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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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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의약품’된 키트루다…기업들 ‘병용 임상’ 러시

바이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은 미국 머크(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다.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로,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피하지 못하게 만들어 치료 효과를 낸다. MSD에 따르면 키트루다의 매출은 지난해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기록했다. 10여 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키트루다의 매출은 400만 달러(약 56억원)에 불과했다. 매출 규모를 계속 키워 제품 출시 이후 몇 년 새 막대한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됐다.MSD는 키트루다를 다양한 암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지속했다. 더 많은 암 환자가 키트루다를 사용해 이 의약품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키트루다가 수많은 기업에 키트루다를 제공해 병용 임상을 추진하도록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해 해외 여러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는다면 이는 모두 키트루다의 매출로 연결된다. 특히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피하지 못하도록 해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할 때 치료 효과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빅파마도 바이오텍도 병용 추진올해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에서도 여러 기업이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새로운 약물 개발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도 마찬가지다. 모더나는 현재 mRNA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항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모더나는 올해 열린 ASCO에서 키트루다와 항암 백신을 함께 투여한 흑색종 환자의 재발 및 사망 위험이 키트루다만 투여했을 때보다 49% 줄었다는 임상 분석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항암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도 키트루다와 자사의 약물을 병용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현재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자사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물질은 면역항암제의 활성을 방해한다고 알려진 형질전환성장인자(TGF-ß)와 혈관내피생성인자(VEGF)의 경로를 차단한다. 티움바이오는 두 약물을 함께 투여했을 때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없던 암 환자도 이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약품과 지아이이노베이션, 큐리언트 등도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MSD와 협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진행성이나 전이성인 고형암 환자가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할 수 있는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큐리언트는 2021년과 2022년 MSD와 계약을 맺고 선택적 CDK7 억제제인 Q901와 Axl·Mer·CSF1R 키나아제 억제제인 Q702를 키트루다와 각각 병용하는 임상을 추진 중이다. 최근 면역항암제에 R&D 역량을 결집 중인 지놈앤컴퍼니도 자사의 후보물질 GEN-001을 키트루다와 병용해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네오이뮨텍도 자사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단독 요법으로 개발하면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이 임상의 결과 일부를 ASCO에서도 공개했다. 이 물질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수를 늘려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하게 한다. 네오이뮨텍도 기존에 키트루다가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 암종을 대상으로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과 전이성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네오이뮨텍의 약물로 T세포의 수를 늘리고 키트루다로 T세포가 면역세포로 기능하게 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다.단독 요법 효과가 중요많은 기업이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든 약물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키트루다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도 기업의 자체 물질이 치료 효과가 없다면 병용 임상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병용 요법은 약물을 여럿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 만큼 부작용도 커진다. 국내 한 임상 컨설팅 회사 임원은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하는 기업의 물질이 그 자체로도 항암 효과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서로 다른 두 약물을 썼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야지, 단순히 약물 효과가 산술적으로 늘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MSD와 협의를 통해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공급받는 기업도 사실상 소수다. 많은 기업이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을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MSD가 약물의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살핀 파이프라인은 적다는 뜻이다. 실제 키트루다 병용 임상을 추진하는 기업 상당수는 MSD로부터 키트루다를 구매해 임상을 진행한다. 키트루다를 무상 공급받지 못해 별도의 방법을 찾아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도 많다.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공급받은 국내 기업도 한미약품과 큐리언트·티움바이오·지놈앤컴퍼니·지아이이노베이션·메드팩토 등 10여 곳뿐이다.

