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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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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택시기사·회사원 등 보이스피싱 예방한 시민 10명 선정

은행

KB국민은행과 경찰청은 지난 21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제2회 KB국민 지키미상’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KB국민 지키미상’는 전화금융사기 예방 및 범인 검거에 기여한 국민을 포상하는 시상식이다. 작년 10월 KB국민은행과 경찰청은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 및 범죄근절 업무협약’을 맺고,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상식을 개최됐다.이번 시상식에서도 전화금융사기 예방 및 범인 검거 기여도를 고려해 국민 10명을 선발했다. 택시기사, 금융사기 예방강사,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본인의 업무 외에도 주변까지 세심히 살피며 적극적으로 피해예방을 위해 활약했다.수상자들에게는 경찰청장 명의 감사장과 함께 KB국민은행에서 준비한 감사 포상금 100만원을 수여했다.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유재성 경찰청 형사국장은 “KB국민 지키미상은 일상생활에서 주변 이웃들에게 따듯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를 실천한 국민을 포상함으로써 예방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행사”라며 “경찰도 전화금융사기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영세 KB국민은행 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은 “오늘의 행사는 스스로 보이스피싱에 관심을 가지고 예방 활동에 참여했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이번 시상식을 계기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보이스 피싱 예방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11.22 15:16

1분 소요
롯데케미칼 직원 사칭 보이스피싱 주의보

산업 일반

최근 롯데케미칼 직원을 사칭해 다수 업체들에 계약금, 보증금 명목의 금전 등을 요구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례들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9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 같은 내용의 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해당 글에서 “만일 당사의 직원이라고 하면서 입금 등을 요구하는 경우, 당사의 적법한 담당자인지 여부 및 당사의 적법한 프로세스에 의한 금전 요구인지 여부 등을 명획히 확인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측은 “고객사 등에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피해 건수나 사례 등은 공개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공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2023.05.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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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마약음료’ 윗선, 중국에 있었다…소재 파악 주력

정책이슈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중국에 머물며 이번 범행을 꾸민 용의자 2명의 신원을 확인해 소재 파악에 나섰다.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길모 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한 한국 국적의 20대 이모 씨와 현지에서 범행에 가담한 중국 국적 30대 박모 씨를 ‘윗선’으로 특정했다.국내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이씨는 지난해 10월 출국해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출입국당국에 입국시 통보를, 중국 공안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경찰은 시중에 유통됐다가 수거된 마약음료 감식과 중국에서 건너온 빈병의 배송경로 추적 결과 이들이 길씨 등 국내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마약음료 제조용 빈병을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마약음료를 제조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지난 7일 체포된 길씨는 경찰에서 “친구 이씨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보냈다”고 진술했다.경찰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시음행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광고 글의 IP(인터넷주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카카오톡 아이디, 이들에게 일당을 지급한 금융계좌,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길씨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인물 등을 추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이씨 일당 이외에 또다른 국내외 공범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마약음료 공급책 길씨와 중계기를 이용해 학부모 협박용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체포된 김모 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는다.경찰은 이씨 등 연루된 인물 상당수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직·간접 연결된 점, 협박전화 발신지가 중국인 점 등을 토대로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을 동원해 피싱 사기를 벌인 신종 범죄로 보고 있다.경찰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약음료를 나눠주며 수집한 부모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자녀가 가져온 마약음료를 나눠마신 학부모 1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2023.04.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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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 단속한다”…경찰, ‘조폭과의 전쟁’ 선포(종합)

