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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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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 개막…파리올림픽 열기 더한다

보험

교보생명이 ‘2024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가 경북 예천시에서 육상을 시작으로 한 달여간의 열전에 돌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제천, 김천, 철원, 의정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초등학교 학생 선수 4000여 명이 출전해 실력을 겨룬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워온 학생 선수들이 육상, 테니스, 유도, 체조, 수영, 빙상, 탁구 등 7개 종목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갖고 겨룬다.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는 민간에서 열리는 유일한 유소년 전국종합체육대회다. 교보생명은 체육 꿈나무를 조기에 발굴 및 육성하고, 기초 종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1985년부터 40년째 이 대회를 열고 있다.교보생명이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스포츠가 아닌 유소년 기초종목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창업자부터 내려온 남다른 인재 육성 철학에 있다.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는 ‘어릴 때부터 건강한 체력을 길러야 인격과 지식이 잘 자랄 수 있다’며 꿈나무체육대회를 창안했다. 신용호 창립자는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이란 창립이념으로 교보생명을 세운 인물로 오랜 시간 '교육이 민족의 미래'라는 신념을 실천해왔다고 평가받는다.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는 국민교육진흥이라는 창립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청소년 육성을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실천인 셈이다.이 같은 철학은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의장도 동일하게 이어받았다. 신 의장은 지난 4월 진행된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 40년 홈커밍데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유소년 종합체육대회를 40년간 후원해 온 소회를 직접 밝혔다.그는 “체육활동에서 추구하는 스포츠정신이란 반칙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 정신,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공동체 의식, 상대방·동료·코치 등 모든 참여자들에 대한 존중, 힘들어도 인내하고 끈기 있게 도전하는 자세에 있다”며 “체육 꿈나무들이 스포츠정신, 특히 페어플레이 정신을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실천하며 성장함으로써 올바른 스포츠정신을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리는 진정한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꿈나무체육대회 40회를 맞아 대회의 의미와 성과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기념사업도 준비했다. 이달 말까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는 'Road to Dream(세상에 없던 길도 열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주제로 '꿈나무체육대회 40년 기념 전시 팝업'이 열린다. 이번 팝업에서는 다양한 사료와 사진을 통해 꿈나무체육대회의 발자취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꾸미 인형, 리유저블백 등이 굿즈로 판매된다. 판매수익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또한 같은 기간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 인스타그램 페이지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꿈나무 응원 챌린지'도 진행된다. 응원 댓글을 달거나 꾸미 AR 필터 응원 인증샷을 남기면 참여가 완료된다. 1000명 이상 참여 시 체육장학금 1000만 원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돼 의미 있게 활용될 예정이다.

2024.07.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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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문화재단, ‘2023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개최

IT 일반

넷마블문화재단은 5일 오후 1시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넷마블문화재단 김성철 대표 및 본선 참가자 150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3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을 개막했다고 밝혔다.장애학생들의 e스포츠 올림픽이라 불리는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은 넷마블문화재단과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넷마블은 지난 2009년부터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올해 행사는 ‘다시 우리 e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5~6일 양일간 진행되며,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대상으로 진행된 지역예선을 거쳐 선발된 장애·비장애학생, 지도교사, 보호자 등 1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대회는 e스포츠대회 9종목(마구마구 리마스터, 모두의마블, 오델로 등)과 정보경진대회 16종목(파워포인트 엑셀, 로봇코딩 등) 등 총 25종목으로 치러진다. 각 부문별 우승자에게는 교육부 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수여된다. 우수상, 장려상 및 페어플레이상 수상자에게는 넷마블문화재단 대표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상, 국립특수교육원 원장상을 각각 수여한다. 페스티벌 참가자는 물론, 가족 및 관람객 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5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문화의 밤’ 행사에서는 문준호 마술사의 ‘일루전매직쇼’, K-POP 아카펠라 그룹 ‘나린’의 공연 등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게임 캐릭터를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코스프레 행사’를 비롯해 ▲솜사탕을 직접 만들어보는 ‘솜사탕 세상’ ▲증강현실/홀로그램 등 실감 콘텐츠 체험이 가능한 ‘찾아가는 상상 체험버스’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문화 체험존’ 등의 부대행사가 현장에서 개최된다.넷마블문화재단 김성철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오랜만에 대면으로 개최되는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참여하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모든 참가자 분들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지속 발전해 나가는 행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넷마블문화재단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건강한 게임문화의 가치 확대 및 미래 창의 인재 양성, 나눔 문화 확산 등을 위해 지난 2018년 출범한 넷마블문화재단은 '문화 만들기', '인재 키우기', '마음 나누기' 등 3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전문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23.09.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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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화 한남2구역 신임조합장 “시공사 선정, ‘페어플레이’ 유도할 것”

분양

“어깨가 무겁지만 그 책임감을 알기에 이 책임감을 함께 뽑힌 이사님들과 원팀(one team)을 이뤄 함께 짊어지고 나가겠습니다.” 보광동 소재 한남2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명희 새 조합장은 바쁜 일정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서울 내 최고 입지로 평가 받는 한남뉴타운 재개발 조합인 만큼 사무실에는 유명 건설사에서 보낸 꽃다발과 화분들이 가득했다. 이 조합장은 선거과정을 통틀어 소통을 최우선하는 민주적 시스템, 그리고 투명한 정보공개 계획을 강조했다. 그 결과 그는 지난 9일 롯데시네마 용산에서 열린 2022년 정기총회에서 상대 후보를 2배가 넘는 표 차로 누르고 한남2구역재개발의 새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막 이사진과 회의를 마친 이명화 조합장을 가 만났다. ━ '보광동 토박이' 이학박사, 조합장 되기까지 지난 9일 열린 한남2구역 조합장 등 임원 선거는 지난해 말 김성조 전 조합장을 비롯한 기존 집행부가 각종 비위행위로 해임되면서 열리게 됐다. 이 조합장은 “여느 재개발 사업이 그렇듯 이전 조합체제에선 조합원들이 사업진행을 빠르게 하자는 이유로 수동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던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는 동안 협력업체와 계약이나 조합 사무실 임차 건등 중요한 결정이 소위 ‘깜깜이’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합원들이 조합운영에 대해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는 부족했다. 전 조합은 ‘경쟁입찰’이 아닌 ‘지명경쟁입찰’방식으로 설계회사를 선정했고 심지어 입찰 회사가 아닌 개인 설계사와도 지분 참여 형식(입찰 회사 80%, 개인 설계사 20%)으로 설계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시에선 정비사업정보몽땅(옛 클린업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내용을 게시되지 않았다. 이는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택환경정비법) 상 위반으로 조합의 사업시행 관련 서류는 15일 이내 공개돼야 한다. 결국 서향배치, ㄷㄹㅁ자 건물 등 설계문제는 조합원들의 큰 반발을 사는 요인이 됐다. 이 조합장은 다른 이사진이 그렇듯 뒤늦게 이 같은 전 조합장 및 집행부의 비위행위를 접하고 나서야 조합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 그는 건국대학교 생명공학과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딴 뒤 같은 학교 산업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일하며 생리활성물질에 대한 연구를 지도하는 등 오랫동안 학계에 몸담았다. 이처럼 언뜻 재개발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던 이 조합장은 보광동에서 태어나 보광초등학교-상명중학고-오산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역 토박이’로서 그 누구보다 성공적인 재개발 사업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결국 조합장 선거에 뛰어들게 됐다. 이 조합장은 “이곳(보광동)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일 뿐 아니라 자녀들의 고향이기도 하다”면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이후 개인이력은 물론 가족에 대한 허위소문과 비방에까지 시달렸지만 오직 성공적인 재개발 유치를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 '똑똑한' 조합원·자문단 의견 수렴해 최선의 결과 이끌 것 새 조합장 선출과 함께 반년 만에 내홍을 진화한 한남2구역은 시공사 선정, 고도제한 완화 같은 중대한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조합장은 공약대로 이른 바 ‘3권 분립’을 통해 이 같은 난제를 돌파하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결정권을 조합장뿐 아니라 조합임원, 그리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통상 재개발 조합에서 발생하는 ‘제왕적 조합장’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조합 집행부는 곧 조합 내외부에서 자문단을 모집할 예정이다. 자문단은 시공·감리·안전관리 등 건설분야와 실내건축 디자인과 3D스케치업 등 디자인분야, 그리고 새 아파트의 생활편의시설 계획을 점검하는 주부 자문단까지 총 3개 분야에서 뽑히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조직도를 비롯해 조합의 모든 결정과 그에 따른 세부내용 또한 정비사업정보몽땅 및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다. 연내 진행할 것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이 조합장은 ‘오픈 마케팅’방식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건설사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공개된 장소에 올리고 조합원들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조합(한남2구역)은 우리 조합원들 수준을 신뢰하고 있기에 시공사가 스스로 조합원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도 조합 내 자문단이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조합장은 “결국 우리 상대는 대기업이므로 건설업계 관계자인 조합원을 비롯해 각종 전문가 도움을 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아파트는 유행이나 소장가치도 중요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입찰처럼 그저 저렴한 업체를 선택하기보다 경쟁 업체 중 제일 좋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곳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남2구역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서울플랜)’에 따라 고도제한 완화를 비롯한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인근 한남뉴타운 3·4·5구역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려 한다. 한남동은 기존에 한강변 층수제한과 남산 고도제한에 묶여 있어 대표적인 2040서울플랜 수혜주로 통한다. 조합측은 2040서울플랜을 바탕으로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현재 최고 14층으로 제한된 층수를 높이고 층고를 기존 2.85m에서 3.25m로 올릴 계획이다. 이 조합장은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남산에 가깝다는 이유로 불편을 겪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2040플랜에 따른 규제완화 측면에서 한남2구역이 최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4.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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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 vs 틴더’ 어떤 데이팅앱 선택해야 할까

