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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은 투자에서 나온다

홈런은 투자에서 나온다

메이저 리그 플로리다 말린스 구단주 제프리 로리아는 지난해 월드 시리즈 우승의 여세를 몰아 야구판에서 대박을 노리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소속 플로리다 말린스의 구단주 제프리 로리아(Jeffrey Loria ·63)가 스프링 캠프에 도착하자 팬들은 그를 개선 영웅처럼 환대했다. 여기 저기서 사인을 부탁하며 120g짜리 월드 시리즈 우승반지도 보여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반지에는 다이아몬드 240개와 루비 12개가 박혀 있다. 월드 시리즈 우승팀 말린스의 선수들을 트레이드하지 않아 고맙다고 말하는 팬들도 있었다. 전 구단주 웨인 후이젱거(Wayne Huizenga)는 몇 년 전 우승 직후에 선수들을 대거 바겐세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로리아는 구단주로서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미술품 딜러인 로리아는 적은 투자로 대박의 가능성을 일궈냈다. 그 과정에서 뉴욕 양키스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George Steinbrenner) 이상으로 많은 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前) 파트너들의 제소로 현재 법정싸움이 진행 중이다. 로리아는 논란 많은 감세 조치를 수용하고 MLB로부터 온갖 지원도 이끌어내고 있다. 야구장 안팎에서 항상 경쟁자를 앞지른다. 그는 말린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를 지켜보며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여전히 말린스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지 않지만 이는 상관할 바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리아는 타고난 야구광이자 승부사다. 변호사인 아버지는 투수로 활동하던 고교 시절 전설적인 야구선수인 루 게릭을 두 차례 상대한 경험이 있다. 아버지는 어린 로리아를 집에서 지하철로 네 정거장 떨어진 양키 스타디움에 데려가곤 했다. 로리아도 고교 시절 2루수로 활약하며 시(市)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예일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이후 소매업체 시어스 로벅(Sears, Roebuck)이 미술품 대중 판매를 위해 고용한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1960년대 로리아는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제프리 로리아 앤 컴퍼니(Jeffrey H. Loria & Co.)를 설립했다. 프랑스 화가 페르낭 레제와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등의 작품을 사고파는 업체였다.

80년대 후반 로리아는 야구에 눈을 돌려 89년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트리플 A 클럽 오클라호마시티 에이티나이너스를 38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팀이 우승하자 93년 800만 달러에 매각했다. 90년대엔 메이저 리그 구단을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처음에는 몬트리올 엑스포스, 그 다음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오리올스가 파산으로 경매에 부쳐졌을 때 인수를 시도했지만 변호사 피터 앤젤로스(Peter Angelos)에게 밀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99년에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적자로 허덕이던 엑스포스에는 대표이사가 없었다. 대형 통신업체 BCE와 투자은행 BMO 네스빗 번스(BMO Nesbitt Burns) 등 11명의 캐나다 파트너들은 외부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들은 로리아에게 관심을 보였다. 로리아는 1,200만 달러에 지분 24%를 인수하고 대표이사가 됐다. 캐나다의 재벌가 출신 스티븐 브론프먼(Stephen Bronfman)과 억만장자 장 쿠튀(Jean Coutu)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로리아는 선수들 총연봉을 2배인 3,100만 달러로 인상했고 그 결과 구단의 적자가 늘었다. 로리아는 2000~2001년 치솟는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구단 소유주들에게 증자를 요구했다. 공동 소유주들이 이를 거부하고 나서자 로리아는 단독으로 1,800만 달러나 내놓았다. 그리고 출자 합의조항에 따라 다른 소유주들의 지분을 6%로 낮췄다. 로리아는 결국 3,000만 달러에 엑스포스 지분 94%를 확보한 셈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1억2,000만 달러에 엑스포스를 매각했다.

매각에 반발한 파트너들은 로리아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소장에는 그들이 증자를 거부한 이유가 설명돼 있었다. 로리아가 “중요한 사실들까지 호도해가며 엑스포스를 파괴하려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로리아가 현지 라디오갩V 방송국과 체결한 중계권 계약을 철회하고 스폰서에 대한 무료 티켓 제공도 중단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로리아는 중계권 계약 철회에 대해 조건이 불합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파트너들은 구장 신설 부지를 이미 확보했으며, 퀘벡주 정부가 6,700만 달러 상당의 채권에 대한 이자를 연간 500만 달러 부담하고 세금은 연간 800만 달러 깎아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리아가 구장 신설 계획을 중단시켰다는 게 파트너들의 주장이다. 로리아의 변호사는 계약서에 구장 관련 내용이 없으므로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파트너들은 로리아가 메이저 리그 커미셔너인 앨런 셀리그(Allan Selig)와 짜고 엑스포스를 장악한 뒤 다른 도시로 이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셀리그도 로리아와 함께 제소됐다. 2001년 셀리그는 연봉 협상에서 선수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엑스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를 해단하도록 결정했다. 로리아는 엑스포스가 해산될 경우 메이저 리그를 제소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자 셀리그가 로리아에게 다른 팀을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다른 파트너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로리아의 변호사는 공모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캐나다의 파트너들이 승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로리아는 계약조건 테두리 안에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애미 연방법원 판사는 로리아의 주장에 따라 소송을 이미 중단시켰다. 그리고 뉴욕 소재 중재위원회로 하여금 공동투자 합의 내용을 조목조목 살펴보도록 조치했다. 계약에 따르면 로리아는 선수들의 연봉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단 매각이나 이전도 가능하다.

