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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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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 최대주주 된 OCI “바이오 사업 진출 확대”

산업 일반

에너지·화학기업 OCI가 1461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통해 제약회사 부광약품의 최대주주가 됐다. 22일 OCI와 부광약품은 최대주주외 특수관계인 9인이 보유 중인 829만8838주 중 주식 773만334주를 약 1461억원에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부광약품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김동연과 특수관계인 9인은 당사가 발행한 기명식 보통주식 1535만2104주(총발행주식수의 21.6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OCI는 10.9% 규모의 부광약품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OCI는 주주 간 협약을 통해 신제품 개발과 투자 의사결정, 대규모 차입 등 부광약품의 주요 경영상 판단에 관해 협의하는 공동경영 발판도 함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OCI가 공시한 부광약품 주식 취득목적은 ‘바이오 사업 진출 확대’다. 앞서 OCI는 2018년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했으며, 항암제 분야를 타깃으로 국내외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과 펀드에 재무적 투자를 해왔다. OCI는 부광약품이 보유한 신약 개발 역량을 통해 미래 신사업 분야로 낙점한 제약·바이오 분야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신약 상품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등의 사업도 검토할 예정이다. 1960년 설립된 부광약품은 의약품 연구개발·생산·영업마케팅 기능을 보유한 제약사다. 전략적 투자와 외부 협력사와 함께 뇌질환 치료제와 항암제를 중심으로 주요 의약품 개발 사업을 확대해 왔으며, 현재 30여개 해외 업체들과 동반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OCI와 부광약품은 2018년 공동 설립한 합작사 ‘BNO바이오’를 통해 투자 협력 경험을 쌓기도 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2.22 14:58

1분 소요
먹는 코로나 치료제시장 열릴까? 서학개미 vs 동학개미 희비 교차

IT 일반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탄생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 관련 주들에 투자한 서학개미와 동학개미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미소를 짓고 있는 쪽은 서학개미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 19 치료제가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머크는 최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자 주가가 급등했다. 머크는 지난 10월 1일(현지시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가 감염 5일 이내의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가능성을 50%가량 낮췄다”고 밝혔다. 발표 당일 머크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8% 이상 올랐다. 머크는 가급적 빨리 미 FDA에 이 알약의 긴급사용 승인(EUA)을 신청하고, 다른 국가에서도 신청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몰누피라비르는 FDA가 허가를 하면 첫 코로나19 알약 치료제가 된다. 미국 화이자와 스위스 로슈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임상 3상에 들어갔지만 속도가 머크 보다는 뒤처져 있다. ━ 코로나19 ‘게임 체인저’ 등장할까…먹는 치료제 출시 기대감 ↑ 머크의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의 타미플루’가 된다면 향후 회사의 주가 상승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타미플루는 1996년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타미플루 개발 성공으로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로슈홀딩이 특허권을 사들여 독점 생산했다. 로슈는 2001년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로 타미플루를 처음 선보였다. 첫 시판이 이뤄진 2001년 11월 로슈 주가는 120스위스프랑(CHF, 약 15만3000원)이었지만 2007년에는 266CHF까지 2배 이상 상승했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 치료에 타미플루가 효과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해결사 역할을 한 것도 타미플루였다. 이로 인해 로슈의 주가는 또다시 상승세를 탔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2월 로슈의 주가는 120CHF까지 하락했었다. 하지만 그 해 신종플루 팬데믹 기간 1년 사이 회사의 주가는 190CHF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제2의 타미플루 등장 임박 소식에 동학개미들은 울상이 됐다. 국내 코로나19 관련 개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힘을 잃는 모습을 보여서다. 조바심이 난 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빅 파마에게 백신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치료제마저 첫 결승선을 놓치게 됐다. 정부도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선구매를 위한 예산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해외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승인 임박 소식이 들려오는 사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 중 한 곳은 개발 중단 소식을 알렸다. 부광약품은 지난 9월 30일 코로나19 치료제 ‘레보비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부광약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18%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어 10월 5일에도 9.15% 하락 마감했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자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로 국산 11호 신약이다. 부광약품은 B형 간염치료제 레보비르의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상 임상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끝내 포기를 선언했다. ━ 국내 제약·바이오주 일제히 하락…코로나19 R&D 지속돼야 현대바이오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세다. 현대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니클로사마이드를 경구용 개량신약으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CP-COV03)의 1상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청했다고 10월 1일 밝혔다. 이날 현대바이오는 15% 이상 하락한데 이어 10월 5일에는 20% 넘게 하락 마감했다. 이밖에 대웅제약, 동화약품, 진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한창인 국내 제약사들을 비롯해 항체치료제·흡입형 치료제 개발 기업 등 관련 주가가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이날 12.1% 하락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렉키로나의 국내 정식 품목허가를 받은데 이어, 이날 유럽의약품청(EMA)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우크라이나 임상 3상 승인 소식을 전한 종근당 역시 주가가 8.4% 하락했다. 양사의 코로나19 치료제 모두 정맥에 투여하는 주사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뿐만 아니라 백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맥없이 하락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돌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백신 위탁생산(CMO)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등 국내 굵직한 제약·바이오업계들도 관련 여파에 주가가 하락했다. 사실상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탄생 임박 소식은 국내 제약·바이오주 전체에 강한 영향을 줬다.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최고조에 달했고, 반대로 실패 시 그 여파도 상당했다. 