산업 일반

틴더는 범블이 자신들의 아이디어 도용했다고 비난하고 범블은 틴더에 여성혐오와 괴롭힘의 문화가 있다고 주장 틴더와 범블, 두 데이팅 앱 간의 법적 투쟁을 지켜보면서 역설적으로 우리 친구들의 막장으로 치닫는 로맨스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0일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틴더의 범블 인수 노력을 ‘오랜 구애’로 불렀지만 범블은 틴더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여성이 어떤 데이팅앱을 사용하느냐에 양사간의 분쟁이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어느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한쪽 코너에선 틴더의 소유주 매치 그룹이 범블 쪽에서 틴더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경쟁 관계의 데이팅 앱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대쪽 코너에선 범블이 틴더에 여성혐오와 괴롭힘의 문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사의 분쟁이 기묘하게 사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적재산권법을 뛰어넘어 더 뿌리 깊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틴더를 소유한 매치 그룹은 지난해 8월 4억5000만 달러에 범블의 인수를 시도했다. 그리고 11월에 또다시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의 보도에 따르면 “10억 달러를 훨씬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문을 두드렸다. 범블은 두 번째도 거부했다. 범블의 퇴짜는 제시된 인수가보다는 창업자의 원칙과 관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범블 창업자 위트니 울프 허드는 2012~2014년 틴더의 고위 마케팅 임원으로 일했다. 틴더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데 여전히 법적으로 제약을 받지만 그녀는 업무 환경이 여성에게 해로웠다고 시사했다. 2014년 가십 사이트 고커는 울프 허드와 저스틴 마틴 틴더 공동창업자가 주고받은 놀라운 일련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를 그만 보내고 “일에 집중하라”고 울프 허드가 마틴에게 간청하는 내용이었다.그녀는 지난해 공영라디오방송(NPR)과 인터뷰에서 소송을 둘러싼 언론보도의 후유증으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 인생의 바닥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살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침대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다.”울프 허드는 몇 년 전부터 틴더 내부적으로 여성혐오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시사했다. 그런 문제는 괴롭힘과 모욕을 주는 메시지를 걸러내지 않고 이용자 수신함으로 전달하는 틴더 앱의 인터페이스와 그들의 업무환경에 반영됐다.수신되는 메시지의 성격을 통제하고자 하는 여성에게는 범블이 분명한 선두주자다. 그러나 범블의 인터페이스는 틴더를 상당히 많이 모방했다. 범블이 틴더에서 차용한 지적재산권의 규모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온라인 매체 바이스가 보도했듯이 범블을 포함해 어떤 앱을 이용해서든 골수 여성혐오자가 여성을 추적할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소비자 데이터 그룹 렌드에듀의 지난해 조사에선 ‘대다수의 틴더 이용자’는 연애 상대가 아니라 즉석 섹스상대를 찾는다고 답했다. 보고서에선 ‘틴더는 섹스용, 범블은 데이트 용’이라는 답변이 40.1%에 달했다. 많은 이용자가 지적하듯 틴더에선 남녀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권한을 준다. 남성이 파트너에게 얼마든 원하는 만큼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해 여성이 방어적인 입장에 놓인다. 여성은 r/niceguys 또는 r/creepyasterisks 같은 서브레딧(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의 하위 분류)에 이들 부정적인 틴더 메시지 중 다수를 게시한다. ‘소름 돋는’ 것부터 ‘노골적으로 위협적인’ 내용까지 다양하다. 각 하위레딧을 대강 훑어보면 틴더에서의 만남 성사는 상대 여성이 어떤 종류의 메시지에든 동의한 것으로 믿는 남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런던대학에서 올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틴더에 만연하는 여성혐오는 적어도 일정부분 상대가 동의했다는 가정이 원인일 수 있다. 여성과의 매치가 이뤄지면 남성 이용자는 상대가 어떤 성격의 메시지에도 동의했다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마치 오른쪽 쓸어넘기기(호감 표시)를 ‘내 이름을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불러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듯 말이다.틴더의 페미니즘적인 대항마를 자처하는 범블에선 여성만 먼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여성의 권리확대를 장려하고 괴롭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한다고 범블이 항상 말해온 범블 앱 사용자경험(UX)의 한 구성요소다. 범블은 틴더에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받는 데 넌더리 난 여성의 피난처를 자처한다. 범블이 보란 듯이 무례한 이용자를 더 냉혹하게 금지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난 2월 매치 그룹은 여성만 첫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범블 식 업데이트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틴더도 나름의 안전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게 다가 아니다. 지난 3월 16일 매치 그룹은 저작권 침해로 범블을 고소한다고 리코드에 공개하며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틴더는 솟장에서 ‘전 틴더 임원 3명이 창업한 범블은 틴더의 세상을 바꾸는 쓸어넘기기 기반의 사전동의 방식을 베꼈다’고 지적했다. ‘범블은 출시 당시 제3자 매체들이 인정했듯이 기능 그리고 전체적인 외관과 느낌이 틴더와 거의 동일하다. 경쟁관계의 원인은 뻔하다.’그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범블은 지난 3월 16일 저녁 리코드 기사를 통해 소송에 관해 알게 됐다”며 “틴더는 소송을 발표하기 전에 범블에게 알리지도 않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범블은 주말 사이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해 20일자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내보냈다. 매치 그룹에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성명서였다.성명서에서 범블은 그 소송을 가리켜 틴더의 ‘협박 전술’과 ‘끝없는 게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묘사했다. 서한은 범블에 대한 틴더의 갑질을 강력히 시사하며 범블을 여성 역할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광고는 ‘모든 여성에게 먼저 행동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고, 두려움 없이 ‘노’라고 말할 권한이 있음을 알게 될 때까지 향상심을 잃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두 앱의 위상을 볼 때 괴롭힘을 최소화하려는 여성에게는 범블이 더 유리한 대안이다. 그러나 틴더가 범블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운동장에 다시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 별일이다 싶겠지만 당신의 다음 데이트 상대를 어떤 식으로 찾을지가 법원에서 결정될지도 모른다.- 에밀리 거뎃 뉴스위크 기자

2018.04.09 09:47

4분 소요
리더 51인의 신년 에세이 | 인생과 경영(1)

