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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 거부’ 택시 손댔다 무너질 위기…카카오T 편익 사라지나 [기승전-플랫폼]

IT 일반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2014년 3월 서울 신촌 늦은 밤거리. 회식을 마친 A씨는 길거리에서 연신 손을 흔든다. 택시를 잡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엔 ‘보고 싶다’는 아내의 연락이 쌓여있다.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택시는 좀처럼 서질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한 택시가 멈춰 섰다. 기사는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빼꼼 내밀어 목적지를 묻는다. “연희동이요.” A씨의 답변을 듣자마자 기사는 가던 길을 갔다. 뒷모습이 야속하다.#2015년 12월 밤 서울 광화문 카페 안. 송년회를 마친 A씨는 따뜻한 커피를 거의 다 마셨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빨리 오라는 아내에 카카오톡 메시지에 ‘카카오 택시가 있으니까 금방 갈 거야’라고 답한다. 답장을 보낸 손은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향한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2분, 화면에 택시 도착시간이 떴다. 예정 시간에 맞춰 탄 택시 안에선 목적지를 두고 실랑이하는 일도 없다.10년 전 길거리는 지금과 달랐다. 한참을 기다려도 좀처럼 보이질 않는 택시, 겨우 잡아도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 먼 길을 돌아 목적지로 향하는 택시가 즐비했다. 택시를 타고 귀가 중인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면 전화 외엔 방법이 없었다.현재 택시 기사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공공의 적’으로 부르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런 풍경을 단 1년 만에 바꿔냈다. 2015년 4월 택시 호출 사업에 진출하자마자 편의성을 무기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카카오 T가 시장이 등장하고 9년이 지난 현재에는 ‘길에서 잡는 택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택시 이용이 ‘앱 호출’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됐기 때문이다. “승차 거부는 확실히 줄었고 대기 시간 역시 짧아졌다”는 식의 소비자 평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통해 이룬 성과다.이런 기업이 현재 사업 영속성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실질적 규제로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한 해 동안 주요 규제기관의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제재가 이뤄졌고, 일부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2023년에만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제재로 271억2000만원 과징금 부과 결정(2월) ▲가맹 택시 자회사와 맺은 계약에 따른 분식회계 의혹의 금융감독원(금감원) 조사 시작(10월) ▲카카오모빌리티를 대상으로 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치정보법 준수 여부 집중 조사 시작(11월) ▲경쟁사 일반 호출 차단 사안에 대한 공정위 제재 수위 논의 착수(12월) 등을 겪었다.ICT 업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플랫폼’과 ‘가맹 택시’ 등의 사업을 영위하며 분명 도의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건 맞다”라면서도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까지 모두 무시하는 처사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외 비판과 규제기관 제재로 카카오모빌리티 사업이 무너진다면 그간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10년간 이룬 성과는 물론 여전히 남아있는 불친절·승차 거부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할 기회가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도 ‘긍정적 변화에는 완전히 눈을 감았다’는 식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라는 말인가’, ‘회사가 망해야 끝날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카카오모빌리티는 규제기관의 제재를 받게 된 대다수 원인이 ‘해석의 차이’이거나 ‘일부 내용을 과대 적용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알고리즘 배차 의혹에 대해선 ‘기술 개발 과정에서 도입한 몇 가지 사례를 규제기관이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회사는 알고리즘 조작에 따른 가맹 택시 유입도 없었다며 공정위 제재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카카오모빌리티의 세심한 접근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은 이용자 편익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택시 탑승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2015년 ‘카카오 T 택시’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시대가 시작됐다”며 “이후로 택시 서비스의 고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ICT업계에서도 전통적 오프라인 산업인 택시가 카카오모빌리티 등장으로 플랫폼 기반의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영역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택시 출시 후 다양한 기록을 써내기도 했다. ▲앱미터기 ▲멀티콜 ▲자동결제 등 신규 기능을 ‘최초’로 도입한 점이 대표적이다. 앱미터기는 기계식 미터기와 달리 위성항법장치(GPS)를 기반으로 시간·거리·속도를 계산해 택시 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금제 변경 ▲탄력요금제 ▲사전 확정 요금제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찍이 도입한 ‘자동결제’ 서비스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빛을 발했다. 필수 비대면 서비스로 주목을 받으면서 사용량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첫 주 자동결제 호출 이용자 비율은 56%로,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카카오모빌리티는 ‘앱 호출’에 더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꾸준히 출시해 왔다. 현재 월평균 25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은 카카오 T 택시 ‘대신 불러주기’가 대표적이다. 호출한 이용자와 탑승자가 달라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부모님이 병원에 가거나 자녀가 학원에 가야 하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개발한 기능”이라며 “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볼일을 볼 수 있는 기능도 이런 ‘이용자 마음’을 생각해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일회용 안심 번호 ▲안심 메시지 등의 기능도 ‘소비자 우선’ 가치가 반영돼 있다. 택시 탑승 정보를 지인이나 가족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 늦은 시각·낯선 곳에서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회사 측은 “서비스를 도입한 2015년부터 3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약 1억8000건의 안심 메시지가 발송됐다”며 “이용자들의 안전한 이동을 도운 것”이라고 전했다.카카오모빌리티가 바꾼 풍경…기반은 ‘기술력’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출근-퇴근-심야 시간’에는 이용하기 힘든 점부터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택시 서비스의 가장 큰 우선순위를 ‘배차 품질’로 설정하고 기술을 꾸준히 개발했다”며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매칭이 되는 플랫폼’이란 가치를 전달코자 했다”고 말했다.ICT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경쟁력으로 ‘배차 시스템’을 가장 앞에 둔다. 