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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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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강남 일대 B마트 로봇배달 서비스 시작

유통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서울 강남 일대에서 무인 자율주행 로봇배달을 시작한다. 수년간 자체기술로 대학교·아파트 단지·쇼핑몰 등 제한된 공간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배민은 사람과 차량이 자유롭게 오가는 이면도로를 누비는 고도화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25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은 오늘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 내 일부 지역에서 배민B마트 로봇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우아한형제들은 2017년 ‘우리는 편리한 일상을 배달합니다’라는 비전을 갖고 배달로봇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2019년 건국대학교에서 국내 최초로 실외 배달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2020년에는 광교 앨리웨이 주상복합 단지에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로봇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2023년에는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삼성동 코엑스에서 배달로봇으로 음식배달을 진행하면서 자율주행 로봇배달을 위한 기술과 데이터를 쌓았다.배민이 자체기술로 선보이는 로봇배달 서비스는 강남 지역 내 B마트 도심형 유통센터(PPC)를 중심으로 장보기,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PPC 기준 최대 1.5km 반경 내 300여개의 건물 입구까지 30분 내외로 배달 가능하다. 배민은 5월 이후 1000여곳 이상으로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로봇배달 서비스는 평일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강남 논현·역삼 로봇배달 권역에서 배민앱 B마트를 통해 주문할 상품을 담은 뒤 배달 방법에서 로봇배달만 선택하면 된다. 물품 수령 방법도 간단하다. B마트 PPC에서 상품을 적재한 로봇이 도착 100m 전 거리를 지나면 주문자에게 ‘곧 도착 알림’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다. 주문자는 로봇이 배달지에 도착했을 때 상품수령 페이지를 통해 로봇의 적재함을 열고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배민의 로봇배달 서비스는 운영인력의 현장 동행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배민은 강남 테헤란로와 송파 방이동 지역에서 수년간 쌓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했다. 배민의 배달로봇 ‘딜리’는 최대 20kg까지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운행 속도는 사람들이 빠르게 걷는 수준과 비슷한 1.5m/s다. 방진방수 IP54 등급으로 악천후 때를 제외하면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 장애물이 많고 복잡한 이면도로에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로봇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에 투입되는 딜리는 총 4대로 배민은 주문량 및 권역 확대 상황에 맞춰 로봇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배민은 배달 수행 간 안전에도 만반의 준비를 기했다. 딜리는 카메라와 레이저 시각탐지·거리 측정 기술인 라이다(LiDAR)를 통해 주변 사물과 장애물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 첨단 안전주행 알고리즘으로 갑작스러운 충돌에 대비할 수 있다.우아한형제들 황현규 로봇프로덕트전략팀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을 투입해 고객의 배달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로봇 기술과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향후 푸드 배달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로봇 배달의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2.25 09:03