2024.06.29 10:00

3분 소요
‘렉라자’부터 ‘벡토서팁’까지…유럽서 공개될 항암 성과 주목

바이오

세계 3대 암 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 학술대회가 이달 20일(현지시각)부터 24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다. 항암 분야는 최근 전 세계 제약 바이오 기업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임상시험 수탁기관(CRO)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임상 단계에 진입한 약물 중 75%가량은 고형 종양과, 56%는 희귀암과 관련돼 있다. 이 분야는 성장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돼 이번 학술대회에서 어떤 연구 결과가 발표될지 주목된다.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유한양행은 앞서 다국적 제약사인 얀센에 이 물질을 기술 수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얀센이 레이저티닙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얀센은 이 회사의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레이저티닙을 병용했을 때 기존 치료제보다 치료 효과가 좋을지 연구하고 있다. 앞서 폐암 치료제로 많이 쓰이는 타그리소보다 두 약물의 병용 요법이 좋은 효능을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얀센이 이번 행사에서 공개할 데이터는 레이저티닙이 전 세계에서 상용화될 발판이 될 전망이다.유망한 바이오 기업들도 각 기업의 연구 성과를 다른 기업에 공유하기 위해 ESMO로 향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나스닥 상장사인 아이맵을 통해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ABL111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두 회사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이 물질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ABL111은 CLDN18.2와 4-1BB를 한번에 표적하는 물질이다. CLDN18.2가 발현한 종양에서만 T세포를 활성화시켜 종양을 없앤다. 다양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 어렵거나,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메드팩토는 이 회사가 항암제로 개발 중인 백토서팁과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 병용 투여한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공개한다. 앞서 이 회사는 올해 4월 임상1b·2a상 결과를 공개했는데, 백토서팁과 키트루다의 병용 요법에서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17.35개월로 나타나 경쟁 약물 대비 결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이성 대장암의 2차 치료제로 쓰이는 바이엘의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는 OS가 6.4개월(중앙값)이다.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후보물질 펙사벡과 미국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를 병용 투여한 임상 2상의 연구 결과를 이번 행사에서 발표한다. 이 임상은 항암 바이러스를 정맥주사(IV) 방식으로 투여한 데다,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약한 뒤 질환이 다시 발생한 환자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받은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BAL0891의 임상 1상 설계도 공개한다.큐리언트는 항암제 파이프라인인 Q901의 임상 1·2상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Q901은 세포의 분열주기를 조절하는 인자인 CDK7을 저해하는 물질이다. 회사는 임상 초기 단계인 Q901의 설계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하려고 했으나, 연구를 진행하니 최저 용량에서도 효능이 확인돼 중간 결과를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현정 큐리언트 사업개발(BD)담당 이사도 학술대회에 참석해 참가 기업에 Q901의 임상 결과를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2023.10.19 07:00

2분 소요
운명의 달 10월…신라젠·코오롱티슈진 거래재개 될까 [상장폐지 경고등 켜진다②]

증권 일반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10월 상장폐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 8월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고,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23일까지 내역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거래소는 향후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개선 기간 동안 신라젠의 자구 노력 등을 점검해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18일 개선 기간이 종료되면서 15영업일 이내에 해당 내역서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20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절차를 고려하면 오는 10월 12일께 신라젠의 최종 상장 유지 또는 폐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위에서 신라젠의 상장 유지가 결정될 경우 다음 거래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만약 2심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나온다면 이의신청을 거쳐 3심으로 갈 수도 있다. 코스닥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총 3심제로, 신라젠은 1심과 2심에서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뒤 각각 개선 기간 1년과 6개월을 부여받은 바 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올해 1월 18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았지만, 같은 해 2월 열린 시장위에서 개선 기간 6개월을 부여받아 기사회생했다. 거래소는 신라젠에 ▶연구개발(R&D) 인력 확충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비(非) R&D 분야 투명경영 ▶기술위원회 등 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반년의 개선 기간 동안 신라젠은 거래소 요구 내용을 대부분 이행했다. 신라젠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메디컬·임상센터 등 R&D 인력을 20명으로 늘리고 지난 6월엔 R&D 부문을 총괄할 CMO(임상 책임자) 채용을 완료했다. 개선 기간 종료를 앞둔 지난 8월 4일 김재경 전 랩지노믹스 창립자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경영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신규 파이프라인의 경우 9월 중 도입을 약속했지만 아직 이행되진 않았다. 다만 1개 이상의 파이프라인만 확보하면 되는 만큼 거래재개엔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7만 소액주주는 신라젠이 기업 영속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6만5483명이다. 보유주식 수는 6792만6063주로 총 발행주식(1억279만2125주)의 66.1% 규모다. 거래소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일각에선 신라젠의 거래재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선 기심위에서 내린 상장폐지 결정을 시장위가 뒤집으면서 6개월의 짧은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는 점이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기간이 짧을수록 거래소가 해당 기업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 티슈진, 23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제출해야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23일까지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8월 31일 기업심사위원회가 부여한 1년의 개선 기간이 지난달 말로 종료되면서다. 향후 20영업일 이내에 한국거래소는 기심위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의결하기 때문에, 일정을 고려하면 10월 25일 안에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는 회사가 2017년 출시한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허위성분 논란에서 비롯됐다. 2019년 인보사의 식약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가 포함돼 논란이 발생했고, 같은 해 5월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결정되면서 코오롱티슈진의 주식 거래도 정지됐다. 