산업 일반

리더는 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다. 많은 이들이 성공한 리더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성장 과정과 고난 극복 스토리 속에서 가르침을 찾고 그들의 남다른 안목과 강철 같은 의지, 불도저 같은 실행력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포브스코리아는 2018년 새해를 맞아 인생과 경영의 등대가 되는 리더 51명의 에세이를 직접 받아 지면에 담았다. 다양한 경험,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이 담긴 에세이는 표면적으로는 기업 경영의 성공 비결을 다루고 있지만 내면엔 신념·결단·꿈 등이 담겼다. 숫자로 평가받는 기업 환경이지만 위대한 리더들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들의 인생이 곧 경영이고, 경영이 곧 인생이라 할 만하다. 에세이를 찬찬히 일어보면 경영 리더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목표는 적당한 지, 방향은 올바른지, 성공에 취해 초심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통해 일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에세이는 짧은 자서전이자, 경영 지침서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CEO들의 에세이는 표현은 다소 투박하고 서툴지만 경험에서 나온 신념과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풍성한 울림과 배움을 준다. 워런 버핏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과 사귀어야 하고 평생의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51인 리더의 에세이가 독자들에게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홍성열(마리오아울렛 회장) | 초심의 힘 패션유통업에 뛰어든 지도 어느덧 40년이 다 되어간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하나가 “어떻게 맨손으로 시작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울렛을 만들었나”다. 1980년대 초 니트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론칭하고, 외환위기 시절에 뚝심 하나로 마리오아울렛을 오픈하면서 수많은 굴곡과 고비를 겪었다. 그때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매일 되뇌는 초심 덕분이다. 바로 ‘정직하고 올곧게 걷자’는 윤리경영이다.한국 제품이 홀대 받던 시절 토종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는 일본 바이어들을 불러들였고, 한국 최초로 일본 게이오백화점에 입점했다. 이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생산하고 거래했기 때문이었다. 제품에 사소한 하자라도 생기면 밤낮이고 현해탄을 넘어가 문제를 해결했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유수 명품 브랜드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했다.‘유명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자’고 마리오아울렛 사업을 시작할 당시 주변에선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귀에 담지 않았다. 위층에서 만들고 아래층에서 판매하는 가격 혁신으로 개점 2~3개월 후부터는 건물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객이 몰렸다. 이후 성장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견제와 왜곡으로 사업의 존폐까지 고민했지만 오직 ‘정도(正道)’만을 고집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묵묵히 매 고비를 이겨냈다. 이는 국내 아울렛 유통 개척의 원동력이 됐고, 최근 대형 유통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지속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높은 매출 실적은 기업의 가치와 성공을 측정하는 척도다. 그러나 정직하지 않은 변칙 플레이를 통한 성장 결과는 언젠가는 엎어질 모래성과 같을 뿐이다. 한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정직과 신뢰’다. 그리고 이 같은 초심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만이 기업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이다. ━ 양윤선(메디포스트 대표) | 19년 전 초심 6월 26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다. 1991년 이날 첫딸을 낳고, 9년 뒤인 2000년 같은 날 메디포스트를 창업했다. 소중한 두 존재의 생일이 같은 걸 보면 신기하다. 둘 다 산고의 고통을 주었지만, 지나서 보니 아픈 기억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할 뿐이다.그리고 생각할수록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줄기세포 기업을 설립하면서 의사로서 병원에서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년 전 신생아의 탯줄 속 혈액, 즉 제대혈에도 골수처럼 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수 기증을 받지 못하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제대혈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제대혈은행’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난치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많은 질병을 대상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도전했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결실이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켜 관절염을 치료하는 ‘카티스템’이라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을 다시 일어서게 했다는 뉴스로 잘 알려져 있다.인내가 필요한 여정이었다. 수만 번 배양 조건을 바꿔가며 최적의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치료 개념 탓에 공상과학소설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때때로 임상은 중단되고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고단한 여정이 눈 깜짝할 사이처럼 짧게 느껴지는 건 이 사업이 가진 가치와 매력 때문이다. 또 선한 마음과 열정이 가득한 동료직원들과의 즐거운 나날이었기 때문이다.첫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이후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한 번의 성취감 이후 다른 제품들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줄기세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치병 치료의 마지막 희망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기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긴 여정에서 지치지 말자 다짐하며 다시 19년 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 이충희(에트로 대표) | 나눔 패션 브랜드 에트로의 사훈이 ‘감사와 나눔’으로 정해진 것은 아마도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일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사훈으로 정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내의 권유로 매달 3만원씩 기부를 한 것이 그 시작이다.‘감사’의 의미는 에트로 제품을 사주시는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고객들 덕분에 나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눔’은 고객들을 대신해서 우리 모든 직원들이 불우이웃들에게 고객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불우이웃만이 아닌 폭넓은 활동을 하게 되었다.나눔은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나는 2002년 백운장학재단을 설립해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육군 15사단, 20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전국의 군부대를 누비며 장병들을 위한 문화 공연이나 그림 전시, 군자녀 교육을 위한 어린이 도서 지원, 장병들을 위한 강연을 16년째 이어가고 있다.지금까지 나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부모님의 교육과 보살핌, 직장 상사와 선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재능과 능력을 나누는 것이 그 분들에 대한 보답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라 생각한다. 나눔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더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감사와 나눔을 생활화해 보자. ━ 권도균(프라이머 대표) | 꿈 13년 동안 5개 회사를 창업하고 두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했다. 넘어지고, 상처받고, 성취하는 과정이 었다. 이를 통해 사업은 나 자신과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업은 나의 돈과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주변 이웃, 고객의 고통과 필요를 해결하는 이타적인 활동이며 성공은 단지 결과물이다. 평범한 엔지니어였던 저 같은 사람도 사업을 이만큼 할 수 있다면 모든 보통의 젊은이들도 도전할 기회를 주고, 길을 보여주고 도와주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컴퓨터를 통해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었었다. 이제는 경영이라는 지혜를 가지고 사람에게 더 큰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투자자이자 멘토가 되었다. 결국 사람을 남기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가장 큰 기여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성공적인 창업과 엑싯(회사를 매각)의 경험을 한 창업가 출신들이 있다. 그들이 경험과 자유로운 돈과 시간을 가지고 돈 버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새로운 종족이 등장하기를 새해에 꿈꿔본다. ━ 이영애(배우) | 기부의 행복 요즘 주위에서 기부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많이 묻는다. 그저 마음 따라 하는 행동이 너무 주목을 받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다.사실 베푸는 행위에 원칙이나 기준은 없던 것 같다.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살면서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 표현이자 보답이었다. 갑작스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분들을 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홍수나 지진 등 자연재해 피해지역을 보면 마음이 앞선다. 당장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나이가 들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지난 이란 지진 때 기부한 걸 보고 한국 배우가 한국을 돕지 왜 해외에 기부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사실 해외에 기부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나라, 그리고 한류를 사랑한 국가의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 때문이다. 해외 시청자들은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사랑해주고 덩달아 한국에 큰 관심을 가져줬다. 기부를 내가 한다 해도, 받는 곳에선 한국이 돕는다고 생각한다.돌아보면 내 인생은 보람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배우로서 감당하기 과분한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보고 인생 설계를 하며 희망을 갖고 지낸다는 팬의 편지를 읽으며 보람을 느끼고, 우연히 마주친 분들이 팬이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순간들은 기쁨을 더한다. 이 감정에 큰 보탬이 되는 건 물론 가족이다.엄마가 된다는 건 인생에 큰 변화를 안겨준다. 배우로선 작품을 선택하는 데 내용이나 역할을 더 신중히 들여다보게 됐고, 연기를 할 때 감정표현은 더 넓고 풍부해졌다. 인간 이영애로선 삶을 돌아보게 되고, 주변을 볼 줄 알게 됐다. 저소득층 미혼모, 다문화가정, 장애 임산부들에게 나의 손길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만족과 기쁨은 배가 된다. 우리 일곱 살 쌍둥이에게 놓인 어려움이란 생각이 들면 지나치기 어렵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난 작은 실천을 보태면서 한 걸음 더 크게 성장한다. ━ 권혁운(아이에스동서 회장) | 신뢰의 힘 모델하우스 개관 이틀 전, 망치를 손에 들고 다니며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부수었던 경험이 있다. 현관문 구조가 사람 동선에 불편하니 고치라고 했지만 “개관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난감해했다. 그래서 망치로 깨버렸다. 결국 직원들은 밤을 새워 모델하우스 오픈 전까지 고쳐 놓았다.지난 10여 년간 아이에스동서는 전국에 3만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했다. 새해 초 완공하는 부산의 초고층 주상복합 W까지 대부분을 직접 시행·시공했다. 그동안 미분양 주택이 한 채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그날로 소멸된다’는 위기의식이 만들어낸 성과다. 특히 내가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이 중요했다. “병든 주인이 머슴 다섯 노릇을 한다”는 선친의 말씀처럼 주인 입장에서 보면 답이 보인다. ‘주인의식’은 사업철학이자 늘 강조하는 말이다.1980년대 초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연대보증을 섰던 나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제조업은 망해도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부도나면 빈 책상의 먼지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속 성장이 힘들고, 경기에 취약한 건설회사를 ‘부도 나지 않는 회사’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방향은 연관 업종에 대한 사업다각화, 전략은 인수합병(M&A)이었다.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성장은 무엇보다 내부 임직원 간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 경영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내부의 소통을 통해서 탄생한다.망치로 모델하우스의 시설을 깬 것은 ‘직원들이 내 본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밤샘작업으로 시설을 개선한 직원들의 마음엔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나에 대한 신뢰가 쌓였을 것이다. ━ 권동칠(트렉스타 대표) | 스마트 팩토리 지난 몇 년 동안 준비해왔던 신발지능형공장(스마트 팩토리)의 이름을 최근 ‘핸즈프리 팩토리(Handsfree Factory)’로 확정했다. 새해 1월부터는 설비를 시작하고 시범 제조라인을 구축해 시험가동도 할 예정이다. 신발제조의 핵심공정을 수행할 로봇 6대와 각종 첨단장비가 투입된다.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발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경쟁력이 높아져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유턴할 것이다.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 설비는 내수시장에서 유통시스템과 융합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직접 주문도 활성화해 고객들이 오프라인·온라인 매장 어디서든 원하는 신발의 모델과 색상을 선택하고 바로 주문할 수 있다. 한국 신발산업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1981년부터 대한민국 신발산업의 부침을 봐 왔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신발산업이 대한민국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 김봉진(우아한형제들 대표) | 기술 혁신 2010년 ‘배달의민족’이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나온 즈음 대한민국은 ‘인터넷 혁명’ 이후 불과 10년 만에 찾아온 또 한차례의 거대한 물결, ‘모바일 혁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옮겨보자’는 재미있는 일을 벌이면서도 정작 그 당시에는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변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직감하고 있었다. ‘모바일 혁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것이다. 이 물결에 올라타지 않으면 안된다 ? 바로 지금!’“기업가는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가는 혁신을 모방한다.” 20세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와 사업가를 이렇게 구분 지었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기존의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공상과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이가 바로 혁신적 기업가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바로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나은 우리의 삶’ 그것이어야 할 것이다. ━ 반원익(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 일자리 해결책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임시직의 질곡에서 희망을 잃어간다. 등 굽은 가장들의 힘겨운 뒷모습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삶의 불안은 절망을 이끌고 사회의 온기는 차갑게 식어간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키에르 케고르는 말했다.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에서 한국은 139개 국가 중 83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인하 추세를 거슬러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더해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전 앞에 놓인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기업은 경제의 혈류를 공급하는 핵심 주체다. 미움 받을 일도 많았지만 최소한 ‘상대적인’ 오늘의 물질적 풍요는 이들에 빚진 바 크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일자리는 줄어든다. 산수에 가까운 단순한 논리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이들의 활력을 회복시키면 된다. 더 이상 쉬울 수 없는 얘기다. 해법도 간단하다. 투명한 경쟁의 틀을 제공하고 기업이 분방하게 뛰도록 놓아두면 된다. 몰역사적인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가 아닌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는 역동적인 성장의 공간을 꿈꿔야 할 것이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버리고 모두가 솔직해져야 한다. ━ 안건준(벤처기업협회 회장) | 혁신 성장 지금 우리는 ICT기술과 각종 첨단기술이 광범위한 융복합을 통해 확산되며 기존에 없던 다양한 신산업과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 예측이 점점 불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가 없으면 바로 도태되어 버리는 시대라는 것이다.이제 대기업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 간의 진정한 결합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에 맞서야 할 시점이다. 대기업 생태계는 효율의 극대화와 국내외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고, 벤처 생태계는 핵심기술과 혁신 DNA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 상호 보완적인 이상적 조합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조금씩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새해에는 국내에서도 더욱 많은 대기업들이 혁신벤처생태계 참여를 통해 선순환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인재들이 혁신벤처창업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국가경제의 혁신을 주도하고 혁신동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다면 고용절벽을 해결하고 단절된 계층사다리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서경배(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혁신의 출발점 내가 생각하는 혁신의 출발점은 강한 열망(Aspiration)이다. 누구보다 뜨겁고 간절하게 열망해야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그리고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을 향한 ‘절박함’과 ‘인내심’이다.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를 이야기한 것처럼, 혁신에는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도 그러했다. 20여 년 전만 돌이켜봐도 당시엔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산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혁신의 DNA로, 창업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다.2000년대엔 어떻게 하면 화장을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주차 스탬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액상 형태의 화장료를 팩트에 담아낸 ‘흐르지 않는 액체’인 쿠션 화장품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모순된 도전이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도전한 결과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꾸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천외유천(天外有天)’이 있다. ‘눈으로 보는 하늘 밖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는 뜻이다. 어느 곳을 향해, 어떤 믿음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하늘 밖의 세상에서 각자 도달할 수 있는 하늘은 달라진다. 무한히 열려 있는 세계를 향해 새롭게 도전하며 노력하는 2018년이 되기를 바란다. ━ 강수진(국립발레단 예술감독) | 첫 마음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 감독으로 시작한 2막 인생은 감사의 연속이었다. 예술 무대를 만드는 일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책임의 무게는 더해졌지만, 모든 순간이 즐겁고 감사했다. 경험과 연륜이 쌓일수록 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첫 마음. 