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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이렇게 관리한다

선진국들은 이렇게 관리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해외홍보는 미국의 정책과 행위를 이해하고 우호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미국의 국가 이미지 홍보 활동은 냉전이 본격화된 1953년 미국공보처(USIA : 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가 신설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동구권 붕괴로 냉전이 끝나자 국무부 산하로 조직이 통폐합된다. 해외홍보업무가 국무부의 주변 업무로 전락했다. 90년대는 관련 예산도 축소돼 세계 각국의 미국 문화원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패권주의에 반감을 갖는 여론이 점차 확산됐다. 그러다 2001년 9·11 테러가 전환점이었다. 미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하는 쪽으로 돌아선다. 현재 미국의 해외홍보활동은 국무부 산하 홍보 외교와 공보 담당 차관(Under Secretary for Public Diplomacy and Public Affairs)이 관할한다. 그 아래 교육문화국(The Bureau of Educational and Culture Affairs)과 공보국(The Bureau of Public Affairs), 국제 공보 프로그램 등으로 기능이 세분화됐다. 공보국은 미국인에게 정부가 행하는 해외사업을 알린다. 내외신 브리핑을 통해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달하고, 미 정부의 웹사이트를 개발·관리한다. 교육문화국은 인적 교류와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 미국에 우호적인 인맥 형성에 주력한다. 외국의 학생·학자·전문가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재정을 지원한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이나 ‘험프리 펠로십과 머스키 펠로십 등이 대표적인 과정이다. 국제공보 프로그램(International Information Program)은 인터넷 출판물을 통해 140개 국가의 여론 주도층과 대중에게 미국의 해외정책을 전달한다. 웹사이트를 포함해 모든 전자 프로그램(CD롬·전자저널 등)을 관리한다. 또 국무부와 별도로 2002년 대외 이미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세계공보국(Office of global communications)을 백악관 내에 만들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해외홍보는 공격적이고 전략적 양상을 띤다. 세계공보국의 2년 예산만 1320억원이었다. 영국 국가 이미지 관리는 정부가 밑그림을 그리면 공공기구나 민간기구가 목표별 역할을 떠맡는다. 영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원칙적인 역할자와 과학기술 분야의 선도국 이미지 확립에 초점을 맞춘다. 대외홍보 전략을 마련하려고 외무부가 작성한 ‘Panel 2000’ 보고서에 이미지 제고 전략의 근간이 나타난다. 이 보고서는 ‘이미지’ 가 아니라 ‘실제(substance)’ 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이 잘 하는 일을 솔직히 인식하고, 영국을 올바로 알리려는 정부와 NGO, 민간의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국에 비우호적인 대상 국가(쿠바·이란·아프가니스탄 등)에도 보이지 않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최근에는 중국에서의 홍보활동을 강화 중이다. 우호적 이미지가 형성된 국가에는 그것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벌인다. 홍보 관련 정부기구로는 총리 직속 내각사무처 내에 종합기획실과 종합홍보실을 두었다. 이들 기구는 필요 시 관계기관 간 TF를 구성하며 해외홍보 전략과 이미지 관리 전략을 총괄적으로 조율한다. 실무적인 뒷받침은 외교부와 각국 주재 대사관이 책임진다. 한국의 국가이미지위원회와 유사한 대민외교전략위원회(Public Diplomacy Strategy Board : PDSB)는 외교부 자문기구다. 이 기구에서 하는 일은 대외 협력사업, 특별기획사업, 데이터 베이스 구축사업 등이다. 영국의 해외홍보에는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독립적이고 비영리기관을 표방하는 영국문화원은 재정의 대부분을 외무부에 의존한다. 운영 예산은 2003년 9959억원이었다. 현재 110개국 217개 시에 7500여 명이 종사한다. 프랑스는 과거 문화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려고 과학기술이 발달됐다는 점을 적극 강조한다. 문화·패션·향수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첨단기술과 경제 역량이 과소 평가된다는 반성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TGV 고속철도·라팔 전투기 등 최첨단 기술을 보유했으나 과학 강국이라는 이미지는 약하다. 그래서 120여개국에 설치된 프랑스문화원은 문화와 예술보다는 과학과 기술발전을 더 강조한다. 총리 직속 공보담당실과 외교부 공보국이 대외 이미지 관련 홍보활동을 조정한다. 외교부 공보국은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프랑스를 알리는 데 힘쓴다. 정기 간행물·안내 책자·사진 자료 등을 제작 배포하고 전산 데이터베이스도 운영 중이다. 대통령·총리 등의 성명·발언을 재외 공관에 보내고 해외공보관 양성을 관장한다. 또 외교부 산하 국제협력개발총국은 대외 공공원조 활동을 하면서 프랑스 국가 이념과 사상을 전파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학술협력 추진도 주요 업무다. 프랑스에서는 해외 홍보활동에 종사하는 인력이 1만8000명을 헤아린다. 독일은 따뜻하고 친근한 국가 이미지 조성에 역점을 둔다. 과거 독일 하면 주로 보수적이고, 차갑고,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무뚝뚝하고 근면하며 규칙을 엄수하는 국민성이 두드러지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테니스 선수 보리스 베커 등을 내세워 자국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대대적 선전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독일 국민은 사실 놀기 좋아하며 열정적이라는 면모를 과시하려는 의도에서다. 독일은 언론 기능을 백분 활용하는 국가에 속한다. 독일에 상주하는 외국 특파원들에게 취재·보도·인터뷰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주택과 세금 문제까지 도와준다. 특파원을 파견하지 않은 국가에는 현지 공보관들이 주재국 언론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공보처 산하 해외홍보실은 국영 방송인 ‘Deutche Welle’과 협력해 94년부터 국가 홍보용 해외 위성TV 방송을 실시 중이다. 전 세계 100개 이상이 개설된 독일문화원은 독일어 해외 전파의 주요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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