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35

이역만리 우즈벡서 내 휴대폰이 왜…술이 문젠가 사람이 문젠가

정책이슈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하철에서 취객의 휴대전화를 훔쳐 팔아넘기거나 해외로 빼돌린 일당 4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와 50대 남성 B씨는 지난 9월부터 이달 7일까지 승강장이나 전동차 내에서 술에 취해 잠든 승객의 휴대전화 8대를 훔쳐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긴 혐의(특가법상 절도)를 받는다.이들은 주로 심야 시간 폐쇄회로(CC)TV가 없는 전동차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훔친 휴대전화는 당일 새벽 대형 상가 비상계단 등지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불법 체류자인 30대 남성 C씨에게 1대당 약 10만∼50만원에 넘겼다.C씨는 휴대전화를 항공 배송 물품 안에 끼워 넣거나 보따리상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1대당 7만∼1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경찰은 C씨의 범행을 수사하다가 C씨가 D씨로부터 장물 휴대전화 2대를 70만원에 매입한 사실을 발견해 D씨도 절도 혐의로 추가 검거했다.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연시인 만큼 지하철을 이용해 귀가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휴대전화를 가방이나 옷 안주머니에 보관해달라고 당부했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1.27 15:09

1분 소요
[조지선의 심리학 공간] ‘라디오 공무원’ 배철수의 장수 비결은?

전문가 칼럼

일상에 내재된 소소한 기쁨… 그는 자신의 행복 지점을 알고 있다 영원한 DJ, 배철수(67)가 음악캠프를 진행한지 30년이 되었다. 1년만 넘기자고 시작한 일이 공무원보다 더 안정된 직업이 되었고,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보다 더 빛나는 제2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배철수 음악 인생의 제1 전성기는 하드록밴드 ‘송골매’의 리더 시절이었다. 오늘 BTS가 있다면 1980년대엔 송골매가 있었다. 대한민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앨범을 올린 이 밴드는 9집을 끝으로 1991년 해체했다.1990년 3월 19일에 첫 방송을 내보낸 MBC FM 팝 음악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와 배철수는 서로의 상징이 되었다. 중년에 인기 전성기를 맞은 사람! 배캠 10주년 즈음 시작된 배철수의 별칭은 그 후 20년간 지속된다.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는 그의 농담이 사실이 돼버렸다. 배철수의 인기는 늘 현재가 최고다.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존재감, 전무후무한 기록과 대체 불가한 캐릭터로 국내 팝 음악의 기둥이 된 그의 모습에서 송해 선생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어른거린다.MBC라디오 PD는 두 종류로 나뉜다. 배캠을 맡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동안 PD가 30명 정도 바뀌었다. 방송 초기에 배철수와 함께 했던 조정선 PD는 음악캠프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형이 10년을 한 건, 정말 기적이야!” 처음 몇 년은 고전했다. 가요를 틀어야 일정 수준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시기에 정통 팝으로 경쟁하려니 어려움이 따르는 건 당연했다. 개편 때마다 프로그램이 폐지 대상 리스트에 오르곤 했다. 본인도 인정하는 바다. “오래하니까 이젠 좋게 봐주시지만 초반엔 방송과 안 맞는 진행자였습니다. PD는 내가 방송 사고라도 낼까 걱정했고 청취자들이 내가 1년을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로 내기를 했다고 해요.” ━ ‘배칸트’에게 없는 것은 술·담배·저녁약속 그런데 20주년을 보내고 다시 30주년을 맞았으니 놀랄 일이다.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다양한 인터뷰에서 그가 거듭 밝힌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운이 좋았고 건강했다. 덕분에 펑크를 낸 적도, 지각을 한 적도 없다. “그 다음에는 성실함이에요. 내 입으로 성실하다고 한다면 좀 그렇지만 지내고 보니 내가 성실한 사람이더라구요. 내 생활의 대부분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맞춰져 있습니다.”그는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배칸트, 라디오 공무원, MBC 직원. 배칸트는 시계처럼 규칙적인 그의 생활이 유명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이다. 사실 그의 하루 일과는 칸트를 비롯한 위대한 창작가들의 일상과 핵심적 특징을 공유한다.저널리스트 메이슨 커리의 저서 에 소개된 161명의 위대한 창작가들 일상을 살펴보면 창작가들이 일하는 방식은 그들의 얼굴 생김새만큼 제각각이지만 그 와중에도 다양성을 관통하는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일을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루를 보내는 엄격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예술을 업(業)으로 삼은 자유로운 영혼들은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단조로운 루틴으로 채워진 하루를 보냈다.다음은 배철수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하루 일과다. ‘배칸트’는 아침 9시에 일어나서 토스트 두 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뉴스를 검색한다. 11시30분이 되면 방송국 주변으로 가서 주로 20~30대 젊은 PD나 작가들과 점심식사를 한다. 커피까지 마신 후에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면서)목욕을 한다. 그는 오후 4시가 되기 전에 생방송 스튜디오에 입장한다(대부분의 DJ들은 방송 직전에 녹음실로 들어간다). 방송이 끝나는 8시엔 곧장 집으로 간다. 책을 읽거나 쉬면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많은 독서량은 그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의 삶에 없는 것 세 가지는 술, 담배, 저녁 약속이다. 이 생활을 지난 30년 동안 반복했다.뛰어난 창작가들의 성취 비결은 새벽 기상도, 긴 작업 시간도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일을 중심으로 단순한 하루 루틴을 만들고 세상의 방해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었다. 규칙적이고 예측가능한 생활을 함으로써 그들이 얻은 것은 핵심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역설적 자유였다. 위대한 창작가들이 그랬듯이, 배칸트는 생활의 중심에 배캠을 놓았고 방해로부터 자신을 지켰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항상 1순위에 두고, 프로그램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다. “나는 라디오 DJ입니다. 더 이상 가수도 아니고 TV방송에 나갈 이유가 없어요.” TV 출연 요청을 숱하게 거절했고 출입국 기록의 직업란에는 라디오 DJ라고 적었다.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밴드 생활에 지쳐가고 있던 1990년 어느 날, 그는 친구였던 PD의 전화를 받았다. “라디오 DJ 해볼 생각 없어?” 흔쾌히 수락하고 달려든 프로그램이 음악캠프다.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음악 처음 할 때처럼요. 노래를 소개하는 것도 재밌고 청취자 사연 듣는 것도 재밌고요.” 이 초심은 30년 동안 유지되었고 현재진행형이다. 배캠이 방송 역사를 새로 쓸 때마다 그가 밝힌 소감을 들어보자.“언제까지 DJ를 할 거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제가 먼저 그만둘 일은 없을 겁니다. 15년간 한 번도 이 일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즐거웠습니다.” - 배캠 15주년“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20년이 훌쩍 지나갔어요. 무척이나 행복하게 방송을 했기 때문에 ‘나만 혼자 행복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해요.” - 배캠 20주년“제게 배캠은 삶 그 자체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애인이기도 하죠. 제게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떼어내면 남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 배캠 25주년“음악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매일 행복하게 지냈는데, 30년이 됐다고 큰 축하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배캠 30주년이 일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매일 행복했다! 배철수의 DJ 30년, 그 단출한 일상엔 수많은 연구를 통해 학자들이 발견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사실이 압축되어 있다.첫째, 행복은 기쁨의 강도(intensity)가 아니라 빈도(frequency)라는 점이다. 행복 연구의 전문가인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가 그의 책 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은 성취하는 순간 기쁨이 있어도, 그 후 소소한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80년대 대중가요를 논할 때, 송골매는 당대 최고 스타였다. 가요 프로그램의 1위 자리를 밥 먹듯 차지하고, 록 밴드로서 유일하게 10대 가수상을 4년 연속 받았으니 배철수는 여러 차례 ‘큰 기쁨’을 누린 사람이다. 그러나 요란한 스포트라이트가 행복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그 시절엔 밴드를 유지하려면 나이트클럽에서 연주를 해야만 했어요. 1년 중, 클럽이 문을 닫는 현충일을 제외하고 364일을 매일같이 연주했죠. 그런데 취객들이 무대 위로 뭘 그렇게 던져대는지. 수박이나 사과 같은 거요. 가끔 직장인들이 아침에 출근하기 싫어하듯이, 어느 날 무대에 올라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좋아했던 음악이 하기 싫은 일이 돼버렸다. 때마침 행복의 여신이 그에게 새 기회를 선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DJ 활동이 여러 번의 작은 기쁨을 가져다 줄 천직임을 알아봤다. 10년 동안 최고의 록밴드 지위를 누린 수퍼스타가 원한 것은 더 큰 인기와 명성이 아니었다. 판단의 기준은 심플했다. 라디오 스튜디오에 있으면 마냥 좋았다는 것.“저는 일상이 좋아요. 아무 것도 없는 일상이…”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이다. 생활이 너무 단순해 극적인 일은 생기지 않았다. 10주년, 20주년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마다 책을 내고 상을 받고 콘서트를 여는 특별한 일을 벌였지만 이 모든 행사들이 피곤했다. 그는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정확한 지점을 알고 있다. 반복되는 단순한 일상에 내재된 소소한 기쁨.배철수의 30년이 증명해 보인 두 번째 행복의 진리는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엔 이런 공식이 있다. “성공하면 행복해질 거야. 고진감래 (苦盡甘來),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고!”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배웠다. 그래서 오늘의 고통을 참고 내일의 성공을 위해 달린다. 그런데 거꾸로 관계도 사실일까? 행복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닐까?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 연구팀이 무려 225개나 되는 관련 연구를 종합 분석한 후, 내린 결론은 이거다. 행복이 먼저 내 안에 자리하고 있어야 성공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좋아하고 자기 자신도 좋아한다. 자기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본인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모두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 성공해야 행복? 행복해야 성공 온다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청취자와 함께 레드 제플린, 이기 팝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청취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막 떠오르고요.” 일터에서 행복한 사람은 성공의 토대를 매일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셈이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이상, 그가 30년을 내달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행복해야 성공이 온다.30년 장수는 좋아하니까, 행복하니까, 그리고 배캠을 중심으로 설계된 담백한 하루하루를 살았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더 단순한 그의 일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톱스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최고 아닌가요. 우등상은 못 타도 개근상은 탈 수 있어요.” 이 멋진 말을 곱씹다 보면 지난해보다 올해 더 멋있는 DJ의 오프닝 멘트가 듣고 싶어진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출발합니다!”- 조지선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 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필자는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0.05.10 15:31