불이 붙는 그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사랑을 할 때 배 밑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그런 느낌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때 느껴지는 전율이 초심이다. 사실 난 발레를 했을 때부터 늘 초심이어서 행복한 행운아였다. 누구나 과정에서 열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주변 도움이 식어가는 과정도 있다. 결국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난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삶의 소중함은 거대한 것에 있지 않다. 세월이란 가치에서 소중한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요즘은 인간적인 면에서 그걸 찾고 있다. 주변에 대한 사랑, 정, 배려를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진심도 중요하다. 나부터 긍정적으로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부정적인 마음은 주변도 힘들게 하고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발레리나의 무대는 관객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발레 단원들마다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의 롤(역할)을 가르칠 때도 한 명씩 진심으로 대하려고 한다.무대를 마치고 관객과 무용수들이 행복해할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발레리나들의 의지를 볼 때 감독으로서 보람도 느끼고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 다행히도 난 힐링(healing)할 수 있는 예술 분야에서 살아가고 있다. 명작을 만나면, 전체적으로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의상과 시놉시스에 빠져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후배들에게 늘 조언한다. 올라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경험들은 아프면서도 전율의 한 부분을 만들어낸다고. 되도록이면 그 순간들을 놓치지 말라고 한다. 행복을 누릴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말이다. ━ 배중호(국순당 대표) | 정성 사랑방을 찾은 귀한 손님에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좋은 술을 대접하며 반기던 우리 고유의 문화가 있었다. 이런 정성으로 탄생한 술이 바로 ‘백세주’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이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인들에게 대접할 제대로 된 전통주가 없어 한국을 대표할 좋은 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과 노력으로 개발했었다. 고서에 나온 ‘생쌀발효법’을 복원하고 몸에 좋은 약재들을 넣어 드시는 분의 건강과 함께 즐기는 우리 문화를 담고자 했다. 곧 지구촌의 큰 축제가 30년 만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30년이라는 시간만큼 우리 술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순당도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문헌에만 존재하던 우리 술을 복원하여 다시금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우리 술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우리는 지금도 전통을 빚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다. 가장 최근 선보인 신제품 ‘수리’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재료인 야관문을 자연발효로 빚어 우리의 제법과 특성을 담아낸 술이다. 이런 남다른 노력이 전통주의 재활 성화를 꾀하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특별한 가족 행사에 올리고, 편한 사람과 즐거운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술이 좋은 술 아닐까. 정성의 마음은 진심으로 전해지니 말이다. ━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사장) | 활력 한국이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창업정신, 여성인력, 금융교육이다. 먼저 창업정신이다. 단순히 공부 잘해서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이나 중국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두 번째는 여성인력이다. 선진국은 성별 다양성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여 여성 경영 참여율을 꾸준히 늘려온 반면,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2%에 불과하다. 한국기업은 남성 위주의 회사 경영으로 인해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이 지닌 유연성과 공감 능력 등의 전략적 활용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다.세 번째는 금융교육이다. 현대사회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 그 어디에서도 돈을 제대로 모으고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돈을 몰라야 한다는 이상한 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제 금융에 대한 무지는 과거의 문맹과 다를 바가 없다. 금융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 강호갑(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 역사적 책무감 수출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이 수명을 다했다. 과신했던 낙수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결론났다. 1990년대 이후 급격히 가속화된 세계화의 도전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나날이 약화되고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정부의 시혜적 지원에 의존해 위태로운 생존만을 이어갈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을 이을 단단한 성장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중견기업이 희망이다.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견기업의 몫은 작고도 크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은 높고, 세상에 알려진 이름은 크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경제의 생존을 버텨내고, 성장을 이끌었다.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한 이들은 총 매출의 약 17%, 고용의 약 5%를 감당한다. 우수 인력이 메마른 지역의 귀퉁이에서 세계 최고의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희망은 중견기업에 있다고 믿는다. 독일의 재건을 이끈 히든챔피언도 대부분 중견기업이다.함께 행복한 풍요로운 내일은 오늘의 노력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우리가 처한 시공간은 후대에게 빌린 것이고 더 나은 무엇을 그들에게 남겨야 할 책임은 온전히 지금, 여기 우리의 몫이다. ━ 최현만(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 성실한 실천 나는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CEO로 살아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요즈음 많은 사내외 후배들과도 같이 나누고 싶은 주요 주제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성공담이 주종을 이룬다.나름대로 내 자신이 내린 성공의 법칙은 ‘내가 속한 조직과 주파수를 맞추어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모든 물건은 자신의 고유 진동수가 있으며, 외부에서 고유 진동수에 힘을 가해 준다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나는 미래에셋대우의 CEO다. 조직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들과 먼저 공감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 있어도 결국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 김동녕(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 포석 바둑의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다. 가로세로 19줄 위에 검은 돌과 흰 돌을 가지고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한 수, 한 수에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고 상대의 한 수가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도 무수한 복잡함을 품은 단순함 때문이다.한세통상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1972년 당시 한국의 무역 규모는 100억 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제조업 중심의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를 둘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른바 ‘스마트 매뉴팩처링(Smart Manufacturing)’ 시대는 생산자에게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바둑에서 말하는 판세가 변한 것이다.판세가 변하니 수를 읽는 방법이 변하고, 지능화된 상대가 어려운 수를 내놓으니 이를 읽고 대응해야 할 내 포석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초반에 수를 잘 읽고 포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5년 동안 적자 없는 회사로 한세실업을 이끌었던 것도, 2000년대 초 미국과 베트남 간 관세 정상화를 미리 내다보고 베트남에 선제 투자한 것도 이와 같다. 한세실업은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할 부서를 만들고 일찍부터 포석에 들어갔다.하지만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근로자의 비중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우려를 사람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과거 한국 의류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수많은 우수 기술자들의 헌신이었다. 은퇴 시기를 맞은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스마트 팩토리에 녹여 내는 능력에 한국 의류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판세를 읽고 바둑의 수를 생각하고 포석을 한다는 것은 화점부터 계가까지의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의미다. 전략에는 나의 수를 받고 상대방이 응수하면 그 수에 전술을 생각하고 새로운 수를 들고 임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할 곳은 정해졌지만 시장의 반응에 따라 한세실업의 한 수, 한 수를 놓는 점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천변만화(千變萬化) 이치에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원리로 새로운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 ━ 박인비(프로골퍼) | 승부 승부. 참 잔인하지만 골프 선수로서의 삶을 선택했을 때부터 함께 안은 숙명이다. 모든 사람의 일상엔 크고 작은 승부들이 항상 숨어 있는데, 내게 이것은 살면서 겪고 이겨내야 할 숙명인 듯하다.매주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는 운동 선수에게는, 힘들지만 이만한 보상 또한 없다. 다이내믹함이 있다.승부에 있어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익숙함과 일상이 되는 것이다. 운동 선수로 오래 활동하면서 웬만한 일에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졌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처음에는 서툴기도 했고 일부러 애써보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저 이 일상에 익숙해지고 내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유지한다.나라고 왜 무너질 때가 없을까? 주어지는 승부마다 매번 이길 수도 없다. 사실 그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건 참 어렵다. 주위에서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충분히 추스를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데 있어서 남편은-많이 언급했지만-나의 버팀목이자 동기부여다. 이제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일상을 견디는 가장 큰 에너지는 나의 행복을 넘어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에서 얻기 때문이다.요즘 난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진 않는다. 솔직히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동안 당당하고 후회 없는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왔다면 분명 그 모습대로 주위에서 기억해줄 것이다. 그저 오늘의 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하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가 되려 한다. 승부에 상관없이. ━ 신춘수(오디컴퍼니 대표) | 도전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뮤지컬 제작사를 설립했다. 세계적인 뮤지컬/콘텐트 제작을 목표 삼아 오디컴퍼니 대표 직함을 달았을 때 내 나이는 30세였다. 당시 나는 뮤지컬 제작자로서 많이 부족했지만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잘 헤쳐나갔다.전날 밤 계획을 세우고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실행했다. 작고 큰 실패를 반복하며 성장해왔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힘들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도전은 내 삶의 원동력이다. 목표로 향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크고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성공으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할 때 실패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2014년 나는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동양인 뮤지컬 제작자(리드 프로듀서)로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내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실패를 두려워하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어렵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면 삶은 더욱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 조성수(에쓰푸드 대표) | 도전 에쓰푸드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에쓰푸드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육가공 사업에 도전했다. 서구식 정통 육가공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고 안전한 양질의 육단백질을 공급해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고자 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국내외 마이스터들과 함께 개발한 수많은 에쓰푸드의 제품들은 외식 업계 셰프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덕분에 육가공 B2B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하지만 에쓰푸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정통 델리미트 브랜드를 론칭해 그동안 외식 업계에서만 알려졌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에쓰푸드는 식품을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닌, 쿠킹 클래스와 델리카 같은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앞으로도 에쓰푸드는 도전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건강한 육가공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왔다면, 이제는 한 끼의 식사(Meal)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더 좋은 식품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끊임없는 도전들이 모여 실패라는 어려움을 겪어낸 후에는 반드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김명관(아카데미과학 대표) | 상상력 스마트폰 시대다. 아이들이 태블릿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빠져든다. 화면도 예쁘고 내용도 재미있다. 분명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앱들이 너무 완벽해 보인다.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미리 다음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할까 염려가 된다.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장난감 로봇 한 대만 있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달나라나 바닷속에도 보내 본다. 우주에서 온 악의 무리를 생각한 다음 내 손에 쥐고 있는 로봇과 싸움을 붙여보곤 했다. “로케트 펀취~~~”를 중얼거리며 제 상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적에게 일격을 먹이고 있으면 어머니가 부른다. “그만 하고 밥 먹어라.”요즘 아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해 보인다.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져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완구 회사 사장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태블릿을 가지고 공부하고 노는 것 환영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이 또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들고 그 감촉을 느끼는 일이다.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자 성장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에 장난감을 들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조금은 더 건강하지 않겠는가. ━ 심찬구(스포티즌 대표) | 한국 축구의 미래 2018년은 월드컵의 해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는 2018의 대한민국에서도 월드컵은 가장 중요한 뉴스 중의 하나일 것이고, 우리 국민과 사회가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한 목소리로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왕에 좀 성적이 좋아서 예선 세 경기를 잘 치르고 본선까지 올라가서 누적되어 있는 스트레스도 좀 해소시키고,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정체성을 공감하는 시간도 좀 길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단 대한민국의 세계랭킹이 출전 32개국 중 31위인 62위다. 그리고 같은 조에 편성된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각각 1위, 16위, 18위이다. 객관적으로 실력이 열세인 팀이 게임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2002년 4강의 기억을 가지고 러시아 월드컵을 관전하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혹시 이기는 게임이 나오면 맘껏 즐기되 혹시 지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기를 권한다.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선택만을 우선하는 것을 삼가고,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단기적 결과보다는 팀과 구성원의 육성에 방점을 두는 가치체계, 주입식 반복훈련보다는 독창적인 움직임과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문화, 그리고 계급이나 나이에 묶인 서열주의의 파괴 등이 이루어진다면 의외로 월드클래스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and this is not only about football and the national team! ━ 조태룡(강원FC 대표) | Why? Why not? ‘Why’라는 물음을 참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결과엔 원인이 있다. 반대로 모든 의사결정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Why’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불확실성을 하나씩 없애 나간다. 지양하는 키워드는 ‘Not’이다. 부정적인 시각은 모든 일을 망친다. 부정적인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서 조직을 멍들고 병들게 한다. 그래서 항상 “안 돼”라는 말을 경계하고 멀리한다.이렇게 다른 두 단어가 하나로 만났을 때 혁신의 씨앗이 된다. ‘Why not?’이라는 물음에서 대부분의 역사는 시작됐다. 나 역시 인생 초기 공대 출신 대기업 직원에서 보험 세일즈맨으로의 변신했다. 남들이 부정적인 목소리로 ‘Why?’라고 물을 때 나의 머리에는 ‘Why not?’ 이 먼저 새겨졌다. 나의 가치를 돈이라는 기준으로 가장 명확히 측정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죽도록 일한 결과 생명보험 업계에서 종신보험 계약 건수 1위를 기록한 보험왕이 될 수 있었다.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넥센히어로즈)의 단장을 맞은 2008년도 마찬가지였다.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야구단 살리기에 도전하자 부정적인 시선이 날아들었다. 나는 ‘Why not?’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조업·금융업을 거치며 터득한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스폰서 유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 결과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한국 프로스포츠의 관행을 깨고 구단의 재정자립과 독자생존이 가능함을 입증했다.처음 강원FC 대표로 부임했을 때, 구단은 2부 리그 7위팀이었다. 가장 먼저 ‘안 돼’라는 패배 의식에 빠져 있는 선수단을 변화시켜야 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부정의 마음을 긍정으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결국 선수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기에 나섰고 우리는 승격했다.승격 사흘 만에 선수 영입을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창단 첫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혁신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나지막이 외쳐보자. ‘Why not?’

