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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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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원에서 4만원대…연 이은 악재에 바람 잘 날 없는 카카오

증권 일반

#카카오가 SM 시세조종 의혹과 희망퇴직 확산, 계열사 적자 등 여러 악재에 시달리며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2년 전 17만원을 넘어섰던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26일 4만원 대로 내려갔다가 현재 간신히 5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카카오 분위기 28일 금융감독원은 카카오가 #에스엠 엔터테인먼트(SM엔터) 지분매입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하이브는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 2월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카카오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시세조종 혐의가 드러나면 카카오는 최대 무기징역과 주식매매로 얻은 이익 금액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금감원이 주가조작 처벌을 강화하며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를 엄중하게 보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가 그 대상이 된 것이다.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되면 SM엔터 인수를 주도한 카카오 경영진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주가는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카카오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카카오 노동조합은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카카오 노조의 단체행동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 등 계열사의 경영 악화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과 고용 불안 해소가 주목적이다. 실제 카카오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과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은 카카오의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4381억원) ▲카카오엔터프라이즈(-1612억원) ▲카카오페이증권(-480억원) ▲카카오브레인(-318억원)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카카오는 이들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가 늘고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도 주주들에겐 반가울 리 없다. 카카오는 올해 들어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에만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썼다. 신사업 추진이나 기술 개발이 아닌 출혈성 지원도 늘어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가에서는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며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내리는 리포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SM엔터 인수에도 불구하고 광고 경기 둔화와 콘텐츠 사업 부진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7만2000원으로 하향했고 키움증권도 기존 7만8000원에서 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7만9000원→6만4000원)과 유진투자증권(8만1000원→7만4000원)도 영업이익 감소를 예상하며 실적 개선이 더딜 것으로 예측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매출액은 SM엔터테인먼트 연결 편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가 예상되지만, 연결 효과를 제외하면 성장률은 낮은 한자리 대에 그칠 전망”이라며 “톡비즈 광고 매출 증가율이 2%에 그치고 게임과 미디어 매출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2023.07.28 17:19

2분 소요
금감원, ‘SM 공개매수 방해 의혹’ 카카오 압수수색

증권 일반

금융당국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지분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함께 강제수사에 착수했다.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날 경기도 분당구 소재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 등에 수사인력 40여명을 보내 SM엔터 인수 관련 내부 문서와 전산자료를 확보 중이다.금감원과 검찰은 하이브가 SM엔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카카오 측이 인위적인 주가 관여 행위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주가조작 및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하이브는 지난 2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려 했지만 주가가 이를 훨씬 웃돌면서 실패했다. 하이브는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이에 금감원은 지난 2월 하이브가 제기한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 등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 절차를 활용해 검찰과 신속히 공조 수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패스트트랙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 초기에 신속히 수사로 전환하면서 적시에 강제 수사까지 하는 제도다.금감원은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를 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23.04.06 22:14

1분 소요
삼바, 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 매입한다…“유증해 3조원 마련”

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과 조인트벤처로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를 인수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배정 유증으로 3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 전체를 23억 달러(약 2조7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바이오젠은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15%의 지분을 투자했으며, 2018년 6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에피스 전체 주식의 절반(50% - 1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총 23억 달러 중 계약체결 후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추가로 지급되는 '언 아웃(Earn -out)'비용인 5000만 달러를 제외한 인수 대금은 향후 2년간 분할 납부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1차 대금 10억달러 납부가 완료되는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된다. 관련기사삼바, 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 매입한다…“유증해 3조원 마련”‘매출 5년새 5배’ 연평균 40%↑ 삼바 “CMO 초격차의 힘”삼바, ‘멀티 모달’ 5공장 연내 착공…포트폴리오 확대 본격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바이오젠의 지분매입 요청에 따른 것으로, 양사는 지분 매매 계약체결 완료 후에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입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500만9000주의 신주를 주당 59만9000원에 발행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100% 확보하면 지난 10년간 바이오젠과의 협업을 통해 축적된 에피스의 개발, 임상, 허가, 상업화에 걸친 연구개발 역량도 온전히 내재화할 수 있게 된다”며 “지분 인수를 계기로 '제2 반도체 신화'에 도전하는 삼성 바이오 사업의 미래 준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2022.01.28 09:15

2분 소요
“‘왕개미’가 기업에 손뻗친다.”

