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매각'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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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Qoo10)이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나섰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3위로 올라설 수 있는 만큼 실사 작업도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가 5년 전 투자유치 당시 약속한 상장 기한이 지난달 말로 만료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도 상장보다는 매각이 최선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에 11번가 지분 인수 의향을 밝히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큐텐의 11번가 실사 작업은 벌써 수개월째 지속 중으로,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실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기업 가치나 인수 방식 등을 놓고 SK스퀘어 측과 여러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큐텐은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을 연달아 인수하며 이커머스업계의 메기로 급부상했다.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하면 이마트 품에 안긴 지마켓을 넘어 업계 3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뛰어들면서 국경을 초월한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상장 시기 놓친 11번가, 결국 지분 매각 선회11번가의 매각은 어느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2018년 11번가가 FI들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내건 5년의 상장 기한이 올해 9월말로 종료되면서다. 당시 투자유치에 참여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FI들은 11번가의 상장을 전제로 투자에 참여한 만큼 이들의 엑시트를 위해선 상장은 필수적이었다. 실제 11번가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상장에 여러번 도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2021년 사내 ‘IPO 추진팀’을 신설하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한국투자증권, 골드만삭스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컬리, 오아시스마켓, SSG닷컴 등 경쟁사들도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상장 시기를 사실상 놓친 11번가가 지분 매각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5년전 2.7조 기업가치, 지금은?관건은 11번가의 기업가치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11번가의 몸값은 1조원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11번가가 2018년 투자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2조7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5년새 기업가치가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FI들 입장에서는 2018년 투입한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큐텐이 11번가 실사를 진행하더라도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매각이 불발될 수도 있다. 앞서 #LG유플러스 역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왓챠 인수를 위한 기업 실사를 수개월간 진행했지만 최종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1번가는 올해 9월까지 상장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차선책으로 매각 방안이 꾸준히 논의됐던 것으로 안다”며 “(인수 업체와 관련해선) 복수의 업체와 지분 매각을 두고 조율하다가 최근에는 큐텐 쪽으로 유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SK스퀘어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2023.10.1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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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헐값매각’ 했고, 공적자금 회수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산업은행이 지난 2021년 대우조선해양에 7조1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들이고 관리했는데, 한화와 2조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2008년에도 한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했고, 그때 입찰 가격이 6조3000억원이었다”며 “당시 한화 컨소시엄의 대금 지급 조건 변경 요구안을 받아들여 계약했으면 국민 혈세 7조1000억원이 투입되지 않고도 계약이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008년도에는 대우조선의 매출이 10조원이 넘고 시가 총액이 10조원에 가까운 회사였다”며 “그런데 2020년 산은이 매각하던 시점에는 시가 총액이 약 2조원에 불과한 회사로 쪼그라들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26일 한화그룹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이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경쟁입찰도 진행했다. 하지만 입찰의향서를 마감한 지난 17일까지 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대우조선은 사실상 2조원에 한화그룹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날 양 의원은 “산업은행에서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한 후에 헐값으로 매각하는 사례가 대우조선해양뿐만이 아니다”라며 “산업은행 관리 체계 전반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실패 사례로 5조4000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STX조선해양, 2조2300억원이 투입된 금호타이어, 1조8600억원이 투입된 동부제철 등을 꼽았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관리를 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관리가 쉬운 일은 아니고 또 이런 구조조정이 산업은행의 힘만으로 잘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향후에는 저희가 구조조정 역량을 더 키우고 조속하게 빨리 매각을 해서 민간이 경쟁력 있게 (기업 운영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 의원은 “매각하더라도 공적 자금의 회수는 아주 요원하다”며 “공적 자금 회수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2022.10.20 13:57
