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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특허권 뜨거운 분쟁

저작권 ·특허권 뜨거운 분쟁

불황에 고전하고 있는 음악 ·소프트웨어업계가 저작권 분쟁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음악단체 사이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내분까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 ·전기기업에서는 글로벌 IT기업 간 ‘특허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행위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는 요즘은 더욱 극성이다. 기술의 발달로 더욱 쉽게 복제된 저작물은 네트워크를 타고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넘어 급속히 퍼진다. 원본과 똑같은 데다 공짜이기까지 하다. 이런 까닭에 게임, 사무용 소프트웨어, 음악 ·동영상 파일 등의 저작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에다 저작권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음악업계와 소프트웨어업계에서 저작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요즘 국내 음악산업은 음반 매출 부진에다 저작권 문제로 내분까지 겹쳐 어수선하다. 현재 음악업계의 골칫거리는 이동통신회사의 MP3폰과 음악서비스업체인 벅스의 유료화 문제로 대별된다.
먼저 음악업계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 사이의 저작권 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4월에 SK텔레콤 ·KTF ·휴대전화 제조사는 정부의 중재로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과 MP3폰으로 내려받은 음악파일의 재생 가능시간을 72시간으로 제한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비교 우위를 가진 LG텔레콤의 MP3폰은 날개 돋친 듯 팔렸고 가입자 수는 독자 생존이 가능한 6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러자 SK텔레콤과 KTF도 5개월여 만에 입장을 바꿔 무료 음악파일 제한 조치를 잇달아 풀었다.

이런 가운데 LG텔레콤은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산업협회 등이 모여 만든 ‘한국 대중음악 비상대책협의회’와 막후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이 100억원의 음악산업발전기금을 제공하는 대신 예당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미디어레보러토리 등 3개 음반사의 음악 사이트에서 음악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형 음반사의 한 임원은 “이동통신회사 가운데 한 곳이라도 먼저 합법(유료화)의 장에 끌어내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협상 배경을 설명했다. 음악파일을 불법(공짜)으로 쓰고 있는 이동통신회사와 지루한 힘겨루기를 매듭짓는 한편,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유료화를 앞둔 음악서비스업체 벅스의 아성도 흔들겠다는 포석이다. 사실 음악업계에서 MP3 플레이어업체가 아닌 이동통신회사를 타깃으로 삼은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벨 소리 ·컬러링 등의 서비스로 거래를 터왔고, 얻어낼 것도 많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사실 음원 권리자가 ‘재생기간 제한’이나 ‘불법’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방법은 딱히 없다. 저작권법의 해석에 따라 근거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작권을 가진 MP3 파일의 무제한 재생을 허용하는 조항도 없다. 윤성무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법무실장은 “법은 기술을 따라가게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둘 사이의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MP3폰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이를 포괄할 법과 제도는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란 속에 열린우리당의 윤원호 의원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음악 ·비디오 ·게임에 관한 법률’은 큰 틀에서 권리관계만 규정하기 때문에 음원 활용 등의 내용을 담은 ‘음악산업진흥법’ 제정안도 따로 만들었다. 다만 국회 일정상 심의는 국감이 끝난 뒤인 11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김종선 보좌관은 “법 제 ·개정이 너무 더디다는 비난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올해 안에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여곡절 속에 협상과 법제 정비가 이뤄지고 있지만 불협화음도 거세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9월 14일 지난 5월에 해체된 MP3폰 협의체를 재구성하자고 나섰다. MP3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LG 측과 협상을 벌였던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기금조성 방안이 거론되자 애초 명분과 어긋난다며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YBM서울음반 등과 함께 비대협을 탈퇴했었다.

지난 8월 31일 벅스와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맺은 ‘음악 발전을 위한 협력 조인식’을 놓고도 음악계 내부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음반사 위주의 한국음악산업협회 측은 “무단 서비스를 하더라도 광고수입의 일정액만을 소급 적용해 지급하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고 혹평했다. 또한 “조정안에 반대하며 벅스에 소송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성무 실장은 “온라인 음악 사이트를 갖고 있는 대형사들이 벅스를 견제하려는 자사 이기주의 발상”이라며 “법원의 조정안이 이미 나온 만큼 다시 소송을 해도 별 소득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리밍 방식 소프트웨어 사용도 저작권 공방

