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하와 초원, 그 오묘한 조화
흔히 아이슬랜드하면 이름 그대로 얼음을 떠올린다. 그러나 빙하가 덮여 있는 이 작은 나라에 사계절 푸른 잔디가 깔린 골프장이 무수히 널려 있다. 해양성 기후가 이런 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북극권의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자그마한 섬나라 아이슬랜드. 인구라야 25만 명밖에 안 되는 이 초미니 국가가 지난 1976년 대영제국에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왔다. 영국이 아무리 ‘저무는 해’라지만 포클랜드 분쟁 때 남미의 대국 아르헨티나를 한방에 KO시킨, 아직도 건재한 군사 대국이 아닌가. 그러나 영국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플라이급 권투선수가 팔짝팔짝 잽을 던지며 헤비급 챔피언에게 달려드는 꼴이다.
선전포고를 했다하면 아이슬랜드를 요리하는 데 한나절도 걸리지 않겠지만 세계의 이목이 두려웠던 것. 분쟁의 발단은 아이슬랜드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200마일 전관어로 수역. 그 안에서 조업하던 영국 트롤 어선의 그물을 아이슬랜드 해양경찰이 끊어버린 것이다. 영국 어선들은 그 후에도 모른 척하며 자국 군함들의 초계하에 어로작업을 계속했다. 아이슬랜드는 펄펄 뛰며 영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노르웨이의 중재로 간신히 전쟁은 면하게 됐다.
도대체 아이슬랜드 근해에는 무슨 고기가 잡히길래 이렇게 나라의 운명을 걸고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건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 마리에 20만원을 호가하는 대구는 유럽인들에게도 고급 어종에 속한다. 아이슬랜드 근해에는 한랭어종인 대구가 우글거린다. 대구 전쟁(Cod War)은 15세기 초부터 1976년까지 열 차례나 이어졌다.
유럽대륙에서 1,000㎞나 떨어진 이 작은 섬은 국토의 70% 이상이 불모지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 땅에 지진은 일상사요, 심심찮게 화산이 터지며 빙하를 녹여 불과 물의 바다를 이룬다. 96년 11월 5일과 6일, 이 나라에 있는 유럽 최대의 바트나이외쿨(Vatnajokull ·바트나 빙하) 밑에서 화산이 폭발, 빙하를 녹이면서 대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나라 국민들에게 연안의 대구야말로 그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 나라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수산업이 차지하는 탓에 대통령보다 수산장관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항구인 아이슬랜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에서 내륙으로 산 넘고 다리도 없는 물을 건너고 빙하를 넘어 흙탕물 튀기며 자동차로 네 시간을 들어간 첩첩산중 푀스뫼르크에는 대여섯 가구만이 살고 있다.
거기서 나오는 쓰레기가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태워서 재는 땅 속에 묻어버리면 될 일인데 그 멀고 험한 곳까지 몇 봉지의 쓰레기를 수거하러 쓰레기차가 꾸역꾸역 들어온다. 얄밉도록 철저한 환경보호는 따지고 보면 대구 보호와 직결된다. 혹시나 오염된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대구떼가 그들의 연안에서 떠날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이 작은 섬나라는 고민도 많다. 대구의 어획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데다 아직도 절대적인 이 나라 수산업의 고용효과는 국민 9명 가운데 1명꼴밖에 안 되고, 산업 개발을 하자니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것이다. 알루미늄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댐을 막아 수력발전을 시도하자 수산업 관계자들과 환경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이 나라는 찬반양론으로 갈라섰다. 아이슬랜드는 알부자다. 1인당 국민소득 국가별 랭킹에서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물가 또한 살인적이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 물가다.
이 나라 관문 공항에 내려 리무진 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 시내까지 들어오는 데 3만원 상당의 버스 값으로 바가지를 씌운다.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가장 싼 음식을 시켜도 2만원 이상이다. 담배 한 갑에 1만원이 넘고, 맥주 한 잔도 1만원이 넘는다. 술 ·담배가 고가 정책을 쓰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소비 억제책이라지만 이것이 고물가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나라의 살인적인 물가는 수산물을 빼놓고는 모든 것을 유럽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제학자는 아이슬랜드 1인당 국민소득은 허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뉴욕에서 커피 세 잔 마실 돈으로 아이슬랜드에서는 한 잔밖에 못 마시니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가난뱅이는 아닐지언정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무엇일까. 스키? 스케이팅?
아니다!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뜻밖에도 수영과 골프다.
먼저 수영이 어떻게 이 추운 나라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이 나라 수도 레이캬비크는 인구가 불과 10만 명이 조금 넘는데 시내엔 5개의 초대형 옥외 수영장이 있다. 북극권에 걸려 있는 이 작은 섬나라는 한여름에도 으슬으슬 추워 찬물의 야외 수영은 생각할 수도 없지만 사시사철 뜨거운 물이라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옥외 수영을 할 수 있다.
