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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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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72명 불러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징역 20년 '철퇴'

국제 이슈

십 수 년에 걸쳐 아내에게 몰래 약물을 먹인 뒤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게 한 프랑스 남편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판결에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정상들도 여성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릇된 성인식을 지닌 채 자신의 아내를 향해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한 판결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19일(현지시간) AFP 통신, RTL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 있는 1심 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도미니크 펠리코(72)가 아내였던 지젤(72)에게 약물을 먹이고 수 십 명에게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로저 아리타 재판장은 펠리코가 형기의 3분의 2를 복역할 때까지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펠리코는 2011년 7월∼2020년 10월 지젤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들도 기소돼 지난 9월부터 재판받았다. 이들은 범행 당시 연령이 22세부터 74세까지 광범위했다. 직업도 다양하다.펠리코의 범행에 응한 남성 49명에 대해서는 각기 성폭행, 성폭행 미수, 성추행 혐의가 인정됐다. 범죄에 따라 3∼15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중 2명은 형량 일부에 대해 집행유예를 받았다. 또한 펠리코의 범행 수법을 모방해 자기 아내에게 약물을 먹이고 펠리코에게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장피에르 마레샬은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피해자인 지젤은 방청석에 앉아 이들의 선고를 지켜봤다. 그가 법정에 들어가는 동안 지지자들이 손뼉을 치며 "고마워요 지젤"이라고 외쳤다. 지젤은 "부끄러움은 가해자들의 몫이어야 한다"라며 공개 재판을 요구하고 법정에서 가해자들을 마주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여성인권단체들과 펠리코의 자녀들은 피고인들의 형량이 너무 관대하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그러나 지젤은 이날 선고 후 취재진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짧게 말했다. 이후 낸 성명에서는 "이 재판은 대단히 힘든 시련이었다"면서도 "이 재판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온 사회가 여기서 일어나는 논의에서 증인이 돼 주기를 바랐고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나는 이제 남녀가 똑같이 모두 존중과 상호 이해 속에 살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찾을 우리의 역량을 신뢰한다"라고 덧붙였다. 여성재단(Fondation des Femmes)은 "법원은 지젤 펠리코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수치심은 그들의 것(la honte change de camp)"이라고 전했다.유럽 각국 정상들도 지젤에게 지지를 보냈다. 엘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은 "지젤 펠리코, 당신의 용기에 감사합니다"라며 "세상은 당신 덕분에 더는 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부끄러움은 자리를 바꿔야 한다. 지젤 펠리코, 고맙습니다"라며 "당신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강한 목소리를 줬다. 부끄러움은 언제나 가해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2024.12.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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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단돈 5파운드(약 9000원)에 구입해 문 고정(도어 스토퍼)에 쓰이던 조각상이 우리 돈으로 약 45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감정됐다.11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각) 이 대리석 흉상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역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경매에 부쳐져 최대 250만 파운드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이 조각상은 18세기 하이랜드 하원의원이자 지주인 존 고든 경의 흉상이다. 프랑스 조각가 에드메 부샤르동이 1728년 만든 작품이다.이 흉상은 고든 경의 후손들이 대대로 인버고든 성에 보관해 왔으며, 19세기 때 성에 불이 났을 때도 살아남았다.이후 인버고든시(市)는 1930년 단돈 5파운드에 흉상을 구입했다. 당초 시청에 전시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조각상의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방정부 개편 과정에서 분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1998년 스코틀랜드 로스셔 지역 발린토어 산업단지 창고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작품은 문을 받치는 문받침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경매업체는 고든 경의 흉상이 약 250만 파운드(약 45억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 추정가는 125만 파운드였다. 지난해는 140만 파운드로 올랐다. 현재는 250만 파운드까지 뛰었다.흉상 발견 이후 인버고든시와 하이랜드시 사이에서는 흉상 소유권을 놓고 논쟁이 오갔다. 수년간의 분쟁 끝에 흉상은 하이랜드시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최근 양측은 흉상 판매금을 공공자산으로 쓰기로 합의하면서 소유권 문제를 해결했다.일각에서는 흉상을 경매에 부치지 말고 스코틀랜드의 가치 있는 유물로서 박물관에 전시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그러나 스미스 시의원은 흉상 판매금에 대한 이자가 연간 최대 12만5000파운드에 이를 수 있다며 다른 도시에 비해 소외된 인버고든시 발전에 보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소더비 전문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18세기 후반에야 볼 수 있었던 혁신적 창작물이자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024.11.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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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돌아왔다…‘미국 우선주의’에 산업계 긴장