이번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등장은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가는 상황에서 ‘관리 가능한 질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주를 받들 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공존을 논하는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치료제 등장은 기쁜 소식이지만 관련 기업에 투자한 이들은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도입을 두고 국내 개발업체를 외면하지 말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미국 머크사 90만원짜리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최선인지 다시 검토해달라”며 국내 개발 업체들을 언급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위드 코로나 부분에서 분명히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외에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은 계속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치료제는 물론이고 백신도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늦은 편에 속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이 되더라도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향후에도 신·변종 감염병은 인류 건강 위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R&D(연구개발) 능력을 축적해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0.05 18:45

4분 소요
백신만으론 역부족…코로나19 치료제 '게임 체인저'의 조건

바이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은 지난 5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몇 번의 예방접종으로 근절 가능한 감염병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보고, 어느 정도는 매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이 일상의 질병이 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는 일상을 파고들었다. 치명률은 낮아지는 듯 보이지만 전염력은 더 강해졌다. 개발된 백신의 보급은 지연됐고, 백신 접종자들에게도 돌파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기 위해선 ‘게임 체인저’가 될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게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게임체인저가 될 치료제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을 노리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 ‘국산 2호 치료제’ 노리는 제약사들, ‘조건부 허가’ 문턱 못 넘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불이 붙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렘데시비르가 출시된 이후 수많은 제약‧바이오 업체가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후 국내외 제약사 및 연구기관의 코로나 치료제 관련 42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병원 등 연구기관과 글로벌 회사의 한국 법인을 제외하면 14곳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뛰어들었다. 이 중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올해 2월 조건부 품목 허가를 얻어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가 됐다.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국산 2호’ 신약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14곳의 기업 중 셀트리온을 제외하고도 종근당, GC녹십자, 신풍제약, 부광약품,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이 임상 2상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조건부 허가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종근당은 지난 3월 나파벨탄의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지만 식약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종근당은 이후 나파벨탄의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올해 4월 혈장치료제인 지코비딕주(GC5131)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GC녹십자는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7월 5일 피라맥스의 2상 톱라인을 발표한 신풍제약은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지 않고 곧바로 임상 3상으로 향하기로 했다. 신풍제약은 “2상에서 1차 평가변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 대한 전반적인 임상지표의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3상 시험을 통해 최대한 신속히 확증하는데 전사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광약품과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은 아직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임상 2b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한 대웅제약은 “현재로선 톱라인 연구 결과만 발표한 상태”라며 “전체 결과를 도출하면 정부 부처와 논의를 거쳐 임상3상 진행이나 조건부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2b상에서 전체 환자에게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50대 이상’ 연령에서 유의미한 호흡기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최근 두 번째 임상 2상을 마친 부광약품은 “두 번의 임상을 거쳐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며 “정확한 시간을 말하긴 어렵지만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코로나19 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게임 체인저’라고 불릴 만한 약품이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확실한 치료 효과는 물론 복용 편의성과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능력 등이 모두 갖춰져야 글로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렘데시비르는 그 효과에 대해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WHO)도 렘데시비르가 입원 환자들에게 “효과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며 사용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최근엔 인도네시아에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렉키로나도 정맥 주사라는 복용방식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단일클론항체(하나의 항원결정기(epitope)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 방식의 치료제이기 때문에 변이에 대해 지속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렉키로나 외 릴리와 리제네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항체 치료제는 모두 한 가지 이상 변이 대응에 실패해 칵테일 요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렉키로나는 베타, 감마, 델타 변이에 대해 동물시험 등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한 상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이나 ‘흡입형’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관련 특허 및 기술을 보유한 미국 소재 바이오기업인 인할론 바이오파마와 손잡고 흡입형 렉키로나 개발에 착수했다. 렉키로나의 경우 약효가 입증됐고, 현재까지 변이에 효능을 입증한 만큼 흡입형으로 개발이 완료된다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직 품목 허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신풍제약, 대웅제약, 부광약품 등이 개발하는 치료제는 경구용이라 확실한 약효가 입증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 ‘글로벌 게임 체인저’ 못돼도 의미는 커 물론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이 글로벌 게임체인저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 MSD는 바이오벤처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함께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들여 몰누피라비르 170만정을 선구매 계약했다. 국내에서도 몰누피라비르의 선구매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도 지난 3월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글로벌 임상 진행 역량과 경험을 갖춘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속도전에선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산 치료제 개발의 의미는 크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인 국내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미국의 선계약으로 추정하면 몰누피라비르의 가격은 10정에 80만원에 달해 환자와 건보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한데, 약물 재창출 방식의 국산 치료제는 이의 10분의 1의 가격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국익을 위해서라도 치료제 개발에 나선 회사들을 응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7.29 10:21

