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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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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변화 vs 계승' 누구 손 들어줄까

정책이슈

서울교육을 이끌 새로운 교육감이 16일 탄생한다.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교육감직 상실에 따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진보교육 전면 교체를 내건 보수진영 조전혁 후보와 혁신교육을 계승하겠다는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가 맞붙었다.조 후보는 진보교육감 10년을 '어둠의 교육'으로 규정하며 초등진단평가 부활 등을 약속했다. 반면에 정 후보는 오히려 조 후보의 공약을 '뉴라이트 암흑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혁신학교의 계승과 발전을 강조했다.이러한 가운데 지난 11∼12일 시행된 사전투표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이번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 보수 vs 진보…서울교육의 미래 오늘 판가름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치러진다.선거에 나선 후보는 윤호상, 정근식, 조전혁(가나다순) 등 3명이다. 이중 보수진영 단일후보인 조 후보와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정 후보가 2강 구도를 형성했다.조 후보는 조 전 서울시교육감 재임 시절을 '어둠의 10년'으로 지칭했다. 진보 교육감의 핵심 정책인 혁신학교는 '공부 안 가르치는 학교', 학생인권조례는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그러면서 기초학력 보강, 방과 후 수업 자유수강권 연간 100만원 지급 등 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 후보가 교육감이 된다면 학생인권조례는 완전히 폐지하고, 학생의 의무를 넣은 '학생권리의무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반면에 정 후보는 혁신교육 계승자를 자처하며 조 후보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섰다. 정 후보는 지난 10년간의 조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고, 공동체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의 공약인 초등진단평가 부활은 오히려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지난 1년간 학생의 학력을 진단할 때 지필고사보다는 수행평가 방식이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갔다"며 "수행평가가 좀 더 나은 방향을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책무성 부분을 보완해 존치하면서 야권에서 발의한 학생인권법 제정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역대급 무관심 속 정책보단 진영 싸움 지적도이번 선거는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한 방법으로 특별채용하게 한 혐의로 3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아 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이를 두고 조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의 전교조 불법 채용에 따라 세금 560억원을 들여 치러졌다"고 비난했다.반면에 정 후보는 "법적인 절차를 잘못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시대의 아픔을 같이하려고 했던, 해직 교사의 복직 문제는 시대적 과제였다"고 두둔했다. 두 후보가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게 되면서 선거 기간 정책대결보다는 진영논리를 앞세웠다는 지적도 있다.조 후보는 정 후보를 '농업 호소인'이라며 그가 용인에 소유한 땅을 경작하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녀가 왜 유년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간 건지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정 후보는 조 후보가 당선되면 "뉴라이트 암흑의 세계로 들어간다"면서 그의 학교폭력 의혹과 역사 인식의 편향성을 지속해서 제기했다.두 후보 간 치열한 공방에도 유권자의 관심은 '역대급'으로 낮았다.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서울시교육감 투표율은 8.28%에 그쳤다. 본투표가 평일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 투표율이 2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규정상의 문제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담회에 조 후보만 초청되는 바람에 사전투표 전 후보 간 제대로 된 토론회가 한번도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2024.10.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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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했대요",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네요."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578돌 한글날(9일)을 앞두고 전국 5848명의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고 답했다.조사에서는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사례를 묻는 문항에 5000여명 이상의 교원이 예를 들어 답했다.구체적으로는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한다' 등의 사례가 있었다.또한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었다', '중3 학생이 수도라는 말을 몰라 충격받았다', '고3이 풍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착각한다',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가 90%다'라며 심각한 상황을 토로했다.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떻냐'는 질문에 '91.8%가 '저하됐다'고 답했다.세부적으로 보면 수업 중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총 학생의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이 절반(48.2%)에 가까웠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6%나 됐다.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21.4%에 달했다.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 개선을 위해 독서 활동을 강화하는 것(32.4%)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순으로 답했다.교원들은 디지털 기기가 학생들의 필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94.3%는 '디지털 보급으로 학생들의 필체 가독성이 나빠졌다'고 답했다.교총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을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 문제를 해소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10.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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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아니었나...“교사, 다시 태어나면 안 해”