7분 소요
[서명수의 이솝투자학] 취객처럼 주가가 갈지자걸음 하는 이유

전문가 칼럼

정박효과와 ‘제우스와 뱀’... 주식 팔 때 매수가격을 머리에서 지워야 뱀은 항상 땅바닥에 바싹 붙어서 움직이기 때문에 수풀이나 나뭇잎에 가려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먹이를 잡거나 적을 피하기엔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뱀에게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땅바닥에 붙어서 기어다니다 보면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 일쑤였던 것이다. 어떤 날은 꼬리를 밟히고 어떤 날은 머리를 밟히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밟히기는 게 지긋지긋한 뱀은 제우스 신전으로 찾아갔다. “너는 왜 찾아왔느냐?” 제우스 신이 뱀에게 물었다. 그러자 뱀은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자비로운 제우스 신이여! 부디 저의 호소를 들어주십시오. 저는 땅 위를 기어다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은 신께서 정하신 일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꾸만 저의 몸을 밟고 지나다니는 것만은 막아주십시오.” 제우스 신이 너그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이미 너에게 땅 위에서 기어다니도록 한 대신 훌륭한 선물을 주었다.” 그말을 들은 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날카로운 이빨을 주지 않았느냐? 네 등을 처음으로 밟는 사람을 힘껏 물어버리면, 두 번째 사람은 결코 너를 밟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기나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면 쉽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적이 공격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이를 공격 또는 행동을 해 주도적 위치에서 적을 제압하는 것이다. 이 우화의 뱀도 자기를 밟으려는 사람의 발을 물어 죽게 만들면 그 뒤론 다른 사람들이 뱀은 위험하다고 인식해 뱀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게 된다. 기선 제압은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식이다. 그런데 뱀이라고 모두 독이 있는 건 아니다. 물뱀이나 구렁이, 누룩뱀처럼 독이 없는 뱀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뱀은 위험한 것이란 인식이 박혀 있어 독이 없는 뱀도 일단 겁부터 먹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어떤 대상에 대해 처음 형성된 인식이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에 왜곡 또는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 처음 형성된 인식에 꽂히면 판단 흐려져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만은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의 하나로 ‘정박효과’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정박효과는 ‘닻 내림 효과’ 또는 ‘앵커링(Anchoring)효과’라고도 한다. 앵커는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 내리는 ‘닻’이다. 닻의 기능이 그렇듯이, 닻은 안정을 가져다 주는 지주라는 뜻의 은유적 표현이다. 배가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앵커링) 그 이상 움직이지 못하듯이, 인간의 사고도 처음에 제시된 하나의 이미지나 기억에 박혀 버려 나중에 어떤 판단을 할 때 그 영향을 받아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거나 이를 부분적으로만 수정하는 특성을 말한다.카너먼은 정박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했는데, 참가자들에게 1에서 100까지 적혀있는 룰렛을 돌려 나온 숫자가 유엔에 가입한 국가들 중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보다 많은지 적은지 추측해보라는 질문을 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과 관계 없이 자신이 뽑은 숫자를 기준으로 해당 숫자에 가까운 숫자를 정답으로 제시했다. 이는 관련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룰렛을 통해 뽑은 숫자가 앵커(기준)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비슷한 예로 미시시피강이 2000km보다 길지 짧을지 질문을 받은 경우와, 800m를 기준으로 질문 받은 경우 사람들이 추측하는 강의 길이는 매우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전화번호 뒷자리 세 자리를 적게 한 후 로마 멸망 시기를 추측하도록 했는데, 대부분이 자신의 전화번호와 유사한 숫자를 정답으로 제시했다. 이는 로마 멸망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화번호가 기준점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정박효과는 마케팅 영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명품 매장의 전면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가방을 진열해 놓는 것이 대표적이다. 명품 회사는 해당 가방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한다기보다 해당 금액이 기준점으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다른 제품을 쇼핑객이 싸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할인가로 판매되는 제품들 역시 기존의 가격에 대한 정보가 기준점으로 작용해 소비자가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도감을 제공한다. 보통 협상에서 원하는 조건 또는 가격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제시된 조건이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보다 다소 높은 조건을 제시해 상대방에게 기준점으로 인지되도록 한 후 중간 지점에서 타협하기 위한 전략이다.정박효과는 보통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정박효과의 영향을 받지만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얼마나 손해인지 잘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돈과 관련한 문제일 경우 정박효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이 한참 오르던 시기가 되면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집을 못 사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집을 사는 사람이 많다. 수년 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정박효과가 발생해 부동산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불패신화가 생긴 것이다. 경제적 상식으로는 집값이 계속 올라 집을 못 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수요가 줄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닻이 있는 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개 집을 산 시점은 부동산 시장 사이클상 상승의 절정일 때가 많다. 오를 일보단 떨어질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집값이 떨어져도 언젠가는 매입가를 회복하리란 막연한 기대 속에 파는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기면 집을 팔기보다는 비싼 이자를 물고 은행 대출을 받게 된다. ━ 정박효과에 사로 잡힌 주식 투자자들 주식투자자도 정박효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10년 전에 최고가인 10만원을 주고 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제 이 주식을 판다고 할 때 정박효과가 등장한다. 급락한 주가가 경영 악화 등의 악재 때문은 아닌지 알아보지 않고 10만원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가격은 터무니 없이 낮다. 주가가 회복을 하더라도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미 10만원에 닻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너무 싸 보여 덜컥 매수 주문을 내고 만다. 그 결과는 회복 불가능한 주식을 움켜 잡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최고가에 닻을 내리는 정박효과는 과거의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이다. 흔히 “과거 고점 대비 많이 싸졌네” 하고 특정 종목을 매수하고 싶다면 항상 정박효과를 의심해야 한다.현재의 시장가격도 정박효과를 부른다. 주가가 오르고 있다면 미래도 그러리라고 판단한다. 현재의 시세가 미래의 가격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현재의 가격에 꽂힌 정박효과는 가격 변동을 이끄는 다른 여러 요소를 무시해 버리게 된다. 한마디로 주식을 오르니까 사고 내리니까 파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보이는 매매행태다. 주가가 술 취한 사람처럼 뜨겁게 달아 올랐다가 차갑게 식는 극단적 흐름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럼 어떻게 하면 정박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선 주식을 팔 때 매수가격을 머리에서 지우게끔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면 그 주식을 사겠는가 반문해 보고 그게 아니라면 과감히 처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처분한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해 보면 손해 보고 파는 쓰라림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또 매수할 때 손절매 가격과 매도 목표가격을 정해 놓는다면 정박효과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주식투자는 매수보다는 매도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2019.05.05 21:16

