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44

벌써 성장한계? 패션 플랫폼, 너도 나도 ‘PB 상품’에 목매는 이유

유통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사업 강화에 한창이다. 판매 위주의 플랫폼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 플랫폼들은 수익 모델 개편에 나서기 위해 자체 브랜드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직접 브랜드를 기획·판매하면 중간 유통 마진 절감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지그재그·W컨셉·무신사, 자체브랜드 강화 ‘열일’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달 처음으로 자체 제작 브랜드인 ‘페어데일’과 ‘레이지 두 낫띵’을 선보였다. 그간 지그재그는 패션 브랜드나 쇼핑몰을 입점시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개 사업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그동안 플랫폼 운영을 통해 쌓아온 빅데이터에 기반해 개발한 자체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페어데일은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트렌디하면서도 깔끔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레이지 두 낫띵은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퀄리티를 추구하는 스포티 캐주얼 브랜드로,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를 주요 타깃층으로 삼았다.패션플랫폼 W컨셉 역시 대표 브랜드 ‘프론트로우’와 ‘프론트로우맨’, ‘frrw’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PB 사업을 전개 중이다. W컨셉의 PB 운영 전략은 여성복에 특화한 PB 운영, 자체 개발한 소재, 특허를 보유한 패턴을 적용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다.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W컨셉 PB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W컨셉에 따르면 5월 12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PB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특히 프론트로우의 드라마 팬츠 단일 품목 매출은 75% 급증했다. 무신사도 2017년 자체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 홍대, 강남에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 하반기 부산·대구 등 지방까지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던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착용해 볼 수 있어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는 MZ세대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무신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가운데, PB 상품이 무신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3%에서 지난해 25%로 뛰었다.입점 브랜드 매출 한계 명확…브랜드 차별화가 중요패션 플랫폼들이 PB 상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입점 브랜드의 매출에만 기대는 것은 불안정하고, 성장에 한계가 있기에 플랫폼들이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패션 플랫폼들은 PB 상품 론칭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패션회사가 직접 브랜드를 기획·판매하면 중간 유통 마진이나 영업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수익 증대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PB 상품의 수익률이 다른 분야에 비해 평균 10% 가량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일단 PB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 만들어 놓으면, 거기서 얻은 이익을 마케팅이나 다른 분야에 재투자할 수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특히 패션 플랫폼 PB 브랜드 특성상 급변하는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 저렴하면서도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을 즉시 반영한 PB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고품질에 가성비가 뛰어나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을 통해 쌓아온 쇼핑 빅데이터가 있어,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PB 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며 “PB 상품은 해당 플랫폼에서만 판매할 수 있어 각자의 플랫폼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주안점으로 삼아 장기적으로 수익성 강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들이 PB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PB 상품 모두 회사의 이름과 브랜드를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충 만들지 않고, 최대한 트렌디한 디자인에 품질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각 패션 플랫폼은 PB 제품 출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히트 상품을 발굴해 회사의 수익성, 비전 측면에서 기여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2023.07.19 08:00

3분 소요
MZ직원 나서니 ‘젊어졌다’…‘아재·아지매’ 패션, 1세대 브랜드의 ‘반란’

산업 일반

1세대 패션 회사들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손길을 거치며 젊어지고 있다. 기존에 ‘중장년층 패션 브랜드’로 인식됐던 곳들이 20·30대 젊은 소비자까지 수요층을 넓히기 위해 30대 이하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브랜드 론칭을 맡기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과장급 직원 손에서 탄생”…던스트, 해마다 100% 성장률 패션업계에 따르면 40·50대를 주 고객층으로 삼았던 패션업체들이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진행해 새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MZ세대를 겨냥한 세컨 브랜드를 만들며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패션기업 중 하나는 LF다. LF는 2019년 MZ세대 직원의 손에서 탄생한 1호 사내 벤처 브랜드 ‘던스트’를 론칭했다. LF 관계자에 따르면 던스트는 오규식 대표가 스트리트캐주얼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장급 직원의 의견을 수용해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맡기면서 탄생한 브랜드다. 전담 임원이나 복잡한 보고 체계 없이 자율성을 약속해주겠다며 신규 브랜드 론칭 프로젝트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던스트는 론칭 후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로 주요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며 온라인에서의 인지도를 키웠고, 최근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하면서 오프라인 수요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LF 관계자는 “던스트는 론칭한 지 2년도 채 안 된 신생 브랜드지만 벌써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해마다 100%의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던스트는 사내벤처에서 독립해 LF가 세운 자회사 ‘씨티닷츠’라는 독립법인으로 분사돼 브랜드 창립 멤버였던 직원이 대표 자리에 앉아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던스트에 이어 지난해 10월엔 ‘스페이드클럽서울’이란 2호 사내벤처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LF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 판권 계약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F는 2019년 챔피온의 아시아, 미국, 유럽 3개 모든 글로벌 라인 제품에 대한 공식 수입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다. 올해 4월엔 리복 브랜드 판권 확보를 밝히며 지난달부터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국내 정식 전개에 나섰다. LF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리복이나 챔피온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며 “올해부터 전개하고 있는 리복의 경우엔 MZ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브랜드로 넒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정은 ‘WMC’ 론칭…실적 정체 극복, 성장성 있는 기업으로 ‘웰메이드’와 ‘올리비아로렌’ 등을 전개하는 세정그룹에서도 지난해 4명의 30대 팀원들의 손에서 탄생한 남성복 브랜드 ‘WMC’를 선보였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인 WMC는 웰메이드팀 직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로,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부터 웰메이드팀에서 독립해 별도의 사내벤처로 운영되고 있다. 세정그룹의 1호 사내벤처 브랜드인 WMC는 지난 2020년 겨울 시그니처 제품 ‘탄탄 티셔츠’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고, 론칭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4000장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4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형지I&C도 최근 20·30대를 겨냥한 패션 브랜드 ‘매그넘’을 선보였다. 기존에 형지I&C측이 전개하던 남성의류 브랜드 ‘본(BON)’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2020년 젊은 층을 겨냥해 본의 별도 라인인 ‘본 매그넘’으로 론칭된 뒤 독자 패션 브랜드로 분리돼 만들어진 브랜드다. 형지I&C 관계자는 “2020년 본 매그넘 라인을 시범적으로 진행했었는데 MZ세대 사이에서 루즈핏과 와이드핏 등 ‘무신사룩’이 유행하면서 본 매그넘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기존 15%에서 올해 절반 이상으로 늘며 ‘매그넘’이라는 독자 패션 브랜드로 새롭게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그넘 브랜드의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MZ세대로 트렌디한 디자인의 옷과 아트웍을 개발하고 있어 젊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며 “내년에는 글로벌 기업인 디즈니 코리아와 협업해 ‘미키마우스’와 ‘스타워즈’ 등과 협업한 의류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을 운영해온 패션 회사들은 실적 정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이후로 소비 큰 손으로 거듭난 MZ세대의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오래 갈 수 있는 패션기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조직이 만들어져야 획기적인 브랜드가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기성 패션기업들이 자원과 인프라를 젊은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가볍고 의사결정이 빠른 조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1.05 10:00