이후 열린 1심과 2심에서 코오롱티슈진은 각각 12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올해 2월 3심 격인 코스닥 시장위가 열렸지만, 거래소는 상장폐지 관련 결정을 종결하지 못하고 추후 속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코오롱티슈진에서 횡령·배임 혐의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인보사 관련 문제와 횡령·배임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6월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같은 해 8월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서 1년의 개선 기간을 받았다. 해당 개선 기간은 지난 8월 31일 종료됐다. 코오롱티슈진은 개선 기간 동안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자금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7일엔 총 3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과 지난해 12월에는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388억원, 35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9개월 새에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모기업인 코오롱그룹 차원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티슈진이 지난달과 지난해 12월 진행한 두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350억원과 291억원을 지원했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역시 각각 38억원, 64억원 등 총 102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자금 지원에 나선 바 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2022.09.14 16:52

3분 소요
올해 19개 기업 증시 퇴출, 개미만 숨죽여 운다 [상장폐지 경고등 켜진다]①

증권 일반

올해 19개 기업이 상장 폐지로 국내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상장폐지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거래정지 종목도 94곳에 달한다. 올해 상장 폐지가 결정된 종목은 경영 환경 악화로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거나, 대주주의 횡령·배임 또는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요구해 제 발로 증시를 떠나갔다. 상장 폐지 결과를 받았거나 결정을 앞둔 소액주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은 총 19개(이전상장·흡수합병·스팩 제외)다. 지난 1월 5일 지안바이오를 시작으로 폴루스바이오팜, 지스마트글로벌, 한프, 스포츠서울, 현진소재, SNK, 세영디앤씨, 에스에이치엔엘, 맘스터치, 에이치엔티, 소리바다 등이 국내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 상장 폐지 이유 '감사의견 거절' 가장 많아 상장 폐지 종목들의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감사인의 의견 거절이다. 상장사들은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감사인으로 참여하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상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총 네 가지의 감사 의견 중 ’부적정‘ ’거절‘ 의견을 받거나 2년 연속으로 ’한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올해 들어 소리바다, 에스에이치엔엘, 세영디앤씨, 현진소재, 한프, 지스마트글로벌, 폴루스바이오팜 등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이 폐지됐다. 국내 1세대 음원 유통 서비스로 알려진 소리바다는 정리매매를 거쳐 지난 7일 상장 폐지됐다. 소리바다는 지난해 5월 2020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듬해인 2021사업연도에도 감사의견 거절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결국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코스피 상장사였던 폴루스바이오팜 역시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지난 2월 22일 최종 상장폐지가 됐다. 2020년 회장 및 부사장 등이 235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임원진이 79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휘말리면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2년 연속으로 의견 거절을 받은 결과다.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식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94개 종목(파생상품 제외)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8개사, 코스닥 75개사, 코넥스 11개사로 전체 거래정지 종목의 80%가 코스닥 상장사다. 거래정지 종목이 향후 열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과 회사 측의 이의 신청을 거쳐 최종 상장 폐지가 결정되게 된다. 상장 폐지 문턱에서 개선 기간을 부여받아 기사회생을 꿈꾸는 경우도 있다. 한때 코스닥 2위까지 올랐던 신라젠을 비롯해 코오롱티슈진, 큐리언트, 휴엠앤씨 등이 현재 개선 기간 종료 후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한 뒤 거래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거래소는 개선계획 제출일부터 20영업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게 된다. ━ 맘스터치·SNK, 자진 상장폐지 회사 측의 요청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사례도 있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상장사였던 게임업체 SNK와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하고 코스닥 시장을 떠났다. 현재 한일네트웍스·삼표시멘트·LX세미콘 등 3개사도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발행주식 수의 95%를 확보해야 한다. 대주주는 장내매수나 공개매수를 통해 95%의 지분을 확보한 뒤 이사회를 통해 상장폐지를 결의하고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후 한국거래소에 자진 상장 폐지 신청서를 제출한 뒤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정리매매 후 최종 상장 폐지가 이뤄지게 된다. 상장사들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장사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공시 의무를 따라야 하며 분기·반기·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재무상황과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하거나, 악재가 겹치는 경우 비상장사로 남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난 5월 자진 상장폐지를 거쳐 비상장사가 된 맘스터치가 대표적이다. 맘스터치는 2016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6년 만에 증시를 떠났다. 맘스터치 측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부정적 이슈가 강조되면서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가맹점주들의 요청에 따라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맘스터치의 자진 상장폐지는 사실상 매각을 위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맘스터치가 자진 상장 폐지 직후인 지난 6월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다. 현재 맘스터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로, 연내 맘스터치의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사보다 공시 의무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상장 상태에서의 매각이 최대주주 입장에선 더 유리했으리란 추측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해 자진 상장 폐지를 추진하기도 한다. 삼표시멘트는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 조건부 상장 폐지와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LX세미콘 역시 오는 23일 열릴 임시 주총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2022.09.13 16:51

4분 소요
