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빈센트 앤 코' 명품 사기 전말] ‘Made in 시흥’이 1억짜리로
- ['빈센트 앤 코' 명품 사기 전말] ‘Made in 시흥’이 1억짜리로
|
1200배나 부풀려진 시계값 이씨는 욕심을 부려 지나치게 비싸게 판매함으로써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 그러나 사실 스위스산·이탈리아산 등 명품의 출신 성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겉모습만 보고는 일반인들은 판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일부 애용자들은 자동차도 제조지를 확인하고 구입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페인산 올리브 오일, 이탈리아산 대리석, 이탈리아산 가죽재킷 등도 알고 보면 대부분 원재료는 터키나 그리스 등에서 온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잡은 조기가 영광 앞바다에서 말리면 영광굴비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사건도 사실 시계 제조업을 잘 아는 사람이 보기엔 허술한 사기극에 불과하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시계 하나를 만들 때 수입 부품의 가치 비율, 즉 가격으로 환산한 수입 부품 비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스위스 시계로 인정해 준다. 전체 부품값 중 절반 이상만 스위스제를 쓰고 스위스에서 조립하면 ‘메이드 인 스위스’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실제 저가 스위스 시계 중에 이런 식으로 조립해 ‘메이드 인 스위스’ 시계로 판매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다. 몇몇 국산 시계 제조 업체도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메이드 인 스위스’ 제품을 만들고 있다. 비단 시계뿐 아니다. 옷이나 화장품, 구두, 액세서리 등의 제품에도 이런 식의 원산지 바꿔치기는 흔히 일어난다. 미국·스위스 등의 저명한 의학박사가 개발했다며 피부 관리실에서 최고 수백만원까지 팔렸던 화장품이 실제론 한국에서만 팔리고 성분도 조사 결과 수은덩어리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이번 ‘빈센트 앤 코’ 소동은 어떻게 보면 이런 기본적인 법조차 갖추지 못한 허술한 사기극에 불과하다. 이모씨가 만약 스위스가 택하고 있는 규정을 지켰다면 한국에서 법적 처벌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빈센트 앤 코’의 진면목은 마케팅이다. 이씨는 명품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연예인이 자주 드나드는 미용실에 홍보용 시계를 돌려 입소문이 나도록 하는가 하면 지난달 초엔 청담동의 한 바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제품 런칭쇼를 열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 100년 동안 유럽 왕가에만 한정판매된 제품’이라는 홍보 문구도 뒤따랐다. 일부 연예인은 이 시계를 협찬·대여받아 잡지 홍보용 사진을 찍었고 실제로 5명은 500만원짜리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사기극은 효과 만점이었다. 일단 강남에서 입소문이 나고, 유명인 등이 착용하면 그 제품의 품질이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촌스러운 행동이 되고 만다. 이씨는 이런 명품에 관한 세태를 잘 이용한 것이다. 직접 시계를 판매한 수입만 4억4600만원이고, 유통비와 대리점 운영 희망자로부터 받은 보증금까지 합치면 총 23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 친지에게 문의하자 들통 명품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 사랑은 뜨겁다고 한다. 전 세계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도 한국을 특별한 국가로 대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제품 출시나 특별한 행사를 할 경우 본사 관계자들은 물론 해당국가 대사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 증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번 명품 사건을 두고 “비싸고 희소가치가 있는 명품이라고 선전하면 그것을 사는 것이 마치 자신의 신분이 상승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허영 심리를 잘 이용한 사기”라며 “특히 ‘유명 인사들이 애용한 것’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금세 명품으로 둔갑하는 게 지금의 세태”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대중의 ‘유명 인사와의 동일시’ 심리는 명품의 런칭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유명 연예인들을 통해 일단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을 거친 다음 강남에서부터 퍼져나간다. 이번 사건도 교과서적인 런칭 루트를 따른 셈이다. 한양대 홍보학과 이현우 교수는 “빈센트 시계는 희귀성과 신뢰라는 두 가지 무기를 잘 활용한 경우”라며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계 1%’ ‘유럽 왕실’ 이런 문구를 들으면 무비판적인 구매 행위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심리학과 김지호 교수는 “명품은 대중의 욕망을 이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심리적 거품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무 의심 없이 판매를 계속 해오던 빈센트 시계는 왜 덜미를 잡혔을까? 지난 6월 빈센트 시계는 강남 청담동 한 카페를 빌려 파티를 열었다. ‘명품족’ 약 1000명이 참가한 이 자리는 ‘빈센트 시계’의 런칭(출시) 파티였다. 보통 명품 런칭 파티에는 해당 국가 본사 임원들이 참가한다. 그런데 그날 스위스 본사 임원이 한명도 없었다. 이 파티에 참가한 한 고객이 빈센트 시계의 한 직원에게 “왜 스위스 본사 관계자들은 참가를 안 하느냐”고 물었고 직원은 적절한 대답을 못했다. 그 고객은 평소 알고 지내던 스위스 교포를 통해 빈센트 시계 본사 존재 확인을 요청했다. 스위스 교포는 “알려준 주소에는 빈센트 회사가 없다. 그 주소에 위치한 것은 특허나 상품명을 등록해주는 공증사무실”이라고 전했고, 그 고객은 즉시 경찰에 조사를 요청했다. 연예인까지 동원하며 화려하게 막을 올렸던 ‘빈센트 앤 코’의 사기극은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명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빈센트 앤 코’가 태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명품에 대한 광기는 사기 사건에 이용될 만큼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대선 앞두고 세종 아파트값 또 뛰었다...서울은 16주 연속 상승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故 오요안나 가해자 지목 기캐, 끝내 결말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바람 불면 날릴 정도” 삼성, 업계 최고 수준 OLED 내놨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롯데카드부터 애경산업까지…내달 M&A 큰장 선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파미셀, 줄기세포 치료제 업체에서 AI 첨단산업소재 업체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