3분 소요
[장애인의날 특집기획 | 장애인 의류 최경민] 휠체어 생활 5년… “저도 멋진 정장을 입고 싶답니다”

산업 일반

패션 선택권 보장 받지 못한 장애인 목소리 전달... “편하지만 예쁜 옷 입고 싶었어요”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누군가에겐 쉽지만, 누군가에겐 어려운 고민이다. 특히 옷을 고를 때 제약이 많은 중증장애인들은 매일같이 어려움에 직면한다. ‘입고 싶은 옷’보다 ‘입을 수 있는 옷’을 찾아야 해서다. 휠체어를 탈 경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팔 움직임이 불편한 옷은 입을 수 없다. 오래 앉아있어야 하니 몸에 딱맞는 옷도 포기해야 한다. 대신 사이즈가 크고 신축성 좋은 옷을 찾는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민국의 장애인은 26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 수준이다. 이 중 91만3000명(34.9%)은 경제활동을 한다. 사회에서 옷차림은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다. 입을 수 있는 옷이 한정적이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공연기획자 최경민씨(38)는 지난해 1월 병원에서 퇴원한 후 갖고 있던 옷을 전부 버렸다. 5년 전 교통사고로 휠체어 생활을 시작하면서 체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최씨가 입던 기성복은 대부분 일어선 자세를 기준으로 제작됐다. 이런 옷을 입고 오래 앉아있으면, 바지 밑단이 위로 당겨 올라가거나 앞으로 허리를 숙일 때 속옷이 보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퇴원 후 혼자 집에서 옷을 입으려니 몸에 맞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바지는 대부분 허리 후크를 잠그는 형식이라 사이즈 조절도 안 되고, 앉아 있으면 허리나 배 부분이 많이 눌려요. 바지 길이도 짧아서 발목 위로 다 올라가고요. 그나마 입을 수 있는 바지는 끈으로 사이즈 조절이 되는 트레이닝복 같은 것들이었죠.” ━ ‘패션 테러리스트’였던 그, 장애 탓에 패션에 관심 이러한 상황은 최 씨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고 전엔 스스로를 ‘패션 테러리스트’로 부를 정도로 옷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입을 옷을 찾는 데 적잖은 시간을 쏟고 있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드니 난감한 일도 생겼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지인 경조사 때 입을 정장 한 벌이 없었다. 휠체어를 밀려면 움직임이 잦은 어깨 부분이 넉넉한 옷을 입어야 한다. 사이즈가 맞는 정장 재킷은 어깨가 꽉 끼어 불편했고, 한 사이즈 큰 재킷을 입으면 어깨선이 쳐져 옷맵시가 나지 않았다.주변 사람들이 최씨에게 ‘하티스트’를 추천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하티스트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출시한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다. 장애인 의복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됐다. 일상에서 장시간 앉아 있고, 상체를 주로 움직이는 휠체어 사용자의 신체적 특징과 생활 패턴을 고려해 제작된다. 하티스트의 옷은 지난해 7월 국립재활원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 품목으로 등록되며 접근성이 제고됐다. 옷을 입고 싶은 이들은 신청 결과에 따라 개인별 총 15만원 한도(2년간)로 지급받을 수 있다.휠체어를 탄 채로도 편하게, 또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던 최 씨는 곧장 하티스트 옷을 구매했다. 직접 입어보니 기성복과는 확실히 달랐다. 상의 어깨 접합 부분엔 신축성 잇는 원단이 적용돼 움직이기 수월했고, 하의는 밑위 길이가 길어 앉은 자세에서도 속옷이 드러나지 않았다. 셔츠 단추나 바지 후크도 마그네틱 버튼,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로 돼있어 열고 닫기가 쉬웠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이즈였다.“옷을 입어보니 편하긴 한데,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대부분 큰 옷이 많았죠. 저는 가장 작은 L을 구매했는데도, 바지가 2인치 정도 컸거든요. 결국 따로 줄여서 입었어요. 휠체어 사용자들은 움직임이 불편하기도 하고, 복근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바뀌거든요. 그러다보니 크게 제작된 옷이 많았던 것 같아요.”최씨는 이러한 의견을 패션회사에 전달하면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옷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취지로 지난해 8월 모집한 ‘하티스트 엠버서더’ 1기(총 3명)에 지원해 선발됐다. 엠버서더는 하티스트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디자인·소재·사이즈·기능 등 자신을 위한 맞춤의류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는다.“엠버서더 활동의 핵심은 옷 제작과정에서 의견을 내는 거예요. 미팅을 여러 번 진행했고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기존 옷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다음 미팅에서는 옷감의 재질이나 디자인의 디테일, 사이즈 등 구체적인 사항을 디자이너 등 팀원들과 소통했습니다. 특히 저는 정장을 입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사고 이후 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정장을 입는 건 거의 포기한 상태였거든요.”제작할 옷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면 옷 제작과 리뷰, 수정에 들어간다. 최씨는 이 과정을 반년 넘게 반복했다. 옷 제작이 완료되면, 집에서 받아 입어보고 불편한 점을 다시 하티스트 팀에 전달해 고치는 식이다.“1차로 제작된 정장을 받았을 때 여러 의견을 드렸어요. 예를 들면 정장 바지는 앞면에 칼 주름이 잡혀 있잖아요. 그게 없더라고요. 칼 주름이 없으면 바지가 정장 느낌이 들지 않고, 면바지 같이 캐주얼해 보이죠. 또 재킷은 주머니 위치를 좀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서 있을 때랑 앉아 있을 때 적합한 주머니 위치가 다를 수 있거든요. 셔츠의 경우에도 앉아서 허리를 숙였을 때 바지 밖으로 셔츠 뒷면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뒷부분을 좀 길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누구에게나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최씨의 의견이 반영된 정장은 현재 하티스트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최씨는 “지금 나와 있는 정장 중에선 휠체어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옷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옷의 편의성 외에도 특별히 신경 썼던 점은 정장의 색감이다. 경조사에 입고 참석할 수 있게 점잖은 색을 골랐지만 평상시에 입기 무거운 검은색은 피했다.“엠버서더 활동을 하고, 옷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졌어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아무래도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 시선을 인식하게 돼요. 제가 다치지 않았다면 어떤 옷이든 편하게 입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보이는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죠. 그래서 하티스트팀에도 다양한 의견을 드렸는데, 제가 만족할 때까지 옷을 수정해주셨어요.”누구에게나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최씨는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입고 싶은 옷으로 ‘트렌치코트’를 꼽았다. 그는 “무릎을 살짝 덮는 긴 기장이 좋을 것 같다”며 “앉은 자세로 입어도 예쁘고 편하려면 앞은 길고, 뒤는 짧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1.04.17 16:34