국제 이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돌아왔다.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제치고 승리하면서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국 상·하원 선거도 상원은 공화당이 4년 만에 다수당 탈환을 확정했고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당시 추진했던 정책을 재추진하는 데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국내 산업 환경이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해외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트럼프 2.0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국 기업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해 대미 수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도널드 트럼프, 돌아왔다 6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근처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미국의 황금기를 열겠다”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경합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당선 윤곽이 드러나면서다. 이번 대선은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우위를 유지하며 손쉽게 당선을 굳혔다.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데는 미국의 경제 상황을 향한 불안이 꼽힌다. 유권자들이 물가 인상(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 등의 영향으로 실제 경제 상황보다 미국 경제를 좋지 않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실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칼리지가 올해 10월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75%는 미국 경제가 나쁘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미시간주에서 유세하며 “일자리 보고서는 해리스와 사기꾼 조가 미국 경제를 절벽에서 몰아냈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민 문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유세 동안 불법 이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부 국경을 열며 불법 이민이 폭증했고, 살인 전과가 있는 범죄자가 1만명 이상 미국에 유입돼 범죄를 저지른다고도 주장했다. 또,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불법 이민 추방 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세계 정상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전화 통화를 통해 ‘자주 유럽’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통해 “양국 관계는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윤석열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미 동맹,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정보 상황을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할 정책이 실제 국내 경제 상황이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와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자 트럼프 2.0 행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인 산업은 ‘비상등’이 켜졌다.반도체법·인플레이션 감축법 향방은먼저 산업계는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이들 법안을 폐지할 가능성이 커서다. 트럼프 2.0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손봐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예산을 제한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한 국내 배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법을 통해 각각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충분히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워 북미유럽팀장은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기하기는 어렵지만 공화당 내 당론을 고려해 부분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며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요건 강화는 비교적 쉽게 공화당 내에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국내 자동차 기업도 트럼프 2.0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당시 자동차를 비롯한 수입 제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국이 북미 지역에 공급하는 자동차 수출 규모가 370억달러(약 51조6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관세 적용은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특히 자동차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증가율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27.5%를 기록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등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작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전략실 연구위원은 “2019년 한미 FTA 재협상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해 이를 개선할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며 “자동차와 컴퓨터 부분품, 냉장고 등은 무역수지 적자가 FTA를 전후해 큰 폭으로 증가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2024.11.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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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 커지는 ‘9월 美 금리인하’ 기대감…파월의 입에 쏠리는 시선

글로벌

최근 미국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9월 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조만간 의회에 출석해 어떠한 발언을 내놓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9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와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통화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일부 의원들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를 물으며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기 부양 효과로 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금리 인하 시기를 주시하는 견해도 있다.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좋은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인플레이션 문제가 처음 부각되던 2021년 당시 이를 일시적이라 평가해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연준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뒷받침할 만한 지표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점은 시장 기대를 키우는 부분이다.5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1%를 기록, 5월(4.0%)보다 올라간 것은 물론 2021년 11월(4.1%)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앞서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을 기록,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절정이던 2020년 5월(45.4) 이후 가장 낮게 나왔다고 밝히는 등 성장이 느려지고 있다는 신호도 목격되고 있다.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낮을 가능성을 77.9%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 64.1%보다 올라간 것이다.연내 0.25%포인트씩 2차례 이상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76.5%로, 일주일 전 63.3%보다 상승했다.시장에서는 11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으며, 12일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도 주목하고 있다.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월 3.1%에서 3월 3.5%로 올라가며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키웠는데, 6월에는 다시 3.1%로 내려올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또 근원 CPI(변동성이 큰 식음료·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0.2%를 기록할 전망이며,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다.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6, 7, 8월 인플레이션 지표 둔화로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확신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 인사들이 6월 CPI 발표 이후 노동시장 둔화를 우려하며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할 것으로 전망했다.경험적으로 봤을 때 노동시장 분위기는 단기간에 강세에서 약세로 전환되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소비자들이 씀씀이를 크게 줄일 경우 기업들이 해고로 대응하고, 이 경우 고용 증가에 따라 소비가 늘어났던 기존의 선순환이 악순환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이밖에 시장에서는 프랑스와 영국의 총선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여파에 대해서도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2024.07.07 12:00

