다. 증권사들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배당금이 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중에 정기예금 금리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은행 직원 조언에 만기를 1년보다 2년으로 길게 잡았다.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을 움직이는 일명 ‘금리 노마드족’의 시대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5%가 넘으면서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금리 시대의 혜택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2~3년 등 만기를 길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 시중은행 정기예금 연 5%, 저축은행은 연 6%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가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에 형성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기준으로 은행별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NH농협은행 ‘NH올원이(e)예금’ 5.1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5.00%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4.98%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95% ▶KB국민은행 ‘KB스타(Star) 정기예금 4.18%’ 등을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예·적금)금리는 연 4.01%로 2009년 1월의 4.16% 이후 가장 높았다.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5.22%로 한 달 전보다 1.45%포인트 크게 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6.10%, 오케이저축은행은 연 5.90%를 보였다. 대부분의 금융사 정기예금은 고객이 1억원의 자금을 연 5% 금리를 주는 상품에 예치할 경우 세전 5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월에만 56조2000억원 증가해, 2002년 1월 한은의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최대 증가를 보였다. ━ 금융당국 금리 인상 자제령…추가 금리 인상 주춤할 듯 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최근 은행권에선 금리 노마드족의 시대가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3.50~3.75%포인트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3.25%인 것으로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 전에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수신 금리 과당 경쟁 경계령을 내리면서 은행의 수신금리는 현재 수준보다 크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도 은행과의 경쟁을 피하게 되며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이유가 약해지게 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수신금리 인상)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하루 전인 24일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국은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무분별하게 발생하면 결국 대출금리를 더 올리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금융권으로만 자금이 쏠리면 2금융권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가중해 경제 전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거액자산가들 2~3년짜리 만기 상품 선호하기 시작” 은행권에선 이런 이유로 고객들에게 만기가 긴 정기예금을 추천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어려워지고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이 나온 만큼 예금 금리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만기가 6개월 이하의 정기예금 금리에 들어갈 경우, 만기 이후 더 낮은 금리의 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 애초에 높은 금리를 선택하라는 조언이다. 김병주 하나은행 클럽원(Club1) 한남PB센터 지점장은 “고객들에게 12월이 오기 전에 만기가 긴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돌리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최근까지는 금리가 매달 올랐기 때문에 만기를 짧게 가져갔지만, 지금은 한은이 목표 기준금리를 발표하면서 시장금리가 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6%까지 오를 것이냐는 점에 대해 은행에선 그럴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고객들도 2~3년 만기 상품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2022.12.01 06:06

3분 소요
금융당국 “예금 금리, 그만 올려”…정기예금 5%대에서 멈추나

은행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더 올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수신(예·적금) 금리 과당 경쟁 경계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수신금리를 높여왔던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5%에서 관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 내부에선 금리 경쟁을 당국이 막아주면서 이자비용 확대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 금융당국 수신금리 인상 과당경쟁 자제 권고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어 수신금리 인상 자제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인 24일엔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사의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23일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권 자금흐름(역머니무브) 점검·소통 회의’를 개최하고 업권 내의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금리 추가 상승 ▶제2금융권 자금조달 어려움 가중 등을 유발한다며 금리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자금이 대거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한 달 동안에 56조2000억원이 유입돼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8월과 9월에도 각각 21조2000억원, 32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10월 들어 유입 규모가 더 커졌다. 이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은행 수신 잔액은 187조5000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조원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빠르게 높아졌다. 현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연 최고 금리는 ▶농협은행의 ‘NH올원이(e)예금’ 5.10%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5.0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4.95% ▶KB국민은행의 ‘KB 스타(Star) 정기예금’ 4.28% 등을 기록하고 있다. ━ 은행권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이자비용 수조원대 일각에서는 당국의 권고대로 수신금리를 인상하지 못 하면 은행이 자금 조달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은행 내부에선 무리한 금리 인상을 피하게 된 만큼 비용 관리 측면에서 더 유리하게 됐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에 증가한 정기예금 잔액 56조원이 보통 1년 만기로 묶여 있는데, 내년 10월에 은행이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연 4.5%로 계산한다고 해도 2조5200억원에 달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정기예금 잔액이 매달 20~30조원씩 증가했고, 연말로 갈수록 증가액이 더 커지는 분위기라 금리 경쟁을 멈추지 않으면 은행 입장에서 내년부터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반면 금리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96조8000억원 크게 감소했고, 여기에다 은행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가계대출까지 감소하고 있어 수신금리 경쟁이 가중될 수록 은행의 비용만 높아지는 구조가 굳어지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높은 금리로 인해 유입되는 과도한 자금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2022.11.27 13:50

3분 소요
김주현 위원장 “금융권,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 자제해야”

은행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의 자금조달 과당경쟁을 경고했다.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리면 금융시장 안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 상임위원과 주요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단행 이후 금융시장 동향 및 연말·연초 금융시장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 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금융권과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세를 확고히 하기 위해 정책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신속히 확대해 유연하게 집행하면서 지원 조건과 지원 범위도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의 95조원 유동성 지원이 실질적인 자금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권과 소통 강화도 당부했다. 금융권이 건의했던 자금 운용 규제개선 사안과 유권 해석, 비조치 의견서 등을 금감원과 검토해 즉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연말 결산 등 특수한 자금 상황,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하고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연말 퇴직연금시장 과당 경쟁 우려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시적, 개별적 이벤트에 대해서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해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시장 예상에 부합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내외 리스크 요인을 미리 점검해 시장 불안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지원프로그램의 집행 상황도 점검했다. 증권사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은 지난 24일 3000억원 규모로 매입을 개시했으며, 건설사 보증 PF ABCP도 당초보다 매입 기준을 완화해 내주부터 매입에 나설 방침이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2022.11.25 13:51

2분 소요
요동치는 카드업계, 마케팅이 살길?

