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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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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실적 보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제약株 희비 갈랐다

증권 일반

국내 제약업계가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6억원, 영업이익 662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수두 백신 수출 증가 등으로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1215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치료제 등 제품 매출 확대, 공장 가동률 상승에 전년 동기 대비 105.7%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2분기 매출액 42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며 매출액 기준 국내 최대 제약사 타이틀을 지켰다. 한미약품 2분기 매출액(279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다. 제약주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48% 올랐다. 8일 종가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23만2500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도 한 달 동안 8.11%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미약품(-5.56%), 유한양행(-3.72%), 종근당(-1.81%), 녹십자(-0.74%) 주가는 모두 떨어졌다. 이들의 주가 희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위탁생산(CMO) 여부가 갈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 중이다. 미국 노바백스와도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말부터 모더나 백신 생산을 시작해 위탁생산 매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 19 사태에서 백신 위탁생산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며 “그렇지 못한 다른 제약주들은 매출이 나와도 수익 창출 경로를 넓히지 못하면서 투자심리를 이끌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무조건 코로나 19 위탁생산 여부가 주가를 갈라놓은 건 아니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비와 판매관리비 증가가 수익성을 낮춰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2분기 기술 수출에 따른 라이센스 수익이 올해 2분기에는 감소하며 영업이익이 줄었다. 종근당은 코로나 19 항바이러스제 ‘나파벨탄’이, GC녹십자는 코로나 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주가가 떨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반기부터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이 수익에 반영되면 실적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하반기 백신 위탁생산량이 상반기보다 많아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선진국에서 부스터 샷이 승인되면 위탁생산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백신 위탁생산 기업도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허혜민 연구원은 “백신 위탁생산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호실적을 바탕으로 R&D(연구개발) 재투자 등 장기적인 투자계획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1.08.09 18:31

2분 소요
백신만으론 역부족…코로나19 치료제 '게임 체인저'의 조건

바이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은 지난 5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몇 번의 예방접종으로 근절 가능한 감염병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보고, 어느 정도는 매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이 일상의 질병이 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는 일상을 파고들었다. 치명률은 낮아지는 듯 보이지만 전염력은 더 강해졌다. 개발된 백신의 보급은 지연됐고, 백신 접종자들에게도 돌파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기 위해선 ‘게임 체인저’가 될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게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게임체인저가 될 치료제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을 노리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 ‘국산 2호 치료제’ 노리는 제약사들, ‘조건부 허가’ 문턱 못 넘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불이 붙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렘데시비르가 출시된 이후 수많은 제약‧바이오 업체가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후 국내외 제약사 및 연구기관의 코로나 치료제 관련 42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병원 등 연구기관과 글로벌 회사의 한국 법인을 제외하면 14곳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뛰어들었다. 이 중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올해 2월 조건부 품목 허가를 얻어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가 됐다.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국산 2호’ 신약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14곳의 기업 중 셀트리온을 제외하고도 종근당, GC녹십자, 신풍제약, 부광약품,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이 임상 2상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조건부 허가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종근당은 지난 3월 나파벨탄의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지만 식약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종근당은 이후 나파벨탄의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올해 4월 혈장치료제인 지코비딕주(GC5131)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GC녹십자는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7월 5일 피라맥스의 2상 톱라인을 발표한 신풍제약은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지 않고 곧바로 임상 3상으로 향하기로 했다. 신풍제약은 “2상에서 1차 평가변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 대한 전반적인 임상지표의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3상 시험을 통해 최대한 신속히 확증하는데 전사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광약품과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은 아직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임상 2b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한 대웅제약은 “현재로선 톱라인 연구 결과만 발표한 상태”라며 “전체 결과를 도출하면 정부 부처와 논의를 거쳐 임상3상 진행이나 조건부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2b상에서 전체 환자에게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50대 이상’ 연령에서 유의미한 호흡기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최근 두 번째 임상 2상을 마친 부광약품은 “두 번의 임상을 거쳐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며 “정확한 시간을 말하긴 어렵지만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코로나19 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게임 체인저’라고 불릴 만한 약품이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확실한 치료 효과는 물론 복용 편의성과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능력 등이 모두 갖춰져야 글로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렘데시비르는 그 효과에 대해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WHO)도 렘데시비르가 입원 환자들에게 “효과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며 사용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최근엔 인도네시아에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렉키로나도 정맥 주사라는 복용방식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단일클론항체(하나의 항원결정기(epitope)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 방식의 치료제이기 때문에 변이에 대해 지속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렉키로나 외 릴리와 리제네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항체 치료제는 모두 한 가지 이상 변이 대응에 실패해 칵테일 요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렉키로나는 베타, 감마, 델타 변이에 대해 동물시험 등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한 상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이나 ‘흡입형’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관련 특허 및 기술을 보유한 미국 소재 바이오기업인 인할론 바이오파마와 손잡고 흡입형 렉키로나 개발에 착수했다. 렉키로나의 경우 약효가 입증됐고, 현재까지 변이에 효능을 입증한 만큼 흡입형으로 개발이 완료된다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직 품목 허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신풍제약, 대웅제약, 부광약품 등이 개발하는 치료제는 경구용이라 확실한 약효가 입증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 ‘글로벌 게임 체인저’ 못돼도 의미는 커 물론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이 글로벌 게임체인저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 MSD는 바이오벤처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함께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들여 몰누피라비르 170만정을 선구매 계약했다. 국내에서도 몰누피라비르의 선구매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도 지난 3월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글로벌 임상 진행 역량과 경험을 갖춘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속도전에선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산 치료제 개발의 의미는 크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인 국내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미국의 선계약으로 추정하면 몰누피라비르의 가격은 10정에 80만원에 달해 환자와 건보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한데, 약물 재창출 방식의 국산 치료제는 이의 10분의 1의 가격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국익을 위해서라도 치료제 개발에 나선 회사들을 응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7.29 10:21

4분 소요
[증시이슈] GC녹십자, 코로나19 혈장치료제 허가신청 취하에 약세

바이오

GC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의 허가 신청을 취하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코비딕주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액 속 혈장에 들어 있는 항체를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치료제다. 7일 오전 11시 30분 GC녹십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5%(6000원) 내린 3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4월 30일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지코비딕주’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치료제 허가를 위해선 검증자문단-중앙약사심의위원회-최종점검위원회로 이어지는 세 차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GC녹십자는 첫 관문부터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5월 11일 식약처가 검증자문단 회의를 열어 심사한 결과, 지코비딕주의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일 GC녹십자는 심사 의견을 수용해 지코비딕주 품목허가 신청을 취하했다. GC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상용화를 중단했지만 국내에서 대웅제약·종근당 등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날 대웅제약은 ‘코비블록’의 임상 2b상을 완료했다. 종근당은 지난 4월 식약처로부터 ‘나파벨탄’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윤형준 인턴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1.06.07 11:34

1분 소요
코로나19 치료제 vs 백신, 뒤바뀐 제약·바이오주 운명은?