3분 소요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진심인 LG, 총력전 펼쳐

IT 일반

LG가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는 세계적인 랜드마크와 국제 공항, 국내 주요 거점 등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지속 이어오고 있다. 이달 28일 엑스포 개최지가 선정될 예정인 가운데, LG는 투표일까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LG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은 세계 주요 도시서 펼쳐지는 만큼 LG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브랜드 마케팅 활동이기도 하다. LG는 지난 6일 파리 에펠탑 인근의 센강 선상카페에 꾸며진 행사장에서 장성민 대통령 특사와 LG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부산엑스포 버스’를 공개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2층 대형 버스 두 대에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는 랜드마크와 함께 엑스포 유치 염원을 보여주는 래핑광고를 선보였다. 또 LG는 파리 시내버스 2028대의 측면 혹은 전면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세계적 랜드마크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진행LG가 운영하는 총 2030대의 ‘부산엑스포 버스’는 다양한 노선으로 구성돼 에펠탑·루브르 박물관·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도심에 위치한 대표적 명소뿐 아니라, 파리 외곽까지 누비며 ‘달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한편 LG는 11월 1일부터 파리 도심 곳곳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약 300개의 광고판을 집중 배치했고, 지난 9월부터는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 내부에 6개 대형 광고판을 운영하는 등 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0월 28일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앞 광장에서 8m 높이의 초대형 워시타워 모형을 선보이며 ‘2030 부산엑스포’ 응원 광고판을 함께 설치하기도 했다. LG는 영국 런던에서도 ‘부산엑스포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버스는 런던의 주요 랜드마크인 빅벤·런던아이·피카딜리 광장 등을 비롯해 런던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런던 시민뿐 아니라 런던을 찾은 관광객들을 만난다.또 LG는 유동인구가 많은 벨기에 브뤼셀 중앙역 인근의 대형 옥외 광고판에도 ‘2030 부산엑스포’를 알리는 광고를 선보이며 부산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리고 있다. LG가 대형 옥외광고를 선보인 브뤼셀 중앙역은 하루 평균 6만 명이 이용하는 브뤼셀의 핵심 거점이며, 인근에는 벨기에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브뤼셀 왕궁, 벨기에 왕립미술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브뤼셀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등은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파리에서는 오는 11월 28일 2030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하는 제173회 BIE 총회가 열린다. LG는 이 지역에서의 다양한 유치 지원 활동을 통해 BIE 회원국의 막판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는 광고를 통해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부산의 영문 알파벳(BUSAN) 속에 해운대 마천루·광안대교·해동 용궁사·다이아몬드타워·다대포 해수욕장 등 부산의 대표 랜드마크를 담았다.LG는 지난 6월 제172회 BIE 총회가 열렸을 때도 파리 샤를드골 공항 인근의 대형 옥외 광고판을 비롯해 총회가 열리는 이시레몰리노 지역 인근의 110개 광고판을 통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홍보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앞서 LG는 유동인구가 많아 광고 효과가 높은 세계 주요 국가의 랜드마크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알려왔다. 지난해 6월부터 세계적 명소인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카딜리광장의 대형 전광판에도 홍보 영상을 상영하며 ‘2030 부산엑스포’를 적극 알리고 있다. 특히 LG는 제78회 유엔(UN) 총회의 개회에 맞춰 지난 9월 15일부터 타임스스퀘어와 피카딜리광장 전광판의 홍보영상 상영횟수를 기존 대비 10배 늘렸다. 매일 680회에 걸쳐 노출되고 있는 영상의 상영시간을 감안하면 이 영상은 각각 하루에 총 12시간 동안 상영되는 셈이다. LG는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부터 광화문과 시청·김포국제공항·김해국제공항 등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유치홍보 영상을 상영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도시, 부산’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를 응원해왔다.지난달 중순부터는 국내 언론에도 ‘부산엑스포’를 응원하는 새로운 신문광고를 게재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엑스포 유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광고는 ‘부산은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의 ‘BUSAN is Ready’ 라는 문구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자갈치 시장 상인) ▲미래 기술(광안리 해변의 부산드론동아리) ▲K-콘텐츠(부산 영화의 전당의 부산연극영화극단) ▲한류(해운대 거리의 부산댄스크루) 등 총 4개의 주제로 제작됐다. 각 광고에는 주제와 연관된 부산 시민들이 부산의 주요 명소에서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울러 LG전자는 지난 7월 말 프랑스서 열린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The Amundi Evian Championship) 대회,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도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LG 최고경영진 ‘부산엑스포’ 유치 위한 적극 행보 LG 최고 경영진도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방문해 부산을 알리고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구 회장은 LG와 폴란드의 경제협력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세계박람회가 추구하는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소통의 장이 부산에서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역량을 보유한 LG 각 계열사의 CEO와 임원들도 해외 출장 시 해당 국가 주요인사를 만나 부산의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는 등 유치활동에 적극 동참해오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등은 지난해 9월 아프리카 6개국 주한 대사 등 외교 관계자를 LG사이언스파크로 초청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조 사장은 올해 3월에는 칠레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를 방문해 각국 의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내방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K컬처’ 알리는 문화행사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 펼쳐LG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2030 부산엑스포’를 알리는데 앞장서왔다. LG는 지난 5월 30일 브라질 브라질리아 플리니오 마르코스극장(Teatro Plinio Marcos)에서 펼쳐진 국내 대표 민간 오페라단 ‘솔오페라단’의 오페라 춘향전 ‘춘향-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를 후원하며, 공연장 입구에서 대형 LED TV를 통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영상을 상영하는 등 공연을 찾은 귀빈들에게 ‘2030 부산엑스포’를 적극 알렸다. 오페라 공연 종료 후 열린 별도 행사에서는 LG전자 중남미지역대표 정규황 부사장 등 경영진이 브라질 상·하원 의원을 포함 공연을 관람한 귀빈 200여 명을 직접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LG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팝밴드 ‘이날치’ 공연에 브루노 피게로아(Bruno Figueroa) 주한 멕시코 대사와 므웨데 므윈지(Mwende Mwinzi) 주한 케냐 대사 등을 초청해 K컬쳐의 매력을 선보이며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팝밴드 ‘이날치’는 우리나라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유튜브 6억 뷰를 달성하고 K컬처의 우수성을 전세계로 확산한 한국 대표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은 부산엑스포 유치가 LG그룹 뿐만 아니라 기업생태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인식하고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LG 브랜드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도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부산엑스포가 한국의 산업 생태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오는 11월 28일 2030 엑스포 개최지 발표 시점까지 부산의 매력을 널리 알려 막판 유치전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며 “이번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이 세계적 랜드마크에서 펼쳐지는 만큼 LG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23.11.24 10:00

6분 소요
美 IRA 시행…현지 언론 “한국 정부, 매우 빠르게 대응”

산업 일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니퍼 사파비앙(Jennifer Safavian) 미국 수입자동차협회 대표는 “한국 정부가 IRA 이슈에 매우 빠르게 대응했다”며 “한국 정부는 즉시 문제를 부각시키고, 법 개정 필요성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한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미국수입자동차협회와 우리 회원사들에 매우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미국 수입자동차협회에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 도요타, BMW, 혼다, 벤츠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IRA 발효와 관련해 지난 9월 미국 정부와 협상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또 국회와 IRA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IRA 대응을 총괄하는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COO)도 “한국 정부와 국회의 미국 내 IRA 활동이 현대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도 한국 정부 대응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도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이 발의되는 등 IRA 수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IRA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왜곡 조치라며 강경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U 통상장관도 미국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유럽에서 수출하는 전기차를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부, 국내 기업 IRA에 효과적 대응하도록 지원 정부도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유관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정부는 IRA가 미국 상원을 통과한 8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자동차, 배터리 등 유관기업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은 국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만나,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찾았다. 지난 10월에는 ‘美 IRA 주요 인센티브 활용 설명회’를 열고 산업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이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주요 인센티브 조항과 유관 산업에 대한 영향을 기업들에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인센티브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도 해소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국내 기업, IRA 대응책 마련에 총력 국내기업들도 미국의 IRA 가이던스와 관련해 별도로 의견서를 제출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는 법 개정을 위한 활동과 동시에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있는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에 2024년 중으로 전기차를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들은 현대차·기아는 물론 GM, 포드 등 자동차 기업들과 손잡고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거점 구축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생산량 및 판매가에 따라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현지 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내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인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설비 증설을 통해 대규모 세액공제와 함께 시장확보를 추진하는 등 IRA를 성장 발판으로 삼아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2.19 10:51