5분 소요
[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좋은 사진? 다른 사진을 찍어라

산업 일반

독창적인 시각·의미 담아야 … 소재도 ‘크고 대단한 뭔가’일 필요 없어 유행어에는 시대의 사회학이 녹아있습니다. 한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2009년 개그맨 박성광이 개그콘서트 ‘우리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라는 코너에서 했던 말입니다. 경찰서에 온 취객이 술주정을 합니다. 연예계의 가십거리나, 일상에서 흔히 있는 가벼운 소재로 시작해 회를 거듭하며 날카로운 세태 풍자로 이어집니다.“장동건과 고소영이 사귄다고?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나라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혀가 꼬부라진 취객의 술주정이 절규처럼 가슴에 박힙니다. 숨막히는 대학입시, 취업과 출세를 위한 무한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외침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우리는 알게 모르게 1등 제일주의에 젖어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온갖 찬사를 보내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받은 선수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됩니다. 오죽하면 선수들 사이에 ‘동메달’은 ‘똥메달’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나왔을까요. 박성광이 말한 ‘1등’에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철학이 투영돼 있습니다. 1등의 영광 뒤에는 늘 열등한 주변부가 있습니다. ‘엄친아’에서 보듯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천박한 위계를 만들어 냅니다. ━ 1등주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오랫동안 누적돼온 1등 중심주의는 자기비하의 집단 무의식을 만듭니다. 철저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모든 가치를 부여합니다. 세상의 모든 가치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려 합니다. 오로지 1등을 하기 위해 목을 맵니다. 이런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요?사진에서도 1등 중심주의가 있습니다. 이른바 ‘공모전 사냥꾼’입니다. 사진 공모전 수상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다닙니다. 이들이 응모하는 사진전은 대개 예술성보다는 주최 측의 광고나 홍보 등 상업적 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최 측의 의도를 영악하게 파악하고 이를 위한 사진만을 찍습니다. 사진의 목적이 공모전 수상이라는 비뚤어진 사진관을 갖고 있습니다.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이 공모전에 응모해 수상하는 것도 성취욕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곤란합니다.1등에의 집착은 또 다른 폐해를 만들어 냅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사랑할 줄 모릅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수에 집착합니다. 사진은 뭔가 특별하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모든 사람이 ‘엄지척’을 내세우는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운칠기삼’의 소재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소재가 나타나지 않으면 쉬 지칩니다. 결국 카메라를 내려놓게 됩니다.사진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사진은 진솔한 삶의 기록이자, 살면서 겪는 희로애락의 느낌표입니다. 1등도 꼴등도 없습니다.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진은 좋고 나쁨이 아닌 다름이 중요합니다.사진의 소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크고 대단한 뭔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의 정신은 오히려 열등해 보이는 주변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소한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는 깨달음의 순간이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얼마 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재단에서 초보 사진가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작품 발표회를 연적이 있습니다. 50대 이상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사진을 강의하고 작은 전시회를 여는 프로그램입니다. 수강생들은 “아직 걸음마도 못 뗐는데 무슨 전시회냐”고 당혹해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잘 찍고, 못 찍고보다 다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특별하게 사진은 이날 작품 발표회에 출품한 김시연씨의 ‘Cosmos’ 시리즈입니다. 문래동 철물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절삭기로 잘라 놓은 파이프 단면에서 우주를 읽었습니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합니다. 노란색 토성도 보입니다. 원을 그리며 유영하는 태양계 행성의 궤적도 봤습니다 의 저자 샬럿 코튼은 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인간이 아닌 사물, 그중에서도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물건이 사진으로 인해 얼마나 특별해지는지 보여준다. 사진을 통해, 평범한 것은 일상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시각적인 의미와 상상의 가능성을 부여 받는다. 사진으로 찍지 않거나, 찍을 수 없는 주제 같은 것은 없다. 예술가가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작품에서, 사진작가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미묘하게 자극해, 시각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법으로 일상적인 물건들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2017.12.10 20:03

3분 소요
박현수 무아 대표

CEO

명동은 늘 상전벽해다. 일본인 관광객이 휩쓸더니 한동안 중국 사람들의 세상이었다가 다시 동남아시아인들로 바뀌었다. 그 풍진 세월동안 통기타 하나로 명동을 지키고 있는 중년의 한 가객이 있다. 박현수(54) 씨는 서울 명동성당 맞은편 명동의 끝자락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라이브 카페 ‘무아’의 사장이자 대표가수다. 무아가 있는 곳은 남산 1호 터널로 이어지는 고개 초입이다. 50대 이상의 장년들은 그곳을 중앙시네마에서 가톨릭회관을 거쳐 창고극장에 이르는 ‘진고개’ 언덕으로 기억한다. 명동 청년문화가 꽃피웠던 통기타 카페 거리다. 고색창연한 명동성당도 시류에 적응하느라 새 옷을 갈아입고, 이름도 낯선 빌딩들이 파죽지세로 점령해 들어온 와중에서도 박 씨는 지난 23년간 빌딩 숲속의 알박기 마냥 이곳에서 묵묵히 버티고 서 있다.낮에 조용하던 ‘무아’는 밤이 되면 깨어나 명동의 또 다른 명소가 된다. 무아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듯하다. 70~80년대를 풍미했던 전통적인 통기타 라이브카페 모습을 아직 갖추고 있다. 5평도 채 안 되는 벽과 천정에는 낡은 LP판, 그가 만난 지인들과 무아를 찾은 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 휘파람으로 노래하는 명동 지킴이 무아에서 박 대표는 제왕이다. 그가 눈길을 한번 준 뒤 굵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점찍었다 하면 무대로 불려 나오지 않을 ‘간 큰’ 고객은 없다. ‘18번’이 없다면 어릴 적 배웠던 동요라도 불러야 한다. 다행히 집에서 기타 반주에 노래 좀 한다는 축이라면 무명가수라도 칙사 대접을 받는다. 무아에서는 누구나 노래할 수 있다. 하지만 취객은 노래하지 못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무아는 술집이 아니라 노래하는 카페이기 때문이다.어수룩해 보이는 표정과 말투, 검은 선글라스. 고수는 티가 나지 않는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그는 재야의 고수다. 노래와 반주, 휘파람까지 다재다능하다. 허스키하면서도 예의 그 굵은 목소리에 손님들의 국적도, 연령도, 성별도 무장해제 된다. 휘파람이 특히 일품이다. 잔잔하게 뜯는 기타연주를 배경으로 그가 휘파람으로 부르는 ‘설악가’에 가슴이 ‘뒤집어졌다’는 산악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그가 눈을 감고 ‘무아지경’에 빠져 휘파람을 부르면 하루 종일 화장품과 고기를 팔다 지쳐 짐을 꾸리던 명동의 노점들도, 늘어선 가로수들도 귀를 기울인다. 하루 종일 고단한 시간을 보냈던 비즈니스맨들도, 종일 주판알을 튕기다 잠시 마음을 비우려 무아를 찾은 CEO도 세월을 잊는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흥에 겨운 손님 몇은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비즈니스에 지친 팀장님도, 보험 유치에 힘들었던 실장님도, 옆 건물 세무서 공무원도, 옆 건물 명동성당의 신부님도 그저 무아(無我)가 된다. 내가 없으니, 내가 그대가 된다. 그대는 옆에 앉아 공감하는 또 다른 그대로 확장된다. 그 휘파람 속에 시간도, 인생도 흘러간다.무아 박 대표를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으로 재능이 많았다고 했다. 학생 신분을 숨기고 대학교 때 통기타 카페에서 노래를 했다. 유전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성악을 전공한 그의 누나는 뉴욕음대 교수였다. 하지만 젊은 시절은 천방지축이었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방송사 다큐 PD가 됐다가 자유롭게 살고 싶어 5년 만에 그만뒀다. 광고 기획사를 차렸다가 망한 적도 있다. 건대에서 라이브 카페를 했다가 화재가 나 접기도 했다. 몇 차례 사업 실패로 주위 사람들의 신세도 많이 졌다. 밤에는 가수 겸 사장으로 일하면서 낮에는 광고와 이벤트 일을 해 빚을 갚아나갔다.이벤트 업은 재미가 있었다. 한 때는 무용가 이애주 씨의 매니저도 맡아 보람도 맛봤다. 노래 부르는 게 직업이니 부상을 피할 수 없을 터. 성대 수술도 받았다. 지금의 굵은 목소리는 그 영향이다. 박 대표는 지금도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노래하고 휘파람을 부른다. 산사음악회에 앰프와 방송장비를 들고 가 실비라도 시주 받으면 겸연쩍어하는 그런 사람이다. 아무래도 큰 돈 벌기는 어려운 팔자련가. ━ 돈 벌기보다 베풀고 나누는 삶 “돈 벌기로 마음먹었으면 제가 이거 안 차렸죠.” 명동 거리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다. 10여 년 전에 유혹이 있었다. “몇 억원을 줄 테니 팔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솔직히 후회도 된다. 대형 빌딩숲에 파묻힌 지금은 비싼 월세 때문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그래도 무아를 아껴주는 고객들과 지인들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했다. 영화인 이장호 씨, 문성근 씨, 가객 장사익 씨가 그를 아끼는 지인들이다.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었던 곳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무아 박현수 대표. 그는 명동 빌딩 숲 속의 ‘음악대장’이라고 할만하다.창업전문가인 정보철 ㈜이니야 대표에 따르면, 창업은 내 고집만 부려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공자가 말한 것 중에 4무(無)가 있다. 공자에게는 4가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무의(無意), 무필(無必), 무고(無固), 무아(無我)가 그것이다. 제멋대로 생각하지 않고, 기어이 자기주장을 관철시키지 않고, 고집부리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자의 4무는 창업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볼만한 창업의 마음가짐이다. 돈 벌기보다 베풀고 나누는 삶을 좋아했던 박현수 대표가 명동에서 23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일 것이다.무아 박현수 대표. 그는 오늘도 돈으로 살 수 없는 노래 한 곡을 들어줄 이를 찾는다. 명동 빌딩 숲 사이에 섬이 있다. 그곳에선 잠시나마 나를 잊는다. 무아가 된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