산업 일반

인수 ·합병(M&A)은 더이상 기업 간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M&A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 ·합병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왕 개미’로 불리는 큰손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낮고 대주주 지배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목표물로 삼는다. 상장기업 가운데 2월 말 기준으로 대주주나 특수관계자가 아닌 개인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26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잠재적인 인수 ·합병(M&A)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증권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스닥등록기업까지 합하면 M&A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 수는 훨씬 늘어난다. 실제로 10여 개 상장 ·등록사는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개인투자자와 ‘전투’를 치르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대체로 ‘나홀로 M&A’를 시도하는 개인들을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M&A를 통해 기업 경영에 나서려는 ‘순정파형’이다. 극히 일부이고 실현 가능성도 작지만 큰 꿈을 품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이다. 두 번째는 어떤 식으로든 해당 기업과 인연을 맺고 있는 ‘복수혈전형’이다. 경영권을 남의 손에 넘겨준 뒤 복귀를 노리는 전 대주주의 후손이나 친인척이 여기에 속한다. 나머지 한 부류는 지분경쟁을 통해 주가를 띄운 뒤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머니게임형’. 전문가들은 대체로 머니게임형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목적은 서로 달라도 ‘왕 개미’ 혹은 ‘슈퍼개미’로 불리는 큰손들은 일종의 공식처럼 일정한 행동순서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처음 장내에서 조용히 주식을 사모으는 동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점차 주식이 많아지면서 해당 기업이나 언론 등에서 관심을 보여도 “투자차원일 뿐” 이라며 정체를 숨긴다. 그러다 주식보유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경영 참여가 목적”이라며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 뒤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거나 기존 경영진을 해임해달라는 소송을 내는 등의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개인들의 경영권 장악 시도는 아직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개인의 자금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 M&A가 시도되는 기업은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저가주식들이 대부분이다. 몇 억원만 있어도 상당한 지분을 확보해 2, 3대 주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지분경쟁이 불 붙으면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금 동원력이 승패를 가르게 된다. 여기에 해당 기업이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로 기업주에게 ‘몰아주기’를 해주면 개인의 한계는 금세 드러나게 마련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코리아텐더를 둘러싼 지분매입 경쟁도 이런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 지난 1월 개인투자자로 최대주주가 변경됨에 따라 경영권이 위협받을 위기에 처했다. 조용히 주식 사 모은 뒤 경영 참여 요구 지난해 12월부터 코리아텐더 지분을 사모은 개인투자자 이모 씨는 1월 중순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최대주주는 3.5%를 보유하고 있는 서린유통이었다. 당시 이씨와 코리아텐더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코리아텐더는 “해외 진출 및 비즈니스 모델 특허 취득 등 코리아텐더의 비전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안다”며 “현 경영진을 신뢰하고 있어 경영체제는 손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3월이 되면서 이씨와 회사의 관계는 법정싸움을 벌이는 적군으로 변했다. 3월 초 코리아텐더가 기존 주식은 병합을 통해 감자한 뒤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해 최대주주 자리를 다른 사람에 넘겨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는 코리아텐더의 감자와 증자 방법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코리아텐더는 “유상증자 결의는 상법과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정상적 경영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상증자에 대해 부당하게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고 맞서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개미들의 나홀로 M&A 시도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을 “개인 투자자들도 머니게임을 시작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풀이한다. 