3분 소요
바이든 IRA ‘조정’ 언급, 韓 2차 의견서까지…자동차 업계 볕드나

산업 일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조정’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세액공제 등 혜택 제외로 피해가 우려됐던 우리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IRA에 대해 “조정과 변화가 필요한 결함(glitch)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IRA는 미국이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 추진하는 공급망 구축 법안이다. 명목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지만, 사실상 자국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해석된다. 핵심은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데, 그 경우 미국산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대해 처음 공개적으로 결함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관련 제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RA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 지금 ‘결함’ 있는 부분을 수정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 제조업체에 대한 새로운 미국 보조금에 반대해 온 자국 동맹에 양보하는 데 열려 있다”라고 해석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와 협력하는 이들을 배제할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유럽 다수의 국가는 미국이 IRA를 통해 자국산 전기차를 우대하고 다른 나라의 제품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해왔다. 이런 지적은 미국 경제계에서도 이어졌다. 찰스 프리먼 미국상공회의소 선임부회장은 지난 10월 코트라(KOTRA)·특파원 공동 인터뷰에서 “전문가들과 해당 조항에 관해 얘기해보면, 수입 전기차 세액공제 배제는 한·미 FTA와도, WTO(조항)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프리먼 부회장은 “미국 입법부와 행정부 시스템의 놀라운 부분은 언제나 수정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며 “(향후 논의가) 좋은 지점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미국 재무부에 IRA와 관련한 의견서를 보내며 IRA 조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IRA 하위규정을 마련하면서 10월부터 IRA의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관련 6개 분야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는데,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리 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IRA 하위규정과 관련해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에 대해 3년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 등을 담은 정부 의견서를 미 측에 제출했다. IRA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 친환경차 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통상 규범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청정 에너지 분야 세액공제에 대한 2차 정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의견수렴은 1차 의견수렴에서 다루지 않은 ▶상업용 친환경차 및 청정연료 충전시설 ▶탄소 포집 ▶청정수소·청정연료 생산 등 3개 분야에 대해 이뤄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 재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한국에서 조립하는 전기차에도 세제 혜택을 줄 것으로 건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미국과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조립되는 전기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한미 FTA 내용과 정신 모두에 위배된다”며 “법안 발효 이전에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대해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한 법인에서 제조한 전기차는 북미 조립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유예기간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IRA 조정 수준은 ‘미지수’…기업들 직접 대응 방안 마련 병행 다만 미국 백악관이 IRA 조정과 관련해 법 개정까지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조정이 이뤄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보스턴행 기내 브리핑에서 “우리는 유럽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법률 수정을 위해 의회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고 했다. 우리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IRA 조정을 바라는 한편 미국 현지에 직접 생산시설을 짓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당초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IRA 영향으로 완공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착공을 서둘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IRA 대응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컴파스 미네랄과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SK온도 칠레 리튬기업 SQM과 리튬 장기구매 계약을 통해 2027년까지 고품질 수산화리튬 총 5만7000톤을 공급 받기로 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2.04 15:06