로리아는 셀리그와 헤지 펀드 매니저 존 헨리(John Henry)의 도움 덕에 결국 플로리다주 남부로 오게 됐다. 몬트리올의 상황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매물로 나오면서 더 악화하고 있었다. 이때 헨리가 관심을 보였지만 그는 이미 말린스를 소유하고 있었다. 구단을 두 개 이상 소유하는 것은 금지돼 있어서 셀리그의 주선으로 엑스포스와 말린스를 맞바꾸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다른 파트너들은 로리아로부터 엑스포스를 1억2,000만 달러에 사들여야 했다. 로리아는 말린스를 1억5,8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부족한 3,800만 달러는 다른 파트너들이 무이자로 빌려줬다. 로리아가 새 구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부채는 1,500만 달러 줄게 된다.

사실 엑스포스와 말린스 교환은 불발에 그칠 뻔했다. 헨리와 그의 파트너들은 레드삭스 인수에 현금 7억 달러, 케이블 네트워크 지분 80%를 제시했다. 그러나 케이블 업계의 억만장자 찰스 돌런(Charles Dolan)과 뉴욕의 변호사 마일스 프렌티스(Miles Prentice)가 제시한 금액에 턱없이 못 미쳤다. 매사추세츠주 검찰총장은 “메이저 리그가 전횡을 일삼았다”며 개입하려 들었다. 그러나 헨리가 레드삭스의 지배 주주인 자선단체에 3,000만 달러를 더 지급하기로 약속하자 관여하지 않았다.

로리아는 2002년 시즌 개막일에 웃음거리로 전락했던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인수한 지 6주밖에 안 됐을 당시 말린스에는 쓸 만한 선수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중대한 조치들을 단행해 결국 말린스를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처럼 수익이 적은 몇몇 구단은 메이저 리그의 매출 공유 시스템 덕에 돈을 챙길 수 있다. 말린스는 양키스 같은 부자 팀들로부터 연간 분배금 2,000만 달러 정도를 받는다. 로리아는 이를 선수 연봉 인상에 사용했다.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 등 스타급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두 시즌 사이 선수들 연봉 총액은 49% 늘어 5,2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로리아는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잭 매키언(Jack McKeon?2)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매키언은 처음 로리아의 이름을 제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로리아는 매키언이 2년 동안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슬럼프에 빠진 말린스를 구해줄 것으로 믿었다. 매키언은 과거 신시내티 레즈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회생시켰던 인물이다. 로리아는 지난해 트레이드 만료 시한인 7월까지 고액 연봉 선수들을 방출하지 않았다. 총연봉 부담을 낮춰야 하는데다 말린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큰 도박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해 가을 말린스는 월드 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로리아는 양키 스타디움 지정석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홈 베이스를 밟는 순간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그는 “캐나다의 파트너들이 내가 구단 운영에 대해 무지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기록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월드 시리즈 우승이 중재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로리아는 캐나다의 파트너들에게 우승반지를 보냈다. 지분은 미미하지만 그들도 말린스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파트너 14명 가운데 12명이 반지를 수령했다.

로리아는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추가 순익 600만 달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말린스 구단 가치도 27% 상승해 1억7,2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로리아가 경영자금으로 쏟아부은 3,700만 달러를 제하면 야구계에 관여하기 시작한 이래 1억 달러나 벌어들인 셈이다. 구단의 현재 적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미술품 사업에서 비롯되는 이익을 상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 시리즈 우승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새 스타디움도 있어야 한다. 그는 3억2,500만 달러를 들여 플로리다주 남부에 냉방장치와 개폐형 지붕까지 갖춘 첨단 홈구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07년 시즌 개막일에 완공식을 하게 된다. 새 구장이 완공되면 관중 수도 늘 것이다. 관중 수는 지난해 60% 증가해 130만 명을 기록했지만 구단들 가운데 꼴찌에서 세 번째다. 현재 사용 중인 프로 플레이어 스타디움은 후이젱거 소유의 미식축구장이다. 따라서 필드와 관중석 사이가 먼데다 여름에는 습해 팬들이 고역을 치른다. 비로 경기가 연기되는 경우도 있다. 임차 계약 조건도 매우 불리하다. 임대료와 기타 비용으로 연간 200만 달러를 지급하지만 특별석 매출 지분이 전혀 없는데다 주차장 수입도 37%밖에 못 받고 있다.

그렇다면 새 구장을 플로리다주 당국이 짓는 것은 어떨까. 로리아는 홈구장 건설비로 지금까지 1억3,700만 달러를 확보했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당국이 7,300만 달러를 부담할 것이다. 부족액은 1억1,500만 달러다.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는 향후 30년 동안 말린스에 주 판매세 환급으로 6,000만 달러를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 상원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다급한 문제가 있다. 월드 시리즈 우승에도 불구하고 말린스는 지난 시즌 운영적자 1,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로리아는 “해마다 1,500만 달러씩 쏟아붓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계속 적자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돈만 밝히는 것은 아니다. 로리아는 올 시즌 경기장 입장권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월드 시리즈 우승팀이 입장권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은 수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로리아는 팀의 간판급 선수들을 트레이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주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3루수 마이크 로웰의 경우 4년간 3,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오는 11월까지 스타디움 건설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2년간 1,400만 달러로 조정할 수 있다. 로웰은 “홈구장 건설에 내 얼굴이 이용되고 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했다.
납세자들이 스타디움 건설에 혈세 사용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될까. 로리아가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이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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