사업성↓성공 가능성↓ 그럼에도 코로나19 치료제 도전 계속된다[기로에 선 K바이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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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확산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7월 들어서면서 오미크론 변이인 BA.5로 인해 7월 18일 하루 전국에서 7만35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일주일 전보다 약 2배로 늘어났다. 7월 13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정점 시기를 9월이나 10월, 규모는 최대 20만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정점 시기를 8월로, 규모는 28만명으로 전망할 정도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와 맞물려 관심을 끄는 것은 K바이오가 도전했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성공 여부다. 지난해 2월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를 이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치료제 개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개발을 포기한다’는 한숨 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지지부진했던 K바이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도전에 기회가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데 2~3년 전부터 시작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계속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부터 나온다. ━ 코로나19 치료제 변이에도 효과 있다는 의견 높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는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머크사와 글로벌 제약사 MSD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내에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대해서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팍스로비드의 작용기전 등을 고려할 때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하는 일동제약 관계자도 “현재 변이에 대해 임상을 하지는 않았지만, 실험실 결과는 좋다. 다만 확인 절차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은 아니다. 2020년 7월부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그해 말까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부광약품·엔지켐생명과학·신풍제약·종근당·크리스탈지노믹스·대웅제약·셀트리온·제넥신·녹십자·셀트리온·대웅제약·뉴젠테라퓨틱스·동화약품·이뮨메드 등 14곳에 이른다. 마치 치료제 개발 붐이 일어난 것처럼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뛰어들었다. 부작용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것을 의심하기도 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자본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초기에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뛰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당시 언론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다’라는 문구가 나오면 주가가 올랐던 시기다. 지금이야 관심이 줄어들어서 그런 부작용은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분석처럼, 2021년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도 늘어났지만, 개발 포기를 선언하는 기업도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임상2상을 허가받은 엔지켐생명과학은 2021년 2월 식약처가 작성한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서 빠졌다. 당시 엔지켐생명과학은 치료제 임상 진행 계획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대신 녹십자웰빙은 2021년 2월 라이넥주라는 제품명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a상을 승인 받았다. 판매되고 있는 간기능개선약이 코로나19 치료제 효능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임상에 돌입했다.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처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중도에 포기한 제약·바이오기업으로는 일양약품과 GC녹십자, 부광약품 등이다. 일양약품은 임상 3상에서 치료제로 개발했던 백혈병 치료제의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 부광약품도 B형 간염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도전하는 플레이어는 없는 상황이지만, 포기를 하는 기업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큐리언트·종근당·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임상 진행을 철회했다. 지난 2월 11일 큐리언트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의 어려움으로 텔라세벡의 임상2상 진행을 중단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전했던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종근당은 임상3상을 진행했던 나파벨탄주의 임상을 중단한다고 지난 7월 1일 공시했다. 25개가 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17개 기업만 남은 상황이다. 임상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에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 선뜻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확률은 수만분의 1에 그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제약사가 2년 만에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던 데는 미국 정부가 18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치료제와 백신을 2년 만에 만든 미국이 비정상적인데, 그게 가능한 게 막대한 투자금을 정부가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만큼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치료제 개발 성공하면 수출 가능성 높아 또한 시장성 역시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팍스로비드는 머크사의 ‘라게브리오’의 처방량이 10배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와 코로나19 백신을 등에 업고 올해 매출이 1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후발 주자들이 세계 바이오 시장의 중심이라는 미국 시장을 뚫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환자 모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종근당 관계자는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일단 중증 환자가 없어서 임상이 어렵다”면서 “임상을 진행하고 싶어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들어간 이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개발을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치료제 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서 몇 개국이 안된다. 심지어 시장 규모가 크다는 일본도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약 개발 제조 기술력에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성공한다면 앞으로 나올 다양한 변이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사업성도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도 “사업성보다는 기술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치료제가 다양할수록 환자의 선택지는 늘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사업성만 생각하면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도 “환자를 모으는 것도 힘들고 시장성도 높지 않지만, 제약사의 사회적책임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K바이오에 큰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2022.07.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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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포기…K바이오 코로나 치료제 개발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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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종근당은 제3상을 진행했던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주의 임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2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코로나19 치료제 허가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3월 8일 중증 코로나19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나파벨탄주(CKD-314)의 임상 3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바 있다. 러시아 임상 2상에서 얻은 유의한 결과를 가지고 고위험군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임상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에 식약처는 같은 해 4월 15일 임상 3상을 승인했다. 