4분 소요
재계 3.0시대 ① 제약업계 - ‘모난 돌’ 될까 노심초사 보수집단 신약개발 · M&A 격랑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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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2·3세들이 경영 일선에 속속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군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그들의 과제다. 포브스코리아는 신년호부터 ‘재계 3.0시대’ 시리즈를 진행한다. 그들의 전략과 선택, 경영활동이 한국 경제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재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제약업계다. 2014년 12월 1일 녹십자는 허은철 부사장을 사장에 선임했다. 창업자 고(故)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의 차남인 허 사장은 1998년 녹십자에 입사한 이후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 연구개발(R&D)기획실 등을 거쳐 2009년부터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5년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번 인사로 녹십자는 고 허 회장의 동생 허일섭 회장 아래 조순태(전문경영인)·허은철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고 허 회장의 3남 허용준 씨도 2010년부터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나섰다.앞서 대웅제약은 2014년 9월 이사회를 열고 윤영환 회장의 3남 윤재승 부회장을 지주사 대웅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창업자인 윤영환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슬하에 3남1녀를 둔 윤 명예회장은 그간 둘째 아들과 막내아들을 두고 저울질해왔다. 경영수업을 함께 받던 나머지 형제들은 윤재승 회장 취임에 맞춰 모두 경영에서 손을 뗐다.일동제약 3세 경영인 윤웅섭 사장도 2014년 3월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그는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한 후 2011년 부사장 승진에 이어 3년만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동아제약도 2013년 5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4남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이 강 회장의 주식을 모두 증여받으며 3세 경영체제를 완료했다. 2013년 7월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은 창업자 최수부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 사장은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 업력 길어 3세 경영체제 조기 정착 제약업계에 경영진 세대교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출 상위권만 보더라도 최근 2~3년 안에 녹십자, 대웅제약, 광동제약, 부광약품 등이 2세 경영을 구축했고 동아쏘시오홀딩스, 보령제약, 일동제약, 삼일제약 등이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이들 ‘젊은 바람’이 주도할 제약업계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업자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서 탈피해 혁신적인 경영스타일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중진은 “2014년 매출 1조원 제약사, 수출 2억 달러 제약사가 탄생 하면서 국내 제약산업이 한 단계 성장했다”며 “2·3세 경영인이 어떤 선택과 집중으로 기업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제약업계를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업력(業歷)’이다. 제약산업은 역사가 100년이 넘는 전통 산업이다. 이 긴 시간 동안 가족경영 체제가 구축됐다. 상위 100개 업체 중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 다른 산업군보다 3세 경영인이 유독 많은 이유다. 특히 오너가 고령 등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후계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특히 중견제약사에서 3세 경영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과 분야에 강세를 보이는 삼일제약에서는 2014년 9월 허승범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사장은 같은 해 8월 타계한 고 허용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강 회장의 아들이다. 대표에 오르기전까지 경영전략실 등에서 부친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국제약품공업에서는 2013년 1월 창업자 고 남상옥 선대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 남태훈 이사가 판매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나섰다. 2009년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한 후 4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2014년 1월 유유제약은 창업자인 고 유특한 회장의 손자이자 유승필 회장의 장남인 유원상 상무를 영업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후계자도 눈에 띈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손자인 김정균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4년 초 보령제약 전략기획실에 입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직책은 이사대우.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부회장의 장남으로, 보령제약의 지주회사격인 보령의 지분 25%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일양약품 정도언 회장의 장남 정유석 상무는 2006년 일양약품 입사 이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연구개발과 해외사업 분야를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이들 제약업계 2·3세의 특징은 일찍부터 해외에서 신약 관련 연구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 등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는 점이다. 약사, 도매상 등으로 출발한 창업자와 달리 이들은 약학, 경영학, 회계학, 법학 등 전공과 경력도 다양하다. JW중외제약 이경하 부회장은 성균관대 약대를 나와 미국 드레이크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땄고,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사장은 중앙대 철학과와 성균관대 약학대학원을 나왔다. 보령제약 김정균 이사대우도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이색 경력도 눈에 띈다.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에서 검사를 지냈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회계학 석사 출신의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은 코리아타임즈 경제부 기자, KPMG인터내셔널 회계사를 역임했다. 유유제약 유원상 부사장은 컬럼비아대학 MBA 출신으로 아서앤더슨 회계사, 메릴린치 개인고객관리컨설턴트 출신이다.해외 MBA 등 유학파도 많다.