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놓기 아까워도알짜라야 팔린다
“제값을 못 받더라도 과감하게 팔아라. 나한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 ‘구조조정’이라는 화두를 들고 초비상사태에 돌입한 재계를 향해 두산그룹 박용만 실장이 던진 해법이다. 나한테 불필요하다고 여겨 내놓은 계열사나 부동산은 남한테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극히 당연한 듯 하지만 ‘걸레론’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구조조정’이라는 절대명제를 놓고 기업들이 고민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개방화·국제화를 외칠 때 기업들엔 이미 피할 수 없는 명제로 주어졌었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못했다. 체질개선 한답시고 정리하거나 팔려고 내놓은 자산목록은 대부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껍데기였기 때문이다. 설령 떼어낸다 하더라도 경쟁력 회복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사업부나 업종을 가지치기 하는 정도였다. 결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시기를 놓치고 IMF통치를 맞게 됐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진정으로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할 각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내걸었던 슬로건들은 구두선에 불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부동산은 여전히 기업들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치부돼 왔고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온 계열사들은 내놓기가 아까웠 던 게 사실이다. 두산의 구조조정이 주목을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산은 그런 인식을 과감하게 깼다. 96년 이후 알토란 같은 계열사와 부동산을 매각했다.
두산, 알토란 같은 회사 팔아 그간 약 8천억원에 이르는 자산을 무자비할 정도로 팔아치웠다. 처분자산 목록을 보면 말 그대로 수족을 자르는 아픔을 견뎌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 1백주년 잔치를 성대하게 치른 두산은 축제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 칼을 뽑아 들었다. 잔치가 끝나자마자 그룹측은 한국네슬레 주식 1백53만주를 팔았다. 이어 한국3M, 한국코닥 등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잇따라 처분했다. 코카콜라, 한국3M, 한국코닥 등은 한결같이 흑자가 나는 알토란 같은 회사였다. 96년 한국3M은 1백97억원, 한국코닥은 59억원, 코카콜라는 36억원의 흑자를 낸 바 있다. 두산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2만평 규모의 영등포공장을 팔았다. 시가보다 훨씬 낮은 1천2백58억원밖에 받지 못했지만 당장 현금조달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팔아치운 것이다. 올 들어서도 10월 OB맥주와 두산음료를 합병한데 이어 11월 코카콜라사업을 4천3백22억원에 미국 본사로 팔아넘겼다. 이밖에도 두산농산·상사·백화 등 계열사가 갖고 있던 공장, 농장, 창고부지 등을 미련없이 팔아버렸다. 그룹의 모태나 다름없는 영등포공장의 매각은 사내외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원로들은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금융가에선 부도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었다.
IMF한파 거래 “뚝”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두산은 재계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 무자비한 자산매각으로 침몰해 가던 그룹을 회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IMF 한파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이제는 자산을 매각하고 싶어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IMF폭풍이 몰아치기전까지는 부도가 났거나 화의신청한 기업들이 내놓은 매물 가운데서도 일부는 팔려 나갔다. 대농은 지난 5월 말 부도유예기업으로 지정받은 후 한 달 사이 10여개 계열사를 처분했고, 진로는 진로하이리빙, 엔지니어링, 플라즈마 등 3개 법인과 서초동 진로종합유통부지 등 5건의 부동산을 매각할 수 있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쌍용도 일찌감치 매를 맞아 전화위복이 된 케이스. 쌍용은 지난 4월 서울 도곡동 연구소 건물을, 9월에는 쌍용양회 창동공장과 미국 리버사이드 시멘트사를 팔았다. 10월에는 쌍용제지 주식을 미국 P&G에 넘겼다. 