국내 호출 앱 대다수는 여전히 특정 반경 내 불특정 다수의 택시에 콜을 발송한다. 먼저 콜을 수락하는 기사에게 운행 기회가 돌아가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문제점은 ‘이용자가 불편’하다는 데에 있다. 주변에 택시가 많아도 콜 수락이 없으면 배차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한 뒤에야 배차가 성사되는 이유다.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르다. 2015년 서비스 출시 후 지금까지 배차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직선거리 기반 배차 ▲도로 경로 기반 배차 ▲예상 도착시간 기반 배차로 시스템을 ‘순차 고도화’했다. 이는 승객의 대기 시간 최소화로 이어졌다.특히 2020년에는 ‘인공지능(AI) 배차시스템’을 전면 도입해 승객 편의성에 방점을 찍었다. 당시 회사는 이 기술을 “기사들의 골라잡기를 줄이고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소개했다.AI 배차 시스템은 호출이 발생한 요일·시간대·출발지·도착지·택시 수요공급 현황·운행 패턴 등 약 30가지 변수를 머신 러닝으로 분석한다. ▲승객에게 빠르게 도착 가능한 기사 ▲해당 콜의 수락 확률도 높은 기사를 예측해 낸다. 그 결과 카카오 택시의 평균 배차 대기 시간은 2019년 14.1초에서 2021년 8.6초로 39% 감소했다. AI 기술이 이용자 편의로 이어졌단 방증이다.카카오모빌리티는 AI 배차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승객 탑승까지의 ‘적정 시간’을 상황별로 산출, 택시와 매칭률을 높이는 기술도 적용했다. 이는 카카오그룹 내 AI 기술 개발 전문 기업 카카오브레인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마련한 성과다. 택시 호출이 발생하는 지역과 시간대를 예측하는 딥러닝 기반의 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예측 기술을 통해 ‘택시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결하겠단 취지다.카카오모빌리티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구축한 이 배차 시스템을 ‘일반 호출’ 사용 택시 기사에게 사업 시작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용자 역시 ‘일반 호출’ 사용에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는다. 카카오 T 전체 호출의 약 90%가 무료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필요하면 투자호출 앱을 사용하더라도 ‘내 위치’가 부정확하다면 택시와 길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기사와 이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는 ‘측위’ 기술력이 서비스 편의성에 직결되는 이유다.측위 기술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GPS 신호의 정확도는 높다. 그러나 ▲고층 건물 사이 ▲고가도로 ▲터널 ▲지하도 등은 신호가 통과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명확하다. 정확한 위치 산출이 어려워지는 음영지역이 존재한다는 의미다.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GPS 신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맵매칭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GPS 정보는 물론 ▲도로 네트워크 배치 ▲길 안내 정보 등을 종합해 운전자와 승객의 현재 위치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찾는다. 변수를 계산해 가장 높은 확률을 보인 경우로 현재 위치를 특정하는 방식이다.회사 관계자는 “대형 건물에서 카카오 택시를 호출할 때 이용자가 별도로 위치를 설정하지 않아도 앱이 알아서 기사와 승객이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출입구를 안내할 수 있다”며 “맵 매칭 기술에 꾸준히 투자해 개발한 성과”라고 설명했다.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기술 내재화에도 신경을 썼다. 택시 서비스 출시 2개월 뒤인 2015년 5월 ‘국민내비 김기사’를 인수해 ‘카카오내비’로 탈바꿈시켰다. 2009년 설립된 우버가 2016년에 마련한 인프라를 2개월 만에 구축한 셈이다. 2012년에 설립된 리프트도 2022년에야 자체 지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버·리프트·그랩 등 글로벌 사업자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단 방증이다. 택시 문화 ‘긍정적’ 변화 앞장택시 사업은 그 구조상 가사가 자발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요인이 크지 않다. 요금은 규격화돼 있고 단골의 개념도 희미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블루·블랙·벤티 등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택시’를 통해 이를 개선코자 했다. ‘냄새나고 불친절한 택시’라는 고질적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회사가 시그니처 향기 브랜드 ‘슬로우 그린’을 선보이고 카카오 T 벤티 차량에 적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회사는 택시 문화 개선을 위해 서비스 품질 관리 체계화도 진행했다. 2020년부터 서비스 품질 시스템을 고도화, 기사와 이용자의 상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정보는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핵심 데이터로 활용된다. 평점과 함께 서비스에 대한 태그를 복수 선택하도록 기능 개편도 진행했다. 이용자가 쉽게 의견을 보낼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또 승객이 평점 5점을 남기는 경우에만 활성화되는 ‘이 기사님 또 만나기’ 기능은 자발적인 서비스 개선을 독려하는 선순환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문화 캠페인도 전방위로 진행하고 있다. 친절한 응대·불필요한 대화 자제·차량 내외부 청결 등을 골자로 하는 ‘블루라이트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또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 브랜드 택시 기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브랜드 택시 마스터어워즈’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카카오모빌리티는 파트너 상생과 사회공헌을 위해 다양한 소셜임팩트 캠페인도 전개해 왔다. 파트너 동반 성장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질병이나 사고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택시 기사에게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의료생계 안심지원’ ▲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모빌리티 종사자를 찾아 알리고 시상하는 ‘도로 위 히어로즈’ ▲택시 기사 자녀의 꿈과 미래를 지원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주니어랩’ ▲초보 대리 기사의 직무교육과 건강관리를 돕는 ‘슬기로운 대리생활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23년 9월에는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소셜임팩트 브랜드 ‘201 캠페인’을 선포한 바 있다. ▲2는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프로젝트 투) ▲0은 소외 없는 사회적 가치 창출(프로젝트 제로) ▲1은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 행동 실천(프로젝트 원)을 뜻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 캠페인’ 선포를 기점으로 여러 기관 및 기업들과 협업을 도모,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들을 적극 발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런 노력에도 현재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혀 있다. 시장에선 ▲택시 기사의 정치 세력화 ▲카카오 브랜드의 유명세가 이런 이미지를 만든 요인이라고 본다. IC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한 다양한 변화는 소비자 입장에선 반길 일이지만, 택시 기사 입장에선 불편한 일”이라며 “소비자 편의 서비스를 강제하는 기업이란 인식이 이미 정치 세력화돼 있는 택시 기사 사이에서 번지며 ‘착취’란 꼬리표가 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카카오 T의 호출 시장 점유율은 90% 정도로 집계된다. 부정적 인식이 빨리 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전국 택시 기사는 약 23만명 정도다. 정치권 역시 집단화된 택시 기사의 목소리를 무시하긴 어려운 구조라서 사실 파악보단 규제의 칼을 빼 든 것”이라고 꼬집었다.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는 규모에 비해 너무 유명한 기업”이라며 “규제기관이 성과로 삼는 조사가 이뤄지기 좋은 구조라 표적이 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4.01.24 08:00