2017.12.27 15:28

23분 소요
스포츠 & CEO(2) 김언식 DSD삼호 회장

CEO

리더십과 경영의 원리를 스포츠에서 찾는 CEO들이 많다. 김언식 DSD삼호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공급한 디벨로퍼다. 15년째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사업가로서 성공을 거둔 배경에 대해 ‘볼링을 통해 체득한 페어플레이와 스포츠 정신’이라고 말했다. 1988년 주최로 열린 전국 직장인 볼링대회 마지막 날. 3인조 단체전 결승에 삼호건설과 삼영출판사가 올랐다. 마지막 게임 마지막 프레임에 삼호건설 김언식 선수가 섰다. 스트라이크를 치면 삼호건설이 역전승으로 우승하고 김언식 선수는 개인전 챔피언이 되는 상황이었다. 김 선수의 왼손을 떠난 볼링공은 핀 10개를 모두 쓰러뜨렸다. “스트라이크! 우승이다!” 환호성이 터지는 순간, 김 선수가 잠깐 멈칫 하더니 주심에게 다가갔다. “제가 파울라인을 밟은 것 같습니다. 경기 장면 화면을 확인해 주십시요.” 판독 결과 파울라인을 살짝 밟은 게 드러났다. 마지막 프레임이 0점 처리돼 김언식 선수는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을 모두 내줬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은 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 국내 최대 건설 시행사인 DSD삼호 경영 그 김언식 선수는 지금 국내 최대 건설 시행사인 DSD삼호 회장이다. 김 회장은 1980년 ‘삼호주택’이란 이름으로 건설 회사를 시작해 DSD삼호·신삼호·삼호건설·소리자비·호담 등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공급한 디벨로퍼다. 땅을 매입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땅 매입부터 기획, 인·허가, 설계, 금융, 마케팅, 건설, 관리까지 총괄한다. 김 회장은 용인 수지 LG빌리지, 용인 구성 래미안, 부산 해운대 대우트럼프월드 마린, 고양 일산 위시티 자이 등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아파트들을 지었다. 김 회장은 사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배경을 ‘볼링을 통해 체득한 페어플레이와 스포츠 정신’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1988년 ‘파울라인’ 사건을 되짚으면서 “당시 내가 파울을 인정하는 건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와 함께 고생하며 결승까지 올라온 동료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남이 아닌 나를 속이는 일입니다. 많은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진정한 마음과 솔직한 태도의 스포츠맨십이 오늘의 작은 성취를 이룬 바탕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언식 회장은 2002년부터 15년째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회장도 맡고 있다. 1995년 3000명이 응모해 45명이 통과한 제1회 프로볼러 테스트에서 프로 자격증을 땄다. 1996년 필라컵 대회에서 프로볼링 사상 첫 퍼펙트 게임(300점 만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동안 침체에 빠져 있던 볼링은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류 스타’ 김수현 등 연예인들이 잇따라 프로볼러에 도전하면서 볼링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DSD삼호 본사에서 김 회장을 만나 그의 ‘볼링 경영학’을 들었다. 일산 식사지구(경기도 고양시) 미분양 쇼크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나요. 솔직히 고전한 건 사실입니다. 그냥 고전한 정도가 아니라 회사가 흔들릴 정도로요. 2007년부터 7~8년간 어려웠는데 지금은 다 정리됐습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걸 깨끗이 인정하고 가구당 25%씩 손해를 보면서 팔았습니다. ‘일산 식사자이’는 내가 정말 공을 들여 잘 지은 아파트지만 시대의 흐름이 큰 평수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거죠. 다른 시행사 중에는 ‘언젠가는 가격이 회복될 것이다’ 생각하고 미분양 아파트에 미련을 못 버리는 곳도 있더라고요. 제 경우는 운동을 한 것이 빠른 판단과 결단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일산 식사자이는 IMF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 분양됐다. 4683가구의 매머드급 단지에 사업비가 3조4000억원에 달했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대적인 할인분양을 해야 했고 8000억원 가량을 손해봤다. 김 회장은 빌딩 3개를 팔아 겨우 버텼다.) 볼링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볼링장 운영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마이카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야외 스포츠로 빠져나가고, 볼링장은 노후화되고, 시설이나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니 사람들이 안 오고…. 이런 악순환 속에서 명맥을 유지한 사람들은 생계형 프로볼러들이었죠. 볼링이 좋아서, 생업의 터전과 연습장으로 운영하는 그 분들이 고객들에게 레슨도 하고, 서비스도 개선하고 이러면서 자생력과 경쟁력이 생긴 거죠. ━ “김수현 씨 볼링 실력과 열정에 감동해” 요즘은 젊은이들이 볼링장을 많이 찾습니다. 언젠가부터 볼링장을 운영하는 경기인끼리 내부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저기는 커피를 준다는데, 우리는 더 좋은 거 뭐 없나, 이런 식으로 고객의 니즈를 찾아 서비스 질을 높인 겁니다. 깨끗하고 시설 좋아지니까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됐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야간에 락 볼링을 즐깁니다. 신나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틀어 놓고 게임 중간중간에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운동과 친교를 동시에 즐기는 거죠. 볼링장에서 주류 판매 허가를 받는 게 까다로웠는데 볼링인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풀어냈습니다. 연예인들의 볼링 사랑도 인기에 큰 몫을 했죠. 연예인들은 일의 특성이나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점 때문에 심야 시간에 모여 볼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프로볼링협회 주도로 그분들과 인연을 맺고 지원을 해 왔습니다. 오지호·김성수 씨 같은 분들이 연예인 볼러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신수지·채연 씨 등 프로볼러에 도전하는 분들이 늘어났죠. 특히 지난해 ‘한류 스타’ 김수현 씨가 프로볼러 테스트에 도전한 게 큰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김수현 씨는 실력이 대단하다면서요 작년 프로 테스트 전에 연습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수현 씨는 일단 체격이 볼링에 최적화 돼 있어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면서도 손발이 큽니다. 집중력과 하체 근력도 뛰어나고요. 박경신 프로에게서 조련을 받았는데 수준급 프로볼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인도 중국 공연 때 사회자가 ‘취미가 뭡니까’ 물어보자 ‘볼링입니다. 어제도 근처 볼링장에서 다섯 게임 쳤어요’라고 대답하는 걸 봤어요. 본인의 열정이 볼링 인구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김수현은 지난해 10월 프로볼러 1차 테스트에서 평균 221점을 쳤다. 프로볼링협회에서는 190점 이상을 친 응시자 중에서 볼링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특별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김수현에게 이를 제안했다. 그러나 김수현은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사양했고, 결국 2차 테스트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가족 스포츠로서 볼링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죠. 맞습니다. 아무 장비 없이도 볼링장에만 가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실수하면 함께 웃고 격려하고, 스트라이크를 치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가족 간의 정도 깊어지죠. 운동량도 많아 다섯 게임을 하면 속보로 2시간을 걷는 유산소운동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명절이나 생일에 가족끼리 모여 볼링 한 게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경남 창녕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김 회장은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여섯 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원하던 미대에 가지 못했고, 군 전역 뒤 형을 도와 건설업을 시작했다. 그때 볼링을 알게 됐고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일이 끝난 뒤 밤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매일 볼링 연습을 했다. 심야 할인을 받을 수 있었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도 술·담배를 하지 않는 김 회장은 “볼링을 한 덕분에 한창 젊을 때 방탕에 빠지지 않고 절제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어요. 또 수많은 대회에 출전해 고수들과 겨루면서 트릭과 잔재주는 오래 가지 않고, 결국 땀 흘려 가다듬은 실력만이 통한다는 사실도 절감했어요. 볼링에서 얻은 교훈은 사업을 하는 데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되면서 지금의 DSD삼호를 일구는데 큰 힘이 됐죠” 라고 말했다. 볼링과 경영의 닮은 점은 뭘까. 김 회장은 “볼링은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스트라이크가 통쾌하고 보기 좋지만 첫 투구 후 남은 핀을 쓰러뜨리는 스페어 처리가 점수를 좌우하죠. 주택사업 역시 끝마무리를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세게 친다고 해서 핀이 다 쓰러지는 건 아닙니다. 가장 적절한 힘으로 적절한 위치에 볼을 일관되게 보낼 수 있을 때, 핀끼리의 액션이 가장 조화로울 때 비로소 스트라이크를 기록할 수 있죠. 또 볼링은 평정심을 유지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고, 흥분하거나 욕심이 앞서면 게임을 망치게 됩니다. 사회생활에서도 욕심을 버리고 상대를 대할 때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 함께 운동하는 동료처럼 ‘어깨동무 경영’ 너무 강력한 스트라이크 액션이 핀을 플라잉시켜 남지 않아야 할 스페어를 남기듯이 인간관계에서도 자기의 주장이 옳고 정당할지라도 너무 공격적인 태도로는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김 회장이 강조하는 게 ‘어깨동무 경영’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와주거나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상생의 동반자’로서 손을 맞잡는 것을 말한다. 그는 “사업의 파트너를 같은 종목 운동을 하는 동료라고 생각하면 훨씬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상대에게 그 마음이 전이되면 그분도 ‘이 사람이 나를 비즈니스 대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동료라고 생각하는구나’ 라고 느끼면서 마음을 여는 걸 많이 봤습니다”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김 회장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면서 한번 맺은 시공사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행사는 파트너가 일류 회사라서 품질에 신뢰를 갖고 맡길 수 있어 좋고, 시공사로서는 경쟁을 거치지 않고 일감을 따낼 수 있는 윈-윈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다 보니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고, 상대방을 재거나 의심하지 않고 방향만 결정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DSD삼호에는 독특한 수당 제도가 있다. 자녀수에 따라 가족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자녀 세 명이 있는 직원은 두 자녀 직원보다 가족수당을 월 60만원 더 받는다. 김 회장은 2009년 4월 이 제도를 시작한 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이를 지켜왔다. 그는 “저출산은 국가의 존립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이지만 국가 주도로 끌고 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가 아무리 방향을 잘 잡아도 기업이 먼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해 오다 실행에 나서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사실 우리 회사는 임직원이 많지 않아 부담이 크지 않아요. 대기업들이 동참을 해야 효과가 있을 겁니다”라며 “국가를 대신해 출산 장려 차원에서 가족수당을 주는 회사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가족수당을 더 받는 직원에게도 소득세를 더 걷는 건 불합리합니다. 가족수당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회장은 공공택지 주택사업보다는 도시개발 사업에 관심이 많다. 넓은 지역에 대규모 단지를 계획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는 “수도권 요지에 개발 안 된 공원과 그 일대를 이색 먹거리와 공연·전시를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을 짓고 그 안에서 해당 국가의 음식·미술·공예·음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일본 오사카성과 닮은 건물을 지어 일식과 일본 공예품을, 프랑스풍 건물을 지어 프랑스 음식과 분위기를 파는 것이다. 김 회장은 “역삼각형으로 모여 있는 10개의 볼링 핀을 어떻게 공략할까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 국토의 땅들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고 했다. -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2017.03.