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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라, 내려라” 관치 앞 ‘은행 금리 산정’ 혼란만 키워

블랙홀된 정기예금 잔액, 주담대 규모 넘으며 ‘1000조’ 앞둬
수신금리 10개월간 2.31%p↑…가계대출금리는 1.68%p↑
정기예금 급증하자 말 바꾼 당국 “금리인상 자제” 요구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관치가 은행권의 혼란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던 당국이 이제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쏠려 들어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수신(예·적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은행의 영업행위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정기예금 1000조 시대 도래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기예금이 폭증하면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과 비슷해지는 수준이 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뛰어넘었고, 내년 초에는 전체 가계대출 규모보다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10월에만 56조2000억원이 증가해 93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 규모는 전달의 32조5000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증가세면 연말에는 100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1월에도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만 한 달 사이 19조710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조8000억원 감소했고, 총액은 105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794조8000억원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은행권의 이자비용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6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1.9% 급증했다. 이자수익은 같은 기간 38.9% 늘어난 66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폭 늘어났다. 결국 국내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는데, 금감원은 비용 증가 외에도 비이자이익 감소, 충당금 확대 등을 이유로 꼽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에도 역행하는 정기예금 금리

이와 같은 정기예금 급증 현상은 최고 연 5%에 달하는 높은 금리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산정에 기준금리 인상만 아니라 당국의 입김 영향도 크다고 보고 있다.  
 
연초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정치권에서 예대금리 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 축소 목소리가 나왔고, 이후 당국이 매달 은행별 예대금리 차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정기예금 금리의 빠른 상승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20일 은행장과 만나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국의 눈치에 예대금리 차는 줄어드는 상황이다. 예·적금 금리는 많이 올린 반면, 대출 금리는 그만큼 올리지 못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0월의 저축성수신금리 평균 금리는 4.0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31%포인트 올랐는데, 가계대출 금리는 5.34%로 같은 기간 1.6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결과 하반기에는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5%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2금융권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나타나자, 당국은 이번엔 반대로 정기예금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월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 금감원장도 같은 달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11월 24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달리 현재는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며 연 5%대 금리가 사라졌다.  
 
현재 은행별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NH농협은행 ‘NH올원이(e)예금’ 4.95%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4.98%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9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90% ▶KB국민은행 ‘KB스타(Star) 정기예금 4.44%’ 등이다.  
 
은행권은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시장 불안정성도 존재하는 만큼 4%후반대 금리를 찾는 고객들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지만, 고객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다”며 “연 4%대 정기예금 금리도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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