건설

경찰이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조직폭력과 관련한 범죄를 특별단속한다고 12일 밝혔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번 조직폭력 범죄 특별단속에는 전국 시·도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소속 320개 팀, 1539명 규모의 전담수사반이 투입된다.중점 단속 대상은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전화금융사기 등 기업형·지능형 조직폭력 범죄, 서민들에게 보호비 등을 뜯어내는 민생침해범죄, 건설현장 업무방해 범죄 등이다.경찰은 특히 일부 조직폭력배들이 건설 현장에서 노조 전임비나 월례비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뺏는 일명 ‘건폭’ 사례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이와 관련해 경찰은 최근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행세하며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건설사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뺏은 조직폭력배 3명을 적발, 구속했다.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건설현장의 조직적 폭력행위도 특별단속하고 있다.여기에 폭력조직들의 집단폭행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첩보 입수 초기 단계부터 합동 대응팀을 운영하고, 조직의 충돌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도 병행하기로 했다.폭력조직의 불법 사업을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범죄수익이 조직 자금원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단계에서 범죄수익 몰수·추징에도 주력할 계획이다.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폭력조직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면서 신규 조직에 대해서는 더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며 “신고자 신원을 철저히 보장하는 만큼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023.03.12 11:59

1분 소요
국민은행, 경찰청과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 위해 ‘맞손’

은행

국민은행은 경찰청과 전화금융사기 및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찰청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재근 국민은행장 및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국민은행과 경찰청은 ▶전화금융사기 및 대포통장 근절 방안 협력 ▶대고객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 홍보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 및 범인 검거에 기여한 유공자 포상 추진 등을 협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실무자간 핫라인을 구축해 최근 발생유형, 전화금융사기 신·변종 수법 등의 정보 공유를 통해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실질적인 피해 예방 대책을 추진한다. 또한 최근 급증하는 대면편취 수법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국민은행 창구 및 자동화기기에서 범죄의심 거래 발생 시 신속한 경찰 신고·출동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전화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유공자를 격려하기 위해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 및 범인 검거에 기여한 유공자를 선발해 포상한다. 윤 청장은 “경찰은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전화금융사기 범죄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전화금융사기 척결 종합대책’을 수립해 예방·검거·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전화금융사기를 완전히 뿌리 뽑을 때까지 예방·검거·제도개선은 물론 금융기관 등 관계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금융회사로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경찰청과 협력해 전화금융사기와 대포통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2022.1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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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폰 액정 깨졌어”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사례는?

은행

KB국민은행이 고객센터 상담 데이터에서 AI·빅데이터 기반 비정형 텍스트 분석(Text Analysis)을 통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며, ‘메신저피싱’과 ‘기관사칭’의 피해 금액이 전체 피해 규모의 90%에 이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고객센터의 금융사기 피해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보이스피싱은 연령대별 생애 주기적 특징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의 특성 별로 다양한 피싱 수법이 시도되고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피해에 취약한 고객층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보이스피싱의 주요 타깃이 되는 고연령층의 경우 가족·지인 등을 사칭해 대포통장으로 이체를 유도하는 ‘메신저 피싱’ 수법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보이스피싱에 경각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2030 고객도 ‘허위 결제 문자’ 또는 ‘택배사 사칭 문자’를 통한 해킹 앱 설치로 인해 개인정보가 탈취되는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피해사례가 많았다. 이처럼 피해자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하여 계좌이체를 유도하거나, ‘악성 앱설치(스미싱)’ 및 ‘피싱 웹’으로 링크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들이 성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KB국민은행은 대고객 안내문자 발송 시 KB 인증마크 활용 및 이동통신사의 화이트리스트(금융회사에서 문자발송 시 사용하는 공식 전화번호)를 통해 사칭문자를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KB스타뱅킹 앱 실행 시 악성 앱 탐지 기능을 적용하는 등 보이스피싱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미래컨택센터(FCC)’ 구축사업을 통해 고객센터로 접수되는 보이스피싱 피해 상담을 실시간 탐지하고 선제적 경보를 발동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2022.08.11 16:05