임상 3상 진행 기간을 끝마치기 전에 종근당은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 코로나19 발생률이 감소하고 대다수 백신 접종으로 인해 폐렴환자가 감소해 임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7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19 치료제는 지난해 2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유일하다.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중단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레보비브 임상 2상을 진행했던 부광약품은 지난해 9월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추가 개발을 계획하지 않는다”고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 2월 11일 큐리언트는 텔라세벡의 임상 2상 시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의 어려움이 이유였다. 종근당이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했던 날 크리스탈지노믹스 역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 2상을 철회했다. 셀트리온은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다고 지난 6월 18일 발표한 바 있다. 7월 3일 현재 식약처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승인을 받은 제품은 총 19개다. 동화약품의 DW2008S, 녹십자웰빙 라이넥주, 신풍제약 피라맥스정, 진원생명과학 GLS-1027,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CP-COV03 등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와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렘데시비르 뿐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7월 3일 현재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10개 제품이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코미나티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백스레브리아주 등의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이 대부분이다. 지난 6월 29일 허가를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에 성공한 유일한 백신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증환자가 줄어들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해도 성과를 내가 어렵다는 점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고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2022.07.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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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세 면치 못하는 바이오 벤처…돌파구는 무엇? [흔들리는 특례 상장기업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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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흔들리자 바이오 벤처의 주가도 타격이 크다. 바이오 관련 종목은 주식 시장에서 '꿈(신약개발)'을 먹고 크는 대표적인 성장주다. 대내외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 성장주와 기술주 등이 가장 먼저 약세장에 진입하게 된다. 6월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술성장기업부 지수는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대비 14.8% 하락했다. 지난 2021년 마지막 거래일과 비교하면 37.6%로 하락 폭이 커진다.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의 주가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이날 고점 대비 90.5% 내린 2만4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넥신 주가도 같은 날 고점 대비 76.2% 하락한 2만9600원을 기록했다. 주가 하락 폭이 유독 큰 바이오 벤처는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국내 바이오 벤처의 대표적인 기업공개(IPO) 방식 중 하나다.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 벤처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문제는 이 제도를 통해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인 바이오 벤처가 상장 이후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벤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누적 93개다. 그러나 신약 개발과 기술 이전 등으로 실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바이오 벤처는 손에 꼽는다. 레고캠바이오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도 특정 해에만 흑자를 기록하고 나머지는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바이오 벤처 특성상 R&D에 장기간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수년간 적자 행진을 잇는 기업이 다수다. 우선 지난 2005년 상장한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8년 상장한 티앤알바이오팹은 102억원, 2011년 상장한 디엔에이링크는 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에 이어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큐리언트는 상장 이후 수년간 매출이 없어 주식 거래마저 중단됐다. 간신히 흑자전환한 일부 바이오 벤처를 제외하면, 사실상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상장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영업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본업을 제쳐두고 외도 중인 바이오 벤처도 늘고 있다. 올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애드바이오텍은 6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에는 동물용 항체의약품 개발에 집중했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신약개발기업 셀리버리도 지난 2월 자회사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를 통해 기능성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앞서 물티슈 제조업체 아진크린을 인수,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로 재탄생시켰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는 지난 1월 아기용 물티슈 브랜드도 론칭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 벤처의 주요 경영진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며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점도 문제다. 상장 이후 임상에 실패했으나 임직원이 이 정보를 공개하기 전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임상 실패로 투자자가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신라젠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지난 2016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항암제 '펙사벡'. 그러나 상장 이후 임상은 미뤄졌고 주요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드러나며 현재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 있다. 신라젠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면 17만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2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입증 받았다는 기업이 소액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셈이다. 헬릭스미스도 지난 2019년 당시 개발 중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후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반발을 사는 행보를 지속해 현재까지 갈등 중이다. 국내 증시가 약세라 바이오 벤처의 주가도 하락한다는 변명이 맞지 않는 사례다. ━ 논란 부른 기술특례상장…엄격한 평가 요구 목소리 높아 바이오 벤처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해왔다보니 한국거래소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허술하게 관리해 사실상 사업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업이 상장하도록 묵인했다는 이유다. 