정책이슈

빠른 퇴근과 안정적인 수입 그리고 방학 등으로 교사가 신의 직장이라 불리지만, 실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직 교사들은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8명은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 침해, 학부모 민원 등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사 675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이번 조사에서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전체 23.6%(1591명)에 불과했다. 교총의 관련 설문조사 실시 이래(2006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설문조사 첫해에는 67.8%가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바 있다.‘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20%(1348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2012년 관련 문항이 추가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무너진 교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학부모 민원 등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30.4%(4098명)는 ‘교직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문제행동 및 부적응 학생 등에 대한 생활지도를 꼽았다.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 3397명), 과중한 업무 및 잡무(18.2%, 2457명), 교육계를 매도하는 여론(10.5%, 1411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69.7%(4704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현직 교사 96.2%(6495명)는 정당한 교육 활동에는 면책권이 부여된다고 주장했다. 문제적 행동을 일삼는 학생을 교사가 제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을 제지하면 아동학대 등으로 신고를 당하는 요즘이다. 교사들은 이 같은 신고만으로도 직위 해제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2023.05.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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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는 청년실업 대책] 재탕·짜깁기·보여주기 정책의 결정판

정책이슈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대과에 합격한 응시생들은 임금이 직접 내는 책문(策問)에 답을 해야 했다. 국가 현안의 해결을 위한 엄중한 답안, 이를 ‘대책(對策)’이라고 불렀다. 이 과정에서 나온 좋은 대책은 국가 운영에 반영됐다.지난 3월 청년(15~29세) 고용률이 1984년 이후 최저치인 38.7%로 곤두박질치자, 박근혜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7월 27일 정부 6개 부처 관료들이 모여 만든 대책이 발표됐다. 답안 제목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이번 대책에 박 대통령은 몇 점을 줄까?본지가 대신 채점을 해봤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50쪽에 달하는 대책안에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정부도 겸연쩍었는지, 20만개의 ‘일자리 창출’도 아닌 ‘일자리 기회 창출’을 하겠다며 내놓은 54개 추진 과제 중 48개(89%)는 각 부처에서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하기로 했던 정책을 긁어 모은 것이었다. 새롭게 보이기 위해 ‘강화·개편·확대·개선·재편·재정비’ 등의 표현이 동원됐다. 이 중 상당수는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책들이다.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인식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과제가 허다했다. ‘잘하면 생길 수도 있다’는 식의 일자리 숫자는 과장됐고,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됐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여파로 만들어진 정책도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둔갑했다. 심지어 불과 얼마 전까지 각 부처가 추진하려던 정책과 상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노동전문 연구원은 “화려하지만 아무 내용이 없는 컨설팅 회사의 PT(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대책 발표 직후 보수·진보 언론 할 것 없이 ‘대증요법·급조·빈수레·면피용·눈가림·꼼수·숫자놀음·재탕·뻥튀기·부실·미흡·역부족·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 메르스 후속 대책도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둔갑 공공 부문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내놓은 교육 분야 대책을 보자. 정부는 교원 명예퇴직을 늘려 ‘2016~2017년 총 1만5000명의 신규 교원 채용 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만5000명의 신규 교원을 늘리겠다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올해 신규 채용된 교원은 1만3000명 정도다. 정부는 향후 2년간 명예퇴직할 교원을 지난해(5500명) 보다 연 2000명 늘려 1만3000명을 1만50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원 전체 총원은 늘리지 않고, 윗돌(명퇴) 빼서 아랫돌(신규) 괸다는 식이다.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지난해 명퇴를 신청한 교원은 1만3376명. 이 중 실제 퇴직한 교원은 5533명이다. 각 지방교육청이 지방채까지 발행했는데도 예산이 부족해 퇴직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올 8월 말 명예퇴직을 하겠다며 신청한 교원 1212명 중 405명(33%)만 대상자로 확정했다.더욱이 교육부는 지난 5월 각 시·도 교육청에 내년 교원 정원 가배정 계획을 통보했다. 