2분 소요
보이스피싱 수법 교묘해지자 차단 앱도 수요 증가 기술 진화

IT 일반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 정보기술(IT) 업계에 컴퓨터·디지털 범죄가 늘면서 통신 상에서 이를 차단하려는 애플리케이션(앱) 수요도 늘고 있다. 사전 차단, 피해 예방, 피해 정보 공유 등을 통해 범죄에 휘말릴 수 있는 요인들을 줄일 수 있어서다. 컴퓨터·디지털 등을 활용한 범죄 양상은 다양해지고 있다. 피싱(phising 전자우편·메신저를 이용한 정보 부정사용), 파밍(pharming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금융정보 탈취), 스미싱(SMS+phising 문자메시지를 악용한 피싱), 메모리해킹(memory hacking) 등 사이버 금융범죄 행태는 기본이다. 개인·위치·신체 정보 악용, 사이버 저작권, 서비스 거부 공격(DDos), 악성 프로그램 유포, 정보통신망 침해, 계정 도용 등 수단과 방법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진화하고 있다. IT 악용 범죄는 단시간에 여러 피해자를 양산하는데다 범행 흔적조차 잘 남지 않는데다 용의자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아 경찰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2006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으나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개를 치고 있을 정도다. 경찰청이 발표한 2022년 월별 전화금융 사기 발생·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전화금융 사기 발생건수는 2,067건이며, 피해액은 499억 원에 이른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 2월과 비교해 약 18~24% 상승했다. 보이싱피싱 범죄 유형이 널리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경계가 강화됐다. 그러자 보이싱피싱 범죄 수법은 한층 더 진화했다. ‘070’으로 시작하거나 해외에서 발신한 전화번호를 수신하지 않는 경향이 늘어나자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접근하는 범행이 등장했다. 변작 중계기는 070, 1544, 해외 발신 등의 전화번호를 010이나 일반 전화번호로 무단 변경해주는 기기다. 경찰 측도 “일반 번호로 무단 변경된 전화를 무심코 받았다가 범죄자들의 통화에 말려들어가게 된다”며 “관련 피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대응력을 강화할 것”을 당부한다. 피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스팸 전화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관련 앱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다른 이용자들이 겪은 피해 정보를 공유해 이를 토대로 설문 조사, 대출 광고, 보이스피싱 등을 확인 선별해 전화를 골라 받을 수 있다. ━ 실시간 스팸 정보 업데이트 등 대응 기능 진화 대표적인 앱으로는 ‘T전화’, ‘후후’, ‘후스콜’ 등이 있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TDI의 분석 플랫폼(데이터드래곤)으로 이 3개 앱의 설치와 이용 현황을 살펴봤다. 지난 4월 기준 설치 기기 수는 T전화 1899만대, 후후 986만대, 후스콜 86만대 순으로 집계됐다. 1년 전(2021년 4월)과 비교하면 T전화 앱과 후스콜 앱의 설치는 각각 0.3%, 1.9% 늘었다. 후후 앱은 -2.8%로 하락했다. 증감율은 다르지만 3개 앱 모두 설치자 수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설치 기기 수 대비 월간활성사용자 MAU(Monthly Active Users)는 4월 기준 T전화(60.6%), 후후(54.8%), 후스콜(35.8%) 순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5~6명이 해당 앱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3개 앱의 실행 횟수도 주말보다 평일에 높다. 대부분 평일에 걸려오는 스팸 전화의 특성때문이다. 실행 횟수 대비 3가지 앱의 요일별 평균 증감률(분석기간 1월 2일~4월 30일)을 보면 월요일 13.3%, 화요일 9.8%, 수요일 9.3%, 목요일 15.2%, 금요일 14.5%, 토요일 -20.7%, 일요일 -41.4%로 나타났다. 월~금요일은 평균보다 높고, 토·일요일은 평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들 앱들도 범죄 수법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능을 다양화하고 있다. 단순한 스팸 전화 차단을 비롯해 114, 인공지능 통화 녹음, 통화 내용 텍스트 변환, 전화번호 검색, 실시간 등록된 스팸 전화 정보 등 기능이 진화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5.14 14:00

