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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제 브레인들/김정일의 개혁 三頭馬車 박남기·문일봉·이광근

北 경제 브레인들/김정일의 개혁 三頭馬車 박남기·문일봉·이광근

북한의 경제해격을 이끌고있는 김정의 국방위원장(앞줄가운데)
지난 9월5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 2층 남북통일축구대회 환영만찬장.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북측대표단장인 축구협회 이광근(48) 위원장이었다. 그는 약간 수줍음을 타는 듯했지만, 세련된 매너와 힘 있는 인사말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북에서 뭐하는 사람인데 저렇게 세련됐지”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는 단순한 스포츠계 인사가 아니다. 북한의 대외무역을 책임지고 있는 무역상으로, 대서방 무역실무에 밝다. 7월1일 단행된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에도 깊이 관여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브레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46살에 파격적으로 상(장관)에 등용된 떠오르는 ‘제3세대 경제관료’다. 이 무역상의 부친은 20년간 고 김일성 주석의 심장주치의였다. 북한의 장관급 이상 고위간부들의 전용병원인 평양 봉화진료소 부소장도 겸했던 그는 金주석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 1년 전인 1993년 중풍으로 물러났다. 외교관 출신의 한 탈북자에 따르면 김위원장이 김주석 사망한 후 “李무역상의 부친이 있었다면 김주석이 쉽게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한다. 본인의 뛰어난 실무능력과 함께 金위원장과의 이런 특별한 ‘인연’ 때문에 고속승진이 가능했던 것이다. 북한 내각의 고위관료들이 대부분 60∼70대란 점에서 그의 발탁은 9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 번지고 있는 행정관료의 세대교체 분위기와 남북경협의 적극화,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적응하려는 북한당국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실제로 그는 무역상에 취임한 후 유럽연합(EU)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와 경제교류 확대를 주도했고, 무역성 산하에 ‘자본주의 제도연구원’을 신설하는 등 시장경제에 대한 연구활동과 정보수집을 강화했다. 김위원장이 “자본주의 생존방식과 대기업의 관리능력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는 지시를 경제간부들에게 내린 직후였다. 김위원장의 인사 스타일은 노·장·청을 고르게 배합하는 보수적 성향을 보여 왔다. 현재 김위원장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경제브레인들도 노·장·청년층이 노동당과 내각에 고루 분포돼 있다. 다만 노동당의 경제당료는 주로 경제정책의 전반적인 기획과 검열을, 내각의 경제관료는 실무기획과 집행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경제당료들이 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이들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 최고원로급 경제당료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의 한성룡(79) 경제담당비서와 전병호(76) 군수담당비서, 그리고 총리를 지낸 연형묵(71) 자강도당책임비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부친이 일제 강점기 만주지역에서 항일운동을 할 때 김일성 주석과 인연을 맺은 ‘항일빨치산 2세대’들로 만경대혁명학원을 나와 70년대 金위원장이 후계체제를 구축할 때 선봉에 섰던 인물들이다. 70년대부터 당과 정무원(98년 내각으로 개칭)의 경제부서를 오가며 김위원장의 경제노선을 뒷받침했고, 옛 소련과 동구권에 유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연형묵은 민수담당 한성룡, 군수담당 전병호 비서와 달리 국방위원을 겸직하면서 경제전반에 대해 김위원장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90년 총리회담 때 서울에 왔었고,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있었던 김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정상회담에 배석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들과 비슷한 위상의 실무 경제관료로는 홍성남(73) 총리와 박남기(74) 국가계획위원장을 들 수 있다. 洪총리는 체코 프라하공과대학에 유학한 후 부총리·국가계획위원장 등의 요직을 역임하고, 98년 총리에 올라 경제재건을 지휘하고 있다. 朴국가계획위원장은 98년 9월에 단행된 내각 개편에서 10년 만에 다시 국가계획위원장에 복귀한 김위원장의 오랜 측근이다. 경제통계에 밝은 그는 80년대부터 김위원장의 경제자문역으로 일해왔으며, ‘경제관련 정책아이디어는 박남기를 거쳐 보고하라’고 김정일이 지시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김책공대를 나와 소련 레닌그라드공대에 유학한 그는 국가계획위원장·당경공업담당비서·최고인민회의 예산심의위원장 등 당과 정부의 경제요직을 두루 거쳤다. 朴위원장은 ‘경제사령부’라고 불리는 국가계획위원회의 수장으로서 김위원장이 98년부터 구호로 내건 ‘경제강국’ 건설과 이번 ‘경제개혁’조치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다.