10분 소요
택시비도 2월부터 오른다… 기본요금 1000원 오른 4800원

정책이슈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2월1일 오전 4시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 인상된다. 기본거리는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어든다.29일 서울시에 따르면 거리당 요금은 현행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결과적으로 요금 미터기가 더 빨리 오르기 시작하고, 오르는 속도도 더 빨라진다.심야(오후 10시~익일 오전 4시)에는 할증 확대와 맞물려 요금이 더 늘어난다. 작년 12월1일부터 심야할증 시작 시간이 밤 12시에서 10시로 2시간 앞당겨졌다. 탑승객이 몰리는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는 할증률을 기존 20%에서 40%로 높인 탄력요금도 적용 중이다. 이에 따라 2월부터 심야에 종각역에서 강남역까지 약 10㎞를 이동한다면 택시비를 1만7700원 내야 한다.현재(1만5800원)보다 1900원(12.0%), 심야할증 조정이 없던 작년 12월 이전(1만3700원)과 비교하면 4000원(29.2%) 인상되는 셈이다. 나머지 서울 모범·대형택시도 2월부터 기본요금이 현행 3㎞당 6500원에서 7000원으로 500원 오른다. 외국인관광택시의 구간·대절요금도 택시 기본요금 조정에 맞춰 5000∼1만원 인상된다.택시에 이어 8년 만의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 인상 논의도 내달부터 본격화한다. 시는 4월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요금 300∼400원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3.01.30 09:09

1분 소요
택시난 해결이 탄력요금제?…기사들 ‘시큰둥’, 요금인상에 사용자 반발

IT 일반

국토교통부와 플랫폼택시업계가 탄력요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택시 호출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엔 평소보다 많은 요금을 받도록 하겠단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기사들은 시큰둥해 하고 있다. 국토부와 업계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금 수준이 기대에 못 미쳐서다. 지난해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전까진 고급·대형 택시만 탄력요금을 받을 수 있었다. 가령 VCNC가 운영하는 ‘타다 넥스트’는 수요에 따라 평소 요금의 0.8~4배를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브랜드 중에선 ‘카카오 블랙’이 0.7~4배, ‘카카오 벤티’가 0.8~2배를 받는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서 전체 택시의 90.76%를 차지하는 중형 택시도 탄력요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플랫폼을 통해 자사 가맹택시를 호출했을 때에 한해서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고픈 플랫폼택시업체는 요금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국토부에 신고하면 된다. 국토부에선 업체가 낸 신고서를 검토한 뒤 10일 내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법이 있는데도 그간 탄력요금제는 수면 아래 있었다. 사실상 택시비를 올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스마트호출 호출료를 수요에 따라 최대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려고 했을 때도 사용자 반발에 부딪혔다. 수요에 따라 호출료에 차등을 둔 것도 탄력요금제의 일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시 요금 인상을 없던 일로 했다. 하지만 최근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화두에 올랐다. 호출은 크게 늘어나는데 중형택시 기사들은 여전히 도로 위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다. 단적으로 서울 법인택시 가동률은 30%에 머물고 있다. 기사가 없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의 3분의 1만 운행하고 있단 뜻이다. 국토부와 주요 플랫폼택시업체들은 지나치게 낮은 택시요금이 문제라고 보고 탄력요금제 논의에 들어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그 중 하나다. 카카오T블루에 적용할 탄력요금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요금 범위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요금제를 신고하진 않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측에서)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도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택시업계 요구가 있는 만큼 논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탄력요금제 도입을 앞둔 곳도 있다. 전국 단위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업체도 자사 가맹택시를 대상으로 0~3000원의 호출료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T블루 호출료와 같은 수준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현장에 있는 중형 가맹택시 기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탄력요금의 범위 때문이다.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 측에서 평소 요금의 2배 수준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택시업체 관계자는 “적어도 3배는 돼야 가동률이 유의미하게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택시와 격차가 크면 기사 이탈을 막을 수 없단 취지다. 문제는 물가다. 특히 6·1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 입장에선 논의 자체가 부담이다. 운행 대수에 여유가 있어도 ‘예약’ 등을 켜고 플랫폼 호출만 받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적장 시장가격보다 택시비가 더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 입장에선 2배 이상으로 탄력요금 범위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2.05.24 19:00

3분 소요
[‘현대판 허생전’ 카카오T①] 택시시장 장악 후 ‘내맘대로’ 콜비 인상

정책이슈

이용자와 택시를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또다시 서비스 요금 인상을 들먹이고 있다. 3년 전에도, 올해도 정부 제재와 시민단체 반발로 인상폭을 낮추긴 했으나 콜비 인상 논란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우버·타다 등 경쟁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이런 독과점 행태를 ‘허생전’에 빗대고 있다. IT기업 카카오가 이른바 ‘콜비’로 불리는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이용료 인상 폭을 조정키로 했다. 스마트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탄력적으로 받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이전 수준(최대 2000원)만큼만 받겠다는 것이다.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가 콜비 인상 명목으로 사실상 택시요금을 인상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한발 뒤로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정액제(최대 2000원)로 운영해오던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수요 공급에 따라 탄력요금제로 변경하겠다고 지난 2일 밝힌 바 있다. 택시를 부르는 이용자가 몰리면 웃돈을 줘야 배차하겠다는 것이다. 