3분 소요
급증하는 신종 금융범죄 - ‘나는 안 속아’ 자신감이 최대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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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3월 인터넷을 하려고 컴퓨터를 켠 배우 이해인씨는 ‘금융감독원 개인정보유출 2차 피해 예방등록’이라는 창이 뜨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했고, 금감원이라는 말에 이씨는 의심 없이 지시에 따랐다. 보안카드 번호까지 입력하자 갑자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1500만원, 1000만원, 2500만원 등 총 5000만원이 출금됐다는 메시지였다. 당황한 이씨는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차렸지만 힘들게 모은 아파트 월세 계약금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 뒤였다.#2 얼마 전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전화를 받고 입금 직전까지 갔다는 김명순씨는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금감원 직원이라며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니 상대방은 ‘계좌가 해킹당했으니 재설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계좌번호를 불러주면서 전액을 이체하라기에 약간 의심했지만 희한하게도 그는 계좌번호와 계좌 잔액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급하게 은행 ATM 기기에 가서 이체를 하려던 김씨는 예금주를 보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금감원인데 예금주가 개인 이름일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송금을 중단하고 통화했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불통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1200만원을 날릴 뻔했다.신종 금융범죄가 속출하면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사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발생건수는 24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16건에 비해 86%나 증가했다. 검거인원도 지난해 958명에서2239명으로 급증했다. 2006년 우리은행 고객이 국세청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800만원을 송금한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공식집계된 전화금융사기는 현재까지 총 5만2451건이 발생했다. 피해액은 5731억원에 달한다. 2008년과 2011년 각각 8000건 넘게 발생해 절정에 달했다가 2012년 5709건, 2013년 4765건 등으로 감소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7635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역대 최대치였던 2008년(8454건)보다 훨씬 빠른 추세다. ━ 터무니없는 거짓말에도 넋 놓고 당해 남의 일로 간단히 넘기기엔 피해 대상이 너무 전방위적이다. 나이·학력 등과 무관하게 ‘넋 놓고 당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다. ‘당신도 언젠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이스피싱은 주로 노년층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피해자를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7635건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의외로 30대(19.5%) 비중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20대(18.8%)였다. 갈수록 범행 기법이 교묘해지고, 패턴 역시 다양해지는 추세여서 ‘수사기관이 하나를 막으면 두 개의 새로운 방법이 탄생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경찰이 분류하는 신종 금융범죄는 크게 피싱(Phishing)·스미싱(Smishing)·파밍(Pharming)·메모리해킹 4가지로 나뉜다. 피싱은 전화로 유인해 돈을 갈취하거나 이메일로 가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한 후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게 한 뒤 금융정보와 예금 잔액 등을 인출해가는 수법이다. 이 중 가장 흔하고 익숙한 게 보이스피싱이다. 너무도 뻔한 거짓말부터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는 기발한 사기까지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박순영(77) 할머니에게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 왔다. 금감원 신분증을 내민 그는 김 할머니에게 “계좌정보가 노출됐다”며 “안전한 곳으로 돈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 재산 2300만원을 은행 예금에 넣어둔 김 할머니는 덜컥 겁이 났고, 돈을 인출해 두라는 젊은이의 말을 따랐다. 