지난해보다 2300명이나 감소한 수치였다. 신규 교원을 늘리겠다는 이번 대책과 상충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잘못 알려진 수치”라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교총에서 각 시·도 교육청에 통보된 교육부 방침을 취합한 수치”라며 “청년실업 대책과 엇나가자 교육부가 말을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2017년 시간선택제 교원을 500명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 역시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시간선택제 교원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전국 교육대학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벌인 바 있다.간병에 필요한 입원서비스를 병원(간호사+간호조무사)이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해 향후 2년간 1만명의 간호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은 메르스 후속대책이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둔갑한 경우다. 이 제도는 2013년 7월 시범사업이 시작됐는데, 2년간의 계약 만료 후 간호조무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부작용이 많아 의료계에서 반발하는 정책이다. 관련 예산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포괄간호시스템이 전면 도입되면 연간 3조~7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년 일자리 사업에 쓰인 정부 예산은 1조4000억원 정도였다. 지난해 4월 인천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 후속 대책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던 보조·대체교사 확대 방안도 청년실업 대책으로 바뀌어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확대해 아낀 재원으로 2년간 8000명의 청년을 고용한다는 대책은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내용이다. 숫자만 기존 6700명에서 8000명으로 늘렸다. 민간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정규직을 채용하면 1인당 연 540만원을 지급해 1만명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제도 역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노동계가 이 정책에 반발하고 있고, 실제 신규 채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경제·노동전문가들이 헛웃음을 짓는 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2년간 각각 10만명에게 기회를 준다는 청년 인턴제와 직업 훈련 확대 대책은 단기 처방과 숫자 늘리기에 불과하다. 공무원 시간선택제 확대 역시 청년층에 혜택이 갈지 미지수다. 애초 이 제도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시간선택제 공무원 합격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었고, 합격자 평균 연령은 35.2세였다.정부가 재계와 협약을 맺고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16만명의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프로젝트 역시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렇다. ‘창조경제 혁신센터 지원기업(대기업)이 지역상의 등과 협력해 지역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한다.’ 기업을 옥죄는 것도 모자라, 대기업을 정책 추진 주체로 떠민 것 자체가 문제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당분간 기업이 쇼잉을 하겠지만, 정부가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설 내년부터는 어떨지 궁굼하다”고 비꼬았다.이밖에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노동시장 개혁과 고용시장 미스매치 해소, 대학구조 개선 등에 대한 대책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이규용 한국노동 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최근 발표한 ‘청년층 일자리정책의 방향 모색’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존의 (청년 실업)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면 기존의 문제인식이나 정책처방에 대한 재접근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이번 대책을 만드느라 고생한(?) 관료들과 ‘OK’ 사인을 했을 장관들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 미국과 독일이 주는 교훈 또 한가지.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밖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주요국 청년층 고용상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독일 청년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했고,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과 독일은 경기 회복 영향도 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과 임금인상, 체계적인 직업훈련시스템, 고용확대를 위한 개혁조치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정부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화답하는 태도를 보여온 대기업도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좋은 예가 있다. 최근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월마트·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기업 17곳은 ‘청년 일자리 10만개 제공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자선사업이 아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지 못하면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2015.08.0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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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주의자의 ‘원칙’ 도마에  오른다

산업 일반

