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茶가 만나는 '와일드 릴리 티 룸'…복잡함 벗어던진 ‘뉴욕의 오아시스'
예술과 茶가 만나는 '와일드 릴리 티 룸'…복잡함 벗어던진 ‘뉴욕의 오아시스'
| | | 작은 연못과 조화를 이루는 식당. | | 차 진열장 | | 리조토 | | 덤플링(밀가루에 소금·기름·우유를 넣고 반죽해 네모로 자른 후 뜨거운 국물에 익힌 요리) | | | | 이유진 통신원 | 이번에 소개하는 ‘와일드 릴리 티 룸(Wild Lily Tea Room)’은 복잡하고도 정신없는 도시, 뉴욕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뉴욕 어느 레스토랑에서도 찾기 힘든 실내 공간 속의 작은 연못, 그리고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금붕어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또 이곳이 선사하는 따뜻한 차 한 잔은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준다. 차 향기가 깊게 새겨진 평화로운 분위기의 와일드 릴리는 뉴욕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오아시스로 다가갈 것이다.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뉴욕. 24시간 도시를 비추는 네온사인과 수많은 고층 빌딩. 낮에는 자동차보다 걷기를 선호하는 뉴요커들로, 밤에는 주중과 주말 관계없이 늦게까지 레스토랑과 클럽을 찾는 뉴요커들로 도시는 늘 깨어 있다. 넘쳐 나는 에너지와 활기가 뉴욕이 자랑하는 최대 매력인 반면, 이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과 피곤함을 안겨 주기도 한다. 이제는 피곤하다? 여행 며칠 만에 당신이 현실 도피를 꿈꾸고 있다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증상이다. 재충전을 위한 몸과 마음의 쉼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당신에게 뉴욕 예술의 핵심지, 첼시(Chelsea)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와일드 릴리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우선 와일드 릴리의 실내 분위기는 들뜬 몸과 마음을 달래고 쉬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70개 이상의 갤러리가 줄지어 있는 첼시라는 지역 특성에 걸맞게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이 실내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여기에는 화려한 페인팅과 유명한 작가들의 공예품도 포함되는데,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시적 공간을 연출해 낸다. 설령 혼자 와일드 릴리를 찾은 이들도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허공을 바라볼 일은 없을 듯. 각양각색의 차와 간식을 곁들이며 이곳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조용히 명상의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 릴리에는 예술과 자연이 공존한다. 나무 의자와 테이블, 바위로 된 방석, 그리고 연못의 투명한 물, 또 그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꽃송이와 물 안의 조그만 생명체들…. 와일드 릴리에 들어서면 이런 신비스러운 요소들이 제일 먼저 시선을 끈다. 뉴욕에 이런 곳이 다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온화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 편안하지 못한 딱딱한 나무 의자지만, 걸터앉아 보글거리는 물소리와 클래식 음악에 귀를 맡기면서 향긋한 차 향기를 맡으면 오감이 자유롭고 편안해진다. 오아시스가 별것이겠는가. 몸과 마음에 여유로움과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이곳, 와일드 릴리야말로 진정한 뉴욕의 오아시스다. 중국·인도·태국·일본 등에서 들여온 40종류 이상의 차가 한지로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메뉴에 아기자기하게 쓰여 있다. 크게 아홉 가지 섹션으로 이해하기 쉽게 나뉘어 있는 차에는, 기존의 전통차를 비롯해 와일드 릴리만의 독특한 혼합차들이 있는데, 뜨겁게 또는 차갑게 즐길 수 있다. 차 종류와 특징에 따라 찻잔도 다양하다. 금색을 띠며 우아한 향기를 풍기는 다즐링 홍차가 잉글리시 찻잔에, 그리고 한번 맛을 보면 잊을 수 없다는 깊은 맛과 향을 지닌 우롱차는 도자기 컵에 따라져 나온다. 여름에 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시원한 차로는 마차를 추천한다. 외국인들한테도 반응이 좋은데, 일본 우지 정원에서만 가져온다는 교쿠로 잎사귀 가루가 긴 유리컵 안에 수북이 쌓여 있다. 와일드 릴리 혼합차들의 재미있는 이름들이 흥미를 돋운다. 히비스커스꽃, 장미꽃, 자스민 그린 티 등이 섞여 아름다운 핑크 빛깔을 자아내는 ‘핑크 인퓨전(pink infusion)’이 그중 하나다. 카페인이 없어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운타운 걸(downtown girl)’은 블루베리나 체리 같은 달콤한 과일을 우려낸 와일드 릴리만의 특별한 차다. 홍차에 잘게 썬 코코넛이나 캐러멜을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이름만큼 맛과 향도 색다른 ‘타이 코코넛’과 ‘캐러멜 캔디차’ 역시 시도해 볼 만하다. 한국에서도 웰빙 열풍이 대단한데, 이곳 와일드 릴리의 깔끔하고도 맛깔스러운 요리를 접하게 되면 ‘이것이 진정한 웰빙이구나’ 싶다. 완두콩 수프(sweet pea puree soup)는 맛이면 맛, 색깔이면 색깔, 말 그대로 순수 완두콩 수프다. 불필요한 장식의 거품을 쏙 빼낸 수프 위의 앙증맞은 버섯 한 조각은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표적인 샐러드로는 호두와 염소 치즈, 그리고 ‘월넛을 곁들인 페어(pear)샐러드’가 있다. 똑같은 재료를 사 집에서 시도해 보고픈 새콤달콤한 이 샐러드는 입맛 돋우는 데 그만이다. 앞에 크리스털이라는 단어가 재미있는 ‘크리스털 슈림프 덤플링’. 잘 쪄서 나오는 새우의 반짝거리는 하얀색 겉살과 그 안의 쫀득한 맛이 매우 감미롭다. 다양한 샌드위치와 스콘도 마련돼 있다. 듣기만 해도 군침 도는 녹차 티라미스나 녹차 파운드 케이크 또한 어느 종류의 차와도 조화를 잘 이룬다. 하지만 ‘자스민 티 소스 안의 잘 익힌 가자미 생선요리’나 ‘흑미 리조토(Thailand black sticky rice risotto with mascarpone cheese and mushroom sauce)’ 등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한 요리들은 지나치기 힘들다. 따뜻한 흑미 밥에 치즈와 버섯 소스를 곁들인 와일드 릴리 리조토는 기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보아온 사뭇 느끼한 리조토와는 확연히 다르다. 웰빙 컨셉트에 걸맞은 리조토의 산뜻한 맛이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풍긴다. 뉴욕이라는 정신없는 도시 속에서 오아시스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와일드 릴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사람들은 와일드 릴리의 문을 쉼터의 통로로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맛과 향이 섞여 색다른 향취를 만들어 내는 운치 있는 공간. 이곳의 매력을 집에 돌아간 후에도 회상하고 싶다면 와일드 릴리가 판매하는 차, 혹은 주전자나 찻잔을 기념품으로 구입하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일 듯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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