다음날 오전 젊은이는 다시 찾아와 새 현금카드를 건네주면서 “이 통장으로 돈을 옮겨두겠다”며 “오후쯤 은행에 가서 확인해 보시라”고 말했다. 인출한 돈은 젊은이가 들고 떠났다. 오후에 은행을 방문한 김 할머니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는 얘기를 듣고 망연자실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흉내 낸 보이스피싱도 등장 자녀의 납치나 사고를 빙자해 ‘급히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고전에 속한다. ‘대학에 추가 합격했으니 등록금을 입금하라는 전화를 받고, 사기범이 불러주는 계좌에 500만원을 보낸 19살 여학생도 있다. 최근엔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얼마 전 안심전환대출 대란 때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안심대출로 전환하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면서 거액을 빼간 사기단도 있었다.너도 나도 당하니 유명인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영화배우 탕웨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장시간 머문 일이 있었다. 새로운 영화가 개봉한 것도, 남편인 김태용 감독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그가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실이 재차 언급됐기 때문이다. 당시 영화 촬영 중이던 탕웨이는 중국 공안을 사칭한 사기 전화를 받고 21만 위안(약 38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해설가 하일성씨, 배우 오현경씨 등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고, 3월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목소리를 흉내 낸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활개를 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배·건강검진·연말정산 등 시선을 끌만한 내용을 문자로 보내 사용자가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악성코드를 설치한 뒤 소액결제에 필요한 인증번호나 개인정보를 빼가는 스미싱도 더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파밍이나 메모리해킹과 같이 컴퓨터를 이용한 금융범죄 역시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배우 이해인씨 사례가 대표적인 파밍이다. 파밍은 이용자의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호스트 파일을 변조하는 방법 등으로 피싱사이트를 진짜 사이트로 오인하게 만들어 접속하게 한 뒤 금융거래 정보를 빼가는 수법이다.지난해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한 강모씨는 결제수단 중 실시간 계좌이체를 선택했다. 클릭했더니 결제창이 열리면서 그가 주로 거래하는 은행 사이트가 함께 열렸다. 강씨는 보안카드 번호 전체와 계좌 비밀번호, 인터넷 뱅킹 아이디 등을 새로 작성하라는 지시에 따랐지만 알고 보니 이 사이트는 피싱사이트였다. 강씨는 “계속 정상적인 결제가 안됐고, 그때서야 범죄를 의심했지만 사기범이 알아낸 금융거래 정보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고 계좌 잔액(80만원)을 모두 인출해 간 뒤였다” 고 말했다. 강씨의 경우는 비교적 소액이었지만 이해인씨처럼 은행을 가장한 피싱사이트에 속아 수천 만원을 날린 피해자도 수두룩하다.파밍에서 더 진화한 게 메모리해킹이다. 정상적인 계좌이체 과정에서 금융 거래 내용을 실시간으로 위·변조하는 기법이다. 이 역시 출발은 악성코드다. 보안카드 번호 전체를 유출한 적이 없고, 정상적으로 인터넷 뱅킹을 마쳤는데도 돈이 다른 데로 샜다면 메모리해킹일 가능성이 크다. 흔히 인터넷 뱅킹을 할 때 설치하는 보안프로그램은 비밀번호 등 중요 정보를 암호화하지만 계좌번호, 이체 금액 등은 암호화하지 않는다. 사기범이 비밀번호는 알 수 없으니 악성코드를 심어두고 이용자가 인터넷뱅킹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실시간으로 이체 대상이나 금액 등을 바꾸는 것이다.심상찮은 신종 금융범죄 증가세에 금감원은 4월 10일 금융사기 척결 특별대책을 내놨다. 우선 금감원은 장기(1년 이상) 미사용 계좌의 비대면거래(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이용한 거래)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정상적으로 발급된 예금계좌가 대포통장(제3자 명의를 도용해 만든 통장으로 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르기 때문에 금융실명거래법상 차명계좌)으로 불법 유통·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현재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1년 이상 장기 미사용 계좌의 1일 인출 또는 이체 한도를 7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잔고가 일정금액 이하인 미사용계좌는 아예 비대면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업무시간 이후 은행이라며 걸려온 전화, 의심부터 해야 대포통장 관련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연 2회 이상 대포통장 명의자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되거나 대포통장임을 알고도 중개·알선하는 등 대포통장 발급·유통에 협조한 경우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할 방침이다. 