그러나 기아, 해태, 뉴코아등 뒤늦게 부도가 났거나 화의신청한 기업들이 내놓은 매물들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아 그룹의 경우 2조2천억원이 넘는 보유부동산을 내놓았지만 팔린 것은 겨우 1천3백억원 가량. 현재 50여건의 상담이 진행중이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20여건의 계열사와 부동산을 내놓은 뉴코아도 마찬가지. 회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체나 M&A전문기업들로부터 자료요청이 많았으나 요즘은 아예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극심한 불황 탓도 있지만 부가가치세 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세제도 문제다. 문제는 여전히 기업들이 알짜는 감추고 내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금호그룹은 당초 내년에 도입키로 한 항공기 5대 가운데 1~2대만 리스로 들여오고 나머지는 일단 유보키로 했다. 또 금호부동산중개와 GE화학을 청산하고 금호산업개발, 남일, 경호건설 등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화는 (주)한화소유 수도권 소재 부동산 1백만평과 한화종합화학 여천사택부지 7만평, 한화유통소유부지 일부를 매각키로 했다. 한화바스프우레탄도 처분하기로 했다. 동양그룹은 동양글로벌과 동양해운, 동양할부금융과 동양카드를 각각 합병하는 선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 쌍방울은 레이더스, 쌍방울GF, 쌍방울 룩 등 3개 계열사를 내놓는 선에서 그쳤다. 상위 5대 그룹은 상대적으로 막강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 엘지, 선경그룹 등이 일부 사업 정리 등 경비절감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계열사나 보유부동산 처분 얘기는 없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처분해야 할 부동산이 없다”고 말했다. 엘지그룹 관계자도 “백화점 사업을 하고 싶어도 땅이 없어 못하는 처지”라며 오히려 하소연이다.
이제 ‘버리기 경영’할 때 전경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계사업정리와 보유자산처분을 추진중인 기업이 22개(81.5%), 19개(70.4%)에 이르고 있으나 정작 쓸만한 물건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황을 하루 빨리 극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팔리는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두산그룹 박용만 실장의 충고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버리기 경영’과 일본의 ‘버티기 경영’은 되새겨봄 직하다. 세계 제일의 반도체(메모리)제조회사였던 미 인텔은 일본 기업들이 추격해오자 과감하게 손을 뗐다. 대신 중앙처리장치(CPU)로 전환, 오늘날의 위치를 굳힐 수 있었다. 네덜란드 필립스도 90년대 초 채산성이 떨어지는 독일, 프랑스 자회사를 매각한데 이어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S램 공장을 과감하게 팔아치운 적이 있다. 반면 주류업체인 일본의 산토리는 맥주시장에 후발업체로 참여했으나 시장점유율 10%를 넘기지 못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버티기’작전으로 나가고 있다. 이제는 ‘버리기’경영을 잘 해야 할 때다.
두산, 알토란 같은 회사 팔아 그간 약 8천억원에 이르는 자산을 무자비할 정도로 팔아치웠다. 처분자산 목록을 보면 말 그대로 수족을 자르는 아픔을 견뎌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 1백주년 잔치를 성대하게 치른 두산은 축제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 칼을 뽑아 들었다. 잔치가 끝나자마자 그룹측은 한국네슬레 주식 1백53만주를 팔았다. 이어 한국3M, 한국코닥 등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잇따라 처분했다. 코카콜라, 한국3M, 한국코닥 등은 한결같이 흑자가 나는 알토란 같은 회사였다. 96년 한국3M은 1백97억원, 한국코닥은 59억원, 코카콜라는 36억원의 흑자를 낸 바 있다. 두산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2만평 규모의 영등포공장을 팔았다. 시가보다 훨씬 낮은 1천2백58억원밖에 받지 못했지만 당장 현금조달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팔아치운 것이다. 올 들어서도 10월 OB맥주와 두산음료를 합병한데 이어 11월 코카콜라사업을 4천3백22억원에 미국 본사로 팔아넘겼다. 이밖에도 두산농산·상사·백화 등 계열사가 갖고 있던 공장, 농장, 창고부지 등을 미련없이 팔아버렸다. 그룹의 모태나 다름없는 영등포공장의 매각은 사내외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원로들은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금융가에선 부도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었다.