2017.06.28 11:58

4분 소요
우버의 ‘난폭운전’ 이제 그만

산업 일반

직원 처우, 임원들의 부도덕한 행위 등 법규 무시하며 계속 질주하면 실리콘밸리에서 외면당할 수도 바로 1년 전만 해도 우버(승차공유 서비스)는 IT 업계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능한 오즈의 마법사로 군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커튼이 걷히며 ‘양철 나무꾼(Tin Man)’에 주먹을 휘두르고 도로시에 노골적으로 추근대면서 미친 듯이 질주하는 성난 취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우버는 현재 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곧 망가진 핵원자로처럼 녹아내려 실리콘밸리 심장부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우버는 우리에게 온디맨드(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교통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신종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과정이 우버 없이 진행될 수도 있다.우버가 겪는 곤경의 핵심에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문제가 지난 2월 단적으로 드러났다. 엔지니어로 일했던 수전 파울러가 우버의 터무니없는 여직원 처우와 전반적인 기능마비를 비난하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모든 관리자가 서로 싸우거나 직속 상사 자리를 빼앗기 위해 어떻게든 깎아 내리려 애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그녀는 썼다.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이 파울러만은 아니었다. 며칠 뒤 IT 업계의 전설 미치 케이퍼와 직장문화 전문가 프리다 케이퍼 부부가 우버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우버의 초창기 투자자였던 케이퍼 부부는 파울러의 블로그 기고문에 대한 우버의 시큰둥한 반응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버의 ‘파멸적인 문화’에 환멸을 느꼈다. 그들은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실망과 좌절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내부적으로 조용히 회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이 막다른 골목을 만난 느낌”이라고 썼다.한 주 뒤 트래비스 칼라닉 CEO가 우버 택시를 이용하던 중 운전기사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비디오에 잡혔다. 기사는 우버가 택시요금을 계속 내려 수입이 줄었다고 용감하게 불평했다. “당신 때문에 파산하게 생겼다”는 기사의 말에 칼라닉 CEO가 폭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그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한 뒤 칼라닉 CEO는 또 다시 사람들 앞에 서서 공개 사과하는 너무나도 낯익은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그는 우버 사이트에 “나의 근본적인 환골탈태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올렸다. 하나 마나 한 소리다.우버의 부정적인 측면이 계속 까발려진다. 우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 후 공항으로 몰려든 시위대와 어긋난 행보를 보인 뒤 ‘우버 삭제(#DeleteUber) 운동으로 궁지에 몰렸다(일부 추산에 따르면 ‘우버 삭제’ 해시태그 확산 후 며칠 사이 20만 명이 앱을 삭제했다). 그 6개월쯤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Public Investment Fund)로부터 3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이 같은 움직임은 우버가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동성애자 남성을 감금하는 정부와 생각이 통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우버의 한 투자자는 경제전문지 포춘에 그 거래를 두고 “칼라닉 CEO가 어떤 인물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그는 외부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현재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우버를 기술 도둑으로 몰아간다. 우버는 지난해 오토라는 회사를 6억8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가격에 인수했다. 오토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현재 웨이모로 불리는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차 자회사 출신들이 상당수 오토에서 일한다. 알파벳은 이들 중 일부가 웨이모의 기술 데이터를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우버를 상대로 사용금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우버는 자율주행차 서비스의 도입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종종 공언해 왔다. 물론 그런 성가신 인간 운전 기사들과 수입을 나누지 않기 위해서다. 알파벳이 승소할 경우 우버는 상당 부분 처음부터 다시 기술을 개발하거나 거금을 주고 다른 데서 기술을 사들여야 한다.우버가 자율주행차의 불확실한 미래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때까지는 16만 명의 소속 기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칼라닉 CEO의 비디오가 보여주듯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운전 기사들은 우버 앱의 요금 정산에 팁이 포함되기를 원하지만 우버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우버는 미국 기사들이 직원 복리후생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도 맞서 싸워 왔다. 운전 기사들이 올릴 수 있는 소득에 관한 과장 광고를 둘러싼 소송에선 2000만 달러에 합의를 봤다. 경쟁사 리프트는 우버의 기사 처우를 풍자하는 광고를 내보내 왔다. 우버 기사를 끌어들이는 한편 양심적인 이용자들을 겨냥해 기사 처우가 좋은 회사를 더 많이 이용해야 한다고 유혹하려는 노림수다.전략적으로 칼라닉 CEO가 이끄는 경영진은 계속 과욕을 부리는 실수를 하는 듯하다. 우버이츠(UberEats, 음식배달서비스)에서 팔라펠(중동지방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있는가? 우버에서 누가 심리스(Seamless, 음식배달 서비스)와 경쟁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가? 칼라닉 CEO는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해 오토를 인수했을 뿐 아니라 지난 2월에는 비행 자동차 개발을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과학자를 영입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항상 중국에 진다는 말을 즐겨 한다. 우버는 아무런 준비 없이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그의 말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지난해 여름 우버는 중국판 우버 디디 추싱(이하 디디)과 딜을 했다. 디디 지분 17.5%를 넘겨받고 10억 달러를 투자 받는 대가로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버를 꺾으려는 디디의 포석일까? 미국인들이 더는 어느 지역으로 ‘우버’한다고 하지 않고 ‘디디’한다고 말하는 날이 오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버의 재무실태도 문제다. 우버는 비공개 기업이지만 일부 실적이 유출됐다. 우버가 지난해 3분기 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지난해 적자가 30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측도 있다. 우버 같은 회사를 경영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이용 고객을 늘리려면 기사를 더 많이 고용하고 보수를 더 많이 줘야 한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효과가 통하지 않는다. 아직도 리프트, 기존 택시, 그리고 GM 자회사 메이븐 같은 후발업체들의 도전을 받기 때문에 가격결정력이 거의 없다. 우버는 운영과 확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번번이 민간투자를 유치하며 회사 평가액을 700억 달러 선까지 끌어올렸다. GM을 뛰어넘는 평가액이다. 그것이 정말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이처럼 높은 평가액이 망령처럼 우버를 따라다니며 괴롭힐지 모른다. 우버는 창업 8년째로 전례상 기업공개(IPO)의 최적기를 맞았지만 칼라닉 CEO는 IPO에 부정적인 태도로 유명하다. 그런 태도로 공개시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려 하지만 실제 문제는 우버의 재무실적이라는 수군거림이 들린다. 현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큼 높은 평가액에 IPO를 실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소문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버는 수렁에 빠진 셈이다. 초등학교 6학년 수준 이상의 수학이 가능한 사람에게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우버가 멈춰설 경우 열성 고객 기반이 구해주지는 않을 듯하다. 우버에는 고객을 잡아두는 장치가 없다. 충성고객 우대 프로그램도, 사회관계적 구성요소도 없다. 우버는 이용자와 기사 간의 유대 형성을 막는다. 다른 경쟁 서비스 대신 우버를 이용하는 데서 자긍심을 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계속 실어다 주는 동안까지만 우버를 이용할 것이다. 더 나은 서비스나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면 갈아 타게 된다.우버의 몰락에 수반되는 후폭풍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벤처캐피털 업체로부터 케이퍼 같은 개인과 마이크로소프트·시티그룹 같은 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투자에 참여했다. 우버는 주로 실리콘밸리 안팎에 고용인원이 1만1000명에 달한다(운전 기사 제외). 그리고 요즘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새 사무공간을 마련하는 중이다. 우버의 몰락이 실리콘밸리의 자부심에 남기는 상처는 미국 민주당이 최근 느끼는 고통에 버금갈지도 모른다.우버는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업적을 올렸다. 온디맨드 교통의 신시장을 창조하고 규정 짓고 지금껏 지배해 왔다. 그 과정에서 도시 교통의 미래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과 오늘날 우리의 일하는 방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회사다. 칼라닉 CEO와 경영진의 그런 업적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그러나 우버는 결함 있는 회사로 드러났다. 그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만한 기업의 비극을 찾으려면 1980년대 드렉셀 버넘 램버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칼라닉은 초등학생이었다(믿거나 말거나 그의 나이 40세다). 램버트는 투자의 전설 마이크 밀켄 아래서 금융의 한 항목으로서 정크본드(고위험 고수익 채권)를 규정 짓고 정의했다.그것은 월스트리트와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램버트는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실적을 강요하는 비뚤어진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에 따라 직원들이 아찔한 위험을 감수하며 결국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월스트리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파산 기업으로 굴러떨어졌다. 밀켄은 증권사기죄로 잡혀 들어갔다. 램버트가 창조한 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오늘날 정크본드는 램버트 없이 1조 달러 시장을 형성한다.케이퍼 부부는 우버의 문화를 뜯어고쳐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라고 칼라닉 CEO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우버가 약속을 지켜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버의 결함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종종 칼라닉 CEO의 회사가 2010년대판 램버트 같다는 느낌이 갈수록 강해진다.-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2017.04.10 11:49