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학에서 식품공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광동제약 최성원사장은 게이오기주쿠대학 MBA를, 부광약품 김상훈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학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삼일제약 허승범 사장은 트리니티대학, 환인제약 이원범 사장은 미국 듀크대학 MBA, 국제약품 남태훈 부사장은 미국 보스턴주립대학 경영학과 출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제약사 오너들은 변화를 주저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뚜렷했지만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젊은 후계자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변화가 시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창업자 건재…’ 은둔의 황태자들 긴 업력만큼 오랜 시간 맞춤형 경영수업을 받은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경영관리, 영업, R&D 등 제약사 경영에 필수적인 분야를 두루 거쳤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은 1989년 입사해 24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은 미국에서 회계사 일을 하다 2005년 회사에 합류, 기획조정업무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녹십자는 2013년 11월 기존에 없던 기획조정실을 신설해 허은철 당시 부사장에게 실장을 맡겼다. 주로 연구실에서 근무한 그에게 사장 취임까지 영업과 생산, R&D 분야 등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킨 것이다.신선한 기운에 대한 재계 안팎의 기대와 달리 제약업계의 새로운 후계자들 역시 보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최근 2~3년내에 이렇다 할 인터뷰 하나 없는 실정이다. 포브스코리아가 녹십자, 대웅제약, 광동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 일동제약, 부광약품 등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선대회장 때부터 언론 노출을 안 했다” “경영에 더 몰두하고자 한다” “성격 자체가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등 대동소이했다. 수년전부터 경영수업을 받는 오너 일가지만 변변한 프로필 사진이나 약력조차 준비되지 않은 기업도 많았다.재계에서는 이 또한 오랜 업력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한 제약기업 홍보실 임원은 “어른들이 많아 나이 어린 3세들이 언론에 나서지 않는 게 업계 정서”라고 말했다. “제약사는 의사와 약사, 그리고 정부의 틈에 껴 이곳저곳 눈치를 다 봐야 한다. 모두에게 을의 위치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 드물다. 게다가 보건 관련 법규와 규제, 그리고 경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보수적인 성향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제약업계 한 단체 임원은 “폐쇄적이라는 것은 제3자의 눈으로 봐서 그렇고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며 “그동안 언론이 R&D나 경영 성과 등 긍정적인 면보다 리베이트 등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 언론노출을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경영권 승계 과정에 유독 분란이 많았던 특성도 이유다. 제약업계는 특히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집안싸움이 많았다. 매출 10위 내 제약기업 중 오너 일가가 경영하는 7개사 중 장남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대표적이다. 강정석 사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복형제인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강신호 회장의 차남)에 가려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다 강 전 부회장이 해임된 이후 후계자로 떠올랐다. 2006년 동아오츠카 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2번에 걸친 경영 분쟁의 아픔을 겪은 후에야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대웅제약의 윤재승 회장도 비운의 시절이 있었다. 3남인 그는 바로 위 형 윤재훈 전 부회장과 경영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다. 녹십자도 마찬가지다. 당초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이 회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 됐지만 고 허영섭 회장은 허은철 부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유산 상속에서도 허성수 전 부사장을 완전 배제시켰다. 이 과정에서 소송전이 벌어졌지만 허성수 전 부사장 측이 패하면서 허은철 사장에게 더욱 힘이 실렸다.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 싸움도 치열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함께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열심이다. 2001년 녹십자를 시작으로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동아제약, 2013년 12월 종근당까지 매출 선두권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이뤄졌다. 일동제약 역시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도 끊임없이 지주사 전환을 꾀하고 있다.재계에서는 제약업계의 지주사 전환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을 경우 이러한 행보는 더 빨라 질 수 있다. 오너의 지분율이 낮은 제약사는 적대적 M&A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세습에 울타리를 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미 지주사 전환을 한 기업들은 “투자사와 개발사 등의 분리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라는 입장이지만 ‘경영승계를 위한 수순 밟기’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 R&D·M&A·글로벌 진출이 과제 2014년은 제약업계에 기념할만한 한해다. 역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과 연수출 2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업이 나란히 탄생했기 때문이다. 2013년 9436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한양행은 2014년 ‘매출 1조원 클럽’이 확실시 된다. 이미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9.3% 증가했다. 녹십자는 1조원 달성을 한 해 미뤄야했지만 수출 2억 달러 돌파 타이틀을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거머쥐었다.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은 여전히 ‘구멍가게 수준’이다.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1000조원에 이르지만 국내 제약시장은 19조원 규모. 세계시장의 1.9%에 불과하다. 매출액 기준 국내 제약업계 1, 2위를 다투는 유한양행과 녹십자의 매출을 전부 합쳐도 세계 1위 제약회사 노바티스 매출의 3% 정도다. 글로벌제약사들이 엄청난 돈을 벌고 매출의 20%가량을 R&D에 쏟아붓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에 R&D 투자는 늘 ‘남의 일’이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억제 정책-신약개발 투자 저조-해외의약품 의존-상품매출 기업(남의 약품을 사다가 포장해 재파는 방식) 전락’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재계에서는 젊은 경영자들이 회사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R&D투자와 M&A 통한 외형 확장, 글로벌시장 공략 등이 그것이다.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관행도 척결해야할 과제다. 제약업계 중진은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출구”라고 강조했다. “이젠 국내시장만 보다가는 망할 것이다. 저마다 전략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에 나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다행히 국내시장과 제네릭(복제약)에 안주했던 창업자와 달리 3세 경영인은 수출과 혁신신약 개발을 경영의 핵심으로 삼고있다. 특히 바이오 산업 진출과 R&D를 강화하는 등 제약사의 체질개선을 주도하고있다. JW중외제약 이경하 부회장은 신약 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 2014년 9월 항암제 개발기술을 특허 사용료를 받고 일본 바이오기업에 팔았다. 대웅제약은 최근 충북 오송에 2100억원을 투자해 cGMP(미국 FDA의약품 품질관리 기준)에 맞는 생산시설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매출 증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유유제약 유원상 부사장은 2014년 8월 유유말레이사아 법인을 설립하면서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지에 5개 법인을 순차적으로 설립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은 미용성형의료기기를 판매하는 계열사 ‘일동에스테틱스’를 설립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 ‘노익장’ 과시하는 제약업계 창업자들 제약업계에는 ‘어른’이 많다. 80대 창업자들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고, 70대의 현직 회장도 수두룩하다. 