3분 소요
‘하나 아닌 하나’ 대만·중국 애증의 70년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중국군은 대만의 서쪽 바다인 대만해협에는 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했으며, 동쪽 바다로는 미사일을 발사해 대만 상공을 넘어갔다. 일부 미사일은 대만 동쪽 오키나와 주변에 있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해 일본이 항의했다. 중국은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미국이 아닌 대만에 분풀이한 셈이다. 아울러 이런 군사작전으로 대만의 국제교역을 언제라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중국과 대만의 오랜 애증 관계를 알아본다. 대만은 한국의 3분의 1 정도인 3만6197㎢의 면적에 인구 2341만 명이 거주한다. 작은 나라이지만 대만 경제는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대만은 국제통화기금(IMF) 2022년 전망치로 국내총생산(GDP)이 명목 금액 기준 8412억 달러(세계 21위), 구매력 기준(PPP)으로는 1조6037억 달러(19위)다. 명목 금액 기준 1조8046억 달러(12위), PPP로 2조7358억 달러(14위)인 한국의 절반 정도의 경제력이다. 1인당 GDP는 명목 금액 기준으로 3만6051달러(37위)로 3만4994달러(38위)인 한국을 넘어섰다. PPP 기준으로는 6만8730달러(14위)로 5만3051달러(30위)인 한국을 한참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6만8572달러)‧독일(6만3271달러)‧스웨덴(6만2926달러)‧호주(6만1941달러)‧벨기에(6만1941달러)‧캐나다(5만7812달러)‧프랑스(5만6036달러)‧영국(5만5301달러) 등 쟁쟁한 서구 선진국보다 많다. 대만은 최근 경제성적표를 보자. 2020년 3.36%, 2021년 6.5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2년 전망치도 3.91%다. 인플레율은 2022년 7월 전망치로 3%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우등생의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중요한 점은 2016년 대만 독립파로 분류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이래 중국이 끊임없이 경제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와중에도 대만이 이런 경제성장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그런 대만은 지난 70년 이상 중국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해왔다. 대만의 공식국호인 중화민국은 1911년 중국의 국부 쑨원(孫文)이 신해혁명으로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세운 중국 최초의 공화국이다. 1949년 들어선 공산정권인 중화인민공화국과 뿌리를 달리한다. 중화민국은 군벌 지배 등 복잡한 시기를 거쳐 1926~28년 장제스(蔣介石)가 북벌로 군벌세력을 타도하고 중국을 재통일한 뒤 중국국민당이 일당독재를 하면서 중국 전체를 사실상 지배했다. 하지만 국민당 정권은 항일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세력이 커진 중국공산당에 밀려 내전에 패배하고, 1949년 7월 국부천대(國府遷臺)라는 이름으로 대만으로 본거지를 옮겼다. 국민당은 1949년 5월 20일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만을 철권 통치했으며, 계엄령은 1987년 7월 15일까지 이어져 세계 최장의 기록을 세웠다. 국공내전 말기인 1947년 2월 28일부터 5월 16일까지 민간인 학살인 2‧28 사건이 벌어져 어두운 역사로 기록됐다. 1950년 6‧25전쟁 당시 북한 정권을 돕기 위해 인민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 파병하느라 대만 침공 기회를 놓친 중국은 끊임없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위협했다. 1954년 대만이 중국과 공동방위협정을 추진하자 중국은 그해 9월 3일부터 이듬해 5월 1일까지 대만이 영유하고 있는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쭈(馬祖) 열도를 포격했다. 진먼다오는 본토인 푸젠(福建) 성에서 1.8㎞ 떨어졌고, 마쭈 열도는 67㎞ 거리에 있다. 대만은 미국과 54년 12월 공동방위협정을 맺었다. 대만에선 9‧3 포격전, 국제적으로는 제1차 대만해협 위기로 불리는 사건이다. 1958년 8월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중국은 진먼다오에 50만 발의 포탄을 쏘았다. 대만에선 8‧23 포격전, 국제적으로는 제2차 대만해협 위기로 불리는 군사적 충돌이다. 대만도 항공기를 동원해 푸젠 성 샤먼(廈門)역을 파괴하는 등 반격했다. ━ 중국, 시장경제 앞세워 대만 관계 열었으나 이 포격은 중국이 진먼다오를 시작으로 대만을 공격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1953년 7월 6‧25전쟁이 정전되자 120만 명에 이르는 파병 병력을 55년까지 재건과 농업지원을 위한 15개 사단 25만 명만 남기고 철수시켰다. (완전 철수는 북‧중 관계가 악화한 1958년) 중국은 귀환 병력을 바탕으로 1955~56년에 걸쳐 대만 맞은편 동남부 지역에 군사용 철도‧도로를 건설하고 여섯 군데에 군용 비행장을 세우는 등 대만 침공을 준비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기술 지원과 면허를 받아 미그-17 전투기를 J-5라는 이름으로 국내 생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공세적인 포격은 그해 10월 5일에 끝났다. 대만이 진먼다오를 국방과 자존심의 상징으로 삼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면 포격을 중단한 뒤에도 중국은 정기적으로 진먼다오를 포격했으며 이는 중국이 미국과 수교한 1979년 1월 1일까지 약 21년 동안 이어졌다.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중화민국이 맡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계승하고, 대만을 유엔에서 축출한 뒤에도 포격은 계속 이어졌다. 이렇게 대립하던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경제발전에 나서면서 대만과의 관계도 해빙 바람이 불었다. 개혁 개방으로 대만의 경제 노하우를 습득할 필요를 느끼면서 진먼다오 포격도 중단했다. 중국의 대만 압박은 정치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성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에서 경제로 차츰 무게 중심이 바뀌어왔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중국이 그때그때 정치적인 내부 필요성에 따라 대만을 하나의 핑곗거리로 활용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중국은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 세력이 무너진 이듬해인 1992년 11월 홍콩에서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와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會)가 ‘하나의 중국’ 개념에 구두로 합의하면서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이른바 ‘92공식(公識‧Consensus)’으로 불리는 개념이다. 