2분 소요
‘강석훈호(號)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신호탄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빠른 매각’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내세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첫 성과다. 추후 아시아나항공·HMM·KDB생명보험 등에 대한 정리 작업은 남은 과제다. ━ 대우조선 매각으로 한 숨 돌려…‘헐값매각’은 논란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스토킹호스’ 방식의 투자유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지난 27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입찰의향서를 접수 받는다. 스토킹호스란 인수 예정자를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해,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우선협상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했다. 지난 26일 한화그룹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국내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다수의 그룹에 투자 의향을 타진했고, 그 결과 한화그룹과 뜻이 맞았다는 게 강 회장의 전언이다. 산업은행은 거래 공정성 확보와 보다 좋은 투자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입찰에 나섰다. 최종 투자자는 경쟁입찰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기술 등이 국가 핵심 기술인만큼, 해외기업에게는 입찰 자격을 주지 않을 예정이다. 국내 기업 주체로 외국인 자금이 재무적투자자(FI) 형태로 유입되는 것은 허용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후 현재까지 약 21년 간 산업은행의 품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맞게 된다. 그간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와 매각에 실패한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줄곧 거론됐다. 강 회장이 취임한 뒤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속도를 내, 산업은행 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다만 4조원 대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매각해, ‘헐값매각’이라는 비판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한 신규 자금은 한도 대출까지 포함해 약 4조1000억원이다. 손실은 3조5000억원으로 대손충당금이 1조6000억원, 주식 손상 규모가 1조8000억원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규 투자유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기업가치가 상승한 이후 주식을 매각하면 자금회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표류 중인 아시아나 합병, HMM·KDB생명 매각 속도내나 남은 구조조정 과제도 있다. 강 회장이 기업 구조조정에 ‘빠른 매각’이라는 원칙을 추가한 만큼, 남은 관리 기업에 대한 정리 작업 또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이라는 기존 산은 구조조정 기조에 더해 신속한 매각 추진이라는 게 원칙”이라며 “매각이 가능할 때 바로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산은의 관리 기업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한공의 합병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영국 등 5개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강 회장은 “미국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데,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나올 것 같다”며 “만약에 미국 판결이 나오면 유럽도 미국 판결에 준하지 않을까 예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합병이 성사되도록 각종 외교부·산업부·정부부처와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MM과 KDB생명보험 매각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 회장은 “HMM이 정상 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 전체 해운 산업의 그림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 부처 간에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금리가 과거보다 오른 상황으로, KDB생명보험 매각 여건도 좋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매각 작업도 준비 과정을 거쳐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론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강 회장과 직원들 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도 과제다. 최근 산업은행은 10명으로 구성된 부산 이전 준비단을 꾸리면서 이전 작업을 본격화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단장을 맡았고, 이들은 29일부터 이전 준비단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8일에는 최 부행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지난 7일에도 강 회장 주도로 설명회를 계획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2022.09.29 15:57
3분 소요![[서소문 인사이트] ‘SSG닷컴’도 버린 카드…요기요 인수전에 붙은 ‘물음표’](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7/02/ecn7cf78959-3b76-4036-a2ad-3af10e7aca9f.353x220.0.jpg)