1970년대 이래 관주도 사회개혁 운동의 상징이었던 새마을기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건물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데는 1996년 10월 서울시의 결정이 촉발제가 됐다. 당시 서울시는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청과 산하 본부 및 사업소 게양대에서 새마을기를 퇴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했던 이해찬 총리 지명자는 “새마을 운동의 의미가 퇴색하고 시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새마을기를 게양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은 타 시·도는 물론이고 전국의 기초 자치단체들에 파급됐다. 그 후 1998년 DJ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교육부 장관에 이해찬 총리 지명자가 임명됐다. 보수 논조를 대변하는 ‘한국논단’의 이도형 발행인은 그해 7월호에서 다음과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새마을기는 ‘근면·자조·자주’의 정신으로 ‘가난으로부터 해방’을 기하자는 ‘박정희 정신’의 산물이었다. 이해찬 당시 정무부시장은 그런 의미와 상징을 없앤 셈이다. 운동권 출신 이해찬씨는 생각했던 것처럼 ‘역시’하고 수긍할 만했다. 그 이해찬씨가 이번에는 새 정부의 교육부 장관이 됐다. 이번에도 ‘혹시’하는 의심이 부쩍든다”고 구구절절 경계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런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 후보에 지명됐다. 그는 보수세력들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잠시의 좌절이나 굴절도 겪지 않고 승승장구해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뉴스위크 한국판의 질문에 이도형 발행인은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반응은 어땠을까. 박대표는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정몽준 의원의 연대 제의를 끝내 물리쳤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인이었던 강신옥 변호사가 정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하는 게 매우 못마땅했던 것이다. ‘박정희 정신’의 산물인 새마을기를 전국 지자체에서 사라지게 한 이지명자가 지난 6월 9일 한나라당 당사를 찾았다. 박대표는 웃으며 “나라의 큰 일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이니 국회에서 잘 검증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을 뿐 날을 세우지는 않았다. 야당인 민주당의 한화갑 대표는 “(이지명자는) 5선 의원으로 준비된 총리”라고 평가했고, 김학원 자민련 대표도 “나라가 어려운 만큼 국익에 최우선을 둬 달라.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조차 반란표가 우려되던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는 달리 이지명자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노골적인 반대 그룹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게 된다. 하지만 이지명자가 피할 수 없는 혹독한 검증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출신으로 한나라당측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이군현 의원은 “총리로서의 국정 총괄 능력과 도덕성, 그리고 교육부 장관 재임 당시의 교육정책 등을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선교 한나라당 대변인 역시 “교육부 장관 시절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긴 인물을 총리 후보에 지명한 것은 의외”라며 이지명자의 공과를 철저히 따지겠다고 벼르는 모습이다. 이지명자의 품성과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다. 특히 교육부 장관 재직시 단행한 교육개혁 정책의 공과를 둘러싸고서는 ‘탁월한 교육개혁가’에서 ‘교육 붕괴의 원흉’까지 찬반 양론이 팽팽할 정도다. 총리 지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교사들에게 그가 ‘비토인물’임을 실감케 했다. 이지명자는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 교원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면서 교원들의 반발과 만성적인 교원 부족 현상을 가져왔다. 또 ‘촌지 거절 교사 우대 제도’는 교사의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안겼다. 그러나 강제적인 야간 자습을 없앤 것이나 전교조 합법화, 교사 체벌 금지 등은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는 “국민의 정부에서 이해찬 장관 말고는 책임지고 일하는 사람이 없다”고 소신을 높게 평가했다. 교육부 관리들도 워낙 방대하고 민감한 교육개혁 정책을 이지명자만큼 과감하게 추진한 인물도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교육계의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채 교원 정년을 졸속적으로 단축한 것이나, 교원들을 교육의 주체로 내세우지 못하고 갈등을 빚은 것은 되풀이돼서는 안 될 시행착오다. 한나라당 등 야당의 주요 공략 포인트도 이 부분에 모아지고 있다. 총리로서의 자질과 국정 수행 능력을 중점적으로 파헤치는데 개혁의 기조 등 과거의 정책적 오류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렇듯이 정책에 대한 평가는 관점과 가중치 부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로 총리 인준을 일사불란하게 거부하기엔 명분이 떨어진다. ‘정치인 이해찬’에 대한 논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내리 5선을 했다. 기획력이 탁월해 14대 대선에서부터 16대 대선까지 대선기획단에서 기획 업무를 도맡아했다. 부당한 사안에 대해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비를 가려야 할 정도로 원칙이 분명하고 성격이 대쪽이지만, 이는 역으로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나라당은 ‘이해찬’이라는 상품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넘어서 국무총리직에도 합당한가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가 2002년 8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쪽에서 대정부 질문 때 떠들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른바 ‘병풍 유도’발언을 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지명자는 국민의 정부 시절 소장파 정풍 운동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고, 교육부 장관 시절 자녀의 과외 문제가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대목에 의구심이 가는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지명자가 동료 의원, 관련 업체 임원들과 함께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서 정보화촉진기금을 배정받아 해외 시찰에 나선 것도 정치인의 윤리의식이라는 측면에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01년 8월 당시 민주당의 이해찬 정책위의장과 김효석 의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원철희 자민련 의원 등 국회·정부·통신 관련 업체 관계자 20여명은 해외 정보기술(IT) 시찰단을 2개조로 나눠 각각 12박 13일, 14박 15일 일정으로 미국과 유럽 각국을 다녀왔다. 