하나의 중국이란 개념에는 인식을 함께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각자 해석한다며 ‘하나의 중국, 각자 해석(一個中國各自表述)’으로도 부른다. ‘원칙’이라고 칭하면 반드시 지켜야 하며 변경에 어렵다는 부담이 있고, ‘정책’이라고 부르면 대만을 국가나 정부로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92공식’이란 이름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그 뒤 대만의 역대 정권에 ‘92공식’의 재확인을 계속 요구해왔다. 대만은 장기 집권을 해온 장제스 총통이 1975년 세상을 떠나자 아들인 장징궈(蔣經國)가 1978~1988년 집권했으며, 장징궈 총통의 사망으로 리덩후이(李登輝) 부총통이 뒤를 이었다. 리덩후이는 장제스나 장징궈처럼 1945년 이후 본토에서 이주한 외성인이 아니라 그 전부터 대만에 정착해 살고 있던 한족을 가리키는 내성인으로는 처음 총통에 올랐다. 여기서 대만인의 내부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만인은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 본토에서 이주한 한족인 내성인 85%와 국공내전 이후 옮겨온 외성인12%, 그리고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오스트로네시아어족 원주민 2.38%로 이뤄졌다. 공식적으로 16개 부족이 존재하는 선주민들은 한족과 인종과 언어 풍습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과거 산지동포‧산지족 등으로 불렸으나 1994년대 부족의 요구에 따라 원주민족으로 고쳐 부르고 원주민위원회도 설치했다. 민주화의 영향이다. 내성인은 1624~1662년 현재의 대만 타이난(臺南)에 잘린디아 성과 프로방시아 요새를 건설하고 대만을 지배한 네덜란드인들이 농장운용과 교역에 종사할 인력을 본토에서 데려오면서 이주가 늘었다. 당시에는 이전에 이 섬을 지난 포르투갈 선원에 의해 포르모사(아름다운 섬)로 불렸으며 서양에 그 이름으로 알려졌다. 명나라가 무너지고 청나라가 중국 전역을 장악해가던 명‧청 교체기인 17세기에 푸젠 등에서 해상 세력을 이끌던 정성공((鄭成功‧1624~1664)이라는 인물이 1661년 병력을 이끌고 대만으로 건너와 이듬해 네덜란드 총독의 항복을 받고 몰아냈다. 대만 남부 타이중(臺中)에는 네덜란드인의 항복을 받는 정성공의 동상이 있으며, 그의 이름은 대만의 군함에도 붙어있다. 그의 동상은 지금은 츠칸러우(赤嵌樓)로 부르는 프로방시아 요새 자리에 있다. ━ 대만의 민주화·친미 강화에 압박 나선 중국 정성공은 일본과 중국 사이의 무역에 종사하던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성공과 그의 후손들은 동녕왕국(東寧王國)을 세워 1361~1383년 통치하다 청나라에 흡수됐다. 이를 계기로 한족들이 대거 대만에 몰려와 정착했다. 대만은 이를 대만 근대사의 시초로 보고 이곳을 관광지로 꾸며놓았다. 대만은 17세기까지 중국의 일부가 아니고 별도의 지역이었던 역사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988~1990년 장징궈의 남은 임기 동안 재임한 뒤 1990년 6년 임기의 총통에 오른 리덩후이는 민주화 작업에 나섰다. 리덩후이는 헌법을 고쳐 총통 직선제를 실시하고 임기도 6년에서 4년으로 줄였다. 국민당의 리덩후이는 첫 총통 직선에서 당선해 1996~2000년 재임했다. 2020년 7월 30일 세상을 떠난 리덩후이 총통은 대만 민주화의 아버지로 통한다. 한 국민당 리덩후이의 뒤를 이어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이 야당 출신으론 처음으로 총통에 당선했다. 천수이볜은 재선에 성공해 2000~2008년 재임했다. 그의 뒤를 이어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가 총통에 당선하고 재선까지 이어져 2008~2016년 재임했다. 그뒤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16년 5월 취임했으며 2020년 재선해 현재에 이른다. 대만이 민주화되고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자 중국은 즉각 대만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중국은 1995년 7월 21일부터 1996년 3월 23일에는 제3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다. 1995년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남미 순방 중 미국 코넬대 초청으로 방미해 ‘대만의 민주주의 경험’에 대해 연설하자 불만을 품은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대만도 미국산 호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전투기를 출동시켰으며, 미국은 항공모함 니미츠 함과 순양함 벙커힐을 대만해협에 파견했다. 2000~2008년 대만 독립 성향을 드러냈던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기에 양안 관계는 얼어붙었다. 하지만 2008~2016년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에는 다시 훈풍이 불었다. 2010년 사실상 ‘양안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양안 교역 규모는 2009년 1062억 달러에서 2014년 1983억 달러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중국 의존도 심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대만의 중국 의존을 이용해 2016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를 압박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하자 중국은 단체관광객 송출을 중단하는 등 경제적 압박에 나섰다.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은 대만 여행업자들은 그해 9월 12일 타이베이의 총통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숙박업·관광버스업 종사자와 여행 가이드 등으로 이뤄진 13개 노조 단체 2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차이 총통에게 중국 단체관광객 송출을 복원할 대책만 촉구한 것이 아니라 제3의 대안도 제시했다. 줄어든 중국 단체관광객만큼 다른 나라 관광객을 늘릴 수 있도록 동남아 10개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요청한 것이다. 동남아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중국 의존을 줄이는 신남방 정책의 일부다. 이는 대만의 장기적인 국가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수출상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등 대만산 부품, 소재 수입과 인적 교류는 줄이지 못하고 있다. 경제 구조상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반도체 자립을 외치지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수출도 제한을 가할 태세다. 이번 펠로시가 방문하자 중국이 대만에 가한 경제 보복은 일부 과일의 수입 금지가 핵심이었다. 중국의 한계이자, 대만의 긍지다. 대만 반도체의 힘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3위인 UMC, 반도체 설계 분야 10대 기업 중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하이맥스 등 4개 업체가 대만 기업일 정도다. 중국이 대만 침공과 흡수를 노린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경제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대만해협 위기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2022.08.20 18:00

