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 로드숍 철수, ‘랄라블라’도 무너지나…H&B 시장 재편
롭스 내년까지 로드숍 매장 모두 폐점…구조조정 일환
매각 실패한 랄라블라, ‘숍인숍’ 입점으로 전략 선회
CJ올리브영 독주 가속화…매장 수·소싱·온라인 삼박자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는 국내 H&B(헬스앤뷰티)스토어 3대장으로 꼽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앞뒤를 다투며 경쟁했지만, 이제는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라고 불릴 만큼 롭스와 랄라블라의 존재감은 미비하다. 게다가 가장 부진했던 롭스의 로드숍 폐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인자였던 롭스와 랄라블라, 결국 패자로 전락하나
롭스는 2013년 H&B사업을 시작한 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시장 1위 사업자인 CJ올리브영을 넘어서지 못하고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쓴 맛을 봤다. 지난해 누적적자는 2172억원에 달한다.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고 결국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덩달아 랄라블라도 긴장하고 있다. 랄라블라도 롭스와 마찬가지로 수 년째 적자 폭이 커지면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랄라블라는 GS리테일에서 매출 비중이 1%대에 불과하지만 회계상 손실은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계륵이 된 랄라블라를 털기 위해 매각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생존을 위해 GS리테일이 선택한 건 점포 구조조정이다.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GS25 편의점에 랄라블라를 입점시키면서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2017년 186개였던 매장 수는 2019년 140개로 줄었고 2020년 124개에서 올해는 97개까지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롭스도 롭스 플러스를 남겨두는 형태라, 두 기업이 H&B 사업에 완전히 손을 떼려는 것 같지는 않다”며 “대신 사업 규모 축소와 효율적 운영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H&B 시장 독주 체제로 이끈 건 올리브영만의 자체 경쟁력
업계에서는 롭스와 랄라블라가 주춤하는 사이 CJ올리브영의 독주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은 국내 H&B스토어 시장에서 5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 매장 수는 1256개에 달한다.
올리브영의 강점은 압도적인 매장 수다. H&B스토어의 손익분기점은 매장 300개로 전해진다. 최소 300개 이상의 매장을 갖춰야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인 셈이다. 100여개 안팎의 매장을 보유했던 롭스와 랄라블라 실적이 부진할 수 밖에 없던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매장 개수가 중요하다"면서 "롭스와 랄라블라가 초기 전략을 잘 세워 매장 수를 더 많이 늘렸다면 이렇게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올리브영의 상품 소싱(sourcing) 능력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올리브영은 가성비, 트렌드, 퀄리티 다 갖춘 상품들을 찾아다니면서 좋은 중소기업 제품들을 발굴해내면서 유명세를 탔다. 아이소이, 메디힐, 닥터자르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리브영의 PB상품과 온리원 브랜드 확보도 브랜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질 좋은 중소기업 제품들을 발굴하고 입점시켰고, 해당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올리브영 매출을 크게 올렸다"고 밝혔다. 게다가 매장 수가 많으면 상품 입점에도 유리하다. 제조기업은 매장 수가 많은 곳에 입점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롭스와 랄라블라는 상품 구성이 부족했을뿐더러, 매장 수가 적어 적극적인 상품 론칭이 어려웠다는 게 업계 측의 분석이다.
온라인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랄라블라와 롭스의 패착이다. 반면 올리브영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온라인몰을 론칭했다. 동시에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통해 H&B업계의 퀵커머스 시장을 선도했다. 온라인사업은 런칭 당시에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 차지했지만, 현재는 20~30%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대와 온라인 시장 성장 덕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롯데 모두 유통기반 사업자이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시장에 접근했을 것”이라면서도 “규모면에서 1위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H&B 스토어만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한 채 따라하기에만 급급했던 게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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