2분 소요
이커머스에 치이고…생존 경쟁 내몰린 홈플러스

유통

지속적인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이커머스 업체 강세 등의 영향으로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3사 중의 하나인 홈플러스는 최근 3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이커머스와 경쟁사들에 밀려 생존을 위한 경쟁에 내몰린 상황이다. 특히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 인수된 지 9년째에 접어든 홈플러스는 직원과 점포는 대폭 줄고 실적도 악화하면서 기업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업계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만한 후보도 마땅치 않아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MBK 인수 후 꺾인 성장세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 중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2014년 27.8%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2.7%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28.4%에서 50.5%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편리한 주문과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온라인으로 소비가 집중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중심인 대형마트를 찾는 발걸음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형마트사들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대형마트 3사 중 선두 격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5000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매출 성장에도 5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홈플러스는 2023년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총매출이 6조9315억원으로 전 회계연도(6조6006억원)보다 약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94억원으로 608억원 개선됐으나, 당기순손실은 4459억원에서 5743억원으로 1284억원 늘어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홈플러스 측은 고금리 등 여파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흑자 전환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손실액에는 차입금의 이자 비용, 점포 임대에 따른 부채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점포 처분에 따른 자산유동화 수익이 줄면서 순손실도 커졌다.홈플러스 적자 폭은 MBK가 인수하면서 더욱 늘었다. MBK는 지난 2015년 대형마트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를 사들이기 위해 7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홈플러스의 성장세는 꺾였다. 홈플러스의 매출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하락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연간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등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를 경영하는 동안 기업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금융 4조30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경기 안산점 등 20여 개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으로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홈플러스 경쟁력이 약화했고 실적 반등도 쉽지 않다며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한신평은 “대형마트 업계에서 경쟁력이 약화했고 이로 인해 실적 부진이 심화했으며, 자산 매각 등으로도 재무 안전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점포·직원 수 감소…강성 노조도 걸림돌 점포 수와 직원 수도 줄고 있다. 홈플러스는 점포 수를 2019년 6월 말 140개에서 작년 6월 말 131개로 줄였다. 또 올해에만 전국 홈플러스 4개 점포가 사라지게 된다. 지난 2월 부산 서면점, 6월 서울 목동점이 폐점한 데 이어 대전 유성구 서대전점과 경기 안양점도 7월 말~8월 중 폐점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또한 부천상동·부천소사·동대문·내당·부산반여·광주계림·순천풍덕 등 모두 11개 점포에 대해 임대 기간 종료에 따른 폐점 또는 자산 유동화를 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한 바 있다. 직원 수는 2만3000명에서 2만명으로 대형마트 3사 중 가장 많은 3000명이나 감소했다. 노조도 매각의 걸림돌로 꼽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인 홈플러스 노조는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사측과 지속적으로 충돌해 왔다. 특히 충돌이 심했던 지난해엔 한 해 임금협상이 12월에 타결될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매각설이 돌았던 알리 등 중국계 기업 입장에서도 노조의 존재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유통 업황이 이커머스 시장에 주도권을 내주며 빠른 속도로 침체하면서 홈플러스의 점포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성장기인 2010년대 후반 다른 마트업계에 비해 디지털 전환에 한 박자 늦은 탓에 업체들과 경쟁에 밀리면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온라인에서 식품을 강화하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 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의 경영으로 부실 점포와 우량 점포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 및 비용 감축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퀵커머스 분야에서는 부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본업인 홈플러스 매장에서 수익을 증가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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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푸드테크’란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산업과 정보기술관련(ICT) 분야가 융합해 생성된 기술이다. 또 기존의 식품산업의 범위를 뛰어넘어 농·축·수산물의 생산과 유통, 식품 제조와 관리·배달 및 소비, 식당 운영 등 다양한 분야까지 다루는 4차 산업혁명의 일환인 신산업을 말한다. 푸드테크 분야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는 요소로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3D프린팅·로봇·플랫폼·대체육·가상현실 등이 있으며 관련 시장 또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푸드테크에 투자된 금액은 2013년 약 2조100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5년 만인 2018년에는 무려 22조1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가 늘었다. 2021년 온라인 식품 거래금액은 58조5000억원에 도달해 2017년 대비 4배나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산업이 위축됐지만 오히려 비대면 식품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져 푸드테크 영역에서 유통과 배달이 더 발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우리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배달 음식 주문·서빙 로봇·자율주행 배달차·무인 식당·키오스크 주문 등이 바로 푸드테크다. 또한 이들의 거래와 유통을 돕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어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런 변화를 불러온 계기는 무엇보다도 ICT의 급속한 발전 덕분이다. ICT는 산업 간 융합은 물론 학문 영역까지 경계를 허물면서 타 분야를 서로 연결해 주는 초연결성 역할을 해주고 있다. 따라서 푸드테크 산업은 미래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푸드테크의 발전 필요성그렇다면 푸드테크는 왜 필요할까. 식량 안보 차원에서 볼 때 가뭄과 홍수, 기온 상승 등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는 농·축산물의 생산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수입 농산물이 75%를 상회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의 기후변화가 곧바로 농산물 공급량에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 식량 공급이라는 차원에서 기술의 개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환경 관련 문제도 있다. 매년 전 세계 육류 생산 과정에서 2억톤(t) 이상의 가스가 배출되는 등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량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외 가축 사육 여건은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새로운 가축전염병의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고, 이외에도 가축 사육에 따른 분뇨 냄새, 폐수처리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강조되는 추세다.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메탄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800만t으로 농·축·수산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전체의 1220만t(43.6%)으로 비중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결국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푸드테크 분야를 발전시켜야 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대표적인 푸드테크 사업들푸드테크 요소 중 가장 큰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AI다. AI를 잘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아마존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은 현재 취급하는 상품만 약 4억 가지 이상이다. 수많은 상품에 대한 정보와 상품들 위치를 파악하는 일은 인간의 두뇌로는 어려운 일이다. 아울러 재고 정리까지 감안하면 보통 일이 아닐 수 있다. 이와 관련 아마존은 이미 AI를 똑똑하게 활용하고 있다. 수많은 종류의 식품을 다루는 물류창고에서는 신속하게 상품을 픽업하고 포장해 배송한다. 