8분 소요
‘상생형PMS제도’로 K-방산의 발전적 생태계 조성하자

전문가 칼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남긴 후폭풍이 대만해협을 감싸고 있다.’ ‘’반도체 칩4 동맹 회의’ 한국 참여 통보, 중국 대대적 보복?’ 최근 주요 일간지에 실린 기사들의 헤드라인이다. 4차 산업시대에 진입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경쟁이 갈수록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첨단기술 기반의 방위산업 육성이 글로벌 방위산업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중에 ‘K-방산’이 K9자주포를 이집트에 대량 수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0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대규모 무기공급 기본계획을 체결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소리(VOA)’는 한국산 무기가 ‘가성비’ 를 내세워 세계 방산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국가 주요 산업군의 하나이며 동시에 국가안보 및 방위력을 책임져야 하는 이중적 특성을 갖는 방위산업에 대해 정부에서는 ’′18-′22 방위산업발전 기본계획’(방위사업청)에 따라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여오고 있다. ′18-′22 기본계획은 첨단 무기체계 개발 능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방위산업의 발전적 생태계 조성을 포함한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방위사업법(2020.2.4.) 제3조 정의에서 ‘무기체계’라 함은 전장(戰場)에서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 무기와 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장비·부품·시설·소프트웨어 등 제반요소를 통합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무기체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의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방위산업의 특징으로 인해 방위산업 경쟁력 확보는 대기업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중소업체를 포함한 발전적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인 조건임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 ‘품생품사’ 협력업체 품질 평가로 도약 국내 자동차 대기업 회장이 1999년 직접 눈으로 수출현장을 둘러보고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에 이 회장이 미국에서 마주한 시장의 현실은 품질에 불만을 표출하며 리콜을 요구하는 소비자, 자동차의 품질이 떨어져 팔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현지 딜러들이었다. 회장은 국내로 복귀하자마자 ‘J.D.파워’에 품질 관련한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했으며, J.D.파워는 당시 그 기업에 몇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협력업체 품질관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후로 최고경영자는 “자동차는 2만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만큼 부품의 품질이 자동차 성능과 직결된다.” “자동차의 품질 경쟁력은 완성차업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해 왔으며, 회사는 품질 향상에 대한 부품 협력업체의 인식을 높이고 품질 우수업체를 평가하기 위해 2002년 협력업체들에 대한 품질등급 평가제도(‘협력업체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품생품사(品生品死)’. 품질에 살고 품질에 죽겠다는 최고경영자의 단호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 5위 수준의 자동차메이커로 올라서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4일 국내 방산 대기업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정책수행기관과 ‘상생형 생산성경영체제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20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전문가의 현장 진단을 통해 도출된 과제를 생산성경영체제(PMS)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개선활동을 추진키로 한 것은 K-방산에의 ‘협력업체 평가제도’ 도입의 시작으로서 국내 방위산업의 발전적 생태계 구축에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첫 걸음이 시작된 것이라 생각된다. 협력업체 평가제도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20년 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산업 강대국으로 발전시킨 것처럼, 앞으로 ‘상생형PMS제도’가 활성화되어 체계기업과 정부가 합동하여 방산 중소기업들에 대한 기술, 자금, 장기적인 구매계약 등의 지원을 통해 지속발전 가능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이를 통해 상생형PMS제도가 현재 세계 9위의 K-방산을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 방위산업 국가와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까지 발전시켜가는 중요한 인프라로 역할 할 것이라 기대한다. 오형술 강원대 교수(차세대방위산업포럼 공동대표)