6분 소요
집안일 돕는 무인기도 눈앞에

산업 일반

구글은 2017년부터 무인기(UAV)를 이용한 항공 택배를 시작한다. 무인기 제조 겸 항공사진 업체 DJI는 5년 뒤 집안일에 무인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DJI의 랜디 브라운 글로벌 제품체험 팀장은 “우리는 3년 만에 원격조종 기술업체에서 스마트 테크 기술 업체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무인기에 비행안정 소프트웨어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했다. 이 같은 기술발전으로 소비자가 박스를 뜯자마자 무인기를 바로 띄울 수 있게 됐다.”아마존과 구글 같은 기업들은 소포 배달 기술을 연구 중이다. 무인기 기술을 이용해 항공 지도를 작성하는 기업도 많다. 농업·광업·군사 등 많은 산업 분야에도 무인기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브라운 팀장은 무인기가 머지 않아 여가활동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레크리에이션용으로는 무인기 비행 조종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약간의 기술만 익히면 되고, 하늘 높은 곳에서 자신의 집과 도시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브라운 팀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부모가 무인기를 띄워 공원에서 노는 자녀의 안전을 확인하거나 집 안의 잃어버린 리모컨을 찾아낼 수 있는 실용적 측면을 그린다.그는 “물체확인과 음성명령 기능이 5년 정도 걸릴 수 있지만 기술변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집 주변의 허드렛일에 응용하는 데는 5년 남짓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인지와 회피(sense and avoid)’ 기술 중심으로 많은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무인기 비행에 위험이 전혀 따르지 않는 건 아니다. 무인기의 폭넓은 사용은 항공 관련법 위반 우려를 자아낸다고 관계 당국은 지적한다. 기술이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갈 경우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도 있다. “무인기 업계가 힘을 모아 무인기의 이점을 홍보하고, 안전한 비행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이용자가 안전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브라운 팀장이 말했다.안전 기능은 이미 내장돼 있다. 예컨대 DJI의 무인기는 공항의 일정한 반경 이내로는 비행하지 않는다. 미국의 백악관 같은 민감한 정부 건물과 운동 경기장은 DJI의 내장 펌웨어에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됐다고 한다.브라운 팀장은 “DJI는 정부가 개입해 규칙을 마련하기 전에 안전비행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상당히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특정 지역에선 날리면 안되겠다 싶으면 대체로 들어맞는다.”올 성탄절에는 신형 개인용 무인기 판매대수가 최대 100만 대에 달할 수 있다고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전망했다. 그들은 비행 안전 지식이 없는 민간인이 안전 사고를 일으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릭 스웨이즈 FAA 정책·국제문제·환경 담당 부국장은 성탄절 전에 소비자 교육 캠페인을 실시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잠재적인 위험성에 관해 교육한다. 비행 지식 없이 무인기를 띄우는 사람이 많다.”미국의 월마트에선 현재 2만3000~32만원 가격대의 무인기 19종이 판매되고 있다. FAA는 성탄절을 앞두고 월마트 직원회의에 전문가들을 파견했다. 안전한 무인기 작동법 등 고객의 숙지사항을 판매원에게 교육한다.올해 전 세계에서 개인용 무인기와 관련해 민간인 사고가 증가했다. 다행히 아직은 무인기 사고로 인해 중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영국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무인기가 공개 야외 행사 중 건물에 충돌해 구경꾼들에게 경상을 입히거나, 경찰 조사를 방해하고 헬리콥터의 산불 진화를 방해할 뿐 아니라 여객기와 충돌할 뻔한 일도 있었다.범죄자들도 마약과 금지물품을 교도소로 밀반입하는 수단으로뿐 아니라 빈집털이 대상을 원격으로 물색하려고 무인기를 이용한다. 워싱턴 DC에선 무인기 비행이 완전 금지된 상태다. 한 취객이 백악관 잔디밭에 무인기를 추락시킨 뒤의 일이다.하와이안 항공의 마크 던컬리 CEO는 “항공기 운항 측면에서 소형 무인기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비극적인 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무인기가 항공기 탑승객에게 위험을 제기하는 구역은 공항 안팎뿐이 아니다. 공항에서 8㎞ 떨어진 곳에도 무인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 많다.”현재로선 무인기 비행이 허용되는 곳과 허용되지 않는 곳에 관한 정보가 일반 대중에 충분히 공지되지 않은 나라가 많다. ━ 무인기 규제 권고안 완성 지난 2월 FAA가 발표한 공식 무인기 규정에 따르면 낮에는 최대 24㎏ 이하 무인기의 비행이 가능하다. 단 무인기 조종자의 시선을 벗어나선 안 된다. 고도는 150m, 비행 속도는 시속 160㎞를 넘어서는 안 된다.무인기가 다른 물체와 충돌하지 않도록 비행 고도를 낮추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영공 등급이 달라 이해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지상에서 3000m까지를 가리키는 B급 영공은 비행 금지구역이다. 민간 항공기 비행 경로와 직접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우주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다.영국의 민간항공국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일반인 대상의 지침을 발표했다. 시내나 읍내에선 무인기 비행이 금지되고, 사람·차량·건물 또는 구조물로부터 최소 50m 떨어진 널따랗고 탁 트인 녹지 공간에서 날려야 한다는 내용이다.미국의 앤서니 폭스 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무인기 등록을 촉구했다. 여객기와 기타 항공기 근처를 비행하는 무인기의 증가를 억제하려는 취지다. FAA에는 조종사가 무인기를 목격하거나 기타 무인기 관련 안전 사고 신고가 월 100여 건 이상 접수된다.미국 교통부와 FAA는 무인기 제조사, 유통업체, 항공업계, 사법부를 대표하는 26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2일 규제 권고안을 FAA에 제출해 오바마 정부가 채택하는 절차만 남아 있다. FAA는 연말 전에 관련법의 발효를 희망한다.그에 따라 미국의 무인기는 거의 모두(초소형 제외) 연말 이전에 미국 정부에 등록해야 할 전망이다. 등록은 늘어나는 무인기 불법 비행을 쉽게 추적하려는 목적이다. 등록절차는 무료이며 온라인으로 쉽게 마칠 수 있다.무인기 소유자는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250g 이상 나가는 모든 무인기를 등록한 뒤 등록번호를 무인기에 부착해야 한다. 세계 최대 무인기 제조사 DJI 테크놀로지 모델인 팬텀 3의 4분의 1도 안 되는 무게다.중량 한도는 무인기가 공중에서 떨어져 사람을 치거나 유인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에 근거했다. 마이클 웨르타 FAA 국장은 교통부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등록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무인기 조종사들이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국가공역체계(National Airspace System)에서의 안전비행에 관한 지식을 갖추게 될 것이다.’무인기 규제는 올바른 조치라고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FAA가 등록 프로그램을 원활히 운영할 만한 역량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FAA는 현재의 인력으로도 여객기와 유인 항공기 모니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시에 있는 본 칼리지의 무인기 관련법 교수이자 항공 전문 변호사인 로레타 알칼레이가 말했다. “미국 정부는 IT 문제를 빨리 처리한 적이 없다.”- ZAIRAH KHURSHID, MARY-ANN RUSSON, SEUNG LEE 기자 / 번역 차진우 ━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인기는 어떨까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좋을지 슬슬 고민되기 시작한다. 미국에선 취미용 무인기의 인기가 날아오른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무인기 판매대수가 1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혹시 당신도 자녀에게 줄 선물로 무인기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가?무인기의 선택은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다. 고려해볼 만한 무인기 5종을 알기 쉽게 난이도 별로 분류해 선정했다. 할머니를 포함해 누구라도 리모콘을 잡고 하늘로 띄울 수 있을 것이다.어린 자녀용 헙산 X4 쿼드콥터유치원생도 띄울 수 있을 만큼 쉽고 가장 단순한 무인기 모델. 물론 어느 정도 부모의 지도는 필요하다.헙산 X4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는 훌륭한 초보자 모델이다. 공중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능력과 송신기에 대한 반응성이 뛰어나 비행 조작이 어렵지 않다. 최대 장정은 가격일 성싶다. 아마존닷컴에서 불과 3만9000원에 판매되는 이 쿼드콥터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대단히 좋다.속도광용 스톰 레이싱 드론 타임 A-V2헙산 X4 쿼드콥터는 비행 조종 방식이 안정적이고 직관적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모델을 원하는 건 아니다. 속도를 즐기며 스타워즈에서처럼 숲 속을 비행하는 모델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겐 스톰 레이싱 드론 타임 A-V2가 제격이다.대다수 마니아들은 부품을 조달해 무인기를 직접 조립한다. 하지만 우수한 기성 제품들도 나와 있다. 스톰 레이싱 모델은 프로펠러에 달린 모터에서 모터까지의 거리가 25㎝에 불과하며 고속비행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200㎽ 비디오 시스템이 앞에 장착됐다. 아무리 비좁은 공간이라도 지그재그 비행을 할 수 있다. 가격은 360달러.실내비행용 DJI 팬텀 에어리언 UAV 드론 쿼드콥터이 무인기의 최대 장점은 높은 고도에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파노라마 영상이다. 현재 시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세계 최대 무인기 메이커 DJI에서 나온 팬텀 에어리얼 UAV 드론 쿼드콥터는 액션캠 고프로 설치대가 장착됐다(고프로 카메라 미포함). 아마존에서 판매가는 490달러. DJI 무인기로선 사실상 저가품이다.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았을 경우 공역(public airspace)이나 사설 스키 리조트에 띄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최상의 무인기 체험용 DJI 팬텀 3 프로페셔널 쿼드콥터아무리 비싸더라도 시중에 나와 있는 최고급 모델을 원하는 사람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에겐 4K UHD 비디오 카메라가 장착된 DJI 팬텀 3를 선물하면 만족할 것이다.화면의 선명도가 고프로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팬텀 3는 녹음은 물론 유튜브로 스트리밍 생중계도 가능하다. 바람이나 날씨와는 관계없이 놀라운 안정성을 유지한다.DJI 팬텀은 수시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해 달이 바뀔수록 좋아진다. 물론 이 같은 성능을 가진 무인기라면 큰 돈이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아마존에서 122만원에 판매된다.— SEUNG LEE