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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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항공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 불안정 속에서 대기업의 선택은 ‘오너경영 강화’였다. 42세의 조원태 사장이 한진, 49세의 조현준 회장이 효성의 키를 맡았다. 경영 전면에 나선 3세들이 가져올 변화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서열 10위의 한진그룹과 23위의 효성그룹이 지난 연말연시 인사를 통해 3세 경영에 본격 돌입했다. 1월11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42)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겸 대표가 대한항공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지 14년 만에 주력 계열사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룹이 한진해운을 잃은 상태에서 대한항공 중심으로 오너경영을 강화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효성그룹도 선장을 바꾸었다. 1월16일 조현준(49) 섬유PG장·정보통신PG장(사장)이 효성그룹의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의 취임으로 효성은 ‘3세 경영 체계’를 마무리했다. 3형제 중 막내인 조현상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형제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조석래 회장은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 경영실적 호조, 혁신 분위기에 ‘교체 적기’ 두 그룹이 ‘3세 경영’을 결정한 것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을 젊은 리더십으로 뚫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반한(反韓) 정책 노골화, 특검·탄핵 정국의 장기화 등 녹록하지 않은 경영 여건을 오너가(家) 중심의 인사로 해소하고, 경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개입 등이 ‘교훈’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2016년 수많은 악재에 시달렸던 한진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한진해운 리스크를 털어내고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이면서 조 사장의 취임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등 갖가지 암초에 부딪혔다. 대한항공 역시 조종사 노동조합이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는 등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지난해 두 그룹이 최고 실적을 내면서 3세 경영권 교체의 적절한 타이밍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대한항공과 효성은 지난해 매출이 수직 상승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 선두에 3세 경영자가 있었다는 게 두 그룹의 설명이다.조 사장은 지난 2003년 한진그룹 IT계열사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여객사업본부 등을 차례로 거치며 항공업 전반에서 실무 능력을 쌓았다. 또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항공업뿐만 아니라 해운 등 운송 업계를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 진에어 대표와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며 각 사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특히 대한항공의 실적이 눈부시다. 조 사장이 총괄부사장으로 ‘전권’을 잡은 지난해 대한항공은 1조1446억 원(추정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 1조2358억원 이후 6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한 것이다. 3분기에만 4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흑자를 냈다. 저유가 효과도 있었지만 신규 항공기 투입, 업무 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을 높였다는 자체 평가다.조현준 신임 회장 역시 지난 2년 동안 그룹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013억원으로, 4분기 전망치인 약 2600억원을 합하면 1조6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섬유와 산업자재, 중공업 등 전 사업 분야의 고른 성장세 덕분이다. 특히 섬유에선 스판덱스, 산업자재에선 타이어코드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경쟁력이 높아졌다. “부회장을 건너뛰고 곧장 회장으로 승진한 건 이례적이지만 실적이 좋은 지금이 경영권 승계의 적기”라는 재계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하지만 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대한항공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올해는 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016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약 122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9월 말(917%)보다 부채비율이 308%포인트나 급등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의 임금 협상이 일단락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 리스크 관리, 신성장동력 발굴해야 이를 반영하듯 조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사내망에 올린 취임사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경영 환경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하다”며 모든 업무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원가를 절감할 방안을 찾아 수익성을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또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마음과 ‘내 것부터’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려달라”며 “대표 사원이라는 자세로 솔선수범하면서 대한항공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대한항공은 조원태 사장 취임과 함께 올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칠 계획이다. 일단 캐나다 항공기 제작 업체 봄바디어의 CS300 8대, 보잉 B787-9 5대 등 17대 항공기를 도입한다. 또 4월 동북아 항공사 최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 취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 서부 노선 증편 등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오는 3월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키로 했다.노사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조 사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사장은 1월13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와 인근에 있는 3개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조종사노조와 조종사 새 노조, 일반직원으로 구성된 일반노조 등 3곳이다. 조 사장은 각 노조 간부들과 만나 발전적 노사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조원태 사장에 비해 다소 여유로운 편이지만 조현준 회장 역시 넘어야 걸림돌이 많다. 업계에서는 기존 제품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 신성장동력 제품의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 비리와 세금 관련 소송 문제,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효성은 2013년 국세청 세무조사 및 검찰 고발로 조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조현준 회장은 횡령 혐의로 유죄를 받아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조석래 전 회장은 분식회계 및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1월16일 취임식에서 조 회장은 특유의 ‘야구경영론’을 강조했다. 그는 명문 사립인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다니며 동양인 최초로 야구부 주장을 맡은 바 있다. 조 회장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 회사가 세계 어디에서 누구와 상대하든 두려움 없이 싸워 이기는 강한 회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정보기술(IT) 분야에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틸러스효성과 효성ITX 등의 기존 사업에 IT를 접목해 사업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추가 투자 여력이 생겼고, 경영환경도 급변하고 있어 기존 시장을 지키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도전이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 형제·남매 간 그룹 분할 가능성도 3세 경영의 시작과 함께 사업군 계열분리를 통한 형제·남매 간 분할승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 효성그룹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수년 안에 계열분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맡아온 사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계열분리가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상 사장은 산업자재PG장과 전략본부장, 화학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으며 수입차 사업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효성의 모태사업인 섬유부문을 조 회장이,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자재부문을 조 사장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예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최근 두 사람은 경쟁하듯 효성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 지분 13.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조현상 사장은 12.2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 조석래 전 회장이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효성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자 승계원칙을 지키면서 계열분리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한진그룹은 계열분리 이야기가 쏙 들어간 분위기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3남매 간 역할에 따라 후계 몫이 나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을,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룹의 호텔·관광 사업을, 막내인 조현민 전무가 진에어와 광고·마케팅 분야를 맡을 것이라는 내용이다.하지만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그룹 내 모든 직위를 잃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현민 전무는 전무B에서 전무A로 승진했지만 지난해 진에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그룹 경영권이 장남인 조 사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조양호 회장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한진그룹의 3개 사업 분야 분할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Profile: 1975년생, 인하대 경영학- 미 서던 캘리포니아대 대학원 경영학-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담당 차장(2003)-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2004)- 자재부 총괄팀장(2006)-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2008)- 대한항공 그룹경영지원실장(2014)- 대한항공 총괄부사장(2016) 현 대한항공 사장, 진에어 대표, 한진칼 대표, 한국공항 대표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과제● 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 불확실성 대비● 1000% 넘는 부채비율 낮추기●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 협상 갈등 해소● 글로벌 항공사와의 중장거리 노선 경쟁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Profile: 1968년생, 미 세인트폴 고- 미 예일대 정치학- 일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 정치학 미쓰비시 에너지부- 모건 스탠리 법인영업부- 효성 티앤씨 경영기획팀 부장(1997년)- 효성 무역PG장(2005)- 섬유PG장(2007)- 효성 전략본부장·사장(2011)- 정보통신PG장(2012) 현 효성그룹 회장조현준 효성 회장의 과제●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 신소재 상용화● 경영 비리와 세금 관련 소송 해결●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과의 갈등 해소● 정보기술(IT) 등 M&A로 신성장동력 발굴