5분 소요
휠체어 생활 5년…

산업 일반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누군가에겐 쉽지만, 누군가에겐 어려운 고민이다. 특히 옷을 고를 때 제약이 많은 중증장애인들은 매일같이 어려움에 직면한다. ‘입고 싶은 옷’보다 ‘입을 수 있는 옷’을 찾아야 해서다. 휠체어를 탈 경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팔 움직임이 불편한 옷은 입을 수 없다. 오래 앉아있어야 하니 몸에 딱맞는 옷도 포기해야 한다. 대신 사이즈가 크고 신축성 좋은 옷을 찾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민국의 장애인은 26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 수준이다. 이 중 91만3000명(34.9%)은 경제활동을 한다. 사회에서 옷차림은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다. 입을 수 있는 옷이 한정적이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연기획자 최경민씨(39)는 지난해 1월 병원에서 퇴원한 후 갖고 있던 옷을 전부 버렸다. 5년 전 교통사고로 휠체어 생활을 시작하면서 체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최씨가 입던 기성복은 대부분 일어선 자세를 기준으로 제작됐다. 이런 옷을 입고 오래 앉아있으면, 바지 밑단이 위로 당겨 올라가거나 허리를 숙일 때 속옷이 보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퇴원 후 혼자 집에서 옷을 입으려니 몸에 맞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바지는 대부분 허리 후크를 잠그는 형식이라 사이즈 조절도 안 되고, 앉아 있으면 허리나 배 부분이 많이 눌려요. 바지 길이도 짧아서 발목 위로 다 올라가고요. 그나마 입을 수 있는 바지는 끈으로 사이즈 조절이 되는 트레이닝복 같은 것들이었죠.” ━ '패션 테러리스트'였던 그, 장애 탓에 패션에 관심 이러한 상황은 최 씨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고 전엔 스스로를 '패션 테러리스트'로 부를 정도로 옷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입을 옷을 찾는 데 적잖은 시간을 쏟고 있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드니 난감한 일도 생겼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지인 경조사 때 입을 정장 한 벌이 없었다. 휠체어를 밀려면 움직임이 잦은 어깨 부분이 넉넉한 옷을 입어야 한다. 사이즈가 맞는 정장 재킷은 어깨가 꽉 끼어 불편했고, 한 사이즈 큰 재킷을 입으면 어깨선이 쳐져 옷맵시가 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최씨에게 ‘하티스트’를 추천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하티스트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출시한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다. 장애인 의복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됐다. 일상에서 장시간 앉아 있고, 상체를 주로 움직이는 휠체어 사용자의 신체적 특징과 생활 패턴을 고려해 제작된다. 하티스트의 옷은 지난해 7월 국립재활원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 품목으로도 등록되며,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제고됐다. 옷을 입고 싶은 이들은 신청 결과에 따라 개인별 총 15만원 한도(2년간)로 지급받을 수 있다. 휠체어를 탄 채로도 편하게, 또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던 최 씨는 곧장 하티스트 옷을 구매했다. 직접 입어보니 기성복과는 확실히 달랐다. 상의 어깨 접합 부분엔 신축성 잇는 원단이 적용돼 움직이기 수월했고, 하의는 밑위 길이가 길어 앉은 자세에서도 속옷이 드러나지 않았다. 셔츠 단추나 바지 후크도 마그네틱 버튼,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로 돼있어 열고 닫기가 쉬웠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이즈였다. “옷을 입어보니 편하긴 한데,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대부분 큰 옷이 많았죠. 저는 가장 작은 L을 구매했는데도, 바지가 2인치 정도 컸거든요. 결국 따로 줄여서 입었어요. 휠체어 사용자들은 움직임이 불편하기도 하고, 복근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바뀌거든요. 그러다보니 크게 제작된 옷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씨는 이러한 의견을 패션회사에 전달하면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옷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취지로 지난해 8월 모집한 ‘하티스트 엠버서더’ 1기(총 3명)에 지원해 선발됐다. 엠버서더는 하티스트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디자인‧소재‧사이즈‧기능 등 자신을 위한 맞춤의류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는다. “엠버서더 활동의 핵심은 옷 제작과정에서 의견을 내는 거예요. 미팅을 여러 번 진행했고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기존 옷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다음 미팅에서는 옷감의 재질이나 디자인의 디테일, 사이즈 등 구체적인 사항을 디자이너 등 팀원들과 소통했습니다. 특히 저는 정장을 입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사고 이후 휠체어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정장을 입는 건 포기한 상태였거든요.” 제작할 옷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면 옷 제작과 리뷰, 수정에 들어간다. 최씨는 이 과정을 반년 넘게 반복했다. 옷 제작이 완료되면, 집에서 받아 입어보고 불편한 점을 다시 하티스트 팀에 전달해 고치는 식이다. “1차로 제작된 정장을 받았을 때 여러 의견을 드렸어요. 예를 들면 정장 바지는 앞면에 칼 주름이 잡혀 있잖아요. 그게 없더라고요. 칼 주름이 없으면 바지가 정장 느낌이 들지 않고, 면바지 같이 캐주얼해 보이죠. 또 재킷은 주머니 위치를 좀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서 있을 때랑 앉아 있을 때 적합한 주머니 위치가 다를 수 있거든요. 셔츠의 경우에도 앉아서 허리를 숙였을 때 바지 밖으로 셔츠 뒷면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뒷부분을 좀 길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누구에게나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최씨의 의견이 반영된 정장은 현재 하티스트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최씨는 “지금 나와 있는 정장 중에선 휠체어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옷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옷의 편의성 외에도 특별히 신경 썼던 점은 정장의 색감이다. 경조사에 입고 참석할 수 있게 점잖은 색을 골랐지만 평상시에 입기 무거운 검은색은 피했다. “엠버서더 활동을 하고, 옷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졌어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아무래도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보면 사람들 시선을 인식하게 돼요. 제가 다치지 않았다면 어떤 옷이든 편하게 입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보이는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죠. 그래서 하티스트팀에도 다양한 의견을 드렸는데, 제가 만족할 때까지 옷을 수정해주셨어요.” 누구에게나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최씨는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입고 싶은 옷으로 ‘트렌치코트’를 꼽았다. 그는 “무릎을 살짝 덮는 긴 기장이 좋을 것 같다”며 “앉은 자세로 입어도 예쁘고 편하려면 코트처럼 앞은 길고, 뒤는 짧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2021.04.15 23:24