이때 AI가 어떤 제품이 주문이 들어올 것인지 예측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소로 사전에 제품을 이동시켜 놓는 '추측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다. 식품은 공업 제품과 달리 상품의 특성에 따라 냉장·냉동보관을 해야 하므로 이를 구분해 적절한 곳에서 저장이 이뤄져야 한다. 또 신선도에 따라 상품 가치가 변화하기 때문에 선입선출이 제때 잘 이뤄지지 못하면 상품이 창고 구석에서 썩고 만다. 아마존의 이런 노하우는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하루에 1000만건의 물품을 AI로 처리하는 영국의 최대 물류업체인 오카도도 노하우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언젠가 아마존에 인수 합병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 끝에 AI와 로봇이 함께 움직이는 새로운 형태의 물류 체인 모델을 확립했다. 이 기술은 세계 각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국내 회사와 제휴도 예정돼 있다. 배달의민족은 유통 물량 수급 원활과 함께 작업자의 과로 문제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AI와 로봇·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배달·서빙·자율주행 로봇 이용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으며 장보기 마트·퀵커머스 등 현대인의 가려움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국내는 물론 동남아시아 15개국에서도 제공하고 있어 푸드테크 산업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스타벅스는 과거 좋은 원두를 선택하고 배전 온도와 추출 조건에 따라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주 목표였다. 하지만 AI가 도입되면서 등록된 소비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개인별로 선호하는 구체적인 타입의 커피 제조도 가능해졌다. 또 자동차로 이동 중 주문을 하면 요청 시간대에 바로 커피를 픽업할 수 있다. 아울러 AI는 커피 품질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1만7000여개의 매점에서 운영되는 커피추출기에 대한 관리를 진행해 균일한 품질의 커피를 각 점포에서 제공하고 있다. 또한 푸드테크는 소비자의 음식 주문 데이터 등 빅데이터 딥러닝(자가 학습)을 통해 어떤 종류의 식당을 어느 곳에 창업할 수 있을지 파악이 가능하다. 더불어 주말 외식 인구의 이동을 토대로 교통량의 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신호체계의 업그레이드와 도로의 신설까지도 파악할 수가 있다.아울러 3D프린터와 적절한 식재료, 그리고 레시피(요리법)가 있다면 각 가정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프의 음식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농업에 활용되는 푸드테크스마트 농업에서도 AI를 활용해 작물의 성장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바이오센서를 통해 작물의 생장 상태와 특정 질병의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작물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병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의 자동화와 최적화를 통해 농작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농업인들 간 생산성 경쟁대회가 매년 개최된다. 이 대회에는 AI와 로봇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팀과 다년간의 농사 경험을 지닌 농업인들이 팀을 이뤄 참가한다.이때 AI를 적용한 농업인 팀은 수십만 번의 학습을 통해서 온도와 습도 햇빛의 양 등 기후변화·물의 양·토양의 지력 상태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적응도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전문 농업인의 생산량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생산해 대회에서 이길 수 있었다. 전국 토양 이화학성 정보를 활용한 농업 생산성 개선 방법도 있다. 작물별 재배 적지 추천과 비료 사용 처방, 토양개량제 보급 등 적정한 양분 관리로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토양 분석 데이터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귀중한 자료로, AI 등 다양한 데이터 분석기술을 적용하면 농경지와 토양, 건강성 지표 설정은 물론 지역별 농지 특성에 맞는 토양관리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다.기후변화는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 상황에 대비하려면 정확한 예측과 판단이 중요하다. 그래서 AI를 활용해 기후조건별 토양의 상태변화와 작물 생산성 예측으로 농작물 피해를 줄일 수 있게 전략을 세운다. AI 예측 모델로 토양개량이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면, 정책 부서에서는 토양 건강성 확보에 투입되는 비용을 산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극복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려해야 할 사항AI의 발전은 실제로 많은 산업 분야의 인원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AI를 활용하기 위한 또 다른 인원을 충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데이터를 AI에 적용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작업이 필요하고 이 경우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사용자나 노동자 모두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또한 푸드테크는 서로 다른 산업 간 융합이 매우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산업이나 학문 간에 융합이 이뤄질 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반도체와 같은 금속 물체는 보관 중에는 변화가 없지만 식품은 보관 중에도 상할 수 있다. 이처럼 각 산업별 특성이 달라 융합 과정에서 서로의 산업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푸드테크의 영역인 대체육에 대한 접근법도 신중히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다. 콩으로 만든 대체육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체육을 만들 때 활용되는 배양육의 경우 생산 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축산농장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보다 배양육 생산 때 생기는 환경 오염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과연 대체식품이 어느 정도의 탄소 배출량을 저감화시킬 수 있는지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푸드테크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여러 제반 요소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개인맞춤형 상품을 만들기 위한 스마트 제조 산업은 각 나라마다 활기를 띠고 있다. 독일·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AI, 빅데이터 등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제조혁신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제조 역량의 위상 강화를 위해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정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AI, 빅데이터 등 첨단 ICT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첨단제조업의 글로벌 리더십의 확보를 위한 스마트 제조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AI의 글로벌 경쟁력을 토대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단계별 스마트 제조의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DNA(Data·Network·AI)를 통한 스마트 제조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각 나라의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서 태어난 새로운 산업, 푸드테크에 대해 과감한 지원과 제도개선이 전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푸드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푸드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련된 각종 규격과 기준을 신속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세포배양식품 같은 새로운 영역의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세포 배양육을 판매하는 국가는 싱가포르와 미국 두 나라에 불과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특히 우리나라는 푸드테크 관련 안전관리에 관한 구체적 방침이 세워져 있지 않다. 싱가포르와 유럽연합(EU)이 신규 식품 규정을 만들고 미국이 새로운 제도인 시판 전 협의 제도를 신설해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실정에 맞게 새로운 규정이나 제도를 신속하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세포배양육이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적으로 안전성 평가 기준 및 체계를 만들어 어떻게 수입대체 식품을 관리하고 규제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인류가 현재 부딪히고 있는 인구문제·기후변화·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식품공급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AI를 비롯한 ICT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에서 5대 글로벌 사업으로 푸드테크를 초대한 것은 푸드테크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다가올 '우주 시대'를 맞아 장기간 우주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푸드테크 산업의 역할이다. 푸드테크의 발전을 통해 지구가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노봉수 명예교수는_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UC 데이비스(Davis)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후 서울여대에서 재직했다. 퇴임 이후에는 트루나스 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며 동서식품에서 연구원, 특수식품광고심의 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2024.06.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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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한파’에 상장 미룬 ‘컬리·오아시스’…몸값 올리기 총력