2022.08.16 13:53

3분 소요
기후변화 대책이냐 에너지 확보냐 갈등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각국 지도자들이 이를 이용한 ‘여름 정치’를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기후정책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더위 속에서 진기 수요가 폭등하는 유럽을 향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가하는 각종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염 속에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 폭염과 산불이 줄을 잇고 있는 유럽에선 무더위 속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 압박에 대응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일자리를 죽인다’는 핑계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은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복귀시켰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42%로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국 사회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사회·인프라·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더 나은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 BBB Plan)’을 추진해왔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추진했던 ‘뉴딜 정책’ 이후 최대 규모의 전국적인 공공 투자로 평가받는다. BBB 계획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미국민과 미국 경제의 회생을 돕는 ‘미국 구제계획(ARP)’가 핵심이다. 여기에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악영향도 줄이는 ‘미국 일자리 계획(AJP)’이 더해졌다. 기후변화를 위한 대책이 AJP의 핵심이다. 여기에 피고용인의 육아 휴직과 노후 복지 등을 지원하는 ‘미국 가족계획(AFP)’까지 포함됐다. 한마디로 거대 패키지의 아젠다이자 프로젝트다. 바이든을 상징하는 정책이다. 바이든에 대한 평가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바이든의 정치적 생명도 여기에 달렸다. 이 가운데 ARP는 초당적 지지를 받으면서 이론 없이 연방의회를 통과해 2021년 3월 바이든이 서명해 법안으로 발효됐다. 여기에는 1조900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다른 부문이다. AJP의 인프라 투자 부문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일자리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연방의회를 통과해 2021년 11월 15일 바이든의 서명을 거쳐 입법화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협약 복원과 환경 투자, 그리고 재택 치료 지원 등 AJP의 다른 부문은 AFP와 통합돼 ‘더 나은 재건 계획 법안(Build Back Better Act: BBB)’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돼왔다. 2조2000억 달러를 투입되는 이 법안에는 3200억 달러를 들여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세제를 지원하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등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모두 5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각종 방안이 포함됐다. 신재생에너지 법안 두고 바이든 정부와 의회 대립 이 법안은 2021년 11월 19일 민주당이 우세한 미 연방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발목이 잡혔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과 크리스틴 시네마(애리조나) 상원의원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특히 맨친 상원의원은 주요 석탄 산지인 지역구를 바탕으로 바이든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완강하게 맞서왔다. 맨친은 이 법안을 무산시키거나 최소한 투자 규모를 줄이자는 의견이다. 맨친은 민주당 내에서도 중도의원으로 분류되며 일부 정책에선 민주당보다 공화당의 성향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이런 성향을 평소 발언에서는 물론 법안 표결에서도 서슴지 않고 나타내왔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공화‧민주당의 당론을 오가며 표결하는 ‘스윙 보터’로 불릴 정도다. 미국 연방상원은 현재 민주당(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각각 50대 50으로 의석을 나누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하면 민주당에 유리하게 법안을 통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맨친의 완강한 반대로 BBB 법안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선 맨친 의원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등장한 것이다. 맨친은 이 법안을 위한 예산 마련에 필요한 부자 증세에도 반대해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지대 주민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바이든과 민주당으로선 상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11월 중간 선거 이전에 이 법안을 통과하는 게 핵심 과제도 떠오른 셈이다. 바이든이 맨친 설득에 전력을 쏟는 이유다. 맨친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바이든은 대통령으로서 행정명령을 발동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법안 통과와 행정명령에는 정책의 영속성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할 경우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지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행정 명령에 의존할 경우 정권이 바뀌면 다음 행정부에 의해 정책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은 물론 의회 권력이 교체되면 이에 반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BBB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바이든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에 의존해야 한다. 그럴 경우 기후변화는 다음 행정부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최소 50% 줄인다는 바이든의 공약을 달성하지 못하고 24~35% 감축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선 바이든에게 환경주의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을 촉구해왔다. 민간업자들이 연방 소유 토지를 임대해 석유와 가스를 시추하는 것을 중단하고, 공유지와 수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라는 요구다. 아울러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새로운 환경보호청의 규제를 가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경단체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하라고 압력을 넣어왔다. 국가긴급사태법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으로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원유 수출금지 조치를 부활해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억제하라는 요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압박이다. ━ 기후변화 정책 위해 미국 국가비상사태 선포 고려 현재 미국은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서남부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는 이미 지난 6월 11일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6도에 이르러 1918년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애리조나 중남부는 낮 최고 기온이 43~46도로 기상청은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그야말로 도로 표지판과 우체통의 페인트가 녹아 내릴 정도의 폭염이다.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50도를 넘었다. 미국 동부 대서양 해안의 보스턴은 매년 7월에 열리던 철인 3종 경기를 다음 달로 연기했다.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7~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미국 50개 중 절반이 넘는 29개 주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더위로 고통을 겪는 미국인이 1억5000만 명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 동부의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73㎢의 면적을 태우고 계속 확산 중이다. 미국 당국은 인근 주민 60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신불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발생할 때마다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든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최고 강도의 대응을 언급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20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폐쇄된 화력발전소 앞에서 연설하면서 국가비상사태 선언 선포를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23억 달러의 예산으로 멕시코 만에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연방재난청을 지원하기로 했다. 7월 24일에는 존 케리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가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재차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앙 속에 기후변화 정책을 더는 연기할 수 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국민이 막대한 연방 예산의 집행을 책임진 행정부가 도대체 뭘 했느냐고 따질 수 있다는 정치적인 위기감이자, 기후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 여름에 느낄 수 있는 존재론적인 위기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BBB 법안이 연방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기후변화 정책을 신속하게 펴야 할 처지다. 바이든과 케리의 말이 잇따라 나온 것을 보면 미국은 이미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전기 생산의 핵심 에너지원인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의 감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전역을 기록적인 폭염이 강타하고 있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자국에서 발트 해를 지나 독일을 거쳐 유럽 각국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놓고 서방을 목줄을 놓았다 죄었다 하면서 진을 빼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노르트스트림1의 파이프라인 터빈이 서방 제재 탓에 반환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가스 공급량을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였다. 7월 11~21일에는 정기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에너지 정책 변경 고뇌 가스프롬은 정기점검이 끝나고 재가동을 시작한 지 나흘 만인 25일에는 공급량을 기존의 40%에서 20%로 더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가스관 터빈의 안전한 반환을 약속하는 문서를 받았지만, 추가 문제가 남아있다”는 애매한 이유를 들었다. 캐나다가 수리를 맡았던 가스관 터빈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대상이라는 주장 때문에 반환이 일시 지연됐지만, 제재 면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반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인 것은 누가 봐도 경제제재를 가하는 서방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제재 해제 압박이다. 러시아가 말하는 ‘추가 문제’는 곧 경제제재를 풀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경제 제재를 받아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이 폭염이 시달리자 천연가스를 ‘에너지 무기’로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에 주로 사용했던 전가의 보도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이를 휘두를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러시아는 이를 활용해 자국의 존재감을 높이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등을 돌린 서방에 호통을 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에너지밖에 없기도 하다. 에너지라는 칼을 빼 든 김에 아예 서방의 경제 제재를 중단하거나 약화할 길까지 찾아 나선 셈이다. 더 나아가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러시아의 뜻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푸틴으로선 서방 압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유효한 무기가 이것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압박 속에 신속하게 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선 7월 26일 유럽이사회가 8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가스 사용을 15% 자율적으로 줄이되 비상사태 시에는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낮은 남유럽 국가는 대상에서 제외해 유럽국가 사이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균열 조짐을 보인다. 겨울에 대비한 액화천연가스(LNG) 확보 경쟁에선 협력보다 각자도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확보는 코로나19 당시 백신 확보처럼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LNG 공급국가로 올라섰다. 지난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정책에 몰두하는 사이, 유럽에선 화석연료인 가스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탈원전 국가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원전 수명 연장을 비롯한 원전 정책의 재설정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사회당·자유민주당과 연정하고 있는 녹색당은 반원전을 내세워왔지만, 러시아 가스공급 감축과 이로 인한 국민의 에너지 우려가 커지면서 원전 폐쇄 등과 관련해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당이 전통적인 탈원전 정책을 포기할 경우 유럽 역사는 또 다른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푸틴이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발하는 예기치 못한 여파가 될 수 있다. 지난 2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원전 정책을 뒤집고 2035년까지 원전 6~14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코로나19의 뒤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맞고 있는 2022년 여름은 에너지와 국제정치,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에서 전 세계적인 변곡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2022.07.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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