조물주는 자원이 없는 이 나라가 먹고 살라고 대구떼들이 모여들게 해 줬고, 추위를 달래주려고 온천이 펑펑 솟아오르게 해 줬다. 이 야외 온천 수영장들은 방대한 규모에 갖가지 식당 ·헬스클럽 ·카페 ·바 ·체스룸 같은 온갖 부대시설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만남의 광장이 된다.
뜨거운 온천수는 수영장과 온천으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레이캬비크에서 차로 30분쯤 공항 쪽으로 가면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 야외온천 블루라군(Blue Lagoon)이 위치해 있다.
블루라군 온천가에는 정유시설 같은 공장이 뿜어 올리는 연기가 하늘을 덮는다. 그것은 공장이 아니라 뜨거운 지하수를 끌어올려 각 가정으로 보내는 시설이고, 하늘을 덮는 연기는 수증기에 불과하다.
레이캬비크와 그 교외에 사는 이 나라 인구의 57%인 14만8,000명의 주민은 52개의 지하수 관정에서 뽑아 올린 130도가 넘는 지하수를 80도로 식혀 보내오는 뜨거운 물로 난방과 온수를 완벽하게 해결한다. 그 뿐인가, 지하 1,000~3,000m에서 솟아나오는 섭씨 300도의 고압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까지 한다.
뜨거운 지하수와 수증기가 전기와 난방을 완벽하게 해결함으로써 이 추운 나라가 얻는 경제적인 득도 보통이 아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천혜의 자연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환경보전에 더 큰 무게를 싣는다.
골프가 이 나라의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 한 것은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내륙은 빙하로 덮여 있지만, 해안은 해양성 기후로 1월의 평균기온이 섭씨 영하 0.4도 밖에 되지 않아 추위에 강한 벤트그래스(Bentgrass)는 사시사철 자란다.
이 나라의 수도 레이캬비크와 그 인근에 이 나라 인구의 60%인 15만여 명이 살고 나머지 10만 명은 해안선을 따라 띄엄띄엄 작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이 마을은 열 집이, 저 마을은 서른 집이 살지만 마을마다 골프코스가 없는 마을이 없다. 서울의 봉천동 한 동네 인구보다 적은 25만 인구에 45개의 골프코스가 있다는 것은 인구 대비 골프코스 밀도로 단연코 세계 최고다. 18홀 정규코스는 6개밖에 없고 6홀 코스가 5개, 특이하게도 8홀 코스도 하나이고, 나머지는 모두가 9홀이다.
수도 레이캬비크는 이 섬나라 서해안 만(灣) 속에서 돌출된 반도에 위치한다. 이 반도의 서단은 도깨비 혹처럼 바다에 튀어나와 있다. 들어가는 입구의 병목은 폭이 불과 20여m밖에 안 되지만 이곳을 지나면 널찍하게 둥근 초원이 펼쳐진다. 이 초원 위에 파35, 9홀짜리 네스(Ness) GC가 있다.
조그만 농막 같은 클럽하우스엔 오직 음료수와 스낵을 뽑을 수 있는 벤딩머신만 있고 탈의장도 샤워장도 없다. 올해로 개장 40주년이 되는 이 골프코스는 9홀이지만 그린과 티 박스가 약간씩 다르게 레이아웃되어 매홀 다른 맛으로 18홀을 돌 수 있다. 18홀은 파68, 길이는 4,986m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페어웨이 벤트그래스의 상태는 최고지만 그린은 느리다. 언제나 북해의 강풍과 싸워야 한다.
북극권의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자그마한 섬나라 아이슬랜드. 인구라야 25만 명밖에 안 되는 이 초미니 국가가 지난 1976년 대영제국에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왔다. 영국이 아무리 ‘저무는 해’라지만 포클랜드 분쟁 때 남미의 대국 아르헨티나를 한방에 KO시킨, 아직도 건재한 군사 대국이 아닌가. 그러나 영국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플라이급 권투선수가 팔짝팔짝 잽을 던지며 헤비급 챔피언에게 달려드는 꼴이다.
도대체 아이슬랜드 근해에는 무슨 고기가 잡히길래 이렇게 나라의 운명을 걸고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건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 마리에 20만원을 호가하는 대구는 유럽인들에게도 고급 어종에 속한다. 아이슬랜드 근해에는 한랭어종인 대구가 우글거린다. 대구 전쟁(Cod War)은 15세기 초부터 1976년까지 열 차례나 이어졌다.
유럽대륙에서 1,000㎞나 떨어진 이 작은 섬은 국토의 70% 이상이 불모지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 땅에 지진은 일상사요, 심심찮게 화산이 터지며 빙하를 녹여 불과 물의 바다를 이룬다. 96년 11월 5일과 6일, 이 나라에 있는 유럽 최대의 바트나이외쿨(Vatnajokull ·바트나 빙하) 밑에서 화산이 폭발, 빙하를 녹이면서 대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나라 국민들에게 연안의 대구야말로 그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 나라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수산업이 차지하는 탓에 대통령보다 수산장관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항구인 아이슬랜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에서 내륙으로 산 넘고 다리도 없는 물을 건너고 빙하를 넘어 흙탕물 튀기며 자동차로 네 시간을 들어간 첩첩산중 푀스뫼르크에는 대여섯 가구만이 살고 있다.