유통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새벽 배송업체들의 상장 시점이 해를 넘기게 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 환경이 악화되면서 당초 목표하던 상장 시기가 미뤄진 것이다. 이들은 상장에 대한 의지를 강경히 하면서도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집중, 내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IPO 시장 냉각…컬리, 오아시스마켓 상장 내년으로 23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은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컬리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싱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5개월 만에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로써 컬리는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컬리 측은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 한국거래소와 주간사, 투자자 등에 상장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아시스마켓도 상장 예비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 9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로 예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서류 제출이 늦어지는 등의 이유로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아직까지 거래소의 예비심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승인이 나는 대로 다음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절차가 지연되면 투자 지연과 현금 고갈 등이 가장 문제점으로 꼽힌다. 비상장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함인데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혹한기 그 자체다. 내년 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투자 유치는 물론 상장 전 시장에서 제대로 된 몸값을 책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IPO 시장 환경이 좋지 못하면 상장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지만, 이들은 상장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자 상장을 통한 지속적 투자가 이어지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몸값 책정이 ‘관건’…무리한 외형 확장보단 내실 강화에 중점 실제 컬리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18년 18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5614억원으로 급증했지만 동시에 영업손실도 2018년 337억원에서 지난해 2177억원으로 커졌다. 이에 지난해 4조원대까지 올랐던 몸값은 최근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2011년 설립 이후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업계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오아시스마켓 매출은 2019년 1423억원, 2020년 2386억원, 지난해 3570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원, 2020년 97억원, 지난해 57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 역시 매출은 31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9% 증가했다. 이 같은 평가에 홈앤쇼핑과 이랜드리테일 등 유통기업들로부터 각각 100억원, 330억원 투자를 유치 받은 데 이어 올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들은 상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대로 된 몸값을 책정받기 위해 당분간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최근 컬리는 ‘뷰티컬리’를 오픈해 주류 식품 부문에서 화장품 판매 사업까지 확대했다. 또 컬리 이용자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앱 내 온라인 커뮤니티 ‘컬리로그’를 베타 버전으로 선보이는 등 신사업을 잇따라 추가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랜드리테일과 손잡고 ‘킴스오아시스몰’을 열고 KT알파쇼핑과의 합작법인 ‘오아시스알파’, 내년 1분기 선보일 퀵커머스 ‘브이’ 등을 통해 커머스 부문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는 이들이 신사업 확대로 상장 전 기업가치 올리기에 나섰지만, 생각보다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들며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외형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락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분간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IPO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기업가를 올리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실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2.23 10:07