소프트웨어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한 곳에 저장해두고 여러 명이 동시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스트리밍’ 방식이 논란이다. 정보통신부 산하 프로그램심의위원회가 이 같은 방식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리자 국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스트리밍 기술로 계약을 맺은 사용자보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제품을 사용하면 소프트웨어 제작사가 지닌 고유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시스템스 등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권익단체인 ‘사무용 소프트웨어협회(BSA)’의 제프 하디 아태지역 의장은 “저작권사의 개발 의욕을 떨어뜨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정란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과 사무관은 “저작권자와 사용자가 직접 만난 적이 없어 오해와 불신이 증폭됐다”며 “지난 9월 9일 서로 만나 엇갈리는 대목 등을 논의했으며 쟁점인 라이선스 계약 문제도 향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짜로 쓴다는 개념은 아닌데 오해가 있었으며 결국 권리 침해냐 아니냐보다 라이선스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여정호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부장도 “구체적인 논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저작권자 측의 입장이 많이 누그러졌다”며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를 창구로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욱 어도비코리아 대표는 “정통부 측이 의도했든 아니든 이번 유권해석은 소비자에게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쓸 수 있다는 쪽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를 둘러싼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적재산권 가운데 특허권도 화두다. 특히 전자?전기겵ㅊ릴茱?IT) 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 간에 ‘특허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시스코시스템스와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華爲技術), 구글과 야후, 소니와 코닥 등이 법정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우리 기업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글로벌 기업의 특허 공세는 한국 경제를 이끌 전자 ·IT 분야에 몰려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비메모리반도체가 공세에 노출됐고, 원천기술이 부족한 위성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무선인터넷 플랫폼 등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은 거액의 로열티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패러다임이 디지털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시장 선점과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특허 관련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LG 특허인력 대폭 늘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얼마 전 일본 가전업체인 후나이(鉛井)로부터 비디오카세트리코더(VCR)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후나이는 지난 2000년에 제품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VCR의 크기를 줄이는 기술을 국내에 등록했는데, 대우가 이 특허를 무단 도용해 제품을 생산했다는 것. 후나이 측의 로열티 지급 요구가 이어지자 대우 측은 지난 7월 국내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도 캐나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모사이드테크놀로지로부터 반도체 D램 설계와 관련된 분야 등 9개 특허를 위반했다고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당해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보컴퓨터도 일본 PC업체들의 특허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도시바(東芝)는 지난해 6월 자사가 보유한 노트북PC의 전원 절약 관련 특허를 삼보컴퓨터가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국내 IT기업이 역공을 펼치기도 한다. LCD ·반도체 전(前)공정장치 전문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9월6일에 세계 최대 LCD 장비 회사인 미국 AKT사의 7세대 플라즈마화학증착장치(PECVD)의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국내 관계 기관에 신청했다. PECVD는 주성 측이 2002년에 독자 개발한 LCD 양산라인의 핵심 장비로 1대당 100억원이 넘는다. 두 회사는 현재 한국과 대만에서 6, 7세대 LCD 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피 말리는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허 소송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노력도 다양하다. 삼성SDI는 2차 전지 등 3개 신사업 부서에 별도의 특허전담부서를 설치했다. 특히 후지쓰(富士通)와의 PDP분쟁을 계기로 법무실을 법무팀으로, 담당 임원을 팀장으로 부서의 권한을 강화했다. 그 덕에 올해 상반기에 세계 최대 PDP 특허 출원기업으로 변신했다.
LG전자도 정보통신 등 3개 사업부 소속 모든 연구소와 연구 부서에 특허 관련 인원을 배치했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특허 전담인력을 현재보다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삼성도 지난 6월에 그룹 차원에서 특허 전담조직을 240여 명 규모로 확대, 라이선스 등과 관련된 국제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원천기술이 부족해 외화내빈 격인 국내 휴대전화 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은 외국 경쟁사도 아쉬운 특허를 꽤 갖고 있어 ‘크로스 라이선스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 특허 분쟁 전문가도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 반면 중견 휴대전화 업체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중견 휴대전화 회사의 한 관계자는 “중견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특허를 사들여 크로스 라이선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다이요 뮤직의 저작권 사업

일본의 대표적 음악 저작권 회사인 ‘다이요(太陽)뮤직’은 일본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기업 ‘호리프로(HoriPro)’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가수가 아닌 작곡가와 계약을 맺어 원곡의 저작권을 확보한다.
기요시 미즈카미(喜由水上) 다이요 뮤직 사장(사진)은 “계약을 맺은 모든 작곡가의 곡을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에 등록한 후 사용처를 파악해 로열티를 받는다”며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돈이 다이요 뮤직의 매출”이라고 밝혔다.

연간 5억엔의 매출과 5,000만엔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다이요 뮤직은 수익을 작곡가와 반반씩 나눈다. 단 작곡가와 작사가가 다른 경우 3등분 한다. 기요시 사장은 저작권료에만 치중하지 않고 음악 프로모션 등으로 부가적 로열티 창출에 힘쓴다는 점에서 다른 저작권 회사와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계약을 맺은 작곡가의 곡을 많이 쓰도록 홍보해 회사는 물론 작곡가에게도 도움을 준다는 것. 다이요 뮤직은 특히 해외 작곡가의 곡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스티비 원더, 조지 해리슨, 롤링 스톤스 그리고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음악으로는 〈겨울연가> · <실미도〉 ·<올드보이>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의 일부 삽입곡도 갖고 있다.
기요시 사장은 “한국의 경우 작곡가에게 일회성 계약금을 지급하고 곡을 사기 때문에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기 쉽다”며 “ <겨울연가> 음반에서도 다이요 뮤직과 계약한 작곡가가 있어 문제가 됐었다”고 충고했다.
- 홍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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