88세의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85세의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은 여전히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83세인 이종호 JW중외제약 회장과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 80세의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81세의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은 얼마 전까지 경영 일선에 있었다.70세가 넘는 창업자도 20명에 이른다. 79세의 허억 삼아제약 명예회장, 78세의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과 최윤환 진양제약 회장, 77세의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류덕희 경동제약 회장·홍성소 신일제약 회장, 75세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조원기 조아제약 회장, 74세의 최승수·조의환 삼진제약 회장,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 71세의 이윤우 대한약품 회장과 김수지 대화제약 명예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제약업계 오너라 건강 하나는 끝내준다’는 재계의 농담이 있을 정도다.1927년생인 강신호 회장은 박카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건강 관리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올해도 동아제약이 주최하는 대학생 국토대장정 대회에 참가해 4㎞ 구간을 함께 걸었다. 산악 마니아로 히말라야 트레킹도 자주 도전했다. 많이 걷고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걸 건강 비결로 꼽는다. 1932년 생인 이종호 회장은 등산 마니아다. 2002년과 2005년 해발 4130m 히말라야 안나프루나 베이스캠프까지 오르기도 했다. JW중외그룹이 당진 JW생산단지에 1800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한 것도 그의 이런 도전 정신 덕이라는 평가다. JW생산단지는 국내 제약업계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제도) 투자의 롤모델이 됐다. 김승호 회장은 2013년 4월 중국 실크로드와 차마고도에 다녀왔다. 해외 수출에 관심이 커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수출을 위해 직접 멕시코를 방문하기도 했다.제약업계에는 창업자들의 친목 모임 ‘팔진회(八進會)’가 널리 알려졌다. 1975년 강신호·이종호·김승호·윤영환·허억·어준선·윤원영 회장과 유영식 전 동신제약회장 등 8명이 모여 ‘여덟 사람이 함께 나아가자’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 당시 최연장자였던 강신호 회장이 48세, 가장 젊은 윤원영 회장이 37세였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정기적으로 골프 모임 등을 가지며 동업자 정신을 잇고 있다.창업 2~3세대 모임은 ‘약미회(藥美會)’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중반 ‘일진회(一進會)’로 출범했다가 어감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이름을 바꿨다. 김영진 한독 회장과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등 제약업계 젊은 경영자 20여명이 주축이다. 팔진회가 친목 모임인데 반해 약미회는 업계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제약협회 회장 선출과 부회장단 구성 때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든가, 부회장에 약미회 회원을 임명토록 요구한 일도 있다. 하지만 최근 그 활동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한 중진은 “최근 약미회의 활동소식을 들은 바 없다”며 “원로들에 비해 유대감이 떨어지고 무한경쟁에 몰려 모임의 구속력이 느슨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12.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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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전성시대 - 올 가을 200여종 복제약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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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약 올메텍·엑스포지 특허 만료로 시장 과열 … 약값 떨어져 환자는 이득 올 가을 200여종의 새로운 복제약이 시장에 쏟아진다. 대형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 만료를 노린 국내 제약사들이 일제히 복제약 개발에 나서며 나타난 현상이다. 제약사들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필사적으로 마케팅에 매달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큰 장이 섰다”고 표현했다. 가을을 달굴 새로운 복제약과 관련 산업을 조명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현주소와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도 짚어봤다.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은 총 5개다. 이 중 시장에서 가치를 높게 인정받은 제품은 올메텍·미카르디스·엑스포지·글리벡이다. 지난해 이들 4개 약품의 처방액은 2743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하자 복제약(제네릭)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발매된 4개 약품의 복제약 수는 무려 400개에 달한다.가장 많이 복제된 제품은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해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고혈압약 올메텍이다. 오는 9월15일 특허가 만료되는 약품으로 이미 66개 제약사가 복제약 139개를 개발해 발매 준비를 마쳤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올메텍으로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음으로 많은 복제를 기록한 약품은 노바티스의 고혈압 복합제 엑스포지다. 7월까지 엑스포지의 복제약 135개가 판매 허가를 받았다.엑스포지는 서로 다른 고혈압약을 섞어 만든 복합제로 2007년 발매 이후 고혈압약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제품이다. 지난해 700억 원대의 처방 실적을 기록했다. 10월 올메텍과 엑스포지 복제약을 출시 예정인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오리지널 제품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복제약 개발에 나선 기업이 많은 것 같다”며 “제약시장은 시장 선점이 중요한 산업이라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복제약은 국내 제약사 틈새시장복제약은 지난 10년간 한국 제약산업을 이끌었다.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 자본·기술이 훨씬 뒤져 신약 개발이 어려운 국내 제약사의 틈새시장이다. 신제품 기근에 시달리는 국내 업체들로서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 만료는 모처럼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대형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수백 개의 제네릭이 동시에 쏟아지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면서 “벌써부터 시장 선점을 위해 영업사원들이 병원을 누빈다”고 말했다.이번 가을 유난히 많은 복제약이 등장한 배경으론 정부의 규제 완화도 있다. 2년 전에는 모든 복제약이 임상시험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2011년 이 규제가 폐지됐다. 다른 제약사가 생산한 복제약을 받아서 포장만 바꾸면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 약품을 유통할 수 있다. 대형 제약사의 복제약을 중소 제약사가 받아서 판매할 길이 열린 셈이다. 올해 상반기 허가 받은 전문 의약품은 683개로 전년 동기(379개)보다 80.2% 늘었다.업계에서는 최근 허가 받은 제네릭 제품 2개 중 1개 가량은 직접 생산하지 않는 ‘위탁 제네릭’으로 추정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 신약 개발의 어려움 등의 요인으로 중소 제약사들이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고 실속을 챙기는 방향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면서 “자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는 문화가 이제는 사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복제약이 쏟아지자 오리지널의 특허 만료를 앞둔 글로벌 제약사의 부담이 커졌다. 글로벌 제약사는 시장 방어를 위해 국내 제약사에 소송을 걸거나 국내 제약사와 손잡고 유통을 강화했다. 