‘시한부 매물’. 요기요 본입찰이 마감됐다. 현재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은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 사모펀드(PEF) 세 곳 뿐. 마지막까지 본입찰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했던 전략적 투자자(SI) 신세계가 발을 빼면서 당초 예상보다 흥행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다. 요기요가 커지는 배달앱 시장 2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요기요를 매각하려는 독일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사정이다. DH는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을 얻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배달앱 독점 구조’를 막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방침에 따라서다. 반면 원매자들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DH가 요기요를 반드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하다. 게다가 이번 인수는 시장 1위 사업자에게 돈을 주고 2위 사업자를 사와야 하는 기이한 구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요기요 매각이 순조롭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인수전은 사모펀드간 경쟁 구도로 지난 3월. 요기요 매각전이 본격화됐을 때만 해도 DH는 자신감이 넘쳤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후보군 이름에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편의점업계도 관심을 보이면서 흥행이 보장되는 듯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지난 5월4일 진행한 예비입찰에 당초 기대와 달리 전략적투자자(SI) 대신 재무적투자자(FI)들이 전면에 나섰다. 신세계가 SSG닷컴을 통해 유일한 SI로 나섰지만 본입찰에 발을 빼면서 사모펀드들만 남은 형국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통과 배달 플랫폼을 접목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 것인지를 살펴봤으나 최종적으로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DH와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요기요의 특수성을 고려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원매자들과 개별협상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DH가 애초 제시한 요기요의 몸값은 최대 2조원. 하지만 원매자들은 1조원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요기요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1위 사업자인 배민을 넘을 만큼 소비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데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1조원 미만을 점치기도 한다. 요기요의 독특한 매각 상황도 부담요인이다. 요기요 인수는 공정위의 독과점 해소 명령이 배경이다. DH가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품에 안기 위해 2위인 요기요를 파는 상황이라 원매자는 DH 측에 자금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다. 경쟁업체 1위 사업자에게 1조~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해 준 뒤 다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게다가 요기요 관련 핵심 정보나 사업노하우를 이미 DH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상태. 고객데이터는 물론 배달 주문 건수와 주문 알고리즘 등 주요 정보가 노출됐다는 게 상당한 핸디캡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애타는’ DH vs ‘느긋한’ 원매자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변수는 DH가 처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DH는 요기요의 조속한 매각이 절실하다. 매각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공정위가 제시한 매각 시한은 8월2일까지. DH가 서둘러 우선협상대상자를 추린다고 해도 실제 인수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감안하면 이미 수주가 소요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차례 매각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로부터 기간 내에 매각이 성사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받으면 매각 기한을 최대 6개월 늘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일단위로 과징금이 붙는다. DH 입장에선 이래저래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반면 DH의 이런 악조건은 요기요 인수 후보자들에겐 호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이 커지는 곳은 DH.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선 기다릴수록 가격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요기요 매각이 불발되면 최악의 경우 배민 인수가 무효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DH 측에서 예상외의 헐값매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H 입장에선 배민을 4조원대에 비싸게 샀기 때문에 요기요도 비싸게 털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면서 “인수 후보자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요기요의 경쟁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1조 이상 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7.02 14:46
3분 소요9월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법원 505호실.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선 직후 변호인석 뒷문이 열리며 수의를 입은 한 사람이 들어섰다. 8월 22일 ‘현대차 로비 사건’ 항소심에서 1심 판결과 달리 유죄를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변씨는 방청석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서둘러 변호인석에 앉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지난 5월 감사원장에서 물러난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 전씨는 부총리 재직 시절(2002년 4월~2003년 2월) 변씨를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감사원장 시절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해 검찰 수사를 촉발시켰다. 악연이라면 악연인 셈이다. 수의를 입은 변씨의 모습을 직접 보자 다소 당황한 듯했다. 실제로 전씨는 증언석에서 “한때는 부하직원으로 같이 일했는데 수의 차림으로 앉은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렇다고 증언석에서까지 측은지심이 발휘된 것은 아니었다. 