2017.01.24 11:40

7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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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 조현준 효성 회장(1월 16일 서울 마포 효성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조현준(49) 효성 회장이 16일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취임식에서 “효성의 새 시대를 여는 오늘 영광스러운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백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오늘부터 효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고객의 소리는 경영활동의 시작과 끝”이라며 “협력사는 소중한 파트너로서 세심한 배려로 상생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느낀 고충과 개선점들이 기술 개발과 품질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작은 아이디어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배려하고 경청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겠다”고 말했다. “항상 승리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보호무역주의를 좇는 것은 어두운 방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 아니(No)라고 말해야 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1월 17일 개막된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아직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다시 강화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일단 가계부채 관리는 가능할 것이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1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 실현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 이규철 특검보(1월 16일 정례브리핑에서)“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1월 18일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금융권의 청년 실업, 노동양극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반세기 전 정착된 호봉제가 한 원인이다. 금융권 생존의 차원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1월 18일 합동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017.01.21 18:15

2분 소요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동료와의 승진 갈등 극복] 선의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미덕

전문가 칼럼

룰 존중하는 페어플레이 중요 … 미안함 잊고 말고 도움 줘야그녀에게는 15년 지기 직장동료 A가 있다. 동갑내기이지만 몇 년 먼저 입사한 A는 입사 초기, 그녀가 직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 인연으로 A와 그녀는 15년 간 가장 친한 동료가 되었고, 이젠 동료를 넘어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입사 초기 1년간 같은 팀에서 근무한 것을 빼고는 그동안 근무 부서가 달랐는데, 작년부터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고, 특히 올해는 같은 부서 내 같은 팀에 배치됐다. 그런 환경으로 인해 둘은 회사 내의 어려움과 불만을 더 나누게 되었고, 최근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그녀는 요즘 번민이 많다. A와 더 친할수록, 깊은 대화를 나눌수록 번민은 배가된다. 금년은 둘 모두에게 장래를 좌우하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올해의 평가가 승진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의 평가 시스템상 같은 팀에 있으면 한 명은 좋은 평가를 받지만, 나머지 한 명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둘 모두 타 팀에 비해 훨씬 더 우수하더라도 그렇다.그녀는 한 해 상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했다. 이와 달리 A는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연말 좋은 평가는 그녀의 몫이 확실하다. 그런데 아무리 직장생활의 애환이라고 하지만, 가족 같은 친구를 저버리고, 상사를 따르고 있는 나 자신이 싫다.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분명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왠지 서글프고 미안하다. 그렇다고 친구를 생각하다 경쟁에 진다면, 씁쓸해 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관포지교(管鮑之交)란 말이 있다. 깊은 우정을 나타내는 고사성어다. 중국 제나라에서 관중과 포숙은 동업을 했다. 관중이 이익금을 혼자 독차지 했을 때, 포숙은 관중이 가난한 탓이라고 이해했다. 관중이 전쟁에서 3번이나 도망갔을 때, 포숙은 관중에게 늙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 이해했다. 이렇게 포숙은 관중을 끝까지 믿고 도와주었다. 관중은 이렇게 말한다. “나를 낳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아는 것은 오직 포숙뿐이다.” ━ 이기면 편치 않고 지면 씁쓸하고 우정이란 친구 사이의 정(情)이다. 고운 정 미운 정으로 얽혀진 감정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원치 않지만 친구가 좋아 따라하는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약점을 잘 아는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것이다. 기쁜 우정이란 무엇일까? 서로 이해하고, 서로 믿고, 서로 도와주는 것이다. 슬픈 우정이란 무엇일까? 이해가 오해로, 믿음이 불신으로, 도움이 배신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정은 진실한 대인관계에서만 싹튼다. 사람이 마땅히 갖춰야 할 네 가지 품성에서 온다. 인의예지(仁義禮智), 어진 마음, 부끄러운 마음, 양보하는 마음, 분별하는 마음이다.기쁨은 좋은 감정이고, 슬픔은 나쁜 감정이다. 아이와 어머니는 하나에서 출발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낀다. 둘은 분리되면서 감정은 독립된다. 아이는 어머니가 잘 돌봐주면 기쁘고, 내팽개치면 슬프다. 아이에게 어머니는 좋은 사람이다가, 순식간에 나쁜 사람이 된다.기쁨은 사랑으로 인식되고, 사랑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발전한다. 슬픔은 미움으로 인식되고, 미움은 죄의식과 수치심을 일으킨다. 아이는 차츰 어머니가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쁜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어른이 된 것이다. 이제, 사랑과 미움을 모두 받아들이고, 죄의식과 수치심을 극복하게 된다.경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고, 진다고 해서 좋은 사람은 아니다. 누가 내게 나쁜 사람이라고 할 때 “뭐야?” 하면 그는 나쁜 사람이다. 그러나 좀 생각해 보고 “맞다!” 하며 씩 웃는다면, 나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 “당연하지!” 하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좀 생각해 보고 “그런가?” 하며 조용히 자리를 뜬다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내가 이겼기 때문에 좋아하고, 남이 졌기 때문에 기쁜 것은 악습(惡習)이다. 내가 졌기 때문에 씁쓸하고, 남이 이겼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악독(惡毒)이다. 건강이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해서 기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못해서 아쉬워하는 것이다.자, 이제 그녀에게로 돌아가자.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선의의 경쟁을 하자. 선의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미덕이다. 되도록 미덕을 행하자. 미덕은 상사에게 잘 보이고, 열심히 일하고, 동료나 부하와 잘 지내는 것이다. 최대한 악덕은 피하자. 악덕은 상사에게 지나치게 아부하고, 잔꾀를 부리고, 동료나 부하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란 둘 사이에 룰을 존중하고, 승패에 관계없이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아픔을 주어서도, 나에게 상처를 안겨줘서도 안 된다. 어려서 두 편으로 나누어 해 떨어질 때까지 놀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젊은 시절 이겨도 한 잔, 져도 한 잔 하던 멋진 추억도 있다. 경쟁은 가볍게 임할 때 스포츠지만, 심각해지면 전쟁이 된다. 유사 이래 인간은 둘로 나누어 경쟁하는 가운데 발전해왔다.둘째, 인생을 길게 보자. 어찌 알겠는가? 내가 잘 되면 친구를 끌어줄 수 있다. 당장 친구가 오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할 수 없다. 언젠가 오해를 풀면 된다. 그동안 친구에게 도움 받은 것을 안 잊으면 된다. 언젠가 도와줄 때가 올 것이다. 인생길이란 처음이자 마지막이자 한 번 가는 긴 여정이다. 당장 좋게 보여도 최악의 포석일 수 있고, 당장 나쁘게 보여도 최선의 포석일 수 있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하늘이 하는 부분이 있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천지(天地)가 영구한 것은 스스로를 위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내가 잘 되면 친구 끌어줄 수도 있어 셋째,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자. 미안함은 부끄럽고 편치 못한 감정이다. 부끄러움은 수치심을 품고 있고, 편치 못함은 죄의식을 담고 있다. 수치심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죄의식은 인간이해로 승화된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도록 하자. 비웃거나 슬퍼하지 말고 이해하자.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다.” 미안함은 여린 마음에서 온다. 여린 마음은 타인의 아픔, 사회의 슬픔에 시선을 돌리는 마음이다. 아픔을 수용하면 사랑을 느끼게 되고, 슬픔을 이해하면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사랑과 아름다움이 들어서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여린 마음은 사소한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연인과 단 둘이 앉아 있는 시간, 시집을 펼치는 한가로운 시절, 병실에 누워 창 밖을 바라보는 오후, 친구와 차를 나누는 밤, 이 모두 인간 존재의 깊이를 맛보는 순간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귀하고 힘들다.”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6.10.30 10:15

5분 소요
[글로벌 파워 피플 (113)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 석유산업·투자 책임지는 왕국의 브레인