콜비는 ‘0~5000원’으로 서울시 택시 이용자는 기본요금(주간 3800원, 심야 4800원)보다 많은 요금을 콜비로 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택시연합회와 시민단체 등이 이에 반발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연합회 4개 단체는 13일 성명을 내고 “마땅한 경쟁자도 없이 직영과 가맹, 중개사업까지 택시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라며 “일방적인 호출요금 인상을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는 스마트호출 이용료 한도를 최대 2000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 플랫폼 사업자라 '요금 인상'은 신고만 하면 돼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이런 영업 방식을 두고 독과점 기업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대체재를 선택하기 어려운 시장을 장악한 뒤 값을 올려 이윤을 늘린다는 뜻이다. 이는 연암 박지원의 소설 에 비유되기도 한다. 허생이 경기도 안성에서 과일을 독점하고 제주도에서 말총을 쓸어 담아 돈을 번 것처럼 카카오도 택시 시장을 틀어쥔 뒤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택시산업 특성상 서비스 지역이 국내에 국한되고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카카오가 독점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가운데 카카오T(카카오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이용자는 23만명으로 90%가 넘는다. 7월 기준 앱 가입자 수는 2800만명, 카카오T 앱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은 월간 이용자 수(MAU) 기준 1072만명에 달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와 우버의 합작법인 ‘우티’가 택시 시장에 발을 내밀었지만, 월간 이용자 수 기준 카카오T의 1% 남짓해 경쟁상대로 보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요금 인상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체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택시요금은 정부의 주요물가 안정 품목 중 하나로 요금을 인상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택시업계가 요금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시의회에서 먼저 논의하고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켜도, 서울시 물가대책심의위원회와 택시정책위원회의 심의까지 거친다.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해 택시요금 인상이 결정된다. 요금 인상을 두고 길게는 수년간 논의가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콜비 등 수수료를 인상할 때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지난 4월 규제를 완화한 여객자동차법을 시행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신고만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게 됐다. 여객자동차법에서 인정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해 직접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입 원’(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을 확보해 가맹점에 의뢰해 여객을 운송하는 ‘타입 투’(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만 가지고 이용자와 택시를 중개하는 ‘타입 쓰리’(플랫폼 중개사업)가 있다. 카카오T 스마트호출은 플랫폼 중개사업에 해당한다. 국토부가 공유 플랫폼 운송 서비스 ‘타다’를 막으면서 플랫폼 사업자를 달래기 위한 정책으로 내놓은 당근책이었는데, 사실상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의 ‘내 마음대로 요금 인상’을 허락한 우대권이 된 셈이다. ━ 카카오, 수수료 인상 논란 언제든 재발 가능성 잠재 문제는 현행법상 앞으로도 얼마든지 카카오 마음대로 서비스 요금을 인상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2015년 카카오택시 출범 당시 카카오는 콜비 무료를 선언했는데, 3년 뒤 ‘우선호출’과 ‘즉시배차’ 서비스 도입과 함께 유료화를 추진했다. 당시에도 이용료를 최대 5000원까지 받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정액제(최대 2000원)로 변경했다. 다시 3년이 지난 지금 최대 5000원의 콜비를 받는 탄력요금제로 발표하고는 논란이 커지자 원점으로 돌렸다. 이런 재발 문제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카오 측의 택시사업 최종 목적이 이용료 인상을 통한 수익 확대로 보고 있다. 언제든 이용료 인상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카카오의 수수료 인상 방식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20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모바일을 통한 택시호출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택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카카오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요금 인상을 가리킨 셈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타다를 막으며 더 많은 타다 서비스가 나오게 하겠다더니 사실상 카카오의 독점 시장을 만들어준 꼴”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보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우버·타다엔 철퇴…시민 부담만 가중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8.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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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플랫폼 전쟁터 된 배달 앱 시장] 숟가락 얹은 쿠팡·위메프 입맛 다시는 네이버·카카오 위태로운 배민 천하

산업 일반

‘언택트’ 시대 배달 앱 급부상, 마케팅 경쟁 불가피…라스트마일 물류서비스 진화 가능성 제국의 팽창은 언젠가 다른 제국과의 충돌로 이어진다. 영국과 독일이 3C(카이로·케이프타운·캘커타) 정책과 3B(베를린·비잔티움·바그다드) 정책의 충돌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을 벌였듯.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산업도 경쟁의 양상이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국내 배달 앱 시장에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듯했다. 업계 2위 요기요의 최대주주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며 점유율 98.7%의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탄생해서다. 그동안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며 경쟁했다.그런데 이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던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이 최근 너도나도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쿠팡과 위메프오가 공격적으로 영토 확장에 나선 가운데 네이버·카카오도 몸을 풀고 있다. 이들은 배달 앱이 라스트 마일 물류서비스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해 이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이다.특히 IT 플랫폼 비즈니스에 억만장자는 있어도 백만장자는 없다. 승자독식의 시장에서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거나 퇴출될 때까지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최근 배달 앱 시장은 기업 순위가 대거 바뀌는 등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6월 기준 배달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안드로이드 기준)는 배달의민족이 970만1158명으로 1위, 요기요가 492만6269명으로 2위를 지켰다.주목할 만한 점은 3~4위의 순위 변화다. 쿠팡이츠(39만1244명)가 배달통(27만2139명)을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닐슨코리아클릭 조사(안드로이드·iOS 합산)에서도 이 기간 쿠팡이츠의 MAU는 55만으로 배달통(26만)을 큰 폭으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위메프오(38만)도 배달통을 앞섰다.