주가가 싸고 대주주 지배력이 약한 기업을 잘만 고르면 적은 돈으로도 대형 M&A에 버금가는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대규모 펀드나 외국인의 M&A 시도를 여러 차례 지켜보면서 개인들에게도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얘기다. 이들은 두 달 사이 주가가 20배 가까이 폭등한 S사의 사례가 최근 일고 있는 나홀로 M&A 바람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말한다. 50년 역사를 지닌 S사는 22세의 한 젊은이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인 S사장과 친인척 8명이 1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7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뛰기 시작한 것은 1월 중순쯤부터. 20일 가까이 폭등을 계속해 주가가 3,000원까지 뛰어오른 지난 2월 10일쯤 증권거래소에 약관의 한 청년이 소유주식 보고서를 냈다. K씨는 S사 지분 11.8%를 매입해 2월 9일자로 2대주주가 됐다고 신고했다. 공시가 나오면서 M&A 기대감으로 주가는 다시 폭등을 거듭했다. 대통령 탄핵 결의로 주식시장이 폭탄을 맞은 3월 12일에도 S사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지금은 1만5,000원대를 넘보고 있다. 그 사이 이 청년은 지분을 20%가 넘는 수준으로 늘리며 S사장 일가를 밀어내고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경영참여를 원한다며 스스로 정체를 공개했다. 그가 S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데 들인 돈은 불과 8억4,000만원 가량. 이 중 4억여 원은 자신의 돈이며 나머지는 주변에서 빌린 돈이라고 밝혔다.S사 주가가 폭등하자 증시에서는 이 청년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졌다. S사와 무관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2000년 3월까지 이 회사 최고경영진으로 있었던 코스닥등록기업 회장의 아들이다. 그렇다면 K씨는 S사 경영에 복귀할 뜻을 품고 있는 아버지의 대리인일까.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고개를 젓는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02년 S사장과 함께 S사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M&A 시도가 시작될 당시 이 회사 주가는 액면가의 20% 미만으로, 관리종목 지정과 퇴출 수순을 밟을 운명이었다. 더구나 관련 인물들의 면면을 볼 때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세 차익을 노린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개인의 M&A 시도가 기존 경영진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번진 사례도 다수다. 배합사료 제조업체인 코스프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 임한택 씨는 이 회사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코스프의 현 경영진은 우호 지분을 합해 1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7%를 보유한 임씨는 경영 참여를 위해 이사 선임을 요청했지만 회사 쪽에서 거부하자 회계장부와 주주명부를 보여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냈다. 회사 측은 “순수하게 경영참여를 위해 장부를 보려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고, 경쟁업체 등으로 자료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한제지도 6.9%의 지분을 확보한 개인투자자 박주석 씨로부터 호된 공격을 받고 있다. 박씨는 지난 2월 서울지법에 남한제지 경영진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개인 M&A 성공사례 거의 없어 펀드나 다른 개미투자자와 연합군을 형성해 세 확산을 꾀하는 경우도 있다. 상장사인 광명기업과 코스닥등록사 아세아조인트가 대표적인 사례. 광명전기는 10.5%의 지분을 가진 서용교 대원지에스아이 사장과 11% 가량을 보유한 황주호 경희대 교수가 힘을 합해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또 아세아조인트는 김수일 씨가 10.9%를 사들인 뒤 10.8%를 가진 ‘클럽 리치메이커 사모M&A’라는 펀드와 연대해 우호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과정이나 목적은 달라도 나홀로 M&A 시도의 결말은 대개 비슷하다. M&A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주가는 폭등한 뒤 얼마 못 가 곤두박질치는 사례가 많다. 시세차익을 챙기는 사람은 따로 있고, 뒤늦게 주식을 사들인 ‘진짜 개미’들은 반토막 난 주가에 망연자실하게 마련이다. M&A 자문사 이모 사장은 “대기업 오너 간 경영권 분쟁 등을 빼면 개인 주식 매집이 경영권 확보로 이어진 케이스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M&A를 시도하고 있는 개인들의 지분 취득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장훈 금융감독원 조사1국장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적대적 M&A 추진 과정에 불공정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4.04.08 16:26