3분 소요
‘삼각김밥·라면’이 하늘에서 ‘뚝’…편의점 배송 ‘하늘길’도 뚫었다

산업 일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한 편의점이 이제 드론 배송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퀵커머스 시장이 단거리 배송으로 편의점 업계를 위협하자 이에 맞서 로봇과 드론 등을 활용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배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드론 배달로 기존에 도심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배달 서비스를 도서산간 지역까지 제공해 경쟁력을 키운단 전략이다. ━ ‘퀵커머스’ 맞서…캠핑장으로 삼각김밥·라면 배송 업계에 따르면 현재 CU, GS25, 세븐일레븐 등이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는 지난 9일부터 강원도 영월군에서 드론 배달을 상용화했다. 드론 전용 배달앱을 통해 소비자들이 상품을 주문하면 점포에서 드론 이륙장으로 전달되고, 이를 드론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비행해 배달하는 식이다. 서비스 점포인 ‘CU영월주공점’에서 3.6㎞ 거리의 오아시스글램핑장으로 배달해준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13일 경기도 가평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드론 물류 배송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손잡고 드론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파블로항공이 운영하는 전용앱 ‘올리벌’를 통해 고객들이 주문을 하면 서비스 점포를 중심으로 관제 타워와 ‘헬리패드(비행장)’ 등이 하나로 합쳐진 건물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5㎏ 무게까지 상품을 배달할 수 있고, 주행 속도는 시속 36㎞다. GS25는 지난달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 배송 시연을 진행했고 현재 상용화 추진 중에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앞서 지난 2020년 GS칼텍스와 협업해 제주 등에서 드론 배송 테스트를 진행했던 바 있다. 이마트24는 현재 드론 배송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드론 배달을 수도권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 않다”며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요 편의점들은 드론 배달에 주목하고 있는 동시에 일반 배달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편의점 빅4 모두 배달앱 ‘요기요’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자체 앱을 통해서도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여기에 GS25는 ‘카카오톡 주문하기’와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통해서도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고, CU는 ‘네이버 스마트주문’, ‘위메프오’로도 상품을 주문해 받아볼 수 있다. ━ 드론 배송으로 차별화…상용화엔 기술·법률적 검토 필요 편의점 업계가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퀵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로봇과 드론을 통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로 국내 배달 시장 규모는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 중 음식 서비스 거래액 집계를 보면, 지난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5조6783억원으로 2019년(9조7365억원)과 비교해 2.6배 이상 성장했다.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달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으며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기존의 배달 서비스는 도심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 편의점들은 이 부분에서 차별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 모델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배달 사각지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드론과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배송”이라며 “편의점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전국구 망’을 활용해 미래 차세대적 배송 모델을 구축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편의점 드론 배송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아직 도서산간 지역에 한정해 가능하다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드론 배송과 관련한 법적 규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드론 배송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규제 개혁까지 예고한 만큼 기대감도 크다. 지난 6월 정부는 신산업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드론 배송 산업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개최됐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신산업 분야의 규제 개선으로 ▲드론 야간 비행 시 필수 구비시설 및 시설 완화 ▲드론 특별비행 승인 절차 간소화 ▲드론배송산업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기존에 드론이 물류·배송에 적극적으로 이용되는 데 제약이 됐던 규제들을 완화하겠단 의미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대문 앞까지 배송되는 마지막 1마일을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 배송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 업계의 드론 배송 서비스는 큰 의미를 가지지만 범용성을 가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주거지가 아파트 위주인 도심에서까지 드론 배송이 가능해지기 위해선 기술·법률적으로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7.30 09:00

3분 소요
'당일배송 넘어 총알배송 시대'…빠른 배송만이 살 길, 퀵커머스 돌풍

유통

올 한 해 유통업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퀵커머스'다. 퀵커머스란 소량의 제품을 한 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배달업계와 유통업계는 너도나도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쿠팡과 마켓컬리 등의 이커머스가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배달업계가 시간(時)과 분(分) 단위의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더욱 빨라진 배송 경쟁이 본격화됐다. 퀵커머스의 시작은 배달의민족의 'B마트'다. B마트는 2019년에 11월 서울 송파구 일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서비스로, 생필품을 1시간 이내로 배달한다. 현재는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일대로 서비스 지역이 확장된 상태다. 쿠팡이츠는 올해 7월 '쿠팡이츠마트' 서비스를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퀵커머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10~15분 이내에 배송을 기준으로 한다. 쿠팡이츠마트는 아직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현재 강남, 송파, 강동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배달대행 업계도 배달 속도전에 동참했다. 배달대행 기업 '바로고'는 지난 8월 자체 배달앱 '텐고'를 출시했다. 텐고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생필품을 10분 이내에 배달한다. 15일 바로고는 1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추가 유치하며 텐고 서비스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배달대행 기업 메쉬코리아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위해 지난 7월 '오아시스마켓'과 손잡았다. 메쉬코리아는 연내 퀵커머스 서비스 'V마트'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오아시스 매장을 물류거점센터로 삼아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쉬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V마트 출시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퀵커머스의 핵심은 도심형 물류거점센터 구축이다. 도심 내에 최대한 많은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해당 센터에 충분한 상품을 구축해 놓아야 소비자들한테 다양한 상품 선택권을 제공하고 빠르게 배달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배달업계는 퀵커머스 시장 진입과 동시에 물류거점센터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정통 유통업계는 추가로 물류거점센터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이미 확보된 매장을 물류거점센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마트는 매장 자체가 물류거점센터가 되기 때문에 퀵커머스 산업에 진출하면 그 파급력은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매장이 곧 물류센터...퀵커머스전 뛰어든 유통업계 이에 유통업계도 본격적으로 퀵커머스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건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현재 '우리동네딜리버리'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GS25와 GS수퍼마켓을 비롯해 GS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1만60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주축으로 생필품을 빠르게 배달한다. GS리테일은 이에 멈추지 않고 지난 1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약 1.3%를 인수했다. 이는 퀵커머스 강화와 동시에 유통업계의 탄소 중립화 과제 해결을 위함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모빌리티 1위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확보를 통해 물류 배달에서의 전기차 활용, 연료의 효율적 보급 등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4월 메쉬코리아의 지분 19.53%까지 인수했으며, 10월에는 요기요 인수를 마무리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퀵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관련 역량 확보를 위해 메쉬코리아와 요기요를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몰 롯데온은 신선식품 2시간 배송 서비스(바로배송)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온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주문자 인근의 롯데슈퍼나 롯데마트에서 제품을 소싱해 소비자에게 1~2시간 이내에 배달한다.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부산, 제주, 광주광역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제일 먼저 시작한 곳은 롯데마트 광교점과 중계점이다. 두 매장은 바로배송 서비스 이후 배달 주문이 기존보다 10배 정도 증가했다"며 생필품 배달 서비스의 인기를 전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전국 이마트 매장에 PP(Picking & Packing)센터를 구축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PP센터는 온라인 주문이 오면 해당 PP센터에서 물건을 받고 포장해 소비자에게 당일 배송한다. SSG닷컴은 내년 상반기까지 대형 PP센터를 30개로 확대하고, 2025년까지는 전국에 70여개 이상 확보할 예정이다. SSG닷컴은"현재 하루 14만건 수준인 온라인 장보기 배송 물량을 최대 36만건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가능성이 높지만 불확실성 우려도 있어 이렇게 유통업계가 퀵커머스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늘어나는 소비자의 수요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비롯하여 B마트, 마켓컬리 등이 생기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빨리 받는 것'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2025년까지 약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퀵커머스 시장 규모를 냉정하게 살펴보면, 음식점에서 배달해서 먹는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 전체 매출은 1조원이 넘지만, B마트 매출로 추정되는 매출은 1500억원 정도다. 또한 GS리테일과 BGF리테일 등 편의점 업체들 매출에서 퀵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이내로 파악된다. 박 연구원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편의점과 슈퍼를 침투한 전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35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며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2021.12.19 15:00