2015.12.07 15:14

6분 소요
[2015 한국인의 삶을 바꾼 히트상품 | 카카오택시] 택시업 지형 흔든 ‘모바일 공룡’

산업 일반

택시는 늘 불만의 대상이다. 늦은 밤 택시를 잡으려면 차도까지 나가 무작정 손을 흔들어야 한다. 간신히 택시를 세워 빠끔히 열린 창문에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일쑤다. 전화로 택시를 부를 수는 있지만 업체마다 배차의 차이가 많다. 어떤 택시기사가 어디서부터 언제쯤 와줄지도 알 수 없다. 힘든 건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어떤 승객을 태울지 알 수 없어 소모적인 배회를 해야만 한다. 어쩌다 태운 승객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갈 때는 말도 못하고 속앓이 하는 일이 잦다. 콜 등록을 하면 수수료를 내야 해 부담이다. 취객을 태우면 “OO동 가주세요”라는 말만 던지고 잠이 든 채 깨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 승객·기사 호응 업고 택시앱 전성시대 이런 택시 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카카오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택시’다. 카카오택시는 택시 이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승객은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때 구구절절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택시기사가 이미 목적지를 알고 콜을 받았으니 ‘가네, 안 가네’ 하던 실랑이도 사라졌다. 택시 잡는 절차도 간단하다. 카카오택시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언제 올지 모를 택시를 길가에서 무작정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전화 콜택시 시절처럼 허탕 칠 일이 적고 수수료도 없어 기사들도 반기는 분위기다.지난 3월 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콜택시 중심의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을 단숨에 점령해가고 있다. 카카오 택시의 12월 1일 기준 누적 호출 건수는 4600만건이다. 출시 4개월 만에 1000만건, 6개월 만에 2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루 호출 건수도 60만건으로 늘었다. 규모는 이미 전화 콜택시 시장을 넘어섰다. 현재 전화로 부르는 콜택시는 약 6만3000대다. 이에 비해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택시 기사는 18만명으로, 전체의 64%에 달한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주변에 있는 택시 10대 중 6대 이상이 사용자의 호출을 확인한다는 얘기다.카카오택시의 성공 기반은 카카오가 보유한 모바일 플랫폼의 지배력과 막대한 회원수다. 여기에 각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불편을 최소화한 서비스가 승객과 기사 양쪽으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 앱으로 승객과 기사를 간편하게 연결해 주고 카카오톡을 통한 안심메시지,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목적지 안내 등 촘촘한 서비스 설계가 카카오택시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 받는다. 또 기사와 승객에게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 정책도 카카오택시가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카카오택시의 성공은 택시앱 전성시대를 열었다. 최근엔 T맵택시·티머니택시·이지택시·리모택시에 각 지역마다 별도의 앱을 만드는 등 경쟁적으로 택시앱이 등장하는 모습이다. 빠른 속도로 카카오택시를 추격하는 T맵택시는 기존 콜택시 업체들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앱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택시기사들도 기존의 방식으로 T맵택시와 업무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통신사들 역시 자사 서비스 이용자 대상 특별 프로모션을 벌이거나 택시앱을 선 탑재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금요일 밤처럼 택시를 잡기 힘든 시간에는 택시앱 역시 연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기사들이 장거리 고객을 잡기위해 가까운 거리에서 요청이 오면 응답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아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갑자기 수수료 정책을 쓰기에는 택시기사나 승객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5월 택시기사들에게 임의로 콜비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카카오택시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다. 전국에는 모두 585개의 택시 콜센터가 있다. 택시 기사들은 콜 업체에 매달 통신비 5500원을 내고, 콜 한 건 당 35~50% 정도를 수수료로 낸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이용료와 수수료가 없다. 기사와 승객에게는 유리하지만 콜 업체 입장에서는 밥그릇을 뺏기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카카오택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소 콜택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당시 수십억원대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의 콜택시 사업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정배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13년 6월부터 2016년 8월까지 3단계에 걸쳐 전국 택시 통합콜센터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예산 80억원 중 현재 60억원이 집행됐다. 하지만 ‘전국 택시콜 서비스 1333’과 관련 앱 이용자 수는 13개월 간 31만건에 그친 상황이다. 카카오택시의 하루 이용 건에도 못 미친다. ━ 프리미엄 버전 ‘카카오택시블랙’ 출시 카카오는 최근 대안으로 카카오택시의 프리미엄 버전인 ‘카카오택시블랙’을 내놨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외제 차량과 특별 교육을 받은 전문 운전사를 앞세운 고급 리무진 서비스다. 요금 미터기나 결제기기, 차량 외부 택시 표시 설비 없이 호출과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결제는 카카오 페이로만 가능하다. 기본료는 약 8000원. 요금은 일반 택시의 2.5배, 모범 택시 요금의 1.5배 수준이다. 운전기사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 월급제를 도입했다.카카오 측은 카카오택시블랙이 모범택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용 출퇴근 서비스 외에 비즈니스 의전, 호텔과 공항의 픽업 서비스, 노인과 환자 등 교통 약자의 택시 이용, 학원과 어린이집 픽업 서비스, 각종 이벤트 등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로 논란을 피하고 수익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고급 택시 관련 개정안이 모든 지자체에 적용되는 내년부터 운행 지역, 차종, 대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ham.seugnmin@joins.com