IT 일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관련 기업의 주가 흐름이 뒤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목받던 코로나19 치료제 관심은 시들해졌고, 치료제보다 개발이 늦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주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가 첫 조건부 허가를 받은 이후, ‘2호 치료제’ 후보로 꼽혔던 유력 제약회사들의 조건부 승인이 연이어 불발됐다.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개발 기대감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치료제 매출은 반비례 할 수 있다는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한미협상을 계기로 백신생산 협력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산 1호 코로나 치료제를 탄생시킨 셀트리온은 공매도 재개 여파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40만원 가까이 치솟았지만 현재는 2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GC녹십자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개발한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의 임상시험 결과에 한계가 있다며 조건부 허가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받았다. 녹십자의 주가는 지난 1월 50만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0만원대로 내려왔다. 앞서 종근당 역시 지난 3월 급성췌장염치료제 ‘나파벨탄’의 식약처 조건부 허가가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27만원대까지 올랐던 종근당의 주가는 현재 13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며 지난해 20만원대까지 올랐던 신풍제약도 현재는 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5월 식약처가 이 회사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에 대해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해주며 주가가 급등했다. 현재는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해 관련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이 회사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거품논란이 이어졌다. ━ mRNA백신 CMO·개발 주목…코로나19 백신 관련주 급등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국적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수주할 가능성이 연이어 거론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5월 6일부터 14일까지 7거래일 동안 주가 상승률은 22.19%에 달했다. 5월 14일 미국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이 유력하다는 소식에 사상 최고가인 94만8000원까지 올랐다. 당시 시가총액은 7거래일 만에 50조5500억원에서 62조7200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31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충전·포장 등 완제생산(DP)뿐 아니라 원료의약품(DS)까지 생산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회사 측은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 설비를 인천 송도 기존 설비에 증설해 내년 상반기 내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에 대한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의 완제의약품 공정을 맡게 됐으나 핵심기술을 포함한 원료의약품 생산 과정은 빠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이번 mRNA 백신 원의약품 생산 신규 서비스 추가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일환으로 모더나 백신 생산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본업인 단일항체 CMO에서 mRNA라는 백신 및 유전자치료제로 다각화를 하는 점이 고무적"이라면서 "P(가격)와 Q(생산량)에 따라 실적에 기여하는 바는 달라지겠지만 현재 단일항체 CMO 본업만으로 당사의 목표주가 100만원이 설명되는 상황이어서 mRNA백신 DS, DP CMO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큰 호재"라고 평가했다. 국산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 논의가 시작되면서 관련주들의 주가 역시 들썩였다. 대표적으로 이연제약,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등이다. 우선 이연제약은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제 및 백신 원료와 완제의약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내달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mRNA 완제 생산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만원대였던 이연제약은 5월 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아이진은 mRNA 백신의 내년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다. 지질 나노입자 기술(LNP) 대신 면역증강제로 개발된 양이온성 리포좀을 mRNA 전달체로 개량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이진 역시 지난 3월 1만원대였지만 5월에는 4만2000원대까지 근접했다. 이연제약과 아이진은 코로나바이러스 mRNA 백신의 생산 및 후속 후보물질 공동개발에 나선 바 있다.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는 3월 1만원대에서 5월에는 2배가량 상승했다. 이 회사는 한미사이언스와 mRNA 백신의 대규모 생산기반 및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섰다. 이번 협력은 10여 개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백신 자국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양사는 향후 상용화될 후보물질들의 생산지를 한국과 미국 외에도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mRNA 백신 이외에 바이러스 변이까지 예방하는 팬(pan)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인 VGXI를 통해 DNA 백신과 유전자 치료제의 핵심 원료물질인 플라스미드 DNA 및 mRNA 백신 원액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cGMP급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 플랜트 제2 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미생물 배양·정제 시설과 주사제 완제품 생산을 위한 충진 시설을 갖추고 있다. mRNA 및 DNA백신 등 유전자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 중이다. 에스티팜의 주가 역시 지난 3월 6만원대에서 5월에는 14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에스티팜은 코로나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모더나, 화이자 등이 사용하는 제네반트의 LNP 기술과 특허 출원한 5′-capping(5프라임-캡핑) mRNA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이 가능한 자체 코로나 mRNA백신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밖에 현재 국내에선 5개 제약사가 식약처부터 임상계획 승인을 받아 8개 제품이 임상 시험에 들어가 있다.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백신을 개발하는 셀리드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유바이오로직스(합성항원 백신), 진원생명과학·제넥신(DNA 백신)이 임상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임상 2상 진입 기업은 제넥신과 셀리드 두 곳이다. 이들 국산 백신은 하반기에 임상 3상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백신 개발 역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임상 3상은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며, 임상 3상에 참여자가 3만~5만명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는 더욱이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고,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임상 대상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국산 백신 확보는 꼭 필요하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06.02 09:39