4분 소요
‘롭스’ 로드숍 철수, ‘랄라블라’도 무너지나…H&B 시장 재편

유통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는 국내 H&B(헬스앤뷰티)스토어 3대장으로 꼽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앞뒤를 다투며 경쟁했지만, 이제는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라고 불릴 만큼 롭스와 랄라블라의 존재감은 미비하다. 게다가 가장 부진했던 롭스의 로드숍 폐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2인자였던 롭스와 랄라블라, 결국 패자로 전락하나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운영 중인 H&B 매장 롭스가 전 매장 철수수순에 들어간다. 내년까지 전국 67개 매장을 모두 폐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오프라인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롭스 사업부를 롯데마트에 흡수 통합한 뒤 매장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66개 매장을 정리했고 내년까지 남아있는 매장을 모두 정리한 뒤 롯데마트 내에서 운영 중인 롭스 플러스만 유지해나가기로 했다. 롭스는 2013년 H&B사업을 시작한 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시장 1위 사업자인 CJ올리브영을 넘어서지 못하고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쓴 맛을 봤다. 지난해 누적적자는 2172억원에 달한다.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고 결국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덩달아 랄라블라도 긴장하고 있다. 랄라블라도 롭스와 마찬가지로 수 년째 적자 폭이 커지면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랄라블라는 GS리테일에서 매출 비중이 1%대에 불과하지만 회계상 손실은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계륵이 된 랄라블라를 털기 위해 매각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생존을 위해 GS리테일이 선택한 건 점포 구조조정이다.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GS25 편의점에 랄라블라를 입점시키면서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2017년 186개였던 매장 수는 2019년 140개로 줄었고 2020년 124개에서 올해는 97개까지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롭스도 롭스 플러스를 남겨두는 형태라, 두 기업이 H&B 사업에 완전히 손을 떼려는 것 같지는 않다”며 “대신 사업 규모 축소와 효율적 운영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H&B 시장 독주 체제로 이끈 건 올리브영만의 자체 경쟁력 업계에서는 롭스와 랄라블라가 주춤하는 사이 CJ올리브영의 독주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은 국내 H&B스토어 시장에서 5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 매장 수는 1256개에 달한다. 올리브영의 강점은 압도적인 매장 수다. H&B스토어의 손익분기점은 매장 300개로 전해진다. 최소 300개 이상의 매장을 갖춰야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인 셈이다. 100여개 안팎의 매장을 보유했던 롭스와 랄라블라 실적이 부진할 수 밖에 없던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매장 개수가 중요하다"면서 "롭스와 랄라블라가 초기 전략을 잘 세워 매장 수를 더 많이 늘렸다면 이렇게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올리브영의 상품 소싱(sourcing) 능력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올리브영은 가성비, 트렌드, 퀄리티 다 갖춘 상품들을 찾아다니면서 좋은 중소기업 제품들을 발굴해내면서 유명세를 탔다. 아이소이, 메디힐, 닥터자르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리브영의 PB상품과 온리원 브랜드 확보도 브랜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질 좋은 중소기업 제품들을 발굴하고 입점시켰고, 해당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올리브영 매출을 크게 올렸다"고 밝혔다. 게다가 매장 수가 많으면 상품 입점에도 유리하다. 제조기업은 매장 수가 많은 곳에 입점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롭스와 랄라블라는 상품 구성이 부족했을뿐더러, 매장 수가 적어 적극적인 상품 론칭이 어려웠다는 게 업계 측의 분석이다. 온라인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랄라블라와 롭스의 패착이다. 반면 올리브영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온라인몰을 론칭했다. 동시에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통해 H&B업계의 퀵커머스 시장을 선도했다. 온라인사업은 런칭 당시에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 차지했지만, 현재는 20~30%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대와 온라인 시장 성장 덕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롯데 모두 유통기반 사업자이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시장에 접근했을 것”이라면서도 “규모면에서 1위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H&B 스토어만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한 채 따라하기에만 급급했던 게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2021.11.05 06:35

