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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야당 민주당의 서바이벌 게임

제2 야당 민주당의 서바이벌 게임

이른바 개혁파들이 빠져나간 민주당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내년 4·15 총선까지 5개월여의 기간 중 정국에서 소외되지 않고 존재의의를 부각시키는 게 시급한 과제다.
민주당의 고난은 원내 제2당이면서 제2 야당이라는 어정쩡한 입지에서 비롯된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정국은 여당과 야당의 대결구도로 압축되게 마련이다. 정신적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 장악과 총선 흥행을 노린 바람몰이에 나서면 민주당은 졸지에 구경꾼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리게 된다.

단적인 예가 최근의 대선자금 공방이다. SK 비자금의 한나라당 유입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난타전을 벌이며 세인을 시선을 집중시킬 때 민주당은 ‘훈수’나 두는 어정쩡한 위상으로 밀려났다. 대선자금 특검 정국에서도 민주당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관망자 입장에 서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싱글매치에 노무현 선대위 이중장부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겨우 (판에) 끼어들 수 있었다”고 안도할 정도다.

민주당은 또 열린우리당과의 관계 설정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양당은 한쪽이 잘 되면 다른 쪽이 안 될 수밖에 없는 ‘제로 섬’ 게임을 강요당하는 운명이다. 열린우리당이야 애초부터 민주당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의 지역 정당이자 극복 대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정이 다르다.

지역 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보내는 애정과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는 정비례한다. 굳이 거리를 재자면 민주당은 그래도 한나라당보다는 열린우리당과 가깝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제쳐두고 한때의 동지였던 열린우리당을 난타할 경우 호남 유권자들의 반응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노무현 정권의 몰락’이 ‘한나라당의 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괴로울 따름이다.

민주당이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열린우리당과의 총선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정서와 무관치 않다. 열린우리당은 개혁 아젠다를 선점해 한나라당과 함께 민주당을 낡은 정치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 호남 이미지 탈색, 강도 높은 정치개혁 추진 등을 내세우며 개혁적 ‘전통야당’의 혈통으로 승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50년 전통야당의 ‘적자’로서의 부담이 버겁기만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과 11월 3일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에서 만났다. 호남 유권자들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임을 잘 아는 여권은 돌아선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해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출현을 ‘배신’으로 규정한 호남 민심이 이런 제스처로 돌아설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김 전 대통령의 김한정 비서관은 “전직 대통령 도서관 개관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놓고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적 행사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졸지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제2 야당 신세가 된 민주당의 서바이벌 게임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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