배달통은 국내 1호 배달 앱으로 배달의민족·요기요의 틈바구니에서도 꾸준히 40만~50만대 MAU를 지켜왔다. 올해 1월 MAU는 51만으로 당시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를 합한 40만 MAU보다 높았다. 그러나 쿠팡과 위메이크프라이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 쿠팡이츠, 라이더 확보 총력에 배달료 2만원 넘기도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앱 이용자가 늘자 시장 확장에 나섰다. 배달 앱은 소비자와 라이더·입점업체가 생태계의 3대 축이다. 이들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움직이도록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쿠팡이츠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라이더를 첫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라이더를 독점함으로써 배달시간을 단축, 소비자를 늘리겠다는 계산이다.배달의민족 등 경쟁 배달 앱 라이더가 한 번에 3~4건 주문을 동시 처리하는 데 비해 쿠팡이츠는 한 건씩만 처리하도록 했다. 라이더가 여러 음식을 픽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해 배달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의 선택 배차가 아닌 강제 배차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일반적으로 배달시간이 30분을 초과하면 소비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쿠팡이츠는 더불어 배달료의 기본요금을 없애고 주문량과 시간·거리 등을 고려한 탄력요금제로 높은 배달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배달을 한 건씩 처리하면 일거리가 줄어 소득이 감소, 라이더의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날씨와 시간, 배달 동선 등을 고려해 건당 2만원 넘는 배달료를 지급하기도 한다. 소비자·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5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모두 쿠팡이츠가 지급한다.쿠팡은 e커머스 분야에서도 위메이크프라이스·티켓몬스터 등과 ‘쿠폰 전쟁’을 벌이는 등 마케팅 전쟁을 오랜 기간 치렀다. 당장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판매자와 소비자를 많이 확보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배달 앱 업체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또 비전펀드의 자본력을 배경 삼아 치킨 게임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쿠팡은 식당 등에 식자재를 정기 납품하며, 포스기기의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했다. 배달 앱 시장에서의 입지를 어렵지 않게 굳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위메프오의 공략 포인트는 입점업체다. 입점업체들이 주 8800원의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면 중개수수료 없이 배달 대행을 한다. 배달의민족은 건당 6.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와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콜을 받을 수 있는 정액제 요금제를 혼용하고 있다. 요기요(12.5%)와 쿠팡이츠(약 15%)는 건당 1000원 안팎 수수료를 받는 일부 프로모션을 제외하곤 정률제 수수료 체계다.이에 비해 위메프오는 수수료를 없애 입점업체를 늘리고 있다. 지역 기반 운영 효율화로 수수료가 없다는 게 위메프 측 설명이다. 광고·마케팅 경쟁으로는 승산이 낮다고 판단하고, 배달 중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질세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배차 및 동선을 자동으로 지정해주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전에는 고객 주문에 가장 빨리 응답한 라이더에게 배달을 맡기는 ‘전투콜’ 방식이었다. 전투콜 방식은 라이더들의 경쟁을 독려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전 중 스마트폰을 봐야 하는 등의 안전 및 운영 비효율 문제가 제기됐다. 배달의민족은 AI 배차 시스템으로 일정량 이상 배달하는 라이더에게 7만원의 추가배달료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요기요는 라이더의 동선을 고려해 한 번에 한 두 곳만을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 네이버·카카오도 입점·채팅으로 진출 가능성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도 속속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GRS는 올해 2월 자사 5개 브랜드(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T.G.I프라이데이·빌라드샬롯)의 배달 주문 서비스인 앱 롯데잇츠를 출시했다. 소비자가 원할 때,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홈서비스(딜리버리)’와 고객이 매장에서 줄 서지 않고 주문을 할 수 있는 ‘잇츠오더’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다만 당장은 롯데 브랜드 밖에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성장에 한계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등 자사 브랜드의 배달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이미 많은 배달 앱이 자리 잡은 상황이어서 생태계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마트도 시장 진출을 목표로 배달 앱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의 투자 예비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CU와 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도 즉시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요기요 장보기 즉시 배송을, 현대백화점은 식당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네이버와 카카오도 배달 앱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네이버는 실제 일부 외식업체들과 손잡고 자체 검색 결과에서 배달 대행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검색을 통해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메뉴와 가격, 예상 배달시간 등을 줄 세워 라이더들에게 연계시킬 수 있다. 또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큰 폭의 할인도 제공한다.카카오도 배달대행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체적 형태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로써는 요식업체들이 카카오톡에 입점하는 형태로 배달을 중개하거나, 배달 전용 채팅 창을 통해 메뉴를 고르고 배달을 요청하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챗 등 중국 채팅 앱들은 이미 2~3년 전부터 이런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톡이 선물하기 기능 등으로 e커머스 분야로 영역을 넓힌 것처럼, 앱 플랫폼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네이버·카카오 등은 여론 동향을 살피는 한편,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따라 서비스 개시 방법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위메프오보다 네이버·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기업들이 대거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해마다 거래액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음식 주문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7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6%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를 이보다 2배 이상 큰 20조원 규모로 추정한다.