3분 소요
“펫시장 정상 오르나?”…반려동물 시장 1위 노리는 GS리테일

산업 일반

GS리테일이 반려동물 시장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GS리테일이 반려동물 용품 쇼핑몰업계 1위인 ‘펫프렌즈’를 인수하면서다. GS리테일은 지난 21일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펫프렌즈 공동 인수를 발표했다. 이번 인수로 GS리테일과 IMM PE는 공동으로 펫프렌즈 지분 95%를 보유하고, 이 중에서 GS리테일은 펫프렌즈 지분 30%를 취득한다. 이번 투자로 GS리테일의 ‘펫’ 카테고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사실 GS리테일의 펫사업 확장은 GS리테일 통합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GS홈쇼핑과 GS리테일 모두 합병 이전부터 펫 관련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GS홈쇼핑은 반려동물용 로봇을 개발하는 ‘바램시스템’부터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도그메이트’, 수제 사료 브랜드 ‘펫픽’,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21그램’ 등에 투자했다. 통합 전 GS리테일은 2018년엔 반려동물 용품업체 ‘펫츠비(어바웃펫)’를 인수해 GS리테일의 자회사로 편입시켜 반려동물 용품을 편의점과 마트 등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판매해왔다. ━ 2017년부터 세 차례 투자한 GS홈쇼핑 하지만 이번 통합 GS리테일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펫사업 ‘펫프렌즈’는 통합 전 GS홈쇼핑에서 전개하는 펫사업 일환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GS리테일 제품으로는 자회사 펫츠비가 있기 때문에 이와 분리해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또 펫프렌즈는 통합 전 GS홈쇼핑이 2017년부터 꾸준히 투자해온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7월을 시작으로 GS홈쇼핑은 펫프렌즈에 총 3차례에 걸쳐 50억원을 투자했다. GS리테일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펫사업’이 정해지면서, GS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GS샵의 펫 상품 판매는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현재 GS샵에는 반려동물 용품만을 판매하는 ‘반려’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다. 또 지난 25일에는 GS홈쇼핑을 통해 ‘반려동물 건강 특집’을 생방송을 해 반려동물 사료와 보조영양제를 판매한 바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반려동물 용품 판매에 대해 다양한 판매 채널을 생각하고 있지만 TV홈쇼핑 판매는 입점 기준이 까다로워 다른 채널만큼 활발한 판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GS홈쇼핑에서 투자하는 스타트업인 바램시스템의 반려동물용 로봇이 주문하면 몇 시간 안에 배송하는 퀵커머스로 판매된 적이 있는 것처럼 다른 반려동물 용품도 퀵커머스 배송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기업 선점 없는 펫시장 한편 펫산업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아직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기업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3조원 규모를 넘었고,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펫시장은 몰리스펫샵을 운영하는 이마트, 반려동물 식품을 다루는 하림과 동원F&B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시장”이라며 “대규모 자본과 전국 유통망을 갖춘 GS리테일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반려동물 시장을 가장 먼저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의 펫산업 투자는 식품, 용품부터 로봇, 장례까지 반려동물과 관련된 분야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리테일은 급성장하고 있는 펫코노미 시장에서 반려동물 생애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1.07.28 17:19

2분 소요
[‘빨리빨리’ 퀵커머스③] 밑빠진 독에 물붓기? 초고속 삶의 ‘덫’

유통

100원에서 10원. 당일배송에서 15분 배송. 그동안 가격 중심이었던 유통업계 경쟁이 이제는 배송으로 옮겨가면서 업체들의 속도전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채널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모든 유통업체들이 배송 경쟁에 발을 들이면서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 ‘빨리빨리’가 만들어 낸 15분 배송 업계에서는 지금의 ‘속도 경쟁’은 치열한 경쟁 속 차별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제품의 상향 평준화와 서비스 범용화로 인해 품질과 비용을 통한 차별화가 그만큼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쇼핑몰 한 관계자는 “상품의 질과 서비스는 대부분 높은 수준에 다 도달해 있어 그 이상의 효과를 준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더 이상 2~3일 이상씩 걸리는 쇼핑몰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만큼 빠른 배송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로 유명한 국내에서 속도전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자 황경석 전 LG전자 상무는 “고객에게 품질을 강조하다 보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든다”면서 “반면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고객가치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품질 수준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속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빨리빨리’ 문화가 빚어낸 출혈경쟁으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과열된 속도경쟁으로 인한 배송기사의 안전과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기업의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감소 등 구조적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 전문가들은 퀵커머스 시대의 지속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물류업체, 유통업체, 테크기업 등이 혼용돼 정체성이 무너지면서 모두가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7시간 배송이 단숨에 15분 배송까지 오게됐다”면서 “전 세계에서 이런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교수는 “퀵커머스 이면엔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소비자들은 저가격에 지나친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해지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된다”면서 “안정화 되지 않은 이커머스 시장 구조가 만든 부작용 현상으로 퀵커머스 시대의 지속가능 여부엔 많은 문제점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7.27 11:07