5분 소요
[조지선 심리학 공간] 오바마·잡스가 인생에서 제거한 ‘결정 피로’

전문가 칼럼

같은 옷만 고집하는 유명인사, 사소한 일에 에너지 쓰는 것 싫어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패션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매우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늘 같은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항상 블랙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회색 정장만 입고 다녔다. 버락 오바마가 회색이나 네이비 슈트만 입는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회색 티셔츠를 고집하고 마이클 코어스는 블랙 슈트만 입는다. 심지어 이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 왜들 이러는 걸까?모두 같은 이유를 댔다. “뭘 입을지, 먹을지, 이런 결정은 하고 싶지 않다. 사소한 일에 방해를 받으면 하루를 잘 보낼 수 없다. 간단한 의사 결정을 하느라 에너지를 써버리면 다음 의사 결정을 할 때 능력이 떨어진다.” 오바마가 한 말이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매일 중대한 의사 결정을 해야 했던 그가 몸소 체득한 삶의 지혜인 듯하다.“패션은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 말해준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마이클 코어스. 미셸 오바마가 공식 사진을 찍을 때 이 사람이 만든 옷을 입곤 했다. 그런데 ‘패션 정체성’ 운운하는 그가 정작 본인의 옷엔 관심도 일도 두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뭘 입을까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쓰는 것,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이다. 나에게 잘 어울리고 편안한 유니폼을 마련해 놓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판도를 바꿔 놓는 일이 아닌가.” 만약 소비자들이 모두 그처럼 생각한다면 패션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다. ━ 세계적 디자이너 평소 블랙 슈트만 고집 그런데 마이클 코어스의 ‘얄미운 모순’이 이해된다. 자신의 에너지를 멋진 옷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이런 선택에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 연구를 통해 알아보자.결정 피로의 개념은 심리학자 진 트웽(Jean Twenge)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생각해냈다. 미국에서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 신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리스트로 작성해 지인들에게 알려주는 관습이 있다. 이 부부에게 뭐가 필요할까? 이 물건은 이미 마련하지 않았을까? 이런 지인들의 고민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주는, 지극히 미국적인 관습이다.하지만 이 리스트를 작성하는 예비부부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수건은 어떤 종류, 어떤 색으로 몇 개가 필요할까? 식칼, 토스터 오븐, 커피 그라인더는 어떤 게 좋을까? 행복한 작업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100개가 넘는 항목들을 골라서 리스트에 올려야 하니 피곤할 수밖에.웨딩 플래너와 리스트에 올릴 품목을 상의하느라 지쳐 있었던 트웽은 순간 연구 주제를 떠올렸다. “혹시 뭔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것이 내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의지력을 약화하는 것은 아닐까?”그는 실험실 책상 위에 펜, 양초, 티셔츠 등 물건들을 가득 올려놓고 학생들을 불러 실험이 끝나면 이것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험 집단에 속한 학생들은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결정을 해야만 했다. 검은색 티셔츠와 빨간색 티셔츠 중에 어떤 것을 선호하나요? 펜을 원하나요? 아니면 양초? 바닐라 향? 혹은 아몬드 향? 모두 점처럼 작은 결정이었다. 이와 달리 통제 집단에 속한 학생들은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그저 물건들을 둘러보기만 했다.그러고는 모든 학생에게 의지력을 요구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누가 주어진 과제를 더 빨리 포기했을까? 자잘한 의사 결정을 해야 했던 학생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던 학생들에 비해 더 빨리 포기했다. 의지력이 감소했던 것이다. 의지력은 아껴서 써야 할 귀한 자원이다. 의지력이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방해가 되는 행동을 억제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촉진하는 능력이다. 의지력이 고갈되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 온라인 쇼핑만으로도 피곤함 느낄 수 있어 이 사람과 결혼할까? 혼자 살까?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할까? 아니면 유학을 떠날까? 이 집을 팔고 이사를 할까? 개인에게 중요한 결정들이다. 상사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할까? 그냥 참을까? 무겁고 불쾌한 결정이다. 이런 결정을 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것은 모두 잘 안다.그런데 이렇게 중요하거나 불쾌한 결정들만 의지력을 갉아먹는 게 아니다. 휴가를 동해안으로 갈까, 아니면 제주도가 더 좋을까? 오늘 점심으로 냉면을 먹을까? 아니면 삼계탕이 더 나을까? 김 부장? 아니면 이 과장과 함께 할까? 유쾌하고 사소한 결정들도 자기 통제의 힘을 약하게 한다.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나면 제법 피곤할 때가 있다. 장바구니를 끌고 마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 예를 들어, 싸게 살 수 있는 묶음 상품과 비싸지만 수납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낱개 상품 중에서 갈등하느라 그런 것 같다. 회의 자료를 만들 때도 글꼴의 종류와 크기, 색깔 등 디자인을 고민하느라 더 피곤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똑같은 물건들을 사고, 똑같은 글꼴을 쓴다.‘나는 대통령도, 사장도 아닌데 사소한 결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마저 아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하루에 몇 개의 의사 결정을 하는지 따져 보면 그로 인한 피로감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음식과 관련한 의사 결정만 해도 매일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것을 뚝 잘라 10분의 1만 인정해도 20개다. 일상의 다른 영역들에서 내려지는 선택을 다 고려하면 쉽게 100개가 넘을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작은 에너지를 모두 합치면 태산처럼 클지도 모르겠다.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자잘한 의사 결정들에 온종일 지속해서 에너지가 투입되고 있다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차라리 그 시간에 눈을 감고 음악을 듣거나 멍하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 돌리면 어떨까?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포착해 보자. 그리고 질문을 던져 보자. ‘이 고민을 꼭 해야 하나?’ 중요한 결정이 아니라면 ‘결정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자. 내가 아닌 남이 결정하게 해도 되고 하나의 선택을 반복할 수도 있다. 결정 피로에서 벗어나서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원하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0.12.06 16:08