정책이슈

이제 국제사회에서 ‘만수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금수저의 상징으로만 여긴다. 왕족으로서 재산과 지위를 물려받았으니 그런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분야에서 그와 접촉해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그를 차가운 판단력과 뜨거운 열정을 바탕으로 초대형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집념의 사업 귀재로 평가한다. 그의 이름은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45). 페르시아만 연안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의 부총리이자 이 나라를 이루는 7개 토후국(이슬람 군주인 에미르가 다스리는 세습군주국) 중 가장 크고 부유한 아부다비의 로열 패밀리다. 정확하게는 아부다비의 왕제(왕의 동생)이다. 아부다비 에미르(이슬람 토후국의 군주)로 UAE의 당연직 대통령인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얀(67)이 만수르의 배다른 형이다. ━ 맨시티 인수한 집념의 사업 귀재 만수르는 국제 스포츠·투자 분야의 ‘큰 손’으로서 ‘돈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돈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과 시기를 보는 예리한 눈, 투자 대상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집념과 의지, 그리고 탄탄한 네트워크로 명성을 얻고 있다.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인수해 선수 영입에만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결과 지금까지 두 차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1968년 이래 이 팀이 거둔 첫 우승이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처음 얻은 영예다.만수르의 힘은 아부다비투자청(ADIA)에서 나온다. ADIA는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를 운용한다. ADIA는 스스로 규모를 밝힌 적이 없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다. 하지만 국제 금융계에서는 자산 규모를 3000억~8750억 달러 정도로 추산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부다비의 에미르 집안인 알 나얀 가문의 재산을 이보다 더 많은 1조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국가보다 왕실의 재산이 더 많은 것이다.이 엄청난 부의 원천은 물론 UAE의 석유와 가스다. 아부다비는 매년 2000억 달러에 이르는 UAE 전체 석유 생산의 95%를 차지한다. 가스의 6%를 생산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9%, 가스 매장량의 5%를 각각 차지한다. 매장 에너지 자원만 가지고도 상당 기간 아무런 문제없이 경제가 굴러갈 수 있다. 이 나라는 인구 1인당 석유와 가스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이웃 국가인 카타르에 이어 세계 2위다.UAE의 GDP는 400억 달러를 넘으며 그중 아부다비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1인당 GDP는 4만5000달러 수준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재정위기 속에서도 8~9%의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 석유 외에 해외 투자도 활발하기 때문에 저유가에도 오랫동안 경제 활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다.아부다비만 따지면 석유부국 가운데 최고 부자는 물론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기도 하다. 만수르의 형님으로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자 UAE 대통령인 할리파는 재산 230억 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왕족 재산 순위 2위다. 중동 사막지대에서 전통적인 부의 상징인 낙타도 1만4000마리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분원을 유치해 아부다비를 중동의 문화 중심지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이 나라의 왕자이자 고위 관료인 만수르는 최근 세계 스포츠계에 중동 오일달러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미 2008년 UAE 두바이의 기업인인 술라이만 알 파임과 함께 태국 총리 출신의 망명 통신기업인인 탁신 친나왓으로부터 EPL의 맨시티 팀을 사들였다. 국제 무대에서 생소했던 인물인 그는 그 뒤로 전 세계에 해외 투자의 선봉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포브스의 억만장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그의 개인자산은 49억 달러로 추산됐다. 대부분은 상속받은 것이다. 그의 직계 가문은 1970년대 석유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둬 약 15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하지만 그는 물려받은 재산에 만족하지 않았다. 만수르는 자신의 이름으로 개인 투자에 나선 최초의 UAE 억만장자 왕족이다. 첫 공식 투자는 맨시티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맨시티를 사들인 직후 59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을 들여 브라질 선수 호비뉴를 영입했다. 그 직후 바클레이스 은행이 중동 자본 유치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96억 달러의 현금을 투자했다. 팀을 사들인 만수르는 유명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등에 3억 달러 가까운 돈을 투자하며 팀을 최고 수준으로 키웠다.엄청난 투자의 효과는 2011/2012년 시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1년 10월 맨시티는 막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드래포드에서 6대1로 대승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맨체스터의 두 팀인 맨유와 맨시티의 대결을 맨체스터 더비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맨시티가 대승을 거둔 것은 드물다. 이듬해 5월 14일 맨시티는 맨유와 승점이 동률인 상태에서 마지막 경기에서 퀸즈파크 레인저스를 제물로 삼아 44년 만에 시즌 우승을 거뒀다. 맨시티는 2013/2014년 시즌에서도 마지막 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물리치고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무승부만 기록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승리해 2위인 리버풀을 승점 2점차로 느긋하게 제쳤다. 만수르의 맨시티는 이후에도 엄청난 돈을 들여 우수 선수를 꾸준히 영입했다. 유럽축구연맹으로부터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쓸 수 없다는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을 정도다.만수르는 미국 스포츠, 특히 축구 시장을 노리는 해외 자본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미국 5대 프로 스포츠 중에 가장 늦게 출범한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아이스하키(NHL)와 농구(NBA)를 따돌리고 미국 내 3위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MLS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관객수 1만8608명을 기록했다. 미식축구(NFL·6만8397명)와 야구(MLB·3만504명)의 다음이다. 전 세계 프로축구 리그 중에서도 10위권에 들었다. 여기에 만수르가 가세한 것이다. 이미 2008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MLB 명문 뉴욕 양키스와 손잡고 뉴욕을 연고로 하는 20번째 MLS 프로축구 팀인 뉴욕시티FC를 창단했다. 다비드 비야(스페인), 프랭크 램퍼드(잉글랜드) 등이 뉴욕시티FC 유니폼을 입고 2016년 3월 MLS에서 뛴다. 만수르가 스포츠 투자를 강화하기 시작할 당시 그의 부하직원이 했다는 “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말이 한때 그의 발언으로 와전되기도 했다. ━ 개인재산 49억 달러로 추산 만수르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보는 그의 가문이다. 그의 가문에 대한 정보는 그의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만수르 빈자예드 알 나얀은 나얀 가문의 자예드의 아들 만수르라는 뜻이다. 이름 맨 앞에 셰이흐를 붙이기도 하는데 이는 이슬람 율법학자나 부족 지도자, 이슬람 군주 가문 사람에게 붙이는 존칭이다. 여성에겐 셰이하라는 존칭이 붙는다.만수르의 선친인 자예드 빈 술탄 알 나얀(1918~2004)은 아부다비의 에미르, 즉 이슬람 세습군주였다. 이름에 술탄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두고 러시아 차르나 몽골 칸과 동급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빈 술탄은 술탄의 아들이란 뜻으로 자예드의 부친 이름이 술탄이었다. 술탄은 이슬람 군주를 의미하는데 이름으로도 많이 쓰인다.자예드는 1971년 아랍에미리트를 이루는 7개의 토후국이 독립할 당시 이를 결집해 아랍에미리트(UAE)라는 하나의 나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독립 당시 가장 크고 인구와 자원이 많으며 강했던 아부다비의 에미르가 UAE의 대통령을, 둘째로 큰 두바이의 에미르가 총리를 맡기로 합의했다. 그는 이 자리를 33년간 유지하다 2004년 세상을 떠났다. 아부다비의 에미르는 독립 전인 1966년부터 38년간 그 자리를 맡았다.자예드는 생전에 6차례 결혼해 19남 9녀의 자녀를 뒀다. 첫 부인 소생으로 장남인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얀은 선친이 세상을 떠나자 아부다비의 에미르 자리를 이어받았으며 UAE의 대통령직도 당연히 물려 받았다. 그의 이복동생인 모하메드(54)는 아부다비의 왕세제가 돼 차기 대권 계승자에 올랐으며 UAE군 부사령관을 맡고 있다. 만수르는 이 두 사람의 이복동생인데 선친 자예드의 셋째 부인 파티마의 넷째 아들로 권력 정점으로부터 거리가 멀다.여기서 더욱 중요한 점이 있다. 만수르의 동복 형제들이다. 만수르의 생모 파티마는 6남2녀를 낳았는데 아들들은 하나 같이 똑똑하고 유능하다. 이들 여섯 명은 어랍어로 바니 파티마, 즉 파티마의 아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UAE와 아부다비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파티마의 장남인 함단(52)은 이복동생 술탄(60)과 함께 1997~2009년 UAE의 공동 부총리를 지냈으며 1990~2006년 UAE의 외교 장관을 맡았다. 현재는 아부다비 서부지역의 주지사다.만수르는 2009년 이복동생 사이프와 함께 이들로부터 공동 부총리를 이어 받았다. 하자(50)는 2006년 퍼스트 걸프 뱅크(현재 FGB로 이름을 바꿈)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동생인 타눈은 부회장을 맡았다. 만수르는 그전까지 이 은행의 회장을 맡다가 하자에게 넘겨줬다. 아부다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은행은 1979년 생겼으며 자산 규모에서 UAE 최고를 자랑하며 이슬람 금융과 방카슈랑스를 하고 있다. 만수르의 동생인 압둘라(43)는 1997~2006년 UAE 정보문화 장관을 지낸 뒤 2006년 2월부터 외교장관을 맡고 있다.만수르는 UAE의 내각위원회 의장, 투자위원회 의장을 겸하고 있으며 최고석유위원회와 국제 석유투자회사와 아부다비 투자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라의 돈을 만진다는 이야기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개인적으로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는 버진 갤럭틱과 아랍 세계의 주요 미디어인 스카이뉴스 아라비아를 비롯한 벤처 및 주요 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의 오너라는 사실이다. 2008년 맨시티를 구입해 최근까지 투자 드라이브를 이어오고 있는 바로 그 회사다. 이 회사는 2013년 5월 미국 MLS에서 뉴욕시티FC를 창단했다. 2015년 리그에 데뷔했다. ━ 쟁쟁한 만수르의 동복 형제들 만수르는 두 명의 부인을 두고 있다. 첫 부인은 1990년대 중반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알리아 빈트 모하메드 빈 부티 알 하메드로 총리를 지낸 인물의 딸이다. 둘 사이에는 자예드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둘째 부인이다. 2005년 5월 둘째 부인인 마날 빈트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37)과 결혼해 2남2녀를 두고 있다. 마날은 두바이의 에미르이자 UAE의 총리인 모하메드의 딸이다. 두바이의 부동산 투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자금 부족으로 좌절한 바로 그 집안 출신이다.마날은 두바이의 왕세자인 함단(32)의 누나다. 두바이 아메리칸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뒤 마케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UAE 여성위원회 의장으로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담당하고 있다.기가 막힌 미인으로도 유명한 마날은 UAE의 최대 에미르 가문인 아부다비의 나흐얀 가문과 서열 2위 격인 두바이의 알막툼 가문을 잇는 가교 역을 맡고 있다. 이런 마날을 부인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만수르의 정치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개인의 판단으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에 50억 달러, 우주여행사 버진 갤럭틱에 2억8000만 달러(지분 32%)를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은 별도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2015.12.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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