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지난 8월 김위원장의 연해주 방문 때 동행해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했다. 이들의 뒤를 잇는 차세대 경제관료로는 김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56) 노동당 경공업부장, 김위원장과 김일성종합대학 동창인 홍석형 함북도당 책임비서, 군수분야의 측근으로 떠오른 주규창(60대 중반)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을 빼놓을 수 없다. 金부장은 북한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세 중 실세다. 무엇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동생으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데다 지난 87년부터 노동당 경공업부장을 맡아 실무능력까지 검증받은 경제통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모스크바대학에 유학한 金부장은 주로 노동당 국제부에서 활동하다 경공업부장을 맡으면서 노동당의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했기 시작했다. 특히 96년부터 1년여간 북한의 주요 경제·행정간부들을 검열하는 ‘특별임무’을 맡아 전국을 실사(實査)하기도 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97년에는 경제·대외무역 부문의 부조리에 칼을 들이대 경제관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주도했다. 지난해 7월 함북도당 책임비서로 발탁된 홍석형(60대 초반)은 특이한 경력의 인물. 48년 월북해 초대 내각 부수상을 역임한 홍명희가 그의 할아버지이고, 아버지 홍기문은 북한 사회과학원 부원장을 지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김일성 수상 관저에 드나들며 金위원장과 어울렸고, 대학도 함께 다녔다. 특히 그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기술자로 시작해 이 공장의 당 책임비서를 거쳐 국가계획위원장(93년)과 정치국 후보위원(당서열 14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98년 국가계획위원장에서 해임된 뒤 김책제철연합기업소·성진제강연합기업소·청진조선소 등 북한의 주요 공업시설이 집중돼 있는 함북도당 책임비서로 임명된 데는 이 지역의 기간산업을 되살리려는 김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金부장과 洪책임비서가 민간경제통이라면 주규창 제1부부장은 고령인 전병호비서를 대신해 군수공업을 총괄하고 있는 실세다. 그는 지난해 2월 제2자연과학원장으로 있다가 승진했으며, 평생 군수분야에서만 일해온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91년 제2자연과학원(전 국방과학원) 원장으로 임명된 뒤 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98년 8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미사일 개발을 실무적으로 관장한 장본인이다. 최근 그는 김위원장의 군대와 경제분야 현지지도에 빠지지 않고 수행해 김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7·1경제관리 개선’ 조치와 관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경제관료로 문일봉 재정상을 들 수 있다. 2000년 10월 등용돼 재정과 금융을 책임진 文재정상은 재정과 금융·무역업무에 밝은 전문가로 국가계획위원회 가격제정국 국장과 러시아 주재 북한대표부 무역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최근의 ‘경제개혁’ 조치와 관련해 새로운 부기법(簿記法, 회계법)과 독립채산제 운영규정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8일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은 재정성이 인민경제의 분야별 경리운영방법, 소유형태에 관계 없이 모든 기관·기업소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부기방법을 완성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는 한마디로 박남기·문일봉·이광근 트로이카가 실무적으로 준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내각의 김창식 농업상·이주오 경공업상 등이 새로이 등용된 신진 경제관료들이지만, 김위원장의 측근 경제브레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정일 위원장의 오랜 경제자문그룹 외에 최근 등용된 경제브레인들은 실력과 활동력을 갖춘 김일성종합대학 60년대 학번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해외동포는 “대학 시절 김위원장은 자신이 정치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동기들에게 여러 전망 있는 분야로 진출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 중 많은 사람들이 현재 공장·기업소 지배인이나 내각의 고위 관료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광근 무역상의 사례처럼 해외경험이 있는 무역분야의 젊은 경제전문가들이 김위원장의 측근으로 속속 부상하고 있어 북한의 경제개선과 대외개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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