5분 소요
GC녹십자그룹, 3세 경영인 허은철·용준 형제 경영 본격화

바이오

GC녹십자그룹이 형제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말 녹십자그룹은 2021년 정기 인사에서 허용준 녹십자홀딩스(GC)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로써 허용준 사장은 형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녹십자그룹의 양대 축을 담당하게 됐다. 업계는 녹십자그룹이 형제경영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동안 제기됐던 숙부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과 조카들과의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개성상인의 후예로 꼽히는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는 한일시멘트그룹과 녹십자그룹을 남겼다. 허채경 창업주는 녹십자를 2남 허영섭(전 녹십자 GC녹십자 회장)과 5남 허일섭(현 녹십자홀딩스 회장)에게 물려주고, 장남(허정섭)과 3남(허동섭), 4남(허남섭)에게는 한일시멘트를 승계했다. 허영섭 전 회장은 지난 1980년 녹십자 대표이사를 거쳐 1992년 회장직에 올라 지금의 녹십자를 일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09년 갑자기 타계하면서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 12.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씨는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로 재직 중이고,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0.69%만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의 조카 허은철 GC녹십자 사장과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사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각각 2.91%, 2.60%를 보유하고 있다. 두 조카의 지분을 합해도 숙부인 허일섭 회장 지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녹십자그룹을 일궈낸 허영섭 전 회장의 자녀가 숙부와 경영권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이유다. ━ 형제경영 체제 본격화…경영권 분쟁 일단락 숙부와 조카의 경영체제가 본격화되기 이전 녹십자는 ‘모자의 난’을 한 번 겪었다. 고 허영섭 전 회장에겐 3남이 있다. 장남은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고, 2남이 허은철 사장, 3남이 허용준 사장이다. 허 전 회장은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 허 전 부사장은 어머니 정인애씨가 유언장을 조작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다만 허 전 회장의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약간의 지분을 확보했다. 허 전 부사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05년부터 녹십자의 경영에 참여했지만 2007년 돌연 회사에서 물러났다. 허용준 신임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녹십자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숙부인 허일섭 회장과 나란히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업계는 허 회장이 당분간 외풍을 막으면서 조카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숙부와 조카들의 경영권 분쟁의 씨앗은 남아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허은철, 글로벌 확대·신약 개발…허용준, 디지털 헬스케어 관심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1972년생이다. 서울대에서 생물화학공학 석사 과정과 미국 코넬대 식품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녹십자 R&D기획실 전무, 녹십자 기획조정실 실장을 거쳐 2015년부터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백신 사업, 혈액제제 등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신약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도 혈액제제와 희귀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뿐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백신의 위탁생산(CMO) 등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허은철 사장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의 무상공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제약사로서 공익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에서다. GC녹십자는 이르면 이번 주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를 시판 후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는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가 난다면 국산 2호 코로나 치료제가 될 확률이 높다. GC녹십자의 코로나19 백신 CMO 기대감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전염병대비혁신엽합(CEPI)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최근 GC녹십자가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유통을 맡게 되면서 해당 백신의 위탁생산까지 담당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체결에 대한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희귀의약품과 혈액제제 사업의 해외 시장 진출은 가시권에 들고 있다. 주력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의 올 1분기 해외 매출은 4배 이상 커졌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신임 사장은 1974년생이다. 허 신임 사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한 뒤 2003년 녹십자에 입사했다. 영업기획실, 경영관리실 등을 거쳐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를 맡았다. 허용준 사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녹십자홀딩스는 올해 2월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 유비케어 및 관계사의 신입·경력사원을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이번 공개 채용은 녹십자홀딩스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영역 확장에 따른 인재 영입과 전문 기술 기반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2월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기업 유비케어를 인수했다. 