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美 발급 까다롭고 유럽은 직불카드 중심

美 발급 까다롭고 유럽은 직불카드 중심

이른바 ‘신용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경우 가구당 카드빚은 평균 8천5백 달러(약 1천만원) 정도다. 이 가운데 카드사들이 떼일 걸로 보는 악성 빚은 지난해 말 기준 6.59%로 9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 카드 빚에 얽힌 자살과 범죄가 크게 늘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로선 미국도 빚더미 아니냐고 강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카드 발급 과정과 카드빚을 해결하는 대목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 신용카드는 현금을 대신할 뿐 아니라 신분증 구실도 한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엄격한 편이다. 특히 얼마나 잘 갚느냐는 ‘신용도’가 중요하다. 물론 대학 입학식 때 이벤트식으로 ‘유혹’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우리처럼 길거리에서 막 나눠주는 식의 카드 발급을 상상도 못할 일이다. 유학생이나 이민자처럼 미국에서 신용거래가 없는 사람이 카드를 받으려면 보증인을 세우든지, 어느 정도의 돈을 예치해야 한다. 남의 신용이라도 빌려야 된다는 얘기다. 그 만큼 신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국 대학생의 경우 대학에 들어간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기 이름의 전화를 만드는 것이다. 전화 요금을 꼬박꼬박 잘 갚으면서 신용을 쌓으면 대학 2∼3학년 때 쯤에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부모를 비롯 신용이 좋은 사람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가족 카드’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런 풍경이 더욱 흔하다. 물론 미국 대학생들도 직장을 잡기도 전 카드 빚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카드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에서는 신용카드보다는 직불카드가 더 많이 쓰인다. 물론 미국과 마찬가지로 개인신용정보회사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신용카드가 많이 쓰인다. 그러나 대륙계로 분류되는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는 직불카드가 보편적이다. 빚을 죄악시 하는 기독교적 전통 등의 영향에서인지 소매점들이 카드를 많이 받지 않았다. 또 카드업계를 미국계가 쥐고 있어 반발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발급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과 더불어 빚이 많은 사람이나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잘 돼 있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미국도 80년대 경기 호황 시기에 신용카드 남발로 숱한 개인 파산자가 생겼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 일부의 변제 계획안을 만들어 법원의 승인을 받고 계획대로 갚아나가면 나머지 돈은 탕감해 주는 식의 개인갱생절차법 등이 있어 우리처럼 자살이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불상사는 적었다. 민간갱생절차법을 도입한 일본에서도 이 법을 만들기 전까지 미국처럼 신용카드 빚의 10∼20%만 갚으면 빚을 면책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 독일의 경우도 채무자와 채권 은행이 사적 합의를 거쳐 빚의 일부만 갚거나, 갚는 시기를 미뤄주는 방안을 합의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드사들이 이른바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마련하고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카드 발급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의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카드를 둘러싼 사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허둥지둥 팔을 걷고 나서자 카드사들이 등 떠밀려 내놓은 방안들이다. 이건범 금융연구원 비은행금융팀 부연구원은 “카드 종합대책대로만 되면 미국을 앞서는 수준”이라며 “언제나 그랬듯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퇴사-취업' 반복하면...실업급여 '최대 50%' 삭감

2치킨값이 금값...배달비 포함하면 1마리에 3만원

3"대화 의지 진실되지 않아"...의대생단체, 교육부 제안 거부

4부광약품 "콘테라파마, 파킨슨병 치료제 유럽 2상 실패"

5"불황인데 차는 무슨"...신차도, 중고차도 안 팔려

6큐라클 "떼아, 망막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반환 의사 통보"

7'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논란에...정부, 하루 만에 발표 수정

8‘검은 반도체’ 김, 수출 1조원 시대…티맥스그룹, AI로 ‘품질 관리’

9이제 식당서 '소주 한잔' 주문한다...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

실시간 뉴스

1'퇴사-취업' 반복하면...실업급여 '최대 50%' 삭감

2치킨값이 금값...배달비 포함하면 1마리에 3만원

3"대화 의지 진실되지 않아"...의대생단체, 교육부 제안 거부

4부광약품 "콘테라파마, 파킨슨병 치료제 유럽 2상 실패"

5"불황인데 차는 무슨"...신차도, 중고차도 안 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