6분 소요
[포커스]현정은VS정상영, 벼랑끝 격돌

산업 일반

현정은(오른쪽)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지난 18일 금강산 관광사업 5주년을 기념해 고 정몽헌 회장 묘소를 참배했다. 왼쪽부터 김재수 현대 경영전략팀 사장, 김윤규 현대아산. 현대가의 보수적인 여성관이 이번 현대그룹 M&A 사태로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玄의 現代’ 유지될 수 있나 지난 11월14일 KCC 측이 “범현대가를 포함해 현대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50% 이상을 취득했다”고 밝히면서 현대 사태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완승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곧바로 현정은 회장 측은 ‘1천만주 증자를 통한 국민기업화’ 카드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기업화 안(案)을 보자. 유상증자에 비례해 현회장 측 우호지분도 줄어들겠지만 우리사주에 기대면 계산이 달라진다(당초 우리사주에 2백만주를 배당했으나 증권거래법 규정에 따라 물량은 88만5천2백주로 줄어들었고 전체 유상증자 물량도 9백11만5천여주로 결정됐다). 유상증자에서 1백% 청약될 경우 현회장 측 지분은 28.3%에서 10.17%로 줄어들지만 우리사주 5.67%를 우호지분으로 얻게 돼 15.84%(2백47만2천여주) 지분으로 정명예회장 측(15.95%)과 엇비슷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늘어나는 주식 수에 비해 기업가치가 뒤따라줄 수 있을지가 여전히 의문”이라며 미지근하게 반응하고 있다. 게다가 KCC와의 소송 문제도 걸려 있어 현회장의 ‘뒤집기 카드’는 제동이 걸렸다. 정명예회장 측이 유상증자안에 반발해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 KCC는 “대주주 의사에 관계없이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발행키로 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일단 21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김문희씨 외 6인(28.3%)에서 KCC 외 10인(31.57%)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시는 KCC 측이 20일 주식 대량보유 변동 보고서를 금감원과 증권거래소에 제출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현회장 측의 맞대응 여부도 변수다. 현회장 측이 정명예회장과 KCC 측이 신한BNP파리바투신 사모 펀드를 통해 사들인 지분매입 과정의 위법성을 들어 해당 지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법정에서 정-현 갈등의 ‘연장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玄회장 체제’ 브레인은 누구 여기에서 또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누가 현회장을 ‘살벌한’ 비즈니스 세계로 끌어들였는가 하는 점이다. 현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한 시기는 지난 10월21일. “경영에 참가한다면 1백일 탈상 이후가 될 것이다”라는 추측이 한달 가까이 앞당겨진 것이다. 현회장이 회장 취임을 이렇게 서둘렀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또 현회장은 누구의 조언에 기대고 있을까? 현회장은 회장 취임에 앞서 정상영 명예회장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현회장은 정명예회장에게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정명예회장은 “현대가에서 여자가 밖으로 나선 전례가 없다”며 말렸고, 한편으론 주식 매집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위기감을 느낀 현회장은 ‘가정주부’에서 현대호 선장으로의 변신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현회장의 경영 참여를 독려한 ‘참모’들로는 일차적으로 가신그룹을 들 수 있다. 한때 ‘N, K씨 등이 백기투항을 권유했다’ ‘2∼3명은 현회장에게 등을 돌렸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는 “(가신그룹은) 현정은호(號)와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정상영 명예회장 측이 당장 자신의 목을 날릴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황인데 누가 등을 돌리겠나”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고 정몽헌 회장의 보성고 동창으로 현대 계열사 사장을 지낸 J씨 등이 현회장 측의 ‘새 참모’로 주목받고 있다. 정몽헌 회장 사후 J씨는 현회장을 가끔 만나면서 경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신그룹의 인사 문제에 대해 적극 조언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J씨는 현회장에게 K씨 등의 사표를 수리하도록 했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후 젊고 참신한 인물을 발탁해 현대그룹의 ‘쇄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것. 정상영 명예회장 측에 공격 빌미를 주지 말고 오히려 공세적으로 미리 일을 하자는 포석이기도 하다. J씨는 정몽헌 회장 비자금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현대자동차·현대전자 등에 몸담았다가 현재는 현대그룹에서 분사한 게임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凡현대가’ 침묵 언제까지 11월18일 현정은 회장은 경기도 하남 창우리 정주영 명예회장·정몽헌 회장 묘소를 참배했다. 금강산 관광 5주년을 기념하는 한편, ‘현대그룹 사수’를 선언한 현회장으로선 계열사 사장단을 대거 대동한 ‘세(勢) 과시’이기도 했다. 오후에는 고려대 경영관을 찾았다. 시아주버니이자 현대가의 ‘맏형’ 격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명예경영학 박사학위 받는 것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는 정몽준 국회의원 부부도 참석했다. 현대 사태가 있고 나서 첫 만남이었지만 세 사람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을 뿐 경영권 분쟁에 대한 깊은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회장으로서는 ‘확실한 우군’을 얻지 못한 것. 정몽구 회장은 “심정적으로 도와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상황이 못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정적으로’라는 표현은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동안 정회장은 자동차그룹 분리 이후 현대가 적통 계승에 대한 미련을 가져왔다. ‘현실적으로’ 현대차가 현대그룹에 개입하기엔 걸림돌이 많다. ‘돈이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 대북사업 문제를 피해갈 수 없고, 시장의 반발도 피해갈 수 없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은 더 난감하다. KCC가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8.15%)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한쪽을 지지하기가 쉽지 않다. 