특히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이 등장할 시점에 오리지널과 똑같은 복제약을 직접 내놓고 시장에 맞불을 놓는 기업도 있다.다이이찌산쿄는 고혈압약 올메텍의 복제약 발매가 임박하자 올메액트라는 복제약을 출시하고 CJ제일제당에 영업을 맡겼다. 노바티스는 엑스포지의 제네릭 공세에 대비해 제네릭 사업부인 산도스가 제네릭 제품인 임프리다 제조 허가를 받았다. 화이자는 비아그라의 특허 만료 이후 매출이 급감하자 서울제약이 개발한 복제약을 직접 판매 중이다.글로벌 제약사들은 복제약 집단 공세에 대비해 아예 국내 업체와 손을 잡고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고혈압약 아타칸을 녹십자와 판매하고 있으며,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약 프리토의 영업은 유한양행이 담당한다. 산도스 관계자는 “오리지널을 만든 기술력으로 만든 복제약이라 더 신뢰할 수 있다”며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복제약의 등장으로 가장 득을 보는 이는 소비자다. 복제약의 가격은 오리지널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복제약 시장의 핫 아이템인 발기부전 치료제가 좋은 예다. 시중에서 70여개의 복제약이 유통 중인 발기부전 치료제의 오리지널은 비아그라다. 한국에 처음 출시할 당시 비아그라 100mg 정제의 가격은 1만2000원이었다. 하지만 복제약이 발매된 이후 계속 가격이 떨어졌다. 지금은 절반인 6000원이다.올 3월 비아그라의 매출을 넘어선 한미약품 팔팔의 가격은 2500원이다. 더한 제품도 있다. 부광약품의 비아그라 복제약 부광실데나필은 시중에서 1600원에 판매 중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비아그라 오리지널이 아니라 중국산 짝퉁을 겨냥했다”며 “연간 1200억원에 달하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제약이 약값 하락 이끌어복제약이 등장하며 점유율이 떨어지자 오리지널 약값을 내리는 현상도 국내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미국·유럽·일본 등 글로벌 제약사가 있는 선진국마저 복제약 지원정책을 펴는 이유는 국민에게 보다 나은 가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을 싸게 공급해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데 복제약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물론 복제약이 전문의약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에 대해 일반인은 무지한 편이다. 가격대가 낮아 복제약과 가격차가 작은 오리지널 약의 경우 복제약을 선택할 이유도 적다. 현행법에서는 외래처방 인센티브가 의사가 아닌 병원에 주어진다.때문에 대형병원 의사는 환자가 특별히 원하지 않는다면 저가 복제약을 처방할 이유가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자가 의사에게 싼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고급 약일수록 고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와 특정약을 권하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라 의사가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9월에만 200여개의 신약이 출시되면서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병원에 찾아가 신약을 소개하는 영업사원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향응 제공이나 접대는 예전만큼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리베이트 처벌이 강화된 이후 제약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자제한 때문이다.국내 대형 제약사의 영업이사는 “화끈한 접대나 리베이트 문화는 사라졌다”며 “제약사 간 견제 심리가 워낙 강해 조금만 튀는 마케팅을 벌여도 경쟁사에서 고발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의사도 신중해졌다. 수년 전만 해도 의사가 선호하는 제약사 제품을 처방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돌아가며 골고루 처방하는 모습이 늘었다. 특정 제품을 고집해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복제약 시장은 2010년부터 커졌다. 비아그라를 필두로 코자·리피토·가나톤·가스모틴 같은 대형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됐다. 특히 이번 가을에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새로 개발된 복제약의 승인 건수는 모두 79건이다. 지난해 108건에 비해 27% 줄어든 수치다. 승인 감소 원인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감소다.개량 신약 개발에 힘 쏟아야특허 만료되는 대형 의약품 수가 줄고 있어 복제약 특수를 계속 기대하긴 어렵다. 여기에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이번 가을에 수백 가지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지만 경쟁자가 워낙 많아 큰 돈 남기기는 어렵다.이에 따라 정부는 제약사가 복제약 생산에서 신약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기도록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 말로 복제약에서 개량 신약 개발로 넘어가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복제약 개발로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윤택 제약산업단장은 “복제약 생산을 중심으로 발전한 국내 제약회사들이 몇 년 전부터 개량 신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이미 형성된 해외 개량 신약 시장에 진출해 경험을 쌓은 뒤 혁신 신약 개발을 개발해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19조원대다. 국내 대형 제약사 매출은 1조원을 넘지 못한다. 신약 하나를 만들려면 수조 원의 연구개발비가 들고 평균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1년에 수조원씩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하는데 국내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고 미국과 유럽시장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며 “새로운 물질로 혁신적 신약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이와 달리 개량 신약은 기존 약물에 환자의 편리성을 더하고 안전성을 개선한 것으로 시장에서 실패율이 낮다. 임상 시험도 1상 또는 1상·3상만 거치면 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범진 교수는 “큰 틀에서는 신약 개발로 가야 한다는 데 찬성하지만 아직은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우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개량 신약을 기본으로 품질 관리,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등을 통해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3.08.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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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의료용 화장품 ‘코스메슈티컬’ - 화장품업계는 틈새시장으로 제약업계는 성장엔진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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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을 듯한 화장품업계와 제약업계가 모두 의료용 화장품인 ‘코스메슈티컬(Cosmetic+Pharmaceutical)’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코스메슈티컬은 병원이나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제품도 있지만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생산해 화장품회사가 일반에 유통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코스메슈티컬은 애초 피부과 전문의들이 연구개발과 임상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내놓기 시작한 제품 유형이다. 병원(이지함피부과)에서 최초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케이스인 이지함화장품 외에도 차앤박, 고운세상 등이 코스메슈티컬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은 화장품업계 대기업들과 일부 제약사까지 가세한 치열한 시장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해마다 15~20%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매출액 기준 4000억원대 규모로 커진 시장이다.지난해 4000억원 규모로 성장화장품이냐 의약품이냐. 소비자가 봤을 땐 다소 헷갈리기도 하지만 두 업계는 오히려 이 점을 파고든다. 의료용 화장품이라는 정의 하나로 화장품의 가볍고 신뢰감 낮은 느낌을 해소하고, 전문의약품의 무겁고 접근성 떨어지는 느낌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한 보고서에서 “화장품산업이 감성 위주에서 피부과학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첨단 하이테크 위주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한 신호탄인 것이다.