금융질서 문란자가 되면 7년간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5년간 기록을 보존하게 돼 있다. 최장 12년간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금융범죄 피해 자금의 지급 정지 제도도 손본다. 이제까지 전화를 이용했던 금융회사 간 지급 정지 요청을 전산 통보 방식으로 바꾸고, 현재 300만원 이상을 이체할 때 10분인 지연인출시간을 30분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10월 시작하려던 ‘지연이체 신청제도’는 시행을 앞당기기로 했다. 지연이체 신청제도는 고객이 원할 경우 이체의 효력을 일정시간 지연할 수 있는 제도다. ‘신(新)안심통장’에 가입한 고객이 이체 지연을 신청한 경우 금융범죄 피해가 발생(고객에게 고의성이 없는 경우)해도 금융회사가 일정 한도(1000만~3000만원) 내에서 전액 보상해주는 방식이다.거창하게 ‘척결’이란 이름을 붙이긴 했는데 금융범죄를 근절할 근본적인 대책은 사실상 안 보인다. 범죄를 막을 대책이라기 보단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완책에 가깝다. ‘그동안 제기된 민원을 수집한 수준’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신 있게 내세운 지연이체 신청제도도 속을 들여다보면 의문점이 많다. 금융범죄 피해금 환급비율은 2013년 19.5%, 2014년 24.7%로 점차 개선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전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피해금의 3분의 2는 피해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보상 규정도 없이 ‘신(新)안심통장’으로 금융회사에 책임을 넘긴 모양새다. 금융회사도 자신들의 책임이 커지는 것이니 달가울 리 없다. 앞장서 홍보하길 꺼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안심통장이 아니면 보상을 못 받는다는 것인지, 고객의 고의성을 어떻게 따질것인지 애매하다”며 “소비자의 모든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금융회사가 특정 통장만 안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어차피 최선의 예방은 금융범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안전 조치가 제법 많다. 가장 중요한 건인식과 자세다. ‘대체 왜 속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방심하면 도리어 금융범죄에 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해자 중에 금융범죄인 줄 알고 속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문가들은 “‘나는 안 속아’라는 과한 자신감이 최대의 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무시간 이후에 금융기관이라며 걸려온 전화는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금융기관은 보안카드 번호 전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 유선상으로 보안카드 번호를 불러달라는 경우는 아예 없다.금융거래 습관도 바꿔야 한다. 보안카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사진 파일로 보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보안카드 대신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로 바꾸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최근엔 휴대하기 편하게 카드 형태로 만든 OTP도 등장했다.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이메일은 아예 열지 말고 삭제해야 한다. 문자메시지의 사이트 링크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실시간 백신프로그램을 활용하고, 공인인증서는 하드 디스크보단 이동식 디스크에 보관하는 게 좋다. ━ 미지정 계좌 이체한도 제한 서비스 활용할 만 지난해 9월 도입한 ‘신입금계좌지정제’도 활용할 만하다. 보통은행과 거래할 때 1일 이체한도를 5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설정해두는 경우가 많은데 신입금계좌지정제는 사전에 등록한 입금계좌가 아니면 1일 최대 100만원 이하로만 송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범죄에 속더라도 피해규모를 최소화 하자는 취지다. 자주 돈을 주고 받은 가족이나 지인의 계좌는 미리 등록해두면 되고 이 계좌로는 현재와 같이 이체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다. 갑자기 미지정(사전에 등록하지 않은) 계좌로 돈을 보내야 할 일이 생겼을 땐 지정계좌로 한번 이체를 했다가 미지정 계좌로 송금하면 된다. 이체 과정이 한번 더 늘어난 것이니 약간의 불편함이 있겠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라 생각하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새로 통장을 개설할 필요도 없고, 은행을 방문할 일이 생겼을 때 신청만 하면 된다. 좋은 취지에도 홍보 부족으로 지난해 이용자가 3000명에도 못 미쳤다.