성우·현대백화점 등 은 지난 8월 GMO펀드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입에 공동 대응한 이후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범현대가 기업들이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회장의 평행선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내심 백기투항을 바랐던 정명예회장 측으로서는 현회장 측의 반격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게다가 현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씨가 “고 정몽헌 회장 상(喪)중에 (현회장에게) 상속 포기를 종용했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현 집안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정명예회장은 11월20일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주식 매입은 고 정몽헌 회장 영결식 당일 장례식장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우려한 현대그룹 최고경영진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범현대가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기라도 한 듯 “현대가는 이번 사태에서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일절 관여하는 바 없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내년 3월이다. 양측이 박빙의 지분 차이로 내년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이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승부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家에서 여자는 안 돼? 타일·위생도기 같은 건축용 자재를 생산하는 동서산업이라는 회사가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몽필씨가 경영해 왔으나, 82년 몽필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이 회사 주식은 은희·유희 자매에게 상속됐다. 은희 자매는 정명예회장이 살아생전 각별한 관심을 쏟은 것으로 유명하다. 차녀 유희씨는 이화여대 수석입학, 98년 정명예회장 방북 때 그림자 수행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96년부터는 동서산업 감사를 맡아 정씨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 일선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명예회장이 장손녀 몫으로 일찌감치 떼어준 동서산업은 현대그룹 2세 승계를 둘러싸고 벌어진 ‘왕자의 난’ 와중이던 2001년 4월 화의를 신청하고 만다. “90년대부터 꾸준히 진행된 설비 투자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2백억원이 모자랐습니다. 이영복 회장(정은희씨의 이모부)이 정씨 형제를 찾아다녔지만 소용없었어요.” 회사 관계자의 말대로 동서산업은 허무하게 쓰러졌고, 출자전환·감자 등을 겪으면서 은희·유희씨 지분은 4.9%대로 줄었다. 영업본부장을 맡았던 은희씨의 남편 주현 상무도 10월 초 회사를 떠났다.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동서산업 사례’는 현대가에서 상속 문화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조금 거칠게 표현해 “여자한테 경영권을 물려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가의 여인에게 요구된 원칙은 ‘유교적 여인상’ 자체였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 여사도 기회 있을 때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것이 (며느리의) 본분”이라고 가르쳤다고 전한다. 당연히(?) 사회활동은 엄두도 못 냈다. 8남1녀의 가장이었던 정씨 일가에서 공식 직업을 가진 여인은 거의 없었다. 미국 웨슬리대학 출신의 ‘똑똑한 며느리’ 김영명씨가 남편인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울산 동구) 관리를 하는 정도였다. 정명예회장의 장녀인 경희씨 역시 남편인 정희영 천마산스키장 회장의 부인으로만 알려져 있다. 사회활동을 하기로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동생인 고 신영씨의 부인 장정자씨가 꼽히지만, 이 역시 신영씨가 젊은 나이에 사망하자 정명예회장이 현대고교 이사장 자리를 배려해 준 것이다. 이런 보수적인 여성관은, 지금이야 의미가 퇴색했지만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과 대조된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은 젊은 시절 “손수 자갈을 골라내며 신라호텔 건설을 도맡았던” 여걸 경영인이고, 5녀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를 굴지의 유통그룹으로 키워냈다. 이런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삼성 3세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 부진씨는 신라호텔 부장으로, 차녀 서현씨는 제일모직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삼성의 ‘안주인’인 홍라희 여사는 삼성미술관 관장으로 있다. 현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취임을 정상영 명예회장이 말리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명예회장은 “평생 집안일만 하던 조카며느리가 어떻게 굴지의 대기업을 끌고 갈 수 있겠느냐”며 현회장을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회장이 걸스카우트연맹 이사를 지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머니인 김문희씨가 걸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역임했던 ‘인연’에서 비롯됐고, 한달에 한두 차례 이사회에 출근하는 수준인데 어떻게 대그룹의 지휘를 맡기느냐는 것이 정회장의 논리다. 범현대가의 分家 1947년 현대토건 설립 1970년대 ‘永’자 형제들의 독립 1970년 정순영(3남) 성우그룹으로 독립 1974년 김영주(처남) 한국프랜지로 독립 1975년 정인영(2남) 한라그룹으로 독립(97년 부도) 1976년 정상영(6남) 금강고려화학(KCC)으로 독립 1979년 현대그룹 재계 1위 진입 1980년대 정세영 회장의 부상 1987년 정세영 그룹회장 취임, 정몽구 회장과 마찰 1996년 정몽구 그룹회장에 취임하는 것으로 일단락 1990년대 ‘夢’자 2세들의 계열 분리 1998년 현대정유(정몽혁) 분리(지배주주 아람코로 변경) 현대백화점(정몽근 회장) 분리 현대해상화재(정몽윤 고문) 분리 현대아산 설립하면서 대북사업 전개 1999년 정세영(4남) 현대산업개발로 독립 2000년대 그룹 경영권 둘러싼 집안 갈등 2000년 3월 ‘왕자의 난’ 정몽구·몽헌 회장 간 현대그룹 계승 둘러싼 갈등 정몽구 회장 현대차로 분리, 형제간 계열분리 가속화 현대, 상선·엘리베이터·아산 등 미니그룹으로 축소 2000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정몽구 회장) 계열분리 2001년 3월 정주영 명예회장 사망 2002년 2월 현대중공업(정몽준 대주주) 계열분리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사망 2003년 10월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취임 2003년 11월 정상영·현정은 회장 간 현대그룹 M&A 갈등 2004년 3월 현대그룹의 향방은… ?

200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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