코스메슈티컬은 전문의의 ‘손길’을 거친 하이테크 접목으로 이미지를 무겁게 형성하는 반면 소비자들한테는 친근하게 다가서려 한다. 결국 상품의 존재 가치는 최대한 많이 팔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통채널의 확대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흔치 않았던 드러그스토어가 최근엔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을 만큼 활성화되면서 코스메슈티컬이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고 전했다. 드러그스토어는 생필품과 함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도 파는 개념의 소매점으로 CJ그룹이 운영하는 CJ올리브영과 GS그룹의 GS왓슨스, 카페베네가 운영하는 디셈버투애니포 등이 있다.아모레퍼시픽그룹의 사례는 현재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간 화장품 생산실적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6월에 그룹 계열사인 태평양제약과 함께 새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인 ‘에스트라(Aestura)'를 론칭하고 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브랜드는 아토피나 여드름 등으로 손상된 소비자의 피부 회복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개발된 신제품들을 포함한다. 민감성 피부 개선을 위한 아토베리어 크림, 여드름 피부 개선을 위한 테라크네 블래미시 트리트먼트 등이 있다. 모든 제품들은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제약이 각각의 피부미용관리와 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살려서 공동 개발했다.안원준 태평양제약 대표는 “의학적 연구 기반이 결합된 메디컬 뷰티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02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제약부문 계열사를 제외한 화장품 전 부문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9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태평양제약은 영업이익이 18억원에 그쳤지만 에스트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화장품 외에도 제약부문 계열사를 함께 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사례는 최근 화장품업계와 제약업계의 명암(明暗)을 보여준다. 화장품업계는 호황인 반면 제약업계는 불황이다. 배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해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10조172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브랜드숍 중심의 전문점 매출이 늘고 있고 해외 수요도 꾸준해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산업은 대표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내수 산업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다르다.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증가하면서 화장품 소비액이 늘었고 남성용 화장품도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반면 제약업계는 올해 4월부터 시행된 일괄약가인하제도 여파로 성장 폭이 제한된 양상이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도합 4조8543억원으로 전년비 1.5% 증가에 그치는 등 사실상 정체 상태다. 영업이익은 2825억원으로 45%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 산업이 올해를 기점으로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이런 배경의 영향으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대한 업계 전반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 때문에 전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호황을 누리는 화장품업계는 코스메슈티컬 제품으로 민감성 피부의 소바자 등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호황이지만 브랜드숍 할인 경쟁 등으로 내수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외연 확대를 노린다는 것이다.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은 의료용 화장품 브랜드 ‘케어존’ 시리즈로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드러그스토어에서 전용 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대웅제약 등 적극 나서LG생활건강 관계자는 “케어존 브랜드는 피부가 약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저자극의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군”이라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하나의 틈새시장으로 보고 신제품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차병원과 합작하고 줄기세포 배양액 성분을 활용한 브랜드 ‘오휘 더 퍼스트’를 통해서도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제약업계는 어떨까. 상황이 좋지 않은 제약업계는 이보다 절박하다. 코스메슈티컬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불황과 저성장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사정이 어려워진 업체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최근 수 년 간 꾸준히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주목한 업체로는 대웅제약이 있다. 대웅제약은 관계사인 디엔컴퍼니를 통해 10여 년 동안 ‘이지듀’ 등의 브랜드로 국내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피부세포 재생인자인 EGF(Epidermal Growth Factor) 성분이 함유된 코스메슈티컬을 출시하면서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나섰다.제약업계 상위권의 생산실적을 갖춘 대웅제약은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이 1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5%나 급감했다. 약가인하 등으로 어려워진 시장 상황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메슈티컬로 국내외에 새로운 활로를 뚫는다는 방침이다. 디엔컴퍼니 관계자는 “이지듀 등 병원 피부과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브랜드는 마케팅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면서도 “민감한 피부를 가진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써보니 효과가 있어서 재구매율이 높다”고 전했다.그는 “피부미용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그만큼 코스메슈티컬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화장품과 제약이라는 서로 다른 업종을 아모레퍼시픽처럼 둘 다 겸하지는 않는 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데 관심이 덜한 편이다. 제약업계 선두권인 동아제약은 아직까지 코스메슈티컬 진입에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스메슈티컬을 개발하거나 생산하기 어려운데도 많은 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며 “약가 인하 여파를 줄이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약품은 작년에 관계사인 안트로젠을 통해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메슈티컬 연구개발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노하우 교환을 시도하고있다. 철저한 대비 없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애로점이 있음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2012.11.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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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신약전쟁 - 신약개발 도전 20년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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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국내 제약사들은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의약품을 갖다 팔거나, 값싼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파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든 것은 물질특허가 국내에 도입된 1980년대 후반이다. 