지난해 ‘데이터 3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최다 의료 데이터를 보유한 유비케어가 GC녹십자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04.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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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약계 백신 개발 스토리] 반세기 노하우 끌어 모아 국산 백신 개발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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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계기로 끈끈한 동맹… 정부 대규모 투자, 기업 보유기술 집중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와 민간 의료계의 협력이 공고해질 전망이다. 제약사 입장에서 사업상 선별적으로 이뤄졌던 백신 연구가 국책 과제로까지 격상돼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이 국경을 넘나들고 경제와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어서다. 이에 백신 자급력을 높이려는 정부와 백신 기술력을 축적한 제약사 간 동맹이 주목된다. 지구촌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바이러스유사체를 기반으로 한 백신 후보물질을 찾았다고 지난 4월 7일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민·관 협력을 통해 동물실험 효능 분석, 임상실용화 연구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그 일환으로 민·관 협력의 다리가 될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단장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을 출범한다. 국비 2151억원을 들여 7월부터 10년 동안 감염병 연구와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국책사업이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연계, 생산공정 연구, 임상시험 시료 생산 등 백신 개발 전 과정을 주도하게 된다. 목표는 하나다. 임상2상까지 마친 백신 7종의 개발과 국산화다. 이를 위해 민·관 협업과 기초·임상 연계를 지원할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와 국가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도 세울 예정이다. ━ 백신 자급 80% 목표로 사스·메르스 극복경험 총동원 이에 따라 제약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사업단은 백신 개발 노하우를 가진 주요 기업들과 손잡고 국가 백신 주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서 사용 중인 백신은 필수예방접종 19종, 기타 예방접종 5종, 대테러 대비 4종 등 총 28종이다. 이 가운데 국내 자체 생산이 가능한 백신은 10여 종에 불과하다. 절반도 안 되는 백신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당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코로나19는 복제·변종·무증상·전파력이 강해 시한폭탄 같은 특징을 갖고 있어서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민간의 축적된 노하우 간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셀트리온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쓰일 항체 후보군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 신종감염병매개체 연구과와 협력해 1차, 2차 중화력 검증으로 38개 항체를 걸러냈다. 이를 이용해 세포주 개발과 동물실험을 실시하고 빠르면 7월에 인체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앞서 3월 18일 정부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국책과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질병관리본부와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후 국내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받아 항체 연구를 진행했다”며 “셀트리온이 인플루엔자 멀티항체 신약과 메르스 치료용 항체를 개발했던 노하우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GC녹십자도 코로나19 해법을 개발 중이다.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서브유닛 백신, 단일클론항체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GC녹십자랩셀은 NK세포를 활용한 코로나 치료제를, GC녹십자MS는 타 기업과 손잡고 진단키트 공동개발·기술이전·생산을 연구 중이다. GC녹십자는 지난 50여 년 동안 백신 국산화를 이끌어왔다. 지금까지 국산화된 필수 예방 백신 중 약 3분의 2가 GC녹십자에서 탄생했다. 수두, 신증후군출혈열, 인플루엔자(독감), 일본뇌염,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Td), B형간염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현재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Tdap), 결핵, 탄저 등의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법인에서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도 개발 중이다. 45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GC녹십자의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에서 다국적 제약사를 제치고 6년째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SK바이오사이언스는 3월 23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발현에 성공해 동물효력 시험에 들어갔다. 빠르면 9월에 임상시험 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합성항원 제작 기술과 메르스 백신 개발 경험을 갖고 있어 후보물질의 효력과 안전성이 확인되면 코로나19 백신을 바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같은 플랫폼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으며, 2017년 메르스S 단백질 면역원 조성물과 제작방법 특허도 출원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경북 안동에 백신 생산공장이 있어 즉각 생산도 가능하다. 2018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4가), 대상포진 백신(스카이조스터), 수두 백신(스카이바리셀라)을 자체 개발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세계기구 인증한 기술력 수출, 저개발국도 지원 HK inno.N(HK이노엔, 옛 CJ헬스케어)은 엔테로17·콕사키A16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2가 수족구 백신을 개발 중이다. 진행 중인 임상1상을 마치면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백신이 된다. 이와 함께 3세대 두창 백신, 자가면역질환·폐렴 바이오의약품 등을 연구 중이다. 2년 전 한국콜마와 한 식구가 된 HK이노엔은 1986년 헤팍신-B(B형간염 백신)를 국내 처음 개발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EPO제제(조혈제)도 1998년 처음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어 2세대 EPO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개발해 2017년 일본에, 2018년 중국에 수출까지 했다.