카드

지난 3월 2일 KB국민카드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독립해 전업 카드사로 출범했다. 국민카드가 누적된 부실을 껴안고 국민은행에 흡수된 지 8년 만이다.카드대란 직전까지 업계 선두 기업이었던 만큼 KB국민카드는 은행에 통합된 이후에도 최근까지 시장점유율 2위(약 14%)를 차지했다.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는 새삼 긴장감이 돈다. KB국민카드는 분사를 계기로 은행 안에서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를 받던 데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맞는 공격적이고 유연한 경영과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기존의 경쟁자가 더 강해져 돌아온 것이다.신용카드사는 전업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로 나눠 볼 수 있다. 전업카드사는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로 시장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며 금융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은행계 카드사는 자금조달에 유리하며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췄다. ‘끼워팔기’는 물론 다른 금융상품과의 결합 효과도 노릴 수 있다.포인트로 대출금 갚는 카드도 나와KB국민카드는 은행계와 전업 카드사의 장점을 두루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장의 카드로 공개한 ‘금융세이브제도’는 카드 사용액과 대출금 상환을 연계했다. 카드 사용액에 대한 포인트로 대출금을 일부 갚는 방식이다. 이런 제도는 여러 개 카드를 보유한 고객이 자사 카드를 먼저 사용하게끔 유도한다.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진 2003년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카드사는 적자를 기록해 금융지주사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며 영업이익을 급격히 늘려 나갔다. 2005년 258조원을 기록한 신용판매액은 지난해 약 412조원으로 늘어났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383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 중 절반가량인 1조1070억원을 신한카드가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올해 56%를 차지할 정도로 신용카드는 더 많이,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애물단지에서 노다지가 된 카드 시장을 놓고 주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2위권 다툼이 눈에 띈다. 2010년 3분기까지의 주요 카드사 시장점유율을 보면 신한카드가 20%대 초반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KB국민카드 15%,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각각 약 11%로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체크카드를 제외한 점유율을 보면 치열한 양상이 더 드러난다. 현대카드 11.8%, KB국민카드 11.7%, 삼성카드가 11%다. 재계 1, 2위의 계열회사 그리고 전통적인 은행업 강자가 대립하는 구도다.경쟁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카드사업부문이 덩치를 키우게 된다. 지난해 2월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가 함께 설립한 하나SK카드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산은금융지주와 우정사업본부가 카드사업 진출을 예고하고 나섰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카드 사업을 분사할 뜻을 내비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졸자들의 높은 실업률 때문에 카드 시장에서 신규고객 창출이 어려워 카드사 간 점유율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객을 지키려는 2위권 업체들의 전략과 방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장 공격적,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삼성카드다. 지난해 말 삼성카드는 최치훈 신임 사장을 맞았다. 수장의 교체를 두고 업계 인사들은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고 평가했다. 인력 규모나 자산에서 현대카드의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카드는 360만원의 혜택을 미리 제공하고 차후 이용 금액과 상환기간을 정해 갚는 ‘슈퍼S카드’를 내놓았다. 사용금액의 8%를 돌려주는 캐시백 체크카드도 판매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금액적인 혜택’을 제시한 것이다.“제2의 카드 대란은 섣부른 해석”이에 비해 현대카드는 차분한 분위기다. 내부 관계자는 “환경이 어려워질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며 “프리미엄 카드와 대중적인 카드로 나눠 고객의 혜택에 집중하던 기존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2~3년 후를 내다보자”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시장점유율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고객을 붙잡고 더 많은 신용판매액을 올리자는 것이다.소비자들에게는 카드사 간 마케팅 경쟁이 당장 피부로 와 닿는다.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영업사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무이자 할부와 각종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며 자사 카드 상품을 홍보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카드사 간 경쟁이 심화되며 2005년 1조3000억원이던 마케팅 비용이 2009년 3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마케팅으로 지출한 비용은 4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대손충당금을 두 배로 늘리라”고 올해 초 카드사에 요구했다.규제를 받는 업체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리당국과 언론에서 보도한 것 같은 과열경쟁은 아직 없다는 주장이다. 선두 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 등을 압박하기 위해 경쟁 구도를 더 부각한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이 늘고 카드론이 증가하는 지표를 놓고 “2003년 카드 대란 당시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업계 건전성이 떨어지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에 대해 “지나친 기우”라고 말한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전혀 근거 없는 걱정이라고 본다”며 “현금서비스 등 대출성 자산보다 신용판매금액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2003년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KB국민카드의 전업계 진출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외부에서 말하는 것만큼 업계 순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지금 각 업체의 마케팅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며 지나친 해석을 자제하길 당부했다. 그러나 업체가 발급하는 카드의 대부분이 영업에 의존하고 있다. 회사가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한다 하더라도 경쟁사가 많아지면 모집인들의 영업활동은 과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불법 모집 행위에 대해 엄중히 단속할 것을 공지했다.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2011.03.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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