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서 거지까지 안 해본 일 없는 (주)네오콤코리아 오치우 사장
시인에서 거지까지 안 해본 일 없는 (주)네오콤코리아 오치우 사장
“사람마음 움직여 돈이 나오게 하자” 이 전략은 그가 군대를 제대하고 뒤늦게 대학(고려대)에 입학한 83년의 첫 사업에서 빛을 발한다. 형님의 사업이 어려워져 집까지 날리자 직접 학비를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배운 것이 생각 나더군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도록 해야 했습니다.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다녔지요.” 그가 3개월을 발로 뛰어 다니며 찾아 낸 사업 아이템은 팝콘 리어커. 7월의 한여름이었으니 실소를 자아낼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확신이 있었다. “당시 한여름 팝콘장사를 하는 곳은 서울 시내에 롯데 백화점 앞 1곳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계산해 보니 하루 매상이 30만원은 족히 됐다”는 것이다. 그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종로 2가 뒷골목에 차려 놓은 팝콘 리어커에서 올린 첫 날 매상이 7만여원. 순익이 95%에 이르니 장사 첫 날 밑천 7만5천원을 건졌다. 그의 표현대로 “앉아서 떼돈을 번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팝콘을 서비스로 내놓는 카페나 생맥주집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건방진 리어커 장사꾼’이라는 비웃음을 무릅쓰고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6명이나 고용, 적극적인 판촉에 나섰다. 1인당 5천원어치 팝콘을 하루 2시간씩 돌아다니며 8∼10개 업소에 팔았으니 1인당 매상만 4만∼5만원. 하루 매상은 40만원에 이르렀다. 오사장은 이 좋은 사업을 1년만에 때려치운다. 돈도 벌만큼 번데다 “더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였다. 새로운 아이디어 사업을 찾아다니던 그의 눈에 띈 것이 포장마차였다. 당시 기껏 해야 월 1백만∼1백5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일거에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다. 떠돌이 손님이 아닌 고정 손님에게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회원제 포장마차’가 그것이다. 그의 계산은 이랬다. 우선 1주일치 회원권을 1만원에 팔고 주당 회원을 1백명 확보한다. 이들은 해당 주에 몇 차례를 와도 공짜로 술과 안주를 먹는다. 주 회원이 1백명이면 월 회비만 4백만원. 일반 포장마차의 매출액 2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회원들이 1주일 내내 술을 마시러 오는 것도 아니고 혼자 오는 것도 아니어서 수익도 짭짤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남의 사업에 대한 투자와 조직생활에서는 연전연패. 후배의 도자기 사업에 투자했다가 길에서 번 돈을 몽땅 까먹었는가 하면 그것도 부족해 채권자를 피해 수년간 산속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산에서 내려 온 90년대 초에는 체질에 맞지 않는 조직생활까지 해야 했다. 한 지방신문의 창간 작업을 돕기도 했고 모기업의 홍보실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 그가 소속됐던 회사는 줄줄이 도산했다. 결국 그는 처음으로 돌아갔다. 아이디어로 먹고 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길거리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는 없었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 회사 설립.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팔겠다는 생각에서다. 오사장은 93년 네오콤코리아라는 광고컨설팅회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아이디어 판매에 돌입했다. 아이디어 하나를 5천만원에 팔기도 그의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의 이름을 남긴 첫 작품이 ‘소설 목민심서.’ 신생 출판사여서 광고나 판매전략이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오사장은 회사를 찾아가 1백만부 판매를 장담했다. “당시 사회 상황과 꼭 맞았던 데다 책 내용도 좋아 자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사장이 제시한 내용이 맘에 든 회사는 그에게 10억원의 광고비를 책정했다. 오사장이 취한 것은 전략광고 기법. 새 책의 출간만을 알려주던 고지광고 일색의 출판계로서는 충격적인 발상이었다. 30대 직장인, 20대 오피스걸, 대학생, 중·고생 등을 타깃으로 각각의 계층에 호소하는 광고를 차례로 내보낸 것이다. 계층별 판매부수는 대략 50만부. 모두 2백50만부가 팔리며 출판계의 기념비적 저작으로 만든 1등 공신이었다. 오사장의 아이디어는 이후 제철을 만난듯 팔렸다. 특정 분야도 없어 여기저기를 넘나들었다. 출판물에서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중소기업에서 TV, 나이트클럽으로. 활동 무대는 종잡을 수 없이 확장된 것이다. 이 중 부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달랑 아이디어만 하나 내놓고 돈을 받았다. 그것도 무려 5천만원의 거액이다. 나이트클럽은 오사장의 아이디어 하나로 개장 첫 날 1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려 하루 만에 아이디어값을 챙길 수 있었다. 그는 광고업계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몇년간 ‘게릴라 광고’라는 새로운 분야를 이끈 것이다. 게릴라처럼 소비자들의 빈틈을 파고 들어 순식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1백만원짜리 청바지, 1백만원의 1캐럿 다이아몬드, 중소기업 TV큰시장 등이 이같은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대표작들이다. 특히 중소기업 TV큰시장은 행사 기간중 보고된 매출만 6백억원에 달한 대성공작으로 꼽힌다. 오치우 사장은 아이디어 하나로 연간 30여개 아이템을 처리하고 올 예상 매출액이 20억원에 달하는 알찬 기업을 일궜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만화책을 가장 열심히 본다는 그의 경영철학도 만화 속 이야기 같다. “연간 2개월 이상의 방학이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의 황당무계한 아이디어가 큰 성공을 거뒀던 것에 비춰 보면 현실로 드러날 수 있는 철학. 그는 자신만만하다. 오히려 아주 쉽다고 말한다. “10개월 일해 1년 먹을 것을 벌면 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알고 보면 정말 쉬운 일이다. 02-538-5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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