보령바이오파마는 3월부터 영유아용 DTaP-IPV 백신을 국내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를 예방하는 DTaP 백신에 불활화폴리오 소아마비 백신을 혼합한 4가 콤보 백신이다. 영유아 DTaP 백신은 월령에 맞춰 접종해야 해 원활한 수급이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엔 다국적제약사 제품만 출시됐다. 보령DTaP-IPV 백신은 2012년 개발을 시작해 2015년부터 4년간 다국가 임상을 거쳐 2019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아 지난 1월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됐다.LG화학도 주사용 영유아 백신 유펜타에 소아마비 백신을 더한 6가 혼합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백신으로 WHO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유펜타는 2016년 개발한 5가 혼합백신(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간염·뇌수막염)으로 유니세프를 통해 저개발국 영유아 질병 예방에 쓰이고 있다. LG화학은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유박스(유전자 재조합 B형간염 백신)의 WHO 사전적 격성평가 승인을 받았다. 이를 20여년 간 유니세프에 조달해 해외 80여개국 영유아 B형간염 예방사업에 공급하고 있다.세계적 제약사 화이자는 코로나19 발병을 계기로 한국 의료계와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확보한 각종 의료 정보가 앞으로 신약 개발에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어서다. 프리베나13으로 세계 폐렴구균 백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약사 화이자는 한국법인 한국화이자제약을 통해 다국가 임상시험을 한국에 유치하려고 노력해왔다. 국립암센터·분당서울대·삼성서울·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 병원들과 손잡고 임상시험을 수행해왔으며 인제대 병원엔 아시아 최초 치료연구소(CTI)를 설립했다.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신약 개발과 보건의료기술 연구도 진행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04.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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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전염병’의 교훈] 바이러스의 공격, 더 집요한 인간의 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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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 활용한 역병 극복의 역사… 코로나19로 또다른 전쟁 서막 역사는 2020년을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맞서 대대적인 전쟁을 시작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4월 16일 오전 10시 현재(한국시간) 전세계 210개국과 2척의 크루즈선 선박에서 약 208만3000명의 확진자가 발견됐으며 이 중 약 13만5000여명이 숨졌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가 250명, 사망자는 16명을 넘어섰다.인류가 겪는 고통은 이렇게 숫자나 통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앓고 있거나 숨진 사람들의 불행,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지켜보거나 그들을 상실한 가족들의 고통, 그리고 역병과 파급 효과에 대한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인류는 유사 이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끈질긴 공격을 받아왔으며, 숱한 희생을 치러가며 이들에 집요하게 대응해왔다. 이를 통해 ‘과학 지식을 활용한 역병 극복’의 역사를 써왔다. ━ 역병 퍼진 고대 그리스, 토론·대화 대신 주민통제 전염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지금부터 3200년 전인 기원전 1200년에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바빌론, 이란과 중앙아시아에 해당하는 페르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에 해당하는 남아시아 지역에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역병이 돌던 당시에 인도 지역에서 새겨진 고대 산스크리트어 명문에 남아있는 기록이다. 기록된 증상이 독감과 비슷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으로 보인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인도 지역은 계절에 따라 서풍 또는 동풍이 부는 계절풍을 타고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도 이러한 교류를 통해 옮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기원전 429년과 기원전 427~426년의 겨울에 각각 한 차례씩 모두 2차례에 걸쳐 발생했던 아테네 역병도 고대 세계를 황폐화시켰다. 당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이던 고대 그리스에 역병이 돌아 중심지인 아테네는 물론 무역로를 따라 지중해 건너편의 이집트와 리비아, 그리고 이집트와 교류하던 아프리카 내륙 고원지대의 에티오피아까지 퍼졌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고대 그리스 세계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아테네가 이끈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가 주도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벌인 치열한 전쟁이다.“역사는 영원히 반복된다”는 말을 남긴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저서 에 전쟁과 함께 이 역병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육군이 강한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침공하자 당시 아테네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와 주변의 항구인 피레우스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장벽으로 둘러싸고 그 안에 주변 농촌 주민을 이주시켰다. 성벽 밖을 초토화해 포위에 나선 스파르타 군대가 오래 버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군사 전략적으로는 괜찮은 방법이다. 고대 동양에서도 흔히 사용했던 작전이다.문제는 장벽 안에 사람이 붐비고 위생 상태가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테네로 이어지는 유일한 항구이자 외부 식량 공급로인 피레우스를 통해 외부의 전염병이 유입되자 아테네는 속수무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아테네에선 주민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명에서 7만5000명이 역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심지어 지도자인 페리클레스가 사망해 아테네는 다 이겨놓은 전쟁을 원점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아테네는 경제적·사회적으로 황폐화했다. 그리스 특유의 토론과 대화가 아닌 엄격한 법과 권위에 의한 주민 통제가 강화됐다. 시민이 아닌 외부 출신자에 대한 단속도 심해졌다.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한 전 지구적인 변화와 닮은 점이 많다. 전염병이 역사를 바꾼 경우다.현대 의학자들은 이 역병이 발진티푸스나 장티푸스, 또는 바이러스성 출혈열 중 하나로 짐작하다. 