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개 기업 증시 퇴출, 개미만 숨죽여 운다 [상장폐지 경고등 켜진다]①
소리바다·맘스터치 등 상장폐지…‘자진상폐’도 늘어
거래정지 종목도 94개…거래소 최종 결정 ‘촉각’
올해 19개 기업이 상장 폐지로 국내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상장폐지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거래정지 종목도 94곳에 달한다. 올해 상장 폐지가 결정된 종목은 경영 환경 악화로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거나, 대주주의 횡령·배임 또는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요구해 제 발로 증시를 떠나갔다. 상장 폐지 결과를 받았거나 결정을 앞둔 소액주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은 총 19개(이전상장·흡수합병·스팩 제외)다. 지난 1월 5일 지안바이오를 시작으로 폴루스바이오팜, 지스마트글로벌, 한프, 스포츠서울, 현진소재, SNK, 세영디앤씨, 에스에이치엔엘, 맘스터치, 에이치엔티, 소리바다 등이 국내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상장 폐지 이유 '감사의견 거절' 가장 많아
상장 폐지 종목들의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감사인의 의견 거절이다. 상장사들은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감사인으로 참여하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상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총 네 가지의 감사 의견 중 ’부적정‘ ’거절‘ 의견을 받거나 2년 연속으로 ’한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올해 들어 소리바다, 에스에이치엔엘, 세영디앤씨, 현진소재, 한프, 지스마트글로벌, 폴루스바이오팜 등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이 폐지됐다.
국내 1세대 음원 유통 서비스로 알려진 소리바다는 정리매매를 거쳐 지난 7일 상장 폐지됐다. 소리바다는 지난해 5월 2020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듬해인 2021사업연도에도 감사의견 거절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결국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코스피 상장사였던 폴루스바이오팜 역시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지난 2월 22일 최종 상장폐지가 됐다. 2020년 회장 및 부사장 등이 235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임원진이 79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휘말리면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2년 연속으로 의견 거절을 받은 결과다.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식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94개 종목(파생상품 제외)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8개사, 코스닥 75개사, 코넥스 11개사로 전체 거래정지 종목의 80%가 코스닥 상장사다. 거래정지 종목이 향후 열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과 회사 측의 이의 신청을 거쳐 최종 상장 폐지가 결정되게 된다.
상장 폐지 문턱에서 개선 기간을 부여받아 기사회생을 꿈꾸는 경우도 있다. 한때 코스닥 2위까지 올랐던 신라젠을 비롯해 코오롱티슈진, 큐리언트, 휴엠앤씨 등이 현재 개선 기간 종료 후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한 뒤 거래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거래소는 개선계획 제출일부터 20영업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게 된다.
맘스터치·SNK, 자진 상장폐지
회사 측의 요청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사례도 있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상장사였던 게임업체 SNK와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하고 코스닥 시장을 떠났다. 현재 한일네트웍스·삼표시멘트·LX세미콘 등 3개사도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발행주식 수의 95%를 확보해야 한다. 대주주는 장내매수나 공개매수를 통해 95%의 지분을 확보한 뒤 이사회를 통해 상장폐지를 결의하고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후 한국거래소에 자진 상장 폐지 신청서를 제출한 뒤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정리매매 후 최종 상장 폐지가 이뤄지게 된다.
상장사들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장사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공시 의무를 따라야 하며 분기·반기·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재무상황과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하거나, 악재가 겹치는 경우 비상장사로 남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난 5월 자진 상장폐지를 거쳐 비상장사가 된 맘스터치가 대표적이다. 맘스터치는 2016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6년 만에 증시를 떠났다. 맘스터치 측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부정적 이슈가 강조되면서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가맹점주들의 요청에 따라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맘스터치의 자진 상장폐지는 사실상 매각을 위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맘스터치가 자진 상장 폐지 직후인 지난 6월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다. 현재 맘스터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로, 연내 맘스터치의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사보다 공시 의무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상장 상태에서의 매각이 최대주주 입장에선 더 유리했으리란 추측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해 자진 상장 폐지를 추진하기도 한다. 삼표시멘트는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 조건부 상장 폐지와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LX세미콘 역시 오는 23일 열릴 임시 주총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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