전씨는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심문에도 흔들림 없이 ‘외환은행 매각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전날 증인으로 법정에 선 현역 국회의원 신분의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2003년 2월~2004년 2월)는 검찰 조사 때와는 달리 피고인 측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온 김씨가 다른 모습을 보이자 검찰은 당황했고, 변호인 측조차 예기치 못한 증언에 의아해 했다. 검찰은 변씨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다. 국제결제은행비율(BIS)을 조작한 것도, 은행 인수 자격도 없는 론스타에 억지로 외환은행을 판 것도 변씨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 결론이 성립하려면 당시 매각 책임자였던 두 사람은 실상을 제대로 몰랐고, 변씨가 의도적으로 두 부총리를 속였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특히 매각 결정 당시 현직이었던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외환은행 매각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된 것으로 나는 그걸 승인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엔 변씨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선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외환은행의 매각, 론스타와의 수의계약 등의 결정은 변 국장의 보고를 기초로 한 것이지만 사후적으로 확인한 내용들”이라며 자신이 중요 사항을 직접 결정했음을 분명히 했다. “매각 결정엔 외환은행의 위급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금도 그때의 상황 인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변양호 국장이 (의사결정 권한을) 빼앗아 갔거나(편취), 관련 사실을 속였다(기망)고 생각하느냐”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진술 때문에 검찰 측은 “재경부 후배를 배려해서인지 김진표 의원의 증언엔 위증 소지가 많다. 다시 심문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전씨는 매각 당시 현직에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변 국장으로부터 외환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매각이 추진되고 있었다면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보고됐을 터인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변씨가 “자본확충의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혀 왔다는 사실을 구두로 보고했다”고 반박하자 전씨는 “기억에 남을 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외환은행 매각이 결정됐던 2003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두 사람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2003년 4월부터 호전되기 시작했는데도 외환은행을 무리하게 팔았다는 검찰 측 심문에 김씨는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였을 뿐 하루하루가 고비였다”고 되받았다. 반면 전씨는 “2003년 2월 재경부를 떠났기 때문에 경제상항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면서도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보니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증언도 달랐다. 김씨는 “론스타가 은행 인수자로 적합하진 않았지만 누구도 사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전씨는 론스타의 은행 인수 자격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론스타가 서울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하나은행에 빼앗긴 것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 특성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론스타의 인수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BIS가 너무 낮다면 예외적으로 사모펀드가 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8월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된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제관료 20명이 검찰에 고발되고, 국회 국정감사만 일곱 차례 진행됐으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다. 공판도 기네스북 감이다. 지난해 1월 15일 공판이 개시된 이후 2일까지 67회가 열렸다. 이것도 모자라 10여 차례의 공판이 더 진행된 후 이르면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이처럼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승인권을 쥔 금융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헐값매각 사건의 1심 결과를 지켜본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종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는 바뀌었다. 금융위는 8월 중순부터 HSBC에 대한 승인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론스타의 강공 자세도 주목된다. 론스타와 HSBC의 계약은 9월까지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기다리려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금융위가 승인 심사를 개시한 것만으로는 이사회의 계약 연장을 끌어내기 어렵다”며 “9월까지 승인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지분을 매각한 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절차를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소송에서 론스타가 승소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산업은행 민영화 등과 관련해 외자유치가 다급한 정부로선 소송 제기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 론스타 측의 자료 미 제출을 이유로 과태료 부과와 주식의 강제매각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얼핏 론스타에 불리한 조치 같지만 강제매각 명령이 내리질 경우 론스타는 당초 계약대로 HSBC에 지분을 팔고 한국을 떠나면 된다. 9월 말까지 HSBC의 승인을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주식매각명령만으로도 론스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결국 3년여에 걸친 ‘먹튀 논란’에서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상처만 남게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2008.09.09 11:14