바이오 벤처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하려면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평가기관에서 기술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관별 심사 기준이 모호하고 평가위원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바이오 벤처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평가할 기반이 부실했다는 뜻이다. 비난이 쇄도하자 한국거래소는 최근 기술특례상장 심사 과정에 필요한 평가 모델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고, 바이오와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업종에 따른 평가 기준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조치에 신규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벤처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의 평가기준이 강화되면 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투자업계도 신생 바이오 벤처보다 기존 상장사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 평가기관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에 임상시험 단계나 기술 이전 실적 등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조금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보이면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였지만, 1~2년 전부터 기업의 기술력을 면밀히 살펴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벤처가 사업성을 일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100여 개 중 분명한 성과를 낸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임상 단계, 기술 이전 등이 기업에 요구되고 있다"며 "IPO 장벽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거래소가 평가모델을 발표한 이후 시장 분위기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2022.06.24 09:00

4분 소요
[주목받는 국산 바이오 신약] 기술력 좋아 글로벌 제약사도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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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뇌전증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 바이오 인터내셔널은 해마다 6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행사다. 올해는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다. 내년에는 보스턴에서 열린다. 2017 바이오 인터내셔널 곳곳에선 한국 바이오 기업이 눈에 띄었다. 면역항암제 개발 업체 신라젠이 좋은 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당시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신라젠 신약의 임상 결과가 좋게 나온 데다 면역항암제의 시장 가치가 높아져서다. 항암제를 다루는 제약사는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신라젠에 미팅 신청을 해왔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도 20곳 넘는 제약사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매출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위 이내 제약사는 전부, 20위권 제약사들도 대거 몰렸다. 설립 11년차 벤처기업에겐 이례적인 관심이다. 신라젠의 항암제 ‘펙사벡’은 유럽과 미국, 한국과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문 대표는 “2019년 임상 3상을 완료하며 적용 범위를 간암에서 신장암과 대장암으로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신라젠 항암제 ‘펙사벡’ 국내외에서 임상 3상 진행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바이오 의약품 기업들은 지난 수년 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번 바이오 인터내셔널에는 바이오 시밀러 제조의 강자로 올라선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은 물론 설립된 지 1~2년 된 신생 바이오텍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행사 기간 중 유럽계 글로벌 제약회사가 개최한 리셉션에 참석한 한국 바이오텍의 수가 중국과 일본 제약·바이오텍을 넘어섰을 정도다.글로벌 제약사들은 한국의 강소 바이오기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기술 수준이 높고 연구 결과가 빨리 나오는 장점 덕에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도 늘고 있다. 국내외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으로는 지속형 성장호르몬 개발사인 제넥신,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를 준비하는 오스코텍, 항암제와 항생제 미국 임상중인 레고캠바이오 등이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좁은 한국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해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왔기에 글로벌 제약사와 궁합이 잘 맞는다”며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며 R&D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여가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판교 바이오단지에 자리한 큐리언트도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업체다. 2008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분사한 연구 중심 기업이다. 대표 신약은 아토피 치료제 Q301이 있다. 미국에서 임상 2a를 완료했다. 임상 평가가 높게 나온 덕에 지금은 기술 수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약제 내성 결핵 치료제 Q203은 미국과 러시아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제넥신도 주목받는 기업이다. 지난 1월 줄기세포를 활용한 유전자 폐암신약 ‘GX-02’은 국내 임상 1상에 들어갔다. 이는 전체 폐암 환자 중 80%를 차지하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것으로, 줄기세포를 통해 암세포 살상 효과가 높은 유전자가 분비되도록 조작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제넥신은 유럽에서 자궁경부전암 치료백신 GX-188E와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인 GX-H9의 임상 2상도 진행 중이다.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바이오벤처다.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결합체)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DC는 선택성이 우수해 부작용이 작다는 항체(바이오의약품)의 장점과 약효가 높다는 약물(케미칼의약품)의 장점을 활용한 치료제다. 지난 2015년 중국 푸싱제약에게 허셉틴 ADC의 중국·대만·홍콩·마카오 판권을 208억원 규모로 이전했고, 1월에는 일본 다케다의 항암 전문 자회사 밀레니엄과 ADC 플랫폼 기술 리서치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미국에서는 항생제인 LBC10-0200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바이로메드는 시장 규모가 약 4조원으로 추산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이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설립한 연구기업으로 지난해 10월 대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해 임상 자금 1392억원을 확보했다. 기술 수출과 품목허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 치료제 ‘VM202’에 대한 임상을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임상 3상 진행을 승인받았다. 이 외에도 오스코텍의 경우 미국 임상1상 중인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SKI-O-703 프로젝트가 관심거리다. SKIO-703은 경구제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항암제, 당뇨 치료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 코오롱 인보사, 일본 제약사에 5000억 기술수출 계약 대기업군에서도 바이오 신약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29호 국산 신약으로 이름을 올린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가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에 나선 지 19년 만에 만들어낸 바이오 신약이다.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인보사에 대해 약 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에서도 임상 3상을 진행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10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을 진행, 연골재생에 대한 효능을 입증할 계획이다.SK바이오팜의 움직임도 돋보인다. SK바이오팜은 올해 2건의 미국 신약승인 신청을 기다리는 중이다. 뇌전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YKP3089(Cenobamate)는 임상2상에서 높은 약효를 인정받아 FDA와 협의 아래 ‘장기 투여에 따른 안전성 시험’ 중심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파이프라인 SKL-N05는 수면장애(기면증·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2011년 수면장애 분야 글로벌 1위 회사인 재즈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을 이전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이라는 비전 달성에 한걸음 다가갔다”며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수면장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07.29 16:56

