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실 벤처’ 날개 꺾이나 …대학 기반 벤처 열기 급랭
사라지는 창업 열기 올해 대학을 졸업한 하나기전의 이준환 사장 역시 대학 창업보육센터 출신이며, 2000년 HISC라는 학내 창업동아리를 결성했다. 군산대학교 3학년 시절 수중 물고기 집어기인 ‘윈치’로 ‘2002 벤처창업대전’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이준환 사장은 지난해 매출 8억5,000만원을 올린 어엿한 벤처사업가로 변모했다. 두 명의 대학생 벤처 성공 스토리다. ‘성공’이라는 수식이 아직 적합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정도면 대학벤처로서는 대성공한 케이스”라는 것이 한국창업대학생연합회(KOSEN:이하 코센) 유덕수 회장의 얘기다. 그만큼 대학벤처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 벤처산업의 종자’로 여겨지며 2001년 유행처럼 번진 대학 내 벤처 창업 열기는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박형택 사장이나 이준환 사장처럼 대학 기반 벤처로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업체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벤처산업의 거품이 빠지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것도 이유로 꼽히지만 정부나 대학당국의 안일한 지원정책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우선 대학벤처의 씨앗인 창업동아리의 열기부터 식고 있다. 국내 최대의 대학창업동아리연합회인 코센에 따르면 2002년 말 518개(회원 수 1만1,000명)에 이르던 창업동아리 회원 수는 올해 250∼270(회원수 7,000여명)여개로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서울지역의 코센 회원만 49개로 2003년 2월에 비해 23개 늘어났고, 경기지역 역시 같은 기간 동안 43개에서 96개로 대폭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올 상반기를 넘기면서 상당수 창업동아리가 사실상 활동을 중단하거나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 유덕수 코센 회장은 “대학벤처창업동아리가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정부나 대학당국의 지원은 예전에 비해 개선될 여지가 없고, 선배 창업동아리의 잇따른 해체와 실패를 지켜보면서 사기와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학창업동아리 지원은 중기청이 벤처창업 동아리를 대상으로 신규 동아리 결성 시 500만∼700만원, 아이템개발 지원으로 200만∼30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활성화기반 조성사업이 거의 유일하다. 조선대학교의 한 창업동아리 회장은 “일회성 지원보다는 창업동아리가 기성벤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지원정책을 요구해 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 창업동아리와 함께 대학벤처의 산실로 여겨지는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BI)도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학 기반 창업보육센터는 전국에 242곳. 대략 3,5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2∼3년차의 신생 벤처가 대부분이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42곳의 BI 중 보육실 공실률이 ‘0’인 곳은 99곳. 공실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BI가 전문적인 보육센터로서의 기능보다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임대해 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BI 센터장은 “BI를 졸업한 업체 중 약 20∼25%는 졸업 직후 휴업 상태에 들어가거나 폐업한다는 것 자체가 BI의 전문적 보육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BI를 졸업한 한 벤처기업사장은 “평당 3만5,000원의 입주비만 아니면 BI에 들어갈 이유를 찾기 힘들다”면서 “BI가 보육센터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하기만 해도 대학벤처의 열기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이 지난해 전국 275개 BI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입주 기업의 총 매출액이 8,295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2억원을 조금 넘은 정도였다. 교수벤처 절반 이상이 휴폐업 실험실 벤처로 일컫는 교수벤처도 활기를 잃어버린 상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교수벤처는 2003년 2월 현재 363개였는데 현재까지 운영되는 곳이 몇개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3년 초의 363개도 현직 교수 외에 창업자가 교수 출신인 벤처까지 포함돼 있는 수치이기 때문에 순수한 대학 내 교수벤처 현황으로 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 대학산업기술지원단이 지난 2002년 말 전국 294개 현직 교수벤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이 존속하고 있었던 곳은 전년 대비 41.8%(123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대한산업기술지원단 관계자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신규 등록된 교수벤처를 제외하면 기존 교수벤처 중 절반 이상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성철 한양대학교 교수는 “실제로 상당수 교수벤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실험실 창업 아이템 자체가 거리가 있는 비현실적인 벤처가 많았던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일각에서 교수벤처에 대한 지원 부재를 토로하는데 그보다는 교수벤처들이 자본력과 마케팅력도 떨어지는 데다 전문경영인 영입에도 소홀해 퇴출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성균관대학교의 S교수는 “교수벤처는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이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많은 만큼 기업이나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S교수는 일본의 예를 들면서 “일본 정부는 대학벤처 1,000개를 만든다는 목표 하에 전문가를 파견해 창업방법을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대학 실험실 연구성과가 산업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학벤처 지원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은 대학벤처 1,000개가 생기면 연간 1조8,000억엔의 매출과 1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대학과 기업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학벤처 설립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지방대학교 교수로 바이오 벤처인 B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한 교수는 “미국은 대학이 학내 창업기업에서 받는 로열티나 주식 등의 수입이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면서 “국내 대학이나 정부가 교수벤처에 적극적 투자방식의 지원에 나서고, 교수벤처는 전문경영인 영입 등으로 합리적 경영에 나선다면 벤처기업의 산파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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