발진티푸스는 흡혈성 절지동물인 이에 붙어사는 리케차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하고,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속의 박테리아인 장티푸스균에서 비롯하는 수인성 전염병이며, 바이러스성 출혈열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출혈과 열이 동시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대의 에볼라가 그 일종이다. 전염병은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숨져 추가로 감염될 사람이 줄어들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살아남은 주민들에게 일종의 집단면역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는 사실이다. 피레우스 항구를 통해 아테네로 들어온 전염병은 마찬가지로 이 항구를 거쳐 아테네 밖으로도 폭넓게 퍼졌다. ━ 14세기 동서양에 펼쳐진 세균전 ‘페스트’ 인류가 겪은 최대의 범유행 전염병인 14세기 흑사병도 인류가 전염병과 치열하게 싸운 역사다.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쥐벼룩에 붙어사는 페스트균이라는 박테리아다. 쥐는 페스트균에 면역력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없다. 어떤 이유로 인간에 옮아온 페스트균이 범유행을 하며 역사를 바꿀 정도의 대재앙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감염자의 60~90%가 숨질 정도로 치사율이 높은 흑사병은 유럽 지역에서 1346년~1353년 절정에 달해 당시 유럽 인구의 30~60%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선 7500만~2억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연구 결과 4억7500만명 정도였던 14세기 세계 인구는 흑사병이 지난 뒤 3억4500만~3억7500만명으로 줄었다. 그 뒤로도 반복적으로 유행하며 유럽을 괴롭혔다. 인구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00년이 걸렸다고 한다.흑사병은 오랫동안 서양의 전염병으로만 여겼지만 연구결과 지금은 동서양 모두에서 발병한 ‘글로벌 전염병’으로 간주된다. 독특하게도 이 병은 14세기 동아시아의 신흥세력인 몽골이 중국 북부의 금나라(1115~1234년)와 남부의 남송(1127~1279년)을 차례로 무너뜨린 전란과 살육의 시대가 지난 직후인 14세기에 나타났다.쥐벼룩에 기생하던 페스트균이 인간에게 옮아간 경로는 무엇일까. 전란에, 기근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주린 배를 채우려고 야생 쥐를 잡아먹었을 수도 있다. 숲속의 야생 쥐들이 홍수·지진 등으로 서식 환경이 격변하자 먹이를 찾아 인간 거주지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야생 쥐는 페스트균이 우글거리던 쥐벼룩을 달고 왔으며 이는 기근으로 면역력이 바닥이었을 인간을 덮치면서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정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역병은 수시로 퍼졌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그러던 것이 원나라 말기에 지금 중국의 중앙인 후난성(湖南)성과 우한(武漢)이 자리 잡은 후베이(湖北)성 지역에서 큰 역병이 발생했다. 에 나타난 기록이다. 페스트균은 중국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실크로드나 초원의 길을 거쳐 중앙아시아·인도·유럽으로 번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원 제국은 동서양 교역로를 활발하게 가동했다. 실크로드 교역으로 인한 인간 이동이 전염병과 원인 미생물을 전 세계로 범유행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흑사병이 유럽으로 들어온 경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다. 1347년 흑해 연안, 크림반도 동부의 페오도시야 항구에서 시작했다. 당시 ‘카파’로 불리던 이 도시는 이탈리아 서북부 제노바 상인들의 무역 거점이었다. 인근 킵차크한국의 군주인 자니베크 칸(재위 1342~57)은 카파의 상인들과 분쟁이 생기자 4만 병력으로 도시를 포위해 해결하려고 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카파 상인들은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 외에 뾰족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기도가 응답을 받았는지 킵차크한국 군대에 역병이 돌았다. 화가 난 자니베크 칸은 투석기를 이용해 희생된 병사들의 시신들을 성 안으로 던져 넣은 뒤 퇴각했다. 세균의 존재도 모르던 시절인데도 세균전을 벌인 셈이다.카파 상인들은 감사 미사를 마치고 배편으로 흑해와 지중해를 거쳐 2500㎞의 기나긴 항해 끝에 시칠리아 등을 거쳐 제노바로 귀향했다. 문제는 이 ‘오디세이’에 쥐와 쥐벼룩·페스트균도 동행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듬해인 1348년 유럽에서 흑사병이 대량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역병의 비극은 동서양이 따로 없었다. 인류는 이미 14세기에 글로벌 이동과 무역, 분쟁과 난민 이동, 세균전으로 전염병 확산을 경험했다. 안전한 글로벌화를 위해선 국경을 넘나드는 질병의 통제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670여 년 전에 확인된 셈이다. 지금은 항공과 해상 수송로가 있어 전염병의 확산은 더더욱 쉽지 않은가. ━ 1800년대 파스퇴르와 코흐가 세균 정체 밝혀내 하지만 페스트를 겪고도 인류는 원인을 몰랐다. 인류가 미생물의 존재를 육안으로 보고, 감염병의 원인임을 확인하기도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미생물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것은 네덜란드 델프트의 무역업자이자 과학자인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1632~1723년)이다. 과거 생물학 교과서에선 그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뢰벤후크’로 표기했다. 레이우엔훅은 스스로 갈아 만든 렌즈로 현미경을 만들어 빗물 속의 미생물 등을 눈으로 관찰해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괴팍하게도 정액 속의 정자의 운동성도 확인했다.프랑스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5년)는 레이우엔 훅이 현미경을 발명하며 육안으로 보게 된 미생물을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파스퇴르는 미생물이 더러운 환경에서 자연 발생하지 않고 온도·습도·양분 등 다양한 조건 속에서 증식한다는 사실을 밝혀 현대 미생물학의 문을 열었다. 그는 감염성 질환은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고 세균이 사람 몸에 들어와서 증식하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파스퇴르의 업적은 의료계와 산업계가 수술실 소독, 우유 등 식품 멸균법, 백신 등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바탕이 됐다.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1843~1910년)도 미생물과 감염병을 연구해 질병과 미생물의 관계를 정리한 ‘코흐의 가설’을 발표하면서 ‘세균학의 아버지’가 됐다. 아래와 같은 가설은 오늘날 미생물과 감염병의 관계를 확인하는 기본 공식이 됐다. “질병에 걸린 모든 개체에서 원인 미생물이 다량 발견돼야 하고, 건강한 개체에선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 “이 미생물은 질병에 걸린 생물체에서 분리할 수 있어야 하고, 배지에서 순수 배양할 수 있어야 한다.” “배양한 미생물을 다시 건강한 개체에 주입하면 동일한 질병이 유발돼야 한다.” “배양한 미생물을 주입한 개체에서 다시 동일한 미생물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그의 제자인 리하르트 페트리(1852~1921년)는 1887년 지금도 미생물 배양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둥글고 납작한 접시인 ‘페트리 디시’를 고안했다. 페트리 디시는 미생물 실험에서 공기와도 같은 도구다. 일본에 정박했던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자 BBC 등 서방 언론은 이를 ‘바이러스 페트리 디시’로 불렀다. 국내 매체들은 이를 ‘질병의 온상’이라는 말로 옮겼다.