5분 소요
인디에프, 사내벤처 프로젝트 ‘Ahwe’ 론칭

산업 일반

글로벌세아그룹 산하 패션기업 인디에프(대표 백정흠)가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아위(Ahwe)'를 론칭한다. 'Attention, here we are'의 약자인 Ahwe는 "사람들이 지금 막 주목해야할 우리(브랜드)가 지금 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Ahwe는 현대 여성복을 관통하는 디자인 에센스를 바탕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실루엣과 서정적인 아날로그 정서, 그리고 스트릿웨어(Street wear)의 분위기를 내포한 여성복 브랜드로 '매일 입고 싶은 여성복'을 추구한다. 특히나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세대는 일상에서 기본적으로 입는 베이직 아이템조차 세련감과 우아함을 추구하는 편으로, Ahwe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를 준비했다.Ahwe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의 특징을 살려, SNS와 온라인몰에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를 담은 에디토리얼(Editorial) 콘텐츠를 연재할 계획이다. 타겟층에 매칭되는 인플루언서, 셀럽들이 의상을 착용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Ahwe Editorial들을 통해 브랜드만의 서브 컬쳐를 형성할 것이다. 온라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자체 쇼룸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내 오픈하며 O2O(Online to Offline) 측면에서도 고객과의 소통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Ahwe의 시작은 전통있는 내수패션회사로 꼽히는 인디에프에 불어온 변화의 방점이랄 수 있다. 인디에프는 2019년 백정흠 대표 취임 이후 적극적인 온라인 시장 공략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스트릿 편집샵 바인드의 ‘BIND STRE(바인드스토어)’ 온라인몰 런칭을 시작으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트루젠, TATE 등 브랜드 신상을 소개했고, 여성복 브랜드 조이너스, 꼼빠니아를 다루는 온라인몰 'J.CO(제이코)'를 잇따라 오픈하며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MZ 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전문 여성브랜드 아위를 론칭하며 확실한 체질개선을 예고했다.Ahwe는 비즈니스 특성 이외에도 경영 측면에서 인디에프가 시도하는 첫 번째 사내벤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브랜드 스토리/철학에서부터 물류/마케팅 모두 소규모 자체 인력으로 진행하고 있다. 톰보이, 보끄레, CJ ENM 출신으로 아위 브랜드를 총괄하는 고태경 이사는 "Ahwe는 그룹에서 시도하는 첫 번째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서, 그리고 첫 사내 Unit을 통한 애자일 조직이라는 사명감의 산물이다"며 "스타트업 정신을 갖고 내수패션의 미래를 이끄는 탄탄한 시장입지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Ahwe는 27일 오픈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본격적인 오픈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오픈 기념으로 15일간 전 제품 15% 할인을 실시하는 '15.15'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초기 구매자 1000명에게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hope' 마스크를 증정한다.