이 작은 섬나라는 고민도 많다. 대구의 어획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데다 아직도 절대적인 이 나라 수산업의 고용효과는 국민 9명 가운데 1명꼴밖에 안 되고, 산업 개발을 하자니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것이다. 알루미늄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댐을 막아 수력발전을 시도하자 수산업 관계자들과 환경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이 나라는 찬반양론으로 갈라섰다. 아이슬랜드는 알부자다. 1인당 국민소득 국가별 랭킹에서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물가 또한 살인적이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 물가다.
이 나라 관문 공항에 내려 리무진 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 시내까지 들어오는 데 3만원 상당의 버스 값으로 바가지를 씌운다.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가장 싼 음식을 시켜도 2만원 이상이다. 담배 한 갑에 1만원이 넘고, 맥주 한 잔도 1만원이 넘는다. 술 ·담배가 고가 정책을 쓰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소비 억제책이라지만 이것이 고물가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나라의 살인적인 물가는 수산물을 빼놓고는 모든 것을 유럽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제학자는 아이슬랜드 1인당 국민소득은 허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뉴욕에서 커피 세 잔 마실 돈으로 아이슬랜드에서는 한 잔밖에 못 마시니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가난뱅이는 아닐지언정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무엇일까. 스키? 스케이팅?
아니다!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뜻밖에도 수영과 골프다.
먼저 수영이 어떻게 이 추운 나라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이 나라 수도 레이캬비크는 인구가 불과 10만 명이 조금 넘는데 시내엔 5개의 초대형 옥외 수영장이 있다. 북극권에 걸려 있는 이 작은 섬나라는 한여름에도 으슬으슬 추워 찬물의 야외 수영은 생각할 수도 없지만 사시사철 뜨거운 물이라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옥외 수영을 할 수 있다.
뜨거운 온천수는 수영장과 온천으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레이캬비크에서 차로 30분쯤 공항 쪽으로 가면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 야외온천 블루라군(Blue Lagoon)이 위치해 있다.
블루라군 온천가에는 정유시설 같은 공장이 뿜어 올리는 연기가 하늘을 덮는다. 그것은 공장이 아니라 뜨거운 지하수를 끌어올려 각 가정으로 보내는 시설이고, 하늘을 덮는 연기는 수증기에 불과하다.
레이캬비크와 그 교외에 사는 이 나라 인구의 57%인 14만8,000명의 주민은 52개의 지하수 관정에서 뽑아 올린 130도가 넘는 지하수를 80도로 식혀 보내오는 뜨거운 물로 난방과 온수를 완벽하게 해결한다. 그 뿐인가, 지하 1,000~3,000m에서 솟아나오는 섭씨 300도의 고압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까지 한다.
뜨거운 지하수와 수증기가 전기와 난방을 완벽하게 해결함으로써 이 추운 나라가 얻는 경제적인 득도 보통이 아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천혜의 자연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환경보전에 더 큰 무게를 싣는다.
골프가 이 나라의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 한 것은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내륙은 빙하로 덮여 있지만, 해안은 해양성 기후로 1월의 평균기온이 섭씨 영하 0.4도 밖에 되지 않아 추위에 강한 벤트그래스(Bentgrass)는 사시사철 자란다.
수도 레이캬비크는 이 섬나라 서해안 만(灣) 속에서 돌출된 반도에 위치한다. 이 반도의 서단은 도깨비 혹처럼 바다에 튀어나와 있다. 들어가는 입구의 병목은 폭이 불과 20여m밖에 안 되지만 이곳을 지나면 널찍하게 둥근 초원이 펼쳐진다. 이 초원 위에 파35, 9홀짜리 네스(Ness) GC가 있다.
조그만 농막 같은 클럽하우스엔 오직 음료수와 스낵을 뽑을 수 있는 벤딩머신만 있고 탈의장도 샤워장도 없다. 올해로 개장 40주년이 되는 이 골프코스는 9홀이지만 그린과 티 박스가 약간씩 다르게 레이아웃되어 매홀 다른 맛으로 18홀을 돌 수 있다. 18홀은 파68, 길이는 4,986m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페어웨이 벤트그래스의 상태는 최고지만 그린은 느리다. 언제나 북해의 강풍과 싸워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트럼프-시진핑 90분 통화…“희토류 문제 해결, 中방문 초청 수락”(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BTS 진, 한남더힐 175억원 현금 매입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시진핑 90분 통화…“희토류 문제 해결, 中방문 초청 수락”(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새정부 출범에 불확실성 해소…대체투자 탄력 붙는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유럽공략 속도내는 루닛...독일 스타비전 계약에 잭팟예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