배달 앱 이용자는 2013년 90만명에서 2019년 2500만 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그릴 전망이다. 1인가구, 맞벌이가구 증가, 배달 음식 문화 정착 등 중장기 관점에서의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시장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스트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음식 배달 시장은 2018년 820억 달러(약 96조원)에서 2025년 2000억 달러(약 23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이에 배달 앱 회사들의 기업가치도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1위 배달 앱 업체 메이퇀디엔핑의 시가총액은 206조원이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의 4배에 달한다. 유럽·아시아 41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딜리버리히어로는 2018년 6억8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기업가치는 199억500만 달러(약 23조5000억원) 규모다. 우버이츠의 기업가치는 약 22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 글로벌시장 M&A 활발, 조 단위 거래 배달 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면서 경쟁사 간 고액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글로벌 시장 거래액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가격인 4조80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는 올해 1월 영국 저스티잇을 인수하는데 9조1000억원을 썼고, 유럽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도 6월 미국 그럽허브를 사는데 8조7000억원이나 들였다. 미국 우버이츠는 경쟁사 포스트메이츠를 3조1000억원에 매입하는 논의를 벌이고 있다.이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매년 7%대 고성장을 일구며 외식 산업이 날로 커지고 있다. 또 실업률이 높고 오토바이가 주된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배달 앱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동남아 시장은 우버이츠를 비롯해 그랩푸드·고젝 등이 국가별로 과점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승차공유 회사의 자회사나 사업부로 이미 높은 수준의 지도·경로 탐색 알고리즘과 페이 서비스를 심어놓은 상태다.그러나 아직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고, 시장의 잠재력이 폭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것도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50대50 지분으로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를 싱가포르에 설립기로 했다.배달 앱은 사용자의 충성도가 낮고 네트워크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자본력과 서비스 경험이 있다면 진입이 용이한 편이다. 이 때문에 검색·e커머스·승차공유 등 여러 IT 플랫폼 간에 격돌 양상도 나타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도 언제든 생사를 건 경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배달 앱이 유통·물류 혁신 기폭제’ 기대 실제 국내 배달 앱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쿠팡·네이버·카카오 등은 모두 각자 영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은 배달 앱이 앞으로 e커머스 활성화와 물류·유통 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날로 커지는 e커머스 시장에서 배달 앱이 라스트마일 물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유통과 물류체계의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유통기업들은 대개 물류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둔 2자 물류(2PL) 방식 물류체계를 택하고 있다. CJ가 CJ대한통운을, 롯데가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현대자동차가 현대글로비스를 보유하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 급성장한 e커머스 기업들은 자체 물류망이 없기 때문에, 기존 물류망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물품을 위탁 발송하는 3자 물류(3PL) 방식이 커지는 이유다.문제는 대형 물류업체를 이용하면 배송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물류 서비스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대형 물류업체들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자신의 대형 물류창고로 한데 모은 뒤 다시 각지 소비자에게 뿌린다. 과거 지역 거점 물류망과 촘촘한 배달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운영효율화와 비용절감 측면에서 이런 방식이 유리했다. DHL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정착시킨 모델이다.그러나 쿠팡 등 일부 e커머스 기업들이 자체 물류망을 구축해 로켓배송 등 새로운 서비스를 펼치며 유통·물류의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아마존이 유통의 중간 과정을 생략해 배송 속도를 높여 게임의 룰을 바꿨다.소비자들은 더 짧은 시간에 제품을 받기 원하고, 니즈도 다양해지면서 최근에는 당일배송, 3시간 내 배송, 콜드체인 같은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같은 신흥 e커머스 기업들은 제품 공장 등이 있는 거점별로 중소형 물류창고를 두고, 여기서 소비자에게 직접 발송하는 물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 거점물류·라이더중심 생태계 꾸려질 수도 네이버는 현재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LG생활건강 제품은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일괄물류서비스)센터에서 바로 허브터미널로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형 상점에도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기업·개인이 소유한 지역별 창고를 임대 및 공유 형태로 활용해 물류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이런 계획이 라스트마일 물류로 완성하려면 전국 각지에 촘촘한 오토바이 배달망이 있어야 한다. 배달 오토바이는 먼 지역을 오가기 어렵지만 반경 3㎞ 이내 거리에선 어렵지 않게 물류를 담당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앞으로 배달 앱 라이더들이 음식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을 배송할 수도 있다.드론·로봇 등 대중들의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자율 배달 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가장 싸고 빠르고 정확한 배송 수단은 현재로썬 라이더다. 앞으로 배달 앱 자체가 3PL 기업으로서 여러 e커머스 기업들의 물류를 소화할 수 있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20조원짜리지만 앞으로 물류 포워딩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사의 역량을 기반으로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통한 최적화와 고객 서비스 개선, 새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새로운 물류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8.22 17:05

9분 소요