천연두도 인류가 오랫동안 고통 받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한국에서 마마 등으로 불리던 질환이다. 기원전 1145년에 숨진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 천연두를 앓은 흔적이 발견됐을 정도로 오래된 질환이다. 천연두는 인류 역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큰 상처를 남긴 전염병이다. 아시아와 유럽 등 구대륙은 천연두가 오랫동안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한다. 페스트처럼 세상을 바꿀 정도로 대규모 집단 발병이 이뤄지지는 않은 이유다.하지만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의 원주민들은 1492년 이후 유럽인들이 오기 전까지 천연두 바이러스와 접촉한 적이 없다. 감염이 되어야 항체가 형성되면서 면역력이 생기는데 주민들이 바이러스와 접촉한 적이 없으나 항체도 면역력도 생길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유럽인들이 환자가 쓰던 담요를 보낸다든지 하는 의도적이거나 우연한 전파를 시도하면서 대규모 비극이 발생했다. 남미 잉카제국 주민의 60~94%,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 아메리칸 인디언의 90%, 호주·뉴질랜드 원주민의 절반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세균전이나 다름없다.인류는 과학적 지식을 넓히면서 실용적인 천연두 예방법도 함께 개발했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1749~1823년)가 1800년 우두를 통해 천연두를 예방하는 방법, 즉 종두법을 개발했다. 종두법은 미생물의 존재를 제대로 모르던 시절에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과학적 예방법이었다.그 뒤 인류가 천연두를 물리친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다. 인류는 바이러스는커녕 미생물의 존재 자체를 모를 때부터 우두로 천연두를 극복해왔는데 20세기 들어 백신을 개발하며 본격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 백신을 국제사회에서 대대적으로 접종하면서 급기야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박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인류의 과학 연구가 질병을 완벽하게 퇴치한 사례다. 인류가 천연두를 박멸하는 데는 종두법 개발부터 무려 180년이 결렸다. 소의 질환인 우역과 함께 인류가 멸종시킨 드문 바이러스다. ━ ‘투명한 대응’의 중요성 웅변한 스페인독감 현대사가 기록한 최대의 범유행인 스페인독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질환이다. 1918~20년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해 전 세계로 퍼졌다. 약 5억명이 감염돼 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많은 5000만~1억명의 희생자를 냈다. 1차 세계대전에선 2050만~2200만명의 군인과 1100만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니까 말 그대로 전쟁보다 무서운 독감이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3~5%가 스페인독감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스페인독감은 1918년 3월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일부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다. 6개월 뒤 미국 보스턴,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 등에서 독성이 강한 독감이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 독감은 결국 전 세계로 퍼졌으며 남태평양의 절해고도와 북극권도 독감을 피하지 못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한국에서도 무오년인 1918년에 대대적으로 퍼져 ‘무오년 독감’으로 불렸다. 한반도에서만 740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희생자 중에는 유명 인사도 적지 않다. 그만큼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증거다. ‘키스’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년)와 ‘소녀와 죽음’으로 명성을 얻은 그의 제자 에곤 실레(1890~1918년)도 스페인독감 희생자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라고 노래했던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9년)도 독감으로 숨졌다. 을 쓴 독일 경제학자·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년)도 마찬가지다. 사망 연도가 1918~1920년인 사람은 스페인독감 희생자로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유럽에선 스페인독감이 유행한 초기에 의료 종사자들이 많이 감염되면서 의료체계가 마비돼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어 희생자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상황과도 상당히 닮았다. 이를 계기로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대두됐으며 특히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최우선적으로, 의무적으로 접종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의료진과 의료시설, 그리고 의료 장비·기구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는 사례다.미국에서 처음 나와 전 세계에 퍼진 이 질환을 스페인독감으로 표현한 이유는 당시 각국이 전시보도통제로 이를 쉬쉬했지만 참전하지 않은 중립국 스페인에서는 가감 없이 보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투명하지 못한 전염병 대응이 확산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데는 투명한 대응이 필수임을 웅변하는 역사적 사례다.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없다. 증세를 완화하는 대증요법과 개인의 면역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영양 부족이나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저개발국이나 취약지역 주민에게 병이 번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 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검역 강화만큼 인도주의적인 글로벌 연대도 절실하다. ━ 소아마비 앓은 루스벨트, 백신 개발에 앞장 인류가 집요한 과학적인 노력으로 전염병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가 소아마비다. 소아마비(Polio)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범해 주로 신경계를 공격해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소아마비는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고고학 유물에 환자 정보가 기록될 정도로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해왔다. 지금으로부터 33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집트 18왕조(기원전 1403~1365년) 시대에 제작된 석판에 한쪽 다리가 가는 모양의 남자가 목발을 짚고 서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누가 봐도 소아마비 후유증이다. 까마득히 먼 고대에도 소아마비 바이러스 질환이 적지 않게 발생했음을 추측하기에 충분하다. 바이러스는 인류와 함께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소아마비 바이러스는 현대에 와서도 인류를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선 1900년대 소아마비 대유행이 수시로 발생해 1916년 한해에만 2만7000여명이 감염됐고 6000여명이 숨졌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의 역대 대통령 소개 코너에 따르면 미국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년, 1932~1945년 재임)는 장년에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 장애를 겪었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법대에서 공부한 그는 뉴욕주 상원의원(1911~1913년)과 해군부 차관보(1913~1920년)을 지낸 전도양양한 청년 정치인이었다. 