2020.09.03 10:48

2분 소요
[옷보다 화장품에 목매는 패션 업계] 원가·재고율 낮고 시너지 효과는 덤

산업 일반

패션 관련 지출 비율 2013년부터 하락세…LF,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론칭 최근 증권사 리포트에는 패션유통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과 주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하누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한 2840억원, 영업이익은 264% 증가한 161억원으로 상장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실적이 가능한 이유는 이 회사의 ‘비디비치(VIDIVICI)’ 등 화장품 매출이 늘고 있어서다.비디비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이경민 화장품 브랜드로 지난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했다. 인수 후 적자가 이어졌지만 유통망을 늘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됐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배우 한채영·송지효 등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스타들을 기용하고 마스크팩·클렌징폼 등 중국인들의 수요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 이 회사 화장품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비디비치는 지난 3월 이후 매월 100억원 이상이 팔리고 있다.지난해 코스메틱사업부를 신설한 LF는 오는 9월 이 회사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헤지스’를 통해 남성 화장품 라인을 내놓는다. LF는 2016년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불리1803’과 ‘그라네파스텔’,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 프랑스 브랜드 ‘그라네파스텔’ 등 국내 판권을 확보해 유통해왔다. 자제 화장품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온라인 여성 쇼핑몰 브랜드 임블리의 색조 브랜드 ‘블리블리’는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블리블리 앰플은 판매를 시작하고 7분 만에 준비한 1만개 물량이 ‘완판’됐다. 블리블리는 올해 1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데 이어 8월에는 일본 최대 상권인 신주쿠에 위치한 쇼핑몰 루미네에 입점한다. ━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 498조원 패션유통회사들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패션시장의 장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다. 실제로 패션시장 성장세는 뒷걸음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패션 관련 지출 비율은 2013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패션 의류 시장도 지난 5년 간 연 평균 성장률이 0.9~1.5% 수준에 머물고 있다.이와 달리 화장품 시장은 성장세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125억6000만달러(약 13조6000억원)로 전년에 비해 0.9% 성장했다. 2016년에는 4.7%, 2015년에는 6% 성장했다. 덩달아 세계 화장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시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4600억달러(약 498조원)를 기록, 2021년에는 4871억 달러(약547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화 방지 화장품, 자외선 차단 제품과 클렌징을 비롯해 마스크 팩 등 고급 기능성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의 지난 5년 간 연 평균 성장률은 3.5%로 화장품 카테고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이렇다 보니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 화장품 시장 진출은 어렵지 않다. 화장품 위탁 생산을 통해 제조·판매가 용이해 시장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코스맥스·한국콜마처럼 기술력이 탄탄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가 있기 때문에 원천 기술 없이도 이들 회사의 기술력만 빌리면 화장품 시장에 쉽게 진출이 가능하다. 투자 비용이 의류보다 저렴하고 패션업계처럼 시즌 개념이 없어 재고관리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상품을 출시하면 한국은 물론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도 가능해진다.실제로 패션 브랜드 중 ‘스타일난다’는 화장품 사업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낸 대표적 사례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에서 시작한 스타일난다는 2009년 색조 브랜드 3CE(쓰리컨셉아이즈)를 선보이면서 급성장했다. 스타일난다의 지난해 매출 1641억4000만원 가운데 3CE 매출은 약 70% 이상을 차지했다. 본업인 패션 부문을 제치고 주요 수입원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 5월 글로벌 뷰티브랜드인 로레알에 팔렸다. ━ 유커 귀환에 매출 상승 기대감 패션과 화장품은 사업 연관성이 높아 시너지 효과도 큰 편이다. 유통채널 확보도 쉽다. 실제로 신세계 면세점의 확대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는 호재다. 현재 비디비치 매출액의 70%가 면세점에서 나온다. 신세계 면세점은 서울 명동점, 롯데면세점 소공점 등 9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귀환으로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방한 유커는 36만7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60% 이상 늘었다. 5~6월에도 30만 명 이상의 유커가 한국을 찾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비디비치의 매출액이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올 초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밝힌 목표치(1000억원)보다 30% 많은 수치다.LF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화장품·생활용품 등 제조 및 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오규식 LF사장은 “다른 패션회사들도 화장품으로 성공한 바 있고 우리 화장품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우리만의 브랜드 콘셉트를 고민하고 있다”며 “화장품 브랜드 론칭으로 패션 기업을 넘어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시장에서는 패션회사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기업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기존 의류가 입점해 있던 채널에 화장품 브랜드가 들어가다 보니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가 쉽고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2018.07.08 10:44

4분 소요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열정 관리가 시간 관리보다 중요

의료

열정 있어야 철저히 업무 관리 … 전체를 예측하고 미리 챙겨야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제일 깐깐한 과장과 일했다. 한 번에 결재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옆자리의 H대리는 더 혹독하게 당했다. 어느 날 우연히 과장이 퇴근하기 전에 데스크 다이어리에 메모하는 걸 봤다. 퇴근하기 전에 과장의 메모를 확인했다. 다음 날 챙겨야 할 결재 리스트였다. 메모를 보니 내 업무도 있었다. 퇴근하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해서 과장 책상 위에 올려놓고 퇴근했다. 다음 날 과장은 흔쾌하게 결재를 해줬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과장은 왜 이렇게 쉽게 결재를 해줬을까?’ 그날 이후 반려당하는 일 없이 거의 한 번에 과장의 결재를 받았다.과장은 자기가 찾기 전에 미리 보고하는 건 약간 부족해도 바로 결재한다. 가져오라고 할 때 가져 오는 건 한 번 정도 퇴짜를 놓는다. 반면에, 찾을 때까지 안 돼 있는 일은 혹독할 정도로 챙긴다. 여러 번 퇴짜를 맞고도 결재받기 어렵다. H대리는 과장이 챙기기 전에 먼저 보고하는 법이 없었다. ‘깜박했습니다. 조금 덜 됐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과장에게 결재를 잘 받는 비결은 타이밍이었다. 조금 부족한 점이 있어도 미리 가져가면 자기가 보완해서 마무리해 준다. 이럴 때는 정말 인심이 후하다. ‘정말, 저 사람이 그 사람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자기가 찾을 때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으면 혹독한 사람으로 돌변한다. 나는 이 비밀을 빨리 알아차린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 미리 가져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D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들은 얘기다. “직원들이 일하는 걸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곧바로 가져오지 않고 곪아터질 때까지 뭉개고 있다가 폭발 일보 직전에 가지고 옵니다. 그러면 정말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미리 가져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정말 답답합니다.”직원들은 왜 곧바로 보고하지 않는지 물었다. “자신이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하는 거지요. 그러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겁니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편으론 책임감 있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물었다. ‘미리 챙기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나는 강의시간에 대체로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다. 혹시 강의 기자재가 미비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미리 나누면서 친밀감도 생기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강의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담당자로부터 ‘일찍 오는 사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덤으로 얻는다. 예전에 천안에 강의하러 갔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교통이 거의 마비됐다. 1시간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교통 혼잡에도 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한근태의 에서 읽은 부산의 ‘리노공업’ 이야기다. 이 회사엔 곳곳에 ‘MIRI MIRI’라는 말이 붙어 있다고 한다. ‘미리 미리’는 이 회사의 철칙이다. 사장은 모든 일을 ‘미리’ 하라고 요구한다. 연구개발도 미리하고, 고객 접대도 미리하고, 대리점 사장과의 관계 개선도 미리 하라고 한다. 한근태 교수는 이 회사에서 강의도 하기 전에 강사료를 미리 받았다고 했다. ━ 불 보듯 뻔한데 속숙무책이라면… 패션회사에 근무했을 때다. K디자인실장은 매우 유능했다. 다른 디자인실장과 달리 항상 여유가 있었고 실적도 좋았다. 비결을 물었다. “패션은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남들보다 하루라도 늦게 상품이 나오면 그 시즌은 고전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들보다 늦으면 안 됩니다. 미리 챙겨야 됩니다.” 어떻게 하면 미리 챙길 수 있는지 물었다. “먼저, 자신의 일에 정통해야 합니다.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중요한 일과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1년을 전체로 놓고,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중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는 커다란 문제가 생깁니다. 임박해서 챙기면 원가도 올라가고 제품의 질도 떨어집니다. 전체를 예측하고 미리 챙기는 게 관건입니다.” 자신의 일에 정통하고 1년 전체를 놓고 스케줄을 챙기는 게 성공비결이라고 했다.K실장의 말처럼 시간 관리의 기본은 1년 전체를 관리하는 거다. 1년 전체를 조망하고, 6개월 단위, 3개월 단위, 월 단위, 주 단위로 뭘 해야 하는지, 뭐가 중요한지 통찰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일에 대해 정통해야 한다. 그리고 잘 하고 싶은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업무 관리는 단순한 시간 관리의 차원을 넘어선다.화학회사에 20년 이상 근무한 임원에게 들었다. “사람은 무조건 실수합니다. 밸브는 무조건 샙니다. 센서는 사고가 난 후에 감지됩니다. 화학회사는 이 모든 걸 미리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미리 찾아내는 게 회사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화학회사에서 문제를 미리 찾아내는 건 생명과 직결됩니다.” 어떻게 문제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이랬다. “먼저 자기 일의 1년 전체 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누락해선 안 됩니다. 자신의 일에 정통해야 합니다. 1년 전체 스케줄 속에서 한 달, 한 주, 하루의 스케줄을 챙겨야 합니다. 조그만 일도 절대 소홀하게 넘어가선 안 됩니다. 일에 대한 철저함과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좋은 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일에 치여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보면 이들은 대체로 바쁘다. 시간에 쫓긴다. 내일, 다음 주에, 다음 달에 뻔히 닥쳐올 일들이 예견되는 대도 방치한다. 미리 챙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 보듯 뻔하게 예견되지만 속수무책이다. 매일 같은 방법으로 타성에 젖어 일한다. 크레이지(Crazy)다. ‘크레이지’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시간 관리를 하면서 여유 있게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는 게 바로 크레이지다.직장생활의 비결은 미리 챙기는 거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더 잘하고 싶은지, 열정의 문제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더 효과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자나 깨나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이 바로 열정이다. 직장생활의 비결은 시간 관리가 아니라 열정 관리다. 당신은 얼마나 간절한가?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등 다수가 있다.