2015.12.06 18:41

4분 소요
밥 딜런이 노래를 못한다고?

산업 일반

가창력이 좋다고 반드시 훌륭한 가수가 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수들을 연구한 결과 그런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기술은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몰락의 길로 이끈다. 신비의 베일이 벗겨져 무턱대고 익힌 기술의 뼈대만 남지 않도록 막강한 내공을 감추기 위해선 때론 겸손해야 한다.예를 들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오랫동안 목청과 입술, 폐의 재주넘기 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노래의 첫 여덟 마디가 지나면 떨리는 고음과 과시용 기교에 내 귀가 지친다.그렇다면 밥 딜런의 경우를 보자.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1960년대부터 저항음악과 반전운동의 비공식 대표격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딜런은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1명으로 꼽히지만 그의 가창력은 수십 년 동안 조롱의 대상이었다. 거의 모든 술집 가수는 냉소적인 딜런 모창으로 손님들을 웃긴다. 그들은 딜런의 대표적인 곡 ‘Idiot Wind’나 ‘Hurricane’의 일부를 훌쩍거리는 코맹맹이 소리나 코요테 울음처럼 과장해 흉내 낸다. 그러면 모두 껄껄 웃으며 ‘밥 딜런은 제프 삼촌보다 노래를 더 못 불러”라고 말한다.지난 5월 20일 은퇴한 CBS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먼의 ‘레이트 쇼’ 고별 프로그램을 보며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겸 영화감독 빌 머레이가 세련된 우스갯소리를 늘어 놓았고, 딜런은 무표정한 얼굴로 클래식곡 ‘The Night We Call It a Day’를 불렀다. 고별에 맞는 노래였지만 지나친 감정이입 없이 조용히 레터먼의 은퇴를 애석해하는 분위기였다.최근 딜런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을 재해석한 앨범 ‘Shadow in the Night’을 발표했다. 사실 딜런이 시나트라처럼 정확한 음조와 부드러운 발성, 일관된 음색을 요구하는 노래를 부르려면 상당한 용기나 대담함이 필요할지 모른다. 시나트라의 경우는 그런 자질이 과도했지만 딜런은 그런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포크 싱어는 그같은 세련된 기교를 정통성의 이름으로 피한다.무시했느냐 아니면 능력이 모자라 할 수 없었느냐가 딜런의 보컬에서 흔히 제기되는 의문이다. 내가 억지를 부리는지 모르겠지만 시나크라가 그랬듯이 딜런도 전성기 때는 자신이 선택한 장르에서 아주 유능한 가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과거의 인기 가수를 기막히게 흉내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딜런은 미국의 포크음악 운동을 선도한 우디 거스리를 모방했고, 시나트라는 솜사탕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 빙 크로스비와 감정적인 스토텔링의 대가 빌리 홀리데이를 혼합한 형태를 모델로 삼았다.딜런의 첫 앨범에 나오는 ‘Talkin’ New York’를 들으면 그의 놀라운 귀와 정확한 표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앨라배마주 오지의 방언도 그대로 구사했다. 딜런은 시골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흉내를 잘 내는 재주를 가진 세련된 스타일리스트였다. 시인 T S 엘리엇이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고 말했듯이 딜런은 1962년 당시 포크 음악계의 약삭빠른 ‘음악 절도범’이었다. 그는 우디 거스리를 완벽하게 모방하다 못해 그의 음악과 스타일을 훔쳤다.거기서 멈췄더라면 딜런은 흉내 내기에 능한 다른 이류 가수들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가수들은 특히 루이 암스트롱처럼 연주하고 노래하려고 애썼다.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는 암스트롱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그가 연주하지 않은 음악은 무엇이든 연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그를 모방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를 모방하는 가수가 아직도 많다.딜런이 1965년 발표한 ‘Subterranean Homesick Blues’는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접근법을 시도한 노래였다. 드디어 밥 딜런의 성숙한 진면목이 드러났다. 신랄하고 포스트모던한 스타일이었다. 그 노래에선 리듬을 따라가기보다 그냥 느껴야 한다. 정통파는 박자에 맞춰 노래하지만 스윙어는 박자를 피하거나 무시한다.그 노래에서도 딜런의 음정에 관한 재능이 드러난다. 그의 음정을 오랫동안 비난한 사람이 많았지만 뛰어난 재즈 관악기나 호른 연주자처럼 딜런의 음은 정확했다. 표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어체의 미소음정에 가깝게 발성했다. 그런 면에서 딜런은 랩 혁명을 예시했다. 멜로디보다 구어체의 말씨와 발성을 중시했다는 뜻이다.공정하게 평가하자면 밥 딜런은 어떤 규칙을 따르고 어떤 규칙을 무시할지 약삭빠르고 적절하게 선택한 의식 있는 음악가다. 클래식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나 미술가 피카소, 또는 시나트라 같은 혁명가가 그랬다. 딜런도 가창력이 없어서 실제 음정에서 약간 벗어난 게 아니라 완벽한 음정은 그의 미적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됐던 것이다. 1962년 당시 그의 동시대 가수 패트 분은 겉으로는 딜런보다 노래를 더 잘했다. 그러나 분의 ‘Speedy Gonzales’와 딜런의 ‘Song to Woody’를 비교해 보라. 어느 쪽이 나은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딜런은 1965년 시사주간지 타임 기자에게 주제 넘게도 “난 엔리코 카루소(이탈리아의 전설적 테너)에 못지 않는 가수”라고 말했다. 물론 당시 그의 영국 투어 다큐멘터리 ‘뒤돌아 보지 마라(Don’t Look Back)‘를 찍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젊은 혈기에 일부러 까칠하게 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헛소리가 아니었다. “잘 들어 보라”고 딜런은 덧붙였다. “나도 모든 음을 정확히 다 낸다. 마음만 먹으면 숨을 그보다 3배나 오래 참을 수 있다.”기술적인 정확성을 따지려면 딜런보다 마이클 부블레가 나을 것이다. 캐나다 출신인 부블레는 시나트라 모창의 1인자이지만 그처럼 낭만적인 가수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그는 시나트라처럼 입 거친 취객을 때려 눕히지도 않았고 멕시코 요리 엔칠라다가 당긴다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날아가지도 않았다. 이번에 앨범으로 나온 딜런의 시나트라 노래가 부블레처럼 ‘좋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차이점이 중요하다. 딜런은 시나트라의 유산을 기리는데 필요한 염세적인 감정과 부드러움을 갖췄다. 시나트라와 딜런은 각자 자신의 고유한 방식대로 노래했다. 명성에 걸맞은 음악가만 보여줄 수 있는 자질이다.DAVID WEISS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2015.07.20 11:31