38세 때인 19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제임스 콕스의 러닝메이트가 돼 부통령 후보로 나섰지만 공화당의 워런 하딩과 캘빈 쿨리지 후보에게 패배했다.그런 루스벨트는 39세 때인 1921년 여름 소아마비를 앓고 하반신 장애를 얻었다. 그는 병마는 물론 장애와도 싸웠다. 다리를 조금이라도 쓸 수 있도록 부지런히 수영을 했다. 인고의 세월이 지난 뒤인 1924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목발을 짚고 나타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꺾을 수 없었다.루스벨트는 뉴욕주지사(1929~1932년)를 거쳐 1932년 미국 대통령이 됐다. 1936년·1940년·1945년 세 차례 더 당선해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이 됐다. 백악관에 첫 입성할 당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대공황(1929~1939년)에 따른 실업자 1300만명과 문을 닫은 은행들이었다. 루스벨트는 테네시 강 개발 계획을 핵심으로 하는 뉴딜 정책으로 경제를 부흥시켜 대공황을 물리쳤다. 그는 1941년 12월 7일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어 일제와 나치·파시즘에 대항했다. 하지만 종전을 앞둔 1945년 4월 12일 자유진영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났다.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그는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가난과 군국주의·전체주의를 물리친 영웅이 됐다.루스벨트는 사후에 백신 영웅이 됐다. 그는 대통령에 재임 중이던 1938년 국가 소아마비 재단을 세우고 기금을 모았다. 재단은 루스벨트가 세상을 떠난 1948년 피츠버그 의대의 조너스 소크 교수에게 백신 개발을 맡기고 장기간에 걸쳐 연구·개발을 지원했다. 그 동안에도 소아마비는 기승을 부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1952년 한해에만 미국에서 5만8000건의 소아마비가 발생해 3145명이 숨지고 2만1269명이 마비 장애를 겪었다. 환자는 대부분 어린이였다. 대중은 소아마비를 ‘전후 최대의 공포’ ‘20세기 흑사병’으로 여겼으며 ‘핵무기 다음가는 위협’으로 간주했다.결국 소크 교수는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으며 그 결과 소아마비 환자 발생률을 기존의 30% 수준으로 크게 떨어뜨렸다. 소아마비 백신은 루스벨트가 소아마비를 앓은 지 34년, 재단을 설립한 지 17년,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야 비로소 완성됐다. 루스벨트는 과학을 앞세워 정기전을 벌인 결과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승리를 거뒀다.인류가 과학을 활용해 바이러스를 상대로 거둔 또 다른 승리가 황열병과의 싸움이다. 황열병은 발열·오한·근육통·두통 증세와 함께 간 손상에 따라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1859~1869년 수에즈 운하를 완성한 프랑스 외교관 겸 기술자인 페르디낭 드레셉스는 1881년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의 건설에 나섰다. 하지만 공사에 동원한 노동자 사이에서 황열병이 유행하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뇌물 스캔들도 터지면서 1889년 공사를 중단했다. 질병이 거대 공사를 포기하게 만든 셈이다.1904년 권리를 인수해 공사를 재개한 미국은 군의관을 동원해 황열병을 막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했다. 역학(疫學)을 공부한 군의관 월터 리드는 황열병이 모기를 매개로 전염된다는 쿠바인 카를로스 핀라이의 연구를 바탕으로 파나마 늪지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모기 퇴치 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미국은 황열병을 누르고 1914년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바이러스 존재를 확인하기도 전에 역학을 활용한 과학적 연구 끝에 예방법을 찾은 셈이다. 역학의 승리다. 이는 보건학과 역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엄청난 업적이다.황열병의 원인은 1927년 황열병 바이러스로 밝혀졌다. 남아프리카 출신의 미국 미생물학자 막스 타일러는 1937년 황열병 백신을 개발했으며 그 공로로 195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아프리카 출신의 인물이 받은 첫 노벨상이다. 황열병은 한 차례 백신 접종으로 평생 면역을 얻을 수 있지만 치료제는 아직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감염된 다음에는 해열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고작이며, 인체 면역력으로 병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바이러스 전쟁서 최고 무기는 ‘백신’ 설사를 유발하는 노로 바이러스의 경우는 치료제는 물론 백신조차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손 씻기 등 위생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발병했을 경우 대증요법 외에 방법이 없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풍진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풍진의 경우 국내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오랫동안 고질병으로 통해왔다. 하지만 2001년 전국 동시 예방접종을 하면서 대대적으로 감소했다. 현재는 매년 10건 이하만 발생해 희귀병이 됐다. 동물에겐 광견병을, 사람에겐 공수병을 일으키는 광견병 바이러스도 백신과 치료법 개발로 사라져가고 있다. 국내에선 광견병이 2014년, 공수병이 2005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이처럼 개발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백신은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가장 유용한 ‘과학 무기’다. 에볼라·지카 바이러스와 함께 이번에 우리가 싸우고 있는 코로나19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인간의 면역력을 키워준다. 백신은 이미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임상 실험에 들어갔다. 백신은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 주사해 임상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과정이 조심스럽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70건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가 보고됐다고 4월 13일 밝혔다. 이 가운데 3건에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동물 시험이나 시험관 시험 등 임상 정 시험 단계다.신종 항바이러스제를 비롯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활용한 항체 의약품과 혈장치료제 개발에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다. 에볼라 치료제인 렘베시비르 등 기존의 항바이러스제나 항체 형성제, 면역 시스템의 과도한 반응을 치료해주는 항염제 등 다양한 코로나19 치료의약품이 개발 중이다.인류와 코로나와의 전쟁이 바야흐로 막이 올랐다. 그 한복판에 면역이 있고, 이를 획득하는 수단은 과학이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2020.04.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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