5분 소요기업의 해결사로 ‘경제전쟁’을 치르는 기업변호사. 이들은 인수 ·합병(M&A)에서 외자유치까지 법률문제와 관련된 곳에는 어디든 나타나 ‘걸림돌’을 제거한다. 이들이 길을 닦고 나면 비로소 기업이 움직인다.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10월, LG그룹은 뉴코아백화점으로부터 인수를 제의받았다.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내심 유통사업 확장을 원하던 LG는 이를 적극 검토했다. 타결 직전까지 갔던 양측의 협상은 막판에 급제동이 걸렸다. 법률자문을 맡아 뉴코아를 실사했던 LG측 변호사들이 “상당한 위험부담이 예상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냈기 때문이다. LG는 얼마 뒤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뉴코아는 97년을 넘기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비록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업변호사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변호사는 해외투자나 인수 ·합병(M&A) 등의 본격적인 기업활동이 시작되기에 앞서 현장에 투입된다. 기업은 변호사를 통해 제도와 법령 ·규제 등을 검토한 뒤 방법을 결정한다. 다음 단계인 관료나 합작 파트너와의 협상도 기업변호사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변호사가 계약 내용을 점검한 뒤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부터가 기업의 몫이다. 기업변호사들은 기업의 주 관심사인 M&A ·기업분쟁 ·구조조정 ·중국 등 전문분야로 다시 세분화하는 중이다. 각 분야에서 누가 최고인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형 법무법인들은 저마다 ‘장기’를 내세운다. 예컨대 법무법인 광장은 M&A를, 태평양은 중국진출 자문을 스스로의 강점으로 꼽는다. 국내 최대 법무법인으로 거물급 법조계 인사가 대거 몸담고 있는 김&장은 대형 경제사건 처리와 대(對)정부 업무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다. 법무법인 광장은 제일은행 매각에서부터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굵직한 M&A건을 도맡아 처리하다시피했다. 하나-서울은행 합병, 한라그룹 매각, LG-현대 간 반도체 빅딜, 종금사 통폐합 작업,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 해태제과 매각 등 M&A 일대기를 써도 좋을 정도다. 광장의 M&A팀은 김상곤(37) 변호사가 이끈다. 젊은 나이에 파트너가 된 김 변호사는 “M&A에서 변호사의 최대 임무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M&A 의뢰가 들어오면 그는 수십 명의 변호사를 이끌고 해당 기업에 상주하며 실사를 벌인다. 이를 통해 주식인수나 자산인수 등 의뢰 기업에 가장 안전한 M&A 방식을 찾아준다. 숨겨진 부실을 찾아내고 이를 계약서에 반영해 매각 대금을 최적화하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임무다. 이들은 “LG화학의 의뢰를 받아 호남석유화학과 공동으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기업구조조정법이 처음 적용된 기업인 현대유화는 세종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했고, 공동인수자인 호남유화 측에서는 김&장에 자문을 맡겼다. 김 변호사는 “소송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계약서 작성이 목표였기 때문에 논리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매각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세종 측과 반대편에 선 김&장, 광장 소속 변호사들이 협상하고 계약서를 쓰고, 다시 협상하는 과정을 20차례 이상 반복했어요”라고 말했다. 제일은행 매각 때는 한 달간 호텔 합숙 M&A전문 변호사들의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는 숨은 고충도 적지 않다. 가장 괴로울 때는 몇 달간 새우잠을 자며 작성한 의견서가 무시당할 때다. 광장 M&A팀 문호준(34) 변호사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정이 내려질 때는 허탈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힘들게 끝내놓은 작업이 ‘헐값매각’, ‘졸속처리’ 등의 비판을 받을 때도 마음이 무겁다. 이들이 악몽처럼 기억하는 사건은 지금도 뒷말이 무성한 제일은행 매각건. 김상곤 변호사는 정부의 의뢰를 받고 미국 뉴브리지 캐피털과의 협상을 맡았다. “정부 측에서 1999년 11월 초 사건을 의뢰하면서 시한을 12월 31일로 못박았더군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어요.” 불과 두 달 동안 모든 절차를 마쳐야 했던 그는 30명의 변호사와 함께 그 일에만 매달렸다. 한 달 뒤인 12월 초에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변호사들은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서울 시내 모호텔에 모였다. 정부측 인사는 “남은 한 달 동안 일체의 외부 출입을 금하며, 호텔 내에서만 생활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감금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한 달간 합숙을 해야만 했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변호사들은 “고생만 하고 지금까지도 욕 얻어 먹는 사건”이라고 씁쓸해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면서 중국법률 전문가들도 몸값이 치솟고 있다. 외국인 투자와 사기업에 관한 법령이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중국은 변호사를 통한 법률자문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 태평양은 지난 2000년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법률팀과 중국사무소를 만들고 교포 출신 중국변호사를 대거 채용했다. 중국 사무소에는 베이징대학 경제법 석사인 김종길(43) 변호사가 이해완 ·조정민 변호사 등과 함께 상주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01년 중국 정부가 LG ·금호 ·제일모직 등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낸 폴리스틸렌 반덤핑 제소건을 맡아 두 가지 기록을 남겼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외국인 변호사로는 처음으로 변론을 위해 중국 경제무역위원회 공청회에 섰다. 법정이건 공청회건 외국인에게는 변론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 중국의 관행이었다. 더구나 그는 이 사건에서 중국정부의 반덤핑 제소사건 사상 처음으로 무피해 판정을 얻어냈다. 국내에서는 표인수(45) 변호사가 지원전담팀장을 맡아 교포출신인 지용천 ·김승봉 변호사 등 중국변호사들을 이끌고 있다. LG ·SK ·CJ ·코오롱 ·효성 ·KT 등 굵직한 기업들이 이들의 자문을 받아 합작이나 지분인수 형태로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전문 변호사들은 사회주의 법령에 맞춰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것이 주된 업무다. 