4분 소요
[거센 바이오 투자 열풍] 수출 기대감 커지며 부푼 성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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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올해 9월 현재 975개의 바이오 기업이 있다. 이 중 176개가 상장사다. 3년 사이 상장한 기업이 특히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국내 바이오산업 규모는 글로벌 선진국에 비해 작지만,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며 성장 중’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5년 간 바이오의약품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2.33%를 기록한 합성의약품에 비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엔 괄목할 만한 수출 성장도 보였다.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수출 금액이 2014년 대비 82% 증가했다. 코스닥에서 바이오벤처기업 시가총액 비중도 10년 사이 3.8배 증가한 13.7%를 기록했다. ━ 팬젠 청약 경쟁률 1073대 1 몸집만 불어난 게 아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의 램사마가 좋은 예다. 2012년 유럽 허가를 시작으로 지금은 70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상용화된 줄기세포치료제 6품목 중 우리나라 기업에서 4품목을 제품화(하티셀그램-AMI, 카티스템, 큐피스템, 뉴라나타-알주)했고, 바이오의약품 관련 임상연구 또한 매우 활발하다. 관련 임상연구 건수는 최근 3년 간 총 229건으로, 미국과 유럽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도 업계에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국내에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투자 확대로 오는 2018년에 생산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는 연간 36만L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기술 개발과 제작 라인 확대는 매출과 수출량 증가로 이어지며 산업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중이다.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애타게 찾던 금융시장도 바이오산업에 주목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년에 상장되는 바이오 기업은 7개 남짓에 불과했다. 2014년에 9개에 그쳤던 바이오기업의 코스닥 신규 상장 수는 2015년에 24개로 늘어났다. 올해엔 4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이 상장할 전망이다. 청약경쟁률도 무시무시하다. 수백 대 1을 가볍게 넘어선다. 올해 상장된 바이오 기업 가운데 3곳은 기관투자가 경쟁률만 700대 1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상장한 휴온스·팬젠·큐리언트·안트로젠 등은 증시에 화제를 불러 모은 주인공이다. 지난 3월 상장한 바이오의약품 전문 기업 팬젠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1073 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희망가격 최상단에 형성됐음에도 3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이 몰리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했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안정적인 내수시장에 더해 해외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제약·바이오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중소형 제약·바이오주의 주가도 상승했다. 제일약품·신풍제약·슈넬생명과학 등 연초 대비 주가가 100% 넘게 상승한 종목이 등장하며 산업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증권가에선 하반기에도 바이오주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연구개발(R&D) 성과가 나타날 것이고, 굵직한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다. 최근 외국인·기관 투자가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외국인의 경우 지난 6월 590억원에 그쳤던 순매수 기록이 8월에는 1451억원으로 늘었다. 8월 외국인 투자가는 휴젤과 셀트리온을 각각 849억원, 566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 투자가는 같은 기간 셀트리온과 메디톡스를 각각 477억원, 1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이자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에 대해 “올해 유럽 점유율 4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판매가 시작되면 분기당 매출액 증가와 함께 이익률이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디톡스는 8월 신약 ‘이노톡스(액상 보툴리늄 톡신)’의 기술 수출 가치가 확인되면서 주가가 급등해 코스닥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유한양행의 디스크 치료제와 한미약품의 RAF 항암제 기술 수출 추진, 씨젠의 추가 계약 추진 등의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 기관·외국인 투자가 순매수 활발 바이오주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강세다. 미국 나스닥 바이오지수는 지난 6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주 선전 원인으로는 세계 2위 제약사 화이자의 메디베이션(Medivation) 인수가 영향을 미쳤다. 화이자는 지난해 앨러간 합병에 실패한 이후 메디베이션 인수를 노렸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Xtandi) 제조사다. 연간 매출은 20억 달러다. 화이자가 지불한 금액은 140억 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화이자 주가는 인수 발표 당일인 8월 9일(현지시간) 0.40% 하락했지만 메디베이션 주가는 19.74% 상승했다. 캐나다 최대 제약사인 밸리언트의 주가도 이날 25.4%나 올랐다. 1994년 3월 상장된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2분기 손실 규모가 늘었지만 전체적인 시장 전망이 밝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이유다. 초대형주들이 선전하자 관련 바이오 기업 주식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IT 주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증시에도 반영되곤 했다”며 “국내 바이오 관련주는 나스닥 바이오지수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하반기에도 기대주가 줄을 서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종목은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송도에 세 번째 상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중 조건이 더 좋은 곳에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 안팎으로, 공모자금 규모만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CJ그룹의 자회사인 CJ헬스케어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제약사인데다 제약사 매출 순위 10위권이다. 일반의약품에서 신약, 제네릭, 개량신약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지난해에는 중국에 1000억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셀트리온 제품의 판권을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녹십자의 세포 치료제 부문 자회사 녹십자랩셀, 국내 수액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JW생명과학도 기대주로 꼽힌다. 중견 기업 가운데에선 고품질 원료의약품에 특화된 에스티팜, 비뇨기과와 피부과에 특화된 동구바이오제약, 항암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신라젠과 파멥신 등도 투자 유망주로 꼽힌다. ━ 바이오 투자, 3년은 기다려야 주의할 점도 있다. 바이오 기업 공모주는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장 대박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하락하는 회사가 많다.