2016.12.11 17:17

5분 소요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해야 할 일에서 행복을 찾아라

의료

‘아 ,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얼마 전에 서점엘 갔다가 눈에 띄기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일하는 목적이 오직 돈벌이에만 있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배 중에 치과의사 두 명이 있다. 한 명이 말했다. “형님,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기에 치과의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썩은 입 냄새를 맡으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답답한 노릇입니다.” 다른 후배가 말했다. “형님, 저는 다음 생에 태어나도 치과 의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손가락이 가늘고 길어서, 어린애의 입속에도 자유롭게 손이 들어갑니다. 제가 치료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왔다가, 치료를 받고 난 후에 환하게 웃으면서 돌아갈 때면 저는 정말 치과의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 판돌이·판순이 vs 패션 코디네이터 딸이 치과교정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두 번째 후배 치과에 갔다. 첫 번째 후배 치과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었고, 두 번째 후배의 치과는 차로 1시간을 가야하는 거리였다. 딸의 교정은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렸지만, 지금 돌이켜 봐도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후배가 돈을 잘 벌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사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직 돈만 벌기 위해서 일하는 건 아니다. 일을 하면서 재미도 느끼고 보람도 느낀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한다면 인생은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금융회사에 근무하다가 패션회사로 옮겼을 때의 일이다. 판매사원들이 자신들을 ‘판순이’ ‘판돌이’라고 부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고, 자신의 일을 비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유독 활기가 넘치고 판매를 잘 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 ‘어떤 비결이 있기에 저 직원은 항상 웃는 얼굴로 일하면서 좋은 실적을 낼까?’ 그 직원이 말했다. “고객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떠넘기듯 팔아서는 절대 안 됩니다. 고객에게 패션을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고객의 패션 코디네이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패션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합니다. 그러면 일이 재미있어지고 수입은 저절로 많아집니다. 이게 저의 비결입니다.” 판순이나 판돌이보다 패션 코디네이터가 더 보람 있고, 수입이 더 많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판매사원의 말처럼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것’, 이게 바로 행복한 직장생활의 비결이다.얼마 전에 위탁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위탁부모는 부모의 사망·이혼·실직·가출·학대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동들을 일정 기간 동안 보호하고 양육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부모의 역할을 해내면서도 사회적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스스로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사회에 어떤 기여와 공헌을 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까?’ 강의 주제는 ‘긍지·보람·기여·공헌·나눔’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주고받으면서 목 놓아 울었다. 강의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곤 몹시 뿌듯해했다. ━ 출근하자마자 퇴근시간 기다린다면… 이날 강력한 체험을 했다. ‘그들의 일이 바뀐 것도 아니고 여건이 더 좋아진 것도 아니다. 현실은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는데, 일에 대한 생각 하나만 바꾼 것으로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구나….’ 흔히들 행복해지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서울대 황농문 교수는 에서 말한다. ‘설령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한다 해도, 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매우 제한적이다.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해야 할 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무제한이 된다. 이는 자신의 역량을 키워주고 더욱 성공적인 삶으로 이끈다. 삶이 곧 천국이 된다.’우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나면 또 다른 일이 몰려온다. 일이 곧 인생이다. 자신을 야근수당을 받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으로 몰아세우지 말자. 야근수당을 받지 말자는 게 아니다. 야근을 하면 수당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게 곧 목적은 아니라는 말이다. 일을 한다는 건 인생의 한 부분과 맞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하는 시간은 인생이 만들어지는 시간이다.출근하자마자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퇴근 후에는 내일 출근할 걱정을 한다. 이들은 어디에서도 집중하지 못한다. 마치 영어 시간에 수학 공부하고, 수학 시간에 영어 공부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들, 안타깝게도 공부 잘하지 못한다! 어느 곳에서든지, 누구에게서든지 가치와 의미를 찾아낼 줄 아는 것, 이게 바로 삶의 지혜다. 자신의 일에 가치를 느끼게 되면, 자신의 일을 좋아하게 되고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행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황농문 교수가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아내 또는 남편에 대해 의도적으로 상대의 매력과 호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자. 그 사람의 장점에 의도적인 몰입을 하면 장점에 대한 인식이 증폭된다. 이런 노력을 자나 깨나 몇 주일 이상 시도한다면,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사는 하루하루가 기적처럼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게 기적 같은 삶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미소가 지어진다. 구글의 명상지도자 차드 멍 탄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한다고 한다. “숨을 들이쉬며, 나는 지금 평화롭다. 숨을 내쉬며, 나는 지금 미소 짓는다. 지금 현재의 순간, 정말 멋지다!”.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등 다수가 있다.