4분 소요
천신이 노해야 비를 내린다

산업 일반

민간 항공사의 조종사 벤야 헨더슨은 매년 5월이면 비행 도중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구간이 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을 드나들 때 메콩강 위를 날아다니는 로켓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라오스는 뼈아픈 공습의 역사를 갖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인 1964~7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벌인 ‘비밀전쟁’으로 200만t 이상의 폭탄이 라오스에 투하됐다. 하지만 앞서 말한 로켓들은 전쟁의 산물이 아니라 농업 의식의 일부다.헨더슨은 라오스의 건기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에는 분방파이(라오스 전통 기우제) 행사 때문에 항공기의 항로가 바뀐다고 말했다. 로켓 축제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 기간에는 라오스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로켓을 쏘아 올리기 때문이다. 이 로켓은 PVC 재질의 관 속에 숯과 박쥐 배설물, 유황, 화약(110㎏ 이상이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을 채워서 만든다. 로켓을 하늘에 쏘는 이유는 천신 파야 타엔의 화를 돋워 폭풍우를 일으키고, 그가 부처의 화신인 두꺼비 왕과 맺은 협정(땅에 비를 내리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로켓 축제는 라오스의 농업과 기후 간의 불안한 관계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강변의 논부터 석회암 지대의 농지까지 라오스의 생계형 농부(시골 인구의 약 80%를 차지한다)들은 제때 내리는 적당량의 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로 건기가 길어지고 우기가 짧아지면서 집중 호우가 내려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일이 잦아졌다. 라오스에서는 매년 약 6만㏊의 논이 홍수로 파괴되며 갈수록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물관리연구소(IWMI)가 1953~2004년 메콩강 유역의 강우 패턴을 분석한 결과 건기는 갈수록 길어지고 우기가 짧아지면서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이 같은 기후 양극화 현상은 단순히 파괴적일 뿐 아니라 치명적이다. 유엔에 따르면 2011년 동남아의 홍수로 라오스에서는 가옥 14만여 채가 파손되고 4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적어도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3년에는 홍수로 20명이 사망했다.최근 어느 일요일 비엔티안에서 16㎞ 정도 떨어진 포그넌 마을에서는 어깨에 소총을 멘 경비요원들이 화환으로 장식된 트럭들을 호위했다. 몇몇 트럭에는 길이 9m의 대나무 상자 속에 담긴 로켓들이 실려 있었다. 한 트럭에는 멀람(라오스의 컨트리 음악)이 쾅쾅 울리는 스피커 더미 위에 한 승려가 앉아 있었다. 또 다른 트럭 뒤를 여장한 농부들이 따라가며 목각 남근상을 하늘에 대고 찌르는 시늉을 했다.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한 주상가옥의 처마 밑에서 칸자나 운마니가 친구들에게 쌀로 만든 증류주를 따라주고 있었다. “땅이 아주 메마른데다 강에서 끌어들이는 물은 충분치 않아 기우제를 지낸다”고 그가 말했다. 칸자나는 비엔티안에서 건축회사에 다니는데 분방파이 기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집에 왔다. 그가 모내기 시작을 축하하며 건배할 때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들렸다. 사람들이 황급히 차양 밑으로 뛰어갔다. 2개의 알루미늄 지붕 사이에 로켓이 떨어지면서 그들이 먹던 메뚜기 튀김 접시와 오리 피 수프 그릇에 불에 탄 플라스틱 조각들이 흩어졌다.비엔티안의 교외 지역이 갈수록 팽창하고 포그넌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로켓 축제는 규모가 작아졌다. “전에는 이곳에 집이 별로 없었고 도로도 없었다. 온통 논뿐이었다”고 칸자나가 말했다. 칸자나와 그의 남자형제 키엥케이(라오스 국립대학의 강사다) 같은 라오스인은 개발과 경제발전 덕분에 부모 세대가 꿈꾸지 못한 기회를 얻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경제발전으로 1992년 46%이던 라오스의 빈곤율이 2013년 약 23%로 떨어졌다. ━ 라오스의 토지 중 숲의 비율은 41.5%에 불과 하지만 마을 주민 대다수가 여전히 로켓에 노한 천신이 비를 내려주기만을 기다린다. 산지가 많은 라오스 곳곳에 시시각각으로 찾아오는 여러 강도의 홍수와 가뭄은 생계형 농부들(대다수가 2㏊ 미만의 농지를 소유한다)에게 위협적이다. “비가 정상적으로 내리지 않으면 쌀 수확량이 형편없이 떨어진다”고 키엥케이가 말했다.시골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건 기후변화뿐이 아니다. 지난 9년 동안 라오스의 국내총생산(GDP) 급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대규모 투자가 이들을 더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2000~2009년 라오스의 농업, 광업, 수력발전 등 산업 개발을 위한 토지 계약은 50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개발이 라오스의 삼림을 깎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라오스 정부에 따르면 현재 라오스의 토지 중 숲의 비율은 41.5%에 불과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삼림 파괴는 토양의 침식을 부추기고 메마르게 만든다.규제가 허술한 외국의 투자는 삼림뿐 아니라 사람들까지 땅에서 몰아냈다. 토지임대제로 시골 사람들은 적절한 상담이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게다가 정부는 토지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위협하고 제멋대로 감금했다.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지역사회 개발 전문가로 국제적 칭송을 받던 솜바스 솜폰의 납치 사건이다. 2012년 12월 비엔티안에서 경찰이 솜바스를 붙잡아 픽업 트럭에 태운 뒤 어디론가 데려가는 장면이 CCTV에 녹화됐다. 그 후로는 솜바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같은 달 스위스의 농업개발기구 헬베타스의 라오스 지국장 안네-조피 긴드로스는 라오스 정부를 비난하는 편지를 쓴 뒤 국외로 추방됐다.하지만 정치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라오스 농부 돕기에 나선다. 일례로 구호기구들은 물관리 체제 개선에 힘쓰는 한편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 쌀 품종을 보급한다. 또 국제 쌀연구소(IRRI)의 ‘위라이즈(WeRise)’ 시스템과 같은 신기술이 일부 농부들에게 희망을 준다. ‘위라이즈’는 실시간 기상정보와 작물 모델, 영양관리 도구를 결합해 농부들이 가장 적합한 작물을 적기에 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정부는 쌀 생산을 증진하고 농부들의 토지소유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또한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 품종을 보급하고 수출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품질을 향상시킬 생각이다.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벼논양어(rice-fish farming) 방식을 확장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침수된 논에서 쌀과 함께 물고기와 다른 수생동물을 기르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 등 몇몇 나라에서는 벼논양어의 상업화를 통해 농부들이 쌀 수확량을 늘리는 동시에 수생동물의 단백질을 섭취하거나 팔아서 수입을 올린다.하지만 라오스 고지대의 생계형 농부들의 앞날은 여전히 어둡다. 이들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저지대 논 이외의 4만㏊를 경작한다. 라오스의 오지에서 생물의 다양성의 가치에 관한 워크숍을 주관하는 마이클 트로켄브로트는 농부들에게 농사 실패의 이유를 논의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불운을, 어떤 사람은 악령을 탓한다. 하지만 주저 없이 삼림파괴가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로켓 축제가 열리는 포그넌 마을로 다시 돌아가 보자. 빈 맥주병이 나뒹구는 들판에서 컨트리 밴드가 구경꾼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한다. 마지막 로켓이 발사된 뒤 취객들이 희미해져 가는 로켓 구름 아래서 술을 마신다. 지평선에서는 두터운 적운이 오후의 태양을 가린다.무대 근처에서 춤추던 퐁사반 포마봉사는 땀에 흠뻑 젖은 채 볼에 흰색 화장품을 발랐다. “로켓은 효험이 있을 것이다.” 그가 음악 소리에 눌릴세라 소리쳐 말했다. “15일 안에 비가 안 오면 내 머리를 잘라도 좋다.”- 번역 정경희

2015.07.06 15:32

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