지난 2002년 중국 장쑤성(江蘇省)에 타이어코드 공장을 설립한 코오롱은 이들의 도움으로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공장을 짓고 난 뒤 한국에서 설비를 들여오려던 중 관세면제 관련 규정의 일부가 갑자기 변경됐다. 면세범위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법률자문을 맡은 태평양 중국법률팀은 변경된 규정을 검토한 결과, 적용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중국법률팀은 이 점을 파고들어 중국정부를 설득했다. 김승봉 변호사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지만 법이 정비되는 과정이었던 만큼 일종의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M&A팀은 반도체 빅딜과 해태제과 매각 등 굵직한 작업을 처리했다. 우리 기업 중국 진출에도 활약 2001년 말 중국 냉장고공장의 지분을 인수했던 LG전자는 파트너 측에서 계약 체결과 함께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계약서 작성도 끝난 마당이라 별로 의심하지 않았지만 태평양 중국법률팀은 고개를 저었다. 지용천 변호사는 “중국법상 외국인의 지분인수 계약은 정부승인 전에는 효력이 없다. 대금이 지급됐다면 떼일 수 있는 돈이었다. 중국측 파트너기업과 송금받는 은행 책임자의 서면확인을 받아 법적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중국전문 변호사들은 “과거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을 도왔던 업무가 최근에는 반대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자본과 기업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일방통행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다. 란싱(藍星)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자문을 맡았던 태평양 중국법률팀 변호사들은 “중국은 넘쳐나는 자금을 해외투자에 쓰고 싶어한다. 특히 한국기업은 인수가격에 비해 기술력이 높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당장 중국 내 수요가 따라주지 않더라도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국가 차원에서 인수를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한국기업의 M&A 경쟁에 중국기업이 대거 뛰어들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간 대결에서도 기업변호사들은 해당 기업을 대신해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SK증권과 한남투신이 지난 98년 미국 JP모건을 상대로 파생금융상품 투자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2억4,800만 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쟁쟁한 기업변호사들이 총동원된 싸움이었다. 국내 소송에서 원고인 SK증권은 율촌합동법률사무소의 윤세리 변호사, 한남투신은 법무법인 세종의 허창복 변호사가 각각 대리를 맡았다. JP모건은 이에 맞서 열린합동의 황상현 변호사를 내세웠다. SK와 JP모건의 거래 때 보증을 선 주택과 보람은행은 각각 태평양의 박현욱 변호사와 한미합동의 한원규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겼다. 기업변호사들은 결코 사업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악역이 필요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즉, 기업간 거래에서 상대방이 제시한 조건이 나쁘다고 판단되면 기업은 뒤로 빠지고 변호사가 나선다. 문제점을 요모조모 지적하며 “노(No)”라고 대신 대답한다. 기업과 관련된 각종 사건들에서도 변호사들은 기업의 방패 역할을 자처한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자체 법무팀을 거느리고 있지만 통상 소송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게 맡긴다. 사회적인 비판을 논리적으로 차단하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종목표다. 기업변호사는 흔히 ‘그림자 조직’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길을 치워놓은 뒤 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 진출시 유의할 법률 5계명 ①파트너 선정은 신중히 중국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은 사기를 당할 위험이 크다. 중국법률을 잘 모른다고 판단되면 태도가 바뀌는 사례가 많다. 또 사전에 얘기가 없던 무리한 조건을 계약서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②지방정부 과신은 금물 현재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이 벌어져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턱대고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특히 토지와 관련한 과장광고가 많다. 어떤 지방정부는 50년간 토지를 무상제공한다며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와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이다. ③투자금액과 업종에 유의하라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는 액수에 따라 관할관청이 달라진다. 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할 때는 중앙정부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중국은 외국인 투자 대상을 권장업종 ·일부제한업종 ·제한업종 ·금지업종 등 4가지로 분류하고 필요에 따라 재분류하므로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④계약서는 부수 ·획수까지 철저히 살펴라 중국어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한자(漢字) 전문가를 동원해서라도 글자마다 의미를 따져야 한다. 한 번 작성한 계약서는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서명하기 전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무리한 요구가 있었거나 관행을 들먹였다면 계약서 내용을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⑤중국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다 개방정책을 쓰고 있을 뿐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법령이 정한 절차에 맞춰 투자를 진행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사회주의 헌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2004.03.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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