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인 비용’뿐 아니라 주인비용 도 줄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놓고 미국 자본의 농간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한된 주식시장에 들어와서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보다 아예 통째로 한국기업을 무더기로 사서 ‘장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화환율도 올라가 그리 큰 돈이 안 들어가는 데다 실물부문은 경쟁력이 있어 인원감축 등 조금만 손보면 비싼 값으로 되팔아 치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인수·합병(M&A)의 장벽 제거와 감원은 미국 자본의 필사적인(?) 요구라는 분석이 지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을 한편으로는 무시하더라도 또 한편으로는 지금 우리네 최대 현안이 ‘빅딜’이라는 이름의 기업간 M&A와 감원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M&A와 감원은 과연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인데 현재 이에 대해 서로 상반된 답변을 하고 있는 이론으로 대리인 비용 이론(Agency Cost Theory)과 조직능력 이론(Organizational Capability Theory)이 있다. 대리인 비용 이론은 기업내 임직원들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기업조직이나 상급자들의 이익을 무시하면서, 심지어는 오히려 그들을 희생시키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주주 등 기업의 주인들은 최고경영자를 포함해 기업의 임직원들이 적절히 일하고 있는지를 감시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대리인 비용 이론은 최고경영자 등 대리인들이 주주 등의 주인이나 상급자를 속여가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비용과 이를 감시하기 위해 드는 비용의 두 가지를 비교해 감시할지 안 할지를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M&A는 기업의 경제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기업의 효율성을 일정 부분 희생시킨 상황에서 자기이익을 추구한 경영자들에게 M&A는 교육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자금 때문에 빚이 크게 늘어난 기업의 경영자들은 보다 신중해진다. 또 관련 금융기관들은 경영자의 성과를 통제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므로 경영자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M&A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대리인 비용 이론은 설명한다. 반면 조직능력 이론은 M&A가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본다. 가령 조직능력 이론이 기업의 경제적 성과 평가에서 가장 중시하는 연구개발지출은 M&A 활동중 초래된 막대한 부채부담으로 억제된다고 본다. 또 M&A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감원은 조직의 움직임을 저해하고 장기 근속자들이 갖고 있는 누적된 지식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조직능력 이론은 기본적으로 대리인 비용의 크기 문제는 해당기업의 조직능력에 따라 다른 것이고 이러한 조직능력은 복합적인 역사적 과정을 통해 발전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 데서 태동한 이론이다. 그렇다면 이 둘 중 어느 이론이 지금 시점에서의 우리 실정에 보다 타당한 것일까. 요즘의 M&A는 상당 부분 막대한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되는 측면이 크다. 게다가 이제까지 우리 기업들의 목적이 규모의 확대에 있었기 때문에 조직능력의 향상에 그리 큰 도움이 안 되는 인건비 등의 지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직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잣대에 의한 감원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우리 기업은 비록 오너지배형 경영방식이지만 미국 등과는 달리 오너 개인의 사적 목적에 의한 기업경영자원의 낭비가 상당했다. ‘주인비용(Principal Cost)’이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을 이러한 비용은 M&A 등으로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점에서 M&A는 보다 활성화 돼야 하고 감원은 일정부분 감내해야만 될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의 다운사이징은 기업의 조직능력을 훼손하는 ‘덤사이징(Dumbsizing)’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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