[다시 불붙는 택시 탄력요금제 논란] ‘타다’ 이어 ‘라이언택시’ 등장에 다시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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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배차와 탄력요금제 호응 얻어… 일반 택시에는 도입 이르다는 지적도 국내 택시산업에서 탄력요금제 도입 여부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나온 공유차 서비스 ‘타다’가 탄력요금제를 앞세워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도 탄력요금제를 적용한 대형 택시 서비스 ‘라이언택시’(가칭)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유명한 인기 캐릭터(라이언)를 차량 외관 디자인에 쓸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이미 ‘카카오 T’ 등의 서비스로 모빌리티 사업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택시 업계에 파급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수도권 소재 법인택시 약 100개사와 과금 정책을 조율하는 등 라이언택시 도입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800대 규모로 10월 출시가 유력하다. 10인승 이상 대형 승합차인 현대자동차 ‘스타렉스’ 등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운행할 예정이다. 라이언 캐릭터 사용에 대한 내부 협의까지 마친 다음 해당 내용에 대한 확정 시안을 서울시에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카카오 측은 9월 11일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의 지분 인수를 마쳐 사업 기반을 다졌다. 타고솔루션즈는 50여 법인택시 회사가 모여 만든 사업자로, 4500여 대의 법인택시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T 플랫폼으로 승차 거부가 없는 가맹 택시 서비스 ‘웨이고 블루’를 선보여 반년 간 운영하기도 했다. 카카오 측은 기존 택시 업계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시장에서 연착륙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라이언택시 드라이버는 법인택시 소속으로 월급 260만원(세전)을 받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개인·법인택시에 더해 선택지가 느는 셈이다. ━ 타고솔루션즈 지분 100% 인수 마무리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개인·법인택시는 약 25만대다. 새로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 약 7만대가 있다. 그간 소비자 사이에선 일부 택시의 특정 시간대 승차 거부와 운전사의 불친절 등에 불만이 많았다. 서울시에서 2015~2017년 사이 택시의 승차 거부로 접수된 민원만 2만2009건에 이르렀다.이런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택시의 대항마로 떠오른 서비스가 타다였다.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쏘카가 자회사 VCNC를 통해 선보인 타다는 렌터카 형태의 11인승 대형 승합차를 자체 수급한 드라이버가 운행하며 대개 5명(유아 포함 7명)이 탈 수 있다. 특히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 강제 배차 시스템 ▶이동 수요에 따라 요금을 달리 매기는 탄력요금제로 기존 택시와 차별화했다. 승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엔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에,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좀 더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출시 반년 만인 지난 5월 회원 수 50만 명, 운행 차량 1000대를 돌파할 만큼 성장했다. 8월엔 회원 수가 100만 명으로 늘었고, 서비스 호출 수는 출시 직후보다 1600% 증가했다. 이용자 재탑승률도 89%로 호응을 얻고 있다.라이언택시도 타다의 성공 방정식인 강제 배차 시스템과 탄력요금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 지형도 급변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택시 업계 안팎에서 강제 배차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탄력요금제 도입을 서둘러 경쟁력을 키울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시노조는 지난해 3월 카카오 T의 유료화에 반대하는 성명서에서 “기업 판단만으로 요금을 차등화하기보다는 택시의 공공재 역할을 고려해 충분한 공론화와 법령 개정, 제도 정비를 거쳐 탄력요금제 도입이 합법적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택시노조는 수요가 몰리는 심야시간대에 할증률을 높여, 지금껏 승차 거부가 많았던 심야시간 단거리 운행을 유도하는 취지의 탄력요금제 도입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도 지난 7월 운송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택시 탄력요금제 허용 의지를 내비쳤다.대부분의 교통 선진국에서도 택시 탄력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일반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에게도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선진국에서는 노상 택시와 예약제로 운행되는 고급 택시로 (택시) 시장이 철저히 이원화된 반면, 한국은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갖는 지위가 확고해 사실상 거의 다 노상 택시”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선진국 택시의 수송 분담률은 전체 교통수단의 약 2~3%인 반면 한국은 평균 7%,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15%나 된다.이 때문에 국내에선 탄력요금제의 최대 명분인 ‘서비스 차별화’는 어렵고 자칫 요금 인상의 빌미만 되기 쉽다는 분석이다. 강 박사는 “돈을 더 내도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겠다는 게 탄력요금제의 취지인데, 국내 실정상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에 요금만 더 내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택시산업 전반의 획기적 규제 완화나 공유차 파격 도입으로 시민들의 택시 선택권이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돼야 일반 택시에 탄력요금제가 도입돼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차 거부도 결국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사납금 관행에서 비롯된 만큼, 탄력요금제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월급제를 비롯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에 요금 인상만 부르는 꼴”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8월에 대한교통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우버처럼 기존 택시와 완전히 다른 차량 기반 이동 서비스의 국내 도입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해답을 정부가 내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라이언택시는 택시 업계와의 동반성장을 모색한 플랫폼 택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우버가 정부의 규제와 택시 업계 반발로 해외와 같은 형태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차량 호출 서비스가 추가로 도입된 수준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있다. 한편 택시 업계는 탄력요금제 도입 외에 연내 5000대 규모의 플랫폼 택시 3~4개를 출범시켜 타다와 경쟁에 나서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19.09.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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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로 재점화된 택시 vs 카풀 갈등] 상생 도모한 ‘타다 프리미엄’ 성패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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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업계 강경 대응에 난항…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 전례도 부담 지난해부터 이어온 택시 업계와 승차공유(카풀) 업계 간 갈등은 최근 ‘타다’로 재점화됐다. 타다는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쏘카가 11인승 차량 이용으로 규제를 피해 지난해 말 내놓은 카풀 서비스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6월 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타다 고발 건을 적극 수사해 (쏘카 측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합 측은 타다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쏘카의 자회사이자 타다 운영사) 대표를 지난 2월 형사 고발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 ‘꼼수 영업’을 타다가 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뿐 아니라 국토교통부의 유권 해석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택시 업계로선 소비자 사이에서 택시의 대체재로 급부상한 타다의 성장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타다는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5월 회원 수가 50만 명을 넘어설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다. 