2015.04.19 11:29

8분 소요
담장 안에서 울려퍼진 희망의 합창

산업 일반

▎천안교도소 교정시설 관계자는 “문화적 배려는 외국인 재소자들에게 한국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한 또 다른 교화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사동 내 복도. 국내 여느 교도소와 큰 차이가 없다. 11월 29일 천안교도소에서 ‘고향의 멜로디’ 음악회가 열렸다. 여느 교도소 음악회와 다름없이 재소자 34명이 두 시간 남짓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했다. 그러나 이곳은 외국인만 수용하는 교도소다. 전체 수감자 517명은 33개국 출신이다. 올 2월 23일 만들어진 이 교도소의 문이 외부에 처음 열렸다.음악회에 참석한 재소자들은 지난 7월부터 매주 월요일, 수요일 두 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우플류트, 밤벨,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 생전 처음 보는 악기를 배웠다. 앙상블 연주에 참가한 중국인 장무겸(23·가명)은 “처음엔 악기를 불어도 소리가 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악기는커녕 노래 한번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음악교육이 인기 있지도 않았다. 연습 시간에 공장에 나가 일하면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노역활동에 쓰면 한 달에 25만원가량의 돈을 손에 쥐게 된다. 중국에서 대학 졸업자의 초임 월급 수준이니 장에게는 꽤 큰돈이다. 한 캄보디아인 재소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 월급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돈을 벌 시간에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꺼린다. 교도관들의 설득을 통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34명의 재소자는 동료들의 기립 박수가 이어지자 얼굴이 활짝 피었다. 재소자들의 음악교육을 맡은 우광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진지하고 열심히 참여해준 재소자들이 자랑스럽다”고 그들을 치켜세웠다.연주자 중에서도 ‘에이스’ 멤버로 꼽힌 장은 올 5월 이곳으로 왔다. 교도소 생활을 한 지는 1년6개월쯤됐다. 천안교도소가 생기기 전엔 목포교도소와 광주교도소, 대전교도소를 옮겨 다녔다. 그곳에선 한국인 수형자들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음악교육을 받기는커녕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다.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그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언어와 식생활, 문화적 배경이 완전히 다른 이들은 수감생활을 더 힘들어했다. 이같이 문제점을 느끼는 외국인 수형자들 때문에 천안교도소가 생겼다. ▎응급상황 발생 시 거실 창틀마다 붙어 있는 비상벨을 누르면 교도관이 달려온다. 한국은 점차 다문화사회로 가면서 외국인 수가 현재 120만 명에 달하고, 범죄자 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12월 현재 수용이 필요한 외국인 범죄자 수는 1266명이다(출신 지역도 45개국이다). 2005년 643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범죄자 수가 5년여 사이에 갑절로 늘었다. 열에 여섯은 중국계 수형자(63.3%)다. 대부분은 돈을 벌겠다고 온 노동자들이다. ▎도서실에 소장된 5684권의 책 중에 영어원서는 3451권으로 가장 많다. 중국 남부 푸젠성에서 가구공장의 노동자로 일했던 장은 2007년 6월 한국에 왔다. 위조여권을 만들어 친구와 함께 배를 타고 밀입국했다. 가짜 여권으로 지방의 한 대학에 입학했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돈벌이였다. 하지만 유학비자로는 취직이 불가능해지자 학교에서 무단 이탈해 인천으로 갔다. 처음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으로 일당 6만원을 받았다. “때로 한국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괴롭히기도 했지만 대체로 한국 생활은 재미있었다”고 장은 말했다. “중국에 비하면 놀거리가 많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007년 11월 장은 더 큰돈을 벌려는 욕심에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중국에 본거지를 둔 금융사기단에 가입해 중간책 역할을 하게 됐다. 일명 ‘보이스피싱’이다. 장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중국인 근로자들의 휴대전화를 보이스피싱 발신자로 끌어모았고 돈이 입금되면 수당을 나눠 가졌다. 이렇게 장 일당이 낸 피해액은 1억원 남짓이었다. 2009년 10월 그는 전화금융 사기죄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외국인 수형자의 범죄유형 중 가장 흔한 경우다. 2009년 기준 약 45%의 수형자가 장과 같은 금융사기범에 해당한다. 전화 몇 통이면 큰돈을 번다는 꾐에 빠져 범죄자로 전락한 사람들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외국인 범죄자는 국내 3D 업종에서 일하며 힘겹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이들이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돌아가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4~5인실의 감방 안에는 화장실 하나와 TV, 수납공간, 매트가 있다. 천안교도소는 여러모로 내국인이 수용된 일반 교도소와 다르다. 