이들 의원의 해외 시찰에는 교육부 차관보, 총리실 심의관, 우정사업본부 실장, 과기부 국장 등의 공무원과 한국통신 부사장 및 SK텔레콤·KTF·LG텔레콤의 상무가 동행했다. 이지명자는 이한구 의원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때 사용된 경비 1억9천만원은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에서 지출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통신 등 민간 업체 임원들의 경비 역시 국가에서 부담했을 가능성이다. 한국통신·KTF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8월 중 임원들의 해외 출장 경비가 잡혀 있지 않았다는 게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정통부는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따라 공직자 해외 대학 단기 연수 과정에 6억5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이들 시찰단을 위해 ‘IT 인력 양성 최고 정책 결정 관계자 해외 연수사업’ 명목으로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각 정당의 정책위의장단, 정부·업체에서 IT 정책 수립을 주관하는 인사들이 팀을 만들어 IT 선진국 시찰에 나선 것은 의미있는 행사로 탓할 바 아니다”면서도 “그때 정통부의 정보화기금이 아니라 국회 예산으로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해외 시찰단에 당시 여당의 정책위의장인 이지명자가 참여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출장 경비를 정통부에서 부담하게 된 경위와 민간 업체 참여 동기, 현지에서의 활동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교육정보화 사업과 관련해 여지껏 업계에서 음성적으로만 제기되던 정경유착설도 한번 걸러질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이지명자의 교육부 장관 시절 추진된 ‘초·중등학교 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사업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 중에 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1천4백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돼온 이 사업이 한번도 실용화되지 않은 채 용도폐기됐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입찰을 통해 교육부와 CS 서브에 들어갈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맺은 특정 업체가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는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이 검증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교육부 내에서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한 인맥과 지연이 CS 사업에 개입됐을 개연성이 있다”며 구체적 인물과 해당 학교를 거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공급한 해당 업체에서는 “그런 루머는 있어 왔으나 사실과는 무관하다”면서 “경쟁에 뒤처진 업체에서 그런 푸념을 늘어놓을 수는 있다”고 일축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안이 불거진다면 교육부와 관련 업체에는 한바탕 소용돌이가 불가피해진다. 정작 한나라당 등 야권이 심각하게 보는 대목은 이지명자의 인성과 스타일이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대통령을 보좌해 내각을 총괄하면서 국민 통합을 일궈낼 경륜과 능력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현 정권의 경제 정책 사령탑인 이헌재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도 악연 아닌 악연을 맺고 있다. 2000년 5월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재경부간 당정회의가 열렸다. 당쪽 대표이던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당시 이헌재 부총리 등 재경부 간부들을 ‘실패한 관료’로 매섭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살벌한 풍경이 펼쳐졌다. 당시는 증시·환율·금리 등 경제 분야에 대한 총체적 불안감이 조성될 즈음이었다. 이지명자는 회의에서 “환란을 당하고도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며 “당신들은 우수한 관료라는 생각을 버려라”고 호통쳤다. 이지명자는 이어 “정부가 혼선을 빚으면 당은 당론을 모을 수 없다”면서 “나를 ‘물’로 보지 마라. 내가 있는 한 당은 그럴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이부총리는 이지명자의 질책이 끝나자 짤막하게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이부총리는 회의가 끝날 즈음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이로부터 5개월 뒤인 10월에는 같은 당정회의에서 진념 재경부 장관이 이지명자를 비롯한 당측 인사들을 향해 “나는 괜찮지만 공무원들을 데려다 질책만 하려면 앞으로 회의에 안나오겠다”고 언성을 높이는 등 당정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재원 한나라당 의원은 “그 사건의 주역이자 지금도 개성이 강한 이지명자와 이 부총리가 팀워크를 잘 이뤄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섯번에 걸쳐 총선을 치른 이지명자가 수많은 정적으로부터 온갖 형태의 공격을 받아왔음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도 그의 지구당이 있는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서는 ‘이지명자의 형제가 책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모 경찰서 의경의 뺨을 때렸다’, ‘고교 동문 선배인 경찰 고위 관리를 면전에서 무안을 줬다’는 등의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우선 재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털어봐도 나올 게 없으리라는 게 이지명자 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1989년부터 이지명자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해 온 임현주 관악구의회 의원은 재산 관련 소문에 대해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단골 메뉴”라며 “그게 사실이라면 진작에 언론에 기사화되든지 상대방이 공개석상에서 폭로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지명자가 경륜과 내공을 바탕으로 관문을 능숙하게 통과할지, 예기치 않은 복병에 난파될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2004.06.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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