2016.06.18 17:40

4분 소요
[Korea Economy Leader Awards 2015]

산업 일반

━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기업) 글로벌경영 l 권진혁 뉴트리바이오텍 대표건강기능식품 업체 뉴트리바이오텍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미국 법인을 운영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제조 기술을 갖추고 공격적인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수출 실적을 달성해 글로벌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300만 달러 수출에 이어 이듬해 500만 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2002년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컨설팅으로 설립된 이후 2007년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에 진출해 매년 50% 넘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중국 상해 법인을 설립한 이후 줄기차게 글로벌 시장을 넓혀왔고 올 11월엔 미국 공장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의료 사각지대 없앨 것” (기업) 사회책임경영 l 이성우 삼진제약 대표플래리스와 게보린·뉴라세탐 등의 의약품으로 잘 알려준 삼진제약은 1968년 설립 이후 인간의 행복한 삶과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송 원료공장과 판교 연구소를 강화한 가운데, 에이즈예방제와 경구용 안구건조증치료제 등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또 지난 2012년부터 ‘1% 사랑나눔 캠페인’으로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현장 봉사와 기부를 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마포구의 차상위 저소득층의 의료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며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있다. 이성우 대표는 “내실 있는 사회공헌과 봉사활동을 펼치는 한편, 미래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와 수출 확대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 글로벌 패션회사로 도약 (기업) 글로벌 경영 l 김기석 로만손 대표지난 1988년 설립된 로만손은 국내 최대 손목시계 제조 업체다. 창업 초기 중동 지역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03년에는 로만손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를 선보인 이후 2011년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 내 매장에 입점하며 해외 시장에 첫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국제공항 면세점에 시계·주얼리·핸드백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열었다.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이다.올해 안에 백화점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로만손은 시계와 핸드백 사업에 이어 앞으로 향수와 화장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 ‘통 큰’ 아파트 기부 (기업) 환경경영 l 안영모 세영종합건설 회장1995년 3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세영종합건설은 지난해 기준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안영모 세영종합건설 회장은 이렇게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버는 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는 철학을 실천했다. 최근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불우 이웃을 위해 총 1억원 상당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안동시에 기증했다.그는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달라며 안동시 용상동 2차 세영 리첼 아파트 83㎡형 10채를 사회복지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이와 별도로 지난 2005년에도 자신이 건설한 아파트 10채를 안동시에 기부한 바 있다. ━ 가치 투자로 가치 있게 쓴다 (기업) 가치경영 l 김원기 세계로TV 대표10억 연봉의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던 김원기 세계로TV 대표는 업계에서 가치 투자와 수익을 동시에 실현하는 ‘신(新)가치투자’로 유명하다. 적절한 투자 타이밍과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세계로티TV는 연회비 1000만원 이상의 회원만 수백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시에 그는 나눔의 대명사다. 4년 전부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비와 식비를 지원하는 나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단순한 부의 축적보다 의미 있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개인투자자를 돕는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드론 대중화에 기여 (기업) R&D 경영 l 정동일 아이드론 대표아이드론은 지난해 7월 설립된 드론 제조사다. 드론 제품군의 자체 개발 외에도 유통과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올해 국내 한 언론사가 주최한 ‘2015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대상’ 수직이착륙무인기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연구·개발(R&D) 성과를 인정받았다. 회사를 설립한 정동일 아이드론 대표는 드론의 대중화에 사업의 주안점을 뒀다. 전국적으로 아이드론 스토어를 여는 한편, 올해 아이드론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드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함께하는 아이드론 파일럿 클럽(iPC)’을 만들어 비행에 관한 사항은 물론 항공사진, 항공영상 촬영기법 및 편집 등에 관한 전문적인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 글로벌 자산운용의 작은 거인 (기업) 글로벌경영 l 권경혁 써미트투자자문 대표자산관리기업 써미트투자자문은 글로벌 자산운용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GM·메릴린치·삼성증권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권경혁 써미트투자자문 대표는 뛰어난 운용능력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았다. 한국에 투자자문사와 미국에 헤지펀드사를 설립해 국내외 자산가는 물론 한국 시장에 투자를 원하는 해외 헤지펀드사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이 회사의 3년간 수익률은 63.1%, 최근 1년 수익률은 27.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각각 48.4%포인트, 22%포인트 앞질렀다. 최근 우수 인력을 영입해 운용 경쟁력은 물론 체계적인 위험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 혁신으로 만든 19가지 서비스 (기업) 혁신경영 l 장성덕 오케이몰 대표온라인 쇼핑몰은 주로 판매자와 고객을 중개하는 역할만 한다. 수익은 거래에서 발생되는 수수료가 기반이다. 이런 관행을 깨고 혁신경영을 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 장성덕 대표가 이끄는 오케이몰이다. 거래되는 모든 물건을 판매자에게 구입해 물류센터를 통한 다음 고객에게 배송한다. 직접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 불만을 오케이몰이 책임진다. ‘재고 부담이 생기더라도 100%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장 대표의 경영철학이 바탕이 됐다. 혁신적인 시스템을 앞세워 다른 쇼핑몰이 흉내내기 힘든 19가지 서비스를 고객이 누릴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고 당일발송, 맞교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10.04 18:34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