우선 국제협력과를 설치해 각 나라의 대사관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또 러시아어·중국어·베트남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전담교도관 아홉 명을 배치해 수형자들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한 교정공무원은 “일상적인 소통을 돕지만 우울증을 앓는 재소자들의 심리상담 등을 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은 처음 이곳에 입소하면 3주 동안 ‘굿모닝코리아관’에서 한국문화를 배운다. 파키스탄 출신의 재소자 아잔(32·가명)은 “한국에 살면서도 일에 치여서 잘 몰랐던 문화를 새롭게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도서실에는 주한외교사절, 대학이나 도서관, 사회단체 등을 통해 기증받은 외국어 도서 5684권이 비치돼 있다. 영어 서적이 3451권으로 가장 많고 중국어 서적도 1470권이다. 외국인 수형자들은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모국어로 된 책을 읽는 게 즐거움 중 하나다. 전국 교도소 가운데 도서 대출이 가장 많다고 교도소 관계자가 말했다. 천안교도소에 매달 책을 지원하는 ‘행복공장’ 권용석 대표는 “영어나 중국어 서적은 그나마 구하기가 쉽지만 몽골어, 베트남어, 아랍어 서적은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식단도 한식과 양식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매운 음식을 못 먹거나 빵을 주식으로 하는 외국인을 배려해서다. 양식을 선택하면 식빵, 딸기잼, 샐러드, 햄버거 등이 나와 수형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슬람권 수형자들에겐 돼지고기 대신 생선을 주는 등의 종교적 배려도 한다. 김평근 사회복귀과장은 “각각의 문화적 배경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지만 워낙 다양한 국적의 수형자가 있는 만큼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음악회에 참석한 재소자들은 지난 7월부터 매주 월요일, 수요일 두 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사진은 무대에 올라 아카펠라 공연을 하고 있는 외국인 재소자들. 교정공무원은 이곳이 세계 유일의 외국인 전담교도소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교도소 개소 당시 내국인 수용자를 역차별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차이를 인정할 뿐 특혜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시설 면에서 기존 소년교도소를 보수해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의 여느 교정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수형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15.48㎡(약 4.7평) 크기의 4~5인실과 6.48㎡(약 2평) 크기의 1인실이다. 대부분의 수형자가 4~5인실을 함께 쓴다. 감방 안에는 화장실 하나와 TV, 각자의 수납공간, 잠잘 때만 펴는 매트가 있다. 창문엔 쇠창살이 있지만 밖으로 뚫려 있어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각 거실 창문 틀에는 비상벨이 있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교도관을 부른다. 교도관은 한 층당 1명 꼴로 40~50명을 담당한다. 이런 형태로 된 3층 건물의 사동(생활하는 공간)이 여섯 개 있다. 국내 교도소와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일부 덩치가 큰 외국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거실당 수용인원을 줄였다는 점뿐이다.장의 출소 예정일은 내년 8월이다. 그 후 1주일 내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본국으로 강제 추방당한다. 장은 가족이 그립긴 하지만 출소 후에도 한국 생활을 계속하고 싶단다. 하지만 전과자 신분인 그의 입국을 다시 받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장은 “막노동을 하면서 한국인들에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데 불만이 생겨 큰돈을 벌겠단 욕심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 많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천안교도소에서의 생활이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며 생긴 오해와 분노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한몫한 듯했다. 실제로 천안교도소를 출소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출소자의 46%가 한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답했다. 러시아 출신의 재소자 코롤렌코(30·가명)는 “비록 피해를 끼친 범죄자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배려를 아끼지 않는 한국 사람들에게 다시 나쁜 마음을 먹을 수형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윤수 천안교도소장은 “음악으로 소통하는 모습에서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며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교정시설 내의 배려가 외국인 수형자의 교화를 도울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2010.12.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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