IMF한파 거래 “뚝”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두산은 재계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 무자비한 자산매각으로 침몰해 가던 그룹을 회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IMF 한파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이제는 자산을 매각하고 싶어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IMF폭풍이 몰아치기전까지는 부도가 났거나 화의신청한 기업들이 내놓은 매물 가운데서도 일부는 팔려 나갔다. 대농은 지난 5월 말 부도유예기업으로 지정받은 후 한 달 사이 10여개 계열사를 처분했고, 진로는 진로하이리빙, 엔지니어링, 플라즈마 등 3개 법인과 서초동 진로종합유통부지 등 5건의 부동산을 매각할 수 있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쌍용도 일찌감치 매를 맞아 전화위복이 된 케이스. 쌍용은 지난 4월 서울 도곡동 연구소 건물을, 9월에는 쌍용양회 창동공장과 미국 리버사이드 시멘트사를 팔았다. 10월에는 쌍용제지 주식을 미국 P&G에 넘겼다. 그러나 기아, 해태, 뉴코아등 뒤늦게 부도가 났거나 화의신청한 기업들이 내놓은 매물들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아 그룹의 경우 2조2천억원이 넘는 보유부동산을 내놓았지만 팔린 것은 겨우 1천3백억원 가량. 현재 50여건의 상담이 진행중이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20여건의 계열사와 부동산을 내놓은 뉴코아도 마찬가지. 회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체나 M&A전문기업들로부터 자료요청이 많았으나 요즘은 아예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극심한 불황 탓도 있지만 부가가치세 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세제도 문제다. 문제는 여전히 기업들이 알짜는 감추고 내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금호그룹은 당초 내년에 도입키로 한 항공기 5대 가운데 1~2대만 리스로 들여오고 나머지는 일단 유보키로 했다. 또 금호부동산중개와 GE화학을 청산하고 금호산업개발, 남일, 경호건설 등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화는 (주)한화소유 수도권 소재 부동산 1백만평과 한화종합화학 여천사택부지 7만평, 한화유통소유부지 일부를 매각키로 했다. 한화바스프우레탄도 처분하기로 했다. 동양그룹은 동양글로벌과 동양해운, 동양할부금융과 동양카드를 각각 합병하는 선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 쌍방울은 레이더스, 쌍방울GF, 쌍방울 룩 등 3개 계열사를 내놓는 선에서 그쳤다. 상위 5대 그룹은 상대적으로 막강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 엘지, 선경그룹 등이 일부 사업 정리 등 경비절감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계열사나 보유부동산 처분 얘기는 없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처분해야 할 부동산이 없다”고 말했다. 엘지그룹 관계자도 “백화점 사업을 하고 싶어도 땅이 없어 못하는 처지”라며 오히려 하소연이다.
이제 ‘버리기 경영’할 때 전경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계사업정리와 보유자산처분을 추진중인 기업이 22개(81.5%), 19개(70.4%)에 이르고 있으나 정작 쓸만한 물건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황을 하루 빨리 극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팔리는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두산그룹 박용만 실장의 충고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버리기 경영’과 일본의 ‘버티기 경영’은 되새겨봄 직하다. 세계 제일의 반도체(메모리)제조회사였던 미 인텔은 일본 기업들이 추격해오자 과감하게 손을 뗐다. 대신 중앙처리장치(CPU)로 전환, 오늘날의 위치를 굳힐 수 있었다. 네덜란드 필립스도 90년대 초 채산성이 떨어지는 독일, 프랑스 자회사를 매각한데 이어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S램 공장을 과감하게 팔아치운 적이 있다. 반면 주류업체인 일본의 산토리는 맥주시장에 후발업체로 참여했으나 시장점유율 10%를 넘기지 못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버티기’작전으로 나가고 있다. 이제는 ‘버리기’경영을 잘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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