2분 소요
[‘빨리빨리’ 퀵커머스②] ‘갓팡’‧‘쓰윽’ 물류드림팀 출격…기대와 우려 교차

유통

“15분 내 배송 완료”. 유통업계 배송 속도전에 불이 붙고 있다. 배달앱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상품을 배달하는 것이 퀵커머스의 핵심이다. 이 경쟁에서 우위 점하기 위한 전략은 ‘물류 인프라 구축’이다. 더 빠르고 원활한 배송이 가능한 풀필먼트 센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가 이 시장의 최대 경쟁력이 되기 때문. 풀필먼트는 제품의 보관부터 포장, 배송, 재고관리, 교환까지 모든 물류 과정을 담당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 “초대형 물류센터 선점”…인프라 전쟁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업체들이 물류 인프라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주요 상권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만들고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추기 위한 ‘쩐의 전쟁’을 벌이는 식이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쿠팡이다. 현재 쿠팡은 전국에 80개가 넘는 풀필먼트센터와 170여개의 일반 물류 센터를 운영 중이다.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 이후 3월부터 매월 1곳씩 대규모 물류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17만㎡(약5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부산광역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체결했다. 이를 위한 투자 금액만 220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그룹도 물류 센터 확보와 신규 투자에 적극적이다.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센터(NE.O 물류센터)는 총 3곳(용인 1곳, 김포 2곳). 향후 1조원을 투자해 5호점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기존에 동탄, 백암, 인천에 위치하던 이베이 물류센터 3곳도 풀필먼트 거점으로 확보했다. 이마트는 전국 140여개 매장 중 110여개의 매장에 PP센터(Picking & Packing)를 운영 중이다. PP센터는 SSG닷컴에서 주문 받은 상품을 선별·포장·배송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물류 센터다. 이마트는 PP센터를 통해 지방 물류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올해 전국 120여곳 이상으로 PP센터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물류 인프라 확대를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잡았다. 양사는 현재 곤지암, 군포, 용인 등에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 외에 추가로 66만1157㎡(약 20만평) 규모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추가로 지어질 풀필먼트 센터는 더 스마트해지지게 진화한다. AI와 로봇, 클라우드 등 차세대 미래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지어지는 풀필먼트는 센터는 AI 수요예측, 물류 로봇 등 첨단 장비들로 물류 체계를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퀵커머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물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과 물류센터의 진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심 공략’ 나서는 배달대행업계 배달대행업계도 퀵커머스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도심형 물류거점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 구축에 나섰다. 기존 풀필먼트센터들은 주로 외곽에 위치해 있는 반면 MFC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도심 내 더 빠른 배달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지난 4월 GS홈쇼핑과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4월 MFC 강남 1호점, 6월 송파 2호점을 열어 도심형 물류거점을 확보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서초 3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약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11번가와 CJ그룹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바로고는 해당 투자금으로 배달 수요 집중 지역인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을 중심으로 25개의 MFC를 열 계획이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도심 뿐 아니라 전국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물류센터나 물류단지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무리적 거리가 중요한 만큼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부작용도 제기된다. 이미 물류센터 거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지역은 땅값이 치솟고, 산업안전, 교통‧환경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나오고 있어서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광주을)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고, 해당 법안은 지난해 통과됐다. 임 의원실의 설동찬 보좌관은 “물류 시설로 인해 화물차들이 증가하다 보니 도로가 자주 망가지고, 소음이나 교통사고 문제도 심각해진다”며 “물류 센터 확대가 지자체 입장에서 마냥 반갑지는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 관리 체계 부족…개발 규제도 강화 일부 법안이 통과됐지만 갈 길은 멀다. 증가하는 물류센터에 비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은 사실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인천 항동 일대만 하더라도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처럼 대형 화재 위험에 노출 돼 있을뿐더러 대형 소송차량들과 인천항을 오가는 활어차 행렬 등으로 인한 도로 파손이 빈번하고. 주변에 주거지역과 학교가 있어 주민들의 보행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물류센터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물류센터를 새롭게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이나 업무환경 등도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 물류센터 개발 규제도 동시에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개정된 물류시설법에 따르면 신규 물류단지 조성에 필요한 행정절차 이행시 초기 단계부터 해당 시장·군수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기존에는 상당부문 행정절차가 진행된 후에 시장 군수의 의견을 묻도록 해 사업취소나, 추진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분위기를 타고 개정된 물류법은 더 힘을 받는 분위기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률 개정으로 시·도지사가 실수요검증 권한을 갖게 된 만큼 물류단지 조성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진입로 등 교통대책, 환경적 측면에서 입지가능 여부를 사업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며 “해당 시군 입장이 배제된 가운데 물류단지가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이현정 인턴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2021.07.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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