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의약품’된 키트루다…기업들 ‘병용 임상’ 러시
[꿈의 항암제, 키트루다]②
빅파마도 바이오텍도…키트루다 병용 활발
‘병용 임상=성공’ 공식 필승법은 아냐…단독서도 효과 있어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은 미국 머크(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다.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로,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피하지 못하게 만들어 치료 효과를 낸다. MSD에 따르면 키트루다의 매출은 지난해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기록했다. 10여 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키트루다의 매출은 400만 달러(약 56억원)에 불과했다. 매출 규모를 계속 키워 제품 출시 이후 몇 년 새 막대한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됐다.
MSD는 키트루다를 다양한 암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지속했다. 더 많은 암 환자가 키트루다를 사용해 이 의약품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키트루다가 수많은 기업에 키트루다를 제공해 병용 임상을 추진하도록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해 해외 여러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는다면 이는 모두 키트루다의 매출로 연결된다. 특히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피하지 못하도록 해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할 때 치료 효과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빅파마도 바이오텍도 병용 추진
올해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에서도 여러 기업이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새로운 약물 개발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도 마찬가지다. 모더나는 현재 mRNA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항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모더나는 올해 열린 ASCO에서 키트루다와 항암 백신을 함께 투여한 흑색종 환자의 재발 및 사망 위험이 키트루다만 투여했을 때보다 49% 줄었다는 임상 분석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항암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도 키트루다와 자사의 약물을 병용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현재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자사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물질은 면역항암제의 활성을 방해한다고 알려진 형질전환성장인자(TGF-ß)와 혈관내피생성인자(VEGF)의 경로를 차단한다. 티움바이오는 두 약물을 함께 투여했을 때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없던 암 환자도 이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약품과 지아이이노베이션, 큐리언트 등도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MSD와 협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진행성이나 전이성인 고형암 환자가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할 수 있는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큐리언트는 2021년과 2022년 MSD와 계약을 맺고 선택적 CDK7 억제제인 Q901와 Axl·Mer·CSF1R 키나아제 억제제인 Q702를 키트루다와 각각 병용하는 임상을 추진 중이다. 최근 면역항암제에 R&D 역량을 결집 중인 지놈앤컴퍼니도 자사의 후보물질 GEN-001을 키트루다와 병용해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네오이뮨텍도 자사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단독 요법으로 개발하면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이 임상의 결과 일부를 ASCO에서도 공개했다. 이 물질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수를 늘려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하게 한다. 네오이뮨텍도 기존에 키트루다가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 암종을 대상으로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과 전이성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네오이뮨텍의 약물로 T세포의 수를 늘리고 키트루다로 T세포가 면역세포로 기능하게 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다.
단독 요법 효과가 중요
많은 기업이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든 약물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키트루다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도 기업의 자체 물질이 치료 효과가 없다면 병용 임상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병용 요법은 약물을 여럿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 만큼 부작용도 커진다. 국내 한 임상 컨설팅 회사 임원은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하는 기업의 물질이 그 자체로도 항암 효과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서로 다른 두 약물을 썼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야지, 단순히 약물 효과가 산술적으로 늘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
MSD와 협의를 통해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공급받는 기업도 사실상 소수다. 많은 기업이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을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MSD가 약물의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살핀 파이프라인은 적다는 뜻이다.
실제 키트루다 병용 임상을 추진하는 기업 상당수는 MSD로부터 키트루다를 구매해 임상을 진행한다. 키트루다를 무상 공급받지 못해 별도의 방법을 찾아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도 많다.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공급받은 국내 기업도 한미약품과 큐리언트·티움바이오·지놈앤컴퍼니·지아이이노베이션·메드팩토 등 10여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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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는 키트루다를 다양한 암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지속했다. 더 많은 암 환자가 키트루다를 사용해 이 의약품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키트루다가 수많은 기업에 키트루다를 제공해 병용 임상을 추진하도록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해 해외 여러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는다면 이는 모두 키트루다의 매출로 연결된다. 특히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피하지 못하도록 해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할 때 치료 효과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빅파마도 바이오텍도 병용 추진
올해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에서도 여러 기업이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새로운 약물 개발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도 마찬가지다. 모더나는 현재 mRNA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항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모더나는 올해 열린 ASCO에서 키트루다와 항암 백신을 함께 투여한 흑색종 환자의 재발 및 사망 위험이 키트루다만 투여했을 때보다 49% 줄었다는 임상 분석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항암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도 키트루다와 자사의 약물을 병용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현재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자사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물질은 면역항암제의 활성을 방해한다고 알려진 형질전환성장인자(TGF-ß)와 혈관내피생성인자(VEGF)의 경로를 차단한다. 티움바이오는 두 약물을 함께 투여했을 때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없던 암 환자도 이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약품과 지아이이노베이션, 큐리언트 등도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MSD와 협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진행성이나 전이성인 고형암 환자가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할 수 있는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큐리언트는 2021년과 2022년 MSD와 계약을 맺고 선택적 CDK7 억제제인 Q901와 Axl·Mer·CSF1R 키나아제 억제제인 Q702를 키트루다와 각각 병용하는 임상을 추진 중이다. 최근 면역항암제에 R&D 역량을 결집 중인 지놈앤컴퍼니도 자사의 후보물질 GEN-001을 키트루다와 병용해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네오이뮨텍도 자사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단독 요법으로 개발하면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이 임상의 결과 일부를 ASCO에서도 공개했다. 이 물질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수를 늘려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하게 한다. 네오이뮨텍도 기존에 키트루다가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 암종을 대상으로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과 전이성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네오이뮨텍의 약물로 T세포의 수를 늘리고 키트루다로 T세포가 면역세포로 기능하게 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다.
단독 요법 효과가 중요
많은 기업이 자사의 약물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든 약물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키트루다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도 기업의 자체 물질이 치료 효과가 없다면 병용 임상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병용 요법은 약물을 여럿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 만큼 부작용도 커진다. 국내 한 임상 컨설팅 회사 임원은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하는 기업의 물질이 그 자체로도 항암 효과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서로 다른 두 약물을 썼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야지, 단순히 약물 효과가 산술적으로 늘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
MSD와 협의를 통해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공급받는 기업도 사실상 소수다. 많은 기업이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을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MSD가 약물의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살핀 파이프라인은 적다는 뜻이다.
실제 키트루다 병용 임상을 추진하는 기업 상당수는 MSD로부터 키트루다를 구매해 임상을 진행한다. 키트루다를 무상 공급받지 못해 별도의 방법을 찾아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도 많다.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공급받은 국내 기업도 한미약품과 큐리언트·티움바이오·지놈앤컴퍼니·지아이이노베이션·메드팩토 등 10여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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