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의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50% 높았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자 곧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상장한 바이오 기업 21개 가운데 12개 기업의 현재 주가가 모두 시초가 아래에 형성돼 있다.바이오는 멀리 바라봐야 하는 산업이다. 적어도 3년은 기다리며 장기적인 투자를 생각해야 한다. 더욱이 상장한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이제 막 연구계획을 세우고 개발비를 모으는 단계에 있다. 투자자들이 바라는 높은 기대수익률을 당장 기록하긴 어렵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기업은 제품과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기업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바이오는 좀 다르다”며 “임상실험 중이고 오류를 확인하고 있다는 주장만으로 3~4년은 실적 없이도 버틸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최근 추세를 보면 정보통신(IT) 기업보다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자들이 우호적이다. 예전 IT버블 당시 묻지마 투자 현상과 비교될 정도로 투자가 몰린다. 이를 활용하는 기업도 늘었다. 바이오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가 넓은 분야다. 화장품이 좋은 예다. 화장품에 바이오 원료를 사용하면 바이오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경계가 워낙 모호해서다. 제약에 비해 화장품 생산허가를 받는 일은 쉽다. 제약회사 가운데 신약 개발에 애를 먹는 경우 바이오 화장품을 출시한 다음 코스닥에 상장해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도 있다. 일반 기업이 바이오 기업 연구소를 인수한 다음, 회사 이름에 바이오를 넣어 우회 상장하는 사례도 있다. 제약 주가가 바이오보다 안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제품을 생산해왔고 수익성이 검증된 덕에 주가가 꾸준하다. 바이오주로 구성된 코스닥 제약은 연초 기준 8월까지 평균 9% 오른 반면, 전통 제약주로 구성된 코스닥 의약품 주는 같은 기간 22% 올랐다.바이오 투자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와 벤처캐피털 등 업계의 ‘스마트머니’까지 바이오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반기 10개의 신규 바이오펀드가 등장한다. 국민연금도 지난 2분기 바이오·제약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한국 거래소 역시 바이오 기업 유치에 열심이다. 청구 기업의 편의성을 고려해 6주 간의 평가기간을 4주로 단축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도 운영 중이다.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할 기회를 주는 제도로, 중소 바이오 기업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 늘어나는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상장 - 기술은 있지만 실적은 글쎄 바이오 공모주에 투자할 때 실적을 꼭 챙겨야 한다. 지난해부터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어서다. 기술특례상장은 실적이 기준에 못 미치지만 확실한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성장성과 기술력만 보고 미래에 투자하는 의미다. 지금까지 32개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상장했는데, 그중 28개가 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문제는 28개 바이오 기업 중 19개사(반기보고서 미제출 1개사 제외)가 2016년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10개 바이오 기업은 산업용 효소를 만드는 제노포커스 단 1개사를 제외하고 모두 손실을 봤다. 기술을 상용화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기술특례상장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증권사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의 성장 가능성이 큰 건 맞지만, 업종 특성상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묻지마 투자를 피하고, 사업의 수익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6.09.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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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미래 가치·대장주는] 비싸도 대세는 바이오·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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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수익·저물가가 일상이 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 역설적으로 투자자들은 양적인 고속성장의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에 더욱 열광한다. 차별적인 성장 스토리를 가진 코스닥 중소형주가 부각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유망하다고 보고 있는 업종과 종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서 비싼 거 아닌가.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벌써 몇 년 째다. 하지만 여전히 유망한 업종으로 손꼽히는 게 이 분야다. ‘저성장 시대의 성장주’라는 매력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바이오 주는 각광 받는 편이다. 대부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크다 보니 저금리 상황에서 관련 투자가 활발하기 때문이다.과거에도 바이오주는 성장 잠재력이 충분했지만 실체가 없었다. 이젠 신약 개발 등 그동안의 성과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해 상장된 새내기 종목 중엔 신약개발 회사 큐리언트가 추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장암 진단에 사용되는 NK뷰키트로 해외 시장을 개척 중인 에이티젠도 증권사의 관심 종목이다.바이오·헬스케어 못지 않게 코스닥 전통의 강자인 게임주도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지난해 70%를 넘어서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사의 해외 시장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서머너즈워’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 중인 컴투스, 인기 게임 ‘별이되어라’ 시리즈의 해외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게임빌이 게임주 대표 주자다.최근 주가가 들썩이는 산업으로는 디스플레이 장비·소재 업종을 들 수 있다. 애플이 2018년엔 아이폰 전 모델에 플렉서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업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OLED TV용 대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OLED 장비 업체의 주가는 지난해 말 이후 이미 크게 올랐다. 장비 투자가 이뤄지고 나면 소재 업체가 주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공정용 액체화합물을 생산하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와 동진쎄미켐 등이 관련 종목으로 꼽힌다.업종보다는 개별 종목별 스토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중소형주는 물론이고 대형주도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업황과 별개로 전문가가 추천한 코스닥 종목으로는 씨엠에스에듀가 있다. 사고력 중심의 수학학원 업체로 올 3월 상장했다. 교육 서비스 업종은 출산률 감소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전반적인 양적 성장은 끝났지만 콘텐트가 차별화된 곳은 질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씨엠에스에듀는 최근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재원생 수가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코딩교육 의무화(2018년)와도 맞물려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원피 가격이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날 전망인 피혁 제조업체 삼양통상, ‘아토팜’이란 브랜드로 중국 시장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는 영유아 기능성 화장품 업체 네오팜도 유망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도움말 주신 분: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위원, 오탁근 미래에셋대우증권 파트장, 유욱재 IBK투자증권 이사,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 (이름 가나다 순)

2016.07.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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