번듯한 제약공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른 모든 성장산업이 그랬듯 국내 제약사들도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 제약회사의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으로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신약개발에 뛰어든 지 20여년. 국내 제약사들은 18개의 혁신신약을 개발했다.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약으로 만든 천연물 신약도 6개 개발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들 신약 중 상업화에 성공한 신약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산 신약 개발의 방향도 신약기술 보유라는 ‘상징성’에서 보다 현실적인 ‘상업적 성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1980년대 후반 개발 시작2001년 개발된 국산 3호 신약인 동화약품의 ‘밀리칸주’(간암치료제)가 올해 초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동화약품은 임상3상 시험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신약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보고 임상시험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은 밀리칸주 연구개발비 43억원만 날리게 됐다. 국산 신약 중에서 시장성이 없어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CJ제일제당은 국산 7호 신약 ‘슈도박신주’(농구균예방백신)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2003년 허가를 받은 이 신약이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이들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개발된 국산 신약들은 상업적인 성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국산 1호 신약 선플라주의 매출은 거의 없고, JW중외제약의 큐록신, LG생명과학의 팩티브, 종근당의 캄토벨 등의 매출도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다. LG생명과학이 3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정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200억원도 안 된다. 여재천 신약개발조합 상무는 “글로벌 신약은 개발에 성공할 경우 1~5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며 “각종 특허로 15~20년간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 충분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돼 있지만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신약은 팔 수 있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혁신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독점권을 보장받더라도 R&D비용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대한 기초기술을 익히는 단계로 보면 된다”며 “시장성을 고려해 신약개발에 나선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을 신약으로 현실화하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그나마 2005년 이후 개발된 신약들은 상업적인 성과가 과거보다는 양호해졌다.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등 상당수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무턱대고 신약개발에 나서기보다는 상업성을 고려한 연구개발을 진행한 덕분이다. 스티렌과 자이데나로 적잖은 상업적인 성과를 올린 동아제약의 김순회 연구본부장은 “신약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뛰어난 약효는 물론 시장성이 높아야 한다”며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비용투자로 개발된 신약이 경제성을 지녀야만 제2, 제3의 신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최근 개발된 신약은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2010년 개발된 국산 15호 신약 보령제약의 ‘카나브’는 발매 10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상업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또 17호 국산신약인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와 18호 국산신약인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신약의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해외 경쟁 제약사의 신약 후보물질이 어떤 것인지, 기존 의약품에 비해 얼마나 효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파악할만한 정보력과 기술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해외 정보력이 좋아졌다”며 “해외 제약사들과 정면승부를 하든지 틈새시장을 공략하든지 각자 상황에 맞는 신약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제약사별로 다양한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 중이며,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개량 신약과 바이오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신약개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출시된 신약들도 시장 영역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정부도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나서는 등 신약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장·기술 동향과 의료 수요 현황 등을 종합으로 분석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잠재력이 큰 전문 특화 분야를 발굴해 이 정보를 국내 제약사에 제공할 계획이다.신약 강국의 꿈 부풀어일부 상위 제약사들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 진출을 넘보고 있다.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등 굴지의 제약사의 신약과 직접 맞붙어 보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동아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유한양행, LG생명과학 등 5개 회사의 R&D 파이프라인(후보물질) 중 임상3상 시험 중인 후보물질은 총 26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해외 임상3상 시험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6개였다. 해외 임상3상 시험은 LG생명과학 3개, 동아제약 2개, 녹십자가 1개를 보유하고 있다. 임상2상 시험은 총 24개이며 이 중 해외 임상시험은 10개였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이 해외임상을 각각 4개씩, LG생명과학과 녹십자가 각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약 파이프라인이 많은 제약사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해외 신약개발 여부에 따라 한국 제약산업 구조는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부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좋은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4~5년 내 성과가 가시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동아제약은 미국에서 임상3상 후기시험을 진행 중인 수퍼항생제 DA-7218에 대한 임상3상 시험이 올 연말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경우 하반기 미국 시판 신청이 이뤄질 전망이다. 녹십자는 현재 미국 임상3상 시험 중인 면역결핍치료제 글로블린의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마치면, 2014년부터 미국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스펙트럼사와 백혈병치료제 LAPS-GCSF의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이전 계약 체결을 맺어 올해 임상2상 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LG생명과학은 DPP-4 기전의 새로운 당뇨병치료제를 하반기에는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회사들의 계획대로 신약개발이 이뤄지면 ‘신약 강국’이라는 제약업계의 오랜 염원이 서서히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2012.05.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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