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칼럼]술집주인의 야구해설.
단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다면 ‘모험’이나 ‘도전’이란 말이 어울리지 ‘아름답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조직이나 상사의 간섭을 피해 창업을 감행한 경우에도 그것은 또 다른 ‘선택’일뿐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창업이 아름다운 이유는 내가 내게 솔직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불경기에다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반 평생을 기업에서 보낸 중년의 명퇴자들은 몇 푼의 퇴직금을 쥐고 고민의 나날을 보낸다. 재취업이란 희망 줄을 거머쥔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창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선택하게 되는 창업은 아름답지 못하다. 실패할 확률도 높다. 창업은 내가 내게 솔직한 선택을 하여 속으로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올 때라야 성공할 수 있다. 필자가 15년 전 일본 유학 시절에 만난 선술집 주인 스즈키는 ‘창업의 미학(美學)’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다. 온 일본 국민들이 지금도 열광하는 유명한 고시엔 고교 야구대회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그는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오미야란 곳에서 10평 남짓한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건물 2층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로 학생을 가르치던 필자는 강의가 끝나면 종종 술 좋아하는 원장 선생님과 함께 그 가게에 들러 오뎅 안주에 맥주를 마시는 게 낙이었다. 부인과 단둘이 운영하는 그 선술집은 늘 만원이었고, 웃음소리가 그치는 날이 없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특별히 술 시중드는 수다쟁이 여종업원을 둔 것도 아닌데 아랫배 튀어나온 40대 주인이 어떻게 저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 의문은 금방 풀어졌다. 일본의 야구 열기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 도로 뜨겁다. 특히 도쿄와 인근 도시에서는 조성민이 활약하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5명 중 4명이 자이언츠팬이라고 보면 된다. 선술집 주인 스즈키는 투수 출신답게 해박한 야구 지식으로 무장한 그 지역 자이언츠 홍보부장 노릇을 했다. 손님에게 술을 따르면서도 야구 이야기, 안주를 만들어내면서도 야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손님들도 자연히 거기에 동화되었다. 스즈키는 ‘술과 야구’를 그 선술집의 컨셉트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물론 의도한 전략은 아니었지만. 필자는 힘든 선술집을 경영하면서 그토록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스즈키를 보면서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스즈키는 손님들로부터 돈을 받고 술을 파는 영업 행위를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솔직한 삶에 있었다. 스스로에게 재미를 던져주는 삶의 행위가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으로 이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새로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은 사업의 결과물인 ‘돈’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자기만의 ‘창업미학’을 발견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이 뒤따라 온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라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진리는 보편적인 곳에 있다. ‘Move Your Heart (당신의 마음을 움직여라)’ 창업으로 성공하려면 몸이나 돈이 먼저 움직여서는 안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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