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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액대출시장 쟁탈전 가열

美 소액대출시장 쟁탈전 가열

윌리엄 웹스터는 일반 은행들이 외면했던 저소득층 대상 소액대출을 ‘성공사업’으로 일궈냈다. 그러자 일반 은행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텃밭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액신용대출(Payday Loan)’ 사업이 번창하고 있지만 그만큼 욕도 많이 먹는다. 소액신용대출 업체들은 대출금 연체자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하지만 어드밴스 아메리카(Advance America)는 다르다. 어드밴스 아메리카는 고객에게 깍듯한 어조로 ‘약속 날짜’ 하루 전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환을 부탁한다.

캘리포니아주 호손 소재 어드밴스 아메리카 지점에서 최근 255달러를 대출받은 24세의 한 고객은 “정말 친절한 회사”라며 “문제가 생기면 해결법도 도와준다”고 덧붙였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일정관리 담당자였던 어드밴스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웹스터 4세(William Webster IV ·45)는 “연체 고객을 위협하거나 고소하지 않는다”며 “신용 당국에 신고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신용평가가 잘못될 경우 당연히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어드밴스 아메리카는 온건한 고객관리에 힘입어 말 많고 탈도 많은 250억 달러 규모의 소액신용대출 시장에서 최대 업체로 성장했다. 소액신용대출 업체들은 대출금 회수에 강압적 수단까지 동원하고 연300∼1,000%의 고리를 적용하며 주로 가난한 약자들만 상대한다며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린다. 반대로 웹스터는 소액신용대출 산업의 추악한 이미지를 개선시켰다. 미국 32개 주에 1,800개 지점이 있는 어드밴스 아메리카의 지난해 대출액은 20억 달러, 수수료율은 2주 최고 18%다.

웹스터는 요즘 전혀 예상치 못한 도전을 받고 있다. 오래 전 저소득층에 대한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떠났던 일반 시중은행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당좌대월 특별 서비스’, ‘우대 당좌대월 서비스’, ‘부도 방지 서비스’처럼 완곡한 명칭으로 불리는 소액신용대출은 현재 미국의 1,600개 은행 ·금융기관에서 취급하고 있다. 고객의 수표가 부도나 발행 지점으로 돌아오면 지점장 결재 없이 자동 결제해주고 은행은 수수료를 챙긴다. 한편 소비자는 소액신용대출 같은 효과를 얻는다. 몇몇 은행은 이런 신종 서비스가 ‘다음 월급날까지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한’ 고객들을 위한 ‘무담보 대출’이라고 선전한다.

‘우대 서비스’ 비용이 결코 싼 것은 아니다. 어드밴스 아메리카의 경우 대출금 100달러에 수수료 15달러를 부과한다. 복리 계산 전 연리가 391%다. 시중은행은 부도 수표 건당 평균 22달러(뉴저지주의 경우 최고 30달러)의 당좌대월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한다. 연리가 자그마치 572%인 셈이다. 정교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당좌대월 서비스는 많은 은행에서 수표 업무를 취급한다는 점에 천재적으로 착안한 것이다. 수표는 발행 순서가 아니라 금액이 가장 큰 것부터 처리한다. 따라서 고객의 당좌계좌 잔액이 급속히 줄어 여러 수표가 한꺼번에 부도 처리되며 부도 수표마다 별도 수수료를 부과한다.

높은 수수료와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당좌대월 서비스의 인기는 매우 높다. 뉴욕주 캐츠킬 소재 그린 카운티 뱅코프(Green County Bancorp ·자산2억4,400만 달러)의 사장 겸 CEO 브루스 휘태커( Bruce Whittaker)는 “믿을지 모르지만 고객들로부터 부도 처리하지 않아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옛날에는 수표가 부도나 돌아오면 발행인은 큰 곤욕을 치르곤 했다”고 전했다.

지난 9개월 동안 그린 카운티 뱅코프의 비(非)이자 부문 수익은 39% 폭증한 180만 달러에 달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안심 당좌대월 우대 서비스’에서 비롯된 것이다.은행들에 당좌대월 관리 프로그램을 고안해주는 텍사스주 소재 베이타운(Baytown)의 존 플로이드(John Floyd) 사장은 “소비자단체들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은행의 당좌대월 서비스를 비난하고 있다. 어드밴스 아메리카 같은 업체도 소비자단체들에 동조한다.

웹스터는 시중은행들의 위협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시중은행의 새로운 당좌대월 프로그램으로 어드밴스 아메리카가 벌이고 있는 사업이 정당성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에서 어드밴스 아메리카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을 만한 명분이 없다는 뜻이다. 웹스터는 일부 당좌대월 프로그램의 경우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객이 현금입출금기(ATM)에서 출금할 때 해당 은행은 아무 통보도 없이 당좌대월 금액이 포함된 돈을 잔액으로 표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빚을 지게 된다. 웹스터는 소액신용대출 업체의 경우 법에 따라 2주 대출 수수료 전액을 이자로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연리가 높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반면 은행들은 대출 수수료를 ‘비이자 수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

소액신용대출 업체와 시중은행 모두 미국인이 빚지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수익창출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웹스터는 비상장 기업인 어드밴스 아메리카의 수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은행인 워싱턴주 레이시 소재 퍼스트 커뮤니티 파이낸셜 그룹(First Community Financial Group)을 통해 엿볼 수는 있다. 자산 규모 4억6,500만 달러인 이 은행은 어드밴스 아메리카와 이른바 ‘은행 대여 협정’을 맺었다.

FCFG는 앨라배마 ·아칸소주 소재 어드밴스 아메리카 지점을 통해 미 전역의 절반 정도에서 대출사업에 나서고 있다. 은행 대여 협정 아래 FCFG는 본사가 자리잡은 주에서 통용되는 고율의 자유 금리를 다른 주에도 적용할 수 있다. FCFG는 일반 대출에서 수익률을 업계 평균인 자산의 1%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드밴스 아메리카를 통해 제공하는 소액신용대출의 경우 순익은 무려 9.4%다(물론 일반 대출의 경우 부실 비율이 2% 미만이지만 소액신용대출은 10∼20%다).

은행들은 당좌대월 평균 수수료를 2001년 20달러에서 지난해 22달러로 인상했다. 1997년 이래 24% 올린 셈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이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소액신용대출 시장에서 어드밴스 아메리카와 시중은행들이 벌이고 있는 싸움의 승자는 결국 규제 당국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소액신용대출 업계는 은행들이 계속 지점을 통해 대출할 수 있는 것인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최종 판단만 기다리고 있다. FDIC는 원래 지난 3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액신용대출 서비스에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측으로부터 엄청난 의견이 쇄도하면서 결정은 일단 유보됐다. 소액신용대출 업체와 은행의 거래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은행을 통하지 않고서는 소액신용대출이 불가능한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주에서 칼자루는 은행에 쥐어져 있다. 어드밴스 아메리카와 경쟁사들은 그런 주에서 은행을 통해 소액신용대출 서비스에 나서야 한다.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FRB는 은행의 당좌대월 프로그램에도 ‘대부진실법(TILA ·True in Lending Act)’을 적용해야 할지 현재 고심 중이다. TILA는 연리와 기타 융자비용을 공개하도록 못박고 있다. 은행들은 당좌대월 서비스를 대출이라고 선전하면서도 일반 대출이 아니라 ‘우대’ 서비스이기 때문에 TILA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FRB가 어떤 조처를 취해도 은행은 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웹스터는 서비스로 은행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액신용대출 고객들은 은행 창구 앞까지 가 입금하거나 당좌를 개설하러 온 직장인들 틈에 줄서 기다리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웹스터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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