운행 차량 1000대, 드라이버(운전자) 4300명을 돌파했다. 반년여 동안 타다에 적잖은 탑승객을 뺏긴 택시 업계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 조치 외에 추가 대응책도 내놨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측은 개인택시 5000대를 별도의 플랫폼 사업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택시의 공공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젊은 기사 중심의 새 판 짜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맹사업을 함께할 플랫폼 업체 공개 모집에 나섰다. 사실상 택시를 활용한 카풀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 택시 업계 “별도 플랫폼 사업 운영할 것” 서울개인택시조합의 국철희 이사장은 “공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콜택시를 통해 소비자들이 지금껏 택시에 실망감을 보였던 승차 거부나 골라 태우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시 업계는 정부에 플랫폼 택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요구 중이다. 영업용 차량을 5년간 무사고 운행해야 취득할 수 있는 개인택시 면허 규정을 1년간 무사고 운행으로 조정해달라는 요구다. 이런 우회적인 대응책 마련엔 여론 악화와 업계 내부의 위기감 고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택시 업계는 이미 4월부터 타다 퇴출을 위한 릴레이 집회를 진행 중이지만, 여론은 타다 측을 좀 더 지지하는 분위기다. 특히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택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을 이유로 택시 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으면서 실리도 얻으려면 자정 노력에 대한 의지를 어느 정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타다 측은 일단 6월 중 택시와의 상생을 강조한 후속 비즈니스 모델인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택시 업계를 본격적으로 달랜다는 방침이다. VCNC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풀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에 부응하는 한편, 더 나은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택시 기사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전했다.타다 프리미엄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사업자를 파트너로 두고 탑승객에 대한 고품격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VCNC는 서울에서 100대의 파트너를 모집해 연말까지 전국에서 1000대로 운행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세부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VCNC는 6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타다 프리미엄의 서울시 택시 인가가 완료됐다”며 출시 임박을 알렸지만, 하루 만에 “기존 발표가 잘못됐다”며 이를 번복했다. 서울시가 “아직 인가한 사실이 없다”며 정면 반박한 데서 비롯된 촌극이었다. 양자가 일부 구두 합의엔 이른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앞서 서울시와의 협의는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플랫폼 택시는 지자체 승인 없이도 운행 가능하지만, 기존 중형택시나 모범택시를 타다 프리미엄용 고급 택시로 변경할 경우 택시 사업자가 사전에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이에 VCNC는 타다 프리미엄 계약을 한 택시 사업자들을 대표해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진행해왔다.그러나 양측이 이행보증금 납입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도 계속 연기됐다. 서울시는 VCNC가 택시 사업자에게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를 대비, 운행 차량 1대당 1000만원의 이행보증금을 선납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VCNC는 법적 근거가 없는 규제라며 반발해왔다. 최근 서울시가 이행보증금을 받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VCNC가 타다 프리미엄 요금을 티머니로 정산하겠다고 하면서 기존 분위기도 진전됐다.다만 타다 프리미엄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인가가 나더라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애초 VCNC가 계획한 100대보다 적은 수의 택시 사업자만 6월 초 현재 타다 프리미엄 계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카풀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업계가 기존 타다에 크게 반발한 상황에서 아무리 상생 추구 모델이라 하더라도 타다 프리미엄에 호의적으로 접근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또 100대가 모여서 예정대로 출시가 된다고 해도 일반 타다처럼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VCNC가 밝힌 타다 프리미엄 요금은 일반 타다 요금보다 30% 정도 높은 수준이다.탄력요금제까지 도입돼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일반 택시 대비 더 높은 요금 책정이 예상된다. 이 경우 일반 택시의 2배 이상 수준의 요금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타다 프리미엄이 출시 후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택시 업계의 공세는 한층 거세질 공산이 크다.상생이 명분이지만 그 명분이 퇴색되면서 오히려 재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년간 갖은 노력에도 택시 업계의 강경한 입장을 이겨내지 못해 결국 카풀 서비스를 기대만큼 확장하지 못했던 업계의 전례도 쏘카 측으로선 부담 요소다. 2013년 한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국내에서 택시 업계의 집단 반발로 2015년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진 않은 채 택시 사업자와의 상생을 도모한 프리미엄 콜택시 서비스 ‘우버 블랙’, 배달 대행 서비스 ‘우버 이츠’ 등으로 사업 명맥을 잇고 있지만 우버라는 이름값과 당초 기대치보다는 훨씬 미미한 실적이다. ━ 파트너 모집 애로, 비싼 요금 우려 극복할까 포털 업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해 말 카풀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야심차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쓴맛을 봤다. 택시 업계에서 기사들이 잇따라 분신자살하는 등 거세게 반발해 카풀 서비스 잠정 중단을 선언해야 했다. 이후 택시단체 4곳과 카카오모빌리티, 여당과 국토부가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해 150여 차례 회의와 협상이 진행됐다. 3월 7일 카카오 측의 카풀 서비스를 평일 하루 4시간(오전 7~9시와 오후 6~8시, 주말과 공휴일 제외)만 허용하고 택시 업계의 플랫폼 택시 도입 등 일부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쪽으로 합의안이 도출됐다.이 합의안에마저 반발한 택시 기사들이 많아 진통은 계속됐다. 그 뒤를 이어 택시 업계의 새로운 집중 포화 대상이 된 타다